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군[아삭!] 천천히, 예리하게, 그리고 단단하게!_하동주민신문 <오! 하동>

지리산이음
2023-11-03

천천히, 예리하게, 그리고 단단하게!

하동주민신문 <오! 하동> 김경구 편집위원장과 이순경 이사장


글, 사진 / 옥



하동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산악열차 문제로 지역이 들썩였다. 
산악열차가 하동에 왜 필요하지? 먼저 생겨야 할 건 병원 아닌가? 궁금하고 답답했다. 

그러나 그런 현안을 다루는 언론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2021년 6월 발행을 시작한 <오! 하동>은 단비 그 자체였다. 
오! 하동의 김경구 편집위원장과 이사장을 겸하고 있는 이순경 편집위원을 만났다.


 


오! 하동을 만든 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김경구 | 지역 언론이라는 게 사실 보수적인 경우가 많아요. 지역 언론이 생활밀착형으로 지역 사람들 소식을 전하거나 최소한 지역 사람들 목소리를 담아줘야 하는데 그런 언론이 극히 드물어요. 시민사회단체 활동이든 다른 형태이든 그런 게 필요한데 신문으로 한번 해보자 이런 생각을 기본으로 했어요. 다양하게 꾸준히 홍보하고 저변을 넓히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는데, 신문이 가장 유력한 수단일 수도 있지 않나 생각했어요. 특히 하동은 한 번도 보수 세력 아닌 다른 세력이 행정을 장악했던 적도 없고 다수가 돼 본 적도 없어요. 그런 지역이다 보니 일방적이고 권위주의적 행정이 만연해요. 민주적 가치를 퍼뜨리고 나누면서 조금이라도 넓힐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있죠. 장기적인 씨뿌리기 작업이 아닐까 싶고, 그런 작업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죠.


창간 준비호가 12호까지 나왔는데 그 시기 오! 하동이 집중했던 건 뭔가요? 

김경구 | 창간 준비호는 기획과 특집 중심으로 갔어요. 하동의 교통, 의료, 교육 등 아예 테마별로요. 다른 신문들이 그동안 심층적으로 다루지 않았던 하동의 문제들을 다뤘어요. 그래서 오! 하동 신문을 보면 ‘하동에 이러이러한 대략의 문제점들이 있구나’라는 걸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요. 그렇게 하동의 문제들을 기획 기사 형태로 시작했었는데 그게 1년을 넘었어요. 


인터뷰 시점에서는 25호까지 나왔는데, 창간 준비호 때와 달라진 게 있나요? 

김경구 | 창간 준비호 때는 하동의 주요 의제를 다룬다는 기본적 문제의식이 있었고, 월간이라는 형식적 한계가 주는 것도 있고 해서 기획 기사 중심으로 시작했었죠. 근데 사실 이게 좀 딱딱하잖아요. 별로 읽고 싶어 하지 않는 신문, 흔히 말하는 ‘엄근진(엄숙, 근엄,진지)’ 스타일은 아니게끔 너무 무겁지 않게 가려고 중간중간에 서로 얘기들을 많이 나눴어요. 그러면서 1년 전인가부터는 기자들의 자유 취재 형태로 그 시스템을 바꿔서 사람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실어보려는 노력을 지금도 하고 있어요. 그러면서 변화들이 좀 오긴 했죠. 


오! 하동의 발행 부수는 얼마이며 어떻게 독자들에게 전달되나요?

이순경 | ‘우리 신문을 좀 알려야겠다’ 해서 아파트 단지 등에 무작위 배포를 할 땐 4천 부까지 발행했고요. 그렇게 2년 정도 무작위 배포를 끝내고 지금은 2천 부 내고 있어요. 일단 읍면의 관공서에 들어가고요. 각자 아는 사람들 통해 배포해요. 우편으로 나가는 것도 있는데 물량이 많진 않아요. 


무광고 신문으로 알고 있는데 재정은 어떻게 충당하나요?

이순경 | 후원회원을 받고 있는데 현재 23명이에요. 사람들은 나보고 왜 말을 못 하냐고 하는데 진짜 입이 안 떨어지는 거예요. 왜냐하면 다들 여기저기 후원하는 걸 제가 이미 알고 있으니까요. 지금 인쇄비용 말고는 지출하는 비용이 없어요. 왜냐하면 사무실도 하동참여자치연대 사무실을 빌려 쓰고 있고, 인건비 나가는 것도 없고, 활동비도 없어요. 제가 이사장으로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 신경 쓰고 회원 모집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잘 안되는 거예요.   



하동주민신문 오!하동 제공



농사를 짓고, 집을 짓고, 빵을 굽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민박집을 운영하는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이 활동비 한 푼 없이 일요일마다 모여 회의를 하고 지역을 다니며 취재하고 만들어 내는 오! 하동의 그 열정은 도대체 뭔가요?

이순경 | 글쎄요. 모르겠어요. 몇 년을 매주 빠지지 않고 하기가 쉬운 게 아니죠. 저는 좀 목말라서라고 생각해요. 하동이 아름다운 곳이라는 건 다 인정하겠지만 사람살이는 좀 강퍅하다 싶어요. 서로 만나 이야기하는 공론의 장, 그러니까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우리 삶에 영향을 많이 주는 정책 이야기까지 그런 것들을 대놓고 드러내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장들이 없었고요. 주된 흐름에 다른 견해를 가지는 것들이 배척당하거나 혹은 외면당하기가 일쑤였기 때문에 그런 것들에 목말라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그런 한을 풀어내고 있다고 생각해요. 또 하동이 변했으면 좋겠다는 욕구가 있기에 힘들어도 참고 견디면서 하는 거라고 생각을 해요


발행 3년째인데 오! 하동의 독자층이 형성되고 있다고 보시나요?

이순경 | 그런 판단이나 평가를 하기에는 아직 짧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겠지만 더 이상 활자의 세상이 아닌 시대 속에서 종이신문이 가지는 근본적인 한계도 분명히 있다고 봐요. 요즘 누가 신문 보노, 다 영상 보고 핸드폰 보고 그러지, 종이 신문에 그 긴 글 안 읽는다, 이렇게 한다는 거죠. 그래도 저는 일단 1차 목표는 달성했다고 생각해요. 우리 신문이 공무원이 열심히 읽는 신문이래요. 행정이나 의정이 눈치 보게 만드는, 좀 귀찮게 하는 뭔가가 하나 생겼네. 이 정도의 위상, 3년의 활동 속에서 그런 거 좀 얻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제는 조금 더 행정이나 의정이 아니라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보는데요. 그러려면 객원 기자들을 더 확보하거나 넓혀야 하는 건데, 그런 일들도 서서히 하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지금 무엇을 준비하고 있나요?

김경구 | 종이 신문 매체가 가지고 있는 한계가 뚜렷해진 건 이미 오래됐어요. 그런데도 종이 신문 매체를 중시했던 이유가 있죠. 선전물이거나 아니면 홍보물로서의 종이 신문은 여전히 여러 형태로 유효해서 그런 기반에서 오! 하동을 시작했고요. 인터넷으로 넓혀가는 방향으로 가려고 해요. 

이순경 | 지금처럼 종이신문을 한 달에 한 번씩 내는 건 유지하되 인터넷 신문 기반으로 가게 될 거예요. 인터넷 신문을 내게 되면 읽어주는 뉴스 혹은 취재 뒷이야기 이런 식의 영상 작업도 하고 싶어요. 읽어주는 콘텐츠가 유효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사람들이 일하면서 그냥 음악 듣듯이 틀어놓는 거죠. 농촌 사회 여기저기 비닐하우스나 이런 데서 일하실 때 재밌게 읽어드리면 참 좋겠다 싶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이순경 | 오! 하동의 열정이 식지 않도록 연료를 공급하는 역할을 제가 해야 하는데 그런 재주도 없고요. 그래서 뭐 어떤 성과나 얼마나 독자층이 늘었는가 후원금이 얼마나 됐는가 이런 것들이 중간중간 괴롭긴 하지만, 그리고 좀 궁금하기도 하지만, 일단은 그런 욕구와 희망을 품은 우리가 만나서 이 일을 최대한 끝까지 해보는 거, 그게 지금은 목표예요. 어쨌든 멈추지 않을 거니까요. 그러니까 끊임없이 움직이다 보면 뭐 어떤 형태의 결과가 생기겠죠.

김경구 | 그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고 봐요. 척박한 풍토에서 조금씩 조금씩 영토를 확장해나가는 일 같은 거요. 오! 하동에 대해서도 꾸준히 하다 보면 뭔가 나아지겠지 하는 정도의 생각만 가지고 있어요. 그 외에 큰 기대나 거창한 목표는 없어요. 세상에 뭔가를 던지면 그게 그냥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게 제 평소의 생각입니다.






글 쓴 사람. 옥

소박하고 간결한 삶, 함께 즐거운 삶을 살고자 애쓰는 중이며 오늘을 제일 좋아한다.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의
지역 밀착형 유기농 매거진
< Asak! 아삭 >

 Coming Soon 2024.01


Goal!

🎯 우리가 아는 지리산권을 말하기
🎯 기웃거리고 싶은 마음 만들기
🎯 활동의 연결지점 만들기



아삭은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에서 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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