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거림을 발견하다 2023 기록활동을 마무리하며 인터뷰어 / 서유경(602) 인터뷰이 / 지읒이응 정리 / 정진이 하동에 귀촌한 지 4개월 된 백말띠 서유경이라는 친구가 지읒이응을 인터뷰했다. 한 해를 보내는 회고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갈팡질팡하던 지읒이응은 뭔가 새로운 시각으로 하동을, 우리를 바라보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귀촌하자마자 우리와 함께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는 유경이 떠올랐다. 그녀라면 작은변화의 사업을 잘 이해하고, 우리의 기록 활동도 꼼꼼히 돌아볼 수 있겠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602 2023년 어떻게 보냈나요? 이응 시간이 순삭됐어요. 희망적인 일도 절망적인 일도 있었지만 일단 책방을 지역 사회에 내놓아서 의미 있는 한 해가 되지 않았다 생각해요. 뭔가 새로운 게 많이 시작되는 해였는데, 함께한 사람들과의 연대가 너무 단단해서 망해도 망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우당탕탕하면서도 시작을 잘 해냈으니 올해는 시작한 일들을 잘 진행하는 일이 남았죠. 책임감을 조금 더 가지고 해나가야 하지 않나 생각해요. 지읒 격동의 한 해가 아니었나... 저는 이응과 성향이 좀 반대여서 한꺼번에 많은 일을 벌이지 않는 스타일이에요. 재작년에 이응과 급격히 친해지면서 삶에 큰 변화가 일어났죠. 한라산 등반부터 쌉가능 정신으로 마라톤도 도전하고, 차 따기, 협동조합, 책방까지. 서로를 만나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이죠. 재작년부터 사람들에게 마음을 좀 열자는 다짐을 했었는데, 그래서 이로운 궁리 팀도 만나고, 협동조합도 시작하고, 기록 활동도 시작하게 되었죠. 정신은 없었지만 재밌고 뜻깊은 한 해였어요. 이응 다채로운 한해였다! 602 지읒은 어떻게 확 열게 됐어요. 마음을? 지읒 항상 내 기준을 가지고 사람을 만나고 판단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하동에 내려와서 살게 됐는데, 구름마에서 일하면서도 늘 내 방식대로 살았던 것 같아요. 그러다 구름마를 그만두고, 마을공방 두니에 식물공방을 열면서 좀 다르게 살고 싶었던 것 같아요. 판단하지 말고, 일단 마음을 활짝 열어보자고 그냥 다짐했어요. 신기하게도 그러고 나서 정말 많은 인연이 생겼고, 이번에 개인적인 일로 도움이 필요한 일들이 있었는데, 그 인연들 덕분에 해낼 수 있었죠. 감동적이었어요. 사람들을 만나게 되니까 일이 자꾸 생기고, 그 일 때문에 또 사람을 알게 되고. 이응 일도 많이 했지만 노는 것도 정말 열심히 했잖아요. 하고 싶었던 서핑도 하고, 갈비뼈도 부러지고. 하하하
인터뷰를 맡은 귀촌 4개월차 서유경 602 기록 활동은 어떻게 진행됐나요? 이응 작년 초 기록 활동을 시작할 때는 하동 함께 활동인 갈사만 재자연화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그 기록을 하려고 했었어요. 이런저런 사정으로 그 작업을 꾸준히 함께 하지 못해서 우리 주변에 눈을 돌려 방향을 다시 잡았죠. 지읒 저는 따로 활동 하는 팀을 인터뷰 하고 싶었어요. 먼지가 진행하는 동동이네는 두 번 정도 원고를 썼는데, 다른 팀들은 거의 못했어요. 동동이네를 두 번이나 기록한 건, 동동이네가 하동 활동가들이 다 모이는 자리여서 따로 기록하지 못한 부분들을 알 수 있기 때문이었고요. 일거양득. 하하하. 그리고 따로 활동과는 관계없지만, 호기심이 생기는 청년들, 하동에 뭔가 작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 같은 친구들을 인터뷰 했어요. 602 하동 함께활동은 어떻게 맺음 됐나요? 이응 ‘갈도를 기록하다’라는 기록집을 냈어요. 그 안에 하동주민생활사 연구회가 일 년 동안 갈사만 주민들을 만나서 했던 인터뷰가 담겼고요. 울고 웃었던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기록 영상도 나왔고요. 602 꾸준히 노력하신 것들이 열매가 맺어져서 뿌듯하셨을 것 같아요. 지읒 갈사만 재자연화 프로젝트(?)는 십 년 정도를 보고 시작했어요. 가장 먼저 그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을 알아가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하동주민생활사연구회라는 단체가 만들어졌고요. 정말 꾸준히 열심히 하셨어요. 처음에는 서먹하고 그랬을텐데, 마지막쯤에는 많이 가까워진 것 같더라고요. 일 년 정도 그곳에 살아보고 싶다고 하신 활동가들도 있었어요. 이응 작년에는 작은변화지원센터에서 사업비를 지원받아서 시작하는데 큰 도움이 됐고요. 앞으로도 여러 단계의 일들을 진행해야 하는데 조금 걱정스러운 게 사실이에요. 다행히도 올해 파타고니아에서 지원하는 사업에 선정됐다고 해요. 작년 사업비로 취지에 맞게 씨앗을 심어서 발아한 상태가 된 것이 좋은 지원처와 좋은 단체가 만나서 좋은 일을 하게 된 바람직한 모델이었다고 생각해요. 사실 지켜보면서도 이렇게까지 하신다고?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도 아닌데, 이렇게 뛰어들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하다는 생각도 했고요. 602 기록 활동 초반에 꿈틀거림을 찾아다닐 거라고 했더라고요. 해보니 어떤 것이 움트던가요? 지읒 우리만 해도 많이 꿈틀거렸고, 밖에서 보면 별거 아닐지 몰라도 이런책방, 빨간무마켓 등 해보려는 시도 자체가 이곳을 좀 더 살만한 곳을 만드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인터뷰했던 사람 중에 수진씨라고, 적량에서 나마스떼라는 숙소를 운영하는 친구가 있어요. 적량복지센터에 있는 카페 다온 운영자이기도 하고요. 그곳에 제로웨이스트 숍이 있다고 해서 찾아갔었어요. 이음장이라는 장터도 열고요. 제가 보기에 이음장은 물건을 사고 판다기 보다는 작은 공동체 같았어요. 특히 청년들이 많이 참여했더라고요. 마음을 나누고, 재능을 나누고, 즐겁게 즐기고. 그런 활동들이 보기가 좋았어요. 젊은 사람들이 어디 숨어있었는지 모르지만, 많이 보이더라고요. 그동안 심심했겠다 싶었어요. 각자의 일들은 있겠지만, 소통하고 싶은 게 사람의 본능이니까. 그런 게 꿈틀대고 숨 쉬는구나... 이응 하나의 개체들이 모여서 새로운 의미 있는 일이 태어나는 게 뜻깊었어요. 체력없는 체육대회를 5월 원고에 썼는데, 면마다 면민 체육대회를 하지만 청년들은 참여하기가 힘든 분위기예요. 그래서 청년들이 주인공이 되는 체육대회를 해보자! 하고 2022년에 다른파도 친구들이랑 이야기 했어요. 회의도 기획 단계부터 재밌었어요. 실제로 체육대회 현장에서 삶의 근심·걱정 없이 정말 어린이들처럼 재밌게 놀았던 것 같아요. 주변에서도 우리 기사를 보고 부러워하던 걸요? 매계마을 안에서 체육대회를 했는데, 어르신들과 함께한 것도 뜻깊었어요. 원래는 일로서만 만났던 친구들인데 같이 놀아본 것도 처음이에요. 이런 게 우리에게 필요했구나. 무용해 보일지라도, 그런 일들을 하는 게 의미가 있구나 생각했죠. 지읒 체력없는 체육대회 때, 마을 분들도 많이 오셨어요. 같이 티셔츠 입고 즐기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더라고요. 그런 자리가 너무 낯설기도 했겠지만, 생기가 넘치는 거예요. 결국 건강한 마을이란 여러 연령대가 어울려 사는 거 아닌가... 이응 꿈같은 날이었어요. 다른파도가 힘을 많이 썼죠. 마치 도시 청년들에게 “한시라도 빨리 귀촌해라. 자칫 망설이다가는 재밌는 일이 다 지나간다.”고 외치는 것 같았죠.
지읒이응 두 사람 602 아, 재밌는 일을 다 놓친 게 너무 아쉬워! 602 기록 활동으로 만난 사람 중에 서로 연결해주고 싶었던 사람들 있어요? 나는 그림 그리시는 삼수어머니 만나고 싶어요. 이응 그분 내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 나는 삼수 어머니 그림을 선물 받고 싶어요. 독학으로 그림을 시작하셨는데, 그림이 정말 멋있어요. 우리 공간에서 작품전시회하고 그러면 재밌겠다. 602 기록 활동하면서 다른 작업으로 이어진 적이 있나요? 이응 책방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책방 오픈 과정을 작은변화에서 알게 됐고 다른 지자체에서 관심을 가져주셨어요. 산청에서 단체로 견학을 오기도 했고요. 두니 공간 자체도 부러워하고요. 이런 아지트가 있으면 좋겠다는 말씀들을 하시더라고요.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좋았어요. 지읒 올해 작은변화센터에서 지역 탐방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하동 프로그램에 마을공방 두니가 있었어요. 책방 구경도 하시고 단풍나무 아래에서 차도 마시고, 다른 공방들도 둘러보고 했죠. 이응 하동 가이드였음 내가. 지읒 재작년에 프로젝트활동가로 참여했었는데, 작년 기록 활동가로 활동하면서 다른 지역 활동가를 만날 기회가 더 많았던 것 같아요. 센터에서 그런 기회를 많이 만들려고 노력도 많이 한 것 같고요. 재작년에 얼굴만 알던 분들이 이제는 이름도 매칭(?)이 되고, 반갑게 인사도 나눌 수 있는 사이 정도는 되었죠. 그래서 들썩에 가도 낯설지 않고, 더 푸근하게 느껴지고 했어요. 602 가장 감정이 많이 동요했거나, 많은 생각이 들었던 작업이 있을까요? 이응 내가 쓴 글을 많이 봤어요. 그때 기분을 느끼려고 많이 읽었던 것 같아요. 기록을 할 수 있어서, 그 행위 자체가 좋았어요. 작년 한 해는 기록 활동을 하기가 좋은 한 해였던 것 같아요. 지읒 여름에 했던 ‘동동이네’가 생각나요. 먼지가 했던 따로 활동이었는데, 정말 더운 날, 빨간무마켓 하는 날이었어요. 빨간무마켓 워터밤이었죠. 물총싸움하고, 물풍선 던지고 하는 분위기에서 단풍나무 그늘 아래 활동가들이 모여 앉아 이야기 나눴던 장면이 잊혀지지 않아요. 이응 축제 분위기에서 했고, 이 계기에서 서로 연결되는 것을 보는 장이었던 것 같아요. 지읒 하동 활동가들이 꽤 많더라고요. 이렇게 지역에 애정을 가진 분들이 많구나 싶었고,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는 분위기가(말은 안 했지만) 느껴졌어요. 지역 활동가들하고 많이 친해진 것도 큰 소득이에요. 서로 행사에 우정 출연도 해주고요. 책방의 VIP들이십니다. 하하하. 지읒이응 마음을 여는 한해였다! 602 장을 만드느라 바빴네. 이응 우리 문제가 있을 때 같이 고민해주시고,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602 이 활동은 작년으로 끝인가요? 아쉬운 점이 있을까요? 이응 못하게 된다면, 작년 한 해라도 한 것이 다행이었다 싶어요. 지읒 같이 해서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같이 쓰는 건도 있었는데 그것도 재밌었어요. 마감을 맨날 못 지킨 게 아쉽고요. 신뢰의 하동을 외쳤는데 불신의 하동이 된게... 따로 활동을 많이 취재하고 싶었는데 궁금한 사람들 만나지 못한 것도 아쉽고요. 이응 밖에 나가서 새로운 사람들 많이 만나고 싶었는데, 너무 우리 얘기만 쓴 게 조금 아쉽기도 해요. 602 '안 물어봤지만 말하고 싶어' 코너입니다. 각자서로 수고했다. 고생했다. 그렇게까지 고생한 것 같진 않다. 수고 정도. 이응 나는 글을 강제적으로 쓰는 환경이 좋았어요. 지읒 강제로 쓰게 해줘? 이응 (무시) 마지막 원고를 이렇게 재밌게 쓰게 해주신 서유경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면서. 이렇게 뜻깊은 일들을 할 수 있게 도와주신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 임현택 센터장님 이하 직원들에게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진지하게 인터뷰하는 셋 602 아 무슨 수상소감이냐고. 지읒이응 감사의 말씀을 전하면서 이 모든 활동을 재미있게 해준 우리 지읒이응을 비롯한 이런 협동조합 식구들 하동의 주민들, 어쨌든 요모조모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이상 팀 지읒이응이었습니다. 602 지읒이응은 만난 사람들을 하나하나 소중하게 떠올렸다. 함께한 기억들로 뭉클해하는 모습, 그때의 감동을 드러냈다. ‘꿈틀거림을 발견하고 싶다’는 다짐은 이뤄진 것 같았다. 꿈틀거림을 만나고, 만나게 했다. 연결된 사람들은 또 다른 일로 함께 하게 되었다. 이들의 활동은 봄이 오기 전 밭을 갈아 흙에 숨구멍을 만드는 일 같았다. 에너지를 한데 모아 다시 고루 퍼지게 하는 일. 그 시기에 필요한 일이 아니었나 싶다. 이제는 집중해서 정성들이고 싶다는 새로운 다짐을 응원한다. 아 작년에 함께 못해서 너무 아쉽다!!!! 올해는 나도 껴줘!! |
꿈틀거림을 발견하다
2023 기록활동을 마무리하며
인터뷰어 / 서유경(602)
인터뷰이 / 지읒이응
정리 / 정진이
하동에 귀촌한 지 4개월 된 백말띠 서유경이라는 친구가 지읒이응을 인터뷰했다.
한 해를 보내는 회고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갈팡질팡하던 지읒이응은 뭔가 새로운 시각으로 하동을, 우리를 바라보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귀촌하자마자 우리와 함께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는 유경이 떠올랐다.
그녀라면 작은변화의 사업을 잘 이해하고, 우리의 기록 활동도 꼼꼼히 돌아볼 수 있겠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602 2023년 어떻게 보냈나요?
이응 시간이 순삭됐어요. 희망적인 일도 절망적인 일도 있었지만 일단 책방을 지역 사회에 내놓아서 의미 있는 한 해가 되지 않았다 생각해요. 뭔가 새로운 게 많이 시작되는 해였는데, 함께한 사람들과의 연대가 너무 단단해서 망해도 망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우당탕탕하면서도 시작을 잘 해냈으니 올해는 시작한 일들을 잘 진행하는 일이 남았죠. 책임감을 조금 더 가지고 해나가야 하지 않나 생각해요.
지읒 격동의 한 해가 아니었나... 저는 이응과 성향이 좀 반대여서 한꺼번에 많은 일을 벌이지 않는 스타일이에요. 재작년에 이응과 급격히 친해지면서 삶에 큰 변화가 일어났죠. 한라산 등반부터 쌉가능 정신으로 마라톤도 도전하고, 차 따기, 협동조합, 책방까지. 서로를 만나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이죠.
재작년부터 사람들에게 마음을 좀 열자는 다짐을 했었는데, 그래서 이로운 궁리 팀도 만나고, 협동조합도 시작하고, 기록 활동도 시작하게 되었죠. 정신은 없었지만 재밌고 뜻깊은 한 해였어요.
이응 다채로운 한해였다!
602 지읒은 어떻게 확 열게 됐어요. 마음을?
지읒 항상 내 기준을 가지고 사람을 만나고 판단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하동에 내려와서 살게 됐는데, 구름마에서 일하면서도 늘 내 방식대로 살았던 것 같아요. 그러다 구름마를 그만두고, 마을공방 두니에 식물공방을 열면서 좀 다르게 살고 싶었던 것 같아요. 판단하지 말고, 일단 마음을 활짝 열어보자고 그냥 다짐했어요.
신기하게도 그러고 나서 정말 많은 인연이 생겼고, 이번에 개인적인 일로 도움이 필요한 일들이 있었는데, 그 인연들 덕분에 해낼 수 있었죠. 감동적이었어요. 사람들을 만나게 되니까 일이 자꾸 생기고, 그 일 때문에 또 사람을 알게 되고.
이응 일도 많이 했지만 노는 것도 정말 열심히 했잖아요. 하고 싶었던 서핑도 하고, 갈비뼈도 부러지고. 하하하
인터뷰를 맡은 귀촌 4개월차 서유경
602 기록 활동은 어떻게 진행됐나요?
이응 작년 초 기록 활동을 시작할 때는 하동 함께 활동인 갈사만 재자연화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그 기록을 하려고 했었어요. 이런저런 사정으로 그 작업을 꾸준히 함께 하지 못해서 우리 주변에 눈을 돌려 방향을 다시 잡았죠.
지읒 저는 따로 활동 하는 팀을 인터뷰 하고 싶었어요. 먼지가 진행하는 동동이네는 두 번 정도 원고를 썼는데, 다른 팀들은 거의 못했어요. 동동이네를 두 번이나 기록한 건, 동동이네가 하동 활동가들이 다 모이는 자리여서 따로 기록하지 못한 부분들을 알 수 있기 때문이었고요. 일거양득. 하하하. 그리고 따로 활동과는 관계없지만, 호기심이 생기는 청년들, 하동에 뭔가 작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 같은 친구들을 인터뷰 했어요.
602 하동 함께활동은 어떻게 맺음 됐나요?
이응 ‘갈도를 기록하다’라는 기록집을 냈어요. 그 안에 하동주민생활사 연구회가 일 년 동안 갈사만 주민들을 만나서 했던 인터뷰가 담겼고요. 울고 웃었던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기록 영상도 나왔고요.
602 꾸준히 노력하신 것들이 열매가 맺어져서 뿌듯하셨을 것 같아요.
지읒 갈사만 재자연화 프로젝트(?)는 십 년 정도를 보고 시작했어요. 가장 먼저 그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을 알아가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하동주민생활사연구회라는 단체가 만들어졌고요. 정말 꾸준히 열심히 하셨어요. 처음에는 서먹하고 그랬을텐데, 마지막쯤에는 많이 가까워진 것 같더라고요. 일 년 정도 그곳에 살아보고 싶다고 하신 활동가들도 있었어요.
이응 작년에는 작은변화지원센터에서 사업비를 지원받아서 시작하는데 큰 도움이 됐고요. 앞으로도 여러 단계의 일들을 진행해야 하는데 조금 걱정스러운 게 사실이에요. 다행히도 올해 파타고니아에서 지원하는 사업에 선정됐다고 해요.
작년 사업비로 취지에 맞게 씨앗을 심어서 발아한 상태가 된 것이 좋은 지원처와 좋은 단체가 만나서 좋은 일을 하게 된 바람직한 모델이었다고 생각해요. 사실 지켜보면서도 이렇게까지 하신다고?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도 아닌데, 이렇게 뛰어들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하다는 생각도 했고요.
602 기록 활동 초반에 꿈틀거림을 찾아다닐 거라고 했더라고요. 해보니 어떤 것이 움트던가요?
지읒 우리만 해도 많이 꿈틀거렸고, 밖에서 보면 별거 아닐지 몰라도 이런책방, 빨간무마켓 등 해보려는 시도 자체가 이곳을 좀 더 살만한 곳을 만드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인터뷰했던 사람 중에 수진씨라고, 적량에서 나마스떼라는 숙소를 운영하는 친구가 있어요. 적량복지센터에 있는 카페 다온 운영자이기도 하고요. 그곳에 제로웨이스트 숍이 있다고 해서 찾아갔었어요. 이음장이라는 장터도 열고요. 제가 보기에 이음장은 물건을 사고 판다기 보다는 작은 공동체 같았어요. 특히 청년들이 많이 참여했더라고요. 마음을 나누고, 재능을 나누고, 즐겁게 즐기고. 그런 활동들이 보기가 좋았어요.
젊은 사람들이 어디 숨어있었는지 모르지만, 많이 보이더라고요. 그동안 심심했겠다 싶었어요. 각자의 일들은 있겠지만, 소통하고 싶은 게 사람의 본능이니까. 그런 게 꿈틀대고 숨 쉬는구나...
이응 하나의 개체들이 모여서 새로운 의미 있는 일이 태어나는 게 뜻깊었어요. 체력없는 체육대회를 5월 원고에 썼는데, 면마다 면민 체육대회를 하지만 청년들은 참여하기가 힘든 분위기예요. 그래서 청년들이 주인공이 되는 체육대회를 해보자! 하고 2022년에 다른파도 친구들이랑 이야기 했어요. 회의도 기획 단계부터 재밌었어요.
실제로 체육대회 현장에서 삶의 근심·걱정 없이 정말 어린이들처럼 재밌게 놀았던 것 같아요. 주변에서도 우리 기사를 보고 부러워하던 걸요?
매계마을 안에서 체육대회를 했는데, 어르신들과 함께한 것도 뜻깊었어요. 원래는 일로서만 만났던 친구들인데 같이 놀아본 것도 처음이에요. 이런 게 우리에게 필요했구나. 무용해 보일지라도, 그런 일들을 하는 게 의미가 있구나 생각했죠.
지읒 체력없는 체육대회 때, 마을 분들도 많이 오셨어요. 같이 티셔츠 입고 즐기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더라고요. 그런 자리가 너무 낯설기도 했겠지만, 생기가 넘치는 거예요. 결국 건강한 마을이란 여러 연령대가 어울려 사는 거 아닌가...
이응 꿈같은 날이었어요. 다른파도가 힘을 많이 썼죠. 마치 도시 청년들에게 “한시라도 빨리 귀촌해라. 자칫 망설이다가는 재밌는 일이 다 지나간다.”고 외치는 것 같았죠.
지읒이응 두 사람
602 아, 재밌는 일을 다 놓친 게 너무 아쉬워!
602 기록 활동으로 만난 사람 중에 서로 연결해주고 싶었던 사람들 있어요? 나는 그림 그리시는 삼수어머니 만나고 싶어요.
이응 그분 내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 나는 삼수 어머니 그림을 선물 받고 싶어요. 독학으로 그림을 시작하셨는데, 그림이 정말 멋있어요. 우리 공간에서 작품전시회하고 그러면 재밌겠다.
602 기록 활동하면서 다른 작업으로 이어진 적이 있나요?
이응 책방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책방 오픈 과정을 작은변화에서 알게 됐고 다른 지자체에서 관심을 가져주셨어요. 산청에서 단체로 견학을 오기도 했고요. 두니 공간 자체도 부러워하고요. 이런 아지트가 있으면 좋겠다는 말씀들을 하시더라고요.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좋았어요.
지읒 올해 작은변화센터에서 지역 탐방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하동 프로그램에 마을공방 두니가 있었어요. 책방 구경도 하시고 단풍나무 아래에서 차도 마시고, 다른 공방들도 둘러보고 했죠.
이응 하동 가이드였음 내가.
지읒 재작년에 프로젝트활동가로 참여했었는데, 작년 기록 활동가로 활동하면서 다른 지역 활동가를 만날 기회가 더 많았던 것 같아요. 센터에서 그런 기회를 많이 만들려고 노력도 많이 한 것 같고요. 재작년에 얼굴만 알던 분들이 이제는 이름도 매칭(?)이 되고, 반갑게 인사도 나눌 수 있는 사이 정도는 되었죠. 그래서 들썩에 가도 낯설지 않고, 더 푸근하게 느껴지고 했어요.
602 가장 감정이 많이 동요했거나, 많은 생각이 들었던 작업이 있을까요?
이응 내가 쓴 글을 많이 봤어요. 그때 기분을 느끼려고 많이 읽었던 것 같아요. 기록을 할 수 있어서, 그 행위 자체가 좋았어요. 작년 한 해는 기록 활동을 하기가 좋은 한 해였던 것 같아요.
지읒 여름에 했던 ‘동동이네’가 생각나요. 먼지가 했던 따로 활동이었는데, 정말 더운 날, 빨간무마켓 하는 날이었어요. 빨간무마켓 워터밤이었죠. 물총싸움하고, 물풍선 던지고 하는 분위기에서 단풍나무 그늘 아래 활동가들이 모여 앉아 이야기 나눴던 장면이 잊혀지지 않아요.
이응 축제 분위기에서 했고, 이 계기에서 서로 연결되는 것을 보는 장이었던 것 같아요.
지읒 하동 활동가들이 꽤 많더라고요. 이렇게 지역에 애정을 가진 분들이 많구나 싶었고,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는 분위기가(말은 안 했지만) 느껴졌어요. 지역 활동가들하고 많이 친해진 것도 큰 소득이에요. 서로 행사에 우정 출연도 해주고요. 책방의 VIP들이십니다. 하하하.
지읒이응 마음을 여는 한해였다!
602 장을 만드느라 바빴네.
이응 우리 문제가 있을 때 같이 고민해주시고,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602 이 활동은 작년으로 끝인가요? 아쉬운 점이 있을까요?
이응 못하게 된다면, 작년 한 해라도 한 것이 다행이었다 싶어요.
지읒 같이 해서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같이 쓰는 건도 있었는데 그것도 재밌었어요. 마감을 맨날 못 지킨 게 아쉽고요. 신뢰의 하동을 외쳤는데 불신의 하동이 된게... 따로 활동을 많이 취재하고 싶었는데 궁금한 사람들 만나지 못한 것도 아쉽고요.
이응 밖에 나가서 새로운 사람들 많이 만나고 싶었는데, 너무 우리 얘기만 쓴 게 조금 아쉽기도 해요.
602 '안 물어봤지만 말하고 싶어' 코너입니다.
각자서로 수고했다. 고생했다. 그렇게까지 고생한 것 같진 않다. 수고 정도.
이응 나는 글을 강제적으로 쓰는 환경이 좋았어요.
지읒 강제로 쓰게 해줘?
이응 (무시) 마지막 원고를 이렇게 재밌게 쓰게 해주신 서유경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면서. 이렇게 뜻깊은 일들을 할 수 있게 도와주신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 임현택 센터장님 이하 직원들에게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진지하게 인터뷰하는 셋
602 아 무슨 수상소감이냐고.
지읒이응 감사의 말씀을 전하면서 이 모든 활동을 재미있게 해준 우리 지읒이응을 비롯한 이런 협동조합 식구들 하동의 주민들, 어쨌든 요모조모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이상 팀 지읒이응이었습니다.
602 지읒이응은 만난 사람들을 하나하나 소중하게 떠올렸다. 함께한 기억들로 뭉클해하는 모습, 그때의 감동을 드러냈다. ‘꿈틀거림을 발견하고 싶다’는 다짐은 이뤄진 것 같았다. 꿈틀거림을 만나고, 만나게 했다. 연결된 사람들은 또 다른 일로 함께 하게 되었다. 이들의 활동은 봄이 오기 전 밭을 갈아 흙에 숨구멍을 만드는 일 같았다. 에너지를 한데 모아 다시 고루 퍼지게 하는 일. 그 시기에 필요한 일이 아니었나 싶다. 이제는 집중해서 정성들이고 싶다는 새로운 다짐을 응원한다. 아 작년에 함께 못해서 너무 아쉽다!!!! 올해는 나도 껴줘!!
글쓴 사람. 지읒이응
네 살 된 바둑이라는 강아지를 같이 키우고 있는 양지영과 정진이가 함께, 번갈아 씁니다. 때때로 루미큐브를 목숨을 걸고 합니다. 각자 어쩌다 흘러들어온 하동에서 이제는 함께 어떻게 잘 살아볼까 궁리하며 지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