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선발로 마중 나가자, 흑두루미를 위한 하동의 함께활동 : 갈사만 재자연화 글 / 양지영 흔하지 않은 나그네새. 흑두루미의 다른 말이다. 평범하지 않은 역마살 낀 백말띠 인간. 나의 다른 말일 것이다. 하동생태해설사회 정명희 선생님에게 우연히 흑두루미가 갈사만에서 월동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본, 중국 중동부에서 주로 월동하며 때때로 소수만이 순천만을 찾아오던 흑두루미가 월동지의 개체수 포화 현상으로 하동을 찾아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복작복작한 도시에서 태어나 한 번도 사는 것 같이 살아보지 못하다 앞으로 보내야 할 수많은 겨울을 따뜻하게 살아내려 하동으로 도망쳐 온 내 이야기를 듣는 듯했다. 흑두루미. 나는 그간 잘 몰랐지만 이제 너라는 존재를 인식해 버린 것이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흑두루미를 버선발로 마중 나갈 하동 사람들을 만난 것. 그렇게 ‘너’와 ‘내’가 흑두루미라는 존재로 ‘우리’가 된 일. 
지난 겨울 갈사만에서 월동했던 흑두루미. 털빛이 아주 검은 게 예쁘구나. 너도 나처럼 가을볕에 뛰어다니다 그을린 거니. (사진: 정명희) 그러한 연유로 올해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 <작은변화 탐험대> 지원사업 함께활동 사업은 ‘갈사만 재자연화-금남면 주민생활사 조사’사업으로 정했다. 하동생태해설사회가 제안했고 그 뜻에 공감한 여러 단체, 개인이 모였다. 하동생태해설사회, 하동참여자치연대, 섬진강과지리산사람들, 하동을 사랑하는 사람들.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 <작은변화 탐험대> 하동 워크숍에서 함께활동 정하던 날. 첫 모임에 사람들은 어디에서 웅크리고 있다가 나타났는지 ‘흑두루미’ 네 글자에 가슴속 이유 따위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다들 섬진강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달려왔다. 금남면지를 뒤져 지명유래나 지역적 특성을 공부해 온 사람부터 인터뷰 전략과 사업 전반을 구성해 온 사람까지.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움직이게 하는 걸까 궁금했다. 
처음으로 다 함께 모이던 날. (사진: 최지한) 그래서 나는 1차 현장 조사를 다녀온 이후 인 세 번째 모임에서 사람들을 향해 물었다. “이 일이 도대체 나에게 무슨 의미인지” , “갈사에 어떤 변화를 꿈꾸는지” “그로 인해 나에게 어떤 변화를 꿈꾸는지” 이 이야기는 우리가 그리는 흑두루미와 함께 살아갈 하동의 모습, 그리고 그런 하동을 꿈꾸는 여러 사람의 가슴속 이유에 대한 이야기다. 양지영 : 저는 하동에서 좀 젊은 세대인데, 이 프로젝트는 저에게 지역에 계신 어른들과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섞이는 행위이고요. 그러면서 지역에 제대로 뿌리를 내리면 좋겠다는 의미에요. 그리고 평소에 어울리지 않던 사람들, 하지 않았던 일인데 저 스스로를 낯선 곳에 던지는 어떤 의미도 있고요. 이 프로젝트가 끝났을 때 제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지는 모르겠지만 좀 기대가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희의 프로젝트가 갈사에게 어떤 종류의 자극만 되어도 좋을 것 같아요. 주민분들께서 연말에 올해를 돌아보면서 이런 재밌는 일들이 있었지라고 모여앉아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정도만 되어도 좋겠어요. 저 개인적으로는 하동에 아는 분들도 더욱 많아져서 재미있게 살고 있는 모습을 기대합니다. 김경희 : 뒤늦게 이렇게 합류하게 되었는데요. 사람들과 함께 뭔가 작당을 하게 되는 것에 관해 기대가 많이 됩니다. 정명희 : 저는 갈사라는 공간이 새로운 어떤 변화, 크게 재자연화되는 이런 목표를 두고 시작했는데 그런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한발짝 내딛는 지금이 설렘이 있는 것 같아요. 거기에 20대부터 60대까지 다 섞여있는 이런 곳에서 함께 일한다는 게 아주 행복하고 좋은 것 같아요. 다양한 연령대가 섞여서 이렇게 일해본 경험이 사실은 없는 것 같아요. 요즘 어디를 가나 나이가 많은 사람들밖에 없어요. 2-30대가 있으니 프로그램이나 의견들도 다양하고 이런 것들을 같이 경험하면서 저도 동시에 조금 더 젊고 참신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신선한 도전들도 더 많이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로 인해서 새로운 우리가 마을로 들어가서 마을이 조금 더 생기발랄한 분위기, 그리고 새로운 어떤 변화가 조금씩 생겨나면 좋겠어요. 
우리는 모여서 이렇게 진지하게 회의도 하지만, (사진: 이단비) 
왜 때문인지 춤도 춘다. (사진: 최지한) 전미경 : 저는 이제 금성면에 시집온 지 33년 된 것 같아요. 그때와 지금을 생각해 보면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이 프로젝트가 변화된 모습의 갈사만에 사는 각 개인들에게 발전을 준 것인지 피해를 준 것인지에 대한 성찰의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갈사만에 피해 현황에 대해서 국가에서 5년에 걸쳐 조사를 실시할 예정인데, 그것과 맞물려서 이 기초활동이 어떤 영향을 지역에 미칠 것인지 조금 더 행정이나 민간 단체가 함께 협의해서 발전적인 형태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요. 그래서 이 활동이 행정과도 어떤 연결고리로 지속적으로 해나갈 것인지 고민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강향숙 : 저는 숲해설가이기 때문에 숲에서의 활동이 주가 되잖아요. 그런데 이번 마을 단위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하동에 되게 일찍 들어왔는데, 제가 들어온 작은 마을에는 그때의 저보다 나이가 조금 더 많은 분들이 동네 어르신들로 계시더라고요. 그분들을 보면서 하동의 생활 모습이나 이런 것들이 늘 존재할 것처럼 생각해 왔는데요. 그러다 보니 20년이 흘렀는데 지금은 그분들이 거의 다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그동안 젊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마을 모습과 마을 주민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자 이런 이야기만 해왔었는데, 실제로 한 번도 추진한 적은 없이 그냥 흘려버린 게 참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런 활동을 갈사에서 이제라도 더 늦기 전에 한번 해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제 스스로도 좀 더 폭이 넓어지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경숙 : 저는 흑두루미 때문에 갈사에 조사하러 다녔었는데요. 그러다 보니 갈사에 사시는 주민들이 갈사의 자연환경이 옛 모습을 찾게 되는 일에 어떠한 마음일까 궁금한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인터뷰를 해봐야겠다고 제안하게 되었지요. 그런데 실제로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함께 해주는 게 너무 놀라웠어요.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 가는 활동력이 너무 멋진 것 같아요. 그래서 이 갈사모임이 단순히 갈사모임으로만 가는 게 아니라 여기 있는 사람들이 지역의 변화에 어떤 원동력이 돼줄 것 같아요. 그래서 너무 설레고 우리 12월에는 정말 잔치 한 번 했으면 좋겠습니다. 최지한 : 저는 흑두루미 때문에 시작했고, 그 자체 외에는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활동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미화 : 저는 하동에서 태어난 진짜 하동 사람인데, 하동을 위해서 뚜렷하게 활동을 해봤던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 프로젝트에 저도 모르게 엮여서 하고 있네요? 그렇지만 저는 저 스스로 다시 한번 하동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요. 하동 사람이지만 하동에 대해서 아는 것도 별로 없어서 하동에 대해서 뭐라고 제가 강력하게 주장하거나 요구할 수도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 사람이었던 제가 이 활동을 하면서 뭔가 하동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저에게 벌써 큰 변화가 오지 않았나 싶어요. 그래서, 우리 꼭 12월에 진짜 큰 잔치 한 번 해요! 
1차 현장조사에서 만난 우럭조개를 손질하는 주민 (사진: 정명희) 나은동 : 제가 하동에 살면서 어딜 자주 안 갔어요. 이런 기회가 아니면 갈사쪽에 갈 일이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작년에 작은변화 기록활동가 일을 했었는데 그때 제가 느낀 것이 있었어요. 저희가 대화를 할 때 사실 사람 말을 잘 안 듣거든요. 자세히 안 듣고 그냥 듣고도 흘려버리고. 그러니까 어떤 사람의 말을 깊이 있게 들어보는 경험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기록활동가를 하면서 인터뷰하면서 한 번 듣고, 녹음한 것을 한 번 더 듣고, 정리하면서 한 번. 총 세 번 듣거든요. 제가 어떤 사람의 말을 그렇게 깊이 있게 들은 건 그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때 이런 기회가 살면서 얼마나 있을까 싶은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우연한 기회로 갈사에서 인터뷰 하면서 또 다른 기록활동가의 일을 하게 될 것 같은데, 귀는 잘 안들리지만 기꺼이 그분들의 말을 들을 수 있는 열린 귀가 되겠습니다. 강수돌 : 저도 하동 온 지 1년 조금 넘었는데 오자마자 송전탑 문제, 발전소 문제 이런 일들과 엮이면서 조용하게 휴양하면서 공부하는 의미로 온 처음의 의미와 달리 본의 아니게 엄청나게 지역 일에 많이 연루(?) 되어서 살아가고 있어요. 그런데 따지고 보면 조용히 휴양하면서 즐기면서 산다는 것은 이상과 상상이지 현실적으로는 늘 연루될 수밖에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고요. 제 직업병이기도 한 것이 저는 늘 사고가 추상적이고 통계나 숫자로 정리하고 이런 편인데, 이번 프로젝트는 구체적으로 사람들 이야기를 듣는 과정이기 때문에 구체적이고 살아있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서로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다양한 관계들을 맺는 과정이라고도 생각하고요. 그런 면에서 나 자신뿐만 아니라 우리가 함께하는 모든 분의 삶이 조금 더 풍부해져가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김창희 : 저는 MBTI 테스트를 해보면 저는 ENTJ가 나오거든요. 뭔가 목표를 정하고 계획을 해서 예측한 성과가 나오도록 하는 스타일이라고 하는데, 사실은 제 인생에서 계획하고 목표를 정하고 일을 하면 그대로 되는 경우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 프로젝트는 저희가 이 일을 진행하면서 예측한 부분, 목표한 부분들이 마을로 들어가서 실제로 추진이 잘 되든 안 되든 과정과 결과가 무척 궁금합니다. 사실 인터뷰라는 것이 인터뷰대상자만 참여자가 아니고 인터뷰를 하는 사람인 저희도 참여자잖아요. 그래서 그분들의 변화는 물론이고 저희의 변화 계기도 되지 않을까 그런 기대도 해봅니다. 우애라 : 이 프로젝트를 마주했을 때 제 감정의 변화를 이야기해 보자면, 환상 그다음 절망, 무력감, 미안함. 그다음에는 씨앗, 기대, 희망. 지금은 걱정. 잘할 수 있을까. 끝! 단비 : 저한테 이 활동은 이제 작은변화지원센터의 활동가로서의 활동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해에 정말 원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는 의미이고요. 지역의 작은변화를 꿈꾸고 공익적으로 살고자 애쓰는 분들과 함께 머리 맞대서 무언가를 하는 그런 순간을 늘 꿈꿨는데 그걸 마침내 이루어 냈다. 이런 느낌. 그래서 되게 의미 있고 기쁜 것 같아요. 그리고 이 프로젝트가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주민들을 이끌어 낸다든지 혹은 억지로 만들어 낸다든지 이렇게 하기보다는 같은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 먼저 산 사람들에 대한 연민, 연대, 공감. 이정도만 해도 저는 충분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걱정하지 말자는 생각입니다. 설렘 과 기대만 가지고 우리가 서로 즐겁게 잘했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이 갈사에 대한 작은 변화의 씨앗이 되길 바라고, 또 우리들이 앞으로 이 하동이라는 공간을 같이 사는 사람들로서 서로의 작은 변화의 씨앗이 되기를 바라요. 그래서 저는 올해 12월에는 함께했던 활동을 돌아보면서 내년에 뭐 하지 내년에 어떤 걸 같이 해볼까 하면서 둥그런 테이블에 함께 둘러앉아 이야기하는 모습을 기대합니다. 사람이 많다 보니 한마디씩만 해도 열네 마디가 된다. 그런 우리가 흑두루미가 돌아오는 하동에 대해서는 하나의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각자의 이유와 의미도 열네가지다. 그리고 이 열네 가지의 이유와 의미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서 갈사, 또 하동의 누군가의 가슴에 가서 씨앗으로 심어지고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내 이내 다른 사람의 가슴에 또다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우리는 올해 이 함께 활동을 통해 누군가에게 열린 귀가 되고, 하동을 조금 더 잘 알게 되는 진짜 하동 사람이 될 것이며, 지역의 작은변화의 씨앗으로 거듭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올해 12월에 주민들과 함께 성대한 잔치를 열 것이다. 물론, 겨울을 보내러 하동에 올 흑두루미들도 대환영이다. (올 겨울에 갈사 주민들, 프로젝트 참여한 사람들, 흑두루미들이 마을 당산나무 앞에 둘러 앉아 수육에 막걸리 한잔 하는 상상을 해봤다. 상상만으로 즐겁다. 낄낄.) |
버선발로 마중 나가자, 흑두루미를 위한 하동의 함께활동 : 갈사만 재자연화
글 / 양지영
흔하지 않은 나그네새. 흑두루미의 다른 말이다.
평범하지 않은 역마살 낀 백말띠 인간. 나의 다른 말일 것이다.
하동생태해설사회 정명희 선생님에게 우연히 흑두루미가 갈사만에서 월동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본, 중국 중동부에서 주로 월동하며 때때로 소수만이 순천만을 찾아오던 흑두루미가 월동지의 개체수 포화 현상으로 하동을 찾아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복작복작한 도시에서 태어나 한 번도 사는 것 같이 살아보지 못하다 앞으로 보내야 할 수많은 겨울을 따뜻하게 살아내려 하동으로 도망쳐 온 내 이야기를 듣는 듯했다.
흑두루미. 나는 그간 잘 몰랐지만 이제 너라는 존재를 인식해 버린 것이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흑두루미를 버선발로 마중 나갈 하동 사람들을 만난 것. 그렇게 ‘너’와 ‘내’가 흑두루미라는 존재로 ‘우리’가 된 일.
지난 겨울 갈사만에서 월동했던 흑두루미. 털빛이 아주 검은 게 예쁘구나. 너도 나처럼 가을볕에 뛰어다니다 그을린 거니. (사진: 정명희)
그러한 연유로 올해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 <작은변화 탐험대> 지원사업 함께활동 사업은 ‘갈사만 재자연화-금남면 주민생활사 조사’사업으로 정했다. 하동생태해설사회가 제안했고 그 뜻에 공감한 여러 단체, 개인이 모였다. 하동생태해설사회, 하동참여자치연대, 섬진강과지리산사람들, 하동을 사랑하는 사람들.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 <작은변화 탐험대> 하동 워크숍에서 함께활동 정하던 날.
첫 모임에 사람들은 어디에서 웅크리고 있다가 나타났는지 ‘흑두루미’ 네 글자에 가슴속 이유 따위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다들 섬진강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달려왔다. 금남면지를 뒤져 지명유래나 지역적 특성을 공부해 온 사람부터 인터뷰 전략과 사업 전반을 구성해 온 사람까지.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움직이게 하는 걸까 궁금했다.
처음으로 다 함께 모이던 날. (사진: 최지한)
그래서 나는 1차 현장 조사를 다녀온 이후 인 세 번째 모임에서 사람들을 향해 물었다. “이 일이 도대체 나에게 무슨 의미인지” , “갈사에 어떤 변화를 꿈꾸는지” “그로 인해 나에게 어떤 변화를 꿈꾸는지”
이 이야기는 우리가 그리는 흑두루미와 함께 살아갈 하동의 모습, 그리고 그런 하동을 꿈꾸는 여러 사람의 가슴속 이유에 대한 이야기다.
양지영 : 저는 하동에서 좀 젊은 세대인데, 이 프로젝트는 저에게 지역에 계신 어른들과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섞이는 행위이고요. 그러면서 지역에 제대로 뿌리를 내리면 좋겠다는 의미에요. 그리고 평소에 어울리지 않던 사람들, 하지 않았던 일인데 저 스스로를 낯선 곳에 던지는 어떤 의미도 있고요. 이 프로젝트가 끝났을 때 제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지는 모르겠지만 좀 기대가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희의 프로젝트가 갈사에게 어떤 종류의 자극만 되어도 좋을 것 같아요. 주민분들께서 연말에 올해를 돌아보면서 이런 재밌는 일들이 있었지라고 모여앉아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정도만 되어도 좋겠어요. 저 개인적으로는 하동에 아는 분들도 더욱 많아져서 재미있게 살고 있는 모습을 기대합니다.
김경희 : 뒤늦게 이렇게 합류하게 되었는데요. 사람들과 함께 뭔가 작당을 하게 되는 것에 관해 기대가 많이 됩니다.
정명희 : 저는 갈사라는 공간이 새로운 어떤 변화, 크게 재자연화되는 이런 목표를 두고 시작했는데 그런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한발짝 내딛는 지금이 설렘이 있는 것 같아요. 거기에 20대부터 60대까지 다 섞여있는 이런 곳에서 함께 일한다는 게 아주 행복하고 좋은 것 같아요. 다양한 연령대가 섞여서 이렇게 일해본 경험이 사실은 없는 것 같아요. 요즘 어디를 가나 나이가 많은 사람들밖에 없어요. 2-30대가 있으니 프로그램이나 의견들도 다양하고 이런 것들을 같이 경험하면서 저도 동시에 조금 더 젊고 참신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신선한 도전들도 더 많이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로 인해서 새로운 우리가 마을로 들어가서 마을이 조금 더 생기발랄한 분위기, 그리고 새로운 어떤 변화가 조금씩 생겨나면 좋겠어요.
우리는 모여서 이렇게 진지하게 회의도 하지만, (사진: 이단비)
왜 때문인지 춤도 춘다. (사진: 최지한)
전미경 : 저는 이제 금성면에 시집온 지 33년 된 것 같아요. 그때와 지금을 생각해 보면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이 프로젝트가 변화된 모습의 갈사만에 사는 각 개인들에게 발전을 준 것인지 피해를 준 것인지에 대한 성찰의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갈사만에 피해 현황에 대해서 국가에서 5년에 걸쳐 조사를 실시할 예정인데, 그것과 맞물려서 이 기초활동이 어떤 영향을 지역에 미칠 것인지 조금 더 행정이나 민간 단체가 함께 협의해서 발전적인 형태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요. 그래서 이 활동이 행정과도 어떤 연결고리로 지속적으로 해나갈 것인지 고민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강향숙 : 저는 숲해설가이기 때문에 숲에서의 활동이 주가 되잖아요. 그런데 이번 마을 단위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하동에 되게 일찍 들어왔는데, 제가 들어온 작은 마을에는 그때의 저보다 나이가 조금 더 많은 분들이 동네 어르신들로 계시더라고요. 그분들을 보면서 하동의 생활 모습이나 이런 것들이 늘 존재할 것처럼 생각해 왔는데요. 그러다 보니 20년이 흘렀는데 지금은 그분들이 거의 다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그동안 젊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마을 모습과 마을 주민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자 이런 이야기만 해왔었는데, 실제로 한 번도 추진한 적은 없이 그냥 흘려버린 게 참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런 활동을 갈사에서 이제라도 더 늦기 전에 한번 해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제 스스로도 좀 더 폭이 넓어지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경숙 : 저는 흑두루미 때문에 갈사에 조사하러 다녔었는데요. 그러다 보니 갈사에 사시는 주민들이 갈사의 자연환경이 옛 모습을 찾게 되는 일에 어떠한 마음일까 궁금한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인터뷰를 해봐야겠다고 제안하게 되었지요. 그런데 실제로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함께 해주는 게 너무 놀라웠어요.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 가는 활동력이 너무 멋진 것 같아요. 그래서 이 갈사모임이 단순히 갈사모임으로만 가는 게 아니라 여기 있는 사람들이 지역의 변화에 어떤 원동력이 돼줄 것 같아요. 그래서 너무 설레고 우리 12월에는 정말 잔치 한 번 했으면 좋겠습니다.
최지한 : 저는 흑두루미 때문에 시작했고, 그 자체 외에는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활동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미화 : 저는 하동에서 태어난 진짜 하동 사람인데, 하동을 위해서 뚜렷하게 활동을 해봤던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 프로젝트에 저도 모르게 엮여서 하고 있네요? 그렇지만 저는 저 스스로 다시 한번 하동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요. 하동 사람이지만 하동에 대해서 아는 것도 별로 없어서 하동에 대해서 뭐라고 제가 강력하게 주장하거나 요구할 수도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 사람이었던 제가 이 활동을 하면서 뭔가 하동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저에게 벌써 큰 변화가 오지 않았나 싶어요. 그래서, 우리 꼭 12월에 진짜 큰 잔치 한 번 해요!
1차 현장조사에서 만난 우럭조개를 손질하는 주민 (사진: 정명희)
나은동 : 제가 하동에 살면서 어딜 자주 안 갔어요. 이런 기회가 아니면 갈사쪽에 갈 일이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작년에 작은변화 기록활동가 일을 했었는데 그때 제가 느낀 것이 있었어요. 저희가 대화를 할 때 사실 사람 말을 잘 안 듣거든요. 자세히 안 듣고 그냥 듣고도 흘려버리고. 그러니까 어떤 사람의 말을 깊이 있게 들어보는 경험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기록활동가를 하면서 인터뷰하면서 한 번 듣고, 녹음한 것을 한 번 더 듣고, 정리하면서 한 번. 총 세 번 듣거든요. 제가 어떤 사람의 말을 그렇게 깊이 있게 들은 건 그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때 이런 기회가 살면서 얼마나 있을까 싶은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우연한 기회로 갈사에서 인터뷰 하면서 또 다른 기록활동가의 일을 하게 될 것 같은데, 귀는 잘 안들리지만 기꺼이 그분들의 말을 들을 수 있는 열린 귀가 되겠습니다.
강수돌 : 저도 하동 온 지 1년 조금 넘었는데 오자마자 송전탑 문제, 발전소 문제 이런 일들과 엮이면서 조용하게 휴양하면서 공부하는 의미로 온 처음의 의미와 달리 본의 아니게 엄청나게 지역 일에 많이 연루(?) 되어서 살아가고 있어요. 그런데 따지고 보면 조용히 휴양하면서 즐기면서 산다는 것은 이상과 상상이지 현실적으로는 늘 연루될 수밖에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고요. 제 직업병이기도 한 것이 저는 늘 사고가 추상적이고 통계나 숫자로 정리하고 이런 편인데, 이번 프로젝트는 구체적으로 사람들 이야기를 듣는 과정이기 때문에 구체적이고 살아있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서로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다양한 관계들을 맺는 과정이라고도 생각하고요. 그런 면에서 나 자신뿐만 아니라 우리가 함께하는 모든 분의 삶이 조금 더 풍부해져가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김창희 : 저는 MBTI 테스트를 해보면 저는 ENTJ가 나오거든요. 뭔가 목표를 정하고 계획을 해서 예측한 성과가 나오도록 하는 스타일이라고 하는데, 사실은 제 인생에서 계획하고 목표를 정하고 일을 하면 그대로 되는 경우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 프로젝트는 저희가 이 일을 진행하면서 예측한 부분, 목표한 부분들이 마을로 들어가서 실제로 추진이 잘 되든 안 되든 과정과 결과가 무척 궁금합니다. 사실 인터뷰라는 것이 인터뷰대상자만 참여자가 아니고 인터뷰를 하는 사람인 저희도 참여자잖아요. 그래서 그분들의 변화는 물론이고 저희의 변화 계기도 되지 않을까 그런 기대도 해봅니다.
우애라 : 이 프로젝트를 마주했을 때 제 감정의 변화를 이야기해 보자면, 환상 그다음 절망, 무력감, 미안함. 그다음에는 씨앗, 기대, 희망. 지금은 걱정. 잘할 수 있을까. 끝!
단비 : 저한테 이 활동은 이제 작은변화지원센터의 활동가로서의 활동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해에 정말 원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는 의미이고요. 지역의 작은변화를 꿈꾸고 공익적으로 살고자 애쓰는 분들과 함께 머리 맞대서 무언가를 하는 그런 순간을 늘 꿈꿨는데 그걸 마침내 이루어 냈다. 이런 느낌. 그래서 되게 의미 있고 기쁜 것 같아요. 그리고 이 프로젝트가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주민들을 이끌어 낸다든지 혹은 억지로 만들어 낸다든지 이렇게 하기보다는 같은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 먼저 산 사람들에 대한 연민, 연대, 공감. 이정도만 해도 저는 충분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걱정하지 말자는 생각입니다. 설렘 과 기대만 가지고 우리가 서로 즐겁게 잘했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이 갈사에 대한 작은 변화의 씨앗이 되길 바라고, 또 우리들이 앞으로 이 하동이라는 공간을 같이 사는 사람들로서 서로의 작은 변화의 씨앗이 되기를 바라요. 그래서 저는 올해 12월에는 함께했던 활동을 돌아보면서 내년에 뭐 하지 내년에 어떤 걸 같이 해볼까 하면서 둥그런 테이블에 함께 둘러앉아 이야기하는 모습을 기대합니다.
사람이 많다 보니 한마디씩만 해도 열네 마디가 된다. 그런 우리가 흑두루미가 돌아오는 하동에 대해서는 하나의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각자의 이유와 의미도 열네가지다. 그리고 이 열네 가지의 이유와 의미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서 갈사, 또 하동의 누군가의 가슴에 가서 씨앗으로 심어지고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내 이내 다른 사람의 가슴에 또다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우리는 올해 이 함께 활동을 통해 누군가에게 열린 귀가 되고, 하동을 조금 더 잘 알게 되는 진짜 하동 사람이 될 것이며, 지역의 작은변화의 씨앗으로 거듭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올해 12월에 주민들과 함께 성대한 잔치를 열 것이다. 물론, 겨울을 보내러 하동에 올 흑두루미들도 대환영이다. (올 겨울에 갈사 주민들, 프로젝트 참여한 사람들, 흑두루미들이 마을 당산나무 앞에 둘러 앉아 수육에 막걸리 한잔 하는 상상을 해봤다. 상상만으로 즐겁다. 낄낄.)
글쓴 사람. 지읒이응
네 살 된 바둑이라는 강아지를 같이 키우고 있는 양지영과 정진이가 함께, 번갈아 씁니다. 때때로 루미큐브를 목숨을 걸고 합니다. 각자 어쩌다 흘러들어온 하동에서 이제는 함께 어떻게 잘 살아볼까 궁리하며 지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