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변화기록원[함양][변화의 소리] “아이 가슴에, 마을 안에 좋은 씨앗을 심어요” - 함양군 유림면 삼삼오오 행복 마을학교

2022-04-20

 

 

“아이 가슴에, 마을 안에 좋은 씨앗을 심어요”

변화의 소리 ① : 함양군 유림면 <삼삼오오 행복 마을학교> 삼인방을 만나다 

 

글 / 자야

 

 

앞에는 임천이 푸르게 일렁이고, 옆으로는 장항리 너른 들이 펼쳐져 있다. 또 뒤로 돌면 꽃처럼 아름답다는 이름을 지닌 화촌마을 너머로 화장산 봉우리가 손에 잡힐 듯 환하다. 학교가 이 모든 풍경 안에 자리한 덕분에, 아이들은 사시사철 자연을 가까이 보고 느끼며 성장해간다. 바로 함양군 유림면에 있는 유림초등학교 이야기다.

 

 

대부분의 시골 마을이 소멸 위기에 처해 있고 면(面)을 통틀어 하나뿐인 초등학교가 언제 문을 닫아도 이상하지 않은 세상이 되어버렸지만, 다행히 유림초는 상록수 같은 아이들이 내뿜는 생기와 활력으로 싱그럽다. 그리고 그 뒤에는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움직이는 어른들이 있다. 아이들과 ‘놀아주는’ 대신 같은 눈높이에서 어울려 ‘노는’ 이 어른들을 가리켜 주변에서는 <삼삼오오 행복 마을학교(이하 삼삼오오)>라 부른다. 그중에서도 가장 잘 놀기로 유명한 삼인방, 박영생(삼삼오오 현 대표) · 박희정(유림초 학부모회 대표) · 유영옥(삼삼오오 작년 대표)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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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삼오오 행복 마을학교의 박영생, 박희정, 유영옥

 

 

 

이곳에서 만난 건 우연보다 ‘인연’

 

세 사람 중 가장 먼저 유림면에 들어온 박희정 씨. 알고 보니 그이는 이곳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로 유림초 졸업생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외지 생활을 시작한 그가 결혼 후 아이를 낳아 키우다 고향으로 회귀한 사연을 듣다 보면, 산란기에 멀고 험한 바다를 거슬러 강으로 돌아오는 연어의 이야기가 겹쳐진다. 뜬금없는 상상만은 아니다. 아이를 낳기 위해서는 아니지만 제대로 키우기 위해 돌아온 것이므로. 

 

 

“여기서 보낸 시간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서 아이들에게도 그런 기억과 추억을 심어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도시에서는 아이들 간에 성적 경쟁이 심하잖아요. 부모가 다들 학원에 보내니까 우리 아이는 같이 놀 친구가 없는 거예요. 나만 안 보내는 게 왠지 불안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남편과 아이 셋 데리고 부모님이 살고 계신 시골로 왔어요. 그게 벌써 7년이 됐네요.” (희정)

 

 

고향 덕분에 귀촌 결정이 “빠르고 쉬웠던” 희정 씨와 달리, 시골 어디에도 연고가 없던 영옥 씨는 여기저기 발품을 팔다가 들어온 경우다. 블로그를 통해 이곳 유림면을 발견하고는 어느 날 혼자 찾아와 기웃거리던 영옥씨를 한눈에 ‘찜’한 이가 희정 씨와 유림초 전 학부모 부부였다니, 귀가 솔깃해진다. 

 

 

“4년 전 귀촌을 생각하던 차에 이곳을 알게 되어 보러 왔어요. 그때 희정을 만났는데 집도 알아봐 주고 같이 밥도 먹어주고 하는 거예요. 거기에 마음이 확 꽂혔다고 해야 하나. 생판 모르는 나를 누가 또 이렇게 잡아줄까 싶더라고요. 그래도 나름 ‘밀당’하느라고 한번 생각해보겠다 하고 돌아왔는데, 바로 이튿날 전화해서 ‘저 갈게요’ 했죠.(웃음)” (영옥)

 

 

시골에서의 삶을 스스로 선택한 두 사람과는 달리, 박영생 씨는 5년 전 유림교회 목사로 부임 받으면서 이곳에 들어왔다. 그러나 시골살이에 대한 거부감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그의 눈엔 특별할 것 없는 흔한 마을 풍경이 아름답게만 보였다고.

 

 

“2018년 10월에 이사를 왔어요. 한창 벼가 익어갈 때였는데 교회에서 보는 장항리 들판이 온통 황금빛이더라고요. 시골에서 자라서 그런지 그게 참 편안하고 따뜻하게 보였어요. 그때 큰애만 중학생이고 밑으로 두 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 3학년이었거든요. 자연히 다른 학부모들을 만나게 되고 그러면서 물 흐르듯 연결되었지요.” (영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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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놀이를 하고 있는 어린이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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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놀이를 하고 있는 어린이들의 모습

 

 

 

“우리는 이미 마을학교를 하고 있었어요” 

 

몇 년 터울로 유림면에 자리잡은 세 사람은 유림초 학부모로 엮이면서 금세 가까워졌다. 여기에 더해 ‘마을학교’라는 공인된 명패를 달기 전부터 아이들과 함께하는 활동에 적극적이었다는 공통점도 지닌다. 

 

 

“아이가 유림초에 다니기 시작한 게 2016년인데 그 전부터 이미 학부모들이 활동을 하고 있더라고요. 방학 때 애들 불러다 밥해서 나눠 먹고, 전교생이 조를 짜서 친구 집에서 1박 2일 생활해보는 프로그램도 하고, 여름이면 학교 앞 임천에서 같이 물놀이도 하고요. 그런 활동이 해마다 학부모들을 통해 계속 이어져 왔어요.” (희정)

 

“아이들 상황을 보면 조손가정이나 한부모가정, 다문화가정이 많고, 또 부모들이 대개 맞벌이에요. 학교 마치고 집에 갔을 때 아이를 맞아줄 어른이 없는 거죠. 그러다 보니 몇몇 학부모 중심으로 아이들과 어떻게 놀아볼까 해서 시작한 활동이 지금껏 계속된 게 아닌가 싶네요.” (영생)

 

 

집에 가도 딱히 말을 걸어주거나 같이 놀 사람이 없어 텔레비전과 게임에만 붙들려 있는 아이들. 학교 급식이 없는 방학이면 집에서 어떻게 끼니를 때울지 걱정되는 아이들. 어른과 건강하고 즐거운 관계를 맺을 기회가 별로 없는 아이들. 유림초 학부모들의 움직임은 아마도 이런 환경에 처한 아이들을 품는 데서 비롯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선한 관행으로 이어져 ‘돌봄’과 ‘놀이’가 결합된 문화로 자리잡기까지는 오랜 시간과 많은 이들의 노력이 필요했을 터다. 

 

 

“엄마들 서너 명이 ‘오늘 우리 놀자’ 하면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쫙 모여요. 특별한 걸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노는 거예요. 뜀뛰기도 하고 다방구도 하고. 마을학교라는 이름을 단 건 작년이지만, 그 전부터 우리는 이미 마을학교를 하고 있던 거라 생각해요.” (영옥)

 

 

학부모들 스스로 만들고 이어온 활동을 다양한 놀이 연수와 학습 프로그램 등으로 뒷받침해준 건 함양교육지원청이었다. 세 사람은 교육지원청이 준비한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더 ‘잘’ 노는 방법을 익히며 자신감을 쌓아갔다. 마을학교에 대한 개념을 습득하고 폭넓은 사례들에 비추어 그동안 해온 활동을 돌아보는 시간도 가졌다. 그런데도 막상 2021년 초에 학교협력형 마을학교 공모가 시작되자 선뜻 지원서를 제출하기는 망설여졌다고. 

 

 

“돈 받고 예전처럼 자유롭게 놀 수 있을까? 다들 그 점을 걱정했어요. 그래도 까짓거 한번 해보자고 해서 삼삼오오가 만들어졌죠.” (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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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놀기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 어린이들과 마을교사

 

 

삼삼오오, 그저 ‘다 같이 재미나게’ 노는 곳  

 

 

아이는 놀이를 통해 삶의 즐거움을 얻고 관계 형성에 필요한 지혜를 터득하며 또 창의성도 꽃피울 수 있다고, 많은 이들이 말한다. 삼삼오오 구성원들도 어쩌면 이런 주장에 고개를 끄덕일지 모른다. 다만 그들은 아이들과 노는 자리에서 교훈과 의미를 앞세워 놀이를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반대로 그런 건 다 잊고 그저 ‘다 같이’ ‘재미있게’ 놀자고 한다. 그들이 내민 손을 아이들이 덥석 잡는 이유는 아마도 이 때문이 아닐까.

 

 

“아이들이 재미있게 놀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자, 우리는 그거 하나로 마을학교를 시작했어요. 그런 계기와 시간을 자꾸 만들어서 즐거운 추억을 심어주자고요. 그러면 아이들이 커서 이곳을 떠나더라도 나중에 언제든 다시 돌아올 수 있고 의지할 수 있는 기반이 되어주지 않을까 생각해요.” (영생)

 

 

삼삼오오가 작년에 벌인 활동은 아닌 게 아니라 각종 놀이로 꽉 차 있다. 모래 만지고 놀기, 물총 쏘며 놀기, 마을 길 따라 걸으면서 놀기, (핼러윈데이에) 얼굴 분장하고 놀기, 밀사리(동네 주민이 길러준 밀을 불에 그을려 먹는 것) 하며 놀기, 그리고 아무런 소재나 주제 없이 그냥 ‘막’ 놀기. 아이들이 이 모든 놀이에 항상 열광했던 건 아니다. 개인 성향에 따라, 학년에 따라 반응은 다 달랐다. 인기를 끄는 놀이가 있는가 하면, 예상보다 시원찮은 것도 있었다. 그러나 개인의 호불호와 무관하게 아이들은 마을학교 어른들이 깔아준 놀이판에 늘 ‘진심’이었다. 마치 그것이 훗날 자신들에게 더없이 귀한 추억으로 남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듯. 

 

 

이처럼 삼삼오오가 유림초 아이들의 ‘놀이 친구’가 되기까지는 세 사람뿐 아니라 다른 학부모들, 그리고 졸업생 부모들을 포함해 많은 지역 주민의 적극적인 관심과 격려가 있었다. 누가 ‘마을교사’고 아닌지를 굳이 따지는 게 무색할 만큼 다들 삼삼오오 구성원이자 후원자로 제 몫을 해주었다. 이에 힘입어 삼삼오오는 올해도 역시나 놀이를 중심으로 마을학교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자연, 나무, 지구, 요리, 놀이. 이렇게 다섯 테마로 나누었는데 알고 보면 다 기승전 놀기예요.(웃음) 우리는 프로그램 걱정은 안 해요. 방과후교실은 기능적으로 뭔가 배우는 걸 중시하지만 마을학교는 그게 아니잖아요. 무슨 무슨 자격증을 내세우지 않아도 아이들과 잘 놀면 그만이죠. 오히려 고민은 서류 작성하고 예산서 짜고 이런 데서 생겨요. 작년에는 학교와 마을학교 간에 생각 차이가 커서 그거 맞추느라 좀 힘들었어요.” (영옥)

 

 

학교협력형 마을학교였던 작년과 달리, 2022년에는 함양군이 ‘행복교육지구’가 되면서 마을학교들이 학교의 행정 지침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게 가능해졌다. 물론 써야 할 서류는 여전히 많고, 지켜야 할 규정과 지침도 만만치 않다. “돈 받고 자유롭게 놀”기에는 아직 넘어서야 할 것이 많아 보인다. 다만 행복교육지구가 지자체와 교육청과 지역사회가 수평적인 관계로 만나 아이들이 행복해지는 교육을 함께 모색하고 실천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인 만큼, 앞으로는 현장에서 일하는 마을학교 교사들의 숨통을 터주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조금은 기대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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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사리를 하고 있는 어린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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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사리를 하고 있는 어린이들

 

 

 

아이를 중심에 놓고 서로 찬찬히 다가선다면       

 

 

최근 들어 유림초 학부모와 학생 수가 늘고 있는 것도 삼삼오오 마을학교에 일고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다. 작년에 유림초가 ‘경남 작은학교 살리기’ 대상 학교로 선정되면서 네 가구가 마을 빈집을 수리해 들어왔고, 4월 말이면 LH 임대주택과 일반 주택으로 여덟 가구 정도가 추가 입주할 예정이다. 적지 않은 수의 새로운 사람들을 맞아들이게 된 이 상황을, 삼삼오오 구성원들은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당연히 환영하죠. 그런데 보통은 밖으로 드러난 부분만 보고 오시는 분이 많기 때문에 유림초나 마을학교 활동에 대해 약간은 환상을 갖고 있진 않을까 싶기도 해요. 또 우리는 아이들이 그냥 자연스럽게 놀기를 바라지만, 생각이나 추구하는 바가 다른 분도 있을 테고요. 이런 건 시간을 두고 차차 맞춰가는 수밖에 방법이 없는 것 같아요.” (희정)

 

“우리의 공통분모가 아이들이니까 거기에 무게중심을 싣고 같이 자주 만나면서 소통하면 웬만한 건 해결되지 않을까요?” (영생)

 

 

백 사람이 있으면 백 가지 관점이 있는 게 당연하기에 섣불리 일치와 화합을 말하진 않는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관계하는 일은 이론을 논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것도 안다. 그래도 “아이를 중심에 놓”고 “시간을 충분히 가지”면서 찬찬히 다가가면 분명 길이 생길 거라 믿기에, 삼삼오오는 조급해하거나 미리 걱정하는 대신 서로 자연스럽게 스며들 때까지 기다릴 뿐이다. 

 

 

“저는 아이가 하나다 보니까 알게 모르게 내 아이를 먼저 생각하는 이기적인 면도 있었어요. 그런데 여기 와서 다른 사람들이 내 애 니 애 분별하지 않고 ‘모두의 아이’로 돌보는 것을 보면서 의식이 바뀌었어요. 또 교육지원청에서 하는 모임이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시선이 더 넓어지는 걸 느껴요. 맞아, 함양군 아이들이 다 우리 아이들이지. 그러다 대한민국으로, 세계로 그렇게 점점 확장되는 거야.(웃음) 코로나를 계기로 인류가 다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게 드러났잖아요. 다른 아이들이 불행한데 내 아이만 행복할 수는 없는 거죠. 이런 점을 놓치지 않는다면 서로 달라도 마을학교를 함께 해나가는 데는 문제 없을 것 같아요.” (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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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놀이를 하고 있는 어린이들의 모습

 

 

 

‘온’ 마을이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모두의 아이’를 강조하는 영옥 씨의 말을 듣자니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금언이 떠오른다. 최근 지나칠 만큼 자주 언급되는 탓에 오히려 의미가 퇴색한 느낌이지만, 그럼에도 마을학교의 정신을 보여주는 데 아직은 이만한 표현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궁금했다. 삼삼오오는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온 마을이 의미하는 건 다양한 관계가 아닐까요? 그중에는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덜 좋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느 쪽에서든 다 배울 게 있다고 생각해요. 또 한 사람이 건강하게 자라려면 부모의 사랑뿐 아니라 조부모, 형제자매, 이웃의 사랑도 필요하잖아요. 그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게 마을이고, 마을이 그 역할을 잘 수행하도록 마을학교가 존재하는 거라고 봅니다.” (영생)

 

“목사님 말처럼 우리 집 아이들은 여기 와서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관계를 맺기 시작했어요. 인사도 잘하고 가끔 요청하시는 일들을 도와드리기도 하면서요. 이게 부모가 예뻐하는 거랑은 또 다르더라고요. 마을공동체의 다양한 관계 속에서 관심과 사랑을 받을수록 아이들의 삶이 더 단단해진다고 할까요. 마을학교는 결국 마을이라는 공동체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것 같아요. 아이들을 같이 돌보고 책임지는 삼삼오오의 활동으로 마을공동체가 더 오래 가고 지켜지면 좋겠어요.” (희정)

 

 

 

삼삼오오(三三五五)란 서넛, 혹은 대여섯 사람이 함께 여기저기 다니거나 무슨 일을 하는 모양을 나타낸다. 영옥 씨가 보리출판사에서 펴낸 국어사전을 한장 한장 넘겨 가며 골랐다는 이 낱말이 유림면 마을학교를 대표하는 이름이 되고부터, 그들은 이름에 담긴 뜻 그대로 여럿이 몰려다니며 마을 이곳저곳에 흔적과 자취를 남겨왔다. 학교 교실과 운동장에, 동네 밀밭과 감자밭에, 한적한 길가 정자와 공터에, 그리고 야생생물들의 보금자리라는 임천 물속에까지. 

 

 

그러고 보니 마을은 단지 사람만이 아니었다. 아이들과 함께한 모든 장소, 모든 시간까지도 마을이었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는 그러므로 마을을 이루는 모든 공간과 시간과 사람이 필요한 게 아닐까. 그 속에서 성장한 아이 내면에 뿌려진 좋은 씨앗이 언젠가는 꽃이 되고 나무가 되어 스스로를 살리고 다른 무언가를 보듬으리라 믿기에, 삼삼오오는 오늘도 여럿이 몰려다니며 무슨 일을 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글쓴 사람. 자야

나에게 기록이란, 먼저 다가가 말 걸고 온 마음을 기울여 듣고 나를 앞세우지 않고 쓰는 것. 올해는 이 어려운 일을 해보려 한다. 이런 나를 조금은 칭찬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