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변화베이스캠프 들썩에서 4회(6월, 7월, 9월, 10월)에 걸쳐 2023년 지리산쌀롱을 진행합니다.
지리산쌀롱은 지리산 안팎의 활동가들이 모여 지역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교류하는 자리입니다.
올해는 "지리산X○○지역"을 테마로 지리산과 다른 지역을 연결하는 다리를 만들고자 합니다.
각 지역을 거점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분들을 초대하여 그 지역에 대한 설명을 듣고, 변화의 경험을 나누고, 꿈꾸는 지역의 미래를 상상해 봅니다.
지리산작은변화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지리산쌀롱은 지리산 안팎의 활동가들이 모여 지역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교류하는 자리다. 특히 올해 진행되는 지리산쌀롱은 “지리산 X○○”을 주제로 지리산과 다른 지역을 연결하는 다리를 만들고자 시도한다.
10월 27일 작은변화베이스캠프 들썩에서 진행된 이번 지리산쌀롱은 경주시 토함산 아래의 ‘신촌서당’의 경주피터를 모시고 “이것이 인디인디”를 주제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것이 인디인디!
인디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인디음악은 사실 음악적 장르라기보다는 제작과정의 분류로 시작했다. 음악을 만들고 유포하는 과정에서 기업이나 거대 자본의 지원을 받지 않는 독립적인 음악은 점점 하나의 경향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는 인디영화(주로 독립영화라고 부름)도 같다. 경향을 띠는 하나의 장르가 된 것이다.
인디는 이번에 들썩을 방문한 경주피터의 가장 중요한 아이덴티티이기도 하다.
“제가 홍대 앞에서 20살 이후부터 20년을 뮤지션으로 살았는데 제 소개 앞에 인디를 붙이더라고요. 싱클레어라는 잡지를 1999년에 만들고 펴내고 있는데 잡지도 인디. 영화를 한 번 제작한 적이 있는데 인디 다큐 영화. 이번 강연 주제를 정할 때도 이것이 인디인디….”
경주피터가 인디 음악의 성지와도 같은 홍대를 떠나려고 마음먹은 것은 아이의 탄생이었다.
“제가 20대부터 공연하러 다니면 어느 지역을 가도 정말 환대를 받았어요. 지역의 중요한 장소에서 공연하면 그 지역의 사는 모습들도 보이고 좋아 보이기도 했어요. 그래서 언젠가는 지역에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홍대라는 곳이 옛날에 음악하고 예술 활동하기에 되게 좋은 곳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가족이랑 살기에도 좋은 곳인가 생각해보면 의문이 들었어요.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게 됐고 이왕 내려가는 거 빨리 내려가자 생각하게 됐어요.”
이쯤 되면 인디가 숙명 같은 사람, 경주피터. 지역을 정할 때도 인디로부터 인디인 지역을 정하게 됐다.
“좋은 기억이 있었던 곳을 쭉 봤고 리스트를 작성해서 보는데 벌써 이미 정착한 사람들이 다 해놔서 내가 할 게 없을 거 같은 기분인 거예요. 그래서 좋은 기억이 있었던 곳이 아니라 내가 안 가본 데를 찾다가 경북을 떠올렸어요. 여기엔 인디 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이 별로 없을 테니까 '블루오션이겠다'….”
본격적으로 지방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두 달 정도 스페인 세비야로 여행을 떠났다. 지역에서 하고 싶은 일은 여행을 통해 많은 아이디어를 얻게됐다. 세비야에서도 경주피터 부부는 하루에 한 번이나 두 번 정도 늘 공연을 봤다. 나중에 세어보니 숙소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공연장이 16곳이나 있었다.
“우리가 갔던 곳만 16곳이니 훨씬 더 많은 공연 공간이 있겠죠. 집에서 걸어가서 다양한 공연을 즐기며 자라난 사람이 음악가가 되고 예술가가 됐을 때 가지는 모습이 너무나 단단할 수밖에 없겠구나!”
경주피터는 이 여행을 통해 누군가의 단단한 예술적 기반이 될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품게 됐다.
피터에서 경주피터로. 경주에 애정을 갖게 된 사연은?
경주 여행 중 우연하게 발견한 괘릉초등학교. 우리가 살게 될 수도 있는 이 공간의 학교는 어떤 분위기일까 궁금한 마음에 이방인 입장으로 구경을 갔다.
“제가 소심한 편이어서 누구냐고 물어보면 어떤 대답을 해야 할까 고민하면서 들어갔거든요. 그런데 ‘누구세요?’, ‘어디에서 오셨어요?’ 이런 질문도 없이 바로 수육 한 접시를 저희에게 주셨어요. 맥주 두 캔이랑. ‘오셔서 앉으세요’해서 가서 앉아서 운동회를 구경했어요.”
의문의 환대를 경험하며 운동회를 구경하게 됐다.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6학년 친구들까지 장거리 계주를 뛰는 모습. 유치원 애들이 방향도 모르고 우왕좌왕할 때 선생님이 방향을 잡아주고 많은 가족이 한마음으로 활기차게 응원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 아이는 이런 데서 키우면 좋겠다. 이런 학교에서 키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방인으로 참가한 운동회에서 학부모 줄다리기에 참석하게 됐다. 기타 연주를 위해 아끼는 손이라 그저 시늉만 하려고 했던 걸 몸살이 날 정도로 열정적으로 참여했다.
“거의 마흔까지 홍대 앞에서 살다가 갑자기 경주로 이주했다는 것에 대단한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상상을 주변이 많이 하겠는데 사실은 이 운동회와 그날 만난 환대. 그런 작은 이유였겠다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 시기 경주피터는 경주로 내려가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겨레신문에 칼럼 연재를 했다. 그 칼럼을 통해 괘릉초등학교 중심으로 활동하는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었고 5년째 그 학교가 폐교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해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런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저희가 갔을 때 그렇게 마을 사람들 모두 모인 잔치 같은 분위기가 될 수 있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교류하면서 이야기를 풀어갔어요.”
활동가들의 인디 문화공간, 그리고 서당?
그렇게 만들어진 경주피터의 공간 신촌서당. 경주 시내와는 거리가 조금 먼 불국사 밑에 자리를 잡았다. 인디문화공간의 이름이 서당이 된 이유는 책모임을 좋아했던 그의 오랜 목표였기 때문이다.
“한자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책모임을 하는 서당이에요. 책을 같이 있고 이야기를 나누는 서당.”
서울에서 오랜 기간 진행한 책모임의 노하우를 가지고 신촌서당의 책모임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오랜 기간 책모임을 진행하며 책모임하기 좋은 책들을 엄선하게 되고 검증된 책 리스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다른 많은 책모임들이 좋은 책 읽을 욕심에 서울대 고전 200선 등 검증된 것처럼 보이는 리스트를 뽑아와요. 일부는 1990년대 만든 리스트에다 리뉴얼도 안 하고 있거든요. 각 학과에서 한 권씩 뽑은 거여서 선정한 교수님도 다 안 읽어봤을 법한 책이 200권 선정되어있는데 그런 책을 읽기 시작하면 책모임 수명이 짧아지는 거죠. 신촌서당에서 책모임을 진행하면서 책모임을 두 번 이상 했던 책. 그중에 반응이 좋았던 책만 모은 리스트. 그게 신촌서당 고전 100권이에요. 책이 쉽게 절판되기도 해요. 그러면 눈물을 머금고 리스트에서 빼거든요. 그렇게 빠진 절판된 책 50권 리스트가 따로 있어요.”
대학 4년 동안 고전도서 100권을 읽는 대학으로 유명한 미국의 세인트존스 대학. 한국 불교문화를 간직한 불국사 아래의 신촌서당을 동양의 세인트존스 대학으로 만들고 싶은 목표가 있다.
“서양의 고전 읽기 프로그램들은 보면 첫 책이 대부분 정해져 있어요. 일리아드 오디세이. 서양에서는 문명의 시초인 그리스 문화 책을 처음으로 읽는 것 자체가 자신의 지적 소양을 쌓아가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거죠.”
고민 끝에 마련된 신촌서당의 고전100권 첫 책은 <자산어보>다. 자산어보는 조선대에 지은 어류백과사전이다.
“저의 원대한 목표는 토함산 불국사가 있는 우리 신촌서당이 세인트존스 대학의 동양 분교 비슷한 게 되어서 서로 교류하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는 거였어요. 지금 그 목표를 잡았던 것과 다르게 불국사 권역이 아무도 안 오는 폐허가 되어버리고 그래서 아쉽지만, 그런 목표를 설정하고 상상하는 게 이런 프로그램을 유지하는 게 큰 힘이 됐던 것 같아요.”
책모임을 많이 진행할 때는 책모임을 동시에 24개까지 진행할 정도로 신촌서당의 책모임은 인기가 많다. 한 책모임은 7년째 지속하고 있다.
“책모임이 많아지고 레퍼토리가 떨어져서 새로운 책을 찾아 나서는 책모임을 만들기도 했어요. 모임에 적합한 책을 검증하고 그런 책을 제공하고 책모임을 진행하면서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인디 문화의 '블루오션'인 줄만 알았는데.......
마을에도 축제가 있다. 인디 불모지에 인디 문화를 꽃피우기 위해 기타를 들고 나갔던 마을 축제장에서는 각설이 품바가 서태지고 BTS였다. 밸리댄스와 색소폰 연주로 이어지는 마을 축제 환경은 인디 씨앗이 꽃피울 수 없는 곳이었다.
“블루오션인 줄 알았는데 블랙오션이었어요.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마을 중심으로 마을 놀이 학교를 계획했어요. 제가 기타 연주를 잘 할 수 있으니까 기타를 알려주고요. 저희 밴드에 래퍼가 있어서 마을에서 랩 수업을 진행했어요. 아이들이 놀면서 배울 수 있는 놀이 학교를 만들게 된 거죠.”
순환 경제 마켓도 신촌서당 중심으로 문화가 형성됐다.
“버리기는 아깝고 벼룩시장 같은 곳에 나가기는 아까운데 나는 안 쓰는 그런 물건을 중심으로 물물교환하는 자리를 마련하자는 의미에서 1년에 두 번씩 순환 경제 마켓을 하고 있는데요. 벌써 한 10번 이상 진행된 행사예요. 음악과 마을이라는 행사도 매년 두 번씩 하고 있어요.”
직업도 인디, 만든 것도 쓰는 것도 인디, 사는 곳도 인디(중에서 또 인디), 경험도 인디, 인디 외길인생 경주피터. 주류라고는 볼 수 없는 그의 인생이 만들어온 인디 문화는 주류 사회에서는 품을 수 없는 세심하고 다양한 가치와 문화적 인프라까지 제공하고 있다. 이젠 경주에 대한 '콩깍지'가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활동명도 이미 '경주피터'로 바꿨다. 이번 지리산쌀롱을 통해 신촌서당을 중심으로 튼튼하게 뿌리내리고 있는 인디문화가 얼마나 지역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있는지, 경주피터가 만드는 경주의 인디문화는 어떤 경향의 장르인지. 불국사 아래 신촌서당에 그 비밀이 담겨있다.
2023 지리산쌀롱
작은변화베이스캠프 들썩에서 4회(6월, 7월, 9월, 10월)에 걸쳐 2023년 지리산쌀롱을 진행합니다.
지리산쌀롱은 지리산 안팎의 활동가들이 모여 지역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교류하는 자리입니다.
올해는 "지리산X○○지역"을 테마로 지리산과 다른 지역을 연결하는 다리를 만들고자 합니다.
각 지역을 거점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분들을 초대하여 그 지역에 대한 설명을 듣고, 변화의 경험을 나누고, 꿈꾸는 지역의 미래를 상상해 봅니다.
지리산작은변화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지리산쌀롱은 지리산 안팎의 활동가들이 모여 지역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교류하는 자리다. 특히 올해 진행되는 지리산쌀롱은 “지리산 X○○”을 주제로 지리산과 다른 지역을 연결하는 다리를 만들고자 시도한다.
10월 27일 작은변화베이스캠프 들썩에서 진행된 이번 지리산쌀롱은 경주시 토함산 아래의 ‘신촌서당’의 경주피터를 모시고 “이것이 인디인디”를 주제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것이 인디인디!
인디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인디음악은 사실 음악적 장르라기보다는 제작과정의 분류로 시작했다. 음악을 만들고 유포하는 과정에서 기업이나 거대 자본의 지원을 받지 않는 독립적인 음악은 점점 하나의 경향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는 인디영화(주로 독립영화라고 부름)도 같다. 경향을 띠는 하나의 장르가 된 것이다.
인디는 이번에 들썩을 방문한 경주피터의 가장 중요한 아이덴티티이기도 하다.
“제가 홍대 앞에서 20살 이후부터 20년을 뮤지션으로 살았는데 제 소개 앞에 인디를 붙이더라고요. 싱클레어라는 잡지를 1999년에 만들고 펴내고 있는데 잡지도 인디. 영화를 한 번 제작한 적이 있는데 인디 다큐 영화. 이번 강연 주제를 정할 때도 이것이 인디인디….”
경주피터가 인디 음악의 성지와도 같은 홍대를 떠나려고 마음먹은 것은 아이의 탄생이었다.
“제가 20대부터 공연하러 다니면 어느 지역을 가도 정말 환대를 받았어요. 지역의 중요한 장소에서 공연하면 그 지역의 사는 모습들도 보이고 좋아 보이기도 했어요. 그래서 언젠가는 지역에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홍대라는 곳이 옛날에 음악하고 예술 활동하기에 되게 좋은 곳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가족이랑 살기에도 좋은 곳인가 생각해보면 의문이 들었어요.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게 됐고 이왕 내려가는 거 빨리 내려가자 생각하게 됐어요.”
이쯤 되면 인디가 숙명 같은 사람, 경주피터. 지역을 정할 때도 인디로부터 인디인 지역을 정하게 됐다.
“좋은 기억이 있었던 곳을 쭉 봤고 리스트를 작성해서 보는데 벌써 이미 정착한 사람들이 다 해놔서 내가 할 게 없을 거 같은 기분인 거예요. 그래서 좋은 기억이 있었던 곳이 아니라 내가 안 가본 데를 찾다가 경북을 떠올렸어요. 여기엔 인디 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이 별로 없을 테니까 '블루오션이겠다'….”
본격적으로 지방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두 달 정도 스페인 세비야로 여행을 떠났다. 지역에서 하고 싶은 일은 여행을 통해 많은 아이디어를 얻게됐다. 세비야에서도 경주피터 부부는 하루에 한 번이나 두 번 정도 늘 공연을 봤다. 나중에 세어보니 숙소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공연장이 16곳이나 있었다.
“우리가 갔던 곳만 16곳이니 훨씬 더 많은 공연 공간이 있겠죠. 집에서 걸어가서 다양한 공연을 즐기며 자라난 사람이 음악가가 되고 예술가가 됐을 때 가지는 모습이 너무나 단단할 수밖에 없겠구나!”
경주피터는 이 여행을 통해 누군가의 단단한 예술적 기반이 될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품게 됐다.
피터에서 경주피터로. 경주에 애정을 갖게 된 사연은?
경주 여행 중 우연하게 발견한 괘릉초등학교. 우리가 살게 될 수도 있는 이 공간의 학교는 어떤 분위기일까 궁금한 마음에 이방인 입장으로 구경을 갔다.
“제가 소심한 편이어서 누구냐고 물어보면 어떤 대답을 해야 할까 고민하면서 들어갔거든요. 그런데 ‘누구세요?’, ‘어디에서 오셨어요?’ 이런 질문도 없이 바로 수육 한 접시를 저희에게 주셨어요. 맥주 두 캔이랑. ‘오셔서 앉으세요’해서 가서 앉아서 운동회를 구경했어요.”
의문의 환대를 경험하며 운동회를 구경하게 됐다.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6학년 친구들까지 장거리 계주를 뛰는 모습. 유치원 애들이 방향도 모르고 우왕좌왕할 때 선생님이 방향을 잡아주고 많은 가족이 한마음으로 활기차게 응원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 아이는 이런 데서 키우면 좋겠다. 이런 학교에서 키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방인으로 참가한 운동회에서 학부모 줄다리기에 참석하게 됐다. 기타 연주를 위해 아끼는 손이라 그저 시늉만 하려고 했던 걸 몸살이 날 정도로 열정적으로 참여했다.
“거의 마흔까지 홍대 앞에서 살다가 갑자기 경주로 이주했다는 것에 대단한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상상을 주변이 많이 하겠는데 사실은 이 운동회와 그날 만난 환대. 그런 작은 이유였겠다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 시기 경주피터는 경주로 내려가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겨레신문에 칼럼 연재를 했다. 그 칼럼을 통해 괘릉초등학교 중심으로 활동하는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었고 5년째 그 학교가 폐교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해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런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저희가 갔을 때 그렇게 마을 사람들 모두 모인 잔치 같은 분위기가 될 수 있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교류하면서 이야기를 풀어갔어요.”
활동가들의 인디 문화공간, 그리고 서당?
그렇게 만들어진 경주피터의 공간 신촌서당. 경주 시내와는 거리가 조금 먼 불국사 밑에 자리를 잡았다. 인디문화공간의 이름이 서당이 된 이유는 책모임을 좋아했던 그의 오랜 목표였기 때문이다.
“한자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책모임을 하는 서당이에요. 책을 같이 있고 이야기를 나누는 서당.”
서울에서 오랜 기간 진행한 책모임의 노하우를 가지고 신촌서당의 책모임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오랜 기간 책모임을 진행하며 책모임하기 좋은 책들을 엄선하게 되고 검증된 책 리스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다른 많은 책모임들이 좋은 책 읽을 욕심에 서울대 고전 200선 등 검증된 것처럼 보이는 리스트를 뽑아와요. 일부는 1990년대 만든 리스트에다 리뉴얼도 안 하고 있거든요. 각 학과에서 한 권씩 뽑은 거여서 선정한 교수님도 다 안 읽어봤을 법한 책이 200권 선정되어있는데 그런 책을 읽기 시작하면 책모임 수명이 짧아지는 거죠. 신촌서당에서 책모임을 진행하면서 책모임을 두 번 이상 했던 책. 그중에 반응이 좋았던 책만 모은 리스트. 그게 신촌서당 고전 100권이에요. 책이 쉽게 절판되기도 해요. 그러면 눈물을 머금고 리스트에서 빼거든요. 그렇게 빠진 절판된 책 50권 리스트가 따로 있어요.”
대학 4년 동안 고전도서 100권을 읽는 대학으로 유명한 미국의 세인트존스 대학. 한국 불교문화를 간직한 불국사 아래의 신촌서당을 동양의 세인트존스 대학으로 만들고 싶은 목표가 있다.
“서양의 고전 읽기 프로그램들은 보면 첫 책이 대부분 정해져 있어요. 일리아드 오디세이. 서양에서는 문명의 시초인 그리스 문화 책을 처음으로 읽는 것 자체가 자신의 지적 소양을 쌓아가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거죠.”
고민 끝에 마련된 신촌서당의 고전100권 첫 책은 <자산어보>다. 자산어보는 조선대에 지은 어류백과사전이다.
“저의 원대한 목표는 토함산 불국사가 있는 우리 신촌서당이 세인트존스 대학의 동양 분교 비슷한 게 되어서 서로 교류하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는 거였어요. 지금 그 목표를 잡았던 것과 다르게 불국사 권역이 아무도 안 오는 폐허가 되어버리고 그래서 아쉽지만, 그런 목표를 설정하고 상상하는 게 이런 프로그램을 유지하는 게 큰 힘이 됐던 것 같아요.”
책모임을 많이 진행할 때는 책모임을 동시에 24개까지 진행할 정도로 신촌서당의 책모임은 인기가 많다. 한 책모임은 7년째 지속하고 있다.
“책모임이 많아지고 레퍼토리가 떨어져서 새로운 책을 찾아 나서는 책모임을 만들기도 했어요. 모임에 적합한 책을 검증하고 그런 책을 제공하고 책모임을 진행하면서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인디 문화의 '블루오션'인 줄만 알았는데.......
마을에도 축제가 있다. 인디 불모지에 인디 문화를 꽃피우기 위해 기타를 들고 나갔던 마을 축제장에서는 각설이 품바가 서태지고 BTS였다. 밸리댄스와 색소폰 연주로 이어지는 마을 축제 환경은 인디 씨앗이 꽃피울 수 없는 곳이었다.
“블루오션인 줄 알았는데 블랙오션이었어요.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마을 중심으로 마을 놀이 학교를 계획했어요. 제가 기타 연주를 잘 할 수 있으니까 기타를 알려주고요. 저희 밴드에 래퍼가 있어서 마을에서 랩 수업을 진행했어요. 아이들이 놀면서 배울 수 있는 놀이 학교를 만들게 된 거죠.”
순환 경제 마켓도 신촌서당 중심으로 문화가 형성됐다.
“버리기는 아깝고 벼룩시장 같은 곳에 나가기는 아까운데 나는 안 쓰는 그런 물건을 중심으로 물물교환하는 자리를 마련하자는 의미에서 1년에 두 번씩 순환 경제 마켓을 하고 있는데요. 벌써 한 10번 이상 진행된 행사예요. 음악과 마을이라는 행사도 매년 두 번씩 하고 있어요.”
직업도 인디, 만든 것도 쓰는 것도 인디, 사는 곳도 인디(중에서 또 인디), 경험도 인디, 인디 외길인생 경주피터. 주류라고는 볼 수 없는 그의 인생이 만들어온 인디 문화는 주류 사회에서는 품을 수 없는 세심하고 다양한 가치와 문화적 인프라까지 제공하고 있다. 이젠 경주에 대한 '콩깍지'가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활동명도 이미 '경주피터'로 바꿨다. 이번 지리산쌀롱을 통해 신촌서당을 중심으로 튼튼하게 뿌리내리고 있는 인디문화가 얼마나 지역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있는지, 경주피터가 만드는 경주의 인디문화는 어떤 경향의 장르인지. 불국사 아래 신촌서당에 그 비밀이 담겨있다.
글 | 최학수 (주간함양)
사진 | 최학수 (주간함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