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지리산권 청년 활동 워크숍] 팜프라촌에 다녀왔습니다!

2019-11-27


이제 막 찬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던 11월,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에서는 지리산 자락에서 활동하는 청년들과 함께 남해의 핫플레이스(!) 팜프라촌에 다녀왔습니다. 처음엔 그저 매일 산만 보고 지내니 바다를 보고 싶다는 작은 바람에서 시작된 워크숍이었는데, 때마침 청년 그룹 ‘팜프라’가 보금자리를 남해로 옮겼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운 얼굴을 만나러, 따뜻한 볕과 바다를 느끼러 남해로 목적지를 정했어요.


팜프라는(FARMFRA) ‘기반 없는 청년들을 위한 농업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활동하는 그룹으로, 6평 크기의 이동식 목조주택을 제작하는 코부기 워크숍을 비롯해 워크웨어 제작, 지역자원조사 등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청년의 지속가능한 촌라이프를 만들어가는 활동을 하고 있어요. 팜프라촌은 이들의 판타지 촌라이프 실험이 이뤄지고 있는 바닷가의 작은 청년마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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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프라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클릭!



 하동에서 노량대교를 건너 남해에 들어서자마자 일행을 맞이하는 포근한 공기와 반짝이는 바다에 감탄을 한 마디씩 터뜨리고는 꼬불꼬불 해안도로를 따라 팜프라촌이 터 잡은 두모마을까지 한달음에 달렸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시원한 황태해장국과 칼국수로 배를 든든히 채운 지리산 청년들은 팜프라촌민 민경의 안내와 함께 바닷가를 따라 걸으며 마을 산책으로 워크숍을 시작했어요. 


팜프라촌과 마을이 맺고 있는 관계, 이곳에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인 남해군에서 가장 젊은 40대(!) 이장님의 존재, 두모마을 해변에 밀려든 쓰레기와 조개 껍데기를 주워 만드는 비치코밍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얼마 전 마을 어촌계 어르신들께 받아 설치했다는 통발을 함께 확인하기도 하며(아쉽게 아무것도 없었지만) 남해에 왔다는 감각을 간질간질 깨우는 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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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햇살이 따뜻하던 두모마을



산책을 마치고 마침내 팜프라촌에 도착한 우리는 세 가지 키워드를 활용한 간단한 자기소개와 팜프라 이야기로 본격적인 워크숍을 시작했습니다. 팜프라의 대표를 맡은 지황은 7년 전 14개 나라를 돌아다니며 세계 각지에서 농사짓는 청년과 공동체를 만나며 불평등, 농촌이 가진 사회 구조적 문제에 대한 관심을 두게 되었고, 한국에 돌아온 뒤 농사짓는 청년을 위한 6평 목조주택 코부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다고 해요. 그때 생각보다 많은청년이 코부기 프로젝트를 찾아왔고, 그곳에서부터 팜프라를 시작하게 됩니다.


코부기 프로젝트는 지금도 팜프라의 중요한 프로젝트 중 하나로, 단순한 이동식 주택을 넘어 청년의 변화하는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확장과 축소가 자유롭고, 상수도와 전기 등 에너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모델로 만들어가는 게 앞으로의 과제라고 합니다.


팜프라는 시골의 일차적 문제인 인구감소와 마을 공동화가 행정기반시설의 마비와 지역의 전통과 기술의 소멸, 식량 자급 문제를 불러오고 결국 다음 세대가 삶을 실험하고 실현해볼 수 있는 공간과 기회의 소멸이라는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해요. 그래서 도시와 촌 사이에서 다음 세대가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자 다품종 소량생산 중심의 농사, 집 짓기, 팜프라촌민 각자의 이슈와 능력을 활용한 여러 개인 프로젝트를 통해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자 행동하고 있답니다.


그 외에도 팜프라촌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팜프라 스태프와 촌민 사이의 수평적 관계 맺기 실험, 이곳에서 이뤄지는 활동을 빠짐없이 기록하는 보고서 제작, 남해군과 함께 이주민, 토박이, 대학생 청년을 인터뷰하는 지역자원조사 등의 활동을 함께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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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보이는 게 코부기 4호와 5호, 가까이 보이는 투명한 건물이 얼마 전 새로 제작한 온실



팜프라 소개에 이어서 워크숍 참가자 각자가 바라는 마을을 디자인해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모둠별로 나뉘어 지황의 안내에 따라 개인의 내면 / 사회적 관계 / 경제 / 생태라는 네 가지 분야로 구분한 뒤 그것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 핵심 가치와 소프트웨어, 하드웨어로 나누어 마을을 디자인했는데요, 그 결과 각 모둠에 속해있는 구성원의 성향과 관심사에 따라 비슷하면서도 다른 마을들이 탄생했답니다.


재미있었던 건 핵심 가치는 대부분 비슷했지만, 그걸 구현하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달랐다는 점이었어요. 페미니즘, 다양성, 수평적 관계, 기후위기와 생태주의, 지속가능성 등을 대부분이 핵심 가치로 꼽았지만, 누군가는 공동체 안에서 관계 유지를 위해 꽃밭이 필요하다고 하고, 누군가는 협동조합을, 혹은 파티를 이야기하기도 했어요. 필요한 경제적 시스템으로 기본소득, 카셰어링을 비롯한 공유경제 시스템이 많이 꼽혔고, 생태 분야에선 채식, 에너지 자립이 가능한 오프그리드 생활, 아름다운 숲과 같은 자연에 관한 이야기가, 개인의 내면에선 명상, 외부 조건으로부터 독립되고 안전한 주거, 사색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나 자신에게 안식을 줄 수 있는 목욕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었어요. 마을 디자인을 하며 완성된 건 ‘우리’가 바라는 마을의 모습이었지만, 동시에 ‘서로’의 내면에 대해 알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각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지금 내가 사는 마을에서 느끼는 부족함과 욕구, 활동하며 가지는 고민과 관심사가 자연스레 마을에 녹아났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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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디자인 프로세스에 대해 설명 중인 지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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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살이에서 벙거지 모자의 필요성을 어필 중인 하동의 배감독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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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바탕 마을 디자인이 끝나며 워크숍 첫째 날의 프로그램은 모두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물론, 팜프라에서 정성스레 준비해준 저녁식사 후 약간의 술과 겨울 바다의 분위기를 빌려 이야기 자리는 새벽까지 이어졌다고 해요!

 

 이튿날은 방아 페스토와 잼을 곁들인 토스트와 씨리얼로 아침 식사를 간단하게 해결하고 남해바래길 트래킹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남해바래길의 ‘바래’는 남해사람들이 물때에 맞추어 갯벌과 갯바위를 오가며 해초와 해산물을 캐는 걸 이르는 말이라고 합니다. 바래길은 당시 여성들이 가족의 생존을 위해 바래를 다니었던 길을 이어 만들었다고 해요. 마치 지리산둘레길이 옛 지리산 자락의 마을 길을 찾고 연결했듯이요. 바래길 트래킹은 두모마을에서 멀지 않은 앵강만 주변을 한 시간 반 정도 걸으며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었어요. 어제와는 다르게 흐린 날씨와 제법 쌀쌀한 바람이 낯설긴 했지만, 그래도 탁 트인 바다를 보며 걸을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답니다.







 그렇게 바래길 트래킹에 돌아와 1박 2일 동안의 짧았던 워크숍에 대한 후기를 나누며 일정을 마무리했는데요, 물리적인 시간이 짧아서 아쉬웠지만 가까운 지역에서 비슷한 꿈을 그리며 사는 청년들이 만날 수 있어 즐겁고 반가운 시간이었습니다. 센터에서는 앞으로도 종종 이런 자리를 만들어보려 하니, 다음에 또 만나요. 안녕!




글  하무

사진  김다운, 뚜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