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변화기록원[구례] [뭉치고 뭉개기] 억울하고 화났다가 슬프고 안타까운 활동가를 위해 : 터전을 지키는 사람들의 마음 돌보기

2023-07-06

 

 

억울하고 화났다가 슬프고 안타까운 활동가를 위해

터전을 지키는 사람들의 마음 돌보기

 

 

글 / 문홍현경

 

 

 

 

칠월을 여는 첫날, 구례에서는 <지리산골프장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마음 돌보기 워크숍이 있었어요. 

 

 

올해 3월 구례군이 지리산 자락 숲에 27홀 규모 골프장을 짓겠다며 산주인 시행사 이사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석 달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 지리산골프장 개발의 물밑 작업으로 보이는 대규모 벌채와 그 과정에서 벌어진 불법 행위들, 그리고 그에 따라 헐벗긴 숲을 바라보며 모두가 마음 아팠습니다. 때로는 화가 나고, 때로는 슬프고, 때로는 주먹을 불끈 쥐며 힘을 냈다가도, 또 때로는 한숨에 어깨를 늘어뜨리기도 했습니다. 

 

 

숲을 잘 돌보기 위해서는, 우리의 마음도 잘 돌봐야 한다는 생각으로 마음 돌보는 자리가 필요했습니다. 또 지난 활동을 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꾸준히 지치지 않고 터전을 지켜 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는 자리도 필요했습니다. 이런 까닭들로 마련된 시간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오고 간 이야기 속에는 내밀한 속마음뿐 아니라 들킬 수 없는 아주 강력한 전술도 있는 까닭에, 일부 이야기만 담았습니다. 또 실명을 밝히지 않고 한글 자음으로 이름을 갈음해 적었으며, 당일 워크숍 사진 대신 지난 6월 지리산골프장 예정지 현장 사진을 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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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골프장 예정지 바로 밑에 자리한 사포마을. 전국 각지 사진사들이 해마다 사진을 찍으러 오는 유명한 다랭이논은 사포마을의 자랑이다. 골프장이 생기면 엄청난 농약과 제초제가 다랭이논으로 바로 흘러들 수 있기에 사포마을 주민들은 모두 ‘지리산골프장 반대’ 깃발을 내걸었다.

 

 

 

 

 

감정 드러내기

 

 

 

기역 님 : “억울했어요”

 

 

우리 애 아빠랑 이곳 지리산 자락에 들어와 살게 됐을 때, 우리는 지리산을 선물처럼 여겼어요. 우리가 그동안 큰 욕심 없이 충실히 산 것에 대한 보답으로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살게 됐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지리산골프장 문제가 탁 터지니까, 그냥 억울한 거예요. 저는 이런 반대 운동 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애 아빠하고 저하고 5.18 그때도 치열하게 부조리한 현실과 싸워서 현실적으로 손해를 굉장히 많이 봤거든요. 우리 애 아빠는 최루탄을 바로 맞아서 으스러진 얼굴도 성형해야 했을 정도예요. 

 

인생 막바지에 이런 일이 터지니까, 좀 억울했어요. 우리가 지리산을 편히 보고만 있을 수 없는가 보다 싶었죠. 애 아빠하고 저하고 이 골프장 생긴다는 거 들었을 때 동네 분들은 이 사안을 좀 뜨뜻미지근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고, 또 법적으로 싸우게 되면 돈이 얼마나 들까 하며 걱정했었어요. 우리한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나 하는 생각도 하고. 

 

여기서 이렇게 우리와 함께해 주시는 분들을 만나고 나니까, 우리가 움츠러들어서 내 안에 만족해서 사는 삶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밖으로 나오니까 너무 좋았고요. 서로에게 감동이 된다는 말 있지요, 그걸 제가 이번에 느꼈어요. 정말 나만 이렇게 사는 건 아니었구나, 여기서 일하시는 분들이 더 하면 더 했지 덜하지는 않았구나, 그러면서 제가 굉장히 힘들 때 만난 분들이기 때문에 제가 정말 남은 인생은 우리 대표님이 어딘가에서 쪽수가 부족하다고 하면 달려가고 싶고, 한자리에 앉아 응원하면서 앞으론 그렇게 살 겁니다. 지금은, 지리산, 그리고 우리 마을만은 우리가 지키면서 살아야겠다는 그런 생각을 해요. 정말 감사합니다.

 

 

 

 

니은 님  : “든든합니다”

 

 

여기 함께하는 분들 생각만 해도 든든합니다. 저도 처음엔 지리산골프장 이슈로 화가 나고 막막하고 불안하고 모든 감정이 쏟아져 들어왔었죠. 저희한테 4월은 참 혹독했어요. 저희가 늘 어떤 것들을 미리 예견할 수는 없지만, 이건 정말 황당했거든요. 같이 사는 친정어머니가 갑자기 거실 앉아서 눈물을 흘리시는 거예요. 

 

저는 여기를 절대 떠날 수 없는데, 이런 문제가 왜 내 앞에 지금 닥쳤을까? 물었죠. 그런 시간을 보내고 이제 저는 생각을 조금 바꿨어요. 현재 저는 든든하거든요. 여러분도 계시고 특히 남편이 있어서 든든해요. 처음에는 저희가 어떤 길로 어떻게 가야 할지 몰랐지만, 대표님 이하 여기 모든 분이 다 저희 길라잡이로 계셔 주시는 거죠. 

 

저는 사포마을에 이분들이 이렇게 차를 갖고 오실 때마다 히어로가 등장하는 장면처럼 이렇게 후광이 비치는 것처럼 느꼈어요. 정말 정말 가슴이 벅찰 정도로 감사하고, 그래서 앞으로도 분명히 확실하게 저희가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디귿 님 : “막막하기도 해요”

 

 

지난 3개월은 벌어진 일들에 대비해 오느라 정신없이 달려온 것 같아요. 이제 어느 정도 새로운 일들을 해야 할 시점이 되니까. ‘이제 뭘 하면 되지’라는 막막함이 있는데, 오늘 막막함이 기대로 바뀌면 좋겠어요. 구체적으로 우리가 앞으로 해 나가야 할 일들을 이야기해 보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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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1일 지리산골프장 예정지 숲에서 <생명평화기도회>가 이뤄졌다. 구례군이 허가하여 벌어진 대규모 벌채로 수만 그루 아름드리가 잘려 나간 탓에 흙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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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7일 비가 많이 왔을 때, 훼손된 숲의 흙이 빗물에 씻겨 내려가고 있다. 자연이 기름진 겉흙 2.5센티를 만드는 데 수백 년이 걸린다고 하는데, 골프장이 뭐길래 이렇게 몹쓸 짓을 하는 걸까.

 

 

 

 

 

우리가 가진 힘은 무엇인가

 

 

 

리을 님 : “자연을 목숨처럼 지키려는 마음”

 

 

우리 구례의 힘은 뭐니 뭐니 해도 자연이라고 생각합니다. 뭐 그렇게 믿고 왔고 지금도 믿고 살고 있고요. 근데 전국에 550개 뭐 골프장이 있으니까 구례에도 하나 좀 있어도 되지 않나 이렇게 쉽게 말해서는 안 됩니다. 이 자연이야말로 우리 가장 지켜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 이것만 같이 인식한다면, 우리가 같이 목숨처럼 지키고 간다면, 뭐 골프장 이상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연이야말로 우리가 믿고 기댈 언덕입니다.

 

 

 

 

미음 님 : “생명과 사람이 우리의 가장 큰 힘이죠.”

 

 

함께 움직이는 모두가, 나무든 긴꼬리딱새든 팔색조든 수달이든, 똑같은 생명을 가진, 함부로 할 수 없는, 같이 공존해야 할 존재입니다. 이 생명들이 모두 우리입니다. 무엇보다 지리산을 중심으로 해서 많은 사람과 조직이 연대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강점인 것 같아요. 

 

 

 

 

비읍 님 : “자기 능력을 보태는 사람들”

 

 

자기가 가진 능력을, 전문성을 이 생명을 지키는 데 쓰는 사람들이 연대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힘입니다. 전문적인 영역까지 파고 들어가 논리적으로 대응할 힘도 우리는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시옷 님 : “지리산은 우리 편”

 

 

우리는 자유로운 영혼으로서 마음이 동하는 일을 합니다. 또 하나는 지리산. 지리산이 우리 편이기 때문에 우리가 싸우면 이긴다 이렇게 생각해요.

 

서울에서 택시를 탔는데 제가 구례 산다는 말이 나오니까 기사분이 ‘아니 근데 지리산에도 케이블카를 놓으려 한다면서요?’ 이렇게 딱 묻는 거예요. ‘아니 지리산에다가 그런 걸 놓으면 안 되지요.’라고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지리산이 우리 편이라는 게 우리에게 가장 큰 힘이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응 님: “마을 주민들과 활동가 동료들”

 

 

마을 주민들이 반대하는 데 함께해 주셨기 때문에 여기까지 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찬성하셨으면 저는 못 했을 것 같아요. 주민들마저 찬성하는 일을 반대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또 활동가로서 함께하는 동료분들이 있어서 그것 역시 우리의 큰 힘이라고 생각해요. 

 

 

 

 

지읒 님 : “산수유, 다랑논 그리고 사포마을 어머니들”

 

 

우리 산동에는 지킬 게 너무 많아요. 산수유가 있고요, 또 우리 마을에는 다랑논이 있어요. 제가 귀촌을 해서 지금 7년째 살고 있는데, 이런 아름다운 천혜의 자연을 보면서 정말 정말 이 마을에 잘 왔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이제 저희가 부딪힌 일이 조금 막막한 골프장 문제였지만 그걸 계기로 서로서로 소통하는 시간들이 되게 많아졌어요. 그래서 지금 어머님들이 대단한 역할을 하고 계시거든요. 그분들이 자리에 계시지 않았다면 되게 흔들렸을 거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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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1일 벌목 현장에서 펼쳐진 <생명평화기도회> 한 장면. 지리산종교연대와 화엄사의 기도로 죽은 나무들의 안녕을 기원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모두가 마음 모아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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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포마을 사포제 앞에 펼쳐진 대형 현수막 퍼포먼스. 이날 “지리산골프장 반대”를 염원한 이는 인간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우리를 어렵게 하는 것

 

 

 

치읓 님 : “돈에 눈먼 개발주의”

 

 

많은 이가 개발로 얻게 될 경제적 이익에 대한 환상을 막연하게 가지고 있다는 것, 그것이 우리를 어렵게 해요. 상가 주민들은 왜 찬성하냐고 물어보면, 막연한 경제적 기대 그거거든요. 골프장이 들어서면 지역개발이 된다고 생각하고, 또 자기 주머니에 돈 들어온다 생각하고, 돈이 최우선이 되는 세상이 계속되는 한 이런 싸움은 끝이 없을 것 같아요.

 

뭐 자연도 좋고, 뭐 지리산도 좋고, 섬진강도 좋지만, 우선 우리 먹고살아야 하지 않겠냐고 말해요. 먹고살지 못하는 상황도 아닌데 말이에요. 너무 경쟁을 부추기고, 돈을 벌자고, 지역을 발전시키자고, 뭐 몇억 얼마를 벌어야 한다고 하는 생각을 좀 줄이면 좋겠어요.

 

 

 

 

키읔 님 : “바른 소리 못 하고 눈치만 보는 지역 정서”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많아 보여요. 결국은 지자체에서 주는 각종 공모사업에 의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까, 그 눈치를 보는 사람도 많은 것 같고요. 지연이나 학연 눈치 보는 사람도 많고요. 아무리 그래도 뭔가 목소리를 내 줘야 하는 어르신들도 그렇게 눈치를 보고 몸 사리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티읕 님: “다양한 접촉과 소통이 필요해 보여요”

 

 

우리 구례 지역민들이 실은 개발주의, 경제적 이익으로만 사업을 하지는 않거든요. 이 지리산을 둘러싼 생태적 가치에 대해서는 동의를 또 많이 하고 있다고 보는데, 위에서 말한 것처럼 눈치를 보느라 그렇기도 하지만, 지리산골프장 내용을 제대로 몰라서 아무 말도 안 하는 사람도 있을 거란 말이죠. 그러니까 여러 사람과 만나고 알리고 소통하는 일들이 필요해 보여요. 

 

더 많은 군민에게는 어떻게 가닿을 수 있을까? 그분들이 여기에 좀 더 관심 두게 하려면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어떤 메시지를 어떤 태도로 해야 할까? 어떤 장을 열어야 지리산골프장 현장을 알리고 연대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들이 더 필요해 보여요. 

 

 

 

 

명랑한 연대를 향하여

 

 

우리는 압니다.
이 땅은 인간의 소유물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이 이 땅의 소유물입니다.
우리는 압니다.
가족이 한 핏줄로 묶이듯 만물은 하나로 이어져 있습니다.

『생명으로 돌아가기』 중 시애틀 추장의 글

 

 

 

 

지리산골프장 예정지에서 발견된 수달님께 바치는 영상

 

 

 

이날 워크숍에서 이야기한 마음들은 당장에 지리산골프장을 막을 마법 주문은 아니었지만, 함께하는 동료들을 이해하게 도와준 시간이었습니다. 또 이 시간 덕분에 앞으로 우리가 무엇에 좀 더 집중해야 할지, 서로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가장 크게 마음에 남은 게 무엇인지 돌아보니, ‘연결’이었습니다. 지리산골프장 예정지 숲에 수달이 살아요. 내가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생명들도 살아요. 아마도 그들 모두는 우리를 응원할 거예요. 산도, 흙도, 물도, 나무도, 바람도, 햇볕도 모두 우리를 응원할 겁니다. 워크숍에서 우리가 확인한 연결감은 마을 주민과 활동가들, 그러니까 생명의 편에 서려는 분들 사이의 연대였으며, 나아가 인간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우리를 응원하는 모든 생명과의 연결감이기도 했어요.

 

 

분노나 화에 휩싸이기보다 생명들의 응원으로 힘을 내야겠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생명을 지키려고, 터전을 지키려고 애쓰는 활동가들에게도 그 응원이 가닿으면 좋겠어요.

 

 

 

 

 

사진 출처 : 『지리산인』

 

 

글 쓴 사람. 문홍현경

명랑해지고 싶은 기후활동가, <벗자편지> 함께지은이, 독립출판 니은기역 이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