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닥부터 시작해서 지리산이음에서 일 한 지 12년째입니다. 지리산 자락인 이곳 산내면에 내려와서 살기 시작한 지는 20년이 되었구요. 오랫동안 지리산과 서울을 오가며 비영리단체와 공익재단, 사회적경제 조직에서 일했습니다. 한때는 IT와 비영리 활동을 연결하자는 생각으로 미디어나 인터넷, 기술과 관련된 일을 했는데 그 당시는 잠깐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꿈꾸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적인 것에 더 관심이 갑니다. 저는 지리산에서 도시와 시골을 연결하는 일, 활동과 활동가를 연결하는 일, 땅과 사람을 연결하는 일을 하면서 살려고 하는 조아신입니다.
#지리산 #아날로그 #연결
2023.5. 20년만의 지리산 종주
1. 이번 치앙마이 워케이션에 어떤 목적과 기대를 가지고 오셨나요?
아마 이번 치앙마이 워케이션에 가장 큰 기대를 가지고 온 사람 중의 한 명일 거예요. 오래 전부터 동료 활동가들과 함께 치앙마이에 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으니까요. 이번에는 함께 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고 싶어도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하기 쉽지 않은 것, 이게 과연 가능한 거야? 의미가 있는 거야?라는 의문을 품는 일이 실현되는 것 자체가 흥미롭습니다. 활동가들이 낯선 환경에서 낯선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과 경험에서 배우는 게 많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치앙마이 워케이션을 통해서는 비영리 활동가들이 해외에서의 교류와 배움의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경험과 에너지를 얻고 싶었습니다.
2. 2주간의 치앙마이 워케이션을 경험해보시니 어떤가요?
생각했던 것보다 치앙마이가 주는 인사이트가 있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도시의 생활 환경, 세계 각국에서 모인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각양각색의 문화, 로컬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먹거리와 볼거리까지. 한마디로 다양성이 치앙마이의 가장 큰 특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또한 18명이 모여서 각자의 일을 하면서 5번의 전체 모임과 2차례의 팀별 모임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시간이 있었는데요. ‘따로 함께’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번에 치앙마이에 온 사람들이 자기 동료와 후배들도 이런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된 것, 그런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 함께 노력해보자고 한 것도 좋았습니다.
워케이션 참가자 전체가 모인 첫번째 미팅
3. 지금까지 해외 여행 경험 중 가장 좋았던 곳은?
이번 치앙마이 여행이 가장 좋았습니다. 좋은 사람들, 좋은 볼거리와 먹거리, 그리고 이 여정에 대한 기대와 의미까지 생각한다면 치앙마이가 가장 좋았습니다. 치앙마이를 제외한다면 연수프로그램으로 가긴 했지만 유럽에 갔을 때가 기억납니다. 지속가능한 유럽 농업을 테마로 한 연수였는데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를 10여일 동안 둘러봤습니다. 농업에 대한 유럽 국가의 관점과 정책, 농부들의 삶과 이야기를 들어본 것도 좋았지만 유럽 농촌의 풍경 자체만으로도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4. 최근 나의 가장 큰 이슈나 관심거리는 무엇인가요?
결국 제가 일하고 있는 조직과 관련된 문제일 수밖에 없는데요. 이번 워케이션을 함께 온 사람들과 관련된 일이기도 합니다. 지리산이음이라는 조직이 생긴 지 10년이 넘어가고 있고, 중간에 몇 번의 변화가 있긴 했지만 어쩌면 지금이 진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가장 중요한 시기인 것 같아요. 소수의 상근활동가가 일을 하고, 이사진이나 조합원, 후원회원은 무조건 지지해주는 시기가 지난 10년이었다고 하면 앞으로는 이사진, 조합원, 협력파트너들과 함께 조직과 일을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그런 변화는 우리가 선택한 거니까요. 그 선택이 옳다고는 느끼지만 정말 잘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물음표입니다. 그 물음표가 느낌표가 될 수 있게 힘을 보태는 것, 그 힘을 보태는 구체적인 행동을 나의 위치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가 가장 큰 관심사입니다.
치앙마이에서 우연히 만난 제주곶자왈작은학교 문용포샘과 친구들
5. 활동하면서 제일 보람된 일과 어렵다고 느꼈던 순간은?
지리산이음에서 했던 일로만 따졌을 때, 제일 보람되었던 순간은 지금 우리 활동의 근거지가 되고 있는 토닥과 들썩을 완공했을 때입니다. 토닥은 처음 지리산에서 일을 시작할 때 마을 분들과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오픈했습니다. 그 때 정말 고마운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들썩의 경우 땅만 사놓고 아무런 계획없이 4년을 흘러보낸 후에 이 공간의 쓰임새를 기획하고, 설계하고, 공사하고, 마무리하는 1년의 과정이 끝났을 때, 지리산에서 해야 할 중요한 2가지 일을 드디어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정말 보람이 있었습니다.
어렵다고 느끼는 건 매 순간순간입니다. 결국 사람의 문제이고, 관계의 문제죠. 항상 좋은 이야기만 하고 싶고, 좋은 사람으로 평가 받고 싶지만 일을 하다 보면 그러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책임져야 하는 상황 때문에 조직에서, 마을에서, 우리의 관계망 내에서 거절해야 하는 상황, 싫은 소리를 해야 하는 상황, 욕먹더라도 결정해야 하는 상황들이 매번 어렵습니다. 또 지역에서 일하다 보면 주변으로부터 듣는 말도 많은데 그 말들을 속으로 간직해야 하는 일들도 어려운 일입니다. 오고 가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다 내뱉었을 때 또 다른 문제가 생겨난다고 생각하는 편이어서 듣고도 못들은 척하거나 전하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요. 그런 게 어렵죠.
6. 이런 일을 하기 위해서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람이 나이 들어도 변하지 않는 것은 이런 일을 하는 나를 믿고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사람인 것 같아요. 그런 사람이 많을 필요는 없지만 꼭 있어야 해요. 개인적으로 친한 것과는 또 다른 관계일 텐데요. 그 관계가 일로만 맺어진 관계가 아니라 개인의 삶과 생각까지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한 것 같아요.
또 한 가지는 시간이에요. 의도적으로 일과 분리시켜 놓는 시간이 저에게는 필요합니다. 그게 산책일 수도 있고, 산행일 수도 있고, 여행일 수도 있는데요. 저는 시간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조급해지고, 일하기 싫어집니다. 의도적으로 시간을 비워두지 않으면 흘러가는 시간에 내가 흘러가버리는 느낌이 들어서요. 그래서 내가 만들어 놓은 비어있는 시간이 가장 필요합니다.
의도적으로 일과 분리해서 비워두는 시간이 필요하다
7. 지금까지 활동하는데 있어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은?
지금까지라고 하면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들은 20대 중반에 처음 비영리단체 일을 시작할 때 함께하는 시민행동에서 같이 일했던 사람들입니다. 젊은 시절에 조직을 함께 만들고, 비전과 사업을 계획하고, 재정의 어려움 등을 놓고 너무 오랜 세월 동안 싸우기도 많이 했는데요. 젊은 나이에 치기어린 말들도 많이 했는데 그걸 존중하고 수용해줬던 경험이 없었으면 그 일 오래 하지 못했을 겁니다. 제가 지금 지리산에 자리잡고 살고 있는 것도 그 분들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거예요. 20년도 훨씬 전인 2000년쯤, 서울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했으니 부분적인 재택근무를 용인해달라고 했을 때 흔쾌히 믿고 지지해줬기 때문에 가능했구요. 어째튼 한 순간의 결정이고 선택이지만 지금의 제 일과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분들입니다.
8. 개인적으로 올해 하고 싶은 것 한가지는?
앞서 이야기했듯이 나에게 필요한 것은 의도적으로 비워두는 시간이라고 했는데요. 제가 올해 지리산이음에서 버킷리스트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언급했는데요. 바다와 섬에 대해 이상하리 만큼 마음이 갑니다. 하나는 남해안 어느 섬에 가서 섬 전체를 한 번 걸어보는 것이구요. 또 하나는 해외 여행을 한 번도 가지 않았을 때 가장 먼저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곳이 오키나와입니다. 아마 ‘남쪽으로 튀어'라는 소설 영향 때문인 거 같은데요. 단체로 일 때문에 한 번 가본 적이 있긴 하지만 그 섬을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습니다.
9. 지리산이음에게 하고 싶은 말은?
모든 조직은 잘될 때도 있고, 못될 때도 있는데요. 자원이 부족하더라도 우리는 토닥과 들썩이라는 2개의 공간을 가지고 있고, 마을과 지리산이라는 아주아주 좋은 자연환경에 살고 있습니다. 이 공간과 지역이 마을 사람들, 지리산권을 포함한 전국의 활동가들에게 마음의 안식처와 같은 곳, 활동의 아지트와 같은 곳, 일하고 쉬고 배우고 교류하고 곳이 되도록 항상 초심을 유지하고 이 자리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10. 치앙마이에 오는 비영리 활동가에게 추천하고 싶은 장소나 활동이 있다면?
도이수텝까지 차를 타고 올라가는 것도 좋지만, 걸어서 올라가는 트레킹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걸어서 3시간 정도 시간이 걸리는데요. 차로 올라가면 그냥 관광지 한 곳을 볼 뿐이지만 걸어서 올라가면 올드시티를 거쳐, 치앙마이 대학을 거쳐, 산 속에 있는 작은 사원까지 보는데요. 치앙마이의 속살을 보는 느낌이랄까요. 치앙마이 여행객의 1% 미만만 경험할 수 있는 트레킹 코스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도이수텝까지 걸어가는 길
토닥부터 시작해서 지리산이음에서 일 한 지 12년째입니다. 지리산 자락인 이곳 산내면에 내려와서 살기 시작한 지는 20년이 되었구요. 오랫동안 지리산과 서울을 오가며 비영리단체와 공익재단, 사회적경제 조직에서 일했습니다. 한때는 IT와 비영리 활동을 연결하자는 생각으로 미디어나 인터넷, 기술과 관련된 일을 했는데 그 당시는 잠깐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꿈꾸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적인 것에 더 관심이 갑니다. 저는 지리산에서 도시와 시골을 연결하는 일, 활동과 활동가를 연결하는 일, 땅과 사람을 연결하는 일을 하면서 살려고 하는 조아신입니다.
#지리산 #아날로그 #연결
2023.5. 20년만의 지리산 종주
1. 이번 치앙마이 워케이션에 어떤 목적과 기대를 가지고 오셨나요?
아마 이번 치앙마이 워케이션에 가장 큰 기대를 가지고 온 사람 중의 한 명일 거예요. 오래 전부터 동료 활동가들과 함께 치앙마이에 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으니까요. 이번에는 함께 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고 싶어도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하기 쉽지 않은 것, 이게 과연 가능한 거야? 의미가 있는 거야?라는 의문을 품는 일이 실현되는 것 자체가 흥미롭습니다. 활동가들이 낯선 환경에서 낯선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과 경험에서 배우는 게 많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치앙마이 워케이션을 통해서는 비영리 활동가들이 해외에서의 교류와 배움의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경험과 에너지를 얻고 싶었습니다.
2. 2주간의 치앙마이 워케이션을 경험해보시니 어떤가요?
생각했던 것보다 치앙마이가 주는 인사이트가 있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도시의 생활 환경, 세계 각국에서 모인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각양각색의 문화, 로컬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먹거리와 볼거리까지. 한마디로 다양성이 치앙마이의 가장 큰 특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또한 18명이 모여서 각자의 일을 하면서 5번의 전체 모임과 2차례의 팀별 모임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시간이 있었는데요. ‘따로 함께’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번에 치앙마이에 온 사람들이 자기 동료와 후배들도 이런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된 것, 그런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 함께 노력해보자고 한 것도 좋았습니다.
워케이션 참가자 전체가 모인 첫번째 미팅
3. 지금까지 해외 여행 경험 중 가장 좋았던 곳은?
이번 치앙마이 여행이 가장 좋았습니다. 좋은 사람들, 좋은 볼거리와 먹거리, 그리고 이 여정에 대한 기대와 의미까지 생각한다면 치앙마이가 가장 좋았습니다. 치앙마이를 제외한다면 연수프로그램으로 가긴 했지만 유럽에 갔을 때가 기억납니다. 지속가능한 유럽 농업을 테마로 한 연수였는데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를 10여일 동안 둘러봤습니다. 농업에 대한 유럽 국가의 관점과 정책, 농부들의 삶과 이야기를 들어본 것도 좋았지만 유럽 농촌의 풍경 자체만으로도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4. 최근 나의 가장 큰 이슈나 관심거리는 무엇인가요?
결국 제가 일하고 있는 조직과 관련된 문제일 수밖에 없는데요. 이번 워케이션을 함께 온 사람들과 관련된 일이기도 합니다. 지리산이음이라는 조직이 생긴 지 10년이 넘어가고 있고, 중간에 몇 번의 변화가 있긴 했지만 어쩌면 지금이 진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가장 중요한 시기인 것 같아요. 소수의 상근활동가가 일을 하고, 이사진이나 조합원, 후원회원은 무조건 지지해주는 시기가 지난 10년이었다고 하면 앞으로는 이사진, 조합원, 협력파트너들과 함께 조직과 일을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그런 변화는 우리가 선택한 거니까요. 그 선택이 옳다고는 느끼지만 정말 잘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물음표입니다. 그 물음표가 느낌표가 될 수 있게 힘을 보태는 것, 그 힘을 보태는 구체적인 행동을 나의 위치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가 가장 큰 관심사입니다.
치앙마이에서 우연히 만난 제주곶자왈작은학교 문용포샘과 친구들
5. 활동하면서 제일 보람된 일과 어렵다고 느꼈던 순간은?
지리산이음에서 했던 일로만 따졌을 때, 제일 보람되었던 순간은 지금 우리 활동의 근거지가 되고 있는 토닥과 들썩을 완공했을 때입니다. 토닥은 처음 지리산에서 일을 시작할 때 마을 분들과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오픈했습니다. 그 때 정말 고마운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들썩의 경우 땅만 사놓고 아무런 계획없이 4년을 흘러보낸 후에 이 공간의 쓰임새를 기획하고, 설계하고, 공사하고, 마무리하는 1년의 과정이 끝났을 때, 지리산에서 해야 할 중요한 2가지 일을 드디어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정말 보람이 있었습니다.
어렵다고 느끼는 건 매 순간순간입니다. 결국 사람의 문제이고, 관계의 문제죠. 항상 좋은 이야기만 하고 싶고, 좋은 사람으로 평가 받고 싶지만 일을 하다 보면 그러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책임져야 하는 상황 때문에 조직에서, 마을에서, 우리의 관계망 내에서 거절해야 하는 상황, 싫은 소리를 해야 하는 상황, 욕먹더라도 결정해야 하는 상황들이 매번 어렵습니다. 또 지역에서 일하다 보면 주변으로부터 듣는 말도 많은데 그 말들을 속으로 간직해야 하는 일들도 어려운 일입니다. 오고 가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다 내뱉었을 때 또 다른 문제가 생겨난다고 생각하는 편이어서 듣고도 못들은 척하거나 전하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요. 그런 게 어렵죠.
6. 이런 일을 하기 위해서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람이 나이 들어도 변하지 않는 것은 이런 일을 하는 나를 믿고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사람인 것 같아요. 그런 사람이 많을 필요는 없지만 꼭 있어야 해요. 개인적으로 친한 것과는 또 다른 관계일 텐데요. 그 관계가 일로만 맺어진 관계가 아니라 개인의 삶과 생각까지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한 것 같아요.
또 한 가지는 시간이에요. 의도적으로 일과 분리시켜 놓는 시간이 저에게는 필요합니다. 그게 산책일 수도 있고, 산행일 수도 있고, 여행일 수도 있는데요. 저는 시간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조급해지고, 일하기 싫어집니다. 의도적으로 시간을 비워두지 않으면 흘러가는 시간에 내가 흘러가버리는 느낌이 들어서요. 그래서 내가 만들어 놓은 비어있는 시간이 가장 필요합니다.
의도적으로 일과 분리해서 비워두는 시간이 필요하다
7. 지금까지 활동하는데 있어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은?
지금까지라고 하면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들은 20대 중반에 처음 비영리단체 일을 시작할 때 함께하는 시민행동에서 같이 일했던 사람들입니다. 젊은 시절에 조직을 함께 만들고, 비전과 사업을 계획하고, 재정의 어려움 등을 놓고 너무 오랜 세월 동안 싸우기도 많이 했는데요. 젊은 나이에 치기어린 말들도 많이 했는데 그걸 존중하고 수용해줬던 경험이 없었으면 그 일 오래 하지 못했을 겁니다. 제가 지금 지리산에 자리잡고 살고 있는 것도 그 분들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거예요. 20년도 훨씬 전인 2000년쯤, 서울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했으니 부분적인 재택근무를 용인해달라고 했을 때 흔쾌히 믿고 지지해줬기 때문에 가능했구요. 어째튼 한 순간의 결정이고 선택이지만 지금의 제 일과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분들입니다.
8. 개인적으로 올해 하고 싶은 것 한가지는?
앞서 이야기했듯이 나에게 필요한 것은 의도적으로 비워두는 시간이라고 했는데요. 제가 올해 지리산이음에서 버킷리스트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언급했는데요. 바다와 섬에 대해 이상하리 만큼 마음이 갑니다. 하나는 남해안 어느 섬에 가서 섬 전체를 한 번 걸어보는 것이구요. 또 하나는 해외 여행을 한 번도 가지 않았을 때 가장 먼저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곳이 오키나와입니다. 아마 ‘남쪽으로 튀어'라는 소설 영향 때문인 거 같은데요. 단체로 일 때문에 한 번 가본 적이 있긴 하지만 그 섬을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습니다.
9. 지리산이음에게 하고 싶은 말은?
모든 조직은 잘될 때도 있고, 못될 때도 있는데요. 자원이 부족하더라도 우리는 토닥과 들썩이라는 2개의 공간을 가지고 있고, 마을과 지리산이라는 아주아주 좋은 자연환경에 살고 있습니다. 이 공간과 지역이 마을 사람들, 지리산권을 포함한 전국의 활동가들에게 마음의 안식처와 같은 곳, 활동의 아지트와 같은 곳, 일하고 쉬고 배우고 교류하고 곳이 되도록 항상 초심을 유지하고 이 자리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10. 치앙마이에 오는 비영리 활동가에게 추천하고 싶은 장소나 활동이 있다면?
도이수텝까지 차를 타고 올라가는 것도 좋지만, 걸어서 올라가는 트레킹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걸어서 3시간 정도 시간이 걸리는데요. 차로 올라가면 그냥 관광지 한 곳을 볼 뿐이지만 걸어서 올라가면 올드시티를 거쳐, 치앙마이 대학을 거쳐, 산 속에 있는 작은 사원까지 보는데요. 치앙마이의 속살을 보는 느낌이랄까요. 치앙마이 여행객의 1% 미만만 경험할 수 있는 트레킹 코스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도이수텝까지 걸어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