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을 닮은 사람, 이경숙 님 사단법인 숲길 사업팀 이경숙 글 / 팀 옥동 
사단법인 숲길 사무실 마당에서 만난 이경숙 님 화창하니 눈 부신 햇살이 좋기도 하지만 약간 따갑고, 바람은 간간이 선선하게 불어와 기분 절로 좋아지는 그런 가을날이었다. 하동읍에 위치한 사단법인 숲길 사무실 마당의 야외 테이블에서 이경숙 님을 만났다. 준비해주신 귤과 둥글레차를 마시며 인터뷰를 한 그날도 바쁘셨다. 1시간 뒤 남원 출장을 가게 됐다고 한다. 수다 떨어가며 할 생각이었다가 본 질문에 충실하기로 마음을 다잡고 첫 번째 질문을 던진다. "숲길에서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지리산권 5개 시군을 넘나들며 "지리산둘레길을 관리 운영하는 사단법인 숲길에서 사업팀 일을 하고 있어요. 사업팀 일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고 마무리까지 하는 일이라 지리산권 5개 시군을 많이 돌아다니며 일하게 돼요. 중간에 한두 번 쉬긴 했지만 2009년부터 했으니까 숲길에서 일한 지 13년 됐네요." 옛길을 찾아 길을 내다 하동의 길을 나서면 이곳저곳에서 지리산둘레길을 찾아와 걷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만나게 된다. 나도 악양에 내려오면서 지리산둘레길을 돌겠다고 생각하고 작년에 몇 구간 걷기도 했다. 지리산둘레길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길이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그 길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스토리를 알게 되니 더욱 애정하게 되는 듯. "지리산둘레길은 민간이 제안해서 만들어졌어요. 2004년도에 도법 스님이랑 수경 스님이랑 ‘지리산권을 걸어서 순례해보자.’ 하며 걷기 시작했어요. 그땐 제대로 된 길이 없었어요. 사람들이 위험하지 않게 걸어 다닐 수 있는 그런 길을 만들면 좋겠다 싶었죠. 처음엔 ‘지리산길’이라 이름 지었다가 나중에 ‘지리산둘레길’로 바꿨어요. 산림청에 제안한 게 받아들여져서 2007년도에 짧게나마 길을 한번 내 보고, 그다음 계속 길을 내면서 그렇게 5년 정도 걸쳐서 지리산 둘레길이 완성됐어요." 
지리산둘레길의 이정표 "새로 길을 내기보다는 옛길을 찾으려고 했어요. 풀을 베어내고 돌계단을 놓으면서 길을 냈어요. 동네 분들 쫓아다니면서 옛길 알려주시라, 끊어진 길 연결되게 해주시라, 둘레길이 마을을 통과해도 되겠냐 하며 마을에 동의를 구하는 일 등 답사 활동을 수없이 했네요. 2014년도에는 지리산둘레길 주변에 있는 산림문화자산 조사도 했었어요. 지리산둘레길 구간의 역사나 그런 것들을 찾은 거죠. 책으로도 만들어서 교육용 홍보용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이 구간에 가면 이런 것들을 만날 수 있으니 한번 찾아보라고 알려드리고 있어요. 지리산둘레길은 옛길을 찾아내는 과정이었고 어르신들 만나 이야기 나누면서 그 길의 역사도 들어가며 길을 이어가는 과정이었기에 의미도 있었고 재밌었어요.개인적으로 전체 21구간 중 위태~하동호 구간을 좋아해요. 옥종에서 천강까지 걷는 길인데 길이 참 이뻐요. 올라갔다가 내려오고 올라갔다 내려오고 해서 걷기가 조금 힘들 수도 있겠지만 진짜 이뻐요. 혼자 갈 수 있는 좁은 길도 있고 넓은 길도 있고 다양한 숲을 만날 수 있는 12㎞의 지리산둘레길이에요." 최고의 서비스, 출발점으로 차량 픽업 지리산둘레길 토요 걷기 프로그램, 특히 차량 픽업 서비스가 있다는 말에 팀 옥동은 급 환호성을 질렀다. 정말 필요한 지원활동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지리산둘레길 걷기를 대축~부춘 코스부터 시작했는데 코스 시작점에 차를 세우고 걷기가 끝나면 택시나 버스를 타고 다시 출발점으로 가곤 했었다. 근데 갈수록 코스 시작점이 악양 집에서 점점 멀어지면서 근처에서 1박을 해야 하나 고민하게 되었고 현재 딱 멈춰있는 상황이다. 그러니 너무나 반가운 소식일 수밖에. 이 기막힌 서비스가 많이 알려지지 않은 듯해서 아쉬웠다. 지리산둘레길을 걷는다면 숲길 홈페이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자. "숲길에서 진행하는 지리산둘레길 토요 걷기 프로그램이 있어요. 토요일마다 지리산둘레길을 한 구간씩 이어서 걷는 거예요. 그때 우리가 차량 지원을 해요. 걷기가 끝나면 처음 출발지로 저희가 모셔다드리는 거죠. 특히 혼자 걷는 분들께 인기 되게 많아요. 서울 등 전국에서 다들 오세요. 2013년부터 차량 픽업 시작해서 지금까지 시행하고 있고요. 매주 토요일 2시에 다음 걷기 구간과 걷기 신청자 모집을 홈페이지에 올려요. 빠지지 않고 토요일마다 참여하면 지리산둘레길 전체를 다 걸을 수 있게 되죠. " 
화창한 날, 논을 곁에 두고 걷는 둘레길 풍경 숲길의 매력 & 녹차잎 주먹밥 지리산둘레길 토요 걷기가 시작되면 꾸준히 오는 사람들도 꽤 많다고 한다. 그렇게 함께 숲속을 걸으며 함께 하다 보면 정도 쌓여가기 마련일 터다. 숲속의 쾌적함을 만끽하며 힐링하고 건강 덩어리 에너지를 채워가는 그 풍요로운 지리산둘레길의 여정에서 만난 녹차잎 주먹밥이라니. 단지 주변에 흔한 재료를 갖고 주먹밥을 만들어 도시락으로 싸갔을 뿐인데 다른 사람들에게는 신기하고도 새로운 먹거리 체험이 되었다고. "한번은 제가 취나물 주먹밥을 도시락으로 싸갔거든요. 시골은 그런 게 흔하지만 도시 분들은 처음 먹어본다며 정말 맛있게 드시는 거예요. 그래도 취나물은 많이 알려진 나물이잖아요. 그다음에는 녹차 주먹밥을 해갔어요. 녹차 주먹밥을 신기하게 보고 먹어보더니 다음 지리산 둘레길 토요 걷기 날에 똑같이 도시락을 만들어서 오신 거예요. 뭔가 마음이 뿌듯하면서 좋았어요. 그렇게 지리산둘레길을 걸으며 하나씩 통하는 게 생겨가고 관계가 돈독해지곤 했었네요. 지리산둘레길 토요 걷기는 숲길 등산지도사 선생님 두 분이 결합해서 선두하고 후미에서 같이 걸으며 참가자들을 챙기세요. 지금은 각 지역센터에서 토요 걷기를 담당을 하고 있지만 2016년도에는 하동에서 했어요. 그때에도 전국에서 많은 분이 오셨고 지리산둘레길 걸으면서 서로 정도 많이 들곤 했어요. 그중에 귀농하고 싶어 하셨던 부산에 사는 부부가 계셨는데 지리산둘레길 토요 걷기에 한 번 참석하시더니 시골길 걷는 게 너무 좋다고 매번 오셨어요. 지리산권을 돌아가며 걸으니까 그렇게 걸으면서 귀농해서 살아갈 동네도 집도 겸사겸사 찾아보겠다고 즐거워하던 일도 있었어요." 
비가 와도 토요 걷기는 멈추지 않는다. <매주 토요일, 생명평화 지리산 둘레길 '토요 걷기'>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다. "지리산둘레길을 처음 걸을 때는 헥헥거리고 힘들죠. 그러다가 어느 순간 숲속에서 한참 길을 가다 보면 생각과 잡념이 사라지고 나를 자신을 보게 된다고 해요. 걷기에 함께 한 사람들이 그렇게 말을 해요. 서울에서 오는 직장인 분은 이 지리산둘레길 걷는 토요일만을 기다리면서 그 힘으로 일주일을 버틴다고 말씀 하시더라구요. 숲길이 가진 매력인가 봐요." 잠깐! 녹차잎 주먹밥, 간단 만들기 하동 사는 우리도 녹차잎 주먹밥은 좀 생소하다. 아직 못 먹어봤다. 생각 외로 맛있다고 한다. 만드는 법을 놓칠 수가 없다. - 밥 뜸 들일 때 녹차 생잎을 밥 위에다 뿌린다. - 밥이 다 되면 소금하고 참기름만 넣고 섞어 조물조물 주먹밥으로 만든다. - 맛나게 먹는다 Point. 여린 생잎을 넣되 찻잎을 많이 넣으면 안 된다. 쓰다.
세대와 세대를 잇는, 있는 [녹색복권위원회]라는 곳에서 수익의 일부를 녹색자금이라는 이름으로 지역사회의 취약계층이나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을 공모하여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사단법인 숲길에서도 2020년부터 녹색자금 사업에 응모해서 올해 3년 차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나는 내 고장 마을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라는 청소년 프로그램을 했었어요. 청소년(중학생)들과 마을을 찾아가서 어르신들을 만나고 인터뷰도 하고 마을 지도도 그려가면서 마을의 역사를 알아가는 거였죠. 그걸 책으로도 냈었어요. 5개 시군에서 다 진행했고요.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우리 동네에 이런 데가 있었어?' '정말 몰랐어.' '어른들이 이야기도 참 잘해 주시고 재밌어.' '근데 이상해. 다 똑같아. 어르신들은 다 '빨갱이' 이야기를 하시네.' 또 할아버지 바람 난 얘기, 도박한 얘기, 속 썩은 얘기, 힘들었던 얘기 막 그런 이야기를 해주시니까 '왜 그렇게 다들 힘들게 사셨을까?' '우리는 참 편하네. 정말 편하게 살고 있네.' '어른들이 이렇게 해서 우리가 이렇게 잘 사는 거네.' 하면서 자신들이 느낀 감동을 이야기해 주니까 좋았어요. 그러니까 저희 숲길에서는 그런 프로그램을 계속 더 하고 싶어지는 거죠.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게 있어요. 시골 마을에는 적적하게 살고 계시는 분들 많은데요. 그분들을 찾아가서 내 얼굴 직접 그리기 체험 활동을 진행한 적이 있었어요. 다들 거울 속에 비친 자기 얼굴을 쳐다보며 얼굴을 그리고 계셨죠. 근데 어떤 한 분이 자기는 살이 통통하게 오른 얼굴을 갖고 싶었다면서, 살짝 야윈 본인 얼굴과는 다르게 본인이 꿈꿨던 대로 얼굴을 그리는 거예요. 통통하길 바랬던 모습의 자기 얼굴을요. 그러니까 옆의 할머니도 자기도 다시 그리겠다고 하시더라구요. 주름 하나 없는 얼굴로 그려보고 싶다고요. 저희가 보기에는 하나도 안 닮았는데 정작 본인들은 되게 좋아하시면서 갖고 가셨어요. '나 이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옛날 생각이 나네.' '나 이렇게 이쁜 때가 있었어.' 하시면서 본인들 얼굴 액자를 꼭 끌어안고 가셨어요. " 언제쯤 내 살아온 지역에서 내 미래를 꿈꾸게 될까 대개의 시골이 그렇듯이 하동에도 젊은 층이 별로 없다. 학생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으레 동네를 지역을 떠날 생각부터 하는 듯 보인다. 그런 생각은 부모들도 어른들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아무래도 인프라가 부족하다 보니 뭐라 탓할 수만은 없지만 안타까운 일이다. 거시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자기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하고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접근이 다양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 하동 사는 중학생 친구들하고 구례, 남원, 함양, 산청 여행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지리산도 오르고요. 지리산으로 유명한 하동에 살아도 청소년들이 지리산을 직접 접하는 경험을 하는 게 흔한 건 아니거든요. 한번은 학교 졸업하면 이곳에서 살 거냐고 물어봤더니 산다는 친구들도 간혹 있지만 나간다는 친구들이 많아요. 여기 살기 좋은데 왜 굳이 나가려 하냐 했더니 그건 어른들 생각이고 자기들이 볼 때는 할 게 없다는 거예요. 여기에 모델이 되는 형들이 없다고 말해요. 형들하고 선배들이 다 떠나버리니까 선배 따라서 가고 싶은 거죠. 다른 데 가서 할 일들에 대해 딱히 계획을 세우지 않았어도 으레 일단 떠날 생각부터 하는 경우도 많아 보여요. 어른들도 여기 남아서 뭐 할 건데?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꽤 있잖아요. 부모들도 대부분 나가길 원한다고 봐야죠. 지역에서 살면 성공하지 못한 사람, 실패자로 간주하는 그런 분위기가 사실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지역에서 뭐라도 해보고 싶어도 은근히 어른들 눈치를 보게 된다는 젊은 친구들의 하소연도 가끔 듣곤 해요. 청년들이 지역에서 정착해서 활동할 수 있도록 청년 프로젝트 등 숲길에서도 지원과 관심을 두고 있어요." 생명 평화를 기원하고 그 가치를 실현하는 숲길에서 일하면서 아무래도 생명 평화를 자주 말하고 생각하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그렇게 녹아드는 것 같다고 얘기를 한다. 그 말에는 숲을 존중하고 사람과 뭇 생명체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그의 진정한 마음이 녹아들어 있는 듯하다. 말하는 대로 이뤄진다는 것이 맞긴 맞나 보다. "전국적으로 둘레길이 많이 생기고 있어요. 지리산둘레길처럼 꾸준히 이용되는 곳은 몇 군데 안 되는 듯 보여요. [국가 숲길]이라고 작년에 산림청에서 다섯 군데를 지정했는데 지리산둘레길도 선정이 됐어요. 지리산둘레길을 소개할 때 저희 숲길의 언어로는, 생명 평화를 기원하고 생명 평화의 가치를 실현하는 거라고 하곤 해요. 제가 숲길에서 일하면서 항상 “뭇 생명들의 평화를 정말 바란다.” 생명 평화를 말하고, 사람들한테 “평화롭기를 바랍니다.” “편안하세요.” “건강하세요.” 자꾸 그런 말을 쓰니까 나도 그렇게 살아야지 자연스럽게 다짐이 들고 그렇게 녹아드는 것 같아요. 지리산둘레길이 저에게 어떤 의미냐 묻는다면 저는 사람이라 생각해요. 상처받고 자존감이 떨어졌을 때 그렇지 않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정말 당신은 소중하고 굉장히 멋진 사람이라는 말을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위로받은 사람이 딴 사람한테 가서 같은 에너지를 나눠주고 다시 다른 이가 또 나누고 그렇게 이어지는 지리산둘레길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제가 먼저 사람을 배려하고 존중하고 평화롭기를 바라주고 싶어요." 
'지리산둘레길 10년 매일 순례' 조끼를 입고 걷고 있는 이경숙 님 "사실은 위로가 필요하고 위로받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요. 그러니까 말은 거칠게 하는데 그 사람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처투성이가 보여요. 그걸 보여주기 싫어서 거친 말 거친 행동을 하기도 하더라구요. 다행히 그런 게 저한테 보일 때가 좀 많아요. 그러면 전 기다리게 돼요. 그 사람이 자기 상처를 치유하고 나한테 꺼내놓을 때까지 그냥 옆에만 있어 주는 거죠. 조금 기다려주는 그게 필요할 때가 많아요. 제 생각에 전 그렇게 써먹으라고 태어난 것 같아요." 숲을 만끽하는 방법, 혼자 or 결이 맞는 이와 함께 숲길 숲속은 언제나 좋다. 그래도 숲을 제대로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는지 궁금했다. 그러자 혼자 걸어보라고 한다. 오롯이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아니면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나 자신과 결이 같은 사람과 함께 가라고 일러준다. "가끔은 혼자 가세요, 혼자. 주변에 사람들이 있으면 아무래도 자꾸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함께 하는 재미도 있지만 맞춰야 하고 늦으면 민폐인 것 같아 빨리 가야 하고요. 그런데 혼자 걸으면 내 안에서 다 걸러지잖아요. 느리게 가든지 빨리 가든지 그냥 내 걸음은 내 숨으로 갈 수 있어요. 그러면 진짜 지리산둘레길에서 온전히 나만의 오롯한 시간이 되는 거죠." 
지리산둘레길 이정표 "그리고 진짜 좋아하는 사람, 나랑 결이 같은 사람 그런 분들하고 같이 가는 것도 좋아요. 그때는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들이 막 모여 있으니까. 그렇게 여럿이 함께하면 진짜 신나고 좋고요. 혼자 걸을 때는 오롯이 나만 보고 갈 수 있어서 좋아요. 내키지 않는 사람과 가게 될 경우가 생기면 예전엔 어쩔 수 없이 가야지 했는데 지금은 거절할 줄도 좀 알게 됐어요. 나를 중심에 놓을 때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덜어내고 진짜 하고 싶은 일 찾기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일? 아직도 왜인지 항상 어렵다. 머리만 아프기 일쑤이고. 어떻게 해야 정리가 되고 잘 찾아낼 수 있을지 얘기를 나누었다. "우리 딸을 봐도 그렇고 젊은 친구들은 생각이 많아요. 고민도 많고 할 얘기도 많죠. 그럴 때 이거 안 해도 되지 않아? 이건 없어도 되지 않나? 그러다 보면 고민이 사라지는 거예요. 사는데 뭐 크게 문제 있어? 서로 이야기하다 보면 나도 비워지고 그도 비워지고.제가 그 대화법을 많이 써요. 우리 딸하고도 이야기할 때도, 꼭 그걸 해야 해? 안 하면 뭐가 나빠져? 꼭 필요할까? 그러면 여러 가지가 덜어지고 걷어지죠. 이건 꼭 해야겠어. 그렇게 정리되는 건 그만큼 집중해서 하게 되잖아요. 너무 많은 생각들을 가지고 있어서 진짜 해야 할 걸 놓치면 안 되니까요. 하나하나 정리해서 뭐가 가장 하고 싶은지 그래야 더 잘할 수 있고 재밌게 할 수 있어요. 또 생각만 많이 하고 또 하지도 않고 한 발도 못 나가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돈을 많이 벌 생각보다 재밌게 즐기면서 가진 돈도 없지만 그렇다고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즐기면서 재밌게 일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더 든다고 한다. 숲길 덕분인지는 몰라도 물욕도 없어지고 사람을 만나면 웃으며 잘해 주자 하는 마음을 가지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고 말하며 웃는다. 아까부터 팀 옥동의 동이는 이경숙 님이 말을 하거나 웃을 때의 입꼬리가 무척 예쁘다고 난리다. "가끔,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왜 돈이 하나도 없는 거지? 그래도 남한테 손 안 벌리고 우리 딸내미들 이렇게 잘 키워놨으면 이게 다 돈이지 뭐. 그렇게 생각하곤 해요.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고 생각을 하기보다는 그냥 재밌게 즐기면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디를 가도 사람을 만난다고 하면 성질내지 말고 환하게 웃어주고 손잡아 주고 그렇게 하자 생각해요. 누군가 나한테 짜증을 내고 성질을 내면, 나한테 왜 짜증 내세요? 왜 저한테 신경질 부리세요? 그러면서 내가 웃는 거지요. 그러면 그 사람도 멋쩍어 달라지겠지. 그렇게 하자 생각해요. 이런 게 숲길, 지리산 레길의 힘인가 봐요. 이렇게 제가 바뀌어 가는 것도요. 돈에 대한 욕심이 없는 것도 다 자연 덕분인 듯싶어요. 어디 가서 차 한 잔 마셔도 돈이 필요한데 숲은 내가 차 한 잔 가지고 가서 앉아 마시면 돈 들 일이 전혀 없어요. 풍요롭기만 하죠.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물욕도 없어지는 것 같아요. 가능한 한 비우려고 해요. 생각도 비우고 몸도 마음도 비우고요. 그래서 저는 집에 있을 때는 생각을 안 하려고 굉장히 의식적으로 많이 해요. 제가 저를 봤을 때 어떨 때는 프로그램 나가서 왜 왜 이렇게 자꾸 저 사람한테 뭔가를 주려고 하지? 그런 게 문득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러면서 좀 걷어내자, 생각도 좀 걷어내고 말도 좀 아끼자 그런 생각을 하곤 해요. " 흔히들 숲은 치유와 휴식의 공간이라고 한다. 흙과 돌을 밟으며 나무와 꽃을 보고 새소리, 바람 소리, 계곡 물소리와 같은 숲속의 소리를 들으며 숲길을 걷는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특히 나는 약간 큼큼하면서도 싱그런 숲 냄새를 좋아한다. 숲길에 들어서서 숨 한 번 흠뻑 들이키면 몸도 마음도 금세 편안해짐을 느낄 수 있다. 숲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심신이 안정된다고 하는데 오늘의 만남은 숲길 여행처럼 좋았다. |
숲길을 닮은 사람, 이경숙 님
사단법인 숲길 사업팀 이경숙
글 / 팀 옥동
사단법인 숲길 사무실 마당에서 만난 이경숙 님
화창하니 눈 부신 햇살이 좋기도 하지만 약간 따갑고, 바람은 간간이 선선하게 불어와 기분 절로 좋아지는 그런 가을날이었다. 하동읍에 위치한 사단법인 숲길 사무실 마당의 야외 테이블에서 이경숙 님을 만났다. 준비해주신 귤과 둥글레차를 마시며 인터뷰를 한 그날도 바쁘셨다. 1시간 뒤 남원 출장을 가게 됐다고 한다. 수다 떨어가며 할 생각이었다가 본 질문에 충실하기로 마음을 다잡고 첫 번째 질문을 던진다. "숲길에서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지리산권 5개 시군을 넘나들며
"지리산둘레길을 관리 운영하는 사단법인 숲길에서 사업팀 일을 하고 있어요. 사업팀 일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고 마무리까지 하는 일이라 지리산권 5개 시군을 많이 돌아다니며 일하게 돼요. 중간에 한두 번 쉬긴 했지만 2009년부터 했으니까 숲길에서 일한 지 13년 됐네요."
옛길을 찾아 길을 내다
하동의 길을 나서면 이곳저곳에서 지리산둘레길을 찾아와 걷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만나게 된다. 나도 악양에 내려오면서 지리산둘레길을 돌겠다고 생각하고 작년에 몇 구간 걷기도 했다. 지리산둘레길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길이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그 길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스토리를 알게 되니 더욱 애정하게 되는 듯.
"지리산둘레길은 민간이 제안해서 만들어졌어요. 2004년도에 도법 스님이랑 수경 스님이랑 ‘지리산권을 걸어서 순례해보자.’ 하며 걷기 시작했어요. 그땐 제대로 된 길이 없었어요. 사람들이 위험하지 않게 걸어 다닐 수 있는 그런 길을 만들면 좋겠다 싶었죠. 처음엔 ‘지리산길’이라 이름 지었다가 나중에 ‘지리산둘레길’로 바꿨어요. 산림청에 제안한 게 받아들여져서 2007년도에 짧게나마 길을 한번 내 보고, 그다음 계속 길을 내면서 그렇게 5년 정도 걸쳐서 지리산 둘레길이 완성됐어요."
지리산둘레길의 이정표
"새로 길을 내기보다는 옛길을 찾으려고 했어요. 풀을 베어내고 돌계단을 놓으면서 길을 냈어요. 동네 분들 쫓아다니면서 옛길 알려주시라, 끊어진 길 연결되게 해주시라, 둘레길이 마을을 통과해도 되겠냐 하며 마을에 동의를 구하는 일 등 답사 활동을 수없이 했네요.
2014년도에는 지리산둘레길 주변에 있는 산림문화자산 조사도 했었어요. 지리산둘레길 구간의 역사나 그런 것들을 찾은 거죠. 책으로도 만들어서 교육용 홍보용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이 구간에 가면 이런 것들을 만날 수 있으니 한번 찾아보라고 알려드리고 있어요.
지리산둘레길은 옛길을 찾아내는 과정이었고 어르신들 만나 이야기 나누면서 그 길의 역사도 들어가며 길을 이어가는 과정이었기에 의미도 있었고 재밌었어요.개인적으로 전체 21구간 중 위태~하동호 구간을 좋아해요. 옥종에서 천강까지 걷는 길인데 길이 참 이뻐요. 올라갔다가 내려오고 올라갔다 내려오고 해서 걷기가 조금 힘들 수도 있겠지만 진짜 이뻐요. 혼자 갈 수 있는 좁은 길도 있고 넓은 길도 있고 다양한 숲을 만날 수 있는 12㎞의 지리산둘레길이에요."
최고의 서비스, 출발점으로 차량 픽업
지리산둘레길 토요 걷기 프로그램, 특히 차량 픽업 서비스가 있다는 말에 팀 옥동은 급 환호성을 질렀다. 정말 필요한 지원활동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지리산둘레길 걷기를 대축~부춘 코스부터 시작했는데 코스 시작점에 차를 세우고 걷기가 끝나면 택시나 버스를 타고 다시 출발점으로 가곤 했었다. 근데 갈수록 코스 시작점이 악양 집에서 점점 멀어지면서 근처에서 1박을 해야 하나 고민하게 되었고 현재 딱 멈춰있는 상황이다. 그러니 너무나 반가운 소식일 수밖에. 이 기막힌 서비스가 많이 알려지지 않은 듯해서 아쉬웠다. 지리산둘레길을 걷는다면 숲길 홈페이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자.
"숲길에서 진행하는 지리산둘레길 토요 걷기 프로그램이 있어요. 토요일마다 지리산둘레길을 한 구간씩 이어서 걷는 거예요. 그때 우리가 차량 지원을 해요. 걷기가 끝나면 처음 출발지로 저희가 모셔다드리는 거죠. 특히 혼자 걷는 분들께 인기 되게 많아요. 서울 등 전국에서 다들 오세요. 2013년부터 차량 픽업 시작해서 지금까지 시행하고 있고요. 매주 토요일 2시에 다음 걷기 구간과 걷기 신청자 모집을 홈페이지에 올려요. 빠지지 않고 토요일마다 참여하면 지리산둘레길 전체를 다 걸을 수 있게 되죠. "
화창한 날, 논을 곁에 두고 걷는 둘레길 풍경
숲길의 매력 & 녹차잎 주먹밥
지리산둘레길 토요 걷기가 시작되면 꾸준히 오는 사람들도 꽤 많다고 한다. 그렇게 함께 숲속을 걸으며 함께 하다 보면 정도 쌓여가기 마련일 터다. 숲속의 쾌적함을 만끽하며 힐링하고 건강 덩어리 에너지를 채워가는 그 풍요로운 지리산둘레길의 여정에서 만난 녹차잎 주먹밥이라니. 단지 주변에 흔한 재료를 갖고 주먹밥을 만들어 도시락으로 싸갔을 뿐인데 다른 사람들에게는 신기하고도 새로운 먹거리 체험이 되었다고.
"한번은 제가 취나물 주먹밥을 도시락으로 싸갔거든요. 시골은 그런 게 흔하지만 도시 분들은 처음 먹어본다며 정말 맛있게 드시는 거예요. 그래도 취나물은 많이 알려진 나물이잖아요. 그다음에는 녹차 주먹밥을 해갔어요. 녹차 주먹밥을 신기하게 보고 먹어보더니 다음 지리산 둘레길 토요 걷기 날에 똑같이 도시락을 만들어서 오신 거예요. 뭔가 마음이 뿌듯하면서 좋았어요. 그렇게 지리산둘레길을 걸으며 하나씩 통하는 게 생겨가고 관계가 돈독해지곤 했었네요.
지리산둘레길 토요 걷기는 숲길 등산지도사 선생님 두 분이 결합해서 선두하고 후미에서 같이 걸으며 참가자들을 챙기세요. 지금은 각 지역센터에서 토요 걷기를 담당을 하고 있지만 2016년도에는 하동에서 했어요. 그때에도 전국에서 많은 분이 오셨고 지리산둘레길 걸으면서 서로 정도 많이 들곤 했어요. 그중에 귀농하고 싶어 하셨던 부산에 사는 부부가 계셨는데 지리산둘레길 토요 걷기에 한 번 참석하시더니 시골길 걷는 게 너무 좋다고 매번 오셨어요. 지리산권을 돌아가며 걸으니까 그렇게 걸으면서 귀농해서 살아갈 동네도 집도 겸사겸사 찾아보겠다고 즐거워하던 일도 있었어요."
비가 와도 토요 걷기는 멈추지 않는다. <매주 토요일, 생명평화 지리산 둘레길 '토요 걷기'>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다.
"지리산둘레길을 처음 걸을 때는 헥헥거리고 힘들죠. 그러다가 어느 순간 숲속에서 한참 길을 가다 보면 생각과 잡념이 사라지고 나를 자신을 보게 된다고 해요. 걷기에 함께 한 사람들이 그렇게 말을 해요. 서울에서 오는 직장인 분은 이 지리산둘레길 걷는 토요일만을 기다리면서 그 힘으로 일주일을 버틴다고 말씀 하시더라구요. 숲길이 가진 매력인가 봐요."
세대와 세대를 잇는, 있는
[녹색복권위원회]라는 곳에서 수익의 일부를 녹색자금이라는 이름으로 지역사회의 취약계층이나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을 공모하여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사단법인 숲길에서도 2020년부터 녹색자금 사업에 응모해서 올해 3년 차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나는 내 고장 마을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라는 청소년 프로그램을 했었어요. 청소년(중학생)들과 마을을 찾아가서 어르신들을 만나고 인터뷰도 하고 마을 지도도 그려가면서 마을의 역사를 알아가는 거였죠. 그걸 책으로도 냈었어요. 5개 시군에서 다 진행했고요.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우리 동네에 이런 데가 있었어?' '정말 몰랐어.' '어른들이 이야기도 참 잘해 주시고 재밌어.' '근데 이상해. 다 똑같아. 어르신들은 다 '빨갱이' 이야기를 하시네.'
또 할아버지 바람 난 얘기, 도박한 얘기, 속 썩은 얘기, 힘들었던 얘기 막 그런 이야기를 해주시니까 '왜 그렇게 다들 힘들게 사셨을까?' '우리는 참 편하네. 정말 편하게 살고 있네.' '어른들이 이렇게 해서 우리가 이렇게 잘 사는 거네.' 하면서 자신들이 느낀 감동을 이야기해 주니까 좋았어요. 그러니까 저희 숲길에서는 그런 프로그램을 계속 더 하고 싶어지는 거죠.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게 있어요. 시골 마을에는 적적하게 살고 계시는 분들 많은데요. 그분들을 찾아가서 내 얼굴 직접 그리기 체험 활동을 진행한 적이 있었어요. 다들 거울 속에 비친 자기 얼굴을 쳐다보며 얼굴을 그리고 계셨죠.
근데 어떤 한 분이 자기는 살이 통통하게 오른 얼굴을 갖고 싶었다면서, 살짝 야윈 본인 얼굴과는 다르게 본인이 꿈꿨던 대로 얼굴을 그리는 거예요. 통통하길 바랬던 모습의 자기 얼굴을요. 그러니까 옆의 할머니도 자기도 다시 그리겠다고 하시더라구요. 주름 하나 없는 얼굴로 그려보고 싶다고요. 저희가 보기에는 하나도 안 닮았는데 정작 본인들은 되게 좋아하시면서 갖고 가셨어요. '나 이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옛날 생각이 나네.' '나 이렇게 이쁜 때가 있었어.' 하시면서 본인들 얼굴 액자를 꼭 끌어안고 가셨어요. "
언제쯤 내 살아온 지역에서 내 미래를 꿈꾸게 될까
대개의 시골이 그렇듯이 하동에도 젊은 층이 별로 없다. 학생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으레 동네를 지역을 떠날 생각부터 하는 듯 보인다. 그런 생각은 부모들도 어른들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아무래도 인프라가 부족하다 보니 뭐라 탓할 수만은 없지만 안타까운 일이다. 거시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자기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하고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접근이 다양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 하동 사는 중학생 친구들하고 구례, 남원, 함양, 산청 여행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지리산도 오르고요. 지리산으로 유명한 하동에 살아도 청소년들이 지리산을 직접 접하는 경험을 하는 게 흔한 건 아니거든요.
한번은 학교 졸업하면 이곳에서 살 거냐고 물어봤더니 산다는 친구들도 간혹 있지만 나간다는 친구들이 많아요. 여기 살기 좋은데 왜 굳이 나가려 하냐 했더니 그건 어른들 생각이고 자기들이 볼 때는 할 게 없다는 거예요. 여기에 모델이 되는 형들이 없다고 말해요. 형들하고 선배들이 다 떠나버리니까 선배 따라서 가고 싶은 거죠. 다른 데 가서 할 일들에 대해 딱히 계획을 세우지 않았어도 으레 일단 떠날 생각부터 하는 경우도 많아 보여요.
어른들도 여기 남아서 뭐 할 건데?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꽤 있잖아요. 부모들도 대부분 나가길 원한다고 봐야죠. 지역에서 살면 성공하지 못한 사람, 실패자로 간주하는 그런 분위기가 사실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지역에서 뭐라도 해보고 싶어도 은근히 어른들 눈치를 보게 된다는 젊은 친구들의 하소연도 가끔 듣곤 해요. 청년들이 지역에서 정착해서 활동할 수 있도록 청년 프로젝트 등 숲길에서도 지원과 관심을 두고 있어요."
생명 평화를 기원하고 그 가치를 실현하는
숲길에서 일하면서 아무래도 생명 평화를 자주 말하고 생각하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그렇게 녹아드는 것 같다고 얘기를 한다. 그 말에는 숲을 존중하고 사람과 뭇 생명체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그의 진정한 마음이 녹아들어 있는 듯하다. 말하는 대로 이뤄진다는 것이 맞긴 맞나 보다.
"전국적으로 둘레길이 많이 생기고 있어요. 지리산둘레길처럼 꾸준히 이용되는 곳은 몇 군데 안 되는 듯 보여요. [국가 숲길]이라고 작년에 산림청에서 다섯 군데를 지정했는데 지리산둘레길도 선정이 됐어요. 지리산둘레길을 소개할 때 저희 숲길의 언어로는, 생명 평화를 기원하고 생명 평화의 가치를 실현하는 거라고 하곤 해요.
제가 숲길에서 일하면서 항상 “뭇 생명들의 평화를 정말 바란다.” 생명 평화를 말하고, 사람들한테 “평화롭기를 바랍니다.” “편안하세요.” “건강하세요.” 자꾸 그런 말을 쓰니까 나도 그렇게 살아야지 자연스럽게 다짐이 들고 그렇게 녹아드는 것 같아요.
지리산둘레길이 저에게 어떤 의미냐 묻는다면 저는 사람이라 생각해요. 상처받고 자존감이 떨어졌을 때 그렇지 않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정말 당신은 소중하고 굉장히 멋진 사람이라는 말을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위로받은 사람이 딴 사람한테 가서 같은 에너지를 나눠주고 다시 다른 이가 또 나누고 그렇게 이어지는 지리산둘레길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제가 먼저 사람을 배려하고 존중하고 평화롭기를 바라주고 싶어요."
'지리산둘레길 10년 매일 순례' 조끼를 입고 걷고 있는 이경숙 님
"사실은 위로가 필요하고 위로받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요. 그러니까 말은 거칠게 하는데 그 사람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처투성이가 보여요. 그걸 보여주기 싫어서 거친 말 거친 행동을 하기도 하더라구요. 다행히 그런 게 저한테 보일 때가 좀 많아요. 그러면 전 기다리게 돼요. 그 사람이 자기 상처를 치유하고 나한테 꺼내놓을 때까지 그냥 옆에만 있어 주는 거죠. 조금 기다려주는 그게 필요할 때가 많아요. 제 생각에 전 그렇게 써먹으라고 태어난 것 같아요."
숲을 만끽하는 방법, 혼자 or 결이 맞는 이와 함께
숲길 숲속은 언제나 좋다. 그래도 숲을 제대로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는지 궁금했다. 그러자 혼자 걸어보라고 한다. 오롯이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아니면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나 자신과 결이 같은 사람과 함께 가라고 일러준다.
"가끔은 혼자 가세요, 혼자. 주변에 사람들이 있으면 아무래도 자꾸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함께 하는 재미도 있지만 맞춰야 하고 늦으면 민폐인 것 같아 빨리 가야 하고요. 그런데 혼자 걸으면 내 안에서 다 걸러지잖아요. 느리게 가든지 빨리 가든지 그냥 내 걸음은 내 숨으로 갈 수 있어요. 그러면 진짜 지리산둘레길에서 온전히 나만의 오롯한 시간이 되는 거죠."
지리산둘레길 이정표
"그리고 진짜 좋아하는 사람, 나랑 결이 같은 사람 그런 분들하고 같이 가는 것도 좋아요. 그때는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들이 막 모여 있으니까. 그렇게 여럿이 함께하면 진짜 신나고 좋고요. 혼자 걸을 때는 오롯이 나만 보고 갈 수 있어서 좋아요. 내키지 않는 사람과 가게 될 경우가 생기면 예전엔 어쩔 수 없이 가야지 했는데 지금은 거절할 줄도 좀 알게 됐어요. 나를 중심에 놓을 때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덜어내고 진짜 하고 싶은 일 찾기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일? 아직도 왜인지 항상 어렵다. 머리만 아프기 일쑤이고. 어떻게 해야 정리가 되고 잘 찾아낼 수 있을지 얘기를 나누었다.
"우리 딸을 봐도 그렇고 젊은 친구들은 생각이 많아요. 고민도 많고 할 얘기도 많죠. 그럴 때 이거 안 해도 되지 않아? 이건 없어도 되지 않나? 그러다 보면 고민이 사라지는 거예요. 사는데 뭐 크게 문제 있어? 서로 이야기하다 보면 나도 비워지고 그도 비워지고.제가 그 대화법을 많이 써요. 우리 딸하고도 이야기할 때도, 꼭 그걸 해야 해? 안 하면 뭐가 나빠져? 꼭 필요할까? 그러면 여러 가지가 덜어지고 걷어지죠. 이건 꼭 해야겠어. 그렇게 정리되는 건 그만큼 집중해서 하게 되잖아요.
너무 많은 생각들을 가지고 있어서 진짜 해야 할 걸 놓치면 안 되니까요. 하나하나 정리해서 뭐가 가장 하고 싶은지 그래야 더 잘할 수 있고 재밌게 할 수 있어요. 또 생각만 많이 하고 또 하지도 않고 한 발도 못 나가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돈을 많이 벌 생각보다 재밌게 즐기면서
가진 돈도 없지만 그렇다고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즐기면서 재밌게 일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더 든다고 한다. 숲길 덕분인지는 몰라도 물욕도 없어지고 사람을 만나면 웃으며 잘해 주자 하는 마음을 가지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고 말하며 웃는다. 아까부터 팀 옥동의 동이는 이경숙 님이 말을 하거나 웃을 때의 입꼬리가 무척 예쁘다고 난리다.
"가끔,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왜 돈이 하나도 없는 거지? 그래도 남한테 손 안 벌리고 우리 딸내미들 이렇게 잘 키워놨으면 이게 다 돈이지 뭐. 그렇게 생각하곤 해요.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고 생각을 하기보다는 그냥 재밌게 즐기면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디를 가도 사람을 만난다고 하면 성질내지 말고 환하게 웃어주고 손잡아 주고 그렇게 하자 생각해요. 누군가 나한테 짜증을 내고 성질을 내면, 나한테 왜 짜증 내세요? 왜 저한테 신경질 부리세요? 그러면서 내가 웃는 거지요. 그러면 그 사람도 멋쩍어 달라지겠지. 그렇게 하자 생각해요. 이런 게 숲길, 지리산 레길의 힘인가 봐요. 이렇게 제가 바뀌어 가는 것도요.
돈에 대한 욕심이 없는 것도 다 자연 덕분인 듯싶어요. 어디 가서 차 한 잔 마셔도 돈이 필요한데 숲은 내가 차 한 잔 가지고 가서 앉아 마시면 돈 들 일이 전혀 없어요. 풍요롭기만 하죠.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물욕도 없어지는 것 같아요.
가능한 한 비우려고 해요. 생각도 비우고 몸도 마음도 비우고요. 그래서 저는 집에 있을 때는 생각을 안 하려고 굉장히 의식적으로 많이 해요. 제가 저를 봤을 때 어떨 때는 프로그램 나가서 왜 왜 이렇게 자꾸 저 사람한테 뭔가를 주려고 하지? 그런 게 문득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러면서 좀 걷어내자, 생각도 좀 걷어내고 말도 좀 아끼자 그런 생각을 하곤 해요. "
흔히들 숲은 치유와 휴식의 공간이라고 한다. 흙과 돌을 밟으며 나무와 꽃을 보고 새소리, 바람 소리, 계곡 물소리와 같은 숲속의 소리를 들으며 숲길을 걷는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특히 나는 약간 큼큼하면서도 싱그런 숲 냄새를 좋아한다. 숲길에 들어서서 숨 한 번 흠뻑 들이키면 몸도 마음도 금세 편안해짐을 느낄 수 있다. 숲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심신이 안정된다고 하는데 오늘의 만남은 숲길 여행처럼 좋았다.
글쓴 사람. 팀 옥동
간소하고 간결한 삶을 지향하는 하동의 옥이. 호기심을 잃지 않고 늙고 싶은 하동의 동이.
두 사람이 천천히 걷고 때론 달리며 자주 멈춰서서 발견하는 하동의 작고 깊은 이야기를 기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