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로를 북돋우는 호랑이기운 얻어가실 분!?
2024년 4기 지리산 산책클럽은 옥천 월간옥이네 박누리 편집국장과 함께 합니다.
기자 누리, 편집국장 누리, 여성활동가인 누리와 함께 생각하고 이야기 나누어요.
(📌프로필 링크를 통해 신청하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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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대의 말_ 박누리 (옥천 월간옥이네 편집국장)
‘왜 모두 지역을 떠나려고 할까?’라는 막연한 질문, ‘세상을 바꾸는 기자'라는 허황된(!) 꿈을 품고 어린 시절을 지나왔습니다. 질문과 꿈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충북 옥천이라는 지역을 만나 2010년부터 현재까지 옥천에 살고 있습니다. 옥천신문사에서 취재기자, 편집부장으로 9년간 일했고 현재는 사회적기업 고래실에서 ‘월간 옥이네’라는 잡지를 만듭니다.
기자와 문화기획자 사이를 오가며 지면 안팎으로 ‘지역에 사는 즐거움'을 찾고 만드는 게 제가 하는 일의 본령이라 생각합니다. ‘지면의 이슈 파이팅이 지역사회로 이어지지 않는’ 것에 대한 고민이 지금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기반이 되기도 했습니다. 지면을 통해 지역에 살면서/취재를 하면서 만난 문제/이야기를 풀어내는 한편 지면 밖에서 해결방법을 고민/탐색하는 활동을 좋아합니다. 여성영화제, 인문학/페미니즘 강연, 여성주의 독서모임과 청년 네트워크, 길고양이 보호 캠페인, 생태공동체 활동(비건, 제로웨이스트, 동물권 등), 청소년 기본소득 실험 등이 그 예입니다.
어느새 15년차 옥천 주민으로, 옥천이 아니었다면 알지 못했을 것을 보고 듣고 배우며 ‘삶'을 깨우치고 있습니다…만, 요즘은 여러 복잡하고 자질구레한 고민에 휩싸여 있습니다. 서로를 깨우치고 배움을 나누는 공동체/동료에 대한 갈증, 자기 소진을 멈추고 자기 돌봄에 집중할 수 있는 방법 같은 것 말이죠. 더불어 (여러 의미에서) 저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불안과 걱정을 안고 있기도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책을 함께 읽어주시는 분들이라면 이 고민에 대한 팁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안고 산책클럽 제안을 덥썩 물었습니다. ‘정답'은 찾기 힘들다 해도 때때로 그저 ‘연결'되는 것에서 위안을 얻기도 하니까요. 함께 책을 읽고 나누는 시간을 통해 서로를 북돋우는 ‘호랑이 기운'을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11월의 산책클럽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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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산책클럽의 몇 가지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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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빡빡한 일정으로 몸과 마음이 지치는 프로그램을 지양합니다.
2. 책을 읽고 쉬며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지만, 강제성 없이 온전히 개인의 자유에 맡깁니다.
3. 좋은 먹거리, 지리산의 아름다운 자연환경, 여유롭고 넉넉한 시간을 제공합니다.
4. 책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책 읽기를 통해 자연스러운 지식, 쉼, 대화, 관계를 추구합니다.
생각지도 못한 행운을 만난다는 건 이런 것이 아닐까 싶게 뜻밖의 경험이 내 삶에 들어왔다.
지리산은 내겐 민중의 역사가 켜켜이 쌓여있는 거대한 영산으로 언젠가 내가 돌아가야 할 근원 같은 곳이자 성역처럼 모셔진 곳이었다. 늘 알고 싶고 안기고 싶은 지리산 자락에 마침내 다가가게 되었으니 이런 행운도 흔치 않을 것이다. 게다가 언젠가는 같은 공동체로 꼭 엮이고 싶을 만큼 멋진 지리산의 몇몇 여성들의 이야기까지 덤으로 들을 수 있어 더욱 뜻 깊었다. (책 [더없이 충분한 여자들]을 삶의 터전에서 인터뷰로만 접하는 것이 너무 아쉽긴 하지만 언젠간 꼭 만남의 기회가 있을 것이라 믿는다)
사진 | 산을 등에 진 산내면의 마을 풍경
처음 워크스테이 제안에 시큰둥했던 순간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무기력으로 점철된 삶을 사는 나를 보는 것도 지쳐갈 즈음이었고 누군가를 만나 일에 대한 이야기와 고민을 나눌 힘조차 없었기에 같이 일하는 활동가의 제안이 귀찮게만 다가온 것이었다. 워크스테이가 업무와 더불어 쉼이 공존한다지만 해당 기간을 함께하게 될 단체활동가들과의 소통, 업무 경험과 고민 나누기 등의 시간들이 뒤따르는 일정을 예상했기에 정리되지 않은 이 무거운 마음들을 나누어야 한다는 부담이 따라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박봉에 늘 고생 하는 그를 위해서라도 시간을 내어야 한다는 약간의 책임감과 함께 지리산이라는 거부하기 힘든 유혹에 결국 지원에 동의하고 그의 노력 덕분에 천운을 누리게 되었다.
처음 와 본 산내는 조용하지만 베이스캠프의 이름답게 어딘지 모르게 ‘들썩’거림이 느껴졌다. 전국의 활동가들이 모이는 큰 행사를 앞두고 있는 탓이기도 했겠지만 서서이 물들기 시작하는 산자락의 느린 움직임과 한여름 뜨거운 노동의 결과물들이 막바지 정산에 들어가는 시간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덩달아 들썩거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업무는 오후 시간대로 몰아놓고 오전엔 새벽같이 일어나 산내를 누비기 시작했다. 걷고 또 걸으며 생각했다. 영혼을 갉아먹히지 않으면서 일을 한다는 건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 그리고 향후 단체의 비전을 세워나갈 때 전제가 되는 서로의 활동계획과 삶의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생각을 정리해 볼 기회도 가질 수 있어 더없이 다행이었다.
사진 | 걸어다니며 만나는 가을의 금빛 논
서 있는 곳에 따라 풍경이 다르게 보이기도 하지만 가끔 다른 풍경을 만나면 같은 사람도 다르게 보이기도 한다. 함께 일하는 활동가의 색다른 매력을 발견하는 즐거움도 있었고 회원사업으로 진행된 회원들과의 마지막날 지리산 상봉은 내겐 자연스럽지 않은 인사법인 격한 포옹도 마다하지 않게 하는 반가움을 불러일으켰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니 사람도 달리 보인다. 이것이 모두가 말하는 어머니 품 같은 지리산의 무한한 수용의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거기에 고개만 들면 나타나는 비현실적인 하늘의 풍광들과 티끌하나 없이 정직하게 내리꽂으며 무조건 베풀기만 하는 가을 햇살이 덧붙어 만들어내는 조화가 틀림없을 것이다.
잠시 내가 꽤 따뜻한 인간이 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질 만큼 지라산의 기운은 활기차고 따뜻했다. 일에 지친 모든 활동가들에게 산내의 자연치유와 거점오피스 업무경험은 분명 리프레쉬가 될 것이다. 전국의 활동가들을 위해 더 많은 공익활동 지원센터들이 앞으로 이런 시도들을 이어가면 좋겠다. 그럼에도 워크스테이 장소를 추천해 달라면 무조건 지리산 산내를 말하게 되겠지만.
사진 | 노을이 질 무렵의 지리산 능선
지리산 기운이 남아서인지 오랜만의 사무실 출근과 업무 속에서도 아침 명상 후의 편안함과 같은 깊은 평온이 느껴진다. 실상사에 가서 떠올랐던 육조 혜능을 생각하며. 나도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내어’보려고 다짐, 또 다짐한다. 그런데 산내를 생각하니 벌써 마음이 들썩거린다.^^
사진 | 감꽃홍시 게스트하우스
사진 | 양떼구름이 뜬 하늘
사진 | 지리산을 올라서 보는 풍경
사진 | 작은변화베이스캠프 들썩
사진 | 벼가 다 익은 황금색 들녘
글쓴 사람. 김혜정/우공 (함께크는여성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