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변화기록원[산청][희영에게] ‘민들레’는 교육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

2022-05-09

 

 

희영에게_ 첫 번째 편지

 

글과 그림 / 효림

 

 

* 시골에 전혀 살아본 적 없는, 도시에서 나고 자란 친구에게 산청의 삶을 소개합니다. 

편지를 쓰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다소 친근한 글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꽃도 피고, 새도 울고, 언제 겨울이었나 싶게 완연한 봄이구나. 항상 이곳 지리산 남쪽부터 봄이 찾아오지만 네가 있는 그곳도 이제는 따뜻한 날이겠지? 나는 올해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됐어. 3월에 ‘지리산 작은변화 지원센터’라는 곳에서 제안을 받았는데, 여기가 어떤 곳이냐 하면... 

 

 

지리산의 정기를 받은 다섯 개 군(산청, 함양, 남원, 구례, 하동)을 우리는 ‘지리산권’이라고 불러. 이곳에서 사부작사부작 재미나게 일을 벌이려는 사람들에게 지원도 하고, 연결도 시켜주고, 강연도 열고 뭐 그런 걸 하는 데야. 도시에는 행사가 많잖아? 사실 시골에서도 신나게 살고 싶은 사람들이 많거든. 그런 걸 어떻게 알고 요긴하게 지원해주는 곳이더라고. 

 

 

이번 지원 사업 중에 각 지역의 모임이나 단체, 혹은 사람을 기록하는 일이 생겼어. 그런데 산청의 기록을 나보고 해보지 않겠냐는 거야. 너도 알다시피 내가 활동적으로 일을 벌이는 사람은 아니잖아. 그러면서도 주변에 호기심은 많고. 인터뷰해본 적도, 기고를 해본 적도 없지만, 덜컥하겠다고 했어. 어쩌다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더니 오히려 저쪽에서 더 흥미로워하지 뭐야? 여차저차 첫 번째 기록을 하러 산청읍의 ‘명왕성’에 갔어. 모임 이름은 ‘민들레’야. 

 

 

격월간 교육 잡지 <민들레>를 읽는 모임 ‘민들레’는 코로나 이후 2년 만에 재개한다고 해. 차분한 김한범 씨가 살짝 들떠 보이더라고. 오랜만의 만남이라 그렇겠지? 금세 사람들이 모여들어 각자의 근황을 자연스럽게 늘어놓을 때쯤 카드가 쓱 쥐어졌어. 자신의 현재 마음 상태를 나타내는 카드를 골라 자기소개하는데, 아마 처음 모임에 온 나를 배려한 게 아닌가 싶어. 그날 온 멤버들 인상을 살짝 그림으로 담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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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림이 손그림으로 그린 민들레 모임의 구성원들의 얼굴

 

 

 

교육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민들레>를 한 꼭지씩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이 모임은, 비단 책 읽기뿐만이 아니라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해. 오늘은 오랜만에 모인 만큼 앞으로의 진행 방향에 관해 얘기했어. 어린이날을 앞두고 지역 어른들이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의견도 나눴고. 코로나 이전에는 어린이날에 산청초등학교에서 행사를 크게 했었나 봐. 그 시절(?)의 이야기라든지, 행진, 플래시 몹을 하거나 유인물을 나눠준다든지, 이번 어린이날이 100주년인 만큼 본래의 취지를 다시 새겨보는 건 어떨까, 등등 자유롭고 스스럼없는 분위기 속에서 대화들이 오갔어. 

 

 

그러던 와중 모임에 참석하지 않은 김현하 씨가 민들레의 앞날을 이끌어 줄 주요 핵심 멤버이며, 정푸른 씨가 산청의 어린이 전문가라는 사실이 밝혀졌어. 바로 영상통화가 이루어졌지. 줌으로 회의하는 어느새 익숙해진 장면에 서로의 온기를 느끼는 새삼 반가운 풍경이 어우러지다니! 새로운 모습이었어. 

 

 

더불어 산청의 교육, 어린이, 청소년을 바라보는, 조금은 다른 방식을 꿈꾸는 어른들도 있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어. 이미 한참 전에 학교를 졸업한 후의 나는 ‘누구라도 한때는 어린이고, 청소년이었으니,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으니’ 그저 단순히 ‘잘해줘야지’라고 생각했었거든. 그런데 이렇게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을 보고 자극이 되었어. 내 머릿속에 있는 산청의 어린이와 청소년은 그저 ‘어린이’와 ‘청소년’이라는 단어에 갇혀 있었다면, 이 사람들이 말하는 어린이와 청소년은 실재하는 대상이랄까? 앞으로 나도 주변의 어린이와 청소년을 좀 유심히 지켜볼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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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 ‘민들레’는 교육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 초등학교 아이들의 부모부터 성인이 된 자녀의 부모까지 연령대도 다양해. 곧 태어날 아기의 엄마도 있고! 한 달에 한 번 만나 이야기를 나누지만, 참석의 여부는 자유로워. 오랜만의 모임에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는 만큼, 새로운 멤버도 기다리고 있대. 혹시 아이가 없으면 안 되는 거 아니냐고? 자녀가 없는 사람의 의견을 더 궁금해할 수도 있을걸? 따뜻하고 떠들썩한 분위기에 취해 한참을 얘기하다 보니 벌써 헤어질 시간이 되었더라. 

 

 

다른 지역에서 살다 온 김한범 씨는 이곳에 정착하는 데에 민들레가 큰 역할을 했다고 해. 어쩌면 너도 나처럼 산청에 흘러 들어올 수도 있겠지? 그때 나랑 손잡고 이 모임에 같이 오자. 

 

 

 

 

쓰고 그린 사람. 효림

어쩌다 흘러 들어온 산청에 7년째 거주 중.

생긴대로 살기 위해 어떻게 생겼는지 매일 관찰하며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