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곧이곧대로 기록하기 특별한 여성국악인들과 위기에 처한 요천을 기록하다 글 / 김양오 지난 30년 동안 나는 크고 작은 기록물을 꽤 많이 써왔다. 청년회 소식지, 가르친 아이들 문집, 여러 곳의 신문, 세 권의 역사동화책까지. 그 많은 기록물 중에 진실은 과연 얼마나 될까? 특히 사람이나 마을, 단체에 대해 소개하는 글을 쓸 때는 나도 모르게 어느 정도 포장을 해야만 했다. 편집부에서 그렇게 요구하기도 했고, 단체의 검열을 당하기도 했다. 어느 순간 그런 글을 쓰는 게 매우 싫어졌다. 그런데 다시 이렇게 ‘기록활동가’라는 이름을 달고야 말았다. 음, 또다시 써야 하나? 한참동안 고민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내가 깊이 관여하고 있는 활동만 “곧이곧대로” 쓰자고. 첫째, 남원을 가장 남원답게 하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국악이다. 우리나라 ‘국악의 성지’가 어딘가 하면 바로 남원시 운봉읍 지리산 자락이다. 그곳은 판소리 동편제가 탄생한 곳이다. 그런데 국악에는 판소리만 있는 게 아니다. 춤도 있고 타악도 있고 풍물굿이라고 하는 농악도 있다. 그 중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여성농악단이 탄생한 곳이 바로 남원이다. 1960년, 이승만 대통령 시절이다. 어떻게 해서 ‘아녀자’들이 북 메고 장고 메고 뛰어다녔을까? 전설같은 분들 중 세분이 남원 광한루 인근에 살아 계시다. 
1960년 서울에서 열린 전국 농악대회. 남원여성농악단원들이 대통령상을 받았다. 1960년 ‘이승만 대통령 탄신 기념 전국 농악경연대회’에서 혜성같이 나타나 대통령상을 거머쥔 여성농악단원들이다. 이분들이 60년 만에 다시 악기도 잡고 조금씩 활동하신 지 2년이 되었다. 올 4월 22일에는 서울 남산 국악당에서 큰 공연도 잡혀 있다. 세 분의 건강이 많이 좋지 않아서 어쩌면 올 해가 이분들이 활동하는 마지막 해가 될 지도 모르기에 이분들의 활동을 꼼꼼히 기록하고자 한다. 장봉녀(상쇠, 93세), 배분순(상장고, 80세), 박복례(수벅구, 79세). 모두 대한민국 최초 여성 상쇠, 상장고, 열두발 상모를 돌리는 채상 소고잽이 명인들이다. 또 한분, 춘향여성농악단 막내 소고잽이 노영숙(소고, 70세)선생님이 경기도에 살고 계시다. 노영숙 선생님은 생존에 계신 남원 여성 농악단원들을 한 분 한 분 찾아다니며 이야기를 듣고 <향기조차 짙었어라>(민속원, 2018)라는 책으로 엮어내기도 하셨다. 이 분은 우리나라 최초의 근현대 지역 축제인 춘향제의 주역이었고 꽃이었다. 
2022년 춘향제 때 광한루에서 화려했던 여성농악단과 옛날 춘향제 이야기를 풀어내는 원로들 또 기록하고 싶은 특별한 여성 국악인 한 분이 있다. 일제강점기 남원 대표 춤꾼이었던 조갑녀 춤의 유일한 전수자이며 막내딸인 정명희 교수다. 조갑녀 명무의 허리가 많이 굽어갈 즈음 다른 춤판에서 활동하다가 뒤늦게 돌아와 어머니 춤을 전수받은 정명희 교수. 서울에서 무용과 교수로 활동하지만 1주일에 한 번씩 남원에 내려와 남원춤을 되살려내고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정명희 교수의 열정에 감동한 전국의 춤꾼과 남원 시민들 이십여 명이 월요일마다 조갑녀 명무관을 동편제 소리처럼 무거운 남원춤으로 가득 채우고 있다. 남원시의 재정 지원을 하나도 받지 않은 채 수년동안 남원춤을 되살리려 팔이 떨어지도록 춤을 추고 있는 정명희 교수와 시민들의 활동을 기록하겠다. 
무거운 남원춤을 이어나가는 조갑녀 명무와 딸 정명희 교수 2022년 교육부가 음악교과 성취기준에서 국악을 빼려고 했다가 국악인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쳐 번복했던 일이 있다. 현재 음악교과서에 국악의 비중은 약 30%라고 한다. 더 늘리지는 못할망정 국악을 아예 빼버리려고 했던 황당한 일을 우리나라 교육부에서 시도했던 것이다. 국악이 이렇게 정부에서조차 홀대를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교육부뿐 아니다. 국악의 고장 남원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상황 속에서 올 해 남원의 여성국악인들은 어떤 활동을 보여 줄 것인지, 또 이 분들의 활동을 통해 남원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 함께 활동하며 기록하겠다. 
남원춤과 남원농악, 남원소리가 함께 되살아난 2022년 조갑녀 명무관 공연 두 번째 기록하고 싶은 주제는 남원의 젖줄 요천이다. 지금 요천은 큰 위기를 맞고 있다. 남원시가 489억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요천을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환경부 사업에 선정됐다고 하는데 과연 이 사업이 요천을 지키는 사업이 될 지 파괴하는 사업이 될 지 시민들은 몹시 걱정하고 있다. 작년에 남원 시민들과 많은 국민들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지리산 산악철도 건설을 확정 시켜버린 경력이 있는 남원시를 시민들은 곱게 보지 않는다. 수많은 환경 파괴와 대형사고 위험, 경제성 논란에도 끝끝내 제대로 된 공청회나 토론회 한 번 거치지 않고 산악철도 건설을 확정 시켜버렸다. 
요천 개발비 확보를 선전하는 남원시청 현수막 며칠 전부터 요천에 굴삭기가 돌아다니기 시작했고 벌써 많은 양의 갈대(정확히 달뿌리풀)숲을 밀어버렸다. 작년(2022년)에 나는 남원의 아이들, 학부모들과 함께 한 달에 한 번 요천을 탐사하며 노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름하여 ‘두근두근 요천사랑 탐험대’였다. 탐험을 하면서 갈대숲 속에서 고라니 똥, 삵 똥, 너구리 똥무더기, 두더지 굴을 발견했고 수많은 동물과 새 발자국이 선명한 모래톱에서 아이들은 물수제비를 뜨고 달리기를 했다. 자갈밭에서는 돌탑 쌓기 대회도 했다. 
2022년 요천사랑 탐사대 활동 그런데 지금 요천의 갈대숲, 자갈밭, 모래밭이 모두 사라지고 있다. 갈대숲, 자갈밭과 모래밭을 밀어버리고 꽃을 심고 잔디를 심어 산책로를 만들고 요즘 유행하는 ‘파크 골프장’을 만든다는 게 남원시의 계획이다. 그건 489억 중에 아주 작은 부분이다. 시민들은 풍성한 갈대숲이 사라지고 파크골프장이 들어선다는 말에 분노하고 있다. 여름이면 꼭 한번씩은 갈대숲이 푹 잠길 정도로 큰물이 나는데 잔디밭이나 조경시설이 멀쩡할 리 없다. 해마다 유지보수 비용은 어떻게 할 것인가 걱정이고, 잔디를 관리하려면 농약을 칠 텐데 땅과 물 오염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요천 갈대숲을 파내고 있는 굴삭기 파크골프장이 생기는 바로 그 장소의 갈대숲에서 새 관찰을 많이 하는 한 고등학생이 그 곳에서 물총새를 비롯해 천연기념물을 세 종류를 발견했다는 소식에 사람들은 몹시 기뻐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처럼 천연기념물 덕분에 요천을 지킬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으로 살짝 흥분했다. 천연기념물 수달이 노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실상은 천연기념물이 산다고 해서 개발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전문가의 말에 힘이 빠졌다. 
갈대숲에 있는 너구리의 똥무더기 
천연기념물 수달이 신나게 놀고 있는 요천 지금 굴삭기는 무서운 기세로 갈대숲을 먹어 들어가고 있다. 그것을 본 아이들과 엄마들은 어떻게든 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요천을 사랑하고 기후 위기를 걱정하는 시민들이 하나둘 움직이기 시작했다. 과연 요천 갈대숲은 지켜질 수 있을까? 더 나아가 요천 개발 사업은 진짜 환경을 살리는 방향으로 잘 추진될까? 그 과정을 “곧이곧대로”기록해 보고자 한다.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요천을 그리며 |
2023년 곧이곧대로 기록하기
특별한 여성국악인들과 위기에 처한 요천을 기록하다
글 / 김양오
지난 30년 동안 나는 크고 작은 기록물을 꽤 많이 써왔다. 청년회 소식지, 가르친 아이들 문집, 여러 곳의 신문, 세 권의 역사동화책까지. 그 많은 기록물 중에 진실은 과연 얼마나 될까? 특히 사람이나 마을, 단체에 대해 소개하는 글을 쓸 때는 나도 모르게 어느 정도 포장을 해야만 했다. 편집부에서 그렇게 요구하기도 했고, 단체의 검열을 당하기도 했다. 어느 순간 그런 글을 쓰는 게 매우 싫어졌다. 그런데 다시 이렇게 ‘기록활동가’라는 이름을 달고야 말았다. 음, 또다시 써야 하나? 한참동안 고민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내가 깊이 관여하고 있는 활동만 “곧이곧대로” 쓰자고.
첫째, 남원을 가장 남원답게 하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국악이다.
우리나라 ‘국악의 성지’가 어딘가 하면 바로 남원시 운봉읍 지리산 자락이다. 그곳은 판소리 동편제가 탄생한 곳이다.
그런데 국악에는 판소리만 있는 게 아니다. 춤도 있고 타악도 있고 풍물굿이라고 하는 농악도 있다. 그 중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여성농악단이 탄생한 곳이 바로 남원이다. 1960년, 이승만 대통령 시절이다. 어떻게 해서 ‘아녀자’들이 북 메고 장고 메고 뛰어다녔을까? 전설같은 분들 중 세분이 남원 광한루 인근에 살아 계시다.
1960년 서울에서 열린 전국 농악대회. 남원여성농악단원들이 대통령상을 받았다.
1960년 ‘이승만 대통령 탄신 기념 전국 농악경연대회’에서 혜성같이 나타나 대통령상을 거머쥔 여성농악단원들이다. 이분들이 60년 만에 다시 악기도 잡고 조금씩 활동하신 지 2년이 되었다. 올 4월 22일에는 서울 남산 국악당에서 큰 공연도 잡혀 있다. 세 분의 건강이 많이 좋지 않아서 어쩌면 올 해가 이분들이 활동하는 마지막 해가 될 지도 모르기에 이분들의 활동을 꼼꼼히 기록하고자 한다.
장봉녀(상쇠, 93세), 배분순(상장고, 80세), 박복례(수벅구, 79세).
모두 대한민국 최초 여성 상쇠, 상장고, 열두발 상모를 돌리는 채상 소고잽이 명인들이다. 또 한분, 춘향여성농악단 막내 소고잽이 노영숙(소고, 70세)선생님이 경기도에 살고 계시다. 노영숙 선생님은 생존에 계신 남원 여성 농악단원들을 한 분 한 분 찾아다니며 이야기를 듣고 <향기조차 짙었어라>(민속원, 2018)라는 책으로 엮어내기도 하셨다. 이 분은 우리나라 최초의 근현대 지역 축제인 춘향제의 주역이었고 꽃이었다.
2022년 춘향제 때 광한루에서 화려했던 여성농악단과 옛날 춘향제 이야기를 풀어내는 원로들
또 기록하고 싶은 특별한 여성 국악인 한 분이 있다. 일제강점기 남원 대표 춤꾼이었던 조갑녀 춤의 유일한 전수자이며 막내딸인 정명희 교수다. 조갑녀 명무의 허리가 많이 굽어갈 즈음 다른 춤판에서 활동하다가 뒤늦게 돌아와 어머니 춤을 전수받은 정명희 교수. 서울에서 무용과 교수로 활동하지만 1주일에 한 번씩 남원에 내려와 남원춤을 되살려내고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정명희 교수의 열정에 감동한 전국의 춤꾼과 남원 시민들 이십여 명이 월요일마다 조갑녀 명무관을 동편제 소리처럼 무거운 남원춤으로 가득 채우고 있다. 남원시의 재정 지원을 하나도 받지 않은 채 수년동안 남원춤을 되살리려 팔이 떨어지도록 춤을 추고 있는 정명희 교수와 시민들의 활동을 기록하겠다.
무거운 남원춤을 이어나가는 조갑녀 명무와 딸 정명희 교수
2022년 교육부가 음악교과 성취기준에서 국악을 빼려고 했다가 국악인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쳐 번복했던 일이 있다. 현재 음악교과서에 국악의 비중은 약 30%라고 한다. 더 늘리지는 못할망정 국악을 아예 빼버리려고 했던 황당한 일을 우리나라 교육부에서 시도했던 것이다. 국악이 이렇게 정부에서조차 홀대를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교육부뿐 아니다. 국악의 고장 남원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상황 속에서 올 해 남원의 여성국악인들은 어떤 활동을 보여 줄 것인지, 또 이 분들의 활동을 통해 남원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 함께 활동하며 기록하겠다.
남원춤과 남원농악, 남원소리가 함께 되살아난 2022년 조갑녀 명무관 공연
두 번째 기록하고 싶은 주제는 남원의 젖줄 요천이다. 지금 요천은 큰 위기를 맞고 있다. 남원시가 489억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요천을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환경부 사업에 선정됐다고 하는데 과연 이 사업이 요천을 지키는 사업이 될 지 파괴하는 사업이 될 지 시민들은 몹시 걱정하고 있다. 작년에 남원 시민들과 많은 국민들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지리산 산악철도 건설을 확정 시켜버린 경력이 있는 남원시를 시민들은 곱게 보지 않는다. 수많은 환경 파괴와 대형사고 위험, 경제성 논란에도 끝끝내 제대로 된 공청회나 토론회 한 번 거치지 않고 산악철도 건설을 확정 시켜버렸다.
요천 개발비 확보를 선전하는 남원시청 현수막
며칠 전부터 요천에 굴삭기가 돌아다니기 시작했고 벌써 많은 양의 갈대(정확히 달뿌리풀)숲을 밀어버렸다. 작년(2022년)에 나는 남원의 아이들, 학부모들과 함께 한 달에 한 번 요천을 탐사하며 노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름하여 ‘두근두근 요천사랑 탐험대’였다. 탐험을 하면서 갈대숲 속에서 고라니 똥, 삵 똥, 너구리 똥무더기, 두더지 굴을 발견했고 수많은 동물과 새 발자국이 선명한 모래톱에서 아이들은 물수제비를 뜨고 달리기를 했다. 자갈밭에서는 돌탑 쌓기 대회도 했다.
2022년 요천사랑 탐사대 활동
그런데 지금 요천의 갈대숲, 자갈밭, 모래밭이 모두 사라지고 있다. 갈대숲, 자갈밭과 모래밭을 밀어버리고 꽃을 심고 잔디를 심어 산책로를 만들고 요즘 유행하는 ‘파크 골프장’을 만든다는 게 남원시의 계획이다. 그건 489억 중에 아주 작은 부분이다. 시민들은 풍성한 갈대숲이 사라지고 파크골프장이 들어선다는 말에 분노하고 있다. 여름이면 꼭 한번씩은 갈대숲이 푹 잠길 정도로 큰물이 나는데 잔디밭이나 조경시설이 멀쩡할 리 없다. 해마다 유지보수 비용은 어떻게 할 것인가 걱정이고, 잔디를 관리하려면 농약을 칠 텐데 땅과 물 오염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요천 갈대숲을 파내고 있는 굴삭기
파크골프장이 생기는 바로 그 장소의 갈대숲에서 새 관찰을 많이 하는 한 고등학생이 그 곳에서 물총새를 비롯해 천연기념물을 세 종류를 발견했다는 소식에 사람들은 몹시 기뻐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처럼 천연기념물 덕분에 요천을 지킬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으로 살짝 흥분했다. 천연기념물 수달이 노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실상은 천연기념물이 산다고 해서 개발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전문가의 말에 힘이 빠졌다.
갈대숲에 있는 너구리의 똥무더기
천연기념물 수달이 신나게 놀고 있는 요천
지금 굴삭기는 무서운 기세로 갈대숲을 먹어 들어가고 있다. 그것을 본 아이들과 엄마들은 어떻게든 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요천을 사랑하고 기후 위기를 걱정하는 시민들이 하나둘 움직이기 시작했다. 과연 요천 갈대숲은 지켜질 수 있을까? 더 나아가 요천 개발 사업은 진짜 환경을 살리는 방향으로 잘 추진될까? 그 과정을 “곧이곧대로”기록해 보고자 한다.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요천을 그리며
글 쓴 사람. 김양오
아이 셋을 다 키운 중년 아줌마. 젊었을 적 글쓰기와 아동문학을 배워 평생 잡다한 글을 쓰며 살았다. 그러다 쉰 살부터 역사동화를 쓰기 시작해 책 세 권을 냈다. 아름답게 흐르는 요천이 너무 좋아 남원으로 이사해 15년째 살고 있는데 그동안 너무 많은 것들이 사라져서 가슴이 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