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현
저는 지리산으로 귀촌한 8년 차 귀촌인 이승현입니다. 남원시 동부권에 살면서 하루의 절반은 노인복지센터에서 근무하고, 나머지 절반은 기록활동, 청소년 활동 지원, 게임 강의 등 그때그때 지역에서 필요한 일을 하고 있어요.
2022년에 지리산으로 귀촌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리기 위해 <어디에나 우리가>라는 인터뷰집(독립출판물)을 냈고, 틈틈이 인터뷰, 모임 기록 활동 등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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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워케이션에 어떤 목표를 가지고 오셨나요?
히가시카와라는 마을보다도 홋카이도 시골마을의 한적함을 기대하고 왔어요. 대자연과 가까이에서 일하고 쉬는 경험은 어떨까 하고요. 워케이션이라는 형태는 처음 경험해보는데, 일상적인 활동지역으로부터 멀리 벗어났을 때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또 각 지역에서 다양한 분야의 활동가 분들을 만난다는 설렘이 있었습니다. 최대한 잘 쉬고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활동은 무엇인지 고민해보고 싶었어요.

히가시카와에서의 시간을 경험해보시니 어떤가요?
히가시카와는 행정의 주도로 치밀하게 설계된 마을이라고 들었어요. 그래서 마을을 기획할 때 중점을 건물, 시설 같은 하드웨어가 아닌 관계, 대화, 마음의 전달 같은 비정형화된 요소들에서부터 시작했을 때 어떤 마을을 만들 수 있는가 하는 지점에서 좋은 사례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해요. 또 ‘센토퓨아’ 같은 복합공간, 최초의 공립 일본어 학교, ‘콤파스’ 인생학교 등을 보면서 지역이나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행정의 힘이 마을에 얼마나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지 깊게 느낄 수 있었어요.
히가시카와는 "인구 유입이 아닌 삶의 질, 과밀도 소멸도 아닌 ‘적정’한 마을"을 선택한 곳입니다.
이 마을에서 만난 장면 중, 내 일이나 삶과 겹쳐 보인 것이 있었나요?
히가시카와의 카페, 음식점 등 자영업자 분들을 보면 영업시간이 짧고, 주 2일 정도는 휴무일이라는 특징이 있었어요. 자영업이라도 워라밸을 확실히 지키면서 나머지 시간에는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하시는 것 같았고, 그 점에서 하루의 절반만 일하는 제 삶과 많이 닮아있었어요. 퇴근 이후 별도의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작년엔 1년 간 축사에서 소들에게 밥을 주는 일을 했었고, 여름이면 포도 농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해요. 올해는 사회복지사 자격증 취득 과정으로 중증장애인거주시설에서 실습을 했고, 앞으로도 자원봉사 형태로 방문해보려 해요. 이런 활동은 노동시간이 길면 병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노동에 필요한 만큼만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는 히가시카와 사람들과 제 삶이 여러모로 닮아있다고 생각했어요.

함께 온 동행들이 있었기에 히가시카와에서 얻을 수 있었던 것이 있다면?
고민없이 아사히다케를 꼽고 싶어요. 본격적인 워케이션 첫 날에 새벽산책을 하다가 오늘 날씨에 아사히다케를 꼭 가봐야 할 것 같아서 같은 방 식구들에게 제안했는데 흔쾌히 함께해줬어요. 4명이서 함께였기 때문에 용기내서 정상 등반코스에도 도전해볼 수 있었고, 덕분에 색다른 경치를 볼 수 있었어요. 동행한 정환 님으로부터 주변의 새와 고산 식물들에 대해서 설명도 들을 수 있었고요. 즐거운 에너지들이 모여 말이 금세 행동으로 옮겨지는 순간이었어요.
히가시카와에 오는 활동가에게 권하고 싶은 활동이나 장소, 만남이 있다면?
‘센토퓨아’를 가장 추천하고 싶어요. 건물 주변에 앉아 밥이나 간식을 먹을 수도 있고, 친구들과 대화도 가능하고, 책도 읽을 수 있고, 개인작업도 할 수 있고, 공용 화장실도 있고, 히가시카와의 정체성 중 하나인 ‘너의 의자’ 전시도 볼 수 있어요. 그리고 아이부터 학생, 노인까지, 내국인부터 외국인까지 모두가 자유롭게 이용하는 복합공간이라 분위기가 편안해요. 이곳을 중심으로 1km 이내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을 거예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일은 역시 노인복지 분야예요. 저는 보조금을 지원받는 노인복지사업 중 하나인 ‘재가노인지원서비스’의 사무원으로 일하고 있어요. 이 사업은 요양보호사 2명이 약 60~80명의 어르신댁에 직접 방문해 말벗, 장보기, 병원동행, 차량지원, 간단한 집안일 등 어르신이 필요한 일상서비스를 지원하는 사업인데, 저는 사회복지사 선생님과 함께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이 현장에서 잘 서비스할 수 있도록 일정 계획, 프로그램 기획, 간단한 세무와 서류작업 등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올해는 저희 동네에서 청소년 활동을 하는 ‘아영 아꿈부모회’에 소속되어서 지원사업의 회계를 담당하고 있어요. 두 가지 지원사업을 받았는데, 크게 분류해보면 청소년 캠프, 일상놀이 지원, 지역주민 교류행사, 우리 지역의 이주민 현황 지도 만들기 등 지역에 필요한 활동을 기획하고 지원해보려 합니다.
이 일을 하면서 어렵다고 느끼는 순간, 보람을 얻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결국은 제가 하는 일이 지역 내 복지활동인데, 일을 하면서 가장 자주 떠오르는 질문은 ‘그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복지는 무엇일까?’예요. 노인복지 일을 하다보면 애써 고민해서 가치가 담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했을 때의 만족도보다 단순 물품지원의 만족도가 높을 때가 많거든요. 이용자 중심의 서비스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하지만, 이용자의 단순 욕구를 충족하는 것보다 궁극적으로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면서 기존의 삶보다 조금 더 나은 방향을 함께 고민하는 게 사회복지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제 노력으로 인해 그들의 삶이 조금씩 변화해가거나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잠깐이나마 반짝이는 순간을 발견할 때 가장 보람을 느껴요.

최근 나의 가장 큰 이슈나 화두, 관심거리는 무엇인가요?
왜 어떤 존재는 비가시화되는가. 이 질문이 저를 여기까지 이끌었다고 생각해요. ‘여성’, ‘장애인’, ‘농부’, ‘비인간동물’, ‘자연’, ‘이주민’, ‘퀴어’처럼 저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존재들이지만 권력이 비대칭적이거나 주류 사회에서 약간 빗겨나 있는 존재들에게 계속 관심이 가요. 누군가를 착취하지 않고, 어떠한 정체성도 연대해서 살아갈 수 있는 이상적인 사회는 죽을 때까지 못 보겠지만 저는 제 방식대로 그들을 드러내고 우리와 함께 살고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나의 좋은 점, 혹은 자신 있는 점을 이야기해 주세요.
경험해보는 일을 멈추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제가 단순하고 우직한 타입이라 머리로만 아는 것 말고 현장에서 경험해봐야만 잘 이해하는 타입이에요. 어떤 일은 몸으로 통과해서 충분히 소화해낼 때 본질을 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과정은 힘들지만요. 대부분 다양한 조건들 때문에 시도하기가 움츠러들 때가 많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해보는 사람이라는 게 제가 가진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이승현
저는 지리산으로 귀촌한 8년 차 귀촌인 이승현입니다. 남원시 동부권에 살면서 하루의 절반은 노인복지센터에서 근무하고, 나머지 절반은 기록활동, 청소년 활동 지원, 게임 강의 등 그때그때 지역에서 필요한 일을 하고 있어요.
2022년에 지리산으로 귀촌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리기 위해 <어디에나 우리가>라는 인터뷰집(독립출판물)을 냈고, 틈틈이 인터뷰, 모임 기록 활동 등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이번 워케이션에 어떤 목표를 가지고 오셨나요?
히가시카와라는 마을보다도 홋카이도 시골마을의 한적함을 기대하고 왔어요. 대자연과 가까이에서 일하고 쉬는 경험은 어떨까 하고요. 워케이션이라는 형태는 처음 경험해보는데, 일상적인 활동지역으로부터 멀리 벗어났을 때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또 각 지역에서 다양한 분야의 활동가 분들을 만난다는 설렘이 있었습니다. 최대한 잘 쉬고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활동은 무엇인지 고민해보고 싶었어요.
히가시카와에서의 시간을 경험해보시니 어떤가요?
히가시카와는 행정의 주도로 치밀하게 설계된 마을이라고 들었어요. 그래서 마을을 기획할 때 중점을 건물, 시설 같은 하드웨어가 아닌 관계, 대화, 마음의 전달 같은 비정형화된 요소들에서부터 시작했을 때 어떤 마을을 만들 수 있는가 하는 지점에서 좋은 사례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해요. 또 ‘센토퓨아’ 같은 복합공간, 최초의 공립 일본어 학교, ‘콤파스’ 인생학교 등을 보면서 지역이나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행정의 힘이 마을에 얼마나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지 깊게 느낄 수 있었어요.
히가시카와는 "인구 유입이 아닌 삶의 질, 과밀도 소멸도 아닌 ‘적정’한 마을"을 선택한 곳입니다.
이 마을에서 만난 장면 중, 내 일이나 삶과 겹쳐 보인 것이 있었나요?
히가시카와의 카페, 음식점 등 자영업자 분들을 보면 영업시간이 짧고, 주 2일 정도는 휴무일이라는 특징이 있었어요. 자영업이라도 워라밸을 확실히 지키면서 나머지 시간에는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하시는 것 같았고, 그 점에서 하루의 절반만 일하는 제 삶과 많이 닮아있었어요. 퇴근 이후 별도의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작년엔 1년 간 축사에서 소들에게 밥을 주는 일을 했었고, 여름이면 포도 농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해요. 올해는 사회복지사 자격증 취득 과정으로 중증장애인거주시설에서 실습을 했고, 앞으로도 자원봉사 형태로 방문해보려 해요. 이런 활동은 노동시간이 길면 병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노동에 필요한 만큼만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는 히가시카와 사람들과 제 삶이 여러모로 닮아있다고 생각했어요.
함께 온 동행들이 있었기에 히가시카와에서 얻을 수 있었던 것이 있다면?
고민없이 아사히다케를 꼽고 싶어요. 본격적인 워케이션 첫 날에 새벽산책을 하다가 오늘 날씨에 아사히다케를 꼭 가봐야 할 것 같아서 같은 방 식구들에게 제안했는데 흔쾌히 함께해줬어요. 4명이서 함께였기 때문에 용기내서 정상 등반코스에도 도전해볼 수 있었고, 덕분에 색다른 경치를 볼 수 있었어요. 동행한 정환 님으로부터 주변의 새와 고산 식물들에 대해서 설명도 들을 수 있었고요. 즐거운 에너지들이 모여 말이 금세 행동으로 옮겨지는 순간이었어요.
히가시카와에 오는 활동가에게 권하고 싶은 활동이나 장소, 만남이 있다면?
‘센토퓨아’를 가장 추천하고 싶어요. 건물 주변에 앉아 밥이나 간식을 먹을 수도 있고, 친구들과 대화도 가능하고, 책도 읽을 수 있고, 개인작업도 할 수 있고, 공용 화장실도 있고, 히가시카와의 정체성 중 하나인 ‘너의 의자’ 전시도 볼 수 있어요. 그리고 아이부터 학생, 노인까지, 내국인부터 외국인까지 모두가 자유롭게 이용하는 복합공간이라 분위기가 편안해요. 이곳을 중심으로 1km 이내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을 거예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일은 역시 노인복지 분야예요. 저는 보조금을 지원받는 노인복지사업 중 하나인 ‘재가노인지원서비스’의 사무원으로 일하고 있어요. 이 사업은 요양보호사 2명이 약 60~80명의 어르신댁에 직접 방문해 말벗, 장보기, 병원동행, 차량지원, 간단한 집안일 등 어르신이 필요한 일상서비스를 지원하는 사업인데, 저는 사회복지사 선생님과 함께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이 현장에서 잘 서비스할 수 있도록 일정 계획, 프로그램 기획, 간단한 세무와 서류작업 등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올해는 저희 동네에서 청소년 활동을 하는 ‘아영 아꿈부모회’에 소속되어서 지원사업의 회계를 담당하고 있어요. 두 가지 지원사업을 받았는데, 크게 분류해보면 청소년 캠프, 일상놀이 지원, 지역주민 교류행사, 우리 지역의 이주민 현황 지도 만들기 등 지역에 필요한 활동을 기획하고 지원해보려 합니다.
이 일을 하면서 어렵다고 느끼는 순간, 보람을 얻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결국은 제가 하는 일이 지역 내 복지활동인데, 일을 하면서 가장 자주 떠오르는 질문은 ‘그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복지는 무엇일까?’예요. 노인복지 일을 하다보면 애써 고민해서 가치가 담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했을 때의 만족도보다 단순 물품지원의 만족도가 높을 때가 많거든요. 이용자 중심의 서비스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하지만, 이용자의 단순 욕구를 충족하는 것보다 궁극적으로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면서 기존의 삶보다 조금 더 나은 방향을 함께 고민하는 게 사회복지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제 노력으로 인해 그들의 삶이 조금씩 변화해가거나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잠깐이나마 반짝이는 순간을 발견할 때 가장 보람을 느껴요.
최근 나의 가장 큰 이슈나 화두, 관심거리는 무엇인가요?
왜 어떤 존재는 비가시화되는가. 이 질문이 저를 여기까지 이끌었다고 생각해요. ‘여성’, ‘장애인’, ‘농부’, ‘비인간동물’, ‘자연’, ‘이주민’, ‘퀴어’처럼 저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존재들이지만 권력이 비대칭적이거나 주류 사회에서 약간 빗겨나 있는 존재들에게 계속 관심이 가요. 누군가를 착취하지 않고, 어떠한 정체성도 연대해서 살아갈 수 있는 이상적인 사회는 죽을 때까지 못 보겠지만 저는 제 방식대로 그들을 드러내고 우리와 함께 살고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나의 좋은 점, 혹은 자신 있는 점을 이야기해 주세요.
경험해보는 일을 멈추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제가 단순하고 우직한 타입이라 머리로만 아는 것 말고 현장에서 경험해봐야만 잘 이해하는 타입이에요. 어떤 일은 몸으로 통과해서 충분히 소화해낼 때 본질을 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과정은 힘들지만요. 대부분 다양한 조건들 때문에 시도하기가 움츠러들 때가 많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해보는 사람이라는 게 제가 가진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