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변화기록원[구례] [뭉치고 뭉개기] “어디서 살지? 뭐 하고 살지? 친구들은?” 지리산 귀촌 청년들이 ‘자리’ 찾아 나눈 이야기

2023-08-28

 

 

“어디서 살지? 뭐 하고 살지? 친구들은?”

지리산 귀촌 청년들이 ‘자리’ 찾아 나눈 이야기

 

 

글 / 문홍현경

 

 

 

 

‘우리가 설 자리는 어디일까.’

 

 

작은 시골에 내려와 산 지 여섯 해에 접어드는데, 여전히 제 마음에는 저런 물음이 따라다녀요. 도시에서 사는 동안엔 한 번도 고민해 본 적 없는 물음이 해를 거듭해도 사라지지 않으니, 참 이상해요.

 

아마도 사회가 정해 놓은 길에서 벗어나 내가 서고 싶은 자리를 스스로 찾으려다 보니 생긴 질문이 아닐까 싶어요. 내가 살고 싶은 결을 스스로 만들려는 몸부림에서 생긴 고민이랄까요.

 

도시에서는 당연히 이렇게 가야 한다고 정해진 길을 그저 따라갈 뿐이었으니, 새 길을 내기 위한 고민이 없었어요. 주어진 길에서 얼마나 빨리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나를 고민했을 뿐이었죠.

 

‘설 자리’를 찾는다는 건 단순히 ‘어디에 정착할까’를 고민한다기보다 ‘어디에서 어떤 결로, 누구와 어떤 하루를 만들어 갈 수 있을까?’ 하는, 새로운 인생길을 두루 고민하는 일이지 싶어요.

 

 

 

8월이 끝나 가는 어느 날 구례에서는, ‘지리산 귀촌 청년들의 설 자리 모임’ <청설모>의 결과 공유회가 있었어요. 

 

이번 구례 기록실 [뭉치고 뭉개기]에서는 ‘설 자리’를 고민하는 지리산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아 보려고 해요. 대안적인 삶을 고민하는 청년들의 목소리가 뭉치면, 버젓이 일어나는 지리산 괴롭힘을 뭉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걸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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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설모 공유회가 끝난 뒤 멀리서 온 손님들이 먼저 떠나고, 구례 친구들이 남았을 때 찍은 모두 사진.
 이들이 설 자리가 저 파란 하늘빛만큼이나 아름답기를 기도합니다. (사진: 청설모)

 

 

 

지리산 귀촌 청년들의 설 자리 모임, <청설모>

 

 

청설모는 지리산 자락 다섯 시군구에 내려와 사는 청년들이 어떤 마음으로 살고 있는지, 무엇이 좋아 지리산 품에 깃들었는지, 어떤 활동들로 삶을 가꿔 가는지, 청년들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탐구하는 활동을 해 왔어요. <지리산사람들>의 기획과 지원으로 꼬리와 차라가 이끈 활동이랍니다.

 

 

올해 봄부터 청설모는 몇몇 청년들과 깊이 대화를 나누고, 지리산 귀촌 청년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어요. 이번 공유회는 그 결과를 정리해 알리는 자리이자 공유회를 빌미로 반가운 얼굴들을 또 보는 자리였답니다.

 

 

“안녕하세요!”

 

 

공유회가 열린 구례 캄다운파티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아는 얼굴들이 보였어요. 구례 친구들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 사는 친구들도 오랜만에 보았지요. 이미 와서 식사를 마친 이들은 이야기꽃을 한창 피우고 있었기에, 조금 늦게 도착한 저는 꼬리와 차라의 환대 속에서 주린 배부터 채웠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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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설모가 준비한 먹을거리. 볶음밥, 무화과, 콩나물국, 떡, 양배추절임, 미숫가루와 따뜻한 차로 육신을 데우고,
 청설모가 모은 청년 이야기를 보며 ‘설 자리’를 함께 고민해 보는 시간이었어요. 

 

 

 

음식으로 육신을 데우는 사이 꼬리는 제가 외롭지 않게 옆에 앉아 안부를 물어 주었지요. 그사이 처음 보는 두 사람이 식탁에 함께했어요. 

 

 

“때가 되면 언젠가 귀촌하고 싶어서 시간 날 때마다 지리산권 지역을 다녀 보고 있어요.”

 

 

부산에서 왔다고 소개한 두 분은 ‘지리산방랑단’ SNS를 팔로우해서 이번 공유회 소식을 듣고 찾아왔대요. 다른 청년들은 어떻게 집을 구했는지, 구례는 살기가 어떠한지 궁금한 것들을 물어 왔지요. 

 

‘나도 여전히 고민이 많은데, 새롭게 자리를 찾는 이들은 또 얼마나 고민이 많을까.’ 

 

이런 생각에 청설모 공유회 같은 자리가 여기저기서 열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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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설모 설문조사 결과를 요약해 전시한 모습.

 

 

 

“쫓겨나지 않아도 되는 따뜻한 집을 원해요”

 

 

청설모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집 구하는 문제가 가장 힘들었다고 대답한 청년들이 많았어요. 집 정보를 얻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정작 구한 집에서 쉽게 쫓겨나는 일들로 불안해했지요. 청년들은 따뜻하고, 안전한 집, 쫓겨날 걱정이 없는 집을 바랐어요. 

 

 

좀 더 욕심을 낸다면 작은 텃밭이 있고, 같이 놀 친구가 가까이 있는 집, 수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집, 집주인이 함부로 들어오지 않는 집이면 좋겠다고 답했어요. 

 

 

집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기를, 옆집에서 쓰레기를 태우지 않기를, 대중교통을 쉽게 이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답도 있었죠. 

 

 

집과 관련된 가장 큰 어려움을 묻자 가장 많은 이가 ‘집의 낡은 상태’(32%)를 꼽았고,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없는 것’(23%)이 바로 뒤를 이었어요. 

 

 

저 역시도 이 설문조사에 참여했었는데, 집을 찾아 여러 번 옮겨 다닌 경험이 떠올라서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집’을 원한다고 답했던 것 같아요. 또 밭이 너무 멀다 보니 집에서 밭까지 차를 타고 가야 할 때나, 퇴비를 옮기기 어려울 때, 작물들을 바로바로 가꾸기 힘들 때를 떠올려 ‘텃밭이 가까이 있으면 좋겠다’라고 답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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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 참여한 청년들의 이야기를 전시한 모습.

 

 

 

“생태적으로 살고 싶다”

 

 

청년들에게 귀촌한 까닭을 묻자 ‘생태적 삶을 살고 싶어서’(31%)라고 답한 친구들이 가장 많았어요. 다음으로 ‘자연이 좋아서’(26%) ‘도시 생활이 힘들어서’(24%)가 나란히 뒤를 이었어요. 

 

 

이 세 가지 응답이 전체 응답의 81%를 차지했더라고요. 도시에서와 달리 생태적인 삶, 자연 가까이 지낼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은 청년들의 마음이 느껴졌어요.

 

 

그래서인지 대부분 청년이 귀촌해서 가장 좋았던 점으로 ‘자연, 맑은 공기, 계절 변화를 느낄 수 있는 환경, 자연의 흐름을 느끼고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삶’이라고 말했어요. 

 

 

지역 정책을 만드는 이들이 정말로 청년의 정착을 지원하고 싶다면, 청년들이 많이 오는 지역을 만들고 싶다면, 관광객의 마음을 헤아리려는 시도보다는 설 자리를 고민하는 청년들의 마음을 헤아리려고 시도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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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설모 공유회 모습.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눌 수 있었어요.
 친구들이 있는 곳이라면 살아갈 수 있겠다고 느끼는 청년들이 많았어요.

 

 

 

 

“마음 맞는 친구들 가까이에서 살면 좋겠어요”

 

 

설문에 응답한 청년들은 귀촌해서 좋은 점으로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람들, 마음 맞는 동료, 관심사가 비슷한 친구들’이 있어서 좋다고도 많이 답했는데, 이 응답은 ‘지리산에 정착했을 때 결정적으로 영향을 끼친 부분이 무엇이냐’는 물음과 이어지더라고요. 

 

 

가장 많은 이들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와 분위기’(33%)를 정착지 결정 이유로 꼽았어요. 바로 다음으로 ‘날씨나 풍경 등 자연’(32%)을 꼽았지요. 의외로 ‘안정된 일자리’를 꼽은 비율은 10%가 채 안 됐어요.

 

 

이런 까닭에, 청년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 청년 모임 지원, 외로움과 소외감을 달랠 수 있는 소통 창구를 바란다고 쓴 이들이 많았어요. 

 

 

 

 

다른 욕구, 비슷한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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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때 활용한 감정카드와 욕구카드를 뽑아 볼 수 있게 마련된 자리.

 

 

청설모는 봄부터 구례, 남원, 산청, 하동, 함양 이렇게 다섯 시군구에서 살게 된 청년들 일곱 팀과 만나 인터뷰를 했대요. 인터뷰 때 감정카드와 욕구카드를 뽑아 마음을 살피고, 나만의 귀촌일대기를 그려서 지난 삶을 돌아보며 끝으로 각자 바람을 이루기 위한 미래를 상상하며 마무리했다고 해요. 

 

 

이번 공유회 자리에서 그 결과물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해시태그로 표현된 각자의 욕구나 감정이 흥미로웠어요.

 

 

#창조성/영감/따뜻함/부드러움/건강

#소통/비전/꿈/우정/관심/사랑

#안전/안정/배움/성장/연결/유대

#자각/깨달음/공동체/소속감/삶의의미/목표/보람

#신뢰/연결/유정/상호의존/우정/공기/환경/가치관

#자유로움/움직임/도전/연결/유대

#숙달/전문성/자기돌봄/여유

 

 

저마다 다른 감정, 다른 욕구를 뽑았지만, 왠지 하나로 연결되는 듯 보이지 않나요?

 

 

 

 

귀촌 청년들이 지나온 삶을 이해하는 시간

 

 

공유회 한쪽에는 인터뷰에 참여한 청년들의 귀촌일대기가 전시되어 있었어요. 언제 귀촌을 꿈꿔서 어느 때 어떤 경로로 지역에 들어오고 무엇을 해 왔는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려 놓았는데, ‘아, 이들은 이렇게 살았구나’ 하고 다른 청년들의 삶을 이해해 보게 도와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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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의 귀촌일대기를 전시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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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청년의 귀촌일대기. 

 

 

 

“귀촌해서 힘든 점이나 좋은 점은, 내 마음으로는 다 알고 느끼던 것들인데 이렇게 인터뷰도 하고 가시화되어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어요. 특히 귀촌일대기 곡선 그래프가 기억에 남아요. 이 사람들이 어떤 루트와 고민을 통해 여기 와 있고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있어서 재미있었어요. 다른 사람들 삶을 들여다본 것 같아요.”

 

 

공유회에 온 구례 귀촌 청년 상글이 전한 소감이에요. 상글은 이번 자리 덕분에 다른 청년들 이야기도 다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어요. 

 

 

또 이런 자리가 생겨서 비슷한 경험을 해 본 사람들을 만나고, 맛있는 거 먹으며 가볍게 이야기도 나누면 좋겠다고 했어요.

 

 

이날 함께 만난 구례 귀촌 청년 칩코 역시 이런 자리가 또 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대신 규모가 너무 크지 않고, 이번처럼 적당히 사람이 없어서 혼자 오신 분들에게 편하게 말 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칩코는 또 이런 이야기도 덧붙였어요.

 

 

“여기 구례에서 나는 이미 친구들이 주위에 있으니까 막막함을 못 느꼈는데, 이제 막 지역에 들어온 친구들은 청년 공간이 없어서 막막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도 서울에서 친구 없었을 때 하자센터에서 돈 없이도 비슷한 공감대를 가진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거든요.”

 

 

청년들은 대체로 원주민보다는 또래 친구들이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답했어요. 내려온 지역에는 비슷한 관심을 가진 친구들이 모여서 재미난 일들을 작당하고, 소소하게 기술을 나누고, 노래나 춤이나 공예 같은 취미 활동을 함께할 수 있는 모임도 공간도 부족하다고 아쉬워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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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설모 설문조사 결과를 보는 모습. 생태적 삶을 살고 싶어서, 자연이 좋아서, 도시 생활이 힘들어서 지리산 자락에 깃들었다는
 청년들의 답변엔 소박한 바람들이 담겨 있었어요. (사진: 청설모)

 

 

 

 

처음엔 집 고민, 나중엔 사람 고민, 결국엔 삶 고민

 

 

이번 공유회를 통해 보니, 지리산 자락 청년들은 내려와서 가장 처음 부딪히는 어려움이 ‘집을 구하는 일’이지만, 결국엔 ‘어떻게 잘 살 것인가’를 찾아 스스로 자기 길을 만드느라 ‘설 자리’를 고민해 오고 있다는 점이 비슷했어요. 

 

 

특히 도시에서와 달리 자연 속에서 여유롭고 평화롭게 살길 바라며, 마음을 나눌 친구들이 함께 있기를 바랐고, 생태적인 공간들이 파괴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같았어요. 

 

 

누군가 정해 놓은 길에서 꼭 목표를 이루려고 아등바등 사는 삶이 아니라, 친구들과 소박하게 재미나게 살기를 바라고 있었어요. 과시할 필요도, 뽐낼 필요도 없이 그저 따뜻한 집에서 쫓겨나지 않으며 텃밭을 일구거나 제 기술을 다른 이들과 나눌 수 있기를 바라고 있었어요. 

 

 

 

 

청설모 이끈 꼬리와 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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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부터 <청설모>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이끌고 이번 공유회를 준비한 꼬리(왼쪽)와 차라(오른쪽).
 이들이 속한 지리산방랑단 소식이 궁금하시다면 여기로! @jirisan_nomad (사진: 청설모)

 

 

 

꼬리와 차라는 구례에서 산 지 각각 두 해, 두 달이 되어 간대요. 이들 역시 지리산 귀촌 청년으로서 설 자리를 고민했고 여전히 고민하고 있어요. 

 

 

“우리에게 응답해 주신 분들이 있다는 게 신기해요. 응원도 해 주시더라고요. 자기들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청설모가 해 주어서 고맙다고. 이렇게 연결되고 얘기할 창구들이 필요했구나, 이걸 알 수 있었어요.”

 

 

꼬리는 청설모를 한 덕에 응원을 많이 받았다고, 또 지리산권 친구들을 사귄 것 같아 즐거웠다고 말했어요. 당연히 다 의견이 다르겠거니 싶었는데, 의외로 공간이나 자립을 위한 기초적인 욕구가 하나로 모인 게 있었다며 청년들의 비슷한 욕구가 정책에 반영되면 좋겠다고 했지요.

 

 

“처음 목표는 설문 조사 100명 받아야지 했는데, 흐흐흐, 38명.”

 

 

꼬리는 입꼬리를 올리며 청설모가 보낸 지난 시간을 말해 주었어요. 

 

 

“생각보다 다들 자기 길을 너무 멋있게 잘 살아가고 있어서 이런 삶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 주어서 저 역시 배운 게 많았고, 앞으로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청설모가 꼬리와 차라에게 준 변화나 마음에 남은 의미

 

 

무엇보다 꼬리를 놀라게 한 건, 한두 명이 모여 변화를 크게 가져올 수 있다는 걸 증명해 보인 사례들이었다고 해요.

 

 

“외롭지 않아? 해 볼래? 하는 마음으로 한 사람이 시작해서 만든 플랫폼에 50명이 모인 일도 있었어요. 마음을 열고 연결되는 사람들이 있어서 대단해 보였어요.”

 

 

꼬리는 1년짜리 살아보기 프로그램으로 지리산 자락에 내려왔는데, 그걸 하다 보니 관계가 쌓이고 거기서 인연을 맺은 분들과 쭉 연결된 덕에 지금 이렇게 지역살이를 계속해 오게 됐다고 해요. 그런 관계가 없으면 살 곳을 정하기가 쉽지 않았을 거라며 ‘사람’ ‘관계’를 고민하는 청년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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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된 귀촌일대기 기록 가운데 하나에서 꼬리와 차라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기록을 찾았어요.
 어떤 순서로 인터뷰를 해 볼까 하고 고민한 흔적 같았어요. 청설모를 준비하며 고생했을 꼬리와 차라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달에 한두 번씩 청설모 활동으로 다른 지역에 다녀왔다는 차라는 지리산 귀촌 청년들의 다양한 삶 이야기를 듣다 보니 나도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해요. 

 

 

“제가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데도 지리산권 다른 지역은 가기가 참 힘들더라고요. 새로운 동네랑 지리산의 다른 풍경을 구경할 기회여서 활동할 때마다 즐거웠어요.”

 

 

차라는 집을 구하기 어려운 게 스스로 노력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저마다 처한 상황이 달라서라고 깨달은 뒤 안도감을 얻었다고도 했어요.

 

 

“청설모를 하면서 나를 이해해 보고 싶었나 봐요. ‘나는 지리산에 내려왔을 때 뭐가 있으면 더 편하고 즐겁게 살까?’ 하는 것을 다른 청년들의 이야기를 통해 찾아내려 했었던 것 같아요.” 

 

 

집을 구하지 못해 걱정하는 사이 차라는 자신을 좀 못마땅하게 여기곤 했는데, 청설모를 통해 여러 청년의 지난 삶을 돌아본 덕에 자기를 이해하게 되었고 스스로 못마땅했던 마음이 누그러졌다고도 했어요.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을 물으니 “뭐든 자기 방식이 있다는 것을 믿고 지금에 만족하지 못해도 꿋꿋이 자신을 믿어 봐도 좋겠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하고 말해 주었지요. 그래요, 우리 자신을 믿어 봐요!

 

 

 

청년들의 목소리, 이대로 흩어지지 않도록

 

 

청설모를 함께 기획한 <지리산사람들> 윤주옥 대표님에게 이번 공유회가 불러올 변화를 물었어요. 

 

 

“지리산사람들이 계획하는 것 가운데 하나는 공유주택처럼 집을 하나 마련해서 청년들이 짧게라도 정착해 살 집이나 일자리를 찾을 수 있게 하고 싶다는 거예요. 그러려면 좀 시간이 많이 필요하겠지만요.”

 

 

윤 대표님은 당연히 주거 걱정이 가장 크겠다고 짐작은 했었는데, 주거 걱정이 일자리 걱정보다도 더 크다는 걸 알고 놀랐다며 설 자리를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탐색할 동안만이라도 머물 공간을 마련해 주고 싶다고 했어요. 지리산사람들의 바람이 이루어지기를 저도 기도합니다. 

 

 

이날 함양에서 왔다 간 한 청년은 구례로 오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대요. 함양에서 한달살이를 해 보고 있는데, 청설모 공유회에 와서 보니 구례에 마음 맞는 친구들이 많은 듯하다며 구례로 이주하고 싶다고 했다지요. 

 

 

자리를 찾는 일에 ‘친구’를 가장 염두에 둔다는 청년들의 대답이 또 이렇게 실감이 나더군요. 어디에 설 자리를 마련하든 청년들이 다시 소비 경쟁 위주의 삶으로 쫓겨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삶을 찾아서 ‘어디에서 살까’, ‘어떻게 살까’를 고민하는 귀촌 청년들에게 마을이 응답할 수 있는 게 무엇일지 정말로 청년들과 얼굴 보고 이야기하는 자리가 늘면 좋겠어요.

 

 

대안적인 삶을 찾아, 생태적인 삶을 꿈꾸며 내려온 청년들이 흩어지지 않고 잘 뭉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청설모가 모은 도토리에서 싹이 나고 커다란 떡갈나무가 여기저기 자라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런 날을 그려 봅니다.

 

 

 

 

 

글 쓴 사람. 문홍현경

명랑해지고 싶은 기후활동가, <벗자편지> 함께지은이, 독립출판 니은기역 이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