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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변화기록원[구례] [칩코와 구례이웃생물들] 11화_ 봉성산에서 쐬던 바람을 기억하는 어린이

2022-10-05

 

 

 

 

구례읍의 중심을 지키는 봉성산. 적합한 행정절차나 주민들의 동의 없이 공사가 시작된 지 벌써 반년도 더 지났어요. 김순호 군수와 유시문 군의회 의장이 훼손된 봉성산을 원상으로 복구하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않은 지도 비슷하게 시간이 흘렀겠고요.

 

설익은 도토리 열매를 봉성즈가 함께 본 것이 벌써 한 달 전. 이제는 도토리가 단단하게 익어가는 백로 절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봉성산을 돌려주세요>라고 적힌 조그만 책자가 그 한 달 새 나온 것이에요. 봉성산 수호 탐사대 "봉성즈"에서 만났던 하란쌤이 "구구단" 친구들과 함께 만든 책자입니다.

 

"엄마한테 처음에 들었을 때는 별로 심각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직접 보니까 처참해 보이고... 되게 미안했어요. 저는 친구들이랑 가서 재밌게 놀고 바람도 쐬고 했는데... 우리는 봉성산을 지켜주지 못해서 너무 미안했어요."

 

비단 도토리만 익는 게 아니에요. 모든 게 익어가는 다채로운 절기지만 새들은 마냥 배만 통통히 채우지는 않습니다. 비로소 새들이 먹이를 저장하기 시작하는 때이기도 한 백로. 풍요를 누리되 해야할 일은 잊지 않는 것이지요.

 

하란쌤은 봉성산 훼손 원상복구를 촉구하는 활동을 할 적마다 만나던 어린이입니다. 봉성즈도, 구구단도 사실은 처음부터 하고 싶던 활동은 아니라고 해요. 학교에 가지 않는 주말이 좋고, 친구들과 놀거나 아이돌 영상을 보느라 바쁜 어린이. 그러나 친구들과 놀러 가 봉성산에서 쐬던 바람을 기억하는 어린이.

 

봉성산에 미안함을 느낀 것은 바로 이 기억 때문이라고요. 놀고 놀고 또 놀아도 모자란 시기에, 시간을 내어 봉성산을 탐사하고 책을 쓰는 것도 이 기억 때문일 겁니다. 풍요를 누리되 해야할 일을 잊지 않는 새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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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든 사람. 칩코

아침에 토마토를 먹고 토마토와 하나가 된 사람. 내가 내뱉은 숨을 지리산이 들이키는 바람에 지리산과도 하나가 됐다. 하나라고 저절로 조화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요가 할 때 팔다리가 따로 노는 것처럼 아직은 지리산과 따로 놀 때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