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담은 상차림처럼 고운 사람을 만나다 지리산학교 발효산채요리반 양영하 님 글 / 팀 옥동 
사진 1 | 인터뷰차 만난 양영하 님 한 달 전인 11월 15일, 양영하 님의 글과 사진이 실린 『지리산학교 요리 수업』 책이 출간되었다. 오래 전부터 사람들 사이에서 음식 잘하기로 소문난 사람이었다고 한다. 2011년부터 맡은 지리산학교 발효산채요리반 수업은 여전히 인기가 많아서 서두르지 않으면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평소 왕래가 있던 출판사 대표의 제안을 받고 책 준비하기를 꼬박 400일이 걸렸다고 했다. 보통 요리책은 '읽는' 책이 아닌데 누구는 이 책을 단숨에 끝까지 다 읽었다고 한다. 그저 요리법 하나 더 알려주는 그런 책이 아니다. 자연의 이치가 담겨있다. 또 자연스럽게 녹아든 지은이의 삶을 보면서 읽는 이로 하여금 새롭고 이로운 궁리를 하게 만든다. 맛있고 예쁘기만 한 책이 아니다. 인터뷰하러 간 자리에서 벌써 2쇄가 나왔다는 소리를 듣게 되어 깜짝 놀랐다. 출간한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2쇄가 나왔어요? 축하드립니다! 고마워요. 지난주에 들어갔다고 해요. 다 찍으면 이번 주에 보내주시겠다고 하셨거든요. 원래 요리책은 많이 안 찍는대요. 많이 안 찍고 많이 안 나가고 하는데 의외라고 하더라구요. 책을 내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출판사가 사실은 우리 남편의 책 ‘바람이 수를 놓는 마당에 시를 걸었다’라는 책을 냈던 출판사예요. 그 대표님이 자주 집에 오셔서 이야기도 나누고 주무시고 가시곤 했어요. 밥 같이 먹고 그렇게 지냈어요. 근데 요리가 너무 매력 있고 좋다면서 책을 내주시겠대요. 사실은 제가 그전에도 한 번 해볼까 하다가 안 했었거든요. 내 책을 내주시겠다 하니 너무나 고마웠죠. 작년 5월 말에 계약했는데 제가 “1년의 요리 시간이 걸린다. 좀 기다려 주세요.” 하고 1년을 넘게 준비했어요. 올 7월 말에 마감했으니 진짜 오래 걸렸죠. 
사진 2 | 11월19일에 가진 출판기념회 <정과 중의 최고, 한라봉 껍질 정과>라는 요리 사진 옆에는 그 요리를 보고 지었다는 그의 남편 공상균 님의 시 한 편이 실려 있기도 하다. 공상균 님은 이미 산문집을 낸 적 있는 글쓰는 지리산 농부로 알려져 있다. 자연스럽게 하동의 부부 작가로 소개되고 있는 두 분이다. 언제부터 요리하기를 좋아하고 잘하게 되셨나요? 그게 제가 소질이 있어서 한 건 아닌 것 같아요. 어쨌든 결혼하고 나서 가족의 건강을 챙겨야 하니까. 우리 아기들 이유식도 제가 다 만들었어요. 아무것도 모르는데 나이도 어렸는데 어떻게 그걸 했는지 지금 생각해도 제가 좀 대견하네요. 그러니까 쌀을 쪄서 말려서 그걸 다시 볶았어요. 쌀뿐만 아니고 보리, 밀, 견과류 그런 것들도 다 쪄서 말려서 볶았어요. 방앗간에 가서 빻아 가지고 와서 그거를 아기 젖 떼면 먹였어요. 한 통 이렇게 타주면 그거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먹고 던졌어요. 아이가 어릴 때부터 그리하다 보니 아마도 그게 시작인 거 같아요. 그리고 우리 친정엄마가 잘하셨어요. 요리를 잘해서 먹였죠. 없는 살림에서도. 지금도 생각하면 여름에 팥죽, 팥칼국수 한 솥 끓여 챙겨주면 그게 그렇게 맛있어요. 먹고 또 설탕 타서도 먹었어요. 또 한여름의 닭국이라고 닭을 잡아서, 전라도 말로 닭을 '쪼사서' 뼈째로 끓여요. 무만 삐져 넣고 끓여주면 또 그게 그렇게 맛있었네요. 하여튼 어머니 영향이 있는 것 같아요. 책에 실린 요리 사진이 참으로 멋지고 예쁘다. 본인이 직접 다 찍었다고 한다. 전문 사진가의 힘을 빌린 거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출중한 실력이다. 인터뷰하기 며칠 전에 지리산학교 사진반 동아리 모임인 ‘봉창’ 사진전에 갔었는데 그곳에서 양영하 님의 작품도 만날 수 있었다. 찍은 요리 사진을 보면, 특히 색감이 장난 아니다. 신비로운 색의 세계를 접하게 된다. 
사진 3 | 지리산학교 사진반 동아리 ‘봉창’ 사진전에서 만난 양영하 님 출품작 보통 실력이 아니시던데 사진을 따로 배우셨나요? 제가 들꽃을 너무 좋아해서 사진을 찍다가 보니 관심이 좀 있었어요. 근데 공부를 어디서 할 수도 없고 해서 그냥 내 마음대로 찍었었는데 좋은 선생님을 만난 거죠. 이창수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고 지리산학교 사진반에서 제대로 배우게 됐어요. 새벽에 노고단에도 가고 여기저기 다니면서요. 지리산학교에서 사진 배운 게 도움이 많이 됐어요. 지리산학교 요리 수업은 언제부터 하게 된 건가요? 2011년부터 하게 됐는데 그때까지 지리산학교에 요리반이 없었어요. 요리반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오갈 때 옆에서 저를 추천했어요. 저는 양력이 너무 없어서 고민했어요. 근데 사실 제가 민박집 일을 하면서 상처받은 일이 있었는데 사진을 배우면서 찍으러 다니고 그러다가 진짜 나도 모르게 조금씩 치유가 됐었거든요. 그래서 사진 배우면서 나도 치유가 됐으니 이제 요리를 하면서 같이 즐겁게 치유의 도움도 됐으면 좋겠다 하는 그 마음으로 시작을 하게 됐어요. 인터뷰하러 갔을 때 테이블 위에 강낭콩 크기의 조그만 덩어리로 만들어진 게 놓여있었다. 이름도 생소한 생강란. 크기는 작은데 딱딱하지 않고 조금씩 떼어졌다. 맛을 보니 역시 생강 맛이 났다. 근데 매콤하게 톡 쏘는 맛이 아니다. 상큼 달달 부드러웠다. 언뜻 봐도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인 듯싶었다. 역시나 음식은 시간과 정성인 건가? 콩알만한 생강란은 어떻게 만드나요? 전주의 한식 조리학교에 자격증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1박2일 강의가 있었어요. 교수 한 분이 자격증 없는 저를 추천해주셔서 제가 참석했었어요. 재밌었어요. 진짜 진짜 재밌었어요. 거기에서 생강란을 만드는 거예요. 생강을 곱게 갈아서 즙을 짜낸 건지에 설탕 넣고 조청 넣고 꿀 넣고 바글바글 끓여요. 그리고 생강즙에서 나온 전분이 있거든요. 그거랑 같이 끓이면 약간 걸쭉하게 된단 말이에요. 졸여서 잣을 다져 넣고 버무려서 만든 게 강란이예요. 생강 모양의 삼각형으로 작게 만들어요. 독한 맛이 없고 상큼한 맛만 남아 너무 좋아요. 근데 생강 건지를 만들면서 나온 생강즙을 다들 그냥 버리는 거예요. 저는 그게 너무 아까워서 모아서 가지고 왔어요. 집에 와서 이걸 끓이자니 색깔이 너무 미워질 것 같아서 한 병은 꿀을 딱 1:1로 넣어놨고 다른 한 병은 설탕을 넣어놨어요. 나중에 보니 밑에 전분이 가라앉더라고요. 그래서 전분은 이렇게 가라앉혀서 버려야 된다는 걸 알았어요. 이제 이 국물만 따라서 설탕을 넣고 숙성시키면 끓이지 않아도 맛있는 생강청이 된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책에도 그렇게 썼어요. 보고 응용한 거죠. 아린 맛이 덜하고 순해요. 

사진4 | 『지리산학교 요리 수업』 책에 실린 사진들 요리할 때 갖는 원칙이나 기준이 있다면요? 제일 중요한 거는 제철에 나오는 거. 제철 재료이면서 제일 흔하고 가까이 있는 거. 그걸 채취하면 응용해서 만들어요. 그리고 본연의 그 맛을 잘 표현하기 위해서 최대한 좀 양념도 좀 덜 하면서 그 본연의 맛을 살리려고 노력해요. 그렇다고 또 너무 맛이 없는 걸 그대로 살리려고 하는 건 아니고요. 그런 건 아주 새로운 또 다른 걸 첨가해서 새로운 맛으로 탄생을 시켜요. 그냥 생각대로 해요. 즉석 간편 요리, 셀 수 없이 다양한 종류의 인스턴트 음식이 넘쳐나는 시대이다. 그런데 봄, 여름, 가을, 겨울의 흐름을 천천히 따르며 시간과 계절의 맛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려 하는 요리를 만났다. 음식을 맛나게 만들어서 먹는 것도 행복한 일이겠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계절을 다시 느끼게 되고, 생명을 들여다보게 된다. 어느 것 하나 쓸모없는 것은 없으며, 감사하고 소중함을 깊이 들여다보게 만든다. 천천히 호흡하며 사는 삶도 꽤 괜찮은 거라고 얘기해주는 듯하다. ‘요리한다.’라는 건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요? 예전에는 시장도 너무 멀고 그때는 차도 없고 하니까 집에 있는 걸 가지고 요리를 해서 대접을 했어요. 그러면 대접받으신 분들이 너무 좋아하셨어요. 저는 집에 와주시는 분이 고마워서 밥상을 차리기 시작을 했는데 받으신 분이 참 좋아하시니 또 차리게 되고 그렇게 계속하게 된 것 같아요. 약선 요리 전문 과정을 할 때 교수님이 “요리는 다른 사람을 위한 배려이다.”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게 확 와닿더라고요. 저도 책에 “치유의 시작이다.”라고 그리 썼는데요. 밥상을 받으면 좋으니까 기쁘니까 마음의 치유가 되는 듯싶어요. 또 그걸 보는 제가 또 너무 좋은 거죠. 인터뷰 내내 조용하고 차분하다. 본인 스스로 부끄러움이 많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조곤조곤하니 할 얘기는 조리 있게 다 전하는 은근한 강단을 품은 말씨에 집중하게 된다. 요리를 매개로 사람들과 많이 만나왔을 텐데 부끄럼을 타는 성격이라 에피소드가 분명 있을 것 같았다.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데 부끄럼이 많아서 겪게 된 일들이 있을 것 같아요. 맞아요. 어쩌다가 숙박업을 하게 됐는데요. 요리해서 반찬도 많이 해놓고 밥상을 차려 놓잖아요. 근데 손님이 맛있다고 더 달라하면 그게 부끄러워서 제가 진짜 못 갖다줬어요. 남편에게 갖다주라고 하곤 했어요. 그 정도였어요. 한번은 전주여고 1회 졸업생들이라는 65세 이상 된 할머니들이 오셨었거든요. 아침에 밥상을 딱 차려서 드렸더니 그제야 말씀하시더라고요. 저 새댁이 말도 느리고 행동도 느린데 밥을 내 줄 것인가 말 것인가 그러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침에 우렁각시처럼 상을 싹 차려놨다고. 반찬이 나물이 너무 맛있었다고요.밥을 해 달라고 했을 때 처음에는 해줬어요. 그러니까 찾아오는 게 좋아서 해줬죠. 그러다가 나중에는 돈을 받고 요리를 하게 됐는데 그게 너무 괴로웠거든요. 우리 둘 다 돈 받기를 힘들어했어요. 손님 가실 때 되면 서로 숨어있다가 손님이 주인을 찾으면 서로 막 나가라고 했어요. 어쩌다가 손님이 숙박료를 잊고 가실 때가 있어요. 그래도 우리는 또 안녕히 가시라고 인사만 하고 그랬었어요. 그거 못해서 돈 받고 요리하는 거 접었죠. 고운 심성을 가진 듯하다. 얼굴도 맑다. 주변 사람들이 참 선한 사람이라고 입을 모은다. 요리뿐 아니라 재주가 많았다. 본인은 동요 치는 수준이라고 하지만 피아노도 친다. 한때는 기타에 빠져 김선웅 선생님에게 기타를 배웠고, 지인들 4명이 모여 하루 30분만 치면 공연할 수 있다며 <넷이삼십분>이라는 밴드도 결성했다. 이곳저곳 밴드공연도 했다. 인터뷰 장소였던 손님맞이 방의 작은 소품들도 본인이 만든 게 많았다. 알고 보니 부끄럼 타는 반전 매력의 만능 재주꾼이었다. 
사진 5 | 밴드 '넷이삼십분' 공연 포스터와 기타 5대 
사진 6 | 직접 만든 압화로 꾸민 장식장 밥 맛있는 집이라고 소문이 나면서 김천에서 사람들이 관광버스를 빌려 타고 와서 저녁 먹고 아침 먹겠다고 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 한두 명도 아니고 관광버스 인원이라니 보통은 준비할 엄두가 안 날 듯도 싶은데 하나도 겁 안 나더란다. 말은 느려도 행동은 펄펄 뛰어다니던 시절이었다고. 그때가 봄이어서 봄나물을 해서 상차림을 해놓았는데 사람들이 깜짝 놀라면서 다들 일어나서 박수를 쳤다고 한다. “이런 밥상은 우리가 그냥 먹으면 안 됩니다.”하면서. 음식솜씨가 남다름을 엿볼 수 있다. 아주 오래전에 먹어봤던 ‘비빔국수’가 그렇게 맛있었다고 하던데요? 사람들이 하여튼 우리 집에 많이 오셨어요. 그러면 내가 막 얼른 만들어서 얼른 챙겨 드리고 그랬었어요. 먹어보고는 비빔국수 소스 어떻게 하냐고 물어보는 전화도 있었죠. 그때는 제가 매실을 가지고 했거든요. 그때만 해도 매실청을 가지고 할 생각을 잘 안 했을 때였는데요. 매실을 다져서 넣었어요. 사실 그게 핵심이거든요. 매실청도 넣었지만 매실장아찌를 막 다지고 갈아서 그걸 좀 넣고 고추장 넣고 했어요. 거기다가 매실하고 토마토가 궁합이 잘 맞거든요. 그렇게 같이 넣어서 했더니 맛있다고들 했어요. 책을 보다 보면 ‘이거 나도 한번 해볼까?’ 하게 된다. 이 책의 요리는 쉽다. 당장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좋다. 금방이라도 뭔가를 할 수 있게끔 해주는 이런 게. 이제 막 요리를 해보려는 사람에게 한마디 조언을 해주신다면? 그냥 하면 돼요. 너무 쉬워요.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거예요. 요리책 보면 꼭 구하기 어렵거나 돈 많이 드는 그런 게 하나씩 있단 말이에요. 그래서 요리책을 잘 안 보게 되기도 하죠. 제철의 흔한 재료로 하는 요리이니 부담 갖지 말고 그냥 시작하면 돼요. 천천히. 지리산학교 발효산채요리반 졸업생들이 모여 만든 모임이 있다. ‘장꼬방’이다. 장독대의 전라도 사투리라고 한다. 10년 넘게 졸업생들이 나왔으니 그 활동상이 궁금해진다. 사람들이 대개 밥 한 끼 같이 먹으면서 친해지곤 하는데, 오랜 시간 함께 음식을 만들며 나눠왔으니 오죽할까 싶다. 

사진 7 | 지리산학교 발효산채요리반 수업 현장 ‘장꼬방’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나요? 혼자서 하기 힘든 고추장 담는 것도 하고 천연 조미료 만들기도 해요. 천연 조미료는 인기가 너무 많아서 한때는 장꼬방 회원들의 사업으로 될 뻔도 했어요. 생강으로 청을 만들어 완판해서 여행도 같이 갔었죠. 끈끈해요. 맛있는 밥 먹으러 다니기도 하고요. 지리산학교에 행사 있으면 음식 준비해서 세팅도 했어요. 그리고 이주민 대상으로 요리 가르치는 걸 같이 한 적도 있었죠. 지리산 자락을 품고 있는 이곳, 사계절을 담아내려면 산으로 들로 강으로 자주 다녔을 것이다. 기후위기 시대, 예전과 달라지고 있음을 체감하는 게 있을까 물었다. 지리산 자락을 다니면서 기후 위기를 실감할 때가 있었나요? 그게 지금은 마음대로 솔잎 따는 것도 안 되고 그렇죠. 전에는 솔 순 따서 막 담고 그랬죠. 지금은 안되죠. 이제 진짜 기후 변화이기도 해요. 전에는 야산에 도라지하고 더덕도 진짜 많았었어요. 꽂지 잔대도 많았고 그랬죠. 쑥도 지금은 아무 데나 가서 캘 수 없지요. 약도 치고 하니까 자기만 아는 안전한 장소에서 캐야 하고요. 마음대로 채취할 수가 없어요. 그래도 주변을 자세히 보면 여전히 많아요. 약 치고 그런 거에 주의를 가져야 해요. 버킷리스트가 있을까요? 돌아보니 많은 일을 하긴 했는데요. 해야 할 일은 해야죠. 그런 거 말고는 그냥 노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산 중에 많이 살았으니까 약간 다른 곳에서 살아보고 싶어요. 다른 곳에서 보름 살기, 한 달 살기 그런 거요. 그런 거 해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본인 소개를 한다면 어떤 사람인가요? 제 소개는 진짜 잘 못 해요. 그래 남편에게 물었더니 이렇게 하라고 하대요. 부끄러움이 많은 산골 아낙네에서 이제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라도 책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으로 소개를 하라고요. 마음에 들기도 하고, 또 다른 게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어요. 딱히 어떤지. 그래도 잘 살았던 것 같아요. 원 없이. 우리 엄마의 가장 큰 칭찬이 ‘착해’거든요. ‘착해’. 시부모 모실 때도 너무 잘한 게 어떤 때는 괜히 억울할 때가 있을 정도로 최선을 다했어요. 그래도 잘한 것 같아요. 착하게 잘 살았다 싶어요. 
사진 8 | 『지리산학교 요리 수업』을 들고 있는 양영하 님 2009년에 문을 연 지리산학교는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생활문화학교이다. 지리산학교와의 인연은 사진반으로 시작해서 치유도 받고, 그곳에서 10년 넘게 요리도 가르치게 되고, 이제 책까지 내는 것으로 이어졌다. 지리산학교가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지 물으니 ”그냥 고마운 학교.“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미리 메모해뒀다며 차분한 어조로 읽는다. ”이 굼벵이를 작은 나비 되게 만들었다.“
책을 보면서 눈에 띈 요리 중의 하나가 한라봉 껍질 정과이다. 한라봉 껍질은 먹고 나면 버렸던 건데 그걸로 요리를 만들었다니 그 관점이 좋아서 더욱 관심이 쏠렸다. 버려지는 것 하나 없도록, 버려지는 것들의 쓸모를 생각하고 발견하고 새롭게 창조해내는 요리법에 나도 모르게 물개박수가 나왔다. 모든 것을 귀히 여기는 마음이겠거니 싶다. <제로 웨이스트 레시피, 한라봉 껍질 정과!> 꼭 한번 만들어보겠다. 양영하 님의 책, 『지리산학교 요리 수업』은 지인에게 선물하고 싶어지는 책이다. |
자연을 담은 상차림처럼 고운 사람을 만나다
지리산학교 발효산채요리반 양영하 님
글 / 팀 옥동
사진 1 | 인터뷰차 만난 양영하 님
한 달 전인 11월 15일, 양영하 님의 글과 사진이 실린 『지리산학교 요리 수업』 책이 출간되었다. 오래 전부터 사람들 사이에서 음식 잘하기로 소문난 사람이었다고 한다. 2011년부터 맡은 지리산학교 발효산채요리반 수업은 여전히 인기가 많아서 서두르지 않으면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평소 왕래가 있던 출판사 대표의 제안을 받고 책 준비하기를 꼬박 400일이 걸렸다고 했다.
보통 요리책은 '읽는' 책이 아닌데 누구는 이 책을 단숨에 끝까지 다 읽었다고 한다. 그저 요리법 하나 더 알려주는 그런 책이 아니다. 자연의 이치가 담겨있다. 또 자연스럽게 녹아든 지은이의 삶을 보면서 읽는 이로 하여금 새롭고 이로운 궁리를 하게 만든다. 맛있고 예쁘기만 한 책이 아니다. 인터뷰하러 간 자리에서 벌써 2쇄가 나왔다는 소리를 듣게 되어 깜짝 놀랐다.
출간한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2쇄가 나왔어요? 축하드립니다!
고마워요. 지난주에 들어갔다고 해요. 다 찍으면 이번 주에 보내주시겠다고 하셨거든요. 원래 요리책은 많이 안 찍는대요. 많이 안 찍고 많이 안 나가고 하는데 의외라고 하더라구요.
책을 내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출판사가 사실은 우리 남편의 책 ‘바람이 수를 놓는 마당에 시를 걸었다’라는 책을 냈던 출판사예요. 그 대표님이 자주 집에 오셔서 이야기도 나누고 주무시고 가시곤 했어요. 밥 같이 먹고 그렇게 지냈어요. 근데 요리가 너무 매력 있고 좋다면서 책을 내주시겠대요. 사실은 제가 그전에도 한 번 해볼까 하다가 안 했었거든요. 내 책을 내주시겠다 하니 너무나 고마웠죠. 작년 5월 말에 계약했는데 제가 “1년의 요리 시간이 걸린다. 좀 기다려 주세요.” 하고 1년을 넘게 준비했어요. 올 7월 말에 마감했으니 진짜 오래 걸렸죠.
사진 2 | 11월19일에 가진 출판기념회
<정과 중의 최고, 한라봉 껍질 정과>라는 요리 사진 옆에는 그 요리를 보고 지었다는 그의 남편 공상균 님의 시 한 편이 실려 있기도 하다. 공상균 님은 이미 산문집을 낸 적 있는 글쓰는 지리산 농부로 알려져 있다. 자연스럽게 하동의 부부 작가로 소개되고 있는 두 분이다.
언제부터 요리하기를 좋아하고 잘하게 되셨나요?
그게 제가 소질이 있어서 한 건 아닌 것 같아요. 어쨌든 결혼하고 나서 가족의 건강을 챙겨야 하니까. 우리 아기들 이유식도 제가 다 만들었어요. 아무것도 모르는데 나이도 어렸는데 어떻게 그걸 했는지 지금 생각해도 제가 좀 대견하네요. 그러니까 쌀을 쪄서 말려서 그걸 다시 볶았어요. 쌀뿐만 아니고 보리, 밀, 견과류 그런 것들도 다 쪄서 말려서 볶았어요. 방앗간에 가서 빻아 가지고 와서 그거를 아기 젖 떼면 먹였어요. 한 통 이렇게 타주면 그거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먹고 던졌어요. 아이가 어릴 때부터 그리하다 보니 아마도 그게 시작인 거 같아요.
그리고 우리 친정엄마가 잘하셨어요. 요리를 잘해서 먹였죠. 없는 살림에서도. 지금도 생각하면 여름에 팥죽, 팥칼국수 한 솥 끓여 챙겨주면 그게 그렇게 맛있어요. 먹고 또 설탕 타서도 먹었어요. 또 한여름의 닭국이라고 닭을 잡아서, 전라도 말로 닭을 '쪼사서' 뼈째로 끓여요. 무만 삐져 넣고 끓여주면 또 그게 그렇게 맛있었네요. 하여튼 어머니 영향이 있는 것 같아요.
책에 실린 요리 사진이 참으로 멋지고 예쁘다. 본인이 직접 다 찍었다고 한다. 전문 사진가의 힘을 빌린 거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출중한 실력이다. 인터뷰하기 며칠 전에 지리산학교 사진반 동아리 모임인 ‘봉창’ 사진전에 갔었는데 그곳에서 양영하 님의 작품도 만날 수 있었다. 찍은 요리 사진을 보면, 특히 색감이 장난 아니다. 신비로운 색의 세계를 접하게 된다.
사진 3 | 지리산학교 사진반 동아리 ‘봉창’ 사진전에서 만난 양영하 님 출품작
보통 실력이 아니시던데 사진을 따로 배우셨나요?
제가 들꽃을 너무 좋아해서 사진을 찍다가 보니 관심이 좀 있었어요. 근데 공부를 어디서 할 수도 없고 해서 그냥 내 마음대로 찍었었는데 좋은 선생님을 만난 거죠. 이창수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고 지리산학교 사진반에서 제대로 배우게 됐어요. 새벽에 노고단에도 가고 여기저기 다니면서요. 지리산학교에서 사진 배운 게 도움이 많이 됐어요.
지리산학교 요리 수업은 언제부터 하게 된 건가요?
2011년부터 하게 됐는데 그때까지 지리산학교에 요리반이 없었어요. 요리반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오갈 때 옆에서 저를 추천했어요. 저는 양력이 너무 없어서 고민했어요. 근데 사실 제가 민박집 일을 하면서 상처받은 일이 있었는데 사진을 배우면서 찍으러 다니고 그러다가 진짜 나도 모르게 조금씩 치유가 됐었거든요. 그래서 사진 배우면서 나도 치유가 됐으니 이제 요리를 하면서 같이 즐겁게 치유의 도움도 됐으면 좋겠다 하는 그 마음으로 시작을 하게 됐어요.
인터뷰하러 갔을 때 테이블 위에 강낭콩 크기의 조그만 덩어리로 만들어진 게 놓여있었다. 이름도 생소한 생강란. 크기는 작은데 딱딱하지 않고 조금씩 떼어졌다. 맛을 보니 역시 생강 맛이 났다. 근데 매콤하게 톡 쏘는 맛이 아니다. 상큼 달달 부드러웠다. 언뜻 봐도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인 듯싶었다. 역시나 음식은 시간과 정성인 건가?
콩알만한 생강란은 어떻게 만드나요?
전주의 한식 조리학교에 자격증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1박2일 강의가 있었어요. 교수 한 분이 자격증 없는 저를 추천해주셔서 제가 참석했었어요. 재밌었어요. 진짜 진짜 재밌었어요. 거기에서 생강란을 만드는 거예요. 생강을 곱게 갈아서 즙을 짜낸 건지에 설탕 넣고 조청 넣고 꿀 넣고 바글바글 끓여요. 그리고 생강즙에서 나온 전분이 있거든요. 그거랑 같이 끓이면 약간 걸쭉하게 된단 말이에요. 졸여서 잣을 다져 넣고 버무려서 만든 게 강란이예요. 생강 모양의 삼각형으로 작게 만들어요. 독한 맛이 없고 상큼한 맛만 남아 너무 좋아요.
근데 생강 건지를 만들면서 나온 생강즙을 다들 그냥 버리는 거예요. 저는 그게 너무 아까워서 모아서 가지고 왔어요. 집에 와서 이걸 끓이자니 색깔이 너무 미워질 것 같아서 한 병은 꿀을 딱 1:1로 넣어놨고 다른 한 병은 설탕을 넣어놨어요. 나중에 보니 밑에 전분이 가라앉더라고요. 그래서 전분은 이렇게 가라앉혀서 버려야 된다는 걸 알았어요. 이제 이 국물만 따라서 설탕을 넣고 숙성시키면 끓이지 않아도 맛있는 생강청이 된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책에도 그렇게 썼어요. 보고 응용한 거죠. 아린 맛이 덜하고 순해요.
사진4 | 『지리산학교 요리 수업』 책에 실린 사진들
요리할 때 갖는 원칙이나 기준이 있다면요?
제일 중요한 거는 제철에 나오는 거. 제철 재료이면서 제일 흔하고 가까이 있는 거. 그걸 채취하면 응용해서 만들어요. 그리고 본연의 그 맛을 잘 표현하기 위해서 최대한 좀 양념도 좀 덜 하면서 그 본연의 맛을 살리려고 노력해요. 그렇다고 또 너무 맛이 없는 걸 그대로 살리려고 하는 건 아니고요. 그런 건 아주 새로운 또 다른 걸 첨가해서 새로운 맛으로 탄생을 시켜요. 그냥 생각대로 해요.
즉석 간편 요리, 셀 수 없이 다양한 종류의 인스턴트 음식이 넘쳐나는 시대이다. 그런데 봄, 여름, 가을, 겨울의 흐름을 천천히 따르며 시간과 계절의 맛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려 하는 요리를 만났다. 음식을 맛나게 만들어서 먹는 것도 행복한 일이겠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계절을 다시 느끼게 되고, 생명을 들여다보게 된다. 어느 것 하나 쓸모없는 것은 없으며, 감사하고 소중함을 깊이 들여다보게 만든다. 천천히 호흡하며 사는 삶도 꽤 괜찮은 거라고 얘기해주는 듯하다.
‘요리한다.’라는 건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요?
예전에는 시장도 너무 멀고 그때는 차도 없고 하니까 집에 있는 걸 가지고 요리를 해서 대접을 했어요. 그러면 대접받으신 분들이 너무 좋아하셨어요. 저는 집에 와주시는 분이 고마워서 밥상을 차리기 시작을 했는데 받으신 분이 참 좋아하시니 또 차리게 되고 그렇게 계속하게 된 것 같아요. 약선 요리 전문 과정을 할 때 교수님이 “요리는 다른 사람을 위한 배려이다.”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게 확 와닿더라고요. 저도 책에 “치유의 시작이다.”라고 그리 썼는데요. 밥상을 받으면 좋으니까 기쁘니까 마음의 치유가 되는 듯싶어요. 또 그걸 보는 제가 또 너무 좋은 거죠.
인터뷰 내내 조용하고 차분하다. 본인 스스로 부끄러움이 많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조곤조곤하니 할 얘기는 조리 있게 다 전하는 은근한 강단을 품은 말씨에 집중하게 된다. 요리를 매개로 사람들과 많이 만나왔을 텐데 부끄럼을 타는 성격이라 에피소드가 분명 있을 것 같았다.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데 부끄럼이 많아서 겪게 된 일들이 있을 것 같아요.
맞아요. 어쩌다가 숙박업을 하게 됐는데요. 요리해서 반찬도 많이 해놓고 밥상을 차려 놓잖아요. 근데 손님이 맛있다고 더 달라하면 그게 부끄러워서 제가 진짜 못 갖다줬어요. 남편에게 갖다주라고 하곤 했어요. 그 정도였어요. 한번은 전주여고 1회 졸업생들이라는 65세 이상 된 할머니들이 오셨었거든요. 아침에 밥상을 딱 차려서 드렸더니 그제야 말씀하시더라고요. 저 새댁이 말도 느리고 행동도 느린데 밥을 내 줄 것인가 말 것인가 그러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침에 우렁각시처럼 상을 싹 차려놨다고. 반찬이 나물이 너무 맛있었다고요.밥을 해 달라고 했을 때 처음에는 해줬어요. 그러니까 찾아오는 게 좋아서 해줬죠. 그러다가 나중에는 돈을 받고 요리를 하게 됐는데 그게 너무 괴로웠거든요. 우리 둘 다 돈 받기를 힘들어했어요. 손님 가실 때 되면 서로 숨어있다가 손님이 주인을 찾으면 서로 막 나가라고 했어요. 어쩌다가 손님이 숙박료를 잊고 가실 때가 있어요. 그래도 우리는 또 안녕히 가시라고 인사만 하고 그랬었어요. 그거 못해서 돈 받고 요리하는 거 접었죠.
고운 심성을 가진 듯하다. 얼굴도 맑다. 주변 사람들이 참 선한 사람이라고 입을 모은다. 요리뿐 아니라 재주가 많았다. 본인은 동요 치는 수준이라고 하지만 피아노도 친다. 한때는 기타에 빠져 김선웅 선생님에게 기타를 배웠고, 지인들 4명이 모여 하루 30분만 치면 공연할 수 있다며 <넷이삼십분>이라는 밴드도 결성했다. 이곳저곳 밴드공연도 했다. 인터뷰 장소였던 손님맞이 방의 작은 소품들도 본인이 만든 게 많았다. 알고 보니 부끄럼 타는 반전 매력의 만능 재주꾼이었다.
사진 5 | 밴드 '넷이삼십분' 공연 포스터와 기타 5대
사진 6 | 직접 만든 압화로 꾸민 장식장
밥 맛있는 집이라고 소문이 나면서 김천에서 사람들이 관광버스를 빌려 타고 와서 저녁 먹고 아침 먹겠다고 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 한두 명도 아니고 관광버스 인원이라니 보통은 준비할 엄두가 안 날 듯도 싶은데 하나도 겁 안 나더란다. 말은 느려도 행동은 펄펄 뛰어다니던 시절이었다고. 그때가 봄이어서 봄나물을 해서 상차림을 해놓았는데 사람들이 깜짝 놀라면서 다들 일어나서 박수를 쳤다고 한다. “이런 밥상은 우리가 그냥 먹으면 안 됩니다.”하면서. 음식솜씨가 남다름을 엿볼 수 있다.
아주 오래전에 먹어봤던 ‘비빔국수’가 그렇게 맛있었다고 하던데요?
사람들이 하여튼 우리 집에 많이 오셨어요. 그러면 내가 막 얼른 만들어서 얼른 챙겨 드리고 그랬었어요. 먹어보고는 비빔국수 소스 어떻게 하냐고 물어보는 전화도 있었죠. 그때는 제가 매실을 가지고 했거든요. 그때만 해도 매실청을 가지고 할 생각을 잘 안 했을 때였는데요. 매실을 다져서 넣었어요. 사실 그게 핵심이거든요. 매실청도 넣었지만 매실장아찌를 막 다지고 갈아서 그걸 좀 넣고 고추장 넣고 했어요. 거기다가 매실하고 토마토가 궁합이 잘 맞거든요. 그렇게 같이 넣어서 했더니 맛있다고들 했어요.
책을 보다 보면 ‘이거 나도 한번 해볼까?’ 하게 된다. 이 책의 요리는 쉽다. 당장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좋다. 금방이라도 뭔가를 할 수 있게끔 해주는 이런 게.
이제 막 요리를 해보려는 사람에게 한마디 조언을 해주신다면?
그냥 하면 돼요. 너무 쉬워요.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거예요. 요리책 보면 꼭 구하기 어렵거나 돈 많이 드는 그런 게 하나씩 있단 말이에요. 그래서 요리책을 잘 안 보게 되기도 하죠. 제철의 흔한 재료로 하는 요리이니 부담 갖지 말고 그냥 시작하면 돼요. 천천히.
지리산학교 발효산채요리반 졸업생들이 모여 만든 모임이 있다. ‘장꼬방’이다. 장독대의 전라도 사투리라고 한다. 10년 넘게 졸업생들이 나왔으니 그 활동상이 궁금해진다. 사람들이 대개 밥 한 끼 같이 먹으면서 친해지곤 하는데, 오랜 시간 함께 음식을 만들며 나눠왔으니 오죽할까 싶다.
사진 7 | 지리산학교 발효산채요리반 수업 현장
‘장꼬방’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나요?
혼자서 하기 힘든 고추장 담는 것도 하고 천연 조미료 만들기도 해요. 천연 조미료는 인기가 너무 많아서 한때는 장꼬방 회원들의 사업으로 될 뻔도 했어요. 생강으로 청을 만들어 완판해서 여행도 같이 갔었죠. 끈끈해요. 맛있는 밥 먹으러 다니기도 하고요. 지리산학교에 행사 있으면 음식 준비해서 세팅도 했어요. 그리고 이주민 대상으로 요리 가르치는 걸 같이 한 적도 있었죠.
지리산 자락을 품고 있는 이곳, 사계절을 담아내려면 산으로 들로 강으로 자주 다녔을 것이다. 기후위기 시대, 예전과 달라지고 있음을 체감하는 게 있을까 물었다.
지리산 자락을 다니면서 기후 위기를 실감할 때가 있었나요?
그게 지금은 마음대로 솔잎 따는 것도 안 되고 그렇죠. 전에는 솔 순 따서 막 담고 그랬죠. 지금은 안되죠. 이제 진짜 기후 변화이기도 해요. 전에는 야산에 도라지하고 더덕도 진짜 많았었어요. 꽂지 잔대도 많았고 그랬죠. 쑥도 지금은 아무 데나 가서 캘 수 없지요. 약도 치고 하니까 자기만 아는 안전한 장소에서 캐야 하고요. 마음대로 채취할 수가 없어요. 그래도 주변을 자세히 보면 여전히 많아요. 약 치고 그런 거에 주의를 가져야 해요.
버킷리스트가 있을까요?
돌아보니 많은 일을 하긴 했는데요. 해야 할 일은 해야죠. 그런 거 말고는 그냥 노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산 중에 많이 살았으니까 약간 다른 곳에서 살아보고 싶어요. 다른 곳에서 보름 살기, 한 달 살기 그런 거요. 그런 거 해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본인 소개를 한다면 어떤 사람인가요?
제 소개는 진짜 잘 못 해요. 그래 남편에게 물었더니 이렇게 하라고 하대요. 부끄러움이 많은 산골 아낙네에서 이제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라도 책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으로 소개를 하라고요. 마음에 들기도 하고, 또 다른 게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어요. 딱히 어떤지. 그래도 잘 살았던 것 같아요. 원 없이. 우리 엄마의 가장 큰 칭찬이 ‘착해’거든요. ‘착해’. 시부모 모실 때도 너무 잘한 게 어떤 때는 괜히 억울할 때가 있을 정도로 최선을 다했어요. 그래도 잘한 것 같아요. 착하게 잘 살았다 싶어요.
사진 8 | 『지리산학교 요리 수업』을 들고 있는 양영하 님
2009년에 문을 연 지리산학교는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생활문화학교이다. 지리산학교와의 인연은 사진반으로 시작해서 치유도 받고, 그곳에서 10년 넘게 요리도 가르치게 되고, 이제 책까지 내는 것으로 이어졌다. 지리산학교가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지 물으니 ”그냥 고마운 학교.“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미리 메모해뒀다며 차분한 어조로 읽는다. ”이 굼벵이를 작은 나비 되게 만들었다.“
책을 보면서 눈에 띈 요리 중의 하나가 한라봉 껍질 정과이다. 한라봉 껍질은 먹고 나면 버렸던 건데 그걸로 요리를 만들었다니 그 관점이 좋아서 더욱 관심이 쏠렸다. 버려지는 것 하나 없도록, 버려지는 것들의 쓸모를 생각하고 발견하고 새롭게 창조해내는 요리법에 나도 모르게 물개박수가 나왔다. 모든 것을 귀히 여기는 마음이겠거니 싶다. <제로 웨이스트 레시피, 한라봉 껍질 정과!> 꼭 한번 만들어보겠다.
양영하 님의 책, 『지리산학교 요리 수업』은 지인에게 선물하고 싶어지는 책이다.
글쓴 사람. 팀 옥동
간소하고 간결한 삶을 지향하는 하동의 옥이. 호기심을 잃지 않고 늙고 싶은 하동의 동이.
두 사람이 천천히 걷고 때론 달리며 자주 멈춰서서 발견하는 하동의 작고 깊은 이야기를 기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