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변화기록원[함양][변화의 소리] 오랜만이야, 이토록 기분 좋은 수런거림 - ‘서하봄놀장’을 시작으로 훨훨 날아오를 채비 갖춘 <문화놀이장날>

2022-05-16

 

 

오랜만이야, 이토록 기분 좋은 수런거림

변화의 소리 ② : ‘서하봄놀장’을 시작으로 훨훨 날아오를 채비 갖춘 <문화놀이장날>

 

글 / 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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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문화놀이장날의 시작을 알린 ‘서하봄놀장’이 지난 4월 30일 서하면 면 소재지인 송계마을에서 열렸다. (사진 제공/ 채홍필) 

 

 

 

4월 마지막 주 토요일. 서하면 보건지소 앞이 아침부터 북적인다. 평소 같으면 주차된 차들로 가득했을 공간이 오늘은 사람 차지다. 공연 무대를 중심으로 한쪽에 설치된 판매 부스엔 시간과 정성을 들여 만든 다양한 핸드메이드 제품이 진열돼 있고, 그 맞은편에 펼쳐진 벼룩시장엔 자신이 입던 옷, 쓰던 그릇, 가지고 놀던 장난감과 직접 그린 그림을 들고나와 좌판을 벌인 보부상들로 소란스럽다. 

 

 

코로나가 한창일 때는 보기 어려웠던 먹거리 천막도 한쪽에 마련되어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나무로 제작된 기구들이 놓인 놀이터에는 아이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또 중간중간 무대 위에서 공연이 이루어질 때면 다들 그 앞으로 몰려가 박수 치고 환호하며 흥을 돋운다. 시골에는 노인밖에 없다는데 대체 이 많은 사람들은 다 어디서 온 것일까. 날은 흐리고 쌀쌀했어도 사람들이 내뿜는 열기로 더없이 훈훈했던 ‘서하봄놀장’ 속으로 들어가본다.

 

 

 

‘문화놀이장날’과 ‘서하면’이 만날 때  

 

 

서하봄놀장은 함양 주민들이 직접 만들고 즐기는 <문화놀이장날(이하 문놀장)>의 ‘서하 버전’으로, 2022년 첫 행사를 ‘찾아가는 장터’로 기획한 문놀장추진단의 제안을 서하면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이루어졌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문화가 있는 날 지역문화 콘텐츠 특성화 사업’에 5년 기한으로 선정되어 2019년 5월에 첫걸음을 내디딘 문놀장은, 지난 3년간 주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함양의 대표적인 ‘일상 속 문화축제’로 자리를 굳혀왔다. ‘손작업자 부스’와 ‘돗자리 벼룩시장’으로 장터를 특성화하는 한편 다채로운 ‘문화공연’과 아이 어른 구별 없이 함께 즐기는 ‘팝업놀이터’,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생활기술 워크숍’ 같은 색다른 프로그램을 장터에 녹여낸 것이 나름의 성공 비결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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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놀장을 열 때마다 아이 어른 모두에게 인기가 많은 ‘모두를 위한 놀이터’.

 

 

 

무엇보다 문놀장의 저력은 이 모든 새로운 시도를 “주민 참여”에 바탕을 두고 해나가는 데서 드러난다. 문놀장을 주관하는 빈둥협동조합과 문놀장추진단은 내부에 공연팀, 마켓팀, 놀이팀 등을 구성하여 지역의 다양한 인력을 발굴해 협업하고, 또한 청소년문화기획단, 학부모놀이기획단을 만들어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통로를 열어주고 있다.

 

 

이처럼 준비부터 실행까지 제법 큰 규모로 움직여온 문놀장이 새봄을 맞아 서하면을 찾아간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껏 장터를 열어온 하림이나 상림 같은 널찍한 공간을 놔두고 어찌하여 작은 마을 주차장에다 판을 벌인 것일까? 문놀장을 총괄하는 빈둥협동조합 김찬두 대표의 말을 들어본다. 

 

 

“언제부턴가 문놀장추진단 내부에서 그런 말이 종종 나오더라고요. 읍에서만 할 게 아니라 작은 면 단위에서도 해보면 어떻겠냐고요. 아무래도 면에는 이런 문화적인 행사가 드물고 주민이 참여할 기회나 계기도 흔치 않으니까요. 그동안은 막상 하자니 엄두가 안 났었는데 올해 들어 여러 조건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서하면에 ‘서하다움’이라는 주민소통거점공간이 생긴 게 가장 큰 요인이에요. 작년 말부터 빈둥협동조합이 이 공간에서 꾸준히 주민들과 접촉하고 교류해 왔거든요. 청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도 가능하면 주민과 연계하는 방향으로 했고요. 그래서 서하면에서라면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마침 코로나도 한풀 꺾였고.” 

 

 

 

이번엔 ‘마을 잔치’ 느낌으로 가볼까?

 

 

그동안의 문놀장이 기존에 힘양에서 보기 힘든, 마치 도심에서 열리는 길거리 페스티벌 같은 ‘젊고 세련된’ 느낌이었다면, 서하봄놀장은 다소 ‘촌스러운’ 마을 잔치에 가까웠다. 그 특성이 가장 잘 드러났던 건 공연 무대다. 이날은 다른 때와 달리 전문공연팀의 참가가 적은 대신 서하면과 인근 서상면의 ‘작은학교’ 어린이들이 무대를 꽉 채웠고, 평소 ‘알고’ 지내는 아이들의 연주와 노래에 신이 난 주민들은 응원과 축하를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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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데 마실 가듯 나와서 장터를 구경하는 어르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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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봄놀장 무대를 꽉 채운 작은학교 어린이들의 공연

 

 

이런 분위기는 공연 후 진행된 ‘주민노래자랑대회’에서 절정에 달한다. 텔레비전 장수 프로그램인 전국노래자랑의 시그널 음악과 함께 대회가 시작되자 나이 지긋한 ‘아버님’부터 이주한 지 오래되지 않은 학부모와 아이들, 그리고 서하다움에서 운영하는 3주살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도시 청년’까지 총 열 팀이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고, 그 아래에선 흥겨운 막춤이 이어졌다. 시상식을 하러 올라온 면장에게 관객들이 “노래해!” 구호를 외치고 그에 못 이겨 한 곡조 뽑는 모습은, 아마도 그 시간 그 장소가 아니었다면 보기 어려운 장면이지 않았을까. 

 

 

“동네 분들이 함께 모여 즐기는 걸 보면서 여기로 오길 잘했다, 속으로 그랬어요. 읍에서 할 때보다 더 아기자기하고 따뜻한 느낌이었다 할까요. 그동안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데서 장터를 열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경험을 계기로 생각의 전환이 일어난 것 같아요. 작은 면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고, 그건 그것대로 좋다는 걸 알게 된 거죠.”

 

 

문놀장추진단에서 마켓팀을 맡고 있는 김선희 씨의 말에 김찬두 대표는 이렇게 덧붙인다. 서하봄놀장은 일단 한 번 해보는 시범사업 같은 것이었다고. 다행히 주민들의 여론과 문놀장추진단의 반응이 좋으니 가을쯤에 다시 이곳에서 장터를 열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다만 계절별 혹은 월별로 정기화하겠다고 못 박기엔 아직 이르다고 그는 생각한다. 

 

 

“우리가 매번 다 준비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기도 하고 좋은 방식이 아니죠. 이번에 열린 서하봄놀장은 문놀장추진단이 만들었지만 이걸 지속하려면 이 지역과 마을의 주민이 나서줘야 해요. 그분들이 중심이 된다면 우리가 도와서 같이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구경에서 참여로, 단순 참여자에서 만드는 이로    

 

 

3년 전 문놀장이 처음 시작할 때 내세운 ‘보는 문화가 아닌 참여하는 문화, 장르가 아닌 생활 속 문화’라는 캐치프레이즈는 여전히, 매우, 유효하다. 이는 문놀장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문제가 어디서 하느냐가 아닌 누가 참여해서 어떻게 만들어가는가임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구경꾼에서 참여자로, 단순 참여자에서 만들어가는 이로 변화해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에 문놀장의 진정한 성패가 달려 있다는 얘기다.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 덕분에 여기까지 왔지만 아직은 몇몇 전문기획자에 의해 만들어지는 게 사실이에요. 그런데 이건 한계가 있거든요. 지속하는 힘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앞으로 2년간은 문놀장을 계속해서 추진해갈 수 있는 독립된 주민자치조직을 만들어보려 해요. 그러려면 지금까지 적극적으로 결합해온 사람들이 중심에 설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우는 게 필요하겠죠. 더 많은 이들의 참여가 가능하게끔 구조도 재편해야 할 테고요.”

 

 

이미 그 작업은 시작되었다. 문놀장의 꽃이라 할 장터 셀러들이 모여 ‘마켓기획단’을 만든 게 그 신호탄이다. 현재는 2주에 한 번씩 모여 논의를 이어가고 있고, 하반기에는 다른 지역 마켓들과 교류하며 사례 조사도 할 계획이란다. 아울러 3년째 문놀장과 함께해온 청소년문화기획단도 올해는 동아리로서 보다 안정된 모임의 기반을 마련하는 등 질적 변화를 꾀하고 있다. 

 

 

“올해 11월에는 아예 문놀장을 ‘청소년문놀장’으로 해보면 어떨까 생각 중이에요. 이런 경험이 쌓이다 보면 조만간 함양에도 청소년 스스로 만들고 실행해가는 문화축제가 생기지 않을까요?”

 

 

 

되찾은 축제, 더 ‘잘’ 누리고 즐기려면

 

 

엄혹한 코로나 시대를 견디고 맞은 첫 계절이라는 점에서 올해 봄은 유독 눈물겹고 찬란하다. 어쩌면 그래서 서하봄놀장이라는 고운 이름을 달고 돌아온 문놀장이 더욱 반가웠던 건 아닐까.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할 일은 더 새롭게 상상하고 더 큰 변화를 꿈꾸며 ‘잘 놀아보려는’ 이들의 손짓을 따라가는 것, 그들이 깔아놓은 판 위에서 신나게 구르고 뛰노는 것이리라. 언제 다시 이 일상이 멈추고 이 축제의 장이 닫힐지는 아무도 모르니.

 

 

“코로나 시기에도 온라인 장터며 문화공연팀 영상 제작이며 할 수 있는 일들을 다양하게 했지만 아무래도 현장에서 판을 벌일 기회가 많이 없다 보니 아쉬웠죠. 문놀장의 핵심은 직접 만나고 부딪히면서 몸으로 경험하는 거니까요. 다시 이런 시기와 기회가 찾아온 것을 놓치지 말고 함양 주민들이 최대한 문놀장을 누리고 즐기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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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들의 활동을 소개하기 위해 나온 ‘서하초 온라인 국제교류 동아리’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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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봄놀장을 빛내준 ‘주민노래자랑대회’ 참가자들.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문놀장의 동력이자 즐거움의 원천이다. 

 

 

가장 잘 누리고 즐기는 방법은 물론 ‘참여’에 있다.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즐거움은 더 커진다. 그러니 먼 발치에서 구경만 하지 말고 최대한 가까이 다가오기를. 기분 좋은 수런거림 속에 퐁당 뛰어들어 같이 웃고 떠들기를. 혼자 오기보다는 아는 사람 손 붙들고 함께 오기를. 버리기에 아까운 물건들이 있다면 나누거나 팔아보기를. 자원봉사든 문화기획단이든 놀이단이든 뭐라도 직접 해보기를. 이 모든 것은 매달 마지막 토요일을 기억하는 데서 시작한다. 더 자세한 정보와 공지사항은 문화놀이장날 밴드에서 얻을 수 있다.

 

 

문화놀이장날 밴드 band.us/@munnoljang

 

 

 

 

글쓴 사람. 자야

나에게 기록이란, 먼저 다가가 말 걸고 온 마음을 기울여 듣고 나를 앞세우지 않고 쓰는 것. 올해는 이 어려운 일을 해보려 한다. 이런 나를 조금은 칭찬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