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변화기록원[하동] 동동제가 되고 싶은 동동이, 하동이네

2023-08-03

 

 

동동제가 되고 싶은 동동이, 하동이네

 

글 / 정진이

사진 제공 / 이르

 

 

 

낮 최고 기온 36도. 7월의 마지막 주 토요일. 마을공방 두니에서 열리는 ‘빨간무마켙’에 하동 작은변화 활동가들이 모였다. 먼지가 야심차게 준비한 동동‘제’가 되고 싶은 동동이. 첫 번째 하동이네 모임이다.

 

 

하동에서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 배분사업인 함께활동과 따로활동에 참여하는 활동가 11명이 함께 했다. 한 분 빼고는 다 참석했으니 먼지가 일찍부터 준비한 보람이 있다. 활동가들과 함께 온 친구들, 마켓에 놀러온 사람들까지 꽤 북적북적한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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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저는 하동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요가를 안내하는 먼지입니다. 또 하나 활동가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어요. 여기 활동가 분들이 많이 계신데,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활동가라고 부르는 것 같아요. 활동가들이 모여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모임을 꾸리던 차에 빨간무마켓에서 얘기를 나누면 좋을 것 같아 여기로 초대를 했어요. 장소를 빌려주신 두니에게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세 가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해요. 하동 곳곳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들려주실 세 분께 미리 연락을 드렸어요. 첫 번째 주제는 마을과 텃밭, 두 번째는 이웃과 마을, 세 번째는 마을과 장터&공간입니다. ‘하동이라는 곳에서 이런 일들이 있었구나.’하고 들어주시면 될 것 같아요.

 

먼저 노래를 한 번 불러보고 갈게요.(먼지는 노래를 정말 좋아한다.)

 

 

 

하늘 높이 흰구름은 둥실둥실 떠가고 저 

새들의 노래, 벌들의 날개 함께 합창을 하네.

숲속에는 사람들 소리조차 들리지 않고

저녁이 되면 여기저기 다시 소리가 들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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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와 함께 하는 노래 교실. ‘심지어 돌림노래!’ 하지만 우리는 돌리지 못했다.

 

 

 

먼지 저한테 한 달 반 전쯤 전화가 왔어요. 요가가 끝난 아침이었어요.

갑자기 “민주! 텃밭 교육할 때 어떻게 했지?”하고 다급하게 외치셨죠.

제가 서울에 있을 때 아이들과 텃밭 교육을 했었거든요. 그 이야기를 자세히 해드렸는데, 

“그래서 비닐 멀칭을 했어 안했어!” 물으시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좀 나눠볼까 해요.

 

악양에서 ‘떳떳한 텃밭’이라는 공동텃밭을 가꾸고 있는 텃밭지기, 나은동 님입니다.

그날 오전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잖아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은동 그때 제가 좀 흥분을 해서 악양초등학교 학부모와 민주에게 전화를 했어요. 아이들 텃밭에 관한 거였어요. 5월 9~10일 경이었는데, 텃밭 모임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의욕이 넘치는 시기였죠. 오하동 신문에 교육 관련 기사가 나서 선생님들이 읽어봤으면 좋겠다 싶어 학교에 배포하러 갔다가 아이들 텃밭을 보게 됐어요. 굉장히 작은 규모였는데 비닐 멀칭에 작물은 다 말라비틀어지고 관리가 전혀 안 된 상태였어요. 

 

그걸 보는데 마음이 너무… 좀 슬펐어요. 어른들 텃밭은 자기 상황에 맞게 하는 거라고 이해할 수 있겠는데, 아이들 교육 텃밭을 왜 이렇게 운영하고 있는지 이해를 못하겠더라고요.

 

 

먼지 요즘은 학교마다 텃밭을 가꾸고 있는 곳이 많아요. 텃밭이 좋은 교육 장소라는 데 공감하고 있기 때문인데, 관리가 어렵죠. 학부모나 마을 주민들 협력이 없으면 담당 선생님이 모든 걸 책임지기 때문에 많이 지치죠. 이후에 은동과 만나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은동 그 당시 경남교육청 주민참여예산 아이디어공모 플랜카드가 붙어있었어요. 저걸 통해서 악양초에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생각했어요. 전화를 했더니 담당자가 이건 너무 우회적인 방법이니까 차라리 악양초 학부모운영위에 건의하는 게 낫겠다고 조언해줬어요. 

 

학교 행정실에 전화해서 운영위원회가 열린다는 걸 알게 됐고, 운영위원장이 저희 마을 이장님이어서 먼지랑 위원장님, 저 셋이 모여 여러 차례 이야기를 나눴죠.

 

 

먼지 은동이 애를 많이 썼어요. 학부모도 교사도 아닌 지나가던 주민이 제안했을 때, 이게 학교에 제대로 전달이 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저는 은동이 그냥 지나치지 못한 계기가 뭘까 궁금해요.

 

 

은동 아까 말했듯이, 의욕에 가득 찬 시기였고(ㅎㅎ), 그 밭이 아이들 동선과도 멀리 떨어져 있는데다 아이들이 가꾸는 작은 텃밭을 비닐로 멀칭한 것에도 화가 났어요. 나중에 들어보니 여러 가지 상황과 이유가 있더라고요. 

 

 

먼지 마침 운영위원장님이 마을 이장님이기도 해서 하반기에는 아이디어를 모아서 잘 운영해보자는 쪽으로 이야기가 생각보다 수월하게 풀리는 과정인 것 같아요. 은동은 앞으로 이 상황이 어떻게 진척됐으면 좋겠어요?

 

 

은동 먼지가 텃밭 프로그램(방과 후 학교)을 주도적으로 진행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저나 떳텃 멤버들이 서포트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먼지 당황)

 

 

먼지 마을 학교 텃밭은 굉장히 상징적인 것 같아요. 교육의 장이기도 하고 아이들과 어른들이 서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죠. 주민들의 기술도 같이 활용할 수 있고요. 예를 들어 뚝딱뚝딱 필요한 것들을 같이 만들어볼 수 있고, 양봉도 할 수 있고, 다른 텃밭 보러 가거나 장터로 연결될 수도 있잖아요.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떠올라요. 혹시 여기 계신 분들 중에 마을 학교 텃밭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 있을까요?

 

단비 떳텃에서 농사의 중요성, 농지의 중요성에 대해 얘기하면서 논농사도 지어보고 자급율이 떨어지는 곡물 농사도 지어보자고 했잖아요. 그런 꿈을 꾼다면 아이들과 학교에서 시작해서 이런 활동을 함께 해나가는 게 떳텃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생각했어요. 먼지가 워낙 바쁘니까 시간을 많이 내기 힘들다면 기획을 같이 하고, 떳텃이 실천을 분담해서 하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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떳텃의 텃밭지기 나은동 님(좌)과 이날의 진행자 먼지(우)

 

 

 

먼지 그러면 말이 나온 김에 떳텃의 상반기 활동과 앞으로의 계획을 얘기해주세요.

 

 

단비 떳텃은 재작년 제로웨이스트 모임으로 시작해서 올해 삼 년 차에요. 이번에는 뭘 해볼까 하다가 각자 텃밭을 하지만 좀 더 정성 들여 해보자는 취지로 시작했어요. 각자 가지고 있는 토종 씨앗으로 모종도 내보고, 잘 키워서 채종하는 것까지. 나중에 규모 있는 작물도 좀 해보고 싶어요. 정명희샘이 땅을 내주셨는데, 문제는 멧돼지가 틈만 나면 내려와서 감자도 수확을 못하고, 옥수수도 수확을 못했어요. 그래서 손에 들어오는 것들은 적었으나 느낀 바는 많아요. (갑자기 진이에게 넘어감)

 

 

진이 물론 집에서 다들 텃밭을 하지만, 서로 가지고 있는 씨앗을 모으는 일부터 같이 모종을 내고, 심고, 가꾸는 일이 또 색다른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정명희 샘은 이번 기회에 작물에 대해서 깊이 공부하는 계기가 됐다고 하시더라고요. 

 

명희샘네 집 텃밭이 너무 좋았지만, 멧돼지 편의점으로 계속 지속할 수는 없을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르렀고요.(탄식) 하반기에는 장소를 옮겨서 다른 방식(틀밭을 만들고 그 안에 부엽토를 만들어 채우는)으로 새로운 실험을 해보자고 의견을 모았어요. 또 단비가 제안하고 모두들 환영한 아이디어인데, 내년에는 논을 얻어서 논농사에 도전해보기로 했어요. 한두 명을 제외하고 경험이 없기도 하고, 직접 손모내기도 하면서 식량 자급 공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논이 필요합니다!(광고)

 

 

먼지 논을 구하신답니다. 다들 소식을 주세요~. 그럼 하반기에 한 번 또 모일 예정이니까 그때 어떻게 되어가는지 들어보도록 할게요. 은동님 얘기는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선물 고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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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선물 소개 시간. 활동가들이 집에서 챙겨온 선물을 나누었습니다!

 

 

 

 

먼지 저는 하동살이 일 년 차인데요. 여기 10년, 20년 이상 된 분들도 계시고, 앗! 삼 일 된 분도 계시네요. 하동살이 20년 이상 된 선생님께서는 하동이 넓게 느껴지세요? 좁게 느껴지세요?

 

 

준형 넓게 느껴집니다. 저는 도시로 나갔다가 다시 돌아왔어요. 예전에는 하동을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돌아와서 보니까 모르는 게 더 많다고 느꼈어요. 제가 살아보지 않은 곳은 잘 모르고, 물리적으로도 가보지 못한 곳이 많고요. 

 

 

먼지 저는 가끔 작다고 느껴질 때는 조금 답답할 때, 그러다가도 어? 나 아직 청암이나 옥종은 안 가봤는데? 할 때는 넓다고 느껴져요. 여러분 혹시 하동에 바다가 있는 건 알고 계세요?

 

바다 가고 싶다고 할 때 저는 남해부터 떠오르는 데 하동은 산, 강, 바다가 다 있는 곳이에요. 여러분 머리 속에 떠오른 바다는 넓고 푸른 바다일 텐데요. 하동의 바다는 그것과는 좀 거리가 있는 것 같아요. 하동에서 바다와 접해 있는 마을 소식을 알고 계신 분이 있어서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합니다. 우애라님 모시고 이야기해 볼게요. 하동의 바다는 어떻게 소개하는 게 좋을까요? 

 

 

애라 먼지가 얘기한 것처럼 우리가 모르고 있는 하동의 바다가 첫 번째일 거고, 두 번째는 버려진 곳(이렇게 표현하고 싶지 않아서 많이 망설이셨다.)이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하동군에 금남면과 금성면이 바다를 접하고 있어요. 내가 버려진 곳이라고 얘기해서 분위기가 어두워진 것 같아. 

 

 

먼지 그곳에 산업단지가 있고, 계속되는 개발 이슈가 있었어요. 환경파괴가 일어나고 있고, 주민들의 피해가 계속되고 있어서 막으려는 움직임이 있죠. 하지만 외부에서 하는 말들은 힘이 없어요. 그래서 주민분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인터뷰를 진행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쉽지 않은 일이죠. 함부로 가서 우리가 생각하는 바를 전할 수도 없고요.

 

저는 주민들과 인터뷰를 한다고 들었을 때 오히려 하는 분들이 많은 걸 느끼고 변화가 생기겠다고 생각했어요. 인터뷰를 할 때 인상 깊었던 이야기나 나를 변화시킨 이야기가 있을까요?

 

 

애라 5월 8일 어버이날 인사를 드리고, 14회 이상 연막마을에 가서 인사를 드렸고, 17명 이상을 만났는데, 어느 특정한 날, 특정한 사람이 인상적이었던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이 인상적이었어요.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는 일이 그런 것 같아요. 아무리 생각해도 한 사람을 정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그분들이 어촌생활에서 가지고 있는 생계 활동뿐 아니라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살아가는 이야기, 특히 여성들은 다중적인 노동을 해야 했기 때문에, 각자 조금씩의 차이가 있었고, 17명 개개인이 다 특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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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사마을 이야기를 나눠 주신 우애라 님(좌)과 진행을 맡은 먼지 (우)

 

 

 

 

먼지 그러면 악양과 금성면의 생활양식이 어떻게 다를까요?

 

 

애라 그곳은 전형적인 어촌마을이에요. 아주 옛날부터 김양식을 했고, 갯벌에서 조개잡이를  했어요. 남자분들은 아주 먼 곳까지 어업을 하러 나갑니다. 서해안 연평도까지 나간데요. 6개월에서 짧으면 3개월까지 나갔다 오죠. 집에서는 여성분들이 조개를 잡고 김양식을 합니다. 김은 겨울 동안만 해요. 농촌은 겨울에는 일하지 않는 기간인데, 그곳은 겨울 동안 김양식을 하는 거예요. 그분들 이야기로는 태어나면서부터 했다고 해요. 초등학교를 졸업 못하신 분들이 많아요. 열에 아홉은 일을 해야 했어요. 걸음마만 하면 김양식과 관련된 일을 해왔다고 해요.

 

 

먼지 연막 마을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스스로가 변화된 지점이 있나요?

 

 

애라 제가 농사를 짓는데, 아침에 참깨밭 풀 정리를 하러 나갔거든요. 비가 굉장히 많이 왔잖아요. 밖에서 보면 밭이 멀쩡해요. 어제부터 들어가서 보니까 쓰러지고, 뿌리가 드러나고, 흙도 많이 유실되고, 작물이 아픈 거죠. 그런 거예요. 표면적인 게 아니고 자세히 들여다보는 거죠. 실제로 가서 뿌리가 드러나 있는지, 쓰러져 있는지 하는 것들을 자세히 볼 수 있었죠. 지금은 단순히 ‘연막마을 사람들’이 아니라 이춘견 언니, 황이남 언니 이렇게 그분들을 다 기억할 수 있어요. 상상도 못할 상처를 가진 분들도 있고요.

 

어촌이지만 당연히 가게를 운영하는 분도 있고, 남편이 경찰인 분도 있고, 다양한 삶이 공존해요. 질문지만 가지고 가서 물어보면 굉장히 쉽고 단순한 일이에요. 스무 개 정도 질문을 정해서 이분들이 마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공동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는 자기의 경제 활동은 어떻게 하는지. 그런데 개개인의 삶을 알게 되니까 오히려 길을 잃어버린 거예요. 자주 갈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해요. 궁금하기도 하고요. 

 

 

먼지 가까운 거리도 아닌데 시간과 품을 내서 그곳까지 계속 가게 하는 동력이 뭘까요?

 

 

애라 약속했기 때문에. 우리 멤버 열두 명이 하고자 했던 일이 있었기 때문에 최대한 많이 가서 많이 알고 싶었어요. 그런데 거기서 벗어나기 시작한 건 어떤 일 때문은 아니고 내 몸속에서 느껴진 거예요. 치킨파티를 하는 날이었는데, 예상외로 (22명)너무 많이 오신 거예요. 정신없이 정리를 하고 보내드렸는데, 제가 치킨 안 먹는 걸 아시고 다 끝난 뒤에 밥상을 차려주시는 거예요. 숟가락을 드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걱정하실까봐 울지는 못했지만. ‘마음이 녹는다’는 느낌 알아요? 제가 여러 가지 이유로 좀 삭막해져 있었던 상황인데, 그날 운전하고 돌아오면서 마음이 녹는다 게 뭔지를 알았어요. 

 

그날만 그런 게 아니라 매 순간 그런 지점들이 있었어요. 그때 안 거죠. 네다섯 번 갈 때까지는 멈칫하고 걱정되고, 내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생각하고 그랬어요. 지금은 목적 없이 가도 목적을 이룰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인내와 시간이 필요했던 거죠.

 

 

먼지 오히려 방향과 목적을 잃어버린 상태가 더 좋은 것 같아요. 사람으로 만나고, 마음을 나눌 수 있고… 지금은 짧게 이 상황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어서 아쉽지만,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다음에 갈사만 이야기를 또 들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면 좋겠어요.

 

 

먼지 마지막 손님을 모시고 보내드릴게요. 이곳의 공간을 채우고 있는 지영과 진이, 지읒이응팀을 모셔보도록 하겠습니다. 빨간무마켓이 삼 월부터 시작한 거죠? 처음 하게 된 계기를 설명해주세요.

 

 

진이 마을공방 두니가 문을 연 지 이 년 반 정도 됐어요. 첫 해에는 못 하고 작년 봄에 ‘두니 플리마켓’으로 시작을 했죠. 그때는 지금 같이 하는 ‘이런협동조합’ 친구들이 없었고, 공방 운영자들끼리 진행을 했어요. 이곳을 아는 사람도 거의 없어서 셀러나 방문객을 모으기가 참 힘들더라고요. 그렇게 서너 달을 하는데 하나도 즐겁지가 않고 마음의 짐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중단했어요. 이렇게 쥐어짜듯이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다 이런협동조합이 두니와 함께 하게 되고 다시 한 번 플리마켓을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이름도 당근마켓을 벤치마킹(그냥 짝퉁)해서 ‘빨간무마켙’이라고 지었고요. 이곳에서는 당근을 빨간무라 부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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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읒이응의 양지영(좌), 그리고 정진이(우)

 

 

 

먼지 이 공간을 활성화하기 위한 게 큰 이유인 거죠?

 

 

진이 네. 그 이유가 가장 컸어요. 그리고 오늘처럼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먼지 그렇다면 여기 오신 분들께 여쭤보고 싶어요. 여러분들이 꿈꾸는 장터의 이미지가 있을까요?

 

 

단비 제가 귀농 19년짼데요. 예전에도 장터가 여러 형태로 있었고, 흥망성쇠를 겪었죠. 갈수록 똑같은 얼굴들이 나오고, 우리집에도 있는 비슷한 품목을 있고, 셀러는 줄고, 보고 싶은 사람도 차츰 오지 않고… 왜 그럴까에 대한 고민을 같이 나누지 못하고 이끌던 사람들이 지쳐서 흐지부지 됐어요. 

 

그런데 빨간무마켓은 이 공간을 활성화시키고자 하는 목적이 가장 크잖아요. 이곳이 들어오면 별천진데 들어오게 만드는 게 굉장히 어렵잖아요. 그런 면에서 예전에는 많았지만 지금은 사라진 문화마당 같은 것들이 곁들여지면 좋겠어요. 셀러 위주의 마켓이 아니라 한 달에 한 번 놀이의 장을 만드는 거죠. 청소년들도 와서 놀 수 있고, 어른들도 와서 놀 수 있는. 공연팀도 적극적으로 섭외해서 이 공간을 소통의 장으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구례의 콩장이나 산청의 목화장터 같은 형태의 장터는 여기와 좀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먼지 지역에서는 보던 얼굴, 보던 셀러가 계속 나오잖아요. 어떻게 하면 신선함도 주고 끈끈함도 가져갈 수 있을까가 고민일 것 같아요.

 

 

진이 맞아요. 일단 단비 말대로 놀이의 장을 좀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다음 달에는 여름맞이 워터밤을 한 번 열어볼까 해요. 어린이 수영장도 있고(작지만), 물총놀이도 하고, 물풍선 맞추기도 하고 재밌게 놀았으면 좋겠어요. 악양 워터밤!

 

 

먼지 저도 사실 오늘 동동이가 아니고 동동제라고 해서 축제를 열고 싶었어요. 활동가들끼리만 모이는 게 아니라 활짝 열어두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연도 하고요(악양중 밴드를 섭외했지만, 청소년들의 사정으로 취소되었다). 그런 축제가 한 달에 한 번 여기서 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이건 사실 마을공방 팀 뿐만 아니라 마을 전체가 같이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곳에 계신 지영씨는 이 공간이 어떻게 운영됐으면 좋겠어요?

 

 

지영 저는 여러 마켓들이 없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일을 하던 사람들이 결국 지쳐서 나가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일이라고 인식하게 되는 순간 재미가 없어지고 지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일단은 ‘우리가 출발을 했으니 우리가 재밌자’라는 것에 집중하고 있어요. 그래야 지속가능성을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오늘 이런 행사를 열고 많은 분들이 찾아와서 일단 기분이 너무 좋고요. 이 인연이 계속 이어져서 다른 시작이 될 수 있을 거라 믿고, 찾아와주시면 우리가 어떻게 같이 재밌게 놀까 고민할 수 있는 지점이 된 것 같아요.

 

 

먼지 마을공방에 새로운 변화가 생겼잖아요. 이런책방 소개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

 

 

지영 이런책방은 이런협동조합에서 공동으로 운영하는 책방이에요. 사장님이 무려 여섯 명이죠. 가내수공업으로 책장도 짜고, 페인트칠도 하면서 준비하는데 삼사 개월 걸렸어요. 동네책방도 장터처럼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치만 지역에 꼭 있어야 하는 요소라고 생각하거든요. 관광객들을 위한 책방 아니고 주민들이 많이 찾아올 수 있는 책방을 만들고 싶어요. 저희 여섯 명의 관심사가 반영된 다양한 분야의 책이 들어올 예정이고, 지역 분들의 중고책을 위탁판매 해드리는 일도 하고 싶어요.

 

사실 지역에 산다고 도시보다 여유롭게 사는 건 아니잖아요. 여기 계신 분들도 굉장히 바쁜 분들이고요. 그런 분들에게 이렇게 아름다운 나무 아래서 책을 볼 수 있는 여유를 본인에게 선물하는 경험을 드리고 싶어요.

 

책방은 책을 판매하는 공간이면서 또 다양한 확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여기서 여러 가지 문화 행사도 하고 싶어요. 그것과 장터가 어우러지면 저희가 꿈꾸는 활성화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8월 중에 오픈할 예정인데 소소하게 독립영화상영회를 해보려고요. 시원한 여름밤 아름드리 단풍나무 아래에서 함께 영화를 보는 거죠. 주민들이 편안하게 자주 찾아주시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먼지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를 할까 해요. 한 번만 더 합시다!(노래죠.ㅎㅎㅎ)

노래하고, 인사하고, 책방 들릅니다!

 

 

 

 

하늘 높이 흰구름은 둥실둥실 떠가고 저 

새들의 노래, 벌들의 날개 함께 합창을 하네.

숲속에는 사람들 소리조차 들리지 않고

저녁이 되면 여기저기 다시 소리가 들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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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끝내 이 노래의 제대로 된 음을 아무도 숙지하지 못했다.(쉬는 시간에도 한 번 부른 건 비밀) 우리는 가을에 다시 있을 ‘동동제’를 기약하며 저마다 선물꾸러미를 안고 헤어졌다. 지난 커뮤니티 투어 때도 느꼈지만, 올해 작은변화 사업은 유독 사람들을 많이 연결하는 것 같다. 낯선 얼굴이어도 반갑고 아는 얼굴은 더 반갑다. 이토록 마음을 활짝 열고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쉬운 건 아니니까.

 

 

에어컨 아래가 아닌 나무 그늘 아래 옹기종기 둘러앉아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던 시간이, 소소한 선물을 하나씩 안고 손 흔들며 나눈 작별 인사가 올 여름 한 장면이 되었다.  

 

 

 

 

 

 

 

글쓴 사람. 지읒이응

네 살 된 바둑이라는 강아지를 같이 키우고 있는 양지영과 정진이가 함께, 번갈아 씁니다. 때때로 루미큐브를 목숨을 걸고 합니다. 각자 어쩌다 흘러들어온 하동에서 이제는 함께 어떻게 잘 살아볼까 궁리하며 지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