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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택 - #지리산 #마을 #연결

임현택


지리산 자락이 있는 남원시 산내면으로 이주한 지 15년이 되었습니다. 마을카페 '토닥'을 만드는 일에 함께하며 지역 활동을 시작했고, 현재는 지리산이음 활동가이자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지리산이음은 마을이 가진 가능성에 주목하며 ‘토닥’이라는 마을까페를 만드는 일에서 출발해, 지금은 지역과 우리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만나고 연결하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저 역시 지리산이라는 공간을 기반으로 사람과 사람, 마을과 사회를 잇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워케이션에 어떤 목표를 가지고 오셨나요? 


2년 전 히가시카와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히가시카와 행정의 공식적인 안내를 받으며 지역을 둘러보았지만, 2박 3일의 짧은 일정 탓에 마을을 천천히 경험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번 워케이션에서는 일정이 조금 길다보니 조금 다른 방식으로 히가시카와를 만날 수 있을것이라는 기대가 컸습니다. 특히, 마을 어디에서나 보이는 다이세츠산을 직접 올라가 보는 것, 그리고 숲속 자연휴양림 같은 분위기의 우리 숙소를 충분히 활용하며 이곳의 일상을 경험해 보는 것이 개인적인 목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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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카와에서의 시간을 경험해보시니 어떤가요?


히가시카와는 홋카이도에서 가장 높은 산이자 국립공원인 다이세츠산과 가장 가까운 마을입니다. 그래서 마을 어디에서든 웅장한 다이세츠산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방문한 시기는 6월 초, 초여름이 시작되는 시점이었지만 다이세츠산 정상부에는 여전히 눈이 남아 있었습니다. 특히 둘째 날 아침, 마을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걷다가 마주한 풍경이 인상 깊었습니다. 아직 설산인 다이세츠산 아래로 모내기를 마친 넓은 논이 한눈에 들어왔는데, 한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이국적이면서도 경이로운 장면이었습니다.


사실 첫날 아침 마주했던 히가시카와의 풍경이 워낙 강렬해서 이번 일정 전체가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된 것 같습니다. 여기에 더해 직접 다이세츠산에 올라 설산 위를 걸었던 경험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특별한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히가시카와는 단순히 인구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고, 과밀과 소멸 사이에서 ‘적정한 규모의 마을’을 지향하는 곳이라고 들었습니다. 며칠간 머무르며 경험한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은 이러한 가치가 단순한 정책 구호가 아니라 실제 마을의 삶 속에 녹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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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카와는 "인구 유입이 아닌 삶의 질, 과밀도 소멸도 아닌 ‘적정’한 마을"을 선택한 곳입니다.
이 마을에서 만난 장면 중, 내 일이나 삶과 겹쳐 보인 것이 있었나요?


히가시카와 초등학교 앞에는 학교 운동장과 자연스럽게 연결된 넓은 체육공원이 있습니다. 숙소에서 마을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만나게 되는 곳인데, 일요일 아침 동료들과 산책하던 중 이곳에 들르게 되었습니다. 공원 한쪽에서는 초등학생들의 야구 경기가, 다른 한쪽에서는 축구 경기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운동장 옆 잔디 언덕에는 부모들이 캠핑 의자에 앉아 아이들의 경기를 응원하고 있었고, 그 모습이 무척 자연스럽고 평화롭게 느껴졌습니다.


이 장면은 히가시카와 주민들의 여유와 풍요로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처럼 보였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행정 주도의 지역 정책과 주민들의 자치 활동이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해 많은 질문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이 모습을 보면서, 결국 지역을 지탱하는 힘은 주민들 사이의 자연스러운 관계와 연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말 아침, 아이들은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부모들은 함께 응원하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 어쩌면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지만, 요즘에는 오히려 쉽게 보기 어려운 풍경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인상 깊었고, 우리 마을에서도 이런 장면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날들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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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온 동행들이 있었기에 히가시카와에서 얻을 수 있었던 것이 있다면?


이번 히가시카와 일정은 ‘워케이션’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모인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시간을 만들어가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정해진 일정에 따라 움직이기보다는 개인이 스스로 일정을 구성하고, 필요에 따라 서로의 시간을 나누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여정은 장소만큼이나 함께한 사람들이 중요했던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온 동행들은 각자의 시간을 충분히 즐기면서도, 함께하는 순간들을 자연스럽게 만들어냈습니다. 덕분에 개인적인 경험과 서로의 경험이 잘 어우러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참가자들과 함께 걸었던 마을 길, 함께 방문했던 공간과 가게들, 그리고 저녁마다 숙소에 모여 나누었던 대화는 이번 워케이션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같은 풍경을 바라보더라도 서로 다른 시선과 생각을 나누는 과정에서 혼자였다면 미처 발견하지 못했을 것들도 많이 만났던 것 같습니다. 


이번 히가시카와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특정한 경험이나 성과라기보다 함께했던 사람들과 나눈 대화가 에너지였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얻은 것들도 많았지만, 모두가 함께 시간을 보내며 만들어낸 긍정적인 분위기와 연결감이 저에게는 더 큰 힘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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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카와에 오는 활동가에게 권하고 싶은 활동이나 장소, 만남이 있다면?


히가시카와를 찾는 활동가들에게 가장 먼저 권하고 싶은 곳은 다이세츠산입니다. 다이세츠산은 홋카이도 중심부에 위치한 해발 2,291m의 산으로, 히가시카와에서 대중교통으로 약 40분이면 도착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방문했을때, 아직 눈이 녹는 계절이라 등산로를 이용하기는 쉽지 않아 많은 등산객들이 로프웨이(케이블카)를 이용했습니다.  저 역시 로프웨이를 타고 올라갔는데, 별다른 등산 장비 없이도 설산 아사히다케를 오르며 눈길을 걷고, 얼어 있는 호수와 유황이 분출되는 풍경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초여름과 겨울이 공존하는 듯한 독특한 자연환경은 그 자체로 큰 감동이었습니다.


설경이 워낙 아름다워 사진도 많이 남겼지만, 한편으로는 작은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아마도 지리산 천왕봉이나 한라산 백록담을 직접 걸어서 올랐을 때 느꼈던 성취감과는 조금 다른 경험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절경은 충분히 감동적이었지만, 힘들게 두 발로 올라섰을 때의 벅찬 감정까지는 채워주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다음에 다시 다이세츠산을 찾게 된다면 로프웨이가 아닌 제 두 발로 정상까지 올라가 보고 싶습니다. 그 과정까지 포함해 다이세츠산을 경험한다면 더욱 깊고 오래 남는 기억이 될 것 같습니다.


히가시카와를 방문하는 활동가가 있다면, 꼭 시간을 내어 다이세츠산에 올라보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이곳의 자연을 직접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것이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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