참가자 인터뷰김누리 (지리산이음) / #U턴형귀촌자 #7년차막내 #향신료헤이터




지리산이음에서 홍보 업무를 담당하고 있고, 올해부터는 지리산문화공간 토닥 시즌2를 맡게 된 누리입니다. 치앙마이에서 만나는 건축물들의 아름다운 색감, 느리게 걷는 고양이들, 밤 산책길에서 심심찮게 마주치는 라이브 연주와 사람들의 들뜬 목소리가 좋아요. 



빈티지샵 LOVE 70s. 파란 하늘 아래에서 만나는 노랑은 최고!




1. 이번 치앙마이 워케이션에 어떤 목적과 기대를 가지고 오셨나요?


지리산이음에서 진행하는 사업이다보니 이후에 찾아오는 비영리 활동가들이 참고할 수 있을 만한 사례가 될 수 있도록 잘 정리해 보여줄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야겠다는 목적이 있었어요. 함께 가는 선생님들의 새로운 면모를 알아갈 수 있겠다는 기대도 있었습니다. 일을 하며 만난 인연이 있으니 얼굴은 다 아는 분들이지만 이렇게 시간을 오래 보내본 적은 없었으니까요.




2. 2주간의 치앙마이 워케이션을 경험해보시니 어떤가요?


우선 동남아시아에 온 게 처음이라 '말이 잘 통할까?', '음식이 입에 잘 맞을까?'라는 걱정이 컸습니다. (어려운 말은 번역기에 의지하고 음식은 골라 먹으면 되더군요) 과거에도 지리산이음에서는 여름휴가 시즌에 각자가 정한 지역으로 워케이션을 떠나본 적이 있어요. 저는 제주도를 골랐었는데, 노트북을 짊어진 어깨가 무척 무거웠던 기억만 남아있습니다... 경험 상 디자인 같은 업무는 잘 되고, 서류를 작성하는 업무는 진척이 더디더라고요. 

사실 치앙마이에서 하려고 개인적인 업무들도 여러 개 들고 왔었는데 새로운 여행지에서 이곳저곳으로 돌아가는 눈알을 간수하고 일에 집중한다는 건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한 숙소에서 5일 정도 있으면 '이만하면 어느 정도 주변에 가볼 만한 곳은 다 가 봤다'하는 생각이 드는데, 저 같은 경우에는 그쯤 되어야 일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드는 것 같습니다. 워케이션에서 일이 되려면 정말 급박한 사안이거나 시간적 여유가 넉넉하게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것과는 별개로 1월의 치앙마이는 날씨도 물가도 사람들이 주는 편안함도 정말 일하기 좋고, 머무르기 좋은 곳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특히 님만해민 같은 경우에는 어느 카페를 가도 노트북을 자연스럽게 꺼내들 수 있는 분위기였고요. 올드시티는 먼저 경험해 본 사람들이 '아, 급하면 여기 가서 일하면 돼!' 하는 뚝딱 가이드북을 만들어두면 상당히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창프악 야시장의 로띠 장인




3. 지금까지 해외 여행 경험 중 가장 좋았던 곳은?


혼자 도쿄 여행을 하던 중에 조금 멀리 가 보자, 하고 바다를 끼고 달리는 에노시마 전철도 타고, 항구도시 요코하마에 간 날이 있습니다. 요코하마는 굉장히 간결한 동선으로 걸어서 주요 관광지를 돌아볼 수 있게 구성되어 있었던 게 인상 깊었습니다. 거대한 배들이 줄을 선 항구 광장에서 어린이들이 비눗방울을 쫓아다니던 장면도 기억이 나고요. 어렴풋한 기억이라 더 좋게 남아 있는 것 같기도 해요.




4. 여행지에서의 스타일 : 꼭 하는 것, 절대 하지 않는 것은?


꼭 하는 것 : 영화관에 꼭 가서 아직 한국에서 개봉하지 않은 영화를 봅니다.
가능하면 하는 것 : 칵테일바에 혼자 가서 바 자리에 앉아 일기를 씁니다.
절대 하지 않는 것 : 수영입니다. (할 줄 몰라서)




도이 인타논 국립공원 트레킹 투어 중 와치라탄 폭포에서




5. 지금 본인이 하고 있는 일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홈페이지를 만들고, 뉴스레터를 보내고, 홍보물을 디자인하고, SNS를 운영합니다. 올해는 지리산이음의 시작점이었던 마을카페 토닥을 새로운 컨셉의 마을공간으로 재단장하는 미션이 있어요. 마을의 정보와 사람들의 이야기가 모이는, 산내 마을 사람들을 위한 마을 안내소를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6. 현재 하고 있는 일은 어떤 동기와 계기로 시작했나요?


서울에서의 휴식 없는 대학-취업 생활과 대중 교통, 생활비에 치여  잠깐 쉬려고 고향으로 내려왔습니다. 처음에는 분명 잠깐만 쉬려고 했는데... 대학 진학으로 산내에 없었던 시기에 마을카페 토닥이 생겼고, 그 전과 후로 마을 사람들이 연결되는 방식과 마을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는 걸 방학에 산내에 내려오면 종종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쉬는 기간 동안 토닥 아르바이트를 제안 받았을 때 큰 고민 없이 수락하며 지리산이음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카페 알바를 해본 적 없지만 토닥에서 일하기를 시작한 것처럼 홍보도 디자인도 해본 적이 없고 '활동'이라는 것도 잘 모르지만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 일도 무턱대고 시작했습니다. 어떤 동기나 의지가 있었다기보다, 시작할 때에는 제가 좋아하는 (그리고 가족이 있는) 산내에서 안정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수단이었던 것 같아요. 지속하는 동기는 하면서 생겼고요.




7. 이 일을 하면서 어렵다고 느끼는 순간, 보람되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I 성향 90% 인간으로서 홍보 직무를 맡는다는 것... 남들이 저라면 할 수 없을 것 같은 방식으로 제가 잘해야 하는 일을 성공적으로 해내는 걸 목격할 때가 가장 심적으로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제가 하는 일을 처음에는 단순히 '알리는 일'로 인식했다가, '커뮤니케이션'으로 정의했다가, 지금은 '의미를 찾아내서 전하는 일'로 규정하고 있는데요.  의미가 잘 가닿았다는 걸 사람들의 피드백으로 확인할 때가 가장 기분이 좋습니다.




참차마켓에 주인을 따라온 고양이




8. 개인적으로 올해 하고 싶은 것 한 가지는?


운전 면허 따기를 계속 미루다가 대중교통으로 이리저리 경유하는 데 소모되는 시간에 지쳐서 작년에 드디어 면허를 따고 중고차를 장만했는데요. 아직은 운전에 자신도 없고 경험도 얕지만 올해는 차를 타고 가까운 바다에라도 한번 가 보고 싶습니다. 바다 좋아해서요.




9. 앞으로 꼭 해보고 싶은 일, 정말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


저는 서울로 대학을 가면서 고향인 남원시 산내면을 잠시 떠났다가 '좀 쉴까?'하고 돌아온 차에 지리산이음에 다니게 되었고 그대로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이른바 U턴 청년입니다. 요즘은 지역에서 자기답게 살아가는 다채로운 삶의 모양들을 잘 드러내어 보여줄 수 있다면 더 많은 청년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지역에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더 많은 청소년들이 '내가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곳'으로 지역을 인식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특히 지리산권 지역에서 청(소)년 성소수자들에게 안전한 공간을 만들어가는 데에 관심이 많아서, 차차 동료를 모아보고 싶어요. 치앙마이에서는 한국에 비해 성별 이분법에 딱 들어맞지 않는 구성원들을 많이 마주치게 되어서 반가웠습니다. '이 사람은 남자인가? 여자인가?'라는 의문이 별로 의미 없게 느껴지는 경험을 했어요.





올드시티에서 가까운 TCDC




10. 치앙마이에 오는 비영리 활동가에게 추천하고 싶은 장소나 활동이 있다면?


TCDC에 가보시면 좋겠습니다. 디자인 도서관이자 쾌적하고 조용하게 집중해 일할 수 있는 작업 공간입니다. 치앙마이 전통 공예, 사진, 원예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한 자료들이 구비되어 있어서 긴 호흡으로 일하다가 중간중간에 머리를 식히며 아이디어를 얻어가기 좋습니다. 

여담이지만 치앙마이 올드시티에는 타투샵이 정말 많고 시술 가격대가 저렴합니다. 한국에 비해 예약도 간편한 편이니 마음이 가신다면 한 번 알아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tmi지만 저는 두 개 했습니다. 옷이 1,000밧이라면 제법 부담스럽게 느껴지는데 타투가 1,000밧에서 시작한다면 왜 이렇게 이득 보는 것처럼 느껴지는지... 





님만해민 숙소와 가까웠던 프리버드 카페의 오픈마이크 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