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ng
몸과 마음의 상태를 조율한다.
팝업플레이 서울을 시작한지 8년차가 되어간다. 어린이의 놀권리 그리고 그들의 놀이환경을 지원하는 연구와 실행을 하며, 이런때는 도시재생 이런때는 지자체의 아동친화팀 어떤때는 지역의 작은도서관과 돌봄이 필요한 지역에서 적재 적소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놀이 분야라고 하면 화창한 봄날의 빛깔이 생각나는 현장 같지만, 내가 가는 현장은 가끔은 형사 사건같은 이야기를 어린이들이 겪고 있고, 때로는 아픔, 하지만 언제나 어린이들의 사랑이 그득한 현장이다.
나를 활동가라 부르는 사람도 없고, 나를 활동가라고 칭한적도 없기에, 지리산 작은 변화센터에 워크스테이를 지원하며 내가 그곳에서 몸과 마음의 상태를 조율하는 시간 ‘Tuning’ 의 시간을 갖어도 될까? 하는 애매모호한 맘도 있었다. 하지만 지리산을 너무 좋아하고 그곳에 가면 복잡한 나의 방향성에 길이라도 찾을것처럼 지원서를 쓰고 선정된 후 너무 기쁜 마음에 지리산 산내면으로 향했다.
Night at the Safari
사파리의 밤
워크스테이(workstay)에 출발하는 길이 난 워케이션(workation)을 가는 마냥 뭔가의 모를 휴식에도 맘이 들떠 있었다. 하지만 웬걸.. 워크(work)부터 시작하는 업무 전화가 걸려온다. 데드라인은 하루 또는 이른 이틀내로 내년도의 사업 변경 기획안과 비용을 예산서로 내야 한다. 머릿속은 바삐 돌아가며, 어린이(대상)에게 가장 좋은 방법은 뭘 지 어떻게 설득할지 온 가득 머릿속에 차 있는 내모습을 본다.
내가 좋아하는 페퍼톤스의 사파리의 밤을 들으며 철철 울면서 운전을 했다. 뭐가 그리 서러웠을까? 가끔은 나 혼자 초원에 혼자 있는 야수 같다고 할까? 물론 나 혼자 해낼 수 없어 같이 협력하는 이들도 많지만, 코로나의 시간과 약 3년동안의 시간은 나 스스로에게는 방향성을 잡고 전략적으로 잘 가기에는 쉽지 않은 시간이었나보다. 질문도 많았고 스스로 성장하고 뾰족해야 하는 시간이 왔다는걸 알게 되서였나보다.
Together
동료
산내 감꽃홍시에 해가질쯤 도착했다. 반겨주는 호스트와 오랜만에 군불때주시는 방에서 첫째날은 잠들지 못했다. 따숩기도 했고, 오랜만에 침대가 아닌 바닥에서 자는게 불편하기도 했지만, 올 한해 소용돌이 같던 맘이 몇 가닥으로 정리되고 그것을 행동하면 좋겠다 생각해서 였다.
오늘의 일기를 그림으로 그리고 잠을 청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새가 지저귀고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말이 입에서 나왔다. 저녁의 별을 담고 아침에 예쁜 하늘을 담고 들썩으로 향했다. 안내를 받고 점심으로는 오랜만에 건강한 나물과 비빔밥을 함께 비벼 먹는구나 싶었다. 또 한번 배까지 행복했다.
지리산에 왔으니 오랜만에 나와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요즘은 지리산 자락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보리스팀-시소를 만나러 갔다. 그들 또한 우여곡절을 겪으며 성장하고 있구나를 보며 나 또한 내 머리와 맘은 복잡하지만 그렇게 한발 한발 걸어와 있음에 스스로를 격려할 수 있었다.
감꽃홍시에 놓여져 있던 ‘사람 마을 세계를 잇다.’ 를 읽으며 산내에 토닥, 느티나무, 실상사 작은학교 등을 돌아다니며 이곳에서 터전을 잡고 일하고 있는 분들을 보았다.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며 살아가는 우리네를 보자니 대화해 보진 않았지만 다양한 생각이 들었다.
Tuning, again…
다시 조율하다.
산내를 다녀오고 여려가지를 고씹어 본다. 현장에 가고 어린이를 만나는 나 스스로가 건강해야 함을 느낀다. 나의 희생을 강요받기도 하는 현장이다. 어린이들이 나의 희생을 요구할일은 당연히 없고 우리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시스템이 건강한 본질로 돌아가려면 나의 역할이 세련되게 설득하기도 정치적으로 사용되기도 하는일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며 해야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하는것을 분간해야 하는 일들도 많다. 처음에 봉사로 시작했던 일이 이제는 다양하게 연구하고 실행하고 잘 분간해야 하는 책임도 느낀다.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해왔던 행동들이 내 몸을 맘을 너무 모질게 힘들게 했음을 객관적으로 인식한 한해이다. 처음에 시작한 그맘, 다음 세대가 자기다움을 스스로 찾아가고 다양함과 새로움을 다른 친구들과 함께 놀면서 경험하고 문제를 공감하고 해결하며 삶의 태도에 대해 질문할 수 있는 그런 놀이판.
어쩌면 이런 어린이들의 세상이 내가 원하는 세상이기도 해서 어린이들이 놀기도 쉬어가기도 할 놀이환경을 지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 또한 건강한 개인주의와 이타주의가 내 안에서 그리고 연구와 실행에서 잘 조율되어 하루 하루 살아가길 바라본다. 할머니가 되어 ‘장난아닌 문방구점’을 열고 어린이들 곁에 있으려면 나 스스로가 재미나게 따숩게 행동하며 살아가야 함을…이타적이지만 세상의 문제에 공감하며 건강한 개인이길.
산내, 들썩, 뱀사골, 동료, 비빔밥, 하늘, 새, 사람들, 사파리의 밤, 감꽃홍시에서의 야근, 아름다운 지리산의 가을, 애매모호한 내 맘과 생각은 산내에 존재하고 있는것들에 많이 치유 받은 몇일이었다. 감사하다.
글쓴 사람. 오은비 (팝업플레이 서울)
Tuning
몸과 마음의 상태를 조율한다.
팝업플레이 서울을 시작한지 8년차가 되어간다. 어린이의 놀권리 그리고 그들의 놀이환경을 지원하는 연구와 실행을 하며, 이런때는 도시재생 이런때는 지자체의 아동친화팀 어떤때는 지역의 작은도서관과 돌봄이 필요한 지역에서 적재 적소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놀이 분야라고 하면 화창한 봄날의 빛깔이 생각나는 현장 같지만, 내가 가는 현장은 가끔은 형사 사건같은 이야기를 어린이들이 겪고 있고, 때로는 아픔, 하지만 언제나 어린이들의 사랑이 그득한 현장이다.
나를 활동가라 부르는 사람도 없고, 나를 활동가라고 칭한적도 없기에, 지리산 작은 변화센터에 워크스테이를 지원하며 내가 그곳에서 몸과 마음의 상태를 조율하는 시간 ‘Tuning’ 의 시간을 갖어도 될까? 하는 애매모호한 맘도 있었다. 하지만 지리산을 너무 좋아하고 그곳에 가면 복잡한 나의 방향성에 길이라도 찾을것처럼 지원서를 쓰고 선정된 후 너무 기쁜 마음에 지리산 산내면으로 향했다.
Night at the Safari
사파리의 밤
워크스테이(workstay)에 출발하는 길이 난 워케이션(workation)을 가는 마냥 뭔가의 모를 휴식에도 맘이 들떠 있었다. 하지만 웬걸.. 워크(work)부터 시작하는 업무 전화가 걸려온다. 데드라인은 하루 또는 이른 이틀내로 내년도의 사업 변경 기획안과 비용을 예산서로 내야 한다. 머릿속은 바삐 돌아가며, 어린이(대상)에게 가장 좋은 방법은 뭘 지 어떻게 설득할지 온 가득 머릿속에 차 있는 내모습을 본다.
내가 좋아하는 페퍼톤스의 사파리의 밤을 들으며 철철 울면서 운전을 했다. 뭐가 그리 서러웠을까? 가끔은 나 혼자 초원에 혼자 있는 야수 같다고 할까? 물론 나 혼자 해낼 수 없어 같이 협력하는 이들도 많지만, 코로나의 시간과 약 3년동안의 시간은 나 스스로에게는 방향성을 잡고 전략적으로 잘 가기에는 쉽지 않은 시간이었나보다. 질문도 많았고 스스로 성장하고 뾰족해야 하는 시간이 왔다는걸 알게 되서였나보다.
Together
동료
산내 감꽃홍시에 해가질쯤 도착했다. 반겨주는 호스트와 오랜만에 군불때주시는 방에서 첫째날은 잠들지 못했다. 따숩기도 했고, 오랜만에 침대가 아닌 바닥에서 자는게 불편하기도 했지만, 올 한해 소용돌이 같던 맘이 몇 가닥으로 정리되고 그것을 행동하면 좋겠다 생각해서 였다.
오늘의 일기를 그림으로 그리고 잠을 청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새가 지저귀고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말이 입에서 나왔다. 저녁의 별을 담고 아침에 예쁜 하늘을 담고 들썩으로 향했다. 안내를 받고 점심으로는 오랜만에 건강한 나물과 비빔밥을 함께 비벼 먹는구나 싶었다. 또 한번 배까지 행복했다.
지리산에 왔으니 오랜만에 나와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요즘은 지리산 자락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보리스팀-시소를 만나러 갔다. 그들 또한 우여곡절을 겪으며 성장하고 있구나를 보며 나 또한 내 머리와 맘은 복잡하지만 그렇게 한발 한발 걸어와 있음에 스스로를 격려할 수 있었다.
감꽃홍시에 놓여져 있던 ‘사람 마을 세계를 잇다.’ 를 읽으며 산내에 토닥, 느티나무, 실상사 작은학교 등을 돌아다니며 이곳에서 터전을 잡고 일하고 있는 분들을 보았다.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며 살아가는 우리네를 보자니 대화해 보진 않았지만 다양한 생각이 들었다.
Tuning, again…
다시 조율하다.
산내를 다녀오고 여려가지를 고씹어 본다. 현장에 가고 어린이를 만나는 나 스스로가 건강해야 함을 느낀다. 나의 희생을 강요받기도 하는 현장이다. 어린이들이 나의 희생을 요구할일은 당연히 없고 우리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시스템이 건강한 본질로 돌아가려면 나의 역할이 세련되게 설득하기도 정치적으로 사용되기도 하는일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며 해야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하는것을 분간해야 하는 일들도 많다. 처음에 봉사로 시작했던 일이 이제는 다양하게 연구하고 실행하고 잘 분간해야 하는 책임도 느낀다.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해왔던 행동들이 내 몸을 맘을 너무 모질게 힘들게 했음을 객관적으로 인식한 한해이다. 처음에 시작한 그맘, 다음 세대가 자기다움을 스스로 찾아가고 다양함과 새로움을 다른 친구들과 함께 놀면서 경험하고 문제를 공감하고 해결하며 삶의 태도에 대해 질문할 수 있는 그런 놀이판.
어쩌면 이런 어린이들의 세상이 내가 원하는 세상이기도 해서 어린이들이 놀기도 쉬어가기도 할 놀이환경을 지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 또한 건강한 개인주의와 이타주의가 내 안에서 그리고 연구와 실행에서 잘 조율되어 하루 하루 살아가길 바라본다. 할머니가 되어 ‘장난아닌 문방구점’을 열고 어린이들 곁에 있으려면 나 스스로가 재미나게 따숩게 행동하며 살아가야 함을…이타적이지만 세상의 문제에 공감하며 건강한 개인이길.
산내, 들썩, 뱀사골, 동료, 비빔밥, 하늘, 새, 사람들, 사파리의 밤, 감꽃홍시에서의 야근, 아름다운 지리산의 가을, 애매모호한 내 맘과 생각은 산내에 존재하고 있는것들에 많이 치유 받은 몇일이었다. 감사하다.
글쓴 사람. 오은비 (팝업플레이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