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썩 통신

[2022 (가을) 지리산 워크스테이] #6 원 없이 막걸리 마시며 사색하기

지리산이음
2022-11-02

저는 여행을 좋아합니다. 특히 혼자 떠나는 여행을 좋아하고요.
처음에는 외롭고 무서울 것 같아 발 내딛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배낭 하나 들고 가는 게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여행은 휴양지가 아닌 이름 모를 산, 섬입니다. 저만 간직하고 싶은 것들이 있어 그곳을 찾습니다.
실은 이번 워크스테이 중에도 남원 산내 인근 산을 찾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남원 산내는 제가 너무 익숙한 곳이었습니다. 여름철 딸아이와 지리산 둘레 길 여행을 갔고요.
그래서 새로운 공간과 그 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사진 | 작은변화베이스캠프 들썩



지리산 작은변화센터 내 베이스캠프 들썩은 저에게 최적화된 근무시설이었습니다.
주로 오전 시간에 들썩에서 근무를 하였는데, 창 밖에 비친 햇살이 너무 따뜻해 편안했습니다.


수년 전, 제가 근무하던 사무실을 카페처럼 꾸몄는데 그 아늑함이 느껴지는 공간이었습니다.
특히 규격화된 책상과 지정된 좌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근무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사진 | 감꽃홍시 게스트하우스의 대문



숙소도 매우 잘 선택했습니다.
들썩까지 도보할 수 있는 숙소로 예약했는데, 출근 시 산내초교 학생들이 등교하며 재잘거리는 목소리와 운동장에서 뛰는 모습이 정겹게 느껴졌습니다. 순간 멀리 떨어 지내는 딸 아이 모습이 생각나 서글퍼지는 한편, 산내초교와 같은 작은 학교에서 자연과 어울려 지내면 어떨까 고민도 들었습니다. 물론 현실이 녹녹치 않겠지만요.


숙소에서 제가 지낸 방은 구들형식이었습니다.
창문에서 스며드는 찬 공기가 매섭게 느껴졌지만 뜨거운 바닥온기가 모든 걸 막아줬습니다. 그 덕분에 긴 시간 원 없이 꿀잠을 잤습니다.



사진 | 감꽃홍시 게스트하우스의 이모저모



실은 꿀잠을 잘 수 있었던 또 다른 배경에는 막걸리가 있습니다.
남원 산 막걸리 종류만 무려 4~5개 정도 되어 매일 번갈아가며 마셨습니다. 별을 보며 취하니 더할 나위 없었습니다.


집에서 가져온 김치를 안주삼아 아침, 저녁상을 차렸는데, 집 밥이 익숙해진 탓에 인근 식당은 한 번도 가지 않았습니다.
평소 하던 살림이 몸에 배어 외식을 안 하게 된 거 같습니다.



사진 | 숙소에서 막걸리 한 잔



실은 저와 같은 일정으로 참여한 선생님에게 저녁식사를 대접할까 고민을 했었습니다.
서로 일정이 엇갈려 성사되지 못했지만요. 아쉽지만 저는 이런 인연을 쉽게 받아드리곤 합니다.


시간이 더 많았으면 더 좋은 인연이 만들어졌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4박5일 일정이 빨리 지나가더군요.
백무동에서 장터목까지 왕복 4시간을 뛰어갈 정도로 제겐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워크스테이 중 속도있게 일을 하며 시민운동가로서 다른 이에게 증명해야 했지만, 워크스테이를 증명하는 일이 없어 참 좋았습니다.
신뢰를 바탕으로 지원해줘 감사드립니다.


아무쪼록 더 많은 시민운동가가 남원 산내에 들리고 좋은 인연을 만들어가길 바래봅니다.
더불어, 쉼과 일의 병행을 통해 활동가로서 성장하고 지속가능한 삶을 유지하길 기대해봅니다.



사진 | 퇴근길 노을 지는 풍경




글쓴 사람. 박고형준 (학벌없는사회를위한시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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