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지리산에 일하러 간다. 그랬더니 다들 잘 쉬다 오라고 했다. 그런데… 11월은 마무리할 것들 투성이라 어차피 쉬는 건 별로 못할 테고, 이왕 일하는 거 지리산 기운 잔뜩 받으면서 와야겠다 싶더라. 워크스테이에서 나 스스로에게 확인하고 싶은 건 두 가지였다. 하나는 서울이 아닌 곳에서 내가 활동할 수 있을까? 였고. 다른 하나는 전혀 새로운 업무 환경에서 내가 일을 처리하고 진행하는데 태도나 관점 차이가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었다.
일을 하는 공간이 달라지면 일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질까? 확실히 그랬던 것 같다. 사람이 아주 많은 서울과 경기도에서 나의 태도와 비교해 보자면, 산내에서는 스스로가 신기하다고 여기는 순간이 종종 있었다. 길을 걷다가 마주친 분에게 괜히 안녕하세요~ 인사하고,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난 후에는 너무 맛있다고 다 먹고 싶었는데 배불러서 어쩔 수 없이 남겼다는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마을에 있는 카페에서 차를 마시면서 그 공간을 운영하는 분이 어떤 노래 취향을 갖고 있는지 추측해 보는 것도 재밌었다.
단체에서는 동료 활동가들과 함께 다양성과 가치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지만 그곳이 아닌 삶의 일상에서 이런 이야기들이 여전히 쓸모없는 것 정도로 여겨질 때, 활동의 한계를 많이 느낀다. 그래서 내가 사는 주변 마을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싶다는 것이 요즘 나의 욕구이기도 하다. 멀게만 느껴지는 거대 담론이나 지금 단체에서 주력하고 있는 제도에 개입하는 활동 말고도, 금세 떠나버릴 거니까 신경 쓰고 싶지 않다고 여겼던, 지금 내가 사는 주변 마을에서부터.
산내에 머무르면서 내가 이 마을에 산다면, 어떤 활동을 하고 싶은 걸까? 내가 이 마을에 개입해서 활동할 수 있는 가능성을 어디서 찾아볼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그럼... 서울이 아닌 곳에서 내가 활동할 수 있을까? 완전 YES. 동네 책방에서 만났던 책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는 곳에서 살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내가 살고 싶은 곳에서 일하고 싶은 것인지. 못 고르겠다. 둘 다 가질 수는 없나? 내가 하는 일과 내가 머무르는 공간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게 하는 질문이다. 산내에서 가져온 질문들은 앞으로 활동하는 내내 숙성되어 나중에는 나만의 답을 내놓을 수 있지 않을까? 그때까지 잘 묵혀두기로...
지리산 워크스테이션 기간 동안 작은변화베이스캠프 들썩에서 지원의 전환 워크숍이 있었다. 감사하게도 자리 한쪽을 내어주셔서 나도 스리슬쩍 발제를 들었다. 지금 나의 상황을 너무나 잘 간파했다(!) 싶은 말은 빼곡하게 메모를 했다.
“시민운동에 대한 사회적 도덕적 지지가 있었던 과거와 지금은 사회 분위기가 굉장히 다르다. 그래서 활동가 상호 간 이해와 인정이 정말 중요하다. 그러한 환경 속에서도 어려움을 이겨내고 활동하고 있다 하는 인정과 분위기가.”
단체에서 활동한지 햇수로 3년 가까이 되었지만 앞으로 활동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지, 스스로를 활동가로 정체화하고자 하는 동력과 욕구는 무엇인지,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해 고민이 많다. 사회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 내는 활동이 의미 있다 생각하지만, 해결에 도달하기까지의 지난한 과정에서 개인이 소진된다고 느낄 때가 많다. 매년 같은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쉽사리 바뀌지 않는 현실에 회의감이 들 때가 많다. 그래서 요즘에는 활동의 재미를 찾고자 주변의 친구들과 함께 만나는 자리에서 작은 변화부터 시도해 보는 중이다.
발제를 듣고 나니 지금의 나는 새로운 방식의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만날 필요가 있고 그런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 싶다. 돌아보면 지리산 워크스테이션이야말로 나에게 그런 시간이었는데, 산내에서 마주하는 모든 분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활동하는 모습이 나에게 지지와 응원이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머무르거나 방문했던 무검산방, 찬장과책장, 카페토닥, 카페 히말라야, 느티나무, 실상사... 서로가 하는 활동에 지지와 응원의 말을 건네는 순간을 돌아보며 활동을 오래오래 이어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확고해진달까.
산내에서 닷새. 그곳에서는 일과 쉼의 공간과 시간을 분리하자고 다짐했는데 잘 되지는 않았다. 워크스테이 하는 주간에 하필이면 일이 많이 몰렸다. 흠. 지금 돌이켜서 생각해 보면 일과 쉼 사이의 균형을 적절하게 잘 조절하는 일이 여전히 익숙하지 않구나 싶다. 더 챙겨야 할 일은 없을지, 놓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잠들기 전까지 이런저런 생각이 자꾸만 맴도니까. 어떻게 보면 워크스테이 하는 기간이야말로 일과 쉼에 집중하기에 최적의 환경이었던 것 같다. 주위가 어둑어둑 해지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지리산 공기를 마시고 햇살의 따스함을 더 느끼기 위해서 바짝 집중에서 해야 할 일들을 해치웠다. 오전 출근길 풍경이 정말 끝내줘서 바람에 흔들리는 햇살과 나무를 바라보다가 지각하는 일... 아 이건 정말 지금 생각해도 너무 낭만적이다! 밤에는 별이 보이고 비 오는 날에는 토독토독 소리를 들으면서 잠들었다고!
주말에는 자전거를 타고 마을을 둘러보고 카페를 기웃거리고 비건 메뉴 중에 무엇을 먹을지 천천히 고민하는 그 순간순간 모두가 다 쉼이었지 않나 싶다. 온라인 회의를 하는 와중에도 잠깐 창밖을 바라보면, 아 맞다 나 지리산이지 싶었다. 저 멀리 보이는 능선. 캬. 아 참. 그리고 혹시 산내를 방문한다면 실상사는 꼭 방문해 보시기를 추천하고 싶다. 왜냐면 밥이 정말 맛있기 때문에...
워크스테이를 막 시작하던 때, 자유 선생님이 마을 소개를 해주시면서 그런 말을 했다. 모두가 십시일반 지지와 격려의 마음을 모았기 때문에 지리산 워크스테이라는 이름으로 여기에서 머무를 수 있는 것이다.
그 말이 정말로 큰 응원으로 다가왔다. 모두가 조금씩 마음을 내어주신 덕분에 배와 마음 모두 빵빵하게 채워 안고 돌아갈 수 있었다. 그 마음을 잘 간직했다가 이 따땃함을 다시 지지와 격려의 마음이 절실한 누군가에게 다시 잘 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때까지 지리산 워크스테이에서 가져온 질문들을 이리저리 굴려보면서 잘 다듬어 보기로! 모두들 또 만날 때까지 안녕~
글쓴 사람. 장소현 (예술대학생네트워크)
나 지리산에 일하러 간다. 그랬더니 다들 잘 쉬다 오라고 했다. 그런데… 11월은 마무리할 것들 투성이라 어차피 쉬는 건 별로 못할 테고, 이왕 일하는 거 지리산 기운 잔뜩 받으면서 와야겠다 싶더라. 워크스테이에서 나 스스로에게 확인하고 싶은 건 두 가지였다. 하나는 서울이 아닌 곳에서 내가 활동할 수 있을까? 였고. 다른 하나는 전혀 새로운 업무 환경에서 내가 일을 처리하고 진행하는데 태도나 관점 차이가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었다.
일을 하는 공간이 달라지면 일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질까? 확실히 그랬던 것 같다. 사람이 아주 많은 서울과 경기도에서 나의 태도와 비교해 보자면, 산내에서는 스스로가 신기하다고 여기는 순간이 종종 있었다. 길을 걷다가 마주친 분에게 괜히 안녕하세요~ 인사하고,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난 후에는 너무 맛있다고 다 먹고 싶었는데 배불러서 어쩔 수 없이 남겼다는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마을에 있는 카페에서 차를 마시면서 그 공간을 운영하는 분이 어떤 노래 취향을 갖고 있는지 추측해 보는 것도 재밌었다.
단체에서는 동료 활동가들과 함께 다양성과 가치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지만 그곳이 아닌 삶의 일상에서 이런 이야기들이 여전히 쓸모없는 것 정도로 여겨질 때, 활동의 한계를 많이 느낀다. 그래서 내가 사는 주변 마을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싶다는 것이 요즘 나의 욕구이기도 하다. 멀게만 느껴지는 거대 담론이나 지금 단체에서 주력하고 있는 제도에 개입하는 활동 말고도, 금세 떠나버릴 거니까 신경 쓰고 싶지 않다고 여겼던, 지금 내가 사는 주변 마을에서부터.
산내에 머무르면서 내가 이 마을에 산다면, 어떤 활동을 하고 싶은 걸까? 내가 이 마을에 개입해서 활동할 수 있는 가능성을 어디서 찾아볼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그럼... 서울이 아닌 곳에서 내가 활동할 수 있을까? 완전 YES. 동네 책방에서 만났던 책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는 곳에서 살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내가 살고 싶은 곳에서 일하고 싶은 것인지. 못 고르겠다. 둘 다 가질 수는 없나? 내가 하는 일과 내가 머무르는 공간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게 하는 질문이다. 산내에서 가져온 질문들은 앞으로 활동하는 내내 숙성되어 나중에는 나만의 답을 내놓을 수 있지 않을까? 그때까지 잘 묵혀두기로...
지리산 워크스테이션 기간 동안 작은변화베이스캠프 들썩에서 지원의 전환 워크숍이 있었다. 감사하게도 자리 한쪽을 내어주셔서 나도 스리슬쩍 발제를 들었다. 지금 나의 상황을 너무나 잘 간파했다(!) 싶은 말은 빼곡하게 메모를 했다.
“시민운동에 대한 사회적 도덕적 지지가 있었던 과거와 지금은 사회 분위기가 굉장히 다르다. 그래서 활동가 상호 간 이해와 인정이 정말 중요하다. 그러한 환경 속에서도 어려움을 이겨내고 활동하고 있다 하는 인정과 분위기가.”
단체에서 활동한지 햇수로 3년 가까이 되었지만 앞으로 활동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지, 스스로를 활동가로 정체화하고자 하는 동력과 욕구는 무엇인지,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해 고민이 많다. 사회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 내는 활동이 의미 있다 생각하지만, 해결에 도달하기까지의 지난한 과정에서 개인이 소진된다고 느낄 때가 많다. 매년 같은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쉽사리 바뀌지 않는 현실에 회의감이 들 때가 많다. 그래서 요즘에는 활동의 재미를 찾고자 주변의 친구들과 함께 만나는 자리에서 작은 변화부터 시도해 보는 중이다.
발제를 듣고 나니 지금의 나는 새로운 방식의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만날 필요가 있고 그런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 싶다. 돌아보면 지리산 워크스테이션이야말로 나에게 그런 시간이었는데, 산내에서 마주하는 모든 분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활동하는 모습이 나에게 지지와 응원이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머무르거나 방문했던 무검산방, 찬장과책장, 카페토닥, 카페 히말라야, 느티나무, 실상사... 서로가 하는 활동에 지지와 응원의 말을 건네는 순간을 돌아보며 활동을 오래오래 이어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확고해진달까.
산내에서 닷새. 그곳에서는 일과 쉼의 공간과 시간을 분리하자고 다짐했는데 잘 되지는 않았다. 워크스테이 하는 주간에 하필이면 일이 많이 몰렸다. 흠. 지금 돌이켜서 생각해 보면 일과 쉼 사이의 균형을 적절하게 잘 조절하는 일이 여전히 익숙하지 않구나 싶다. 더 챙겨야 할 일은 없을지, 놓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잠들기 전까지 이런저런 생각이 자꾸만 맴도니까. 어떻게 보면 워크스테이 하는 기간이야말로 일과 쉼에 집중하기에 최적의 환경이었던 것 같다. 주위가 어둑어둑 해지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지리산 공기를 마시고 햇살의 따스함을 더 느끼기 위해서 바짝 집중에서 해야 할 일들을 해치웠다. 오전 출근길 풍경이 정말 끝내줘서 바람에 흔들리는 햇살과 나무를 바라보다가 지각하는 일... 아 이건 정말 지금 생각해도 너무 낭만적이다! 밤에는 별이 보이고 비 오는 날에는 토독토독 소리를 들으면서 잠들었다고!
주말에는 자전거를 타고 마을을 둘러보고 카페를 기웃거리고 비건 메뉴 중에 무엇을 먹을지 천천히 고민하는 그 순간순간 모두가 다 쉼이었지 않나 싶다. 온라인 회의를 하는 와중에도 잠깐 창밖을 바라보면, 아 맞다 나 지리산이지 싶었다. 저 멀리 보이는 능선. 캬. 아 참. 그리고 혹시 산내를 방문한다면 실상사는 꼭 방문해 보시기를 추천하고 싶다. 왜냐면 밥이 정말 맛있기 때문에...
워크스테이를 막 시작하던 때, 자유 선생님이 마을 소개를 해주시면서 그런 말을 했다. 모두가 십시일반 지지와 격려의 마음을 모았기 때문에 지리산 워크스테이라는 이름으로 여기에서 머무를 수 있는 것이다.
그 말이 정말로 큰 응원으로 다가왔다. 모두가 조금씩 마음을 내어주신 덕분에 배와 마음 모두 빵빵하게 채워 안고 돌아갈 수 있었다. 그 마음을 잘 간직했다가 이 따땃함을 다시 지지와 격려의 마음이 절실한 누군가에게 다시 잘 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때까지 지리산 워크스테이에서 가져온 질문들을 이리저리 굴려보면서 잘 다듬어 보기로! 모두들 또 만날 때까지 안녕~
글쓴 사람. 장소현 (예술대학생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