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처럼, 놀이처럼 어른들이 자연과 친해지는 방법
<자연놀이터 그래> 조회은 대표
글 / 승현
사진 / 승현, 자연놀이터 그래
<자연놀이터 그래>는 어떻게 생겨났고,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자연놀이터 그래>가 만들어진 것은 2010년쯤이었나, 원래 숲에 가서 노는 걸 좋아하고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몇 명 있었어요. <지리산생명연대> 회원과 숲 해설가도 계셨는데,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한 달에 한 번씩 생태기행을 갔어요. 어른들도 자연 속에서 잘 놀아보자는 마음으로요. 크게는 숲 탐사와 하천의 수달 조사 두 가지 방식으로 활동하다 단체 등록을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단체 등록을 하면서 산내면과 남원 시내뿐만 아니라 함양, 전주, 대구에서까지 저희 활동을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생겨나고, 그렇게 운영해 온 게 10년이 된 거죠.
주로 하는 활동은, 일단 한 달에 한 번 생태 나들이를 가요. 주로 생태기행 형태로 진행되는데, 수백 년 살아온 천연기념물 나무나 습지, 다양한 숲이 있는 곳을 보러 가기도 해요. 그동안 고창, 강원도, 울릉도처럼 생태적 가치가 높은 곳에 다녀왔어요. 그리고 ‘동네 알기’라는 이름으로 국립공원 1호인 지리산과 동네를 매주 산책하듯 조사하며 걷는 모임을 5~6년째 진행하고 있어요. 너무 덥거나 추울 때를 제외하면 항상 만나니까 1년에 30번 넘게 만나는 거죠. 주로 실상사에서 약수암 가는 길을 풀, 나비, 애벌레들을 관찰하면서 반나절 동안 걸어요. (웃음)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아 우리 동네 하천 조사를 하기도 했어요. 하천에서도 물을 떠서 붓으로 빗으면 하천 생물들을 발견할 수 있거든요. 수달 말고도 수서 생물이라고 물속에 사는 많은 생물들이 있어요. 전주지방환경청에서 하천 조사 교육을 받고 우리 동네의 수서 생물은 어떤 종류가 있는지, 하천에 이런 생물이 있다는 사실이 어떠한 의미인지 조사하기도 했어요.
그렇게 우리 주변의 생태에 관심 가지는 분들이 있어서 든든해요. <자연놀이터 그래>의 회원은 어떤 분들이에요?
일단 지적 호기심이 너무나 넘치는 사람들이에요. 근데 그 호기심은 내가 아닌 다른 생명에게까지 뻗쳐 있어요. 계절마다 달라지는 새소리, 동네마다 자라는 나무와 풀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인 거예요. 아마 활동 회원 25명 중 절반은 숲 해설가 자격증이 있을 거예요. 다들 처음부터 자연에 흥미가 있고 자연 속에 살기 위해서 귀촌한 사람들인 거죠.
<자연놀이터 그래>에서 활동하면서 가장 변화된 부분이 있다면요?
<그래> 활동을 통해서 저에게 큰 변화가 생긴 건 아니었어요. 자연을 좋아하다 보니 그냥 모임을 나가면 늘 재밌었어요. 익숙한 곳에서 새로운 사실을 배우고 발견하는 즐거움도 있고…. 동네에서 같이 공부하면서 다른 자연을 찾아가는 게 되게 좋았었어요. 그런데 가장 큰 재미는 <자연놀이터 그래>의 회원들을 볼 때예요. 그러니까 일주일에 한 번씩, 1년에 30번을 모이는데도 모일 때마다 무언가에 골똘히 빠져있는 모습, 보는 것마다 꺄르르 대면서 1시간 동안 1km 움직이는 회원들을 보는 게 경이롭달까요. 그렇게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제가 힐링 되고 그걸 지켜보는 게 좋아요. 계속 활동하는 사람들은 이 활동을 계속할 수밖에 없겠구나, 생각해요.
벌써 활동한 지 10년이 넘은 그래의 활동이 마을에도 많은 영향력을 끼쳤을 것 같아요.
맞아요. 마을에서 강사를 원할 때 그래 회원이 강사 인력이 되기도 하고요. 숲길 해설이나 숲 체험 프로그램에 나가기도 해요. 또 어떤 생태 조사가 필요할 때 함께 하기도 하고… 지리산 지역에서 꾸준히 공부하며 활동하는 현장 활동가들과도 교류하고 있어요. 그리고 외부 강사님을 초빙해서 탐조 교육, 빗물 순환 프로젝트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고요.
작년엔 지리산 산악열차에 대해 제대로 알기 위해서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윤주옥 님을 모셔서 ‘지리산 산악열차 10문 10답’을 진행했는데, 그때는 마을 분들이 50명 가까이 오셨어요. 자연과 오래도록 함께하기 위해서 집회에 참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희는 이런 환경 이슈를 새롭게 알게 되거나 함께 더 깊이 보는 자리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어요.
매주 자연을 만나다 보면 기후위기와 변화하는 생태계를 자주 경험하시겠어요.
그렇죠. 지리산 위쪽에 구상나무라는 나무가 살거든요. 한반도 중부 이남 지역에서 자생하는데, 이 나무가 계속 말라 죽어가고 있어요. 따뜻해지는 아열대 기후를 못 견디는 거죠. 그래서 <지리산사람들>, 지리산국립공원 사무소와 같이 꾸준히 모니터링을 하고 있어요. 주기적으로 반야봉 같은 구상나무 자생지에 올라가서 몇 그루가 죽었는지, 면적이 어느 정도인지 등을 조사하는 거죠. 생태 나들이도 원래는 탐방을 갔지만, 올해 초 같은 경우는 다큐멘터리 <수라>를 같이 보고 나서 올해 겨울로 계획했던 새만금 탐방을 4월로 당겨서 다녀왔어요. 새만금 수라 갯벌에서 <새만금 시민생태조사단>의 오동필 단장님도 만나고 왔고요. 생태위기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그래>의 활동을 통해서 더 많이 관심을 두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희 회원들의 활동을 공유하는 밴드가 있어요. 처음엔 단순히 기록하고 공유하는 목적으로 시작했지만, 몇 해의 기록이 꾸준히 쌓이다 보니 밴드 기록에서 기후변화도 느낄 수 있어요. 가령 꽃 피는 시기가 매년 빨라지는 것처럼요.
<자연놀이터 그래>의 앞으로 활동 계획은 무엇인가요?
올해부터 하기로 한 게 있어요. 1년에 한 번 독특한 생태의 섬 기행을 가는 것인데요. 2019년에는 애니메이션 <원령공주>의 배경이 된 일본 야쿠시마에 다녀왔고, 올해는 울릉도를 다녀왔어요. <그래>에는 호기심이 넘치는 사람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우리 단체 안에서 지리산 같은 산간 지역뿐만 아니라 해안이나 섬처럼 다양한 생태 환경을 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래의 활동을 통해서 회원들이 꾸준히 재미있게 관찰하고 기록하고 흥미롭게 살 수 있으면 좋겠어요.
섬에 다녀와서 또 새로운 이야기들을 들려주시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생태에 관심 있는 마을 분들이 <자연놀이터 그래>와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그래>가 궁금하시면 네이버 밴드 ‘자연놀이터 그래’ 가입 요청을 하신 후에 동네 알기 같은 활동을 함께 하면서 자연을 보는 눈을 더 깊이 있게 가져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래>는 늘 여기서 동네를 돌아보면서 산책하고 있으니까 주저하지 말고 오시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매달 가는 ‘생태기행’은 회비 회원 한정이지만, '동네 알기'는 비회원에게도 열려있으니 언제라도 오시면 됩니다!
글 쓴 사람. 승현
지리산 귀촌인 인터뷰집 <어디에나 우리가> 저자. 세상의 본질에 대한 호기심을 동력으로 살아간다.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의
지역 밀착형 유기농 매거진
< Asak! 아삭 >
Coming Soon 2024.01
Goal!
🎯 우리가 아는 지리산권을 말하기
🎯 기웃거리고 싶은 마음 만들기
🎯 활동의 연결지점 만들기
여행처럼, 놀이처럼 어른들이 자연과 친해지는 방법
<자연놀이터 그래> 조회은 대표
글 / 승현
사진 / 승현, 자연놀이터 그래
<자연놀이터 그래>는 어떻게 생겨났고,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자연놀이터 그래>가 만들어진 것은 2010년쯤이었나, 원래 숲에 가서 노는 걸 좋아하고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몇 명 있었어요. <지리산생명연대> 회원과 숲 해설가도 계셨는데,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한 달에 한 번씩 생태기행을 갔어요. 어른들도 자연 속에서 잘 놀아보자는 마음으로요. 크게는 숲 탐사와 하천의 수달 조사 두 가지 방식으로 활동하다 단체 등록을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단체 등록을 하면서 산내면과 남원 시내뿐만 아니라 함양, 전주, 대구에서까지 저희 활동을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생겨나고, 그렇게 운영해 온 게 10년이 된 거죠.
주로 하는 활동은, 일단 한 달에 한 번 생태 나들이를 가요. 주로 생태기행 형태로 진행되는데, 수백 년 살아온 천연기념물 나무나 습지, 다양한 숲이 있는 곳을 보러 가기도 해요. 그동안 고창, 강원도, 울릉도처럼 생태적 가치가 높은 곳에 다녀왔어요. 그리고 ‘동네 알기’라는 이름으로 국립공원 1호인 지리산과 동네를 매주 산책하듯 조사하며 걷는 모임을 5~6년째 진행하고 있어요. 너무 덥거나 추울 때를 제외하면 항상 만나니까 1년에 30번 넘게 만나는 거죠. 주로 실상사에서 약수암 가는 길을 풀, 나비, 애벌레들을 관찰하면서 반나절 동안 걸어요. (웃음)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아 우리 동네 하천 조사를 하기도 했어요. 하천에서도 물을 떠서 붓으로 빗으면 하천 생물들을 발견할 수 있거든요. 수달 말고도 수서 생물이라고 물속에 사는 많은 생물들이 있어요. 전주지방환경청에서 하천 조사 교육을 받고 우리 동네의 수서 생물은 어떤 종류가 있는지, 하천에 이런 생물이 있다는 사실이 어떠한 의미인지 조사하기도 했어요.
그렇게 우리 주변의 생태에 관심 가지는 분들이 있어서 든든해요. <자연놀이터 그래>의 회원은 어떤 분들이에요?
일단 지적 호기심이 너무나 넘치는 사람들이에요. 근데 그 호기심은 내가 아닌 다른 생명에게까지 뻗쳐 있어요. 계절마다 달라지는 새소리, 동네마다 자라는 나무와 풀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인 거예요. 아마 활동 회원 25명 중 절반은 숲 해설가 자격증이 있을 거예요. 다들 처음부터 자연에 흥미가 있고 자연 속에 살기 위해서 귀촌한 사람들인 거죠.
<자연놀이터 그래>에서 활동하면서 가장 변화된 부분이 있다면요?
<그래> 활동을 통해서 저에게 큰 변화가 생긴 건 아니었어요. 자연을 좋아하다 보니 그냥 모임을 나가면 늘 재밌었어요. 익숙한 곳에서 새로운 사실을 배우고 발견하는 즐거움도 있고…. 동네에서 같이 공부하면서 다른 자연을 찾아가는 게 되게 좋았었어요. 그런데 가장 큰 재미는 <자연놀이터 그래>의 회원들을 볼 때예요. 그러니까 일주일에 한 번씩, 1년에 30번을 모이는데도 모일 때마다 무언가에 골똘히 빠져있는 모습, 보는 것마다 꺄르르 대면서 1시간 동안 1km 움직이는 회원들을 보는 게 경이롭달까요. 그렇게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제가 힐링 되고 그걸 지켜보는 게 좋아요. 계속 활동하는 사람들은 이 활동을 계속할 수밖에 없겠구나, 생각해요.
벌써 활동한 지 10년이 넘은 그래의 활동이 마을에도 많은 영향력을 끼쳤을 것 같아요.
맞아요. 마을에서 강사를 원할 때 그래 회원이 강사 인력이 되기도 하고요. 숲길 해설이나 숲 체험 프로그램에 나가기도 해요. 또 어떤 생태 조사가 필요할 때 함께 하기도 하고… 지리산 지역에서 꾸준히 공부하며 활동하는 현장 활동가들과도 교류하고 있어요. 그리고 외부 강사님을 초빙해서 탐조 교육, 빗물 순환 프로젝트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고요.
작년엔 지리산 산악열차에 대해 제대로 알기 위해서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윤주옥 님을 모셔서 ‘지리산 산악열차 10문 10답’을 진행했는데, 그때는 마을 분들이 50명 가까이 오셨어요. 자연과 오래도록 함께하기 위해서 집회에 참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희는 이런 환경 이슈를 새롭게 알게 되거나 함께 더 깊이 보는 자리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어요.
매주 자연을 만나다 보면 기후위기와 변화하는 생태계를 자주 경험하시겠어요.
그렇죠. 지리산 위쪽에 구상나무라는 나무가 살거든요. 한반도 중부 이남 지역에서 자생하는데, 이 나무가 계속 말라 죽어가고 있어요. 따뜻해지는 아열대 기후를 못 견디는 거죠. 그래서 <지리산사람들>, 지리산국립공원 사무소와 같이 꾸준히 모니터링을 하고 있어요. 주기적으로 반야봉 같은 구상나무 자생지에 올라가서 몇 그루가 죽었는지, 면적이 어느 정도인지 등을 조사하는 거죠. 생태 나들이도 원래는 탐방을 갔지만, 올해 초 같은 경우는 다큐멘터리 <수라>를 같이 보고 나서 올해 겨울로 계획했던 새만금 탐방을 4월로 당겨서 다녀왔어요. 새만금 수라 갯벌에서 <새만금 시민생태조사단>의 오동필 단장님도 만나고 왔고요. 생태위기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그래>의 활동을 통해서 더 많이 관심을 두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희 회원들의 활동을 공유하는 밴드가 있어요. 처음엔 단순히 기록하고 공유하는 목적으로 시작했지만, 몇 해의 기록이 꾸준히 쌓이다 보니 밴드 기록에서 기후변화도 느낄 수 있어요. 가령 꽃 피는 시기가 매년 빨라지는 것처럼요.
<자연놀이터 그래>의 앞으로 활동 계획은 무엇인가요?
올해부터 하기로 한 게 있어요. 1년에 한 번 독특한 생태의 섬 기행을 가는 것인데요. 2019년에는 애니메이션 <원령공주>의 배경이 된 일본 야쿠시마에 다녀왔고, 올해는 울릉도를 다녀왔어요. <그래>에는 호기심이 넘치는 사람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우리 단체 안에서 지리산 같은 산간 지역뿐만 아니라 해안이나 섬처럼 다양한 생태 환경을 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래의 활동을 통해서 회원들이 꾸준히 재미있게 관찰하고 기록하고 흥미롭게 살 수 있으면 좋겠어요.
섬에 다녀와서 또 새로운 이야기들을 들려주시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생태에 관심 있는 마을 분들이 <자연놀이터 그래>와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그래>가 궁금하시면 네이버 밴드 ‘자연놀이터 그래’ 가입 요청을 하신 후에 동네 알기 같은 활동을 함께 하면서 자연을 보는 눈을 더 깊이 있게 가져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래>는 늘 여기서 동네를 돌아보면서 산책하고 있으니까 주저하지 말고 오시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매달 가는 ‘생태기행’은 회비 회원 한정이지만, '동네 알기'는 비회원에게도 열려있으니 언제라도 오시면 됩니다!
글 쓴 사람. 승현
지리산 귀촌인 인터뷰집 <어디에나 우리가> 저자. 세상의 본질에 대한 호기심을 동력으로 살아간다.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의
지역 밀착형 유기농 매거진
< Asak! 아삭 >
Coming Soon 2024.01
Goal!
🎯 우리가 아는 지리산권을 말하기
🎯 기웃거리고 싶은 마음 만들기
🎯 활동의 연결지점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