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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환 - #지리산 #새 #숲

정정환


저는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지리산사람들에서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정정환이라고 합니다. 어릴 때부터 산을 좋아하고, 숲을 좋아했고, 새를 좋아 했습니다. 그래서 매일 새를 보러 숲과 강으로 나갔고, 그렇게 강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동물들의 흔적을 찾고, 기록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지금은 단체에서 지리산 관련 개발사업에 대응하는 활동을 하고있고, 이와 함께 다른 지역의 현안에도 함께 연대하는 활동을 주로 하고있습니다. 현장 활동이 주이고 사무실에 있는 일은 적습니다. 늘 밖으로 산으로, 강으로, 개발사업 대응과 관련된 집회, 기자회견과 같은 현장으로 다니는 일을 하고 있고, 단체 활동을 하면서 서울도 자주 올라가게 되면서 나는 어쩌다 사람이 많은 것을 좋아하지 않으면서 서울을 자주 올라가게 되었나 돌아보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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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워케이션에 어떤 목표를 가지고 오셨나요?


처음 이 제안을 들었을 때 워케이션 보다는 홋카이도의 숲과, 다이세츠산, 아사히다케산의 숲과 설산을 보는 것이 주 목표였습니다. 홋카이도와 삿포로의 새를 보는 것도 하나의 목표이기도 하였구요. 처음 여행을 준비하며 가볼만한 장소들을 물색했습니다. 주변에 물어보기도 하였구요. 하지만 이동이 문제였습니다. 대중교통은 자신이 없고, 오토바이를 렌트하려 하였으나 이 또한 렌트 장소와 숙소와의 거리 문제로 빌리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는 ‘최대한 가까운 모든 숲을 다녀보자, 뭐 될 대로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히가시카와에서의 시간을 경험해보시니 어떤가요?


숙소 주변에서 본 숲이 좋았고, 아사히다케 아래의 눈과 함께 피어난 동이나물의 생명력과, 바람꽃의 생명력이 아름다웠습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편안하게 새를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현장 활동을 하면서 마음 편안하게 새를 관찰하지 못하였는데 이번 워케이션에서 숲 속을 걸으며 새 소리가 들리면 그 새 소리의 주인을 찾아 한없이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바쁘게 어디를 가야하는 것이 아니기에, 편안하게 듣고,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목표중 하나였던 숲(원시림) 또한 원시림은 아니지만 숙소 주변에서 멋지고 편안한 숲을 만나 매일 새벽이면 나가 걸었습니다. 아사히다케 설산을 보고 주변 숲을 거닐었는데 우연찮게 들어간 숲길에서 원시림에 가까운 숲들을 만났습니다. 눈으로 인해 길을 잃을 뻔도 하였지만 그래도 안전하게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면서 위험은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곰 똥도 봤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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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만난 가문비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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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다케 아래 숲 속에서



일하며 하는 여행, 처음에는 현장 활동가가 현장을 벗어나 무슨 일이 있겠는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하니 정리할 서류, 지원사업 관련 정리, 원고 마감 등 일들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센터퓨어에 나가 작업을 하기도 하였는데 작업을 하며 느꼈던 것은 잠시 쉬면서, 꼭 커피를 사지 않아도 되는 그런 편안한 작업 공간으로 좋았다는 것이었습니다.


마을은 사람 냄새는 나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집들은 멋지고 좋아 보였습니다. 식당과 카페와 같은 가게들도 집집마다 개성이 있고 특별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친절했습니다. 하지만 계획 도시였던 히가시카와의 특성상 직선으로 나뉘어져 있는 논과 밭, 집터, 질서 정연한 건물의 배치는 딱딱하고 사람의 향기라기 보다는 관공서와 같이 사람이 사는 공간이 아닌 세트장과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대화가 통하지 않아 그곳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지 못해 거기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기분인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게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이건 다른분이 정리해 주시리라 생각하며 기대해 봅니다.


처음 캐빈(숙소)에서 걸어서 히가시카와까지 나가봤습니다. 아사히다케 산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서였습니다. 정말 끝 없이, 활주로처럼 뻗어있는 길이었습니다. 걸어도 걸어도 같은 길을 걷는 것 같은 기분, 이 길은 걸어서 다니면 너무 힘들겠다 싶을 때, 아사히다케의 설산이 보였습니다. 초록 논과 함께 우뚝 솟은 설산의 모습, 지겨웠던 길을 달래주는 풍경이었습니다.


히가시카와를 벗어나 도심인 아사히카와에서 만난 작은 서점도 기억에 남습니다. 나이가 많으신 사장님이 운영을 하셨는데 삿포로와 고산지대 식물, 조류 도감 등 4권을 골라 구입하려 가져가니 ‘이빠이데스~’를 외치시던 사장님의 표정과 목소리가 기억에 남습니다. 뭐라 알아들을 수 없는 타국의 언어로 몇 가지 질문을 하셨는데 그냥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습니다. 여기에 있으며 들어간 가게들 마다 모두 친절하게 응대를 하며 몇몇 사람들은 일본어로 질문을 하였는데 알아들을 수 없었습니다. 서점에서도 너무 반가워하며 말을 붙이는 사장님을 보면서 일본어를 몰라서 알아듣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 하루였습니다. 과연 그들은 웃으며 나에게 어떠한 질문을 던졌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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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구입한 책




히가시카와는 "인구 유입이 아닌 삶의 질, 과밀도 소멸도 아닌 ‘적정’한 마을"을 선택한 곳입니다.
이 마을에서 만난 장면 중, 내 일이나 삶과 겹쳐 보인 것이 있었나요?


지역은 늘 소멸 위기를 이야기하며 늘 사람들을 협박합니다. 하지만 인구가 많은 것이 중요한 것이아니라 현재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만족하고 사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곳 마을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과연 행복할까? 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부정적으로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아니라 알아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편안하게 쉬어갈 수 있는 곳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모두에게 편안한 공간은 아니었다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완벽한 곳은 없습니다. 모두 내부에는 다양한 문제와 갈등이 존재합니다.

 



함께 온 동행들이 있었기에 히가시카와에서 얻을 수 있었던 것이 있다면?


히가시카와의 역사와 일본의 문화를 이야기해준 소보로 덕분에 많은 정보와 장소를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혼자였다면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리고 5일, 버스도 처음이라 타기가 어려워 아마 혼자였다면 못 갔을 아사히다케를 함께 가주었던 하무와 승현, 함께해서 아사히다케의 설산과 눈과 꽃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함께해서 저녁도 푸짐하게 먹을 수 있었고, 맛있는 식당과 온천을 즐길 수 있어서 이번 여행이 풍성했습니다. 정말 많은 것들을 얻어갑니다.

 


히가시카와에 오는 활동가에게 권하고 싶은 활동이나 장소, 만남이 있다면?


아사히다케 로프웨이 아래에 있는 숲길을 꼭 걸어보세요. 로프웨이 주차장에서 서쪽 방향에 있습니다. 아름드리 가문비나무와, 사스레나무, 거제수나무 숲을 볼 수 있습니다. 멀리, 산속 깊이 걸어서 들어가지 않아도 만날 수 있는 멋진 숲입니다. 그리고 키토우시의 숲 캐빈에서 머무신다면 전망대 탐방로를 걸어보세요 아름다운 숲을 만날 수 있습니다. 도로를 따라가지 말고, 도로를 걷다가 좌측으로 만들어진 숲길로 들어가면 됩니다. 그런데 곰이 나온다고 해요. 꼭 방울을 준비해 가시길 바랍니다.


서점 주인분과의 만남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다시 일본에 온다면 다시 들러보고 싶은 곳이었습니다. 그때는 대화가 가능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지만 그렇다고 일본어를 배울 자신은 없으니까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참 좋은 경험이었고 아름다운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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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나무 사이에서 피어난 꽃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지리산을 아끼고 사랑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지리산이 아프지 않게, 지리산에 살아가는 생명들이 집을 파괴되지 않게, 그리고 그 주변에서 지리산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리산만이 아니라 타 지역의 개발 현장과도 연대하며 같이 대응하고 있습니다. 홍천, 새만금, 가덕도, 제주도, 설악산, 금강, 낙동강 등 함께 생명들의 터전, 우리들의 강을 지키는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생태교육과 학교 생태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일을 하면서 어렵다고 느끼는 순간, 보람을 얻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찬성과 반대가 부딪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로의 생각의 차이가 좁혀지기 어렵고, 부딪히는 경우 서로를 힘들게 합니다.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사람이지만 입자의 차이, 관점과 자신이 서 있는 자리의 차이로 서로 찬, 반으로 부딪히기도 합니다. 그때가 가장 힘이 들고 가슴이 아픕니다. 그래도 보람이 되는 순간은 함께 연대하고 함께 투쟁하여 어떤 사업을 막아내거나, 축소를 시키거나, 잠시라도 중단을 시켜 성과를 만들어 냈을 때입니다.

 



이 일을 계속 하기 위해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함께하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타인을 인정하는 마음입니다. 너는 왜 그러냐 저 나쁜사람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면 스스로가 힘들어지고 고통스러워지게 됩니다. 어렵고 힘들때 숲과 생명들의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보다보면 치유가 되고, 편안해 집니다. 그리고 연대하는 마음,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지치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나의 가장 큰 이슈나 화두, 관심거리는 무엇인가요?

이번 지방선거 이후에 올라오고 있는 지리산 관련 개발 이슈입니다. 산청에서, 함양에서, 앞으로 많은 논란들이 발생할 것 같아 걱정이 되지만,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며, 문제를 바로잡을 것입니다.

 



Compath의 모토는 "언제나 사회는 누군가의 작은 물음에서 변해간다"입니다.
지금 내 안의 작은 물음은 무엇인가요?


우리는 어떤 세상으로 나아갈 것인가? 착취하고 빼앗고 파괴하는 세상인가 아니면 함께하고 서로 보듬으며, 생명과 평화를 찾아갈 것인가?

그리고 늘 하는 질문은 ‘나는 지금 잘 하고 있는가? 괴물이 되고 있지는 않은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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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다케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