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변화기록원[구례] [뭉치고 뭉개기] “언제까지 흙 파서 장사하나요?” 토건형 지역개발론 멈춰!

2023-08-01

 

 

“언제까지 흙 파서 장사하나요?” 토건형 지역개발론 멈춰!

 

 

글 / 문홍현경

 

 

 

 

구례에서 자랑할 거리 가운데 하나가 바로 『봉성신문』입니다. 구례에서 방귀 좀 뀐다는 사람들도 쉬 꺼내지 못하는 이야기를 『봉성신문』은 거침없이 드러내거든요.

 

 

봉성산 불법 공사 현장, 케이블카 논란, 양수발전소 찬반 논쟁, 지리산골프장 예정지 불법 벌목 등 구례군민들이 알아야 할 지역 이슈를 깊이 있게 전합니다. 풀뿌리민주주의와 다양성을 옹호하는 지역 언론의 역할을 톡톡히 하니, 자랑하지 않을 수 없는 멋진 신문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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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의 자랑, 『봉성신문』

 

 

 

이 『봉성신문』의 발행인이면서 구례살림연구회를 이끄는 이가 안상술 선생님입니다. 덕분에 독자들은 구례 행정에 더 크게 관심을 두게 되었지요. 

 

 

특히 올해 안상술 선생님은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의 작은변화탐험대 사업에 참여하여 “토건형 지역개발사업의 대안으로 지역순환경제의 성공 요인을 알아보고 국내외 사례도 소개하는 시간”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셨는데, 그 덕에 지난 7월 중순, 구례에서 꼭 들어야 할 강연이 열렸습니다. 

 

 

 

 

구례에서 <농업과 농촌이 나아갈 길>을 말하다

 

 

“구례에 내려와 보니, 아, 시골은 여전히 토건, 공장, 건설 위주 사고방식에서 단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구나 하고 느꼈지요.”

 

 

<농업과 농촌이 나아갈 길> 강연을 펼친 원광대 복지보건학부 김흥주 교수님은 『봉성신문』만큼이나 거침없이 구례군의 토건 위주 행정을 비판하며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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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주 교수님과 함께한 <농업과 농촌이 나아갈 길> 강연 현장 모습. (ⓒ봉성신문)

 

 

 

2018년에 구례에 내려와 현재 용방면 작은 마을에 사신다는 김흥주 교수님은 예나 지금이나 땅을 파헤치고 시멘트를 들이부어야 경제 성장이 된다는 사고방식이 문제라고 꼬집었습니다. 

 

 

“흙을 살리겠다던 군수가 TV에 나와 오로지 딱 세 가지만 얘기하더군요. 산동의 골프장과 케이블카 그리고 양수발전소, 그다음에 선진강변 관광벨트. 헌데 제가 5년 내려와 구례를 보니 여기저기 방치된 시설들, 버려진 집과 땅, 말라 죽는 숲과 강변은 구례의 모토 ‘자연으로 가는 길’이나 ‘흙을 살리자’는 정책과 전혀 맞지 않았어요.”

 

 

김흥주 교수님은 막개발, 생쇼, 삽질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진짜 제발 멈추면 좋겠다고 속으로 맞장구를 쳤습니다.

 

 

 

 

“세금으로 하는 생쇼는 농촌을 위한 길 아니야”

 

 

“청년몰 만들어서 다 망하지 않았습니까? 세금으로 생쇼하는 겁니다. 청년들의 욕구나 의지나 가치나 철학이나 이런 것들을 주도면밀하게 검토하고 그들이 서로 묶여 살 수 있는 어떤 문화적 역사적 철학적인 여건이 갖춰지지 않는 한 절대 외부 지원만으로는 안 됩니다. 월 100만 원씩 준다고요? 주소는 옮길 수 있겠지만, 내려와서 계속 사는 청년은 없을 겁니다.”

 

 

김흥주 교수님은 청년들이 살 환경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무작정 돈벌이가 될 만한 건물이나 하나 만드는 건 생쇼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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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에 들어선 청년점포. 잘됐으면 좋겠다! 헌데 청년들이 구례에 살지 못하는 건 청년몰이 없어서가 아니라 살 집과 농사지을 땅이 없어서다. 구례에서 자란 아이들은 대부분 지역에 남고 싶어 하지 않는다. 왜일까? 청년몰이 없어서? 골프장이 없어서? 케이블카가 없어서? 땡! 

 

 

 

얼마 전 구례 오일시장 안에 청년점포(청년모아)가 생겼습니다. 입점한 청년 사장님들이 청년점포 덕에 구례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재미나게 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구례에서 만난 청년 대부분이 ‘청년몰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오래 살 집이나 농사지을 땅을 구하지 못해 힘들어합니다. 

 

 

지역의 생태적 문화적 가치를 지켜 나갈 청년들을 위해 유휴 공간과 빈집을 조사하여 제공한다면 좋을 텐데, 외부에서 오는 관광객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 이 지역에서 살고 살아갈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 늘어나면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렇다면 김흥주 교수님이 말하려는 대안은 무엇일까 궁금해집니다. 교수님은 농촌사회의 재구조화를 강조했습니다.

 

 

 

 

“농촌사회 재구조화 : 도농상생 공공급식, 로컬푸드, 푸드플랜으로 시작하자”

 

 

“한국의 농업정책은 5%도 안 되는 대농 위주의 정책입니다. 7-80%의 중소농, 고령농 이런 분들이 지역에서 자급률과 자급력을 높일 수 있는 연대 기반이 필요합니다.”

 

 

김 교수님은 대농 위주의 농업정책, 토건개발형 정책을 그만두자고 말하며, 도농상생 공공급식, 로컬푸드와 푸드플랜으로 지역의 선순환 먹거리 체계가 만들어지면 우리 농촌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농과 청년농, 고령농 어르신들이 먹고살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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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농 중심 정책이 아닌 중소농과 고령농의 자급력을 높이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김흥주 교수님. 

 

 

 

“도농상생 공공급식은 기초지자체의 공공급식센터에 일반 유통 경쟁력이 없는 지방 소농, 고령농이 생산품을 납품할 수 있도록 공공조달을 돕는 도농 상생 시스템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 강동구와 전북 완주가 결합한 경우로, 현재 서울 열세 개 자치구가 완주와 이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합니다. 

 

 

“완주에서 나는 농축산물과 여러 가공품이 우선 공급되고 있어요. 이 완주 공공급식센터가 지역의 중소생산농가의 생존 기반이 될 수 있는 거죠.”

 

 

판로를 찾기 어려운 소농들은 판로를 확보하고, 도시의 복지관, 어린이집, 교육센터 같은 공공기관은 친환경 농산물을 공급받을 수 있어 도시와 농촌이 서로 경제 순환 기반을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푸드플랜은 2022년 12월 기준으로 전국에 총 139개 지자체가 추진하는 지역 먹거리 계획인데, 먹거리 생산에서부터 소비 유통 가공 폐기를 한 차원으로 묶는 지역 먹거리 순환 체계입니다.”

 

 

김 교수님은 푸드플랜과 로컬푸드, 공공급식센터 체계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면 농촌의 순환경제 시스템이 잘 작동할 거라고 강조했습니다.

 

 

“직매장부터 농민장터 그리고 학교급식 같은 공공급식에 로컬푸드가 납품되도록 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정착되면 푸드플랜과 연결해 구례의 80%에 이르는 중소농부의 조직화된 생산이 가능하게 될 겁니다.” 

 

 

푸드플랜을 수립하는 데 연구용역부터 계획 수립하고 매장 만드는 것까지 전부 정부 농식품부에서 다 지원해 주는데, 도대체 왜 구례는 나서지 않느냐며 무척 안타까워했지요. 

 

 

구례는 왜 푸드플랜에 참여해 오지 않았을까 궁금했습니다. 이날 구례군의회 선상원 의원님이 강연을 열심히 들으셨으니 푸드플랜 추진 소식이 구례에서도 들릴지 기대해 보아야겠습니다.

 

 

다만, 이런 사업들이 농민의 자율성과 자급력을 더 단단하게 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지, 오히려 자본에 의존하게 한다거나 도시 소비를 뒷받침하는 용도로 전락해선 안 되겠지요. 그러니 중소농, 고령농, 청년농이 고루 참여해 함께 기획하고, 지역의 식량 자급을 우선 높이는 방식을 고민하면 좋겠습니다. 또 지속 가능한 농업 방식으로 전환할 방법, 판매에서 조리까지 에너지를 적게 쓰고 쓰레기가 적게 나오게 하는 방식 등을 지역의 환경에 맞게 논의하면 좋겠습니다.

 

 

 

“사회적경제가 중심이 되는 지역사회복지 : 주민 참여와 연대로 완성해야”

 

 

김흥주 교수님은 가끔 경로당에서 어르신들 식사하시는 모습을 보고 식단이 너무 부실해 안타까웠다고 말합니다. 죽더라도 마을에서 죽고 싶다고 말씀하시는 어르신들에게 정말 필요한 게 무엇인지 고민하셨다고 합니다. 

 

 

아마도 행정이 뒷받침해 주어야 할 것은 넓은 골프장도, 케이블카도 아닐 겁니다.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미명으로 추진되는 대규모 공사가 아니라 제대로 된 돌봄 복지 서비스가 아닐까요? 김흥주 교수님은 이런 돌봄 서비스가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해결되도록 지역 주민들이 연대해야 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사회적 농장이나 사회적경제 주체들이 면 단위에서 제대로 작동하면, 면 단위가 하나의 생활 거점이 될 수가 있어요. 마을 주민이 서로 돌보는 요양원이 생길 수 있어요. 또 가령 홍반장이라고 하는, 필요할 때 부르면 나타나 생활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력을 외부에 맡기지 말고 면 단위의 사회적 협동조합들을 만들어서 제공하게 하는 겁니다.”

 

 

청년몰 같은 생쇼를 하지 말고, 얼마 줄 테니 와라 이러지 말고, 자연 훼손해서 말라 죽게 하지 말고, 지역 어르신 돌봄 체계를 구축하는 사회적 협동조합에 청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지원하라는 이야기였어요.

 

 

 

 

“나의 텃밭 스승님은 옆집 할머니 남오순 여사! 

어르신들의 지혜 이어갈 방안 모색해야”

 

 

마을 할매 할배 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며 나름의 자부심을 내보인 김 교수님은 마을 어르신들이야말로 지역이 오래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이자 가능성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방 소멸이니 고령화니 이런 것들을 저는 위기로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나는 마을에서 어르신들과 같이 지내면서 어르신들이 가진 여러 삶과 문화가 우리의 가장 큰 자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르신들 자체가 우리에게는 또 다른 희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교수님은 텃밭 스승님인 옆집 어르신이 철에 맞게 내주신 밥상부터 철 따라 갈무리한 작물들을 보며 무척 놀랐다고 고백했습니다. 

 

 

“우리 89세 남오순 텃밭 스승님의 집 앞마당 가을 모습을 사진 찍어서 SNS에 올리니 난리가 났습니다. 작물 널어놓은 모습 하며 이 담벼락 하며 요 감나무 하며, 너무 정겨운 거예요. 우리 스승님이 열네 살 때 마을로 시집오셔서 70여 년을 살았는데, 생활용품들이 다 지금 그대로 있대요. 뭐 미싱, 고봉밥 담은 그릇도 다. 옛날 밥상을 차려 갖다 주셨는데, 이게 정말 젊은 예술인들이 배우고 싶어 하는 예술이더라고요.”

 

 

그러면서 이런 어르신들의 몸에 밴 예술 가치를 어떻게 계속 전달할까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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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면 하사마을 한 어르신 댁 풍경. 처마 밑에 감, 시래기, 가지 등을 잘 갈무리해 매달아 놓으셨다. 직접 만든 빗자루와 볕 좋은 쪽에 내건 빨랫줄까지 모두 화석 에너지 없이 펼쳐지는 삶의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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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천이랑 마을학교 벼 베기 행사 때 마을 어르신으로부터 짚으로 새끼 꼬는 방법을 배우는 어린이들. “이거로 달걀도 포장하고, 신발도 만들었다고요?” 하며 놀라던 어린이들. 석유로 만든 봉투나 신발만큼 편리하진 않지만, 지구에겐 편안한 방식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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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초복 사포마을 어머니들이 마련해 주신 채식 밥상. 기정떡, 옥수수, 깻잎 김치에 고구마순 나물까지 지금 이때라야 먹을 수 있는 복된 제철 밥상. 지리산골프장 예정지 벌목으로 산사태 위협에 놓인 사포마을엔 오래오래 무사히 철 맞게 살고 싶은 어르신들이 계신다. 

 

 

 

 

“지방 소멸이나 고령화는 위기 아니야, 

진짜 위기는 토건형 개발 위주 행정”

 

 

이날 강연에 참여한 한 군민은 “산동면 산수유는 국가 주요 농업유산 3호예요, 3호. 근데 제주도의 돌담은 훨씬 늦게 지정됐거든요. 그런데도 제주도 돌담은 지금 세계 주요 농업유산으로 이미 등재가 됐는데 3호였던 산수유는 제대로 대접도 못 받잖아요. 골프장 짓는다고 오염될 위기에 처해 있고요.”라고 말하며 어르신들이 지닌 삶의 지혜를 천혜의 자연을 지키는 일과 연결할 정책이 나오면 좋겠다고 꼬집었습니다.

 

 

마을의 토종씨앗들, 이를 가꾸는 토종지킴이들, 제철 살림의 지혜를 가진 어르신들, 이들의 지혜가 담긴 생활용품들, 구례를 만들어 온 자연유산들이야말로 구례군이 나서서 지켜야 할 보물들입니다.

 

 

김흥주 교수님은 앞서 말한 농촌사회 재구조화에 노년층과 청년층이 함께할 수 있도록 정책이 뒷받침되기를 바라며 강연을 마무리했습니다.

 

 

“신 노년층이 가진 여러 노하우를 지역사회의 역량으로 끄집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또 결혼 이주 여성 다문화 여성들을 지역사회에서 포용하고 손잡아야 합니다. 외부의 지역 활동가들 특히 가치와 철학을 가지고 와서 활동하는 젊은 청년들이 활동할 기반을 만들어야 합니다.”

 

 

 

 

마음 편안한 초록빛 마을, 구례가 되기를 바라며

 

 

강연은 끝났습니다. 지리산골프장, 양수발전소, 케이블카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배부르니까 환경운동 한다는 소리 듣기 싫어서라도 환경 얘기는 넣어 두고, 그럼 정말로 토건형 개발이 우리를 배부르게 해 주느냐고 묻고 싶습니다. 

 

 

『봉성신문』이 구례군 자료를 분석한 보도에 따르면 2012년 이후 지리산 정원 지구 및 지리산온천지구 개발 사업은 약 1,400억 원 가까이 투입되었고 이들 사업의 유지관리비는 연간 16억 원에 달해, 지난 10년간 약 1,500억 원을 개발 사업에 투입했으나 대체 뭐가 나아졌는지 수치상으로도 확인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지리산온천지구 소재지이자 지리산정원과 근접한 산동면의 2015년과 2020년 통계를 비교해 보니 인구는 5.7% 감소했고, 학생 수는 33% 줄었으며, 사업체 수는 20% 감소, 종사자 수는 18.4% 감소”(『봉성신문』 2023년 4월호)했다고 합니다. 이런데도 군은 여전히 골프장이나 케이블카를 들먹일 수 있다니! (왜 가능한 겁니꽈?)

 

 

안상술 선생님은 『봉성신문』에서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을 빛나게 하는 것이 목표인 일본 사카에촌”을 소개합니다. ‘초록빛으로 가득 찬 마음 편안한 마을’이 이 마을의 비전이라고 합니다. (아, 부럽다하) 상상해 봅니다. 우리 지리산권 마을들 아니 우리 지구 모든 마을이 초록빛으로 가득 찬 마음 편안한 마을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안상술 선생님은 이번 강연을 준비한 데 이어 사회적농업 설명회에 다녀올 예정이랍니다. 군의원 참여도 독려하신다고 해요. 올해 안 선생님의 활동으로 ‘마음 편안한 초록빛’ 마을을 만드는 길이 열리면 좋겠습니다.

 

 

 

 

글 쓴 사람. 문홍현경

명랑해지고 싶은 기후활동가, <벗자편지> 함께지은이, 독립출판 니은기역 이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