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공기가 쌀쌀해졌어요. 밤에는 자다가 일어나 두꺼운 이불을 꺼내었습니다. 그리곤 감자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감자를 인터뷰 해야겠다 생각하면서 마저 잠이 들었고요.
감자와 저는 작년 가을부터 신세가 비슷했습니다. 저는 집이 없어 명상센터에 들어갔고, 감자는 집이 없어 숲으로 들어갔습니다. 둘의 신세는 올봄에도 마찬가지였는데요. 어쩌다 보니 둘다 구례에 흘러 들어와 이곳에서 빈집을 수소문하며 서로 정보를 나누던 사이였어요.
저는 봄에 운좋게 빈집을 얻었지만, 감자는 여전히 숲에 남았습니다. 감자에게는 숲을 대신할만큼 매력적인 집이 나오지 않았던 까닭이겠죠. 숲생활이 풍요로운 계절에는 걱정이 없었는데, 새벽 바람이 차가워지자 감자가 문득 떠오른 것이었어요. 감자가 숲에서 맞는 두 번째 겨울이 올 수도 있으니까요.
본격 가을의 기운이 자리 잡는 처서. 감자를 만났습니다. 안정적인 거처없이 지낸지 일 년이 되어가는 그의 이야기가 궁금했어요. 숲도 물론 아늑하지만, 그곳은 하필 오며가며 놀러 오는 사람이 많은 숲이라 영 혼자 고요할 시간은 부족할 것 같았거든요.
“반달가슴곰은 하동에만 속한 곰도 아니고, 지리산에만 속한 곰도 아니잖아요. 마음에 드는 공간을 찾아다니면서 이렇게 다니잖아요? 그런 것처럼 저도 마음에 드는 공간을 찾아다니면서 친구들도 만나고….”
그가 들려준 ‘집’에 대한 고민과 사유들. 집을 짓는 것도, 사는 것도, 빌리는 것도 내키지 않고, 나누어 주면 어떨까라는. 이대로 떠돌며 사는 것도 사실은 지속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는. 감자에게 집은 여전히 질문으로 남아있다고 해요. 그의 수많은 질문을 응원하면서 고개를 연신 끄덕이던 인터뷰였습니다.
만든 사람. 칩코
아침에 토마토를 먹고 토마토와 하나가 된 사람. 내가 내뱉은 숨을 지리산이 들이키는 바람에 지리산과도 하나가 됐다. 하나라고 저절로 조화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요가 할 때 팔다리가 따로 노는 것처럼 아직은 지리산과 따로 놀 때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