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상사 가는 길의 장승들. '생명평화'. '한몸 한 생명'이라고 쓰여 있다.
산내에는 친한 친구가 살고 있어서 10년동안 계절마다 가곤 했다. 늘 가는 집, 늘 반겨주는 사람들, 새로 생기는 공간들이 신기하고 재미나기만 했다. 마치, 원주민인 마냥 변한 마을 구석구석을 보며 아는척 하기도 하고. 그러다, 재작년에 산내 평등,공존,상생을 추구하며, 동네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사회실험을 하는 곳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거점 공간이 자주 가던 '마을카페 토닥' 이라는 걸 알고 얼마나 신기하던지. 원래 알고 있던 곳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경험이 꽤나 재밌었다.
그렇게 일년, 오가던 거리에 새로운 건물이 지어지는 걸 보고 어떤 공간인지 친구들끼리 추측했었다. 드디어 지난 여름에는, 차를 타고 가다 이름이 '들썩' 이라는 걸 보고는 친구한테 '들쑥, 들싹, .. 아무튼 들로 시작했어' 라며, 새로운 공간이 생겼다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렇게 그 앞에서 들어가도 되나, 마나 한참을 고민하다 발길을 돌린 기억이 있다.
두달 전, 불모지장을 준비하느라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있을 때, 불모지장 동료 '시리'언니가 지리산이음 홈페이지를 보내오며 함께 가자고 제안했다. 4박 5일 동안 '워크스테이' 라는 걸 듣고 처음 든 생각은 '워크스테이가 뭐지?' '4박 5일동안 전주를 떠나도 괜찮을까' 산내에 간다는 즐겁고 들뜬 마음보다는 책임감과 부담감이 먼저 몰려와 쉽게 결정을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언니가 적극적으로 지원서를 써준 덕분에, 귀한 경험을 선물 받았다. 중간에 전주 일정과 겹쳐서 2박 3일만 하게 되어 아쉬웠지만.

숙소 감꽃홍시와 함께 온 참가자 시리
자주 가던 '감꽃홍시게스트하우스'에 머물게 되다니. 처음 갔을 때부터 지금까지, 꼭 한번 머물고 싶었던 공간인데, 어떻게 숙소도 이곳으로 배정되었을까 두근거렸다. 지난 겨울과 다르게 화사하게 핀 꽃들과 따뜻한 햇살, 맞이하러 마중나오신 사장님까지. 내가 준비한 공간이 아닌, 누군가가 마련해주고 노력한 정성이 깃든 공간에 누워있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었다. 이불 속에 뭍어있는 햇볕 냄새를 맡으면서,한때 햇볕에 침구를 말리던 추억을 꺼냈고, 곳곳에 놓여있는 책들을 하나씩 읽으며 숙소에 구비된 책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또, 마당에 피어있는 꽃들과 텃밭의 배치를 보며, 나의 정원에도 적용하고 싶었다.
새로운 공간, 특히나 정성이 담긴 소박한 숙소와 정원에 있으니, 매번 새로운 기획을 하고 공간을 운영하느라 지치고 힘든 마음이 환기되었다. 자연스레 아이패드를 꺼내 밀린 일을 하나씩 처리하기 시작했다. 이 간단하고 쉬운 일을 며칠을 끌었는지, 개운한 마음으로 산책을 나섰다.

길가에 핀 노란 꽃
슬금슬금 걸어서 마을카페 토닥에 갔다. 원래는 와이파이를 쓰면서 업무를 하고 싶었는데, 책들에 눈길이 사로잡혀 또 한참을 둘러봤다. 평소 궁금하던 공유공간, 자연농업, 생태, 공동체 주제를 훑어보기도 했고, 지리산이음에서 낸 책을 읽으며 고민되던 것이 많이 정리되었다. 사실, 원래 하고 있던 공간 말고도, 다른 공간을 마련할 기회를 얻었다. 지난 여름, 얼추 공사는 마쳤는데 거의 10개월이 지난 지금도 문을 열고 있지 않았다. 무엇을 하고 싶고, 어떻게 하고 싶은지 보이지 않았다. 하고 싶고 살고 싶은 생각들이 둥둥 떠다니며, 언어화되지 않아 설명하기도 참 어려웠다. 실제로 내가 살고 싶은 방식대로 공간을 운영하는 곳도 보지 못했었다.
그런 고민을 가지고 오랜만에 토닥에 갔는데, 옆 학교 아이가 작은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책을 읽으며 부모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카페는 수익이 크게 나지 않을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며 마을에서 아이를 함께 돌보고 보호하는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히 하기로 마음 먹었다. 내가 공간에서 전달하고 싶은 메세지도 함께 더불어 살아가고, 화폐로만 가치를 활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였다. 이미 그런 메세지를 지리산 산내면에서는 전파하고 있었다.

실상사 앞 연밭
토닥에서 나와 들썩을 둘러보니 정성으로 가꾼 정원과 뒤뜰이 보였다. 요즘 관심사가 정원이다 보니, 이를 가꾸는 이도 궁금하고 어떤 작물과 꽃을 심어졌는지 관심이 간다. 들썩을 살피고 함께 하는 이들이 구석구석 소담하게 텃밭과 화단을 만들어놨다.
내가 하고 있는 공간의 마당은 풀이 잔뜩이다. 뽑아도 뽑아도 자라는 풀과의 전쟁에서는 패배했다. 농약은 생태계에 좋지 않다며, 뿌리지 않은지 오래다. 덕분에 누군가에게는 지저분하고, 누군가에게는 자연 그대로인 정원을 가지게 되었다. 혼자 사는 집이면 몰라도, 수익을 얻는 공간이다 보니 아름다운 정원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마음이 몇년간 괴로웠다. 오래도록 부지런하게 흙과 풀을 만지는 분들에 비교하며, 스스로를 힘들게 하고 조급하게 만들었다. 때문에, 아름다운 정원과 텃밭을 보아도 행복하지 않고 불편한 감정만 마음에 남았었다. 그런데, 들썩의 구석구석 만들어진 아담한 정원들을 보자니, 누군가 기쁘고 소중하게 보살핀다는 기운이 느껴져 절로 흥이 났다. 들썩 내부에도 다양한 기능과 역할을 하지만, 외부에서 주는 기운도 듬뿍 얻는 오후였다.
'워크스테이' 2박 3일동안 지내면서 워크스테이를 곱씹어봤다. 요즘 마음이 불편했던 건, '쉬고 싶은 마음' 이었다. 잘 푹 쉬고 싶은데 해야하는 일과 일어나지 않을 일에 불안을 느끼며, 있는 그대로의 휴식을 경험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산내에서는 그러지 않아도 됐다. 머물며 일하고 휴식하기. 애써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하지 않고 주어진 일을 하나씩 수행하며 만족감과 성취감도 느꼈고, 아늑한 공간에서 머물며 낮잠도 가득 잤다. 지치고 힘든 몸과 마음이 짧은 기간으로 단숨에 에너지 넘치게 바뀌지 않는 걸 잘 알고 있기에 욕심 내지 않는다. 분명 이 날의 편안하고 잔잔한 기억들을 살아가면서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이런 경험을 제공하려 애썼을 '들썩' 팀 정말 감사합니다. 다음에 제 공간도 놀러오세요!
글쓴 사람. 모아 (불모지장)
실상사 가는 길의 장승들. '생명평화'. '한몸 한 생명'이라고 쓰여 있다.
산내에는 친한 친구가 살고 있어서 10년동안 계절마다 가곤 했다. 늘 가는 집, 늘 반겨주는 사람들, 새로 생기는 공간들이 신기하고 재미나기만 했다. 마치, 원주민인 마냥 변한 마을 구석구석을 보며 아는척 하기도 하고. 그러다, 재작년에 산내 평등,공존,상생을 추구하며, 동네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사회실험을 하는 곳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거점 공간이 자주 가던 '마을카페 토닥' 이라는 걸 알고 얼마나 신기하던지. 원래 알고 있던 곳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경험이 꽤나 재밌었다.
그렇게 일년, 오가던 거리에 새로운 건물이 지어지는 걸 보고 어떤 공간인지 친구들끼리 추측했었다. 드디어 지난 여름에는, 차를 타고 가다 이름이 '들썩' 이라는 걸 보고는 친구한테 '들쑥, 들싹, .. 아무튼 들로 시작했어' 라며, 새로운 공간이 생겼다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렇게 그 앞에서 들어가도 되나, 마나 한참을 고민하다 발길을 돌린 기억이 있다.
두달 전, 불모지장을 준비하느라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있을 때, 불모지장 동료 '시리'언니가 지리산이음 홈페이지를 보내오며 함께 가자고 제안했다. 4박 5일 동안 '워크스테이' 라는 걸 듣고 처음 든 생각은 '워크스테이가 뭐지?' '4박 5일동안 전주를 떠나도 괜찮을까' 산내에 간다는 즐겁고 들뜬 마음보다는 책임감과 부담감이 먼저 몰려와 쉽게 결정을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언니가 적극적으로 지원서를 써준 덕분에, 귀한 경험을 선물 받았다. 중간에 전주 일정과 겹쳐서 2박 3일만 하게 되어 아쉬웠지만.
숙소 감꽃홍시와 함께 온 참가자 시리
자주 가던 '감꽃홍시게스트하우스'에 머물게 되다니. 처음 갔을 때부터 지금까지, 꼭 한번 머물고 싶었던 공간인데, 어떻게 숙소도 이곳으로 배정되었을까 두근거렸다. 지난 겨울과 다르게 화사하게 핀 꽃들과 따뜻한 햇살, 맞이하러 마중나오신 사장님까지. 내가 준비한 공간이 아닌, 누군가가 마련해주고 노력한 정성이 깃든 공간에 누워있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었다. 이불 속에 뭍어있는 햇볕 냄새를 맡으면서,한때 햇볕에 침구를 말리던 추억을 꺼냈고, 곳곳에 놓여있는 책들을 하나씩 읽으며 숙소에 구비된 책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또, 마당에 피어있는 꽃들과 텃밭의 배치를 보며, 나의 정원에도 적용하고 싶었다.
새로운 공간, 특히나 정성이 담긴 소박한 숙소와 정원에 있으니, 매번 새로운 기획을 하고 공간을 운영하느라 지치고 힘든 마음이 환기되었다. 자연스레 아이패드를 꺼내 밀린 일을 하나씩 처리하기 시작했다. 이 간단하고 쉬운 일을 며칠을 끌었는지, 개운한 마음으로 산책을 나섰다.
길가에 핀 노란 꽃
슬금슬금 걸어서 마을카페 토닥에 갔다. 원래는 와이파이를 쓰면서 업무를 하고 싶었는데, 책들에 눈길이 사로잡혀 또 한참을 둘러봤다. 평소 궁금하던 공유공간, 자연농업, 생태, 공동체 주제를 훑어보기도 했고, 지리산이음에서 낸 책을 읽으며 고민되던 것이 많이 정리되었다. 사실, 원래 하고 있던 공간 말고도, 다른 공간을 마련할 기회를 얻었다. 지난 여름, 얼추 공사는 마쳤는데 거의 10개월이 지난 지금도 문을 열고 있지 않았다. 무엇을 하고 싶고, 어떻게 하고 싶은지 보이지 않았다. 하고 싶고 살고 싶은 생각들이 둥둥 떠다니며, 언어화되지 않아 설명하기도 참 어려웠다. 실제로 내가 살고 싶은 방식대로 공간을 운영하는 곳도 보지 못했었다.
그런 고민을 가지고 오랜만에 토닥에 갔는데, 옆 학교 아이가 작은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책을 읽으며 부모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카페는 수익이 크게 나지 않을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며 마을에서 아이를 함께 돌보고 보호하는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히 하기로 마음 먹었다. 내가 공간에서 전달하고 싶은 메세지도 함께 더불어 살아가고, 화폐로만 가치를 활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였다. 이미 그런 메세지를 지리산 산내면에서는 전파하고 있었다.
실상사 앞 연밭
토닥에서 나와 들썩을 둘러보니 정성으로 가꾼 정원과 뒤뜰이 보였다. 요즘 관심사가 정원이다 보니, 이를 가꾸는 이도 궁금하고 어떤 작물과 꽃을 심어졌는지 관심이 간다. 들썩을 살피고 함께 하는 이들이 구석구석 소담하게 텃밭과 화단을 만들어놨다.
내가 하고 있는 공간의 마당은 풀이 잔뜩이다. 뽑아도 뽑아도 자라는 풀과의 전쟁에서는 패배했다. 농약은 생태계에 좋지 않다며, 뿌리지 않은지 오래다. 덕분에 누군가에게는 지저분하고, 누군가에게는 자연 그대로인 정원을 가지게 되었다. 혼자 사는 집이면 몰라도, 수익을 얻는 공간이다 보니 아름다운 정원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마음이 몇년간 괴로웠다. 오래도록 부지런하게 흙과 풀을 만지는 분들에 비교하며, 스스로를 힘들게 하고 조급하게 만들었다. 때문에, 아름다운 정원과 텃밭을 보아도 행복하지 않고 불편한 감정만 마음에 남았었다. 그런데, 들썩의 구석구석 만들어진 아담한 정원들을 보자니, 누군가 기쁘고 소중하게 보살핀다는 기운이 느껴져 절로 흥이 났다. 들썩 내부에도 다양한 기능과 역할을 하지만, 외부에서 주는 기운도 듬뿍 얻는 오후였다.
'워크스테이' 2박 3일동안 지내면서 워크스테이를 곱씹어봤다. 요즘 마음이 불편했던 건, '쉬고 싶은 마음' 이었다. 잘 푹 쉬고 싶은데 해야하는 일과 일어나지 않을 일에 불안을 느끼며, 있는 그대로의 휴식을 경험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산내에서는 그러지 않아도 됐다. 머물며 일하고 휴식하기. 애써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하지 않고 주어진 일을 하나씩 수행하며 만족감과 성취감도 느꼈고, 아늑한 공간에서 머물며 낮잠도 가득 잤다. 지치고 힘든 몸과 마음이 짧은 기간으로 단숨에 에너지 넘치게 바뀌지 않는 걸 잘 알고 있기에 욕심 내지 않는다. 분명 이 날의 편안하고 잔잔한 기억들을 살아가면서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이런 경험을 제공하려 애썼을 '들썩' 팀 정말 감사합니다. 다음에 제 공간도 놀러오세요!
글쓴 사람. 모아 (불모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