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만나러 다시 돌아온 이곳, 하동 1인 출판사 '도담소', 손영유 글 / 정진이 사진제공 / 손영유 지리산활동가대회에서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1인 출판사를 한다며 ‘도담소’ 명함을 건네는 영유에게 호기심이 일었다. ‘첫 번째 인터뷰는 당신이야!’ 속으로 음흉하게 웃고 있었던 걸 모르겠지? 실은 인터뷰를 해야겠다기 보다는 영유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다. 아주 짧은 만남에서 궁금한 사람은 오랜만이어서 조금 설레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는 두 번째 만남에서 이 주제, 저 주제를 넘나들며 세 시간 동안 수다를 떨었다. 출판사 이름도 ‘도담소’이고, 영유가 쓴 동화책 제목도 ‘도담한 동화’이다. 산내에서 만났을 때 ‘도담하다’는 말을 좋아한다고 열심히 설명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찾아보면 ‘도담하다’는 ‘야무지고 탐스럽다.’는 뜻을 가진다. 우리말샘에서는 북한어로 ‘도도하고 당차다.’는 뜻으로 나온다. 두 가지 뜻 모두 영유와 잘 어울린다. 
하동에 온 지 얼마 안됐다고 들었어요. 하동에서 나고 자라 대학을 진학하며 서울로 갔는데 좀 많이 왔다 갔다 했어요.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 너무 열심히 해서 그런지 난독증이 와서 휴학을 하고 부모님 댁에 있었어요. 그냥 있을 수는 없어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겠다고 했어요. 난독증 있다는 말씀을 못 드리겠더라고요. 방황을 좀 하다가 서울에 다시 올라가서 일을 했죠. 대학 때도 그렇고 서울에 적응하기가 좀 힘들었어요. 어쨌든 저는 글을 쓰고 싶고, 그러면 하동에서 글을 써도 되지 않을까 해서 다시 내려오게 됐어요. 그런데 하동에 와서도 직장을 다니네요? 네. 하동율림에서 마케팅이나 발주 업무 같은 걸 하고 있어요. 재밌어요? 음, 좀 어려워요. 일이 어렵다기보다는 직장을 다니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니까 일이 버거울 때마다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도 보람 있을 때가 많아요. 해보지 못한 일이라 아직 헤매는 느낌이긴 하지만…. 하동에 오고 나서 마음이 편해지니까 잠도 잘 오고 너무 좋은 거예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경제적으로 안정된 생활에 대한 갈증 같은 게 있었어요. 그래서 구인공고를 보고 괜찮다 싶어서 바로 시작했어요. 해보니까 어때요? 괜찮은 것 맞아요? 직장 생활이 안정적이고 나름 성취도 있고, 저는 일에 몰두하는 타입이기도 해서 그런 면에서는 괜찮아요. 그런데 이게 내가 원하는 일이었나 생각하면 잘 모르겠어요. 할머니가 저한테는 굉장히 중요한 사람인데, 철에 따라서 농사일을 다니시는 분이었어요. 사실 저도 글 쓰면서 그렇게 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할머니처럼 살아도 먹고 사는 데 지장없고, 나름 삶이 풍족하지 않나 싶어요. 맞아요. 살기 나름이죠. 하동에 다시 오니까 좋아요? 서울에서의 삶이 저에게는 암흑기였던 것 같아요. 생활이 불안정하고, 고양이 키우는 것도 부담되고, 사람도 너무 많고, 공기도 안 좋고. 제일 그리웠던 게 이런 푸른 공간이었어요. 농촌에 살던 사람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이런 자연을 주기적으로 보지 않으면 너무 힘들었어요. 지금도 거의 집에만 있긴 하지만 서울에서 집에 있는 거랑은 많이 달라요. 여기 오니까 문득 문득 행복하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글을 쓰는 게 가장 하고 싶은 일이에요? 지금으로써는 제일 재밌는 일이에요. 첫 책 ‘도담한 동화’는 스스로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적어도 부끄럽지는 않은 작품이에요. 제목을 ‘도담한 동화’라고 지은 이유가 있어요? ‘도담소’에서 낸 첫 번째 책이라는 의미를 담고 싶었어요. 그림은 ‘가지’라는 작가가 그려주셨는데 민화 스타일의 일러스트에요. 요즘은 십이지신 테마로 달력을 그리고 계세요. 그림이 마음에 들어서 무작정 이메일을 보냈는데 흔쾌히 함께 해 주셨어요. 너무 감사해요. 글 작가가 ‘임태려’라고 되어 있어요. 필명이에요? 네. 할머니랑 할아버지 이름에서 따 왔어요. 글을 쓰고 거르고, 가꾼다는 뜻을 담고 있어요. ‘임’은 할머니 성이고요. 
영유가 만든 민속 캐릭터 ‘마부’ : 샤이니 노래 중 ‘cause you’re my boo’ 파트 안무를 추고 있다. 전자책으로 내는 특별한 이유가 있어요? 제가 IT쪽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어서 메커니즘을 잘 알기도 하고, 욕심은 있지만 종이가 아깝지 않은 책인지는 잘 모르겠어서, 조금 더 한 다음에 종이를 써도 부끄럽지 않은 책을 내고 싶어요. 어떻게 출판사를 하게 된 거예요? 출판 시장이 구조적으로 작가가 고립되기 쉬운 시스템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가 출판사를 하면 스스로 감내하면서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욕심이 있었어요. 좋은 출판 문화를 실천할 수 있는 출판사를 만들고 싶어요. 아직은 제가 출판 시장에 대해서 공부를 많이 해야 돼요.^^ 대담한 것 같아요. 제가 좀 지르고 보는 스타일이에요. 그러면 하게 되더라고요. 지금 일상은 어떻게 보내고 있어요? 집안일을 싫어하기도 하고, 회사 일이 힘드니까 주말에는 거의 자거든요. 제가 스스로를 좀 피곤하게 하는 스타일이어서. 완벽하지 않은 완벽주의자랄까? 하하하. 이런 성격으로 서울에서 살려니까 너무 힘들더라고요. 지금은 제 삶에 밸런스를 맞춰가는 시기인 것 같아요. 최근에는 청년센터에서 하는 강좌를 거의 다 등록했어요. 배우고 싶은 게 많더라고요. 어릴 때 친구들은 다 도시로 나갔다고 했는데, 하동에서 외롭지는 않아요? 판데믹이 오면서 갑자기 인간관계가 정지되는 시기를 겪었잖아요. 서울에서도 사람을 못 만나고 살았어요. 오히려 하동에 와서 먼지가 하는 요가도 배우고, 시소 책방 가면 항상 사람들이 있고 그래서 괜찮아요. 여기서는 소소한 교류도 많고, 대화의 장벽이 좀 낮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서울에서는 사람들 사이에 벽이 좀 높달까, 불편해하는 것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출판사 말고 해보고 싶은 일 있어요? 하동에 오면서 생각한 것 중에 하나가 ‘제로웨이스트 숍’이에요. 동작구에 살 때 제일 자주 가던 곳이 제로웨이스트 숍이거든요. 맨날 가서 사장님 이야기 듣고 했어요. 사장님한테 내려가면 제일 걱정이 이런 가게가 없는 거다 했더니, ‘그럼 네가 해봐라.’ 그러셨어요. 지금 그 생각을 하는 사람이 되게 많아요. 우리 다같이 한 번 만나볼까? 오! 좋아요. 너무 좋아요. 만나서 얘기해요! 저질러 봅시다! 제가 이런 식이라니까요. 하하하 진취적이구나. ㅎㅎㅎ 하동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어요? 제가 그리는 모습은 이런 거예요. 작은 공간이 있고, 그곳에서 제로웨이스트 숍을 운영하면서 좋은 사람들과 밥도 같이 해 먹고 얘기도 나누는 거죠. 제가 밥 먹는 걸 힘들어하거든요. 잘 안 먹으려고 해요. 그래서 건강한 밥상을 사람들과 함께 하면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또 작은 사무실 한 켠에서는 출판사 일을 하고 싶어요. 글도 쓰고 책도 내고요. 
하동은 영유에게 어떤 의미에요? 서울에 살면서 좀 힘든 시절을 겪었는데 지금도 책을 읽을 때 엄청 가려요. 조금이라도 제 트라우마를 건드리거나 트리거가 될 수 있는 작품은 피하려고 해요. 사실 하동에 온 이유 중 하나도 내가 그런 걸 마주할 수 있는 힘을 기를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에요. 할머니가 사시던 집이 아직 있거든요. 거기 가면 할머니 할아버지 냄새가 나요. 그 냄새를 맡으면 마음에 편안해져요. 내가 소중하게 여겼던 것이 여전히 있는, 그런 공간이 주는 안정감이 제 믿을 구석이에요. 우리는 사사로운 개인사에 대해 떠들었다가, 지역에서 사는 좋은 점(주거 환경이나 먹거리 등에 대해)을 공감하고, 자원 순환이나 제로웨이스트 문제에 대한 고민도 털어놓고, 젠더 이슈를 꺼냈다가 좋아하는 작가 이야기를 하고, 개인의 올바름이나 정의로움, 생태적 죄책감이 사람을 얼마나 피곤(?)하게 하는지를 갑자기 토로하기도 했다. 나는 이로써 또 한 명의 재밌는 친구를 만났고, 앞으로 같이 뭘 하면 좋을까 기분 좋은 상상을 한다. 순전히 나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인터뷰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멘탈이 약한 게 콤플렉스라는 영유는 내가 보기에는 속이 꽉찬 ‘도담한’ 친구였다. 영유가 바라는 데로 자신을 똑바로 마주하는 힘을 기를 수 있기를…. |
나를 만나러 다시 돌아온 이곳, 하동
글 / 정진이
사진제공 / 손영유
지리산활동가대회에서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1인 출판사를 한다며 ‘도담소’ 명함을 건네는 영유에게 호기심이 일었다. ‘첫 번째 인터뷰는 당신이야!’ 속으로 음흉하게 웃고 있었던 걸 모르겠지?
실은 인터뷰를 해야겠다기 보다는 영유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다. 아주 짧은 만남에서 궁금한 사람은 오랜만이어서 조금 설레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는 두 번째 만남에서 이 주제, 저 주제를 넘나들며 세 시간 동안 수다를 떨었다.
출판사 이름도 ‘도담소’이고, 영유가 쓴 동화책 제목도 ‘도담한 동화’이다. 산내에서 만났을 때 ‘도담하다’는 말을 좋아한다고 열심히 설명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찾아보면 ‘도담하다’는 ‘야무지고 탐스럽다.’는 뜻을 가진다. 우리말샘에서는 북한어로 ‘도도하고 당차다.’는 뜻으로 나온다. 두 가지 뜻 모두 영유와 잘 어울린다.
하동에 온 지 얼마 안됐다고 들었어요.
하동에서 나고 자라 대학을 진학하며 서울로 갔는데 좀 많이 왔다 갔다 했어요.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 너무 열심히 해서 그런지 난독증이 와서 휴학을 하고 부모님 댁에 있었어요. 그냥 있을 수는 없어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겠다고 했어요. 난독증 있다는 말씀을 못 드리겠더라고요. 방황을 좀 하다가 서울에 다시 올라가서 일을 했죠.
대학 때도 그렇고 서울에 적응하기가 좀 힘들었어요. 어쨌든 저는 글을 쓰고 싶고, 그러면 하동에서 글을 써도 되지 않을까 해서 다시 내려오게 됐어요.
그런데 하동에 와서도 직장을 다니네요?
네. 하동율림에서 마케팅이나 발주 업무 같은 걸 하고 있어요.
재밌어요?
음, 좀 어려워요. 일이 어렵다기보다는 직장을 다니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니까 일이 버거울 때마다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도 보람 있을 때가 많아요. 해보지 못한 일이라 아직 헤매는 느낌이긴 하지만….
하동에 오고 나서 마음이 편해지니까 잠도 잘 오고 너무 좋은 거예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경제적으로 안정된 생활에 대한 갈증 같은 게 있었어요. 그래서 구인공고를 보고 괜찮다 싶어서 바로 시작했어요.
해보니까 어때요? 괜찮은 것 맞아요?
직장 생활이 안정적이고 나름 성취도 있고, 저는 일에 몰두하는 타입이기도 해서 그런 면에서는 괜찮아요. 그런데 이게 내가 원하는 일이었나 생각하면 잘 모르겠어요.
할머니가 저한테는 굉장히 중요한 사람인데, 철에 따라서 농사일을 다니시는 분이었어요. 사실 저도 글 쓰면서 그렇게 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할머니처럼 살아도 먹고 사는 데 지장없고, 나름 삶이 풍족하지 않나 싶어요.
맞아요. 살기 나름이죠.
하동에 다시 오니까 좋아요?
서울에서의 삶이 저에게는 암흑기였던 것 같아요. 생활이 불안정하고, 고양이 키우는 것도 부담되고, 사람도 너무 많고, 공기도 안 좋고. 제일 그리웠던 게 이런 푸른 공간이었어요. 농촌에 살던 사람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이런 자연을 주기적으로 보지 않으면 너무 힘들었어요.
지금도 거의 집에만 있긴 하지만 서울에서 집에 있는 거랑은 많이 달라요. 여기 오니까 문득 문득 행복하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글을 쓰는 게 가장 하고 싶은 일이에요?
지금으로써는 제일 재밌는 일이에요. 첫 책 ‘도담한 동화’는 스스로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적어도 부끄럽지는 않은 작품이에요.
제목을 ‘도담한 동화’라고 지은 이유가 있어요?
‘도담소’에서 낸 첫 번째 책이라는 의미를 담고 싶었어요.
그림은 ‘가지’라는 작가가 그려주셨는데 민화 스타일의 일러스트에요. 요즘은 십이지신 테마로 달력을 그리고 계세요. 그림이 마음에 들어서 무작정 이메일을 보냈는데 흔쾌히 함께 해 주셨어요. 너무 감사해요.
글 작가가 ‘임태려’라고 되어 있어요. 필명이에요?
네. 할머니랑 할아버지 이름에서 따 왔어요. 글을 쓰고 거르고, 가꾼다는 뜻을 담고 있어요. ‘임’은 할머니 성이고요.
영유가 만든 민속 캐릭터 ‘마부’ : 샤이니 노래 중 ‘cause you’re my boo’ 파트 안무를 추고 있다.
전자책으로 내는 특별한 이유가 있어요?
제가 IT쪽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어서 메커니즘을 잘 알기도 하고, 욕심은 있지만 종이가 아깝지 않은 책인지는 잘 모르겠어서, 조금 더 한 다음에 종이를 써도 부끄럽지 않은 책을 내고 싶어요.
어떻게 출판사를 하게 된 거예요?
출판 시장이 구조적으로 작가가 고립되기 쉬운 시스템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가 출판사를 하면 스스로 감내하면서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욕심이 있었어요. 좋은 출판 문화를 실천할 수 있는 출판사를 만들고 싶어요.
아직은 제가 출판 시장에 대해서 공부를 많이 해야 돼요.^^
대담한 것 같아요.
제가 좀 지르고 보는 스타일이에요. 그러면 하게 되더라고요.
지금 일상은 어떻게 보내고 있어요?
집안일을 싫어하기도 하고, 회사 일이 힘드니까 주말에는 거의 자거든요. 제가 스스로를 좀 피곤하게 하는 스타일이어서. 완벽하지 않은 완벽주의자랄까? 하하하.
이런 성격으로 서울에서 살려니까 너무 힘들더라고요. 지금은 제 삶에 밸런스를 맞춰가는 시기인 것 같아요. 최근에는 청년센터에서 하는 강좌를 거의 다 등록했어요. 배우고 싶은 게 많더라고요.
어릴 때 친구들은 다 도시로 나갔다고 했는데, 하동에서 외롭지는 않아요?
판데믹이 오면서 갑자기 인간관계가 정지되는 시기를 겪었잖아요. 서울에서도 사람을 못 만나고 살았어요. 오히려 하동에 와서 먼지가 하는 요가도 배우고, 시소 책방 가면 항상 사람들이 있고 그래서 괜찮아요. 여기서는 소소한 교류도 많고, 대화의 장벽이 좀 낮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서울에서는 사람들 사이에 벽이 좀 높달까, 불편해하는 것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출판사 말고 해보고 싶은 일 있어요?
하동에 오면서 생각한 것 중에 하나가 ‘제로웨이스트 숍’이에요. 동작구에 살 때 제일 자주 가던 곳이 제로웨이스트 숍이거든요. 맨날 가서 사장님 이야기 듣고 했어요. 사장님한테 내려가면 제일 걱정이 이런 가게가 없는 거다 했더니, ‘그럼 네가 해봐라.’ 그러셨어요.
지금 그 생각을 하는 사람이 되게 많아요. 우리 다같이 한 번 만나볼까?
오! 좋아요. 너무 좋아요. 만나서 얘기해요! 저질러 봅시다! 제가 이런 식이라니까요. 하하하
진취적이구나. ㅎㅎㅎ
하동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어요?
제가 그리는 모습은 이런 거예요. 작은 공간이 있고, 그곳에서 제로웨이스트 숍을 운영하면서 좋은 사람들과 밥도 같이 해 먹고 얘기도 나누는 거죠. 제가 밥 먹는 걸 힘들어하거든요. 잘 안 먹으려고 해요. 그래서 건강한 밥상을 사람들과 함께 하면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또 작은 사무실 한 켠에서는 출판사 일을 하고 싶어요. 글도 쓰고 책도 내고요.
하동은 영유에게 어떤 의미에요?
서울에 살면서 좀 힘든 시절을 겪었는데 지금도 책을 읽을 때 엄청 가려요. 조금이라도 제 트라우마를 건드리거나 트리거가 될 수 있는 작품은 피하려고 해요. 사실 하동에 온 이유 중 하나도 내가 그런 걸 마주할 수 있는 힘을 기를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에요.
할머니가 사시던 집이 아직 있거든요. 거기 가면 할머니 할아버지 냄새가 나요. 그 냄새를 맡으면 마음에 편안해져요. 내가 소중하게 여겼던 것이 여전히 있는, 그런 공간이 주는 안정감이 제 믿을 구석이에요.
우리는 사사로운 개인사에 대해 떠들었다가, 지역에서 사는 좋은 점(주거 환경이나 먹거리 등에 대해)을 공감하고, 자원 순환이나 제로웨이스트 문제에 대한 고민도 털어놓고, 젠더 이슈를 꺼냈다가 좋아하는 작가 이야기를 하고, 개인의 올바름이나 정의로움, 생태적 죄책감이 사람을 얼마나 피곤(?)하게 하는지를 갑자기 토로하기도 했다.
나는 이로써 또 한 명의 재밌는 친구를 만났고, 앞으로 같이 뭘 하면 좋을까 기분 좋은 상상을 한다. 순전히 나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인터뷰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멘탈이 약한 게 콤플렉스라는 영유는 내가 보기에는 속이 꽉찬 ‘도담한’ 친구였다. 영유가 바라는 데로 자신을 똑바로 마주하는 힘을 기를 수 있기를….
글쓴 사람. 지읒이응
네 살 된 바둑이라는 강아지를 같이 키우고 있는 양지영과 정진이가 함께, 번갈아 씁니다. 때때로 루미큐브를 목숨을 걸고 합니다. 각자 어쩌다 흘러들어온 하동에서 이제는 함께 어떻게 잘 살아볼까 궁리하며 지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