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변화기록원[하동] 편안하고 따뜻한 공간을 만드는 사람, 수진

2023-10-09

 

 

편안하고 따뜻한 공간을 만드는 사람, 수진

나마스떼 민박, 카페 적량다온, 그리고 수진

 

 

글 / 정진이

사진 / 지읒, 수진, 그의 친구들

 

 

 

‘하동에 제로웨이스트 숍이 생겼대!’

 

 

몇 달 전 희소식을 들었다. 그것도 적량에. 하동 적량면은 그야말로 시골…. 시골 사람이 이런 말을 하니까 조금 우습기도 하다. 어쨌든 적량복지센터가 들어서면서 그곳 1층 ‘카페다온’에서 제로웨이스트 물품을 판매한다는 것. 무려 샴푸와 세제 리필 스테이션도 있다. 

 

 

물어물어 카페다온 운영자인 수진에게 연락했다. 어디서 인터뷰를 진행할까 고민하다 아무래도 카페는 손님이 오가는 곳이라 방해를 받겠다 싶어, 쉬는 날 수진 집에서 만나기로 했다. ‘나마스떼’라는 민박집을 운영한다지?’ 산청의 효림에게 들은 이야기다.(하동 소식을 산청 사람에게 듣다니….) 

 

 

사사로운 이 과정을 주절주절 떠드는 이유는 집에서 만나기로 한 결정이 인터뷰의 흐름을 완전히 바꾸었기 때문이다. 예쁜 집을 발견하고, 차를 세우고, 노트북을 꺼내고, 뒤돌아섰을 때. 풀을 뽑다 일어나 “안녕하세요!” 큰 소리로 인사하는 그녀를 처음 본 순간…. 나는 사실 조금 설렜다. 수진의 차분하고 맑은 기운이 단정한 집에 깃들어 있었다. 

 

 

 

 

#1. 나마스떼 민박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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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마스떼 민박 모습

 

 

 

지읒 집이 너무 예뻐요.

 

수진 고맙습니다. 우리가 할 수 없는 부분(정화조 묻기 같은)만 빼고는 남편과 둘이 손수 고쳤어요. 그래서 어설픈 부분도 있지만 만족하면서 지내요.

 

 

 

지읒 카페와 민박 둘 다 운영하기 어렵지 않아요?

 

수진 민박집은 전에도 하던 일이라 손에 익기도 했고, 손님이 매일 오시는 건 아니라 할 만 해요.

 

 

 

지읒 마당 여기저기 고양이가 많아요. 제집처럼 편안해 보이네요.

 

수진 시골에 들어올 때 뱀 나올까 봐 좀 무서웠거든요. 유튜브를 찾다가 고양이가 뱀을 잡는다는 내용을 봤는데, 남편이 산책길에 정말 그 장면을 목격했어요. 날카로운 발톱으로 샥샥! 그 뒤로 밥을 주기 시작했어요. 집에 머물렀으면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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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서 쉬고 있는 기특한 고양이들

 

 

 

지읒 하동에는 언제 왔어요?

 

수진 일 년 반쯤 됐어요. 전에는 경주에 살면서 작은 한옥을 수리해 민박집을 했어요. 그곳도 ‘나마스떼 민박’이었어요. 유명한 황리단길 근처였는데, 너무 번화해서 조용한 곳으로 옮기고 싶어졌죠. 산청에 사는 친구들에게 하동 얘기를 듣고 검색하다가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해 이곳으로 오게 됐어요.

 

 

 

지읒 민박집 이름이 ‘나마스떼’예요. 이유가 있어요?

 

수진 남편하고 인도와 네팔에서 NGO 활동을 오래 했어요. 둘이서 만든 단체예요. 의료혜택을 못 받는 지역, 주로 불가촉천민 마을에서 의료캠프 열어요. 작은 학교에 선생님 월급이나 학용품, 간식 비용 같은 걸 지원하고요. 젊은 청년들이 자기 밥벌이를 할 수 있도록 자립을 지원하는 활동도 해요.

 

지읒 예를 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수진 음…. 요즘은 인도에는 전기 릭샤가 많이 다니거든요. 그런 걸 사서 청년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빌려주는 거예요. 자기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는 거죠.

 

 

 

 

지읒 활동 지역을 인도나 네팔로 정한 이유가 있을까요?

 

수진 남편이 다른 NGO 활동가로 인도에서 오래 일했어요. 이왕이면 잘 아는 지역에서 시작하고 싶었어요. 코로나 터지기 전에는 1년에 절반 정도는 인도나 네팔에 있었어요. 코로나 이후에 못 가다가 다시 조금씩 시작하고 있어요. 지금도 남편은 거기에 가 있어요.(그 다음 주, 돌아온 남편과 수진이 마을공방 두니를 찾아주었다. 실물 영접!) 

 

지읒 민박집 이름을 보고 인도 여행을 많이 다니시는 분이구나 생각했는데, 더 뜻깊은 이유가 있었네요. 저는 십오 년 전쯤 다녀왔는데 지금 많이 바뀌었죠?

 

수진 네. 정말 많이 변했어요. 불가촉천민 마을도 집집마다 스마트폰 한 대씩은 가지고 있어요. 특히 아이들이 많이 가지고 있죠. 

 

지읒 네에???(많이 놀람) 그렇게 비싼 스마트폰을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수진 인도랑 중국 회사에서 한동안 스마트폰을 엄청 싸게 보급하고 데이터를 무료로 쓸 수 있게 했어요. 심지어 타타 그룹에서 일 년 동안 데이터 전국민 무료 서비스를 했어요. 스마트폰을 쓸 수밖에 없도록 길을 들여놨어요.

 

지읒 악마같은 서비스군요. 

 

 

 

지읒 다시 하동 이야기로 넘어갈게요. (웃음) 경주에서는 시골 생활을 하진 않았죠?

 

수진 네. 집만 한옥이지 문만 열면 도시니까요. 그래도 어릴 때 경주 시골에 살아서 이곳이 낯설지는 않아요. 하루에 버스 서너 대 정도 다니는 정말 시골이었어요. 시골에 오니 풀 뽑는 게 일이네요. 조금 전에도 풀 뽑느라고…. 카페하면서 돌볼 시간이 줄어들어 작은 마당 가꾸기도 쉽지 않네요. 

 

지읒 관절염을 조심해야 합니다!

 

수진 맞아요. 손가락이 점점 굵어지고 있어요. 근데 풀 뽑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겠어요. (웃음)

 

지읒 시골 생활은 어때요?

 

수진 이번에 남편이 인도 가느라 하동에서 처음으로 혼자 지내게 됐거든요. 조금 무서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괜찮더라고요. 고양이들이 있는 게 위안이 됐어요. 든든해요.

 

 

 

지읒 마을 분들과는 친해지셨어요?

 

수진 친해진 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근데 여기 마을에는 젊은 사람이 정말 없어요. 제일 젊은 분이 60대. 그래서 엄청 사랑받으며 지내고 있긴 해요. 

 

 

 

지읒 하동에 살아보니까 어때요? 계속 살만한 곳인 것 같아요?

 

수진 되게 좋아요. 공기 좋고 물 좋고, 정말 식상한 말이지만 자연이랑 가까운 게 너무 좋아요.

 

 

 

지읒 젊은 나이인데 이런 방식(?)으로 살기로 결심한 계기가 있을까요?

 

수진 여러 가지가 있을 것 같은데…. 여행 다니면서 자연 안에 훅 들어가게 되는 순간들이 있더라고요. 문명을 벗어나서 자연의 한 가운데 있을 때. ‘아! 좋구나!’하는 느낌을 많이 가졌던 것 같아요.

 

조금씩 자연에 더 가까운 곳에 살아야지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어요. 결정적 계기라면, 경주 나마스떼가 한창 잘 되던 때였어요. 여기는 방이 하나지만, 경주는 세 개였거든요. 손님도 많고 온종일 일을 하다 저녁이 되면 대화를 안 하고 핸드폰만 보는 거예요. 또 손님 오는 게 반갑지 않고, 돈을 많이 버니까 피곤하면 외식을 하게 되고요. 안 마시던 와인도 마시고, 스테이크 먹으러 다니고. 그러면서 ‘아, 이건 좀 안 좋다.’고 우리 둘 다 생각했어요. 건강에도 안 좋지만 뭔갈 해소하려고 돈을 계속 쓰고 다니는 방향이…. 

 

주변이 그런 환경으로 둘러싸여 있으니까 안 할 수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없는 곳으로 가자.’하고 찾게 됐죠. 근데 정말 없는 곳으로 오게 됐어요. 여기 정말 아무것도 없어요. 슈퍼, 식당, 카페, 아무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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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것도 없는 아름다운 곳

 

 

 

지읒 나마스떼에는 어떤 손님들이 오나요?

 

수진 시골살이가 어떤지 궁금한 분들이 많이 오세요. 귀촌하고 싶은데 하동은 어떤지 알아보고 있는 분들. 귀촌하면 뭘 먹고 사나 궁금한 분들. 핵심은 집은 어떻게 구했나!예요. 

 

다양한 직업과 삶의 방식을 가진 분들을 만나는데, 희한하게도 결이 비슷한 부분들이 있어요. 

 

 

 

지읒 숙소의 분위기를 따라가는 것도 있나 봐요.

 

수진 맞아요. 여기는 엄청 편리하고 쾌적한 곳이 아니다 보니 그런 게 괜찮은 사람들, 취향이나 성향이 비슷한 분들이 오죠. 손님들이랑 이야기도 많이 나눠요. 여기 있으면 일상이 조용하고 잔잔한데, 손님들이 오면 환기도 되고 반갑기도 하고, 사람 만날 일이 생기니까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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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마스떼 민박 방

 

 

 

지읒 경주에서부터 하동까지 민박집을 하는 걸 보면 이 일이 잘 맞나봐요.

 

수진 기본적으로는 그런 것 같아요. 손님을 맞이할 때 즐겁기도 하고요. 제가 엄청 사교적인 편은 아니라 에너지가 많이 들기는 하지만 좋은 마음이 계속 생겨요. 또 출퇴근 안 해도 되고, 내 시간도 많이 가질 수 있어서 좋아요. 손님들이 오니까 청소도 열심히 하게 되고요. 오늘도 아침에 청소했습니다. 덕분에. 하하하. (지읒 미안함다!!) 

 

 

지읒 힘든 점은 없어요?

 

수진 손님이 계속 오면 힘들어요.(웃음) 손님이 있을 때는 모르는데 가고 나면 아, 꽤 긴장하고 있었구나 싶어요. 

 

 

지읒 예전에 지리산둘레길 걸으면서 들렀던 민박집이 생각나요. 이렇게 예쁘게 고치지 않은 정말 그냥 시골집이었는데, 너무 달게 잤어요. 아침에 주인 아저씨가 커피를 내려줬는데 그게 또 기가 막히게 맛있는 거예요. 방을 둘러보는데 딱 내 취향인 만화책도 한가득이고. 온종일 커피 받아 마시면서 만화책 보고 그날은 안 걸었어요. 그곳에 계속 있고 싶더라고요. 그 공간에 있는 사람과 분위기, 편한 느낌이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수진 저희도 숙소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야기 하다 보면, 가장 끝에 다다르는 지점이 우리가 편안하게 잘 지내고 있는 게 제일 좋겠구나 싶더라고요.

 

지읒 공간에 그 사람의 아우라가 있어요. 사람이 편하면 공간도 편하고. 여기도 그런 것 같아요. 편해요.

 

 

 

 

#2. 카페 다온

 

 

지읒 카페 다온을 얼마 전에 한 번 갔었어요. 만나기 전에 그래도 가봐야 할 것 같아서요. 몰래…. (웃음) 어떻게 하게 된 거예요?

 

수진 문화복지센터에서 청년 운영자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했어요. 공간에 대한 갈증이 조금 있었거든요. 민박집과는 별개로요. 지역 농산물로 뭔가 만들어보고 싶기도 하고, 먼 얘기기는 하지만 농사짓는 친구들이랑 같이 그 재료로 음식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읍내에 자리를 알아보다가 세가 비싸서 미루고 있었는데 마침 공고문을 보게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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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다온

 

 

 

지읒 이로운 궁리에서 제로웨이스트 모임을 했거든요. 제로웨이스트 숍이 있으면 좋겠다, 만들어 볼까 하다가 핵심은 리필인데, 그게 쉽지 않더라고요. 이게 생겼다고 해서 되게 궁금했어요. 수진 님 아이디어였나요?

 

수진 경주에 있을 때 주변에 그런 친구들이 되게 많았어요. 그래서 그런지 저에게는 낯설지 않았고,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카페를 한다면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 것, 제로웨이스트 용품을 파는 것이 기본 요소라고 생각했어요. 제로웨이스트 용품을 ‘판다는 것’이 마음에 걸리는 지점은 있어요. 그래도 알리는 차원에서 해보면 어떨까 하고 시작하게 됐죠.

 

일회용품 안 쓰는 점은 복지센터 운영위에서 반대하셨어요. 주변에 관공서들이 조금 있거든요. 그 사람들은 밥 먹고 한 잔씩 다 사서 들어가는데, 일회용품을 안 쓰면 불편해서 안 된다고 했죠. 여러 번 설득했어요. 정말 마지막이다, 이번에 안 되면 카페 운영은 못하겠다 생각하고 얘기했는데 그때 받아들여졌죠. 지금은 다들 좋아하세요. 의외로 주민들 반응이 좋아요. 할머니들도 텀블러 가져오시고 빌려 가기도 해요. 생각보다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셨죠.

 

지읒 판매는 잘 되나요? 

 

수진 제로웨이스트 용품은 신기해서 사 가는 것 같아요. 샴푸, 세제 리필은 수요가 많지는 않아요. 그래도 꾸준히 이용하는 분들이 있어요. 다 쓴 통 가져와서 담아가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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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제로웨이스트 코너

 

 

 

지읒 이음장 이야기 좀 해주세요.

 

수진 플리마켓을 하자는 이야기가 계속 있었어요. 운영위원회에서도 했으면 좋겠다고 하고. 그런데 뭘 자꾸 파는 걸 안 하고 싶은 거예요. 새로운 물건을 계속 파는 것에 대해서 회의감이 있고, 이미 가지고 있는 것도 평생 다 못 쓰고 죽을 것 같은데…. 근데 제가 소심해서 안 하고 싶다는 말은 못하고 있었죠. 그러던 중에 하동으로 귀향한 친구 인스타를 봤는데, 제로웨이스트에도 관심이 많고, 안 입는 옷을 나눈다고 피드를 올렸더라고요. 그걸 보고 누군가 ‘벼룩 시장 하나요?’라는 댓글을 달았어요. 그 참에 제가 진짜 하자고 제안했죠. 

 

지읒 사람들은 많이 왔어요? 어떻게 진행됐나요?

 

수진 우선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미리 알렸어요. 안 쓰는 물건을 나누는 진짜 벼룩시장과 읍내에 있는 카페 의문에서 드립커피, 오늘의 산책에서 빵을, 목공방 이르도 생활용품과 수공예품을 가지고 나왔죠. 꽤 많은 사람들이 왔어요. 물건이 많이 팔린 건지는 잘 모르겠는데 북적북적하고 재밌었어요. 

 

11월 5일에 또 하려고요. 계절에 한 번 정도 하는 게 어떨까 생각하고 있어요. 그때는 먹거리부분을 조금 더 늘릴까 해요. 쌀쌀할 때 어묵이랑 떡볶이 먹으면 좋을 것 같아요. 아! 의문 사장님 친구 중에 라면집이 꿈인 분이 있대요. 그래서 꿈을 실현해보자고 꼬드겼어요. 11월에 일본 라멘을 팔기로 했어요. 주변에 알려주세요~.이로운 궁리 팀도 함께 참여하면 좋겠어요. 올해 텃밭을 하셨으니까 씨앗 나눔 같은 건 어떨까요?

 

지읒 오~ 좋은 생각이에요. 재밌겠다. 모임에서 상의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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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읒 카페를 운영하면서 힘든 점이나 고민되는 것들이 있나요?

 

수진 주변에서 나는 좋은 식재료로 정성들여 메뉴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거기에 어울리는 가격을 받고 싶고요. 그런데 그렇게 하면 가격이 조금은 높을 것 같고, 안 팔릴 것 같더라고요. ‘타협을 해서 적당한 재료로 적당히 만들어서 적당한 가격을 받아야 하나?’ 생각하게 돼요. 그러면 재미가 없어져서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죠. (웃음)

 

지읒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제값을 받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기준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가격이 높다고 안 팔리는 건 아니더라고요. 그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들이 와 줄 거예요.

 

수진 그러면 좋겠어요. 요리하는 걸 좋아해서 점심 메뉴도 해보고 싶어요. 시설에 한계가 있으니까 최대한 가열을 안 하고, 오븐을 이용해서 만들 수 있는 요리를 생각하고 있어요.

 

지읒 지역 주민들이 많이 오신다고요?

 

수진 80%는 동네 주민이에요. 동네 아주머니,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편하게 왔다 가시는 게 좋아요. 처음에는 아 평균연령이 너무 높다. 젊은 사람들이 오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카페 손님들을 유심히 봤거든요. 흙 묻은 장화 신고 일하다 참 드시러 오는 분들. 요양보호사 준비한다고 혼자 앉아서 공부하는 60대 아주머니. 그런 걸 보는데 약간 감동적이더라고요. 이곳에 어울리는 카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읒 의외로 어르신들이 카페에 잘 가시더라고요. 카페 같은 곳은 젊은이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른들도 공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트럭 타고 와서 한 잔 하고, 동네 친구랑 와서 수다도 떨고. 

 

수진 맞아요. 또 커피 맛을 아실까 생각했는데, 드립커피 찾으시고, 카푸치노 드시고 그래요. 

 

지읒 우리가 어른들을 너무 몰랐어요. 반성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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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손님

 

 

 

지읒 나마스떼에 있을 때랑 카페에 있을 때랑 조금 다를 것 같아요.

 

수진 텐션을 좀 올리죠. 어른들이 많이 오시니까 밝게 인사하고. 집에 오면 말이 없거나 남편한테 짜증을 내거나 손님 욕을 하거나, 하하하, 그렇게 되더라고요.

 

 

 

지읒 카페는 계속 하실 생각이에요? 장기적인 계획이 있는지 궁금해요.

 

수진 카페는 일단 자리가 잡힌 것 같아요. 일도 손에 익고. 시스템도 갖춰진 것 같고. 운영자는 일 년마다 재계약 하는 게 규칙인 것 같아요. 계속 하겠다고 하면 연장할 수 있고요.

계속하는 부분은 생각이 왔다 갔다 해요. 저의 에너지나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까 거기에 쏟을 만한 일일까? 고민하게 돼요. 다른데 에너지를 쏟아보고 싶기도 하고 여기서 더 해보고 싶기도 해요. 카페를 좀 더 키우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덩치를 키운다기보다는 더 많은 운영자가 일하면서 다양한 형태로 함께 하는 거죠. 밭에서 일해서 재료도 마련하고 그런 식으로.

 

 

 

지읒 복지센터는 정말 관공서같이 생겼잖아요. 저는 카페를 직접 운영하시는 줄 알았어요. 

 

수진 좀 그렇게 생겼죠? 운영자로 일하는 데 여러 한계점이 있어요. 안 해야 될 것과 해야 될 것들…. 민간이 운영하는 게 아니다 보니까 제약이 있어서 나중에는 다른 곳에 가고 싶게 되겠구나 싶어요. 하지만 지금 그 공간이 적량에 꼭 필요한 건 맞아요.

 

지읒 다른 곳에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은 생각은 있어요?

 

수진 네. 꼭 카페여야 하는 건 아니고 농산물을 이용한 먹거리를 해보고 싶어요. 계절을 잘 느낄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다 싶어요. 농산물을 가져오면 반찬으로 바꿔주는 가게를 해도 좋겠다 싶어요. 

 

지읒 너무 좋은데요? 저 같은 사람에게 정말 필요한 곳이에요. 꼭 해주세요!

 

수진 하하하. 저도 그런 생각했어요. 누구는 밭에서 일하는 게 좋고, 누구는 요리하는 게 더 좋고, 누구는 둘 다 싫은데 마케팅을 잘하고. 자기가 잘하고 좋아하는 것들을 통해 함께 할 수 있다면 너무 좋겠죠. 

 

 

 

 

#3. 수진

 

 

 

숙소 이야기와 카페 이야기, 이음장과 텃밭, 요리와 시골살이 이야기들이 이리저리로 흘렀다. 공간이 주는 편안함 때문인지 간혹 찾아오는 고요함에도 어색하지 않았다. 한숨 돌리며 우리가 앉아있는 곳을 둘러보았다. 두 사람의 손길이 고스란히 묻어난 따뜻한 시골 주방. 

 

 

수진이 일어서며 “짜이 드실래요?” 물었다. 하…. 짜이라니요. 너무 감사합니다.^^

근래 들어 마셔본 짜이 중에 최고였다. 말도 없이 몇 모금 짜이만 홀짝였다. 나는 또 조금 감동했다.(나란 여자, 정말 쉬운 여자.) 

 

 

 

수진 구름마 출판사는 없어졌나요?

 

지읒 네. 여차여차해서 그렇게 됐어요.(지읒은 구름마 출신) 혹시 글 쓰거나 그림 그려요?

 

수진 저 글쓰는 거 좋아해요. 부끄럽지만 책도 냈어요. 심지어 제가 편집했어요. 경주에 있을 때 적어놓은 글을 엮어서 낸 책이에요. 경주에 좋아하는 서점이 있는데 거기서 책 만들기 수업을 했었어요. 그 수업 들으면서 만든 책이에요. 인디자인도 배웠어요. 너무 재밌더라고요. 출판사에서 일하는 언니한테 보여줬더니 글은 좋은데 책은 참 아마추어 같다고 평하셨어요. 하하하.(책을 가지러 뛰어가는 수진) 

 

지읒 대단해요. 한 권의 책을 완성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정말 뿌듯하겠어요. 책 빌려가도 될까요?(아쉽게도 다 팔리고 남편에게 선물한 책 한 권만 남았다.)

 

 

 

지읒 또 책을 낼 생각이 있어요? 글을 계속 쓰고 있나요?

 

수진 네. 블로그에 쓰고 있어요. 언젠가 글이 더 모이면 책을 내보고 싶긴 해요. 

 

지읒 마을공방 두니에 ‘이런 책방’이라고 작은 책방이 생겼어요. 우리도 내년이나 내후년쯤 책을 내볼까 생각하고 있거든요. 또 우리가 쓴 책이 아니더라도 지역에 좋은 컨텐츠가 있다면 출판하고 싶어요. 책방을 ‘이런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데 조합원 중에 편집자도 있고, 그림책 작가도 있고, 기획자도 있는데 책을 안 낼 이유가 없다! 이런 얘기를 나눴죠. 기회가 되면 같이 하면 좋겠어요. 디자이너가 없는데 수진 님이 인디자인 열심히 연습해서 해보는 건 어때요? (웃음)

 

수진 잘하지는 못하지만 너무 재밌었거든요. 또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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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진

 

 

 

지읒 조만간 인도에 갈 계획 가지고 있어요?

 

수진 그래서 카페에 같이 일할 친구를 구했어요. 둘이 번갈아 가면서 일해요. 

 

지읒 계획적이군요. 언제 가려고요?

 

수진 모르겠어요. 일단 대비를 해놓은 거죠. 저희가 단체에서는 인건비를 안 받거든요. 한국에서는 단체 등록이 안 되어 있어요. 등록을 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지원 사업을 받기 위해서인데, 그런 걸 안 받고 싶더라고요. 후원금이 많지 않아서 인건비를 받으면 사업비가 거의 없어요. 돈을 받으면 열심히 해야 하잖아요. (웃음) 그럴 자신은 없고. 그래서 생계를 위한 돈을 따로 벌어야 해요.숙소도 운영하지만 일 년에 한 번 정도 네팔 트레킹, 인도 성지순례, 몽골 여행 가이드를 하고 있어요. 

 

 

 

지읒 와! 몽골. 저도 한 번 가봤는데 거기서 정말 특별한 경험을 했어요. 내가 진짜 자연의 일부구나 하는….

 

수진 우리나라와는 너무 다른 자연환경. 다른 행성에 온 것 같은 느낌. 수많은 별과 초원. 저도 비슷한 걸 느꼈어요.

몽골에 가면 가족들이 사는 게르에서 생활을 같이 하거든요. 말 타고 소도 몰고 양도 잡고, 껍데기 벗겨서 무두질하고, 물 길어 오고 나무 해오고. 이 사람들 정말 자연이랑 가깝구나 생각했어요. 꼬맹이들이 있었는데, 아이들을 키우는 방식이 놀라웠어요. 가축들이랑 거의 방임하는 형태. 아이들한테 엄청난 생명력이 느껴졌어요. 그런데 갔다 오면 제로웨이스트나 환경에 대한 생각이 불타올라요. 우리 정말 자연스럽지 못하게 사는구나, 이상하게 살고 있구나, 하는 걸 느껴요.

 

지읒 맞아요. 필요하지도 않은데, 쓰는 물건들을 대체할 물건을 굳이 제로웨이스트를 한다고 또 만들고 있네? 그냥 안 쓰면 되는데. 이건 좀 이상한데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습관이라는 게 너무 무서워요. 생각을 하고 열정에 불타오를 때는 하다가 잠깐 놓치면 다시 패턴이 돌아오고. 자연스러워지는 게 어려운 것 같아요. 전 요즘 아주 방탕하게 살고 있어요. (웃음)

 

수진 하면 할수록 삶의 방향 같은 게 정리가 돼요. 뭔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거, 더 좋은 게 있다고 여겨지는 것. 그런게 정리되는 게 제로웨이스트를 제일 쉽고 제대로 하는 거일 수도 있겠다 싶어요. 아, 저도 포기 못하는 게 있어요. 라면!

주변에 그런 사람을 많이 만드는 건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자극도 받고 정신 차리게 되는 것도 좀 있고. 따라하게 되고.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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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마스떼 민박 책

 

 

 

 

나마스떼 하동에 다녀오고 수진 님이 쓴 책을 펼쳤다. 오, 이거 재밌잖아? 

경주에서 나마스떼 민박집을 운영하며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담은 책이었다. 아버지와 집을 직접 수리하며 겪은 일들, 갈등을 풀어내는 과정, 왜 게스트하우스가 아닌 민박집이라고 이름을 지었는지,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 숙소라는 걸 어떻게 손님들에게 친절하게 전달할 수 있을지, 지치지 않고 나아가기 위해 어떤 마음가짐과 태도로 살아야 할지.

 

 

나마스떼,

이 우주를 모두 담고 있는 당신에게 존경을 담아 인사드립니다. 

지내시는 내내 편안한 휴식이 되길 바랍니다.

 

 

위 문구로 시작되는 편지. 편지로 느껴지는 이 글은 따지고 보면 ‘숙소 이용수칙’이다. 수진이 손님을 어떻게 환대하는지, 숙소를 운영하면서 고민한 흔적들이 담겨 있었다. 글을 읽으며 수진과 더 깊이 이야기를 나누는 기분이 들었다. 

두 사람이 만든 국제구호단체 이름처럼,

모든 존재가 행복하기를.

 

‘Happy all beings(HAB)’ 

 

 

 

 

 

 

 

글쓴 사람. 지읒이응

네 살 된 바둑이라는 강아지를 같이 키우고 있는 양지영과 정진이가 함께, 번갈아 씁니다. 때때로 루미큐브를 목숨을 걸고 합니다. 각자 어쩌다 흘러들어온 하동에서 이제는 함께 어떻게 잘 살아볼까 궁리하며 지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