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자 인터뷰안연정/아랑 (빠띠) / #기술 #콜렉티브 #커뮤니티


길 찾기를 좋아하는 사람. 이십 대에 ‘도시에서 소비자로서만 존재하는 삶을 전환하기 위한 생활 생산시스템’ 을 구상하던 중 버려지는 재료와 도구들을 공유하는 공공 제작소 시나리오를 구상하게 되었어요. 제작소의 지속 가능한 운영 전략의 하나로 지역의 유휴공간을 활용하고자 했고요. 조사 과정에서 방치된 구) 마포 석유 비축기지를 발견하고, 비공식 점유를 시작했어요(2010년). 이후 서울시가 발표한 문화비축기지 조성 사업에 대항하며 시민들과 함께 아래로부터 제안하고 개발하는 장소만들기 프로젝트인 '비빌기지'(2015-2022))를 발의하게 되었어요. 개인적으로 이 과정은 시장 논리와 부동산 개발에 압도되지 않고 자립할 수 있는 개인 레벨과 커뮤니티 레벨에서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해법을 찾는 일이었어요. 이를 계기로 서울특별시 청년허브의 센터장을 맡아 3년간 청년들이 자기 기반을 가지고 새로운 삶의 경로를 만들어 가는 일을 지원하게 되었고요. 


현재는 빠띠에서 일하고 있어요. 빠띠는 열린 기술(Civic Tech)로 시민 주도의 혁신을 촉진하여 공동의 기반(커먼즈)을 조성한다는 비전을 가진 조직입니다. 저는 빠띠에서 전략 총괄로 일하고 있어요. #기술 #콜렉티브 #커뮤니티




일하는 아랑




1. 이번 치앙마이 워케이션에 어떤 목적과 기대를 가지고 오셨나요?

세 가지 기대가 있었어요. 하나는 2주라는 시간 동안 함께 치앙마이에서 생활하게 될 멤버들과 지낼 시간과 나눌 대화고요. 다른 하나는 워케이션 가능성 확인이에요. 빠띠는 리모트 워크(원격 근무)를 기본 일방식으로 채택하는 조직이에요. 현재도 일본, 제주에서 거주하며 활동하는 크루들이 있죠. 저를 비롯한 빠띠 크루들이 사는 곳, 사는 방식, 일하는 방식과 관련한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기 바래요. 그런 맥락에서 이번 치앙마이 워케이션에서는 ‘치앙마이에서 일하면서도 원활한 협업이 가능할까?’ 를 실험하고자 했습니다. 마지막은 개인의 회복이에요. 일과 나 그리고 반려 생명 돌봄을 비롯한 생활 노동 마지막으로 나를 돌보던 시스템에서 일과 나를 돌봄 두 가지만 놓고 생활하는 시간에 대한 기대가 있어요. 




2. 2주간의 치앙마이 워케이션을 경험해보시니 어떤가요?

기대 이상의 시간이었어요. 겨울에 남쪽 나라에서 지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따뜻한 도시에서 매력적인 멤버들과 교류하고, 일하는 시간이 즐거웠어요. 치앙마이는 한국과 2시간 시차가 있어서 오전 7시 하루 업무를 시작했는데요. 아직 어둠이 다 가시지 않은 시간 숙소에서 나와 일하고, 어둠이 찾아오기 전 업무를 끝내고 동네를 산책하거나 수영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좋았어요. 업무 몰입도도 높았어요.  저녁이 되면 치앙마이 멤버들과 식사를 하고 맥주 마시며 웃고 떠드는 시간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여러모로 환기와 긍정적 에너지를 충전하며 전환을 모색하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아름다운 치앙마이, 맛있는 치앙마이, 신나는 치앙마이, 일하기 좋은 치앙마이 곳곳을 공유해준 멤버들 덕분에 충만한 시간이었어요. 




멤버들 따라 아침 요가




3. 지금까지 해외 여행 경험 중 가장 좋았던 곳은?

베를린이요. 목공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제작소에서 활동할 때는 해외에 나가면 가구, 생활 도구, 거리의 사물들, 사람들 사는 모습 관찰하는 것에 더해 만나고 싶었던 제작자나 디자이너, 제작소 등을 방문하는 것이 출장과 여행의 대부분이었어요. 여행을 위해 계획을 세우는 일이 익숙지 않기도 하고요. 아무튼 해외 경험 중 가장 좋았던 곳은 베를린인데요. 도시가 보유하고 있는 생활 기술, 시민 기술, 이 기술을 지지하는 공공 인프라가 훌륭하다고 생각했어요. 시민에게 선택권을 주고, 시민들이 선택한 삶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함께 개발하는 사회라는 인상. 동물과 함께 사는 삶을 지지하는 제도와 문화도 기억에 남아요.




4. 최근 나의 가장 큰 이슈나 관심거리는 무엇인가요?

내가 하는 일을 해상도 높게 설명하고 싶어요. 새로운 언어가 필요한 일이기도 하고, 개발한 언어를 효과적으로 설명하고, 대중적으로 소개하는 일도 필요해요. 두 번째는 내가 일하는 생태계에 필요한 자원을 만드는 일이에요. 자원을 만드는 일은 자원을 유치하는 일도 있겠지만,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창의적인 시도를 실현하는 크라우드 펀딩과 사회문제 해결과 팬 활동 그리고 팬덤을 연결하는 방법 등에 관심 있어요.




숙소 밖 첫 외출날_올드시티




5. 지금 본인이 하고 있는 일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빠띠에서 제 역할은 최고전략책임자입니다. 빠띠 비전, 빠띠가 하는 일(하려는 일)을 안팎으로 뾰족하게 소개합니다. 그리고 전략 차원에서 논의하는 파트너 협업을 관리합니다. 자원 조달을 위한 시도와 일종의 연구도 합니다. 빠띠가 하는 일은 시민 참여와 협력을 촉진하는 열린 기술(Civic Tech)을 개발하여 다양한 공익 활동과 실험 경로를 만드는 일입니다. 시민들의 집단지성과 협력은 변화를 만든다는 신뢰를 가지고 38명의 개발자와 기획자들이 활동하고 있어요. 공유 가능한 기술, 모두를 위한 적정한 기술을 개발하고 활용하려면 많은 자원이 필요합니다. 자원은 돈과 시간, 사람, 공간 그리고 좋은 조직 문화고요. 이런 자원을 시민들과 함께 만드는 전략, 국내외에서 유치하는 전략을 짜고 있어요.




6. 현재 하고 있는 일은 어떤 동기와 계기로 시작했나요?

주어진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소비하는) 삶이 아니라 내 삶의 방식을 스스로 만들고 싶었던 20대 활동과 연결되어요. 자기 삶을 디자인하기 위해 필요한 자립 기술, 협력 기술, 협업을 위한 커뮤니티를 만들며(혹은 참여하며) 30대를 보냈어요. 목공 기술과 디지털 기술은 다를 것 같지만, 자립과 협력을 위해 함께 공유하고 개발하는 기술 차원에선 공통점이 많아요. 청년허브 활동이 두 기술 사이의 경로를 만들어 주었고요. 빠띠와는 청년허브에서 일할 때 AYARF(아시아 청년 연구활동가 펠로우십)라는 프로그램을 함께 만들며 인연이 생겼어요. 저는 이 프로그램을 론칭하던 2020년부터 디지털 기술, 시민 데이터, 시빅 해커 등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네요.



도이인타논 트래킹



7. 지금까지 일/활동하면서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은?

저는 사람에게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영향을 준 사람이 많죠. 좋은 선배들, 또래 친구들, 후배들 생각나는 사람이 많아요. 그렇지만 ‘가장 큰’이라고 전제한다면, 놀이짱에서 함께 일하고 놀이짱을 이어받았던 후배가 생각나네요. 목공을 정직한 노동이라 말했던 사람이에요. 함께 일할 때 제가 참 많이 혼났거든요. 청년허브 센터장 임기 끝나고 안식년을 가질 때 자연스럽게 지난 활동을 회고하게 되더라고요. 긴장을 만들지 않는 대화와 소통 방식에 대해서도 그에게 많이 배웠구나. 돌이켜보니 그에게 받은 피드백이 결국 좋은 리더와 좋은 조직을 만들기 위한 질문과 과제였단 것을 알게 되었죠. 또한 그때는 우리가 하는 일의 해상도를 높이고, 매력적으로 소개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시간들이 즐거웠어요. 그런 즐거움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해요. 그때 저는 좋은 리더가 아니었어요. 너무 미숙했죠. 좋은 리더, 안전한 동료가 되어주는 것에 대한 피드백, 안전하고 창의적인 일터를 만드는 데 필요한 요소와 역할에 대한 대화가 지금의 저를 만들고 있어요.




8. 앞으로 꼭 해보고 싶은 일, 정말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

홍대앞 기획자 - 업사이클링 제작소 제작자이자 창업가- 중간지원조직 대표- 디지털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자 협동조합 구성원으로 소개할 수 있는 제 커리어에서 다음이 뭘까 생각하고 있어요. 잘하는 일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고, 하고 싶은 일, 꼭 이루고 싶은 일을 찾아서 도전하는 것도 중요하다 생각해요. 저는 자연스럽게 성장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해 왔어요. 24년에는 목표를 세우고 성실하게 노력하며 성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열린 자세를 취하고 싶어요. 



일하는 아랑 & 현택 센터장님




9. 지리산이음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음은 제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응답하는 조직이자 사람들이 있는 곳이에요. 매력적인 초대와 좋은 사람들의 환대, 그리고 따뜻한 산내 마을이 있었어요. 지리산 이음과 연결된 관계와 활동이 좋은 경험이자 큰 자산이 되었어요. 어느새 나도 누군가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응답하고 싶은(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어요. 또 더 나아가 지리산 이음에서 확장된 관계들이 생겼어요. 언제든 부르면 달려갈 수 있는, 언제든 초대하고 싶은 관계들. 제게 일종의 주머니가 생긴 거죠. 응답하는 주머니, 곁을 내주는 주머니, 초대하는 주머니랄까요? 그리고 이 주머니는 점점 커지고 있고요. 지리산 이음에게 가장 감사하는 부분이에요. 이 주머니를 소중히 여기며 잘 키워볼게요.




10. 치앙마이에 오는 비영리 활동가에게 추천하고 싶은 장소나 활동이 있다면?

치앙마이 대학이요. 멋진 호수가 있어요. 저는 치앙마이의 나무를 비롯한 식물들이 기억에 남아요. 그런 맥락에서 도시 전체가 매력적이고 골목 곳곳에 매력적인 나무와 식물들이 있는데요. 치앙마이 대학은 조금 정리된 그리고 규모 있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어요. 




치앙마이대학 호수 아침 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