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작은변화탐험대/따로활동/하동] 이런협동조합 - <라이프스타일 실험 (나의 삶의 모양 찾기)> 활동을 마치고

 

1. 지원사업명  2023 작은변화탐험대 지원사업 - 따로활동

 

2. 활동지역  하동

 

3. 활동가(단체)명  이런협동조합

 

4. 활동주제명  라이프스타일 실험 (나의 삶의 모양 찾기)


 


 

 

 

결국 남은 것은 ‘그래서 너네들 어떻게 살거냐’ 라는 질문이었다. 

 

 

글 | 양지영

 

 

 

유난히도 추웠던 작년 겨울에 우리는 모여서 ‘재미있는게 최고다! 재미있게 살자’ 라며 아무 고민도 없는 사람들처럼 웃어댔다. 모닥불 앞에 둘러 앉아 마시멜로우를 구워먹으며, 내년 한 해는 그저 말하는대로 이루어질 것만 같아 들떴었다. 함께 있으면 어렵고 무거운 문제들도 한없이 가벼이 느껴졌다. 

 

 

나의 속도대로 사는 일, 내가 살고 싶은 삶의 모양을 찾아가는 일들에 함께 도전해보고 싶었다. 우리들 마음에 스쳐지나가는 조그만 생각의 티끌도 놓치지 않고 물고 늘어지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사업에 참여했다. 실패해서 넘어지더라도 아프지 않을 것 같고 이 고민들이 외롭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이 활동을 하는 동안 잘 놀고, 부지런히 움직여 나의 변화와 지역의 변화를 찬찬히 살펴보는 것이 목표였다. 변화가 없을지언정 살펴볼 작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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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고 있었다. 햇차가 움트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차를 따러 갔다. 하동의 차 농가는 일손부족 현상으로 매년 감소 추세에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하동에 있는 청년들은 일자리 부족 현상도 동시에 경험하고 있다. 왜 이 두가지가 연결되지 않을까 몸을 던져 경험해보았다. 2023년 우전이 나오기 시작한 4월 초부터 대작을 수확하는 5월 말까지 나름대로 부지런히 하루에 4시간 차따기 알바를 시작했다. 뜨거운 봄볕을 피하기 위한 꽃무늬 모자를 사업비로 구입했다. 

 

 

전문가 수준인 할매들 이외에는 돈내기(?)라고 해서 수확한 만큼 수당을 받는 형식이었다. 처음에는 차따는 것이 손에 익지 않아 4시간을 쪼그려 앉아 일해 버는 돈은 고작 12,000원이었다. 나중에는 최대 35,000원까지도 받게 되었지만, 시급으로 따지면 최저시급에도 못미치는 돈이었다. 알게되었다. 그 두가지의 문제가 왜 해결되지 않는지. 부가가치를 가장 우선시 하는 청년들에게 퀄리티 있는 일자리가 아니었다. 

 

 

그렇지만 재미요소라고 할 것은 매일 소박한 성장의 경험을 했다는 것이고, 늘 고민하며 노트북을 두드리는 일을 하던 우리에게 그야말로 원초적인 노동의 경험은 마치 명상과 같았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로서 충분했다고 여기며 하동에 사는 한 매년 차를 따리라 다짐했다. 우리가 일을 도왔던 농가는 우리 덕분에(?) 일손이 없어 꿈도 못꿨던 신품종 차를 많이 덖어 판매할 수 있었다며 우리를 ‘스페셜팀’으로 명명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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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놀고 열심히 일하기 위해서는 체력이 필요하다 느꼈다. 체육시설 인프라가 부족한 시골에서 청년들이 할 수 있는 운동이라하면 뜀박질이다. 머리가 복잡할 때 함께 모여 뛰었다. 뛰다 보니 마라톤에 도전하고 싶어졌다. 매년 구례, 광양 또는 하동에서 열리는 ‘섬진강꽃길마라톤’의 하프코스에 도전했다. 대부분 풀코스 1등과 함께 들어오는 처참한 결과를 얻었지만, 모두가 완주했다. 모두 며칠을 끙끙 앓았다. 그 이후로 다시는 모여 달리지 않았으니 마라톤은 잘못된 도전이었던 것 같다. 하하. 

 

 

우리는 또한 각자가 하고 싶은 일과 함께 하고 싶은 일이 있었는데, 한 청년은 식량위기 시대를 소박하게 구해보겠다는 사명을 가지고 농부라는 직업에 뛰어들었다. 처음 수확한 단감, 대봉감, 고사리를 포장하는 포장재를 구매하는데에 사업비를 일부 지원했다. ‘청개구리의 숲’이라는 사업체도 만들었다. 초보 농사꾼이 귀여워서인지 여기 저기서 주문이 쇄도했다. 완판 신화를 이루었다. 

 

 

또 한명은 플리마켓에서 ‘부추전’을 구워 팔았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그릇과 수저를 사업비로 구매했다. 시간이 지나자 이 총각의 ‘부추전’맛이 유명해져, 부추전에 막걸리 한 잔 걸치러 플리마켓에 들리는 주민들이 늘어났다. 기분이 좋아 다 퍼주다 보니 수익은 미미했다고 한다. 

 

 

다른 청년 한명은 본인의 특기인 그림을 살려 가내수공업 굿즈만들기에 도전했다. 이 굿즈는 우리가 함께하고 싶은 일이었던 ‘독립서점 창업’ 의 결과인 ‘이런책방’에서 판매해보았다. 쏠쏠하게 팔렸으나 인건비를 따져보면 그것도 남는 장사는 아니었다고 한다. 

 

 

다른 청년 한명은 불로소득자의 꿈을 꾸며 주식 단타를 공부해 도전했다고 하는데 공부가 모자랐던건지 마이너스 수익을 얻었다고 한다. 주식시장이 좋지 않았다는 핑계를 여전히 대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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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책과 가까운 혹은 가까웠던 사람들이여서 모두가 책방 사장이 꿈이었다고 했다. 하동에는 독립서점이 한 곳 밖에 없었고 두 번째 독립서점을 우리가 열어보기로 했다. 4월부터 8월까지 책장부터 바닥까지 모두 우리가 함께 모여 직접 공사했다. 작은 예산, 큰 희망으로! 8월 26일 드디어 책방을 오픈했다. 책방 손님들은 하나같이 우리를 대견한 눈빛으로 봐주셨다. 아니 이런 시골에서 이렇게 어려운 일을 해주다니. 고맙다 고맙다 하시는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는 알게 되었다. 주민들은 이런 조그만 책방이라도 책방이 생기기를 기다렸다는 것을 말이다. 

 

 

우리는 책방을 열 때, 관광객들도 많이 찾아주면 좋겠지만 지역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동네의 씩씩한 독립서점이 되기를 원했다. 책방을 연지 4개월째. 참새방앗간처럼 들러 책을 사가는 주민들이 늘었다. 우리도 확신 없었던 매출도 생각보다 훌륭하다. 심지어 우리는 꿈을 이뤘다. 책방 사장이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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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일에, 독립서점 창업 준비에 너무 노는 일을 게을리했다 싶었다. 그래서 보드게임을 몇 개 샀고 함께 모여 책을 읽고 독서모임을 했다. 많이 웃었고, 책을 통해 힘든 날 생각날 만한 문장들을 많이 얻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서 위로도 얻었다. 책을 읽다보니 우리의 꿈은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는 멋진 노인이 되는 것이라는 답도 얻었다. 

 

 

이 사업 덕에 연말에는 함께모여 크리스마스 파티도 열었다. (사업비가 좀 남아서 사업 종료 후에도 지출했다) 사진을 모아 영상을 만들어 함께 보며 함께한 한 해도 돌아보았다. 그런데 우리가 얻고 싶었던 답은 얻지 못한 것 같다. ‘창조경제’실험도 사실은 미미한 성과로 실패라 할 수 있을 것이고, 모여서 신나게 놀았지만 여전히 먹고 사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물론 아무리 비관적인 상황이라도 모여서 양껏 웃고 나면 괜찮은 것처럼 보여지긴 했지만. 책방은 우리의 기대이상의 수익을 냈지만 다섯명이 사장이라 인건비도 안 나오는 것이 사실이다. 다시 마주한 겨울에 우리 가슴에는 여전히 그래서 ‘너네들 어떻게 살거냐’라는 질문이 여전히 남아있다. 

 

 

하지만 사람을 얻었고, 함께한 시간을 얻었고 우리가 살고 싶은 삶의 모양을 조금씩 가다듬었던 시간이 되었다. 2024년은 어떻게 채워질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여전히 하동에 있고 싶다는 확신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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