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의 작은 변화? 지구의 날 어린이 기후행동에서부터! 글 / 문홍현경 “아휴. 대체 왜 어른들은 이렇게 담배꽁초를 땅에 버리는 거예요?” 안녕하세요. 올해 지리산작은변화지원센터 구례 기록활동가인 문홍현경입니다. 글 시작 문장이 꽤 호기롭지요? 지난해 지구의 날 구례 어린이 기후행동으로 거리 쓰레기 줍기에 참여한 한 어린이의 푸념입니다. 첫 단추를 잘 여며야 한다는 생각에 3월 기록 주제를 무척 고민했습니다. 구례에 필요한 작은 변화가 무엇인지, 우리 구례에 왜 변화가 필요한지 등을 곱씹다가 결국 제가 이곳 구례에서 생생하게 느낀 작은 변화를 담아 보기로 했습니다. 바로, 지구의 날을 특별하게 맞이하는 구례 어린이들 이야기입니다. 지금 구례에서는 세 번째 지구의 날 구례 어린이 기후행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왜 담배꽁초를 땅에 버리느냐’는 작은 질문이 거대한 벽에 금을 냅니다. 그 틈에서 희망이 새어 나올 수 있습니다. 우리가 우습게 여기지 말아야 할 명랑한 작은 변화입니다. 
사진 1. 2021년 구례 중앙초 어린이들이 구례군수를 교실로 초청해 학교 근처 거리 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이 장면은 구례에서 처음으로 지구의 날 차 없는 거리를 만들어 낸 순간을 담고 있다. ⓒ지구를위한작은발걸음 뜨거워지는 지구,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마음. 바로 거기서 시작하는 변화 지구의 날 구례 어린이 기후행동이 만들어지기까지는 복잡한 사정이 있었어요. 다만 그 시작이 무엇이었는지를 짚어 보자면, ‘이대로는 안 된다’는 마음이라고 간단하게 말할 수 있어요. 그런 마음으로 몇 사람이 모여 우리 삶에 영향을 주는 교통정책을 바꿔 보자고 했죠. 그렇게 먼저 시작한 게 구례에서 가장 교통사고가 잦은 지점 세 곳을 직접 걸으며 얼마나 위험한지 조사하는 작업이었어요. 그러고는 시민들에게 알렸어요. “우리 거리가 이렇게 걷기 힘듭니다. 인간에게도 동물에게도 위험한 거리입니다. 자동차로만 다닐 수 있는 거리는 지구 생태계에도 좋지 않습니다. 걷기 좋은 구례로 바뀌어야 합니다.” 많은 이들이 공감했어요. 그러나 뭔가를 바꾸려는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했지요. “좀 더 피부에 와 닿게 접근해야 해!” 우리는 초중고 학생들의 통학로이자 학원, 음식점, 도서관 예정 부지가 몰려 있는 구례읍 경찰서 로터리에서 군청 사이 거리를 대상으로 거리 조사를 시작했어요. 이때 이 거리의 위험성을 날마다 체감할 ‘찐’ 조사자와 함께하기로 했어요. 바로 중앙초 어린이들입니다. 빠밤! 
사진2. 2021년 구례 중앙초 친구들이 거리를 조사하는 모습 ⓒ지구를위한작은발걸음 중앙초등학교는 조사 대상 거리의 중간 즈음에 있는 학교여서 평일 등하교 시간에 어린이들이 늘 거리를 오갑니다. 그런데 홀짝제로 인도에 걸쳐 주차된 차들 때문에 정작 아이들은 인도보다 차도에 내려서 오가는 위험한 모습들을 자주 볼 수 있었죠. 우리 제안에 공감한 중앙초 4학년 1반 2반 친구들이 거리 조사에 함께하기로 했어요. 조를 나누어 조마다 안전요원, 사진 담당, 지도 표시 담당, 기록 담당을 정해 거리 조사를 시작했어요. 아이들은 어른들보다도 먼저 나서서 이 거리가 얼마나 걷기 힘든 곳인지, 얼마나 안전하지 못한지 등 걷는 자들보다 운전자들에게 더 편하게 이용되는 거리 상황을 쏙쏙 집어 야무지게 기록했어요. 이어서 구례군수를 교실로 모셔 왔습니다. 군수님을 교실 가운데 앉히고 조사한 내용들을 딱딱 발표했습니다. 단지 인간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함께 사는 동식물, 구례라는 지역, 또 넓게는 우리의 지구 전체를 위해서 안전하고 깨끗한 거리가 되게 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중앙초 어린이들의 용감한 행동에 이어 어른들은 구례군에 교통정책 변화를 요구했습니다. 거리 한 곳만 차 없는 거리가 된다고 해서 지구를 식힐 수는 없을 터이니 구례 전반적인 교통 상황을 파악하여 보행로와 차로를 조정하고 걷는 자와 보행 약자를 위한 교통 정책을 마련해 달라고 했지요. 하지만 이미 짜여 있는 큰 판을 한번에 바꾸기는 어려웠습니다. 구례군과 여러 차례 회의하고,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 결국 일부 구간만이라도 차 없는 거리를 해 보고, 결과를 바탕으로 점차 늘려 가자고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차가 없어진 거리에서 우리는 무엇까지 할 수 있을까 
사진3-1. 2021년 지구의 날 차 없는 거리가 이루어진 구례읍 경찰서 로터리~군청 사이를 맘껏 걷는 아이들 ⓒ김인호 
사진3-2. 2021년 지구의 날 차 없는 거리가 이루어진 구례읍 경찰서 로터리~군청 사이를 맘껏 걷는 아이들 ⓒ김인호 
사진3-3. 차 없는 거리에서 그림을 그리는 아이 ⓒ김인호 
사진3-4. 차 없는 거리에 앉아 공연을 기다리는 아이들 ⓒ김인호 그렇게 시작하게 된 게 그 유명한 ‘구례 지구의 날 차 없는 거리’입니다. 2021년 4월 22일 지구의 날 어린이들은 구례 경찰서 로터리에서부터 군청까지 자동차의 위협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걸을 수 있었습니다. 재사용 상자에 미리 만들어 온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습니다. 바닥에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지역 상인들의 부스를 둘러보기도 했지요. “차 없는 거리 날마다 하면 안 돼요?” “이제껏 느낀 행복과는 또 다른 행복을 느꼈어요.” “아이스크림은 녹으면 다시 살 수 있지만, 지구는 녹으면 다시 살 수 없어요.” 태어나 처음으로 지구의 날 차 없는 거리를 만든 아이들은 아름다운 말들을 들려주었지요. 물론 거리 상인들 가운데 차 없는 거리를 반긴 이도 있었고, 반대로 못마땅해하는 분도 있었어요. 그렇지만 ‘어린이들과 지구에게 안전한 거리가 필요하다’는 데는 대체로 다들 공감하셨지요. 어린이들 가운데에서도 차 없는 거리 때문에 상인들에게 피해가 가는 건 미안한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맞아요. 우리는 지구를 식히기 위해 더 많은 사람과 이야기해야 해요.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아야 해요. 그치만 무엇보다 지금 이 기후위기가 인간이 화석 연료를 뽑아 쓰기 시작한 데서 찾아왔다는 사실을 절대 잊으면 안 되겠죠. 쓰레기를 주워 본 아이들은, 쉽게 버리지 않는다 2022년 지구의 날엔 차 없는 거리를 만들 수 없었어요. 구례군은 일부 거리 상인들의 반대를 크게 염두에 뒀고, 아울러 지방선거가 코앞이라 큰 행사를 열 수 없다고 했죠. 물론 코로나도 반대 이유에 한몫했고요. 이런저런 반대 반대 반대 사유가 많아 차 없는 거리는 이루어질 수 없게 됐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했느냐고요? “군청으로 들어가자!”고 했죠. 구례 문척초, 용방초, 중앙초, 청천초, 토지초, 북초 어린이들 100여 명이 구례읍 구간을 나누어 쓰레기를 주웠어요. 각자 주운 쓰레기를 들고 구례경찰서 안으로 모였습니다. 쓰레기를 한데 모아 큰 종량제 봉투에 담고 수레에 실었습니다. 아이들은 각자 미리 만들어 온 손팻말, 몸팻말, 조각보 팻말 등을 들고 군청으로 행진했습니다. 
사진4-1. 2022년 지구의 날을 맞아 기후행동에 함께한 어린이들 
사진4-2. 2022년 지구의 날을 맞아 기후행동에 함께한 어린이들 “지구를 지켜요! 쓰레기를 버리지 마세요! 기후위기를 막아 주세요!” 아이들은 외쳤습니다. 어른들도 따라가며 외쳤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거리 상인들도, 자동차에 탄 사람들도 우리를 바라봤습니다. 아이들은 더 크게 소리쳤습니다. 그렇게 군청으로 한 발짝 한 발짝 나아갔습니다. 군청에 도착해 고학년은 구례군에 필요한 정책 아이디어를 의제별로 모았고, 저학년은 청사 앞 바닥에 분필로 그림 그리기를 했어요. 정책 제안서를 완성한 뒤 아이들 모두 모여 환경교통과 과장님에게 전달했습니다. 
사진5. 군청 앞마당에 모여 기후위기정책제안서를 만드는 구례 어린이들 어린이들의 정책 제안서가 군에 전달된 뒤 군에서는 아이들의 정책제안을 각 실과에 전달해 실 정책에 반영할 수 있게 고민해 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이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듣지는 못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올해 2023년 지구의 날 행사에서 들어 보려고 합니다. 2023년 지구의 날엔 어떤 기후행동을 펼쳐 볼까! 
사진6. 구례기후위기단체협의회와 구례군청 환경과 환경관리팀이 만난 이야기 자리 2023년 지구의 날 어린이 기후행동은 더 재미날 거예요. 구례기후위기단체협의회(구기단) 지구의 날 기획단은 먼저 구례군청 환경과 환경관리팀 담당자님들과 이야기 자리를 가졌어요. 지구의 날 기후행동의 의미, 군청에 제안하고 싶은 활동, 협조를 부탁드리고 싶은 내용 등을 전달했습니다. 구체적인 계획안을 가지고 또 만나기로 했지요. 이어서 이번 활동에 함께할 각 학교 선생님들과 모여 머리를 맞댔습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행동이기에 교육 현장에 있는 교사들의 조언이 기획에 담겨야 했거든요. 
사진7. 2023년 지구의 날 구례 어린이 기후행동을 기획하기 위해 모인 구기단과 참여 학교 교사들 문척초, 용방초, 토지초, 청천초, 북초 선생님들은 “정책 제안이 의미 있으나, 아직 초등학생들에게는 조금 버거워 보인다. 전 학년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하면 좋겠다. 재미 요소가 들어가면 좋겠다.” 하고 의견을 주셨어요. 이야기 끝에 우리는 지난해처럼 쓰담걷기는 그대로 하고, 군청에서 하는 정책 제안 활동을 다른 활동으로 대체하기로 했어요. 행진하며 군청으로 모인 아이들은 이야기마당을 열 거예요. 지구의 날을 맞아 모인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 나의 다짐, 지구를 위한 제안, 오늘 활동 소감 등을 노래, 시, 춤, 웅변 등으로 정해진 형식 없이 자유롭게 얘기할 거예요. 그다음으로 아이들이 주워 모아 온 쓰레기를 구례군에 전달하는 ‘쓰레기 전달식’을 갖고, 2022년에 아이들이 제안한 정책이 어떻게 정책에 반영되었는지, 반영되지 못하였다면 왜 그런지를 짧게 들어 보기로 했어요. 이 글을 쓰는 시점에 저는 구례군 환경과 환경관리팀 주무관님들에게 열심히 협조를 부탁드리고 있답니다. 이어서 아이들이 만들어 온 팻말로 글자나 그림을 만들어 볼 거예요. 학교마다 주어진 제시어나 그림을 바닥에 팻말을 놓아 완성하는 거죠. 그러고는 마지막 하이라이트! 다 함께 <지금 당장 시작해!>라는 노래를 부를 거예요. 미리 학교에서 노래와 율동을 익혀온 뒤 6개 초등학교 150여 명 아이들이 군청 앞마당에서 노래를 부른다고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찹니다. 지구를 위해 걷는 아이들이 불러올 변화 제 손으로 쓰레기를 줍고, 자기가 사는 마을을 지키겠다고 나서는 아이들과 함께해 주세요. 지구의 날을 허투루 보내지 않고, 뭐라도 해 보겠다고 모인 아이들입니다. 이 아이들 눈에 케이블카니 모노레일이니 하는 것들이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즐거운 오락거리로 보일까요? 지구의 날 하루만이라도 지구가 처한 상황을 똑바로 응시해 본 사람들이라면 단순 재미를 위해 숲을 파괴하자고 말할 수 없을 겁니다. 그러니 지구의 날 구례에서 벌어지는 작은 행동이, 작은 외침이, 함께하는 노래가, 어느 날엔 기어이 커다란 숲 보호막을 만들어 낼 겁니다. 우리가 작은 변화를 우습게 볼 수 없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올해 구례에서 일어날, 작지만 큰 힘을 가진 변화들을 잘 기록해 보겠습니다. |
구례의 작은 변화? 지구의 날 어린이 기후행동에서부터!
글 / 문홍현경
“아휴. 대체 왜 어른들은 이렇게 담배꽁초를 땅에 버리는 거예요?”
안녕하세요. 올해 지리산작은변화지원센터 구례 기록활동가인 문홍현경입니다. 글 시작 문장이 꽤 호기롭지요? 지난해 지구의 날 구례 어린이 기후행동으로 거리 쓰레기 줍기에 참여한 한 어린이의 푸념입니다.
첫 단추를 잘 여며야 한다는 생각에 3월 기록 주제를 무척 고민했습니다. 구례에 필요한 작은 변화가 무엇인지, 우리 구례에 왜 변화가 필요한지 등을 곱씹다가 결국 제가 이곳 구례에서 생생하게 느낀 작은 변화를 담아 보기로 했습니다. 바로, 지구의 날을 특별하게 맞이하는 구례 어린이들 이야기입니다.
지금 구례에서는 세 번째 지구의 날 구례 어린이 기후행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왜 담배꽁초를 땅에 버리느냐’는 작은 질문이 거대한 벽에 금을 냅니다. 그 틈에서 희망이 새어 나올 수 있습니다. 우리가 우습게 여기지 말아야 할 명랑한 작은 변화입니다.
사진 1. 2021년 구례 중앙초 어린이들이 구례군수를 교실로 초청해 학교 근처 거리 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이 장면은 구례에서 처음으로 지구의 날 차 없는 거리를 만들어 낸 순간을 담고 있다. ⓒ지구를위한작은발걸음
뜨거워지는 지구,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마음. 바로 거기서 시작하는 변화
지구의 날 구례 어린이 기후행동이 만들어지기까지는 복잡한 사정이 있었어요. 다만 그 시작이 무엇이었는지를 짚어 보자면, ‘이대로는 안 된다’는 마음이라고 간단하게 말할 수 있어요. 그런 마음으로 몇 사람이 모여 우리 삶에 영향을 주는 교통정책을 바꿔 보자고 했죠. 그렇게 먼저 시작한 게 구례에서 가장 교통사고가 잦은 지점 세 곳을 직접 걸으며 얼마나 위험한지 조사하는 작업이었어요. 그러고는 시민들에게 알렸어요.
“우리 거리가 이렇게 걷기 힘듭니다. 인간에게도 동물에게도 위험한 거리입니다. 자동차로만 다닐 수 있는 거리는 지구 생태계에도 좋지 않습니다. 걷기 좋은 구례로 바뀌어야 합니다.”
많은 이들이 공감했어요. 그러나 뭔가를 바꾸려는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했지요. “좀 더 피부에 와 닿게 접근해야 해!” 우리는 초중고 학생들의 통학로이자 학원, 음식점, 도서관 예정 부지가 몰려 있는 구례읍 경찰서 로터리에서 군청 사이 거리를 대상으로 거리 조사를 시작했어요. 이때 이 거리의 위험성을 날마다 체감할 ‘찐’ 조사자와 함께하기로 했어요. 바로 중앙초 어린이들입니다. 빠밤!
사진2. 2021년 구례 중앙초 친구들이 거리를 조사하는 모습 ⓒ지구를위한작은발걸음
중앙초등학교는 조사 대상 거리의 중간 즈음에 있는 학교여서 평일 등하교 시간에 어린이들이 늘 거리를 오갑니다. 그런데 홀짝제로 인도에 걸쳐 주차된 차들 때문에 정작 아이들은 인도보다 차도에 내려서 오가는 위험한 모습들을 자주 볼 수 있었죠.
우리 제안에 공감한 중앙초 4학년 1반 2반 친구들이 거리 조사에 함께하기로 했어요. 조를 나누어 조마다 안전요원, 사진 담당, 지도 표시 담당, 기록 담당을 정해 거리 조사를 시작했어요. 아이들은 어른들보다도 먼저 나서서 이 거리가 얼마나 걷기 힘든 곳인지, 얼마나 안전하지 못한지 등 걷는 자들보다 운전자들에게 더 편하게 이용되는 거리 상황을 쏙쏙 집어 야무지게 기록했어요.
이어서 구례군수를 교실로 모셔 왔습니다. 군수님을 교실 가운데 앉히고 조사한 내용들을 딱딱 발표했습니다. 단지 인간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함께 사는 동식물, 구례라는 지역, 또 넓게는 우리의 지구 전체를 위해서 안전하고 깨끗한 거리가 되게 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중앙초 어린이들의 용감한 행동에 이어 어른들은 구례군에 교통정책 변화를 요구했습니다. 거리 한 곳만 차 없는 거리가 된다고 해서 지구를 식힐 수는 없을 터이니 구례 전반적인 교통 상황을 파악하여 보행로와 차로를 조정하고 걷는 자와 보행 약자를 위한 교통 정책을 마련해 달라고 했지요.
하지만 이미 짜여 있는 큰 판을 한번에 바꾸기는 어려웠습니다. 구례군과 여러 차례 회의하고,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 결국 일부 구간만이라도 차 없는 거리를 해 보고, 결과를 바탕으로 점차 늘려 가자고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차가 없어진 거리에서 우리는 무엇까지 할 수 있을까
사진3-1. 2021년 지구의 날 차 없는 거리가 이루어진 구례읍 경찰서 로터리~군청 사이를 맘껏 걷는 아이들 ⓒ김인호
사진3-2. 2021년 지구의 날 차 없는 거리가 이루어진 구례읍 경찰서 로터리~군청 사이를 맘껏 걷는 아이들 ⓒ김인호
사진3-3. 차 없는 거리에서 그림을 그리는 아이 ⓒ김인호
사진3-4. 차 없는 거리에 앉아 공연을 기다리는 아이들 ⓒ김인호
그렇게 시작하게 된 게 그 유명한 ‘구례 지구의 날 차 없는 거리’입니다. 2021년 4월 22일 지구의 날 어린이들은 구례 경찰서 로터리에서부터 군청까지 자동차의 위협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걸을 수 있었습니다. 재사용 상자에 미리 만들어 온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습니다. 바닥에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지역 상인들의 부스를 둘러보기도 했지요.
“차 없는 거리 날마다 하면 안 돼요?”
“이제껏 느낀 행복과는 또 다른 행복을 느꼈어요.”
“아이스크림은 녹으면 다시 살 수 있지만, 지구는 녹으면 다시 살 수 없어요.”
태어나 처음으로 지구의 날 차 없는 거리를 만든 아이들은 아름다운 말들을 들려주었지요. 물론 거리 상인들 가운데 차 없는 거리를 반긴 이도 있었고, 반대로 못마땅해하는 분도 있었어요. 그렇지만 ‘어린이들과 지구에게 안전한 거리가 필요하다’는 데는 대체로 다들 공감하셨지요. 어린이들 가운데에서도 차 없는 거리 때문에 상인들에게 피해가 가는 건 미안한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맞아요. 우리는 지구를 식히기 위해 더 많은 사람과 이야기해야 해요.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아야 해요. 그치만 무엇보다 지금 이 기후위기가 인간이 화석 연료를 뽑아 쓰기 시작한 데서 찾아왔다는 사실을 절대 잊으면 안 되겠죠.
쓰레기를 주워 본 아이들은, 쉽게 버리지 않는다
2022년 지구의 날엔 차 없는 거리를 만들 수 없었어요. 구례군은 일부 거리 상인들의 반대를 크게 염두에 뒀고, 아울러 지방선거가 코앞이라 큰 행사를 열 수 없다고 했죠. 물론 코로나도 반대 이유에 한몫했고요. 이런저런 반대 반대 반대 사유가 많아 차 없는 거리는 이루어질 수 없게 됐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했느냐고요? “군청으로 들어가자!”고 했죠.
구례 문척초, 용방초, 중앙초, 청천초, 토지초, 북초 어린이들 100여 명이 구례읍 구간을 나누어 쓰레기를 주웠어요. 각자 주운 쓰레기를 들고 구례경찰서 안으로 모였습니다. 쓰레기를 한데 모아 큰 종량제 봉투에 담고 수레에 실었습니다. 아이들은 각자 미리 만들어 온 손팻말, 몸팻말, 조각보 팻말 등을 들고 군청으로 행진했습니다.
사진4-1. 2022년 지구의 날을 맞아 기후행동에 함께한 어린이들
사진4-2. 2022년 지구의 날을 맞아 기후행동에 함께한 어린이들
“지구를 지켜요! 쓰레기를 버리지 마세요! 기후위기를 막아 주세요!”
아이들은 외쳤습니다. 어른들도 따라가며 외쳤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거리 상인들도, 자동차에 탄 사람들도 우리를 바라봤습니다. 아이들은 더 크게 소리쳤습니다. 그렇게 군청으로 한 발짝 한 발짝 나아갔습니다.
군청에 도착해 고학년은 구례군에 필요한 정책 아이디어를 의제별로 모았고, 저학년은 청사 앞 바닥에 분필로 그림 그리기를 했어요. 정책 제안서를 완성한 뒤 아이들 모두 모여 환경교통과 과장님에게 전달했습니다.
사진5. 군청 앞마당에 모여 기후위기정책제안서를 만드는 구례 어린이들
어린이들의 정책 제안서가 군에 전달된 뒤 군에서는 아이들의 정책제안을 각 실과에 전달해 실 정책에 반영할 수 있게 고민해 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이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듣지는 못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올해 2023년 지구의 날 행사에서 들어 보려고 합니다.
2023년 지구의 날엔 어떤 기후행동을 펼쳐 볼까!
사진6. 구례기후위기단체협의회와 구례군청 환경과 환경관리팀이 만난 이야기 자리
2023년 지구의 날 어린이 기후행동은 더 재미날 거예요. 구례기후위기단체협의회(구기단) 지구의 날 기획단은 먼저 구례군청 환경과 환경관리팀 담당자님들과 이야기 자리를 가졌어요. 지구의 날 기후행동의 의미, 군청에 제안하고 싶은 활동, 협조를 부탁드리고 싶은 내용 등을 전달했습니다. 구체적인 계획안을 가지고 또 만나기로 했지요.
이어서 이번 활동에 함께할 각 학교 선생님들과 모여 머리를 맞댔습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행동이기에 교육 현장에 있는 교사들의 조언이 기획에 담겨야 했거든요.
사진7. 2023년 지구의 날 구례 어린이 기후행동을 기획하기 위해 모인 구기단과 참여 학교 교사들
문척초, 용방초, 토지초, 청천초, 북초 선생님들은 “정책 제안이 의미 있으나, 아직 초등학생들에게는 조금 버거워 보인다. 전 학년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하면 좋겠다. 재미 요소가 들어가면 좋겠다.” 하고 의견을 주셨어요. 이야기 끝에 우리는 지난해처럼 쓰담걷기는 그대로 하고, 군청에서 하는 정책 제안 활동을 다른 활동으로 대체하기로 했어요.
행진하며 군청으로 모인 아이들은 이야기마당을 열 거예요. 지구의 날을 맞아 모인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 나의 다짐, 지구를 위한 제안, 오늘 활동 소감 등을 노래, 시, 춤, 웅변 등으로 정해진 형식 없이 자유롭게 얘기할 거예요.
그다음으로 아이들이 주워 모아 온 쓰레기를 구례군에 전달하는 ‘쓰레기 전달식’을 갖고, 2022년에 아이들이 제안한 정책이 어떻게 정책에 반영되었는지, 반영되지 못하였다면 왜 그런지를 짧게 들어 보기로 했어요. 이 글을 쓰는 시점에 저는 구례군 환경과 환경관리팀 주무관님들에게 열심히 협조를 부탁드리고 있답니다.
이어서 아이들이 만들어 온 팻말로 글자나 그림을 만들어 볼 거예요. 학교마다 주어진 제시어나 그림을 바닥에 팻말을 놓아 완성하는 거죠. 그러고는 마지막 하이라이트! 다 함께 <지금 당장 시작해!>라는 노래를 부를 거예요. 미리 학교에서 노래와 율동을 익혀온 뒤 6개 초등학교 150여 명 아이들이 군청 앞마당에서 노래를 부른다고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찹니다.
지구를 위해 걷는 아이들이 불러올 변화
제 손으로 쓰레기를 줍고, 자기가 사는 마을을 지키겠다고 나서는 아이들과 함께해 주세요. 지구의 날을 허투루 보내지 않고, 뭐라도 해 보겠다고 모인 아이들입니다. 이 아이들 눈에 케이블카니 모노레일이니 하는 것들이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즐거운 오락거리로 보일까요?
지구의 날 하루만이라도 지구가 처한 상황을 똑바로 응시해 본 사람들이라면 단순 재미를 위해 숲을 파괴하자고 말할 수 없을 겁니다. 그러니 지구의 날 구례에서 벌어지는 작은 행동이, 작은 외침이, 함께하는 노래가, 어느 날엔 기어이 커다란 숲 보호막을 만들어 낼 겁니다.
우리가 작은 변화를 우습게 볼 수 없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올해 구례에서 일어날, 작지만 큰 힘을 가진 변화들을 잘 기록해 보겠습니다.
글 쓴 사람. 문홍현경
명랑해지고 싶은 기후활동가, <벗자편지> 함께지은이, 독립출판 니은기역 이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