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통 밤엔 뭘 먹지 않는데, 어쩐지 헛헛해서 먹었어요. 새벽에 구토를 하고 다음 날 꼬박 굶고도 식욕이 없었습니다. 저만 아팠던 것이 아니었어요. ‘그날’ 함께 했던 친구들이 그날 이후 저마다 이유로 아팠습니다. 몸에 멍이 들고, 몸살이 오고, 손에 깁스를 하기도 하고요. 아픈 이유가 다 그날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두 그날 마음이 아팠던 이들이란 점은 분명했어요. 남원시의회가 지리산 산악열차 시범사업을 본회의에서 가결했습니다. 이를 막으려고 하루 전날부터 시청 앞에서 캠핑 농성을 벌였습니다. 남원시의 결정이지만 지리산의 문제였기 때문에, 하동, 산청, 함양, 구례에서도 여러 사람이 모였어요. 저도 부랴부랴 캠핑 농성 행사를 준비하느라 정신이 쏙 빠졌습니다. 시의원 만장일치로 시범사업이 가결됐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던 사람들도 그만큼 많았고요. 본회의장에 들어가 입장을 전달하려는 활동가들이 청원경찰에 의해 저지되었어요. 서너 시간을 넘게 대치하는 과정에서 온몸에 멍이 든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결국 시의원들은 본회의를 마치고 활동가들과 면담을 가졌습니다. 겨우 가진 면담이었는데 그럴듯한 말도 못했으면서, 눈이 퉁퉁 불도록 울고만 나왔어요. “제가 한 시간 가까이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었지만, 할 말이 없는 게 아니잖아요. 지리산에 있는 동물과 식물도 할 말이 없어서 아무 말도 안 하는 게 아니거든요.” 그날 이후 보름도 더 지나 이제 입동을 맞았습니다. 지리산은 제 할 일을 하고 있어요. 바람은 더 차가워졌고, 나무는 더 적은 것을 지녔어요. 입동은 모든 것을 멈추고 봄을 위해 응축하는 시기. 보름 동안 저는 그다지 모든 것을 멈추진 못했어요. 이것저것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긴 했는데,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일까요. 11월 12일, 남원시와 철도기술연구원의 정식 협약이 국토교통부에 의해 보류되었어요. 마침내 산악열차 사업도 잠시 멈춤의 상태. 한숨 돌리고 지리산에게 다시 지혜를 구해야겠어요. 어떻게 봄을 준비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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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통 밤엔 뭘 먹지 않는데, 어쩐지 헛헛해서 먹었어요. 새벽에 구토를 하고 다음 날 꼬박 굶고도 식욕이 없었습니다. 저만 아팠던 것이 아니었어요. ‘그날’ 함께 했던 친구들이 그날 이후 저마다 이유로 아팠습니다. 몸에 멍이 들고, 몸살이 오고, 손에 깁스를 하기도 하고요. 아픈 이유가 다 그날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두 그날 마음이 아팠던 이들이란 점은 분명했어요.
남원시의회가 지리산 산악열차 시범사업을 본회의에서 가결했습니다. 이를 막으려고 하루 전날부터 시청 앞에서 캠핑 농성을 벌였습니다. 남원시의 결정이지만 지리산의 문제였기 때문에, 하동, 산청, 함양, 구례에서도 여러 사람이 모였어요. 저도 부랴부랴 캠핑 농성 행사를 준비하느라 정신이 쏙 빠졌습니다. 시의원 만장일치로 시범사업이 가결됐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던 사람들도 그만큼 많았고요.
본회의장에 들어가 입장을 전달하려는 활동가들이 청원경찰에 의해 저지되었어요. 서너 시간을 넘게 대치하는 과정에서 온몸에 멍이 든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결국 시의원들은 본회의를 마치고 활동가들과 면담을 가졌습니다. 겨우 가진 면담이었는데 그럴듯한 말도 못했으면서, 눈이 퉁퉁 불도록 울고만 나왔어요.
“제가 한 시간 가까이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었지만, 할 말이 없는 게 아니잖아요. 지리산에 있는 동물과 식물도 할 말이 없어서 아무 말도 안 하는 게 아니거든요.”
그날 이후 보름도 더 지나 이제 입동을 맞았습니다. 지리산은 제 할 일을 하고 있어요. 바람은 더 차가워졌고, 나무는 더 적은 것을 지녔어요. 입동은 모든 것을 멈추고 봄을 위해 응축하는 시기. 보름 동안 저는 그다지 모든 것을 멈추진 못했어요. 이것저것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긴 했는데,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일까요. 11월 12일, 남원시와 철도기술연구원의 정식 협약이 국토교통부에 의해 보류되었어요. 마침내 산악열차 사업도 잠시 멈춤의 상태.
한숨 돌리고 지리산에게 다시 지혜를 구해야겠어요. 어떻게 봄을 준비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쓰고 만든 사람. 칩코
아침에 토마토를 먹고 토마토와 하나가 된 사람. 내가 내뱉은 숨을 지리산이 들이키는 바람에 지리산과도 하나가 됐다. 하나라고 저절로 조화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요가 할 때 팔다리가 따로 노는 것처럼 아직은 지리산과 따로 놀 때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