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변화기록원[구례] [뭉치고 뭉개기]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골프채는 두고 오세요

2023-05-03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골프채는 두고 오세요

골프장 개발 위협에 시달리는 지리산 기슭을 다녀와서

 

 

글 / 문홍현경

 

 

“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

 

 

이것은 무슨 소리일까요?

딱따구리? 안마기? 뭐 먹고 싶냐는 물음에 하는 대답? 아니죠.

 

 

도랑에서 물을 퍼 올리는 경운기 소리예요. 그나마 4월 중순엔 비가 좀 와 주기는 했지만, 찔끔찔끔 내리다 보니 여전히 물은 부족해 보입니다. 텃밭 작물들에게 줄 물이 충분하지 않은지 이 집도 저 집도 자꾸 물을 퍼 올리느라 경운기 소리가 끊이질 않습니다. 절기상 곡우인 4월 22일 앞뒤에도 비는 오지 않았어요. 곡우는 말 그대로 곡식을 위한 비가 내리기를 바라는 절기로 농부들이 볍씨를 불릴 때인데요,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 자가 마른다”는 말도 있지요. 

 

 

중순에 내린 비로 그나마 광주는 제한급수 계획에서 벗어나게 되었다고 하는데, 보길도 같은 섬들은 2일 급수 6일 단수 정책으로 물을 편히 쓸 수 없는 상황이 300여 일이 넘었다고 해요. 집에서 물 틀었는데 이틀만 물이 나오고, 6일 동안 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오, 이런!) 이렇게 가물어 식수도 농업용수도 부족할 판인데, 어마어마한 물이 골프장에 판매됐다고 하네요.

 

 

 

마실 물도 모자라는데, 골프장이 웬 말이냐!

 

 

농어촌공사가 2022년 1월부터 9월까지 약 254만 톤의 농업용수를 톤당 148원에 골프장에 판매했다고 해요. (맙소사!) 그 가운데 전남 저수지가 톤당 99원에 91만여 톤을 판매해 판매 실적이 가장 높았다고 하네요. 2020년 우리나라 18홀 골프장을 기준으로 하루 평균 물 사용량이 800~900톤이래요. 이는 어른 3,000여 명이 하루 동안 마시고 사용하는 물의 양과 맞먹으니 엄청난 물을 골프장이 잡아먹는 셈이죠.

 

 

구례 소식은 안 전하고 갑자기 물 타령, 골프장 타령이냐고요? 물 먹는 하마 같은 골프장님이 구례 지리산 기슭에 들어오게 생겼거든요. (물론 절대 그래서는 안 되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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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골프장 예정지 근처에서 발견된 자생 앵초 군락과 벌목된 나무들. 

벌목된 나무가 물길을 막아 앵초 군락으로 들어오는 물이 줄었다고 한다.
 (사진 제공 : <지리산골프장 개발을 반대하는 구례 사람들>, 이하 동일)

 

 

지난 3월 23일 구례군은 민간사업자와 골프장 사업 업무협약을 맺었어요. 그런데 이 업무협약 전에 골프장 예정지의 30퍼센트 넘는 면적(축구장 16개 면적)에서 이미 산주의 요청으로 수확벌채가 진행되고 있었어요. 

 

 

무슨 말이냐고요? 지금 구례군이 골프장 건설지로 침 발라 놓은 예정지는 지리산 국립공원과 불과 200여 미터 거리에 있고,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을 포함하고 있으며, 멸종위기야생생물 1~2급인 수달, 삵, 담비 서식 흔적이 발견된 곳이에요. 이런 곳에 쉽게 골프장이 들어설 수 있겠어요? 골프장 인허가나 환경영향평가가 진행되기 전에 이미 나무를 다 베어 놓고는, 무슨 심사가 시작되면 ‘여기는 이렇게 나무가 베어져 있던 곳이어서 골프장이 들어선다고 해서 크게 환경에 영향을 주진 않을 것으로 보여’라고 교묘하게 넘어가려는 수작이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는 거죠.

 

 

산주와 그 가족이 시행사 이사인 것부터 시작해서 수상쩍고 찜찜한 부분은 한둘이 아닌데, 일단 그런 이야기는 JTBC와 KBS에서도 보도가 되었으니 제 이야기 맨 끝에 달아 놓은 영상 링크를 따라가면 보실 수 있고요, 더 큰 문제를 이야기해 볼게요.

 

 

 

 

다랑논, 섬진강, 지리산 생명을 뭉개시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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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포마을의 아름다운 다랑논. 지리산골프장이 생긴다면, 농약과 제초제가 다랑논과 섬진강 줄기로 흘러 들어갈 수 있다.

 

 

산동면 지리산골프장 예정지에서 500여 미터 떨어진 곳엔 사포마을이 있어요. 이 마을은 아름다운 다랑논으로 유명하죠. 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을 받아 계단식으로 만든 다랑논에서 벼를 기릅니다. 산에서 흐르는 물은 섬진강 줄기로도 흘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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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색 선이 지리산골프장 예정지. 바로 밑에 사포마을과 다랑논이 있다. 

지리산골프장이 생긴다면, 농약과 제초제가 다랑논과 섬진강 줄기로 흘러 들어갈 수 있다.

 

 

골프장이 물을 많이 쓰는 것으로만 악명 높은가요? 아시다시피 엄청난 농약, 비료, 제초제를 쓰는 것으로 더 잘 알려졌지요. 네, 그럼 지리산골프장에서 쓴 농약, 비료, 제초제는 어디로 흘러갈까요? 게다가 산동면은 예전부터 온천으로 유명했는데, 그때 온천 만드느라 뚫어 놓은 폐공이 많다고 해요. 이 폐공을 통해 농약과 제초제가 흘러들면 지하수와 섬진강이 오염되는 건 시간 문제가 아닐까요? 지리산골프장이 들어섰을 때 생기는 생태계 파괴는 단지 사포마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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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골프장 예정지에서 잘려 나간 수많은 나무, 버려진 숲, 파헤쳐진 흙.

 

 

엄청나게 많은 나무가 베어진, 그야말로 생태 학살 현장에 다녀왔어요. 제 팔을 다 벌려도 안을 수 없을 만큼 굵은 아름드리가 무참히 베어져 있었어요. 소나무, 벚나무, 굴참나무, 편백 수종 가릴 것 없이 쓰러져 있었어요. 아무것도 살지 못할 것처럼 파헤쳐져 황폐해진 흙이 뙤약볕에 그대로 드러나 있었어요. 멋대로 흙을 깎고 쌓아 5미터도 넘는 길이 나 있었어요. 이곳이 울창한 숲이었음을 상상하지 못하게 짓뭉개 버렸더라고요.

 

 

아직 골프장 건설 시작도 안 했는데, 이 정도이니 본격 시작하면 얼마나 많은 ‘산 것’들이 죽음을 맞아야 할까요?

 

 

백번 양보해서 골프장이 지역 경제에 얼마나 긍정적 효과를 주고, 얼마나 지역민 주머니를 두둑하게 해 주는지가 대차대조표 같은 것에 떡하니 나와 있다고 해도, 숲을 밀어내고 거기 사는 동식물을 죽이고, 엄청난 농약과 제초제를 뿌리고, 잔디 외에는 아무것도 살 수 없게 만들고, 농약이 지하수와 강물로 흘러들게 하고, 어마어마한 물을 퍼다 쓰고, 밤낮없이 불을 켜 놓고, 일회용 쓰레기를 양산하고, 결국 둘레 사람들이 제 터전을 떠나게 만드는 골프장을 대체 왜 왜 왜 만들어야 하나요?

 

 

 

 

눈먼 자들의 도시, 구례? 

눈 뜬 자들이여 목소리를 내자

 

 

보지 않은 사람들은 쉽게 말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구례에 지리산골프장을 만들어서 경제 효과를 보면 좋지 않겠느냐고 말이에요. 뭉개진 숲에 가서 눈으로 보면 그런 말 쉽게 뱉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눈으로 버젓이 보면서도 그런 말을 할 사람들이 있어 보이더군요. 생태고, 생명이고, 지리산이고, 섬진강이고 다 내팽개쳐져도 자기 주머니에 돈 들어오면 침 흘릴 사람들이 있어 보이더군요. 불쌍한 일입니다. 결국엔 벌을 받겠지요. 엄청난 생명을 죽인 이들이 벌을 받지 않으면 누가 벌을 받겠어요? 

 

 

게다가 벌써 많은 사례가 골프장의 지역 경제 효과가 별로 없다는 걸 말해 주고 있으니, 골프장이 들어오면 관광객도 늘고 지역 상권이 살아서 우리도 떡고물 좀 먹지 않을까 하는 욕심으로 골프장 추진에 찬성하는 이들은 결국 부정한 업보만 쌓고 돈도 딱히 만지지 못할 듯 보입니다. 불쌍한 일입니다. 눈먼 자들은 자멸할 텐데, 참 불쌍한 일입니다.

 

 

앞서 글이 시작할 때도 말했듯, 물 부족 현상은 날로 심해질 수 있어요. 반대로 홍수가 또 올 수도 있겠지요. 많은 기후학자가 경고했다시피, 기후위기는 이제 더 코앞으로 다가왔음을 이상기온 현상으로 증명해 보이고 있어요. 해마다 빨리 피는 벚꽃을, 갑자기 한꺼번에 핀 봄꽃들을, 냉해 입은 배꽃을, 그리고 지난 수해를 기억하세요. 놀고 싶은 마음보다 살고 싶은 마음이 앞서야 하는 기후위기 시대라고 지구는 계속 경고하는데, 지리산골프장이라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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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포마을을 둘러싼 자연. “숲과 마을과 모든 생명이 함께 도우며 사는 구례가 되기를, 

지리산 국립공원 추진했던 구례 사람들의 정의로움이 부디 돈 욕심에 파묻히지 않기를.”

 

 

그거 아세요? 우리나라 1호 국립공원인 <지리산 국립공원>을 만들 때 구례 사람들이 돈을 모아 힘을 보탰다는 거요. 1963년도 일이래요. 도벌꾼들이 지리산 나무를 다 베어 가고 날로 황폐해지는 지리산을 보다 못한 구례 사람들은, 우리의 큰 산이 국립공원이 되면 함부로 도벌꾼이 드나들지 못하게 법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걸 알고는 1만여 가정이 십 원씩 돈을 모았어요. 구례 사람들의 의로운 행동 덕에 이듬해 12월에 지리산이 우리나라 첫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답니다. 

 

 

구례 사람들은 옳은 일을 위해 뭉칠 줄 아는 사람들이라고 저는 믿고 싶어요. 지금 눈먼 자들이 큰소리치지만, 분명히 눈 뜬 자들이 더 많을 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부끄러워하지 말고 나오세요! 목소리를 내세요!) 지리산골프장 개발을 반대하는 구례 사람들은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구례에서 눈 뜬 자들이 지치지 않게, 지리산골프장에 반대하는 분들은 모두 힘을 주세요. 여기저기에 지리산골프장에 반대한다고 얘기해 주세요. 나아가 더는 우리나라에 골프장이 들어서지 않게 목소리를 내주세요. 골프장, 신공항, 케이블카, 산악열차 인제 그만 지어요. 지금도 충분해요. 제발 선 넘지 말기로 해요.

 

 

기우제는 절대 실패하지 않는다고 해요. 왜인 줄 아세요? 비가 올 때까지 제를 올리거든요. 인간의 터무니없는 욕심과 이기심으로부터 생명을 보호하는 운동도 절대 실패하지 않을 겁니다. 함께 마음을 모아 힘을 뭉치고, 욕심을 뭉개는 사람들이 계속 계속 계속 있을 거니까요. 제가 사랑하는 지구 동료 ‘반다나 시바’의 말을 끝으로 이 글을 마칠게요. 우리 힘내요!

 

 

“우리는 결코 실패하지 않았습니다. 올바른 행동을 한다는 것이 곧 성공이니까요. 실패는 당신이 할 수 있고 해야 하는데 하지 않았을 때, 그때 있는 거예요. 올바른 행위, 그것이 평화입니다.”

 

 

 


 

 

 

* 올해 구례 작은 변화 기록물의 이름은 ‘뭉치고 뭉개기’입니다. 왜냐고요? 구례에서 일어날 아름다운 작은 변화를 위해서는 뭉치고, 구례에서 일어나서는 안 되는 더러운 일들은 뭉갤 거거든요. 뭉치고 뭉개는 현장을 기록해 보려고 합니다. 피스!

 

 

* 지리산골프장 개발 추진 관련 뉴스 영상 링크

 

(JTBC “1등급 숲 파괴하고 골프장?”) https://youtu.be/4mXfGe-jzYs

(KBS “재선충 방제 명분 대규모 산림 벌채, 근데 골프장 예정지?”) https://youtu.be/exUIfYx_IjM

(KBS광주 “법 피한 대규모 벌채, 구례군 민간업자와 골프장 추진”) https://youtu.be/y0tZvi0Ypfw

 

 

* 지리산골프장 개발을 반대하는 구례 사람들 모임 후원하기

(농협) 301-0328-7856-21 /예금주 : 지리산골프장백지화연대

 

 

 

 

글 쓴 사람. 문홍현경

명랑해지고 싶은 기후활동가, <벗자편지> 함께지은이, 독립출판 니은기역 이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