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변화기록원[구례] [뭉치고 뭉개기] 내돈내공! 내 돈 내서 에너지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있다?! _기후위기 시대, 양수댐 발전소 계획에 대응하는 구례 시민들 이야기

2023-09-27

 

 

내돈내공! 내 돈 내서 에너지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있다?!

기후위기 시대, 양수댐 발전소 계획에 대응하는 구례 시민들 이야기

 

 

글 / 문홍현경

 

 

 

 

“양수댐 발전소가 뭐지? 들어 보기는 했는데.”

 

 

어느 날, 바닥에 떨어져 굴러온 초록 감 한 알처럼, 구례에 양수댐 발전소(양수발전소)가 생긴다는 소식 하나가 툭 굴러들어 오더군요. 마치 자연스러운 일인 것처럼 떼구루루.

 

 

처음엔 뭔지 몰라 어리둥절했어요. “화력발전을 태양광발전으로 전환하려면 양수댐 발전소가 필요하다던데? 맞나?” 하는 물음도 들렸어요. 

 

 

“꼭 필요한 거라면 해야겠지, 그런데 정말 꼭 필요한지는 잘 모르겠다. 어떡하지….” 하다가 몇 날이 흘렀고, 양수댐 발전소는 내 머릿속 저장 장치의 어느 폴더 하나에 보관된 채 방치되어 있었지요. 

 

 

 

 

섬진강댐보다 더 큰 댐이 들어선다고?

 

 

그런데, 어느 날 동료 한 분이 자기 동네가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말하지 뭐예요. 

 

 

“구례 계족산과 중산천도 사라질 위기에 처했어요.”

“아니, 왜요?”

“양수댐 발전소를 짓는대요.”

 

 

양..수..댐..발..전.....소....? 양수..댐..발전..소...!!!

멋모르고 있는 동안 구례군은 ㈜한국중부발전과 구례 중산천에 양수댐 발전소를 만들려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었어요. 

 

 

지리산골프장 추진 때도 그랬듯 이번에도 여기저기 ‘양수댐 발전 환영’ 현수막이 우후죽순 내걸렸어요. 찬성 서명을 받아 내는 종이가 돌아다니기도 한대요. 곧바로 피해를 볼 주민들은 혼란스러워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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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댐 발전소 후보지 가운데 하나인 중산리 중기마을. 주민들은 하부댐이 마을 바로 아래쪽으로 들어서면 마을 한편이 철거돼 이주가 불가피하다며 야생 생물과 인간의 생존권을 침해하는 댐 건설을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 정정환)

 

 

 

양수댐 발전소 추진에 반대하는 중산리반내골주민연대는 양수댐 발전소가 많은 것을 잃게 할 거라고 걱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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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댐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사라질 위기에 처한 중산천 모습.(사진: 정정환)

 

 

 

“계족산과 중산천에 섬진강댐보다 더 크고 높은 댐이 만들어진다고 상상해 보세요. 계족산엔 수달, 하늘다람쥐, 팔색조, 긴꼬리닥새, 참매, 수리부엉이 같은 법정보호종과 멸종위기야생생물이 살아요.”

 

“중산천 수량으로는 모자라니까 섬진강 물을 끌어와 댐을 채우겠다고 해요. 안 그래도 섬진강은 수량이 모자라서 하류 지역에서는 바닷물 역류로 몸살을 앓는데 말이에요.”

 

“주안댐 주민들은 댐 생기고 나서 안개가 껴서 농사도 제대로 못 짓고 폐질환도 늘었대요. 또 이 공사가 10년은 걸린다고 하니 그동안 생기는 먼지며 소음은 고스란히 주민들 피해로 돌아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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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리 둘레에 주민들이 내건 양수댐 발전소 반대 현수막.(사진: 정정환)

 

 

대체 양수댐 발전소가 뭐길래 주민들의 우려에도 구례군은 추진하려는 걸까요? 어째서 ‘친환경’으로 포장되어 장려되는 걸까요? 기후위기 시대에 정말 필요한 에너지 전환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에너지 전환을 위한 공부를 시작하다

 

 

 

- 재생에너지 전환과 자립, 왜?

 

반대하든 찬성하든 제대로 알고 대응해야겠다는 생각, 기후위기를 맞아 에너지 전환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겠다는 생각으로 시민들은 공부 모임에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지리산사람들’이 주도해 마련한 에너지 기획 강좌 <지리산에서 에너지 자립의 삶은 가능할까>가 열린 배경입니다.

 

9월 5일부터 화요일마다 전체 7강으로 10월까지 준비된 에너지 공부가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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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서 에너지 자립의 삶은 가능할까> 공부 주제와 강연자를 안내하는 포스터 일부.

 

 

 

‘왜 에너지 전환과 자립인가’, ‘왜 양수댐 발전소인가’, ‘시민발전 협동조합 현황과 방법’, ‘유럽의 에너지 전환 사례’, ‘주민이 주도하는 지역 에너지 자립’ 등 궁금하고 알고 싶은 주제로 분야별 전문가를 모셔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습니다. 마지막엔 참여자들 스스로 지리산권 에너지 생산과 소비 현황을 조사하고 발표하여 에너지 자립 방법을 찾기로 했지요.

 

 

“기후위기 시대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시민공동체가 움직여야 합니다. 주권자들이 스스로 소규모 햇빛발전소를 지어 에너지 자립에 함께해야 해요. 또 지자체가 나서 도로와 제방, 철도 등에 햇빛발전소를 짓도록 국민이 주권자로서 요구해야 합니다. 그래야 지금처럼 한 사람의 권력자에 의해 에너지 정책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상황을 막을 수 있습니다.”

 

 

첫날과 셋째 날 강연을 펼친 박승옥 햇빛학교 이사장님은 심각한 기후위기 문제들을 예로 들며 에너지 전환 필요성을 꼬집었고, 그 전환의 길에 시민공동체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 소형 영농형 태양광 발전?

 

 

박 선생님은 태양광을 둘러싼 가짜뉴스를 조목조목 짚어 반박했고, 구례와 같은 농촌 지역에서는 ‘소형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하는 협동조합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사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3월 산지태양광과 농촌태양광이 허용되면서 태양광은 몹쓸 놈으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투기자본들이 대거 달려들어 산을 깎고 농지를 뒤덮어 대규모 산지태양광과 농촌태양광을 밀어붙인 탓이죠. 그 때문에 농민, 지역 주민, 환경단체도 태양광을 곱게만 볼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소형 영농형 태양광은 괜찮을까요?

 

 

“농민에게 한 개씩만 허용하는 100kW 이하 소형 영농형 태양광은 다릅니다. 농지에 그늘이 지지 않고 대형 트랙터가 자유로이 들락날락할 수 있도록 높이 3m 이상, 가로세로 6m 간격의 지지대 위에 가로가 긴 모듈을 설치하여 적정 일조량을 유지하고, 서리 우박 등의 피해도 예방하면서 농사와 함께 햇빛 전력도 생산하는 기후위기 대응책 중 하나입니다.” 

 

 

인간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기술은 독이 될 수도 해독제가 될 수도 있듯, 태양광발전 역시 기후위기 시대에 맞게 활용해야 독이 되지 않겠지요. 그런 까닭에 시민들이 공부하고, 뭉치고, 대안을 찾아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재생에너지 공영화?

 

마침 박승옥 선생님의 강연과 맞물려 구례에서는 <재생에너지 공영화 주민역량강화 교육>이 이틀 동안 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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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걱정 속에 에너지 전환과 자립 방법을 찾는 농부님들을 만난 <재생에너지 공영화 주민역량강화 교육>.

 

 

 

교육장에서 정영이 농민회장님과 심문희 농부님뿐 아니라 반가운 농부님들 얼굴을 볼 수 있어 놀랐습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농민들이 에너지 전환과 자립에 나서야 한다는 생각으로 농민회가 노력하여 열린 교육이라는 걸 그제야 알았습니다. 공부하는 농부 선배님들이 대단해 보였지요.

 

 

“일부 자본가에 의해 재생에너지 사업이 독점되고 산과 들이 파헤쳐지는 것에 맞서 재생에너지 공영화가 필요합니다. 재생에너지 공영화는 에너지 전환을 지역공동체와 조화를 이루어 해내고 재생에너지의 경제적 이익이 지역사회로 환원하는 일입니다.”

 

 

‘전라남도 재생에너지 사업 공영화 지원 등에 관한 조례’에 의해 추진되었다는 이 교육은 재생에너지 공영화 사업의 취지와 필요성을 이야기하며 사업적으로만 접근하지 않고, 기후위기 시대라는 비상 상황 인식과 에너지 소비 줄이기가 먼저라는 근본적 해법을 전제하여 공감할 만한 이야기들이 있었어요.

 

 

지자체가 권력과 손잡지 않고, 태양광 개발 광풍에 쓸려 다니지 않으며, 생태계와 지역민의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에너지 자립 방식을 모색하기를 바라며 교육장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구례군은 이런 철학으로 양수댐 발전소를 추진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들더군요.

 

 

 

 

양수댐 발전소를 향한 타당한 반대

 

 

“전국에 있는 양수댐 발전소(7개)의 연간 적자가 1,600억 원을 넘습니다. 막상 지어 놓고 가동률은 4% 정도밖에 안 되고요. 1조 원 이상이 드는 적자사업을 국민의 세금으로 또 지으려는 까닭이 뭘까요?”

 

“양수댐 발전소가 정말로 친환경적입니까?”

 

“지역 일자리도 늘고 인구도 늘 것이라고 홍보하던데요, 사실인가요?”

 

 

‘왜 양수댐 발전소인가’라는 강의를 위해 구례를 찾은 60+기후행동 운영위원 강익구 선생님께 에너지 공부 학생들의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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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3일 지리산 노고단에서 열린 ‘923 지리산 기후행진’에서 양수댐 발전에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사진: 지리산사람들)

 

 

 

- 양수댐 발전소, 왜?

 

 

강익구 선생님은 양수댐 발전소의 발전 원리부터 설명했습니다. 

 

 

“양수댐 발전소는 상부댐과 하부댐을 만든 뒤 낙차로 전기를 만드는 장치예요. 전력 수요가 낮은 시간대(주로 심야)에 잉여전력으로 하부댐의 물을 상부댐으로 끌어올려 저장하였다가 전력 수요가 높은 시간대에 발전하는 방식이에요.”

 

 

쉽게 껐다 켰다 할 수 없는 원자력발전이나 날씨에 따라 생산량이 들쭉날쭉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의 잉여전력을 양수발전소 돌리는 데 쓰면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고 양수댐 발전소 찬성 측에서 주장해요. 양수댐 발전소는 전력을 저장하기 위한 좋은 도구라고 말하지요.

 

 

정말 그럴까요?

 

 

 

- 양수댐 발전소는 적자라던데?

 

 

양수댐 발전소는 하부댐에서 상부댐으로 물을 퍼 올리는 데 드는 에너지가 낙차로 생산한 에너지보다 많이 들어요. 그래서 30% 정도 전력이 소실되어 비효율적이라고 해요.

 

 

녹색연합 2022년 보고서를 보면, 전국 7개 양수댐 발전소의 평균 가동률은 4.04%로 적정가동률 20%에 크게 못 미친다고도 해요. 

 

 

왜 1조 원 넘게 돈 들여 지어 놓고 제대로 가동하지 않는 걸까요?

 

 

심야에도 전기 수요가 높거든요. 그러니 단가가 쌀 때 사서 하부댐의 물을 상부댐으로 퍼 올려야 하는데, 심야에도 전기 단가가 높아졌거든요. 수지가 안 맞죠. 가동률이 떨어질 수밖에요.

 

 

심야 전기가 남아돌지 않는 상황인데도 양수댐 발전소가 값싼 전기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홍보하니, 참 이상해요.

 

 

 

- 양수댐 발전소로 지역 경제 활성화? 기대하기 어렵다

 

 

구례군의회는 14일 제302회 정례회 2차 본회의에서 ‘구례 친환경 양수발전소 유치 결의문’을 채택하며 “구례군의 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친환경 양수발전소를 유치해야 한다”고 말했어요. 

 

 

강익구 선생님은 지역 경제 성장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했어요.

 

 

“총사업비 약 1조 4,000억 정도 들여서 지역 경제엔 한 5% 정도 떨어진다고 보면 돼요. 대부분 외부 인력과 외부 자재를 쓰거든요. 또 발전소 주요 건설은 특수 전문 업체가 맡으므로 지역 업체가 할 게 거의 없어요. 가로등 설치나 돌 나르는 일 정도로 한계가 있어요.”

 

 

일자리 효과는요?

 

 

“주민 일자리도 크게 늘지 않을 거예요. 보통 양수댐 발전소 평균 근무자 수도 얼마 안 되는데, 그것도 대부분 전문 인력이라서 지역민 일자리는 아닙니다. 지역민 일자리는 발전소 부대시설 유지 관리 정도뿐이에요.”

 

 

관광객 유치는요?

 

 

“양수댐 발전소 관광자원화 사례로 소개되는 곳이 청평양수발전소죠. 청평처럼 진입도로와 주위 경관을 잘 조성해 관광지로 만들고 싶어 하는 지자체가 많겠지만, 청평은 원래 저수지가 있던 데 만든 거고, 여기 구례는 상하부 댐을 짓느라 있던 산을 다 깎아야 하잖아요. 지리산권은 오히려 기존 경관을 해치면서 만들게 되니 관광 자원화에 한계가 있어 보여요.”

 

 

이러한데도 어떻게 양수댐 발전소가 구례군의 소멸을 막을 수 있을까요?

 

 

 

- 대규모 파괴는 대의를 위해 어쩔 수 없다?

 

 

앞서도 얘기했듯, 양수댐 발전소를 지으려면 높은 곳에서 거대한 물을 떨어뜨려야 하니, 산을 대규모로 깎아 커다란 댐을 상부에 만들고 아래에도 댐을 만들어야 하죠. 마을 하나가 사라질 수 있어요. 

 

 

그뿐 아니에요, “진입로 개설로 인한 산지 절개, 변전시설, 송전시설, 탐방 편의시설, 토석장 등에 의한 훼손도 뒤따른다”고 해요.

 

 

“양양 양수발전소는 하부댐 면적만 24만 평이며, 상하부 댐을 연결하는 767m의 수직 터널 등 6㎞의 수로터널과 진입로 및 작업 터널 등 모두 16㎞의 터널이 있다. 15t 트럭 14만 대 분량의 바위와 흙을 파내 만들었다.”(녹색연합, “양수발전댐의 현황과 문제점”, 2022)

 

 

또 대규모 인공호가 위치한 춘천, 충주, 안동, 합천 지역을 대상으로 기상변화를 연구한 자료에 의하면 “지역의 안개일수는 댐 건설 전보다 최소 37% 이상 발생하였고, 일조 시간은 하절기에 22.4% 감소했다”고 합니다.(위와 같은 보고서)

 

 

중산리반내골주민연대에서 밝혔듯 구례 양수댐 발전소 예정지인 중산천-계족산엔 멸종위기야생생물, 법정보호종 등 지켜야 할 동식물이 수두룩해요. 꼭 보호종이 아니더라도 인간의 잣대로 가늠할 수 없는 엄청난 생태계가 숨 쉬고 있어요. 우리 산, 들, 강 어느 하나 그러하지 않은 곳이 있을까요. 

 

 

지금 있는 7개 양수댐 발전소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서 신규로 양수댐 발전소를 지어서 기어이 숲 생태계와 주민 삶터를 파괴해야만 하는지 구례군과 의회는 다시 생각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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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의 아름다운 숲과 강이 그대로 지켜지도록 9월 4일부터 아침마다 구례군청 앞에서 이뤄지는 1인 시위용 손팻말들. 구례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모여 중산리 양수댐 발전소 중단뿐 아니라 지리산골프장 추진 중단과 방사성 오염수 해양 투기 반대를 외치고 있다.

 

 

 

- “다음 세대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하면, 

대규모 양수댐 발전소 짓자고 쉽게 말할 수 없을 것”

 

 

한국의 특성상 양수댐 발전소가 꼭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독일 아고라 에네르기벤데 연구원인 염광희 선생님에게 물었어요.

 

 

염광희 선생님은 독일처럼 주변 7-8개 국가와 전선이 연결된 국가는 정전을 걱정할 일이 없지만, 우리나라는 정전 일어나면 주변 국가의 도움을 받을 수 없으니 극단적 상황에 대비해 유연성 자원이 필요한 건 맞다고 했어요. 다만 그게 꼭 양수발전일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했어요.

 

 

“이젠 유연성 자원으로 양수발전뿐 아니라 ESS, 스마트배터리, 또 전기자동차가 옵션이 될 수 있어요. 전기자동차에 모두 배터리가 있으니 거기에 충전할 수 있죠. ‘지금 날이 좋아서 전기 많이 나오니까 저장하세요.’ 하고요. 바람 안 불고 빛 없을 때는 안 쓰는 전기차 전기 빼서 꺼내 쓰는 것도 개발되고 있고요. 과거에야 기술이 낮아서 양수발전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다양한 옵션이 나와 있어요.”

 

 

그러면서 양수댐 발전소의 득실을 따질 때 사회적, 환경적 비용을 다 종합해 고려하면 쉽게 선택할 일은 아니라고 했지요.

 

 

“양수발전이 주는 환경 피해가 매우 크잖아요. 양수발전 설치 지역은 완전히 수몰되니까요. 다음 세대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하면, 대규모 양수댐 발전소 짓자고 쉽게 말할 수 없어요. 지속 가능한 해법을 찾아야죠.”

 

 

 

 

에너지 전환과 자립, 

어려워 보이지만 함께 풀어야 할 숙제

 

 

좀 더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에너지를 전환해 나갈 수는 없을까요? 또 지역민의 목소리가 묻히지 않게 민주적인 방식으로 지역 에너지 자립을 이뤄 나갈 수는 없을까요? 

 

 

여기 우리가 모여 에너지 공부를 하는 까닭은 지금 누리는 혜택을 더 싸고 편하게 누리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위와 같은 고민으로 나은 길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강익구 선생님은 분산형 전환 시스템을 제안합니다.

 

 

“거대한 산을 깎는 발전 방식이 아니라 소규모로 분산해야 해요. 오프리버(off-river, 하천 유량을 조절함이 없이 그대로 발전에 이용하는 발전) 방식이나 클로스 루프(closed-loop, 이미 존재하는 호수나 댐 활용) 방식은 상당히 소형입니다. 동네 어디 구석진 곳에 하나 딱 세워서 한 200가구 정도는 충분히 쓸 수 있을 정도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어요. 생태계에 줄 영향을 줄이기 위해 마을마다 소규모 분산형 에너지 발전 시스템으로 가야 하고, 전 세계적으로 그런 흐름으로 가고 있습니다.”

 

 

박승옥 선생님도 분산과 절약을 강조합니다.

 

 

“전국의 모든 지역에서 마을마다 소규모 햇빛발전, 바람발전으로 에너지 자립과 자치가 이뤄져야 해요. 주민 모두가 전력 생산자이자 소비자여야 해요. 한전 독재 체제는 끝내야 합니다. 에너지 전환의 첫 번째는 재생에너지의 보급 확대 이전에 혁명 수준에 가까운 에너지 절약입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재생에너지 계획을 수립하겠다면서 숲, 들, 강을 파괴하는 에너지 정책은 끝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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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3일 지리산 기후행진 때 노고단에서 본 지리산 아래 모습.
 에너지 전환과 자립은 숲과 강이 더는 파헤쳐지지 않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절약이 제1의 생산이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양수댐 발전소를 주장하는 이들의 말이 다 맞는다고 하더라도 결국 모두가 에너지를 적게 쓰면 양수댐 발전소가 필요할 일은 없지 않을까요? 인간의 편리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욕심을 미사여구로 가리는 게 아닌지 돌아봐야 해요.

 

 

정말 양수댐 발전소를 주장하는 이들의 말이 다 맞는다고 하더라도, 이젠 기후정의를 최우선 과제로 놓아야 할 기후멸종 시대이니만큼 숲을 파괴하는 발전은 그 장단점을 따지는 일조차 하지 말아야지요. 셈을 따질 때가 아닌데요? 지구평균기온이 1.2도나 오른 상황에서 나무를 더 심어도 모자랄 판에 산을 깎아 댐을 짓겠다고요? 경제성도 떨어지고, 다른 옵션도 있다는데 굳이 왜? 대체 왜!

 

 

숲을 파헤쳐 얻는 이익은 우리 세대 일부만의 몫일 뿐이며 다음 세대 모두의 몫을 끌어오는 도둑질입니다. ‘에너지 절약, 분산, 자급, 전환’으로 여태 저질러 온 도둑질의 죄를 조금이나마 갚아 가면 어떨까요. 지리산권 시민들 나아가 전 세계 시민들이 에너지 주권자로서 함께 공부하고 목소리를 내면 좋겠습니다.

 

 

 

 

글 쓴 사람. 문홍현경

명랑해지고 싶은 기후활동가, <벗자편지> 함께지은이, 독립출판 니은기역 이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