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공정옥
사실 제일 처음 느낌은 "거리가 왜 이렇게 깨끗하지?", "왜 이렇게 조용하지?"였어요. 휴지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거리는 깨끗했고 한가로웠어요. 특히 숙소는 숲속에 있어서 고요하다 보니 워케이션에 아주 좋은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읍내 가운데에 있는 '센터퓨아'라는 마을 도서관이 이 마을을 설명한다고 느낄 정도로 인상 깊었어요. 다양한 연령층의 분들이 마을 도서관을 편하게 이용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학교 마치고 삼삼오오 모여서 친구들이랑 밝은 얼굴로 이야기하며 공부를 하기도 하고 게임도 하기도 하는 모습이 행복해 보였어요. 지나치게 조용하기만 한 한국의 도서관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여서 훨씬 편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 김신애
머무는 동안 히가시카와의 아름다움을 천천히 바라보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지역으로 돌아온 후 그 경험의 가치가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우리는 매일 보는 지역의 풍경에 익숙해져 단조로움을 느끼곤 합니다. 하지만 히가시카와를 경험하고 돌아와 보니, 제가 살고 있는 태백 장성동 곳곳에도 충분히 아름다운 풍경과 가치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다시 또 새롭게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이런 것들을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지켜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생겼습니다.
■ 김주영
멋진 풍경과 공간, 깨끗한 물과 공기… 인상적인 마을이었어요. 좋은 동행들이 있어 조금 더 머물러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워케이션은 처음인데, 일과 배움과 휴식이 함께 있어 더 좋았던 것 같아요.
■ 박우현(소보로)
일본의 지역 중 이번처럼 한 도시에서 일주일을 체류한 건 처음이었습니다. 그동안은 일주일이 넘더라도 계속 지역을 이동하며 다니거나 한 지역이라도 3일 이상 머물렀던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인지 일단은 일주일을 머무는 것 자체부터 제겐 신선했습니다.
막상 지내 보니 그동안 경험했던 일본과 무척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잠시 히가시카와가 홋카이도의 일부라는 사실을 잊었던 것 같아요. 홋카이도는 일본으로 편입된 역사가 짧고 근대식 계획 도시로 처음부터 개발된 곳이라 그것을 감안했어야 했어요. 그렇다고 안 좋았다는 말이 아니고, 오히려 미국 소도시를 방문한 느낌이랑 비슷해서 놀랐어요. 왜 있잖아요. 시내를 벗어나면 사방으로 옥수수밭만 펼쳐지는 오하이오 같은 곳 말입니다. 도로는 바둑판 모양이고 시작과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이 이어지는 평원의 도시. 식당이나 카페, 상점을 들어가야 일본이라는 느낌을 받았을 정도였습니다.
■ 하무
그래도 즐겁다! 였어요. 분명 아쉬운 것도 있고, 이해되지 않는 지점도 있고, 스스로 놓친 부분들도 있었지만 즐거웠습니다. 맛있는 맥주와 낯선 풍경과 마주침들이 있었으니까요. 가끔은 거리 두기가 이렇게 필요한가봐요. 제가 사는 마을이 다시 보이기도 하더라고요.
■ 이승현
히가시카와는 행정의 주도로 치밀하게 설계된 마을이라고 들었어요. 그래서 마을을 기획할 때 중점을 건물, 시설 같은 하드웨어가 아닌 관계, 대화, 마음의 전달 같은 비정형화된 요소들에서부터 시작했을 때 어떤 마을을 만들 수 있는가 하는 지점에서 좋은 사례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해요. 또 '센토퓨아' 같은 복합공간, 최초의 공립 일본어 학교, '콤파스' 인생학교 등을 보면서 지역이나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행정의 힘이 마을에 얼마나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지 깊게 느낄 수 있었어요.
■ 자유
6월에 많은 일이 겹쳐서 마음이 조급했는데. 히가시카와의 시간이 조금 여유를 주었어요. 멀리 보이는 아사히다케 산과 잘 정비된 도로와 건물들, 그 사이 논과 나무들이 조금 마음을 쉬도록 해주었어요.
■ 정정환
숙소 주변에서 본 숲이 좋았고, 아사히다케 아래의 눈과 함께 피어난 동이나물의 생명력과, 바람꽃의 생명력이 아름다웠습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편안하게 새를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현장 활동을 하면서 마음 편안하게 새를 관찰하지 못하였는데, 이번 워케이션에서 숲 속을 걸으며 새 소리가 들리면 그 새 소리의 주인을 찾아 한없이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바쁘게 어디를 가야 하는 것이 아니기에 편안하게 듣고,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마을은 사람 냄새는 나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집들은 멋지고 좋아 보였습니다. 식당과 카페와 같은 가게들도 집집마다 개성이 있고 특별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친절했습니다. 하지만 계획 도시였던 히가시카와의 특성상 직선으로 나뉘어져 있는 논과 밭, 집터, 질서 정연한 건물의 배치는 딱딱하고 사람의 향기라기보다는 관공서와 같이 사람이 사는 공간이 아닌 세트장과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 임현택
히가시카와는 홋카이도에서 가장 높은 산이자 국립공원인 다이세쓰산과 가장 가까운 마을입니다. 그래서 마을 어디에서든 웅장한 다이세쓰산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방문한 시기는 6월 초, 초여름이 시작되는 시점이었지만 다이세쓰산 정상부에는 여전히 눈이 남아 있었습니다. 특히 둘째 날 아침, 마을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걷다가 마주한 풍경이 인상 깊었습니다. 아직 설산인 다이세쓰산 아래로 모내기를 마친 넓은 논이 한눈에 들어왔는데, 한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이국적이면서도 경이로운 장면이었습니다.
히가시카와는 단순히 인구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고, 과밀과 소멸 사이에서 '적정한 규모의 마을'을 지향하는 곳이라고 들었습니다. 며칠간 머무르며 경험한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은 이러한 가치가 단순한 정책 구호가 아니라 실제 마을의 삶 속에 녹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 우승완
히가시카와에 오기 전부터 '사진의 마을'이라는 별칭이 인상적이어서 관련 정보를 찾아봤습니다. 마을에 있는 사진 전시관도 찾아가 봤는데, 제가 평소 촬영하는 스타일과는 정반대의 사진을 선보인 작가의 작품이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또한 거리가 매우 깨끗하고, 사람들이 횡단보도를 건널 때 차량이 자연스럽게 멈춰 기다려 주는 모습에서 높은 시민의식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진으로만 보던 대설산 아사히다케를 직접 마주할 수 있었던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6월인데도 눈이 남아 있는 풍경이 무척 신기했고, 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풍경 역시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계절이 바뀌어 단풍이 물들면 또 어떤 모습일지 자연스럽게 상상하게 되었고, 다른 계절의 풍경도 꼭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매력적인 곳이었습니다.
■ 김누리
일본의 지방 창생 사례들은 한국에 많이 소개되는 편인 것 같아요. 책에서든, 행사에서든 어떤 좋은 개별 사례들을 소개할 때 그 지역의 맥락과 고민 지점들이 소거되고 평평한 성공 레시피처럼 인식되는 경우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사례 자체의 내용만큼 현지에서의 실험들이 언제 우리에게 도착했는가, 하는 시차도 중요할 테고요. 히가시카와가 본인들의 '스타일'을 2026년에도 유지해 나가기 위해 시도하고 있는 것들을 지켜볼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걸 여전히 중요하게 생각하는구나, 의외로 여기는 이런 건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모양이다, 하는 생각도 하고요. 요즘 산내청년네트워크 틈새라는 모임으로 다른 지역 청년들을 산내에 초대하는 캠프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하고 있는데요. 익숙하지 않은 농촌 지역에서 시간을 보내는 참가자들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백은선
제가 살고 있는 거창 지역보다 더 인적 드문 히가시카와 숙소와 워케이션 장소들에서 여백을 느끼고 쉬어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운전하지 않고 걸어서 마을을 둘러보는 시간, 셔틀버스를 기다리며 잔디밭에서 자유로이 뛰어노는 사람들을 잠시 바라보는 시간. 일상적 행동일지라도 스치듯 지나치는 모습들을 잠시 서서 눈에 담아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편리하진 않지만 그를 상쇄할 만한 농촌의 자연경관의 매력, 센토퓨아 공간, 다이세쓰산, 마을의 일상, 먹거리 등 5박 6일을 느슨한 듯 가득 채울 수 있는 요소였어요.
■ 강나루
히가시카와에서의 시간은 낯섦과 익숙함이 함께 느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매일 탁 트인 풍광과 너른 평야를 만날 수 있었는데, 제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라 여행의 감각을 한껏 깨워 주었어요. 천천히 걸을 때도 좋았고, 차를 타고 지나가며 바라보는 풍경도 기억에 남았습니다.
한편 마을 안의 공간들을 들여다보면, 제가 살고 있는 제주와 비슷하게 느껴지는 장면들도 많았습니다. 오기 전 '히가시카와 스타일'이라는 책을 미리 읽었고, 그 내용들이 2016년에 기록된 것이라는 점을 알고 와서인지, 지금의 상업공간들은 그로부터 10년 정도 시간이 흐른 뒤의 모습처럼 다가왔습니다. 어떤 공간에서는 그 시간만큼 쌓인 내공과 안정감이 느껴졌고, 또 어떤 공간에서는 처음의 마음이 조금 흐려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 공정옥
작은 시골마을이라서 그렇기도 했겠지만, 늦은 시간까지 문을 여는 곳이 없었어요. 각자의 시간과 속도에 맞게 움직인다는 인상이 들었어요. 도시에서의 삶은 시스템과 조건에 의해 무의식 상태로 돌아가는 게 많잖아요? 그런데 히가시카와 이 곳은 여기만의 시간으로 움직이는 것 같았어요.
자전거를 탄 초등학생 아이들 모두가 헬멧을 쓰고, 마트에서 장 보고 나오는 분들 손에는 장바구니가 훨씬 많이 눈에 띄었고, 집들은 다른 듯 공통의 룰 속에서 잘 정돈되어 있는 풍경이, 이 마을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의 무언가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어요.
늘 분주하게 정신없이 살고 일하는 저의 모습을 돌아보면서, 나만의 시계와 속도를 찾아보는 것이 숙제로 남았어요.
■ 김신애
저는 2018년부터 2025년까지 마을에서 코워킹스페이스 무브노드를 운영했습니다. 외부 사람들은 편하게 드나들었지만, 정작 지역 주민들에게는 심리적 허들이 있어 접근이 쉽지 않았습니다. 히가시카와의 센터퓨아에서 오랜 시간 머물며 관찰해 보니 남녀노소, 지역민과 외지인을 가리지 않고 모두가 자연스럽게 공간을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무브노드가 가졌어야 할 태도는 무엇이었을까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다시 그런 공간을 운영하게 된다면,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의 모습으로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김주영
무엇보다 입지적 조건을 잘 활용한 행정적 지원과 주민의 참여가 큰 역할을 한 것 같아요. 어디서나 보이는 설산의 풍경과 각자의 취향을 듬뿍 담은 작은 공간들이 인상적이었어요. 억지로 인구를 끌어들이기 위해 애쓰기보다, 자기다운 삶의 조건을 적절히 유지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제가 사는 고산과 비슷했어요. 마을 친구들과 함께 다시 한번 와 보고 싶네요.
■ 박우현(소보로)
마을 식당에 갔을 때 앞자리에 앉아 식사하시는 한 어르신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얌전히 앉아서 밥을 한 톨도 남기지 않으시고 천천히 싹 비우시더니 책을 읽으시더라고요. 아마 하루의 루틴 같은 행동일 텐데 여러 가지 상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저 분의 인생은 어땠을까. 아무래도 점점 나이가 들다 보니 노년의 제 모습을 자꾸 상상하게 되네요.
■ 하무
시내를 산책하다 보면 공동주택을 종종 만날 수 있었어요. 대부분 단층 아니면 2층짜리 낮은 건물이었는데, 재미있게도 거의 모든 집집마다 텃밭 겸 마당이 딸려 있더라고요. 어느 집은 꽃이 피는 정원, 어느 집은 정성스레 가꾼 텃밭, 어느 집은 그냥 잡초만 무성하기도 하고요. 자칫하면 뻔할 수 있는 공동주택에 누가 사는지 개성이 드러나는 장면들이었어요. 저도 그렇게 함께 살고 싶어요. 흙을 만지며 이웃과 만나고, 각자의 삶이 어떤 방식으로든 잘 드러나는 마을에서요.
■ 이승현
히가시카와의 카페, 음식점 등 자영업자 분들을 보면 영업시간이 짧고, 주 2일 정도는 휴무일이라는 특징이 있었어요. 자영업이라도 워라밸을 확실히 지키면서 나머지 시간에는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하시는 것 같았고, 그 점에서 하루의 절반만 일하는 제 삶과 많이 닮아 있었어요. 이런 활동은 노동시간이 길면 병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노동에 필요한 만큼만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는 히가시카와 사람들과 제 삶이 여러모로 닮아 있다고 생각했어요.
■ 자유
센토퓨아 읽기방에 오전에는 할아버지 3분이 신문을 읽고 계셨는데, 오후에는 귀여운 할머니 한 분이 루틴인 듯 자연스럽게 북해도 신문을 가져가 읽으시고, 곧이어 들어온 다른 할머니 한 분이 또 매번 그렇다는 듯 잡지를 꺼내며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셨어요. 어린아이부터 청소년들, 호호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각자가 마을 공간을 사용하고, 더불어 만남이 이루어지는 곳. 그런 공유 공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나도 나이 들어 동네 도서관에서 신문 읽는 귀여운 할머니이고 싶었어요.
■ 정정환
지역은 늘 소멸 위기를 이야기하며 늘 사람들을 협박합니다. 하지만 인구가 많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현재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만족하고 사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곳 마을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과연 행복할까? 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부정적으로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 아니라 알아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편안하게 쉬어갈 수 있는 곳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모두에게 편안한 공간은 아니었다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완벽한 곳은 없습니다. 모두 내부에는 다양한 문제와 갈등이 존재합니다.
■ 임현택
히가시카와 초등학교 앞에는 학교 운동장과 자연스럽게 연결된 넓은 체육공원이 있습니다. 일요일 아침 동료들과 산책하던 중 이곳에 들르게 되었습니다.
공원 한쪽에서는 초등학생들의 야구 경기가, 다른 한쪽에서는 축구 경기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운동장 옆 잔디 언덕에는 부모들이 캠핑 의자에 앉아 아이들의 경기를 응원하고 있었고, 그 모습이 무척 자연스럽고 평화롭게 느껴졌습니다.
결국 지역을 지탱하는 힘은 주민들 사이의 자연스러운 관계와 연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에는 오히려 쉽게 보기 어려운 풍경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인상 깊었고, 우리 마을에서도 이런 장면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날들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 우승완
저는 고향인 태백에서 활동하며 지금도 그곳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히가시카와의 풍경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태백이 떠올랐습니다. 태백에는 없는 넓은 평야와 논밭 풍경이 인상적이었지만, 마을을 둘러싼 산들과 그 안에 자리한 마을의 모습에서는 익숙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논밭 너머로 대설산이 보이는 풍경을 보며 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사진을 찍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고, 동시에 제가 왜 태백의 풍경을 좋아하고 기록하고 있는지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 김누리
도서관이자 코워킹 스페이스이자 마을의 중심이 되는 커뮤니티 공간인 센토퓨아가 인상에 많이 남습니다. 지갑을 열어서 내 자리를 살 필요가 없는, 외부에서 온 사람도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도 맘 편히 들락날락할 수 있는 '만만한' 공간은 정말 귀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리산이음에서 운영하는 지리산문화공간 토닥도 그런 곳으로 인식되고, 잘 쓰였으면 좋겠어요. 산내청년공간 틈새도 산내에 이미 사는 청년들이든, 잠깐 들러본 청년들이든 편하게 쓸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공간이기도 하고요. 센토퓨아는 부설된 일본어학교의 수익으로 운영된다고 들었는데, 그럼 틈새와 토닥은 어떤 방식으로 운영을 지속할 것인가 하면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하지만, 적어도 입장료가 없어서, 아는 사람이 없어서 못 들어오는 곳은 아니었으면 하는 거죠.
■ 백은선
'적정함'이라는 게 참 마음에 들었어요. 농촌 인구 유입을 위해서 도시생활자들이 매력을 느낄 만한 것들로 채우는 농촌이 아니라, 마을의 색과 문화, 사람들의 에너지를 무리하게 쓰지 않으면서 각자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 요즘 제가 고민하는 농촌다움에 대해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었어요.
■ 강나루
겹쳐 보인 장면이 있었다면, 그것은 이미 있는 무언가가 계속 잘 자랄 수 있도록 작은 조건을 보태는 '돌봄의 장면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히가시카와의 텃밭에서 자주 보았던 비료 포대 울타리가 그랬습니다. 어린 작물이 바람과 추위 속에서도 스스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작은 보호막을 둘러주는 일. 그것은 씨앗이 자기 힘으로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 주는 일이기에, 씨앗매개자의 역할과 닮아 보였습니다. 또 초등학교 한쪽에 있던 흙과 돌, 물길도 비슷하게 다가왔습니다. 완성된 놀이기구가 아니라 아이들이 직접 물을 흘려 보내고 돌을 옮기며 몸으로 배우는 장소였는데요. 정답을 주기보다 만지고, 다시 흐르게 하면서 관계를 배우게 하는 그 방식이 제가 늘 배우고자 하는 태도와도 닮아 있었습니다.
■ 공정옥
사실 제일 처음 느낌은 "거리가 왜 이렇게 깨끗하지?", "왜 이렇게 조용하지?"였어요. 휴지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거리는 깨끗했고 한가로웠어요. 특히 숙소는 숲속에 있어서 고요하다 보니 워케이션에 아주 좋은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읍내 가운데에 있는 '센터퓨아'라는 마을 도서관이 이 마을을 설명한다고 느낄 정도로 인상 깊었어요. 다양한 연령층의 분들이 마을 도서관을 편하게 이용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학교 마치고 삼삼오오 모여서 친구들이랑 밝은 얼굴로 이야기하며 공부를 하기도 하고 게임도 하기도 하는 모습이 행복해 보였어요. 지나치게 조용하기만 한 한국의 도서관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여서 훨씬 편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 김신애
머무는 동안 히가시카와의 아름다움을 천천히 바라보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지역으로 돌아온 후 그 경험의 가치가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우리는 매일 보는 지역의 풍경에 익숙해져 단조로움을 느끼곤 합니다. 하지만 히가시카와를 경험하고 돌아와 보니, 제가 살고 있는 태백 장성동 곳곳에도 충분히 아름다운 풍경과 가치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다시 또 새롭게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이런 것들을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지켜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생겼습니다.
■ 김주영
멋진 풍경과 공간, 깨끗한 물과 공기… 인상적인 마을이었어요. 좋은 동행들이 있어 조금 더 머물러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워케이션은 처음인데, 일과 배움과 휴식이 함께 있어 더 좋았던 것 같아요.
■ 박우현(소보로)
일본의 지역 중 이번처럼 한 도시에서 일주일을 체류한 건 처음이었습니다. 그동안은 일주일이 넘더라도 계속 지역을 이동하며 다니거나 한 지역이라도 3일 이상 머물렀던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인지 일단은 일주일을 머무는 것 자체부터 제겐 신선했습니다.
막상 지내 보니 그동안 경험했던 일본과 무척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잠시 히가시카와가 홋카이도의 일부라는 사실을 잊었던 것 같아요. 홋카이도는 일본으로 편입된 역사가 짧고 근대식 계획 도시로 처음부터 개발된 곳이라 그것을 감안했어야 했어요. 그렇다고 안 좋았다는 말이 아니고, 오히려 미국 소도시를 방문한 느낌이랑 비슷해서 놀랐어요. 왜 있잖아요. 시내를 벗어나면 사방으로 옥수수밭만 펼쳐지는 오하이오 같은 곳 말입니다. 도로는 바둑판 모양이고 시작과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이 이어지는 평원의 도시. 식당이나 카페, 상점을 들어가야 일본이라는 느낌을 받았을 정도였습니다.
■ 하무
그래도 즐겁다! 였어요. 분명 아쉬운 것도 있고, 이해되지 않는 지점도 있고, 스스로 놓친 부분들도 있었지만 즐거웠습니다. 맛있는 맥주와 낯선 풍경과 마주침들이 있었으니까요. 가끔은 거리 두기가 이렇게 필요한가봐요. 제가 사는 마을이 다시 보이기도 하더라고요.
■ 이승현
히가시카와는 행정의 주도로 치밀하게 설계된 마을이라고 들었어요. 그래서 마을을 기획할 때 중점을 건물, 시설 같은 하드웨어가 아닌 관계, 대화, 마음의 전달 같은 비정형화된 요소들에서부터 시작했을 때 어떤 마을을 만들 수 있는가 하는 지점에서 좋은 사례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해요. 또 '센토퓨아' 같은 복합공간, 최초의 공립 일본어 학교, '콤파스' 인생학교 등을 보면서 지역이나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행정의 힘이 마을에 얼마나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지 깊게 느낄 수 있었어요.
■ 자유
6월에 많은 일이 겹쳐서 마음이 조급했는데. 히가시카와의 시간이 조금 여유를 주었어요. 멀리 보이는 아사히다케 산과 잘 정비된 도로와 건물들, 그 사이 논과 나무들이 조금 마음을 쉬도록 해주었어요.
■ 정정환
숙소 주변에서 본 숲이 좋았고, 아사히다케 아래의 눈과 함께 피어난 동이나물의 생명력과, 바람꽃의 생명력이 아름다웠습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편안하게 새를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현장 활동을 하면서 마음 편안하게 새를 관찰하지 못하였는데, 이번 워케이션에서 숲 속을 걸으며 새 소리가 들리면 그 새 소리의 주인을 찾아 한없이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바쁘게 어디를 가야 하는 것이 아니기에 편안하게 듣고,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마을은 사람 냄새는 나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집들은 멋지고 좋아 보였습니다. 식당과 카페와 같은 가게들도 집집마다 개성이 있고 특별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친절했습니다. 하지만 계획 도시였던 히가시카와의 특성상 직선으로 나뉘어져 있는 논과 밭, 집터, 질서 정연한 건물의 배치는 딱딱하고 사람의 향기라기보다는 관공서와 같이 사람이 사는 공간이 아닌 세트장과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 임현택
히가시카와는 홋카이도에서 가장 높은 산이자 국립공원인 다이세쓰산과 가장 가까운 마을입니다. 그래서 마을 어디에서든 웅장한 다이세쓰산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방문한 시기는 6월 초, 초여름이 시작되는 시점이었지만 다이세쓰산 정상부에는 여전히 눈이 남아 있었습니다. 특히 둘째 날 아침, 마을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걷다가 마주한 풍경이 인상 깊었습니다. 아직 설산인 다이세쓰산 아래로 모내기를 마친 넓은 논이 한눈에 들어왔는데, 한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이국적이면서도 경이로운 장면이었습니다.
히가시카와는 단순히 인구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고, 과밀과 소멸 사이에서 '적정한 규모의 마을'을 지향하는 곳이라고 들었습니다. 며칠간 머무르며 경험한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은 이러한 가치가 단순한 정책 구호가 아니라 실제 마을의 삶 속에 녹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 우승완
히가시카와에 오기 전부터 '사진의 마을'이라는 별칭이 인상적이어서 관련 정보를 찾아봤습니다. 마을에 있는 사진 전시관도 찾아가 봤는데, 제가 평소 촬영하는 스타일과는 정반대의 사진을 선보인 작가의 작품이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또한 거리가 매우 깨끗하고, 사람들이 횡단보도를 건널 때 차량이 자연스럽게 멈춰 기다려 주는 모습에서 높은 시민의식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진으로만 보던 대설산 아사히다케를 직접 마주할 수 있었던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6월인데도 눈이 남아 있는 풍경이 무척 신기했고, 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풍경 역시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계절이 바뀌어 단풍이 물들면 또 어떤 모습일지 자연스럽게 상상하게 되었고, 다른 계절의 풍경도 꼭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매력적인 곳이었습니다.
■ 김누리
일본의 지방 창생 사례들은 한국에 많이 소개되는 편인 것 같아요. 책에서든, 행사에서든 어떤 좋은 개별 사례들을 소개할 때 그 지역의 맥락과 고민 지점들이 소거되고 평평한 성공 레시피처럼 인식되는 경우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사례 자체의 내용만큼 현지에서의 실험들이 언제 우리에게 도착했는가, 하는 시차도 중요할 테고요. 히가시카와가 본인들의 '스타일'을 2026년에도 유지해 나가기 위해 시도하고 있는 것들을 지켜볼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걸 여전히 중요하게 생각하는구나, 의외로 여기는 이런 건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모양이다, 하는 생각도 하고요. 요즘 산내청년네트워크 틈새라는 모임으로 다른 지역 청년들을 산내에 초대하는 캠프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하고 있는데요. 익숙하지 않은 농촌 지역에서 시간을 보내는 참가자들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백은선
제가 살고 있는 거창 지역보다 더 인적 드문 히가시카와 숙소와 워케이션 장소들에서 여백을 느끼고 쉬어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운전하지 않고 걸어서 마을을 둘러보는 시간, 셔틀버스를 기다리며 잔디밭에서 자유로이 뛰어노는 사람들을 잠시 바라보는 시간. 일상적 행동일지라도 스치듯 지나치는 모습들을 잠시 서서 눈에 담아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편리하진 않지만 그를 상쇄할 만한 농촌의 자연경관의 매력, 센토퓨아 공간, 다이세쓰산, 마을의 일상, 먹거리 등 5박 6일을 느슨한 듯 가득 채울 수 있는 요소였어요.
■ 강나루
히가시카와에서의 시간은 낯섦과 익숙함이 함께 느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매일 탁 트인 풍광과 너른 평야를 만날 수 있었는데, 제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라 여행의 감각을 한껏 깨워 주었어요. 천천히 걸을 때도 좋았고, 차를 타고 지나가며 바라보는 풍경도 기억에 남았습니다.
한편 마을 안의 공간들을 들여다보면, 제가 살고 있는 제주와 비슷하게 느껴지는 장면들도 많았습니다. 오기 전 '히가시카와 스타일'이라는 책을 미리 읽었고, 그 내용들이 2016년에 기록된 것이라는 점을 알고 와서인지, 지금의 상업공간들은 그로부터 10년 정도 시간이 흐른 뒤의 모습처럼 다가왔습니다. 어떤 공간에서는 그 시간만큼 쌓인 내공과 안정감이 느껴졌고, 또 어떤 공간에서는 처음의 마음이 조금 흐려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 공정옥
작은 시골마을이라서 그렇기도 했겠지만, 늦은 시간까지 문을 여는 곳이 없었어요. 각자의 시간과 속도에 맞게 움직인다는 인상이 들었어요. 도시에서의 삶은 시스템과 조건에 의해 무의식 상태로 돌아가는 게 많잖아요? 그런데 히가시카와 이 곳은 여기만의 시간으로 움직이는 것 같았어요.
자전거를 탄 초등학생 아이들 모두가 헬멧을 쓰고, 마트에서 장 보고 나오는 분들 손에는 장바구니가 훨씬 많이 눈에 띄었고, 집들은 다른 듯 공통의 룰 속에서 잘 정돈되어 있는 풍경이, 이 마을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의 무언가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어요.
늘 분주하게 정신없이 살고 일하는 저의 모습을 돌아보면서, 나만의 시계와 속도를 찾아보는 것이 숙제로 남았어요.
■ 김신애
저는 2018년부터 2025년까지 마을에서 코워킹스페이스 무브노드를 운영했습니다. 외부 사람들은 편하게 드나들었지만, 정작 지역 주민들에게는 심리적 허들이 있어 접근이 쉽지 않았습니다. 히가시카와의 센터퓨아에서 오랜 시간 머물며 관찰해 보니 남녀노소, 지역민과 외지인을 가리지 않고 모두가 자연스럽게 공간을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무브노드가 가졌어야 할 태도는 무엇이었을까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다시 그런 공간을 운영하게 된다면,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의 모습으로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김주영
무엇보다 입지적 조건을 잘 활용한 행정적 지원과 주민의 참여가 큰 역할을 한 것 같아요. 어디서나 보이는 설산의 풍경과 각자의 취향을 듬뿍 담은 작은 공간들이 인상적이었어요. 억지로 인구를 끌어들이기 위해 애쓰기보다, 자기다운 삶의 조건을 적절히 유지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제가 사는 고산과 비슷했어요. 마을 친구들과 함께 다시 한번 와 보고 싶네요.
■ 박우현(소보로)
마을 식당에 갔을 때 앞자리에 앉아 식사하시는 한 어르신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얌전히 앉아서 밥을 한 톨도 남기지 않으시고 천천히 싹 비우시더니 책을 읽으시더라고요. 아마 하루의 루틴 같은 행동일 텐데 여러 가지 상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저 분의 인생은 어땠을까. 아무래도 점점 나이가 들다 보니 노년의 제 모습을 자꾸 상상하게 되네요.
■ 하무
시내를 산책하다 보면 공동주택을 종종 만날 수 있었어요. 대부분 단층 아니면 2층짜리 낮은 건물이었는데, 재미있게도 거의 모든 집집마다 텃밭 겸 마당이 딸려 있더라고요. 어느 집은 꽃이 피는 정원, 어느 집은 정성스레 가꾼 텃밭, 어느 집은 그냥 잡초만 무성하기도 하고요. 자칫하면 뻔할 수 있는 공동주택에 누가 사는지 개성이 드러나는 장면들이었어요. 저도 그렇게 함께 살고 싶어요. 흙을 만지며 이웃과 만나고, 각자의 삶이 어떤 방식으로든 잘 드러나는 마을에서요.
■ 이승현
히가시카와의 카페, 음식점 등 자영업자 분들을 보면 영업시간이 짧고, 주 2일 정도는 휴무일이라는 특징이 있었어요. 자영업이라도 워라밸을 확실히 지키면서 나머지 시간에는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하시는 것 같았고, 그 점에서 하루의 절반만 일하는 제 삶과 많이 닮아 있었어요. 이런 활동은 노동시간이 길면 병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노동에 필요한 만큼만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는 히가시카와 사람들과 제 삶이 여러모로 닮아 있다고 생각했어요.
■ 자유
센토퓨아 읽기방에 오전에는 할아버지 3분이 신문을 읽고 계셨는데, 오후에는 귀여운 할머니 한 분이 루틴인 듯 자연스럽게 북해도 신문을 가져가 읽으시고, 곧이어 들어온 다른 할머니 한 분이 또 매번 그렇다는 듯 잡지를 꺼내며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셨어요. 어린아이부터 청소년들, 호호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각자가 마을 공간을 사용하고, 더불어 만남이 이루어지는 곳. 그런 공유 공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나도 나이 들어 동네 도서관에서 신문 읽는 귀여운 할머니이고 싶었어요.
■ 정정환
지역은 늘 소멸 위기를 이야기하며 늘 사람들을 협박합니다. 하지만 인구가 많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현재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만족하고 사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곳 마을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과연 행복할까? 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부정적으로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 아니라 알아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편안하게 쉬어갈 수 있는 곳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모두에게 편안한 공간은 아니었다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완벽한 곳은 없습니다. 모두 내부에는 다양한 문제와 갈등이 존재합니다.
■ 임현택
히가시카와 초등학교 앞에는 학교 운동장과 자연스럽게 연결된 넓은 체육공원이 있습니다. 일요일 아침 동료들과 산책하던 중 이곳에 들르게 되었습니다.
공원 한쪽에서는 초등학생들의 야구 경기가, 다른 한쪽에서는 축구 경기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운동장 옆 잔디 언덕에는 부모들이 캠핑 의자에 앉아 아이들의 경기를 응원하고 있었고, 그 모습이 무척 자연스럽고 평화롭게 느껴졌습니다.
결국 지역을 지탱하는 힘은 주민들 사이의 자연스러운 관계와 연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에는 오히려 쉽게 보기 어려운 풍경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인상 깊었고, 우리 마을에서도 이런 장면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날들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 우승완
저는 고향인 태백에서 활동하며 지금도 그곳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히가시카와의 풍경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태백이 떠올랐습니다. 태백에는 없는 넓은 평야와 논밭 풍경이 인상적이었지만, 마을을 둘러싼 산들과 그 안에 자리한 마을의 모습에서는 익숙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논밭 너머로 대설산이 보이는 풍경을 보며 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사진을 찍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고, 동시에 제가 왜 태백의 풍경을 좋아하고 기록하고 있는지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 김누리
도서관이자 코워킹 스페이스이자 마을의 중심이 되는 커뮤니티 공간인 센토퓨아가 인상에 많이 남습니다. 지갑을 열어서 내 자리를 살 필요가 없는, 외부에서 온 사람도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도 맘 편히 들락날락할 수 있는 '만만한' 공간은 정말 귀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리산이음에서 운영하는 지리산문화공간 토닥도 그런 곳으로 인식되고, 잘 쓰였으면 좋겠어요. 산내청년공간 틈새도 산내에 이미 사는 청년들이든, 잠깐 들러본 청년들이든 편하게 쓸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공간이기도 하고요. 센토퓨아는 부설된 일본어학교의 수익으로 운영된다고 들었는데, 그럼 틈새와 토닥은 어떤 방식으로 운영을 지속할 것인가 하면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하지만, 적어도 입장료가 없어서, 아는 사람이 없어서 못 들어오는 곳은 아니었으면 하는 거죠.
■ 백은선
'적정함'이라는 게 참 마음에 들었어요. 농촌 인구 유입을 위해서 도시생활자들이 매력을 느낄 만한 것들로 채우는 농촌이 아니라, 마을의 색과 문화, 사람들의 에너지를 무리하게 쓰지 않으면서 각자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 요즘 제가 고민하는 농촌다움에 대해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었어요.
■ 강나루
겹쳐 보인 장면이 있었다면, 그것은 이미 있는 무언가가 계속 잘 자랄 수 있도록 작은 조건을 보태는 '돌봄의 장면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히가시카와의 텃밭에서 자주 보았던 비료 포대 울타리가 그랬습니다. 어린 작물이 바람과 추위 속에서도 스스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작은 보호막을 둘러주는 일. 그것은 씨앗이 자기 힘으로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 주는 일이기에, 씨앗매개자의 역할과 닮아 보였습니다. 또 초등학교 한쪽에 있던 흙과 돌, 물길도 비슷하게 다가왔습니다. 완성된 놀이기구가 아니라 아이들이 직접 물을 흘려 보내고 돌을 옮기며 몸으로 배우는 장소였는데요. 정답을 주기보다 만지고, 다시 흐르게 하면서 관계를 배우게 하는 그 방식이 제가 늘 배우고자 하는 태도와도 닮아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