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2018-2023 활동백서 기고문]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가 일으킨 변화 / 유지선

2025-02-23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가 일으킨 변화

유지선 / 남원 지역협력파트너 (2018-2019), 작은변화활동가 (2020-2023)



첫 만남은 ‘우연’이었다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와 시작을 함께했다. 그리고 여전히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벌써 7년째이다. 처음 만남은 ‘우연’이었다. 2017년에 나는 남원 아이쿱생협에서의 오랜 활동을 정리하고 쉬고 있는 중이었다. 생협에서 활동할 때도 생협 안에서만 활동을 했기 때문에 내가 아는 사람들과 활동 범위는 극히 제한적이었다. 남원의 지역 활동에 관심이 없었고 당연히 지역 활동가들도 몰랐다. 그런 내게 아름다운재단과 지리산이음이 함께 하는 사업을 연결해 준 사람이 당시 생협의 감사였던 오관영 선생님이었다. 새로운 것을 찾고 있던 내게 새로운 제안이 들어온 것이다. 타이밍이 좋았다.


센터가 생기기 전, 남원뿐만 아니라 지리산권 활동가들이 모여 지리산권에서 어떤 활동을 기대하는지 얘기 나누고, 각 지역에서 의견을 모았다. 그때만 해도 모든 게 막연하고 뜬구름 잡는 것 같았다. 반면 설렘과 기대가 있었다. 그때가 딱 그랬다. 



든든한 ‘지원’


3~4개월 준비 과정을 거쳐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라는 이름으로 외형을 갖췄다. 지리산권 5개 지역 남원, 구례, 하동, 함양, 산청 활동가들이 한 명씩 모여 센터와 함께 활동을 시작했다. 남원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과 단체를 하나도 모르는 내가 첫 번째 선택한 활동은 그들을 알아보는 것이었다. 나는 새로운 사람 만나 얘기하는 걸 좋아하기에 힘들이지 않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렇게 새로운 사람과 단체를 만나 그들을 연결해서 ‘남원 작은변화포럼’이 탄생했다. 포럼을 꾸리는 과정 중에 막막할 때, 고민될 때, 힘들 때 센터와 의논했다. 센터의 든든한 ‘지원’ 중 하나였다. 



남원 작은변화포럼은 특별했다


남원 작은변화포럼은 내겐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다. 나의 첫 지역 활동이었고, 5~6년간 지속된 남원의 첫 공익단체 네트워크였다. 작은변화포럼은 지역에서 지금까지 해보지 못했던 활동들을 이어갔다. 소셜 다이닝, 시의회 모니터링, 국회의원 후보자 토론회, 시장 후보 정책제안, 여성의 날 기념 행사, 416 세월호 참사 추모식 등. 굵직한 활동들 덕분에 무거운 단체가 되었다. 결국 이 무게 때문에 더 오래 지속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5~6년간 한 달에 한 번씩 꼬박꼬박 만났고 지역의 공익 활동을 알아가고 서로 연결되는 좋은 경험을 하였다. 작은변화포럼은 이후에 한 가지 목표를 공유하는 단체들의 네트워크가 다양하게 생길 수 있도록 좋은 영향을 끼쳤다. ‘헤쳐 모이기’가 된 것이다. 


지역에서 첫 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되어 주었고 작은변화포럼이라는 특별한 경험을 갖게 해준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는 내게 이런 곳이다. 



# 활동비

남원 지역협력파트너로서 6년을 활동하면서 첫 번째 변화는 활동비를 매달 받았다는 점이다. 성과와 결과를 따지지 않고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센터는 활동비를 매달 지급했다. 이는 센터와 활동가 사이가 신뢰를 바탕으로 한 관계임을 보여주었다. 그동안은 활동비 없이 활동하는 게 일상이었고 활동비를 준다고 해도 일시적 프로젝트(사업)의 일환으로 활동비를 받았다. 이에 비해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의 재정적 지원은 작은 변화가 아니고 큰 변화였다. 물론 지금까지는 공익단체들이 재정적으로 여력이 없어 활동비를 지급하고 싶어도 지급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자원봉사 같은 활동이 당연하게 여겨졌고, 활동비 지급을 얘기하기 어렵거나, 활동비 얘기가 나왔을 경우, 활동가답지 않다는 시선을 받아야 했다. 센터는 활동가에게 활동비 지급이 당연하다는 인식을 환기해 주었다. 


# 사람에게 투자

활동비 지원은 사람에게 투자한다는 센터의 방향을 잘 보여주었다. 사실, 기업이나 단체에서도 모두 사람에게 투자한다고 말은 한다. 하지만 사업이 이루어지면서 점점 사람은 희미해지고 일만 남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센터는 활동가들에게 활동비를 매달 지급하였고, 활동비뿐만 아니라 활동가들의 활동을 돕기 위한 사업비도 지급하였다. 그 외에도 활동가 역량 강화 프로그램, 교육비 지원 등 활동가 발굴과 활동가의 활동 지원, 성장을 위해 아낌없이 지원했다. 


# 연결 

남원 지역에서 작은변화포럼을 통해 단체와 사람이 연결될 수 있었고 센터를 중심으로 지역과 지역이 연결될 수 있었다. 남원의 공익단체와 활동가들을 전혀 몰랐던 내가 작은변화포럼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시작과 과정, 방향과 방법을 함께 의논할 수 있었던 센터 덕분이다. 그뿐만 아니라, 단체를 찾아갔을 때, 단체 간의 네트워크를 제안했을 때, 선뜻 승낙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센터의 뒷배(?) 덕분이라 생각한다. 


# 따로 또 같이

각 지역 활동은 지역의 특성과 협력파트너의 관심 영역에 따라 달랐다. 청소년 공간, 개발 이슈, 네트워크 형성, 새로운 공동체 조직 등. 활동가들의 주 활동 영역이 다를 수는 있지만, 하나의 활동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비슷한 활동을 다른 지역에서 진행할 때 센터가 중심이 된 네트워크 자체가 도움이 되었다. 좋은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 협력하기도 하고, 고민을 의논하기도 하면서 연결되어 있는 느낌을 받았다. 협력파트너들은 각자의 지역에서 활동하다가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서로의 활동을 공유하고 정보를 나누고 응원과 격려를 주고 받았다. 또한 1년에 한 번씩은 지역의 활동가들이 다 함께 모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였다. 함께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함께 모였을 때 연결되어 있다고 느꼈다. 


# 경계를 과감히 수용하는 유연성

공익을 추구하는 단체에서 하는 사업, 특히 공모 지원사업 선정 시 공익이냐, 아니냐의 기준이 모호할 때가 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경계에 있는 활동들이 있다. 이렇게 보면 공익 같고, 저렇게 보면 아닌 것 같은. 그럴 경우 센터의 기준이 궁금했다. 보통의 경우, 센터라는 이름을 가진 조직은 보수적 기준을 가지는데,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의 경우는 달랐다. 이 활동으로 인해 지역의 변화를 불러올 수 있으리라 기대되면 경계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활동일지라도 과감히 수용했다. 그런 포용력과 유연성이 센터의 특별한 성격 중 하나였다.


# 다양한 변화 시도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라는 이름만큼이나 시스템 자체에도 ‘변화’를 많이 주었다. 공모 사업도 매번 방법을 달리해보고, 활동가를 선정할 때도 사람 수에 변화를 주기도 하고, 기록활동가를 선정하기도 하고, 다른 지역의 활동가를 지리산권에서 활동하게 하는 시도를 해보는 등. 심지어 센터와 함께 활동하는 지역 활동가 이름도 지역협력파트너에서 작은변화활동가를 거쳐 네트워크 활동가로 바뀌었다. 다양한 시도였다고 생각하고 조직이 유연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모든 시도들이 경험이 되어 앞으로 센터의 방향을 잡고 가장 잘 맞는 활동을 찾는 데 일조하리라 기대한다.


# 기록의 중요성

센터는 지역의 사람들을 찾아서 인터뷰하고, 활동을 기록으로 남기고, 책으로 엮었다. 2022년부터는 기록활동가를 선정하여 지역의 사람과 활동을 기록하였다. 남겨진 기록을 볼 때마다 우리의 활동이 휘발되지 않고 쌓이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작업이었다.


# 고유의 색깔

센터의 활동을 색깔로 표현하자면 꼭 찍어 표현할 순 없지만, 어쨌든 지리산권에서는 가져보지 못한 독특한 색깔을 가지고 있다. 지역의 중간지원조직과 비슷하리라 생각했지만, 예상을 뛰어넘었고 지역의 공익단체와도 달랐다. 그 이유는 앞에서 얘기한 센터의 특징이 모두 합쳐져서 그런 결과를 낳았으리라. 그만그만한 단체 가운데, 독특하게, 다른, 세련된 조직이 있어 좋다.


# 공간의 중요성

2021년에는 ‘들썩’이란 공간이 생겼다. 공간은 ‘모일 수 있는 곳’이란 의미 이상인 것 같다. 들썩이 오픈하면서 더 자주 모이게 되고 활동들이 축적되는 느낌을 받았고 하고 싶은 일들을 꿈꿔볼 수 있게 되었다. 센터가 확실한 센터(center, 중심)가 될 수 있는 안정적 기반이 되고 있다. 



센터는 앞서 열거한 특징을 가지고 지역에 변화를 일으키고 영향을 주고받았다. 이름대로 ‘지리산’에서 ‘변화’를 일으키며 ‘지원’을 하는 역할에 충실했다. 개인적 견해로는 작은 변화가 아닌 큰 변화였다고 생각한다. 한 시즌을 마치면서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고 시작하는 단계에서 어떤 변화를 줄지 기대된다.


그리고, 변화의 시간에, 자리에 내가 함께 참여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 2018-2023 활동백서


아름다운재단과 지리산이음이 함께 만드는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이하 지리산센터)는 전남 구례군, 전북 남원시, 경남 산청군, 경남 하동군, 경남 함양군의 시민사회와 함께 지역에 필요한 작은변화를 이끌어내는 사람들과 공익활동을 지원해왔습니다. 2023년을 끝으로 아름다운재단의 지리산센터 지원이 종료됨에 따라 지난 6년간 지리산센터가 진행해 온 다양한 활동을 돌아보며,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그 의미를 되새기는 활동백서를 제작했습니다.


본 활동백서를 통해 지난 6년간 지리산작은변화지원센터를 관심있게 지켜봐주시고 응원해주신 분께 감사 인사를 전하며, 민설민영 지원조직인 지리산센터의 활동 경험이 지리산권 및 전국 시민사회 생태계 전반에 의미있는 사례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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