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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작은변화/구례] 지리산사람들 - 느린 이웃 남생이 <봉남이를 찾아서>

 

1. 지원사업명  2022 작은변화 공모지원사업 조사/콘텐츠 분야

 

2. 활동지역  구례

 

3. 활동가(단체)명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지리산사람들

 

4. 선정사업명  봉남이를 찾아서 

 

5. 선정사업 계획 ※사업계획서 요약

 

봉서리 마을 주민들과 함께 '봉서리 남생이'를 찾습니다. 마을회관 벽에 큰 마을지도를 붙여 마을 주민 누구나 남생이 또는 그날 관찰한 생물들을 기록할 수 있도록 하고, 이와 더불어 조사단을 꾸려 생태강좌와 모니터링을 진행합니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남생이 길 지도 팻말을 제작해 마을 곳곳에 설치할 예정입니다. 


6. 활동평가 

 

사업을 계획, 논의하기 위하여 구성된 3인(이신지원.김인애.윤주옥)의 기획팀은 역할분담을 통해 각자가 맡은 일을 충실히 수행하였습니다. 이 사업의 가장 큰 성과는 기획팀 모두가 남생이에 대해 제대로 된 지식을 갖게 되었다는 것과 남생이가 살고 있는 봉서리에 대한 애정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봉서리는 지리산사람들 사무실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남생이 분포지도를 제작하기 위해 마을사람들로부터 남생이 목격 제보를 받았습니다. 계획보다 제보가 많지는 않았지만 남생이의 특성(사람 눈에 거의 띄지 않는)을 생각한다면 6회의 제보(목격 포함)는 상당히 높은 횟수였습니다. 이에 대해서 박창득 박사는 ‘운이 굉장히 좋은 분들’이라고 표현하였습니다. 

 봉서리 주민을 중심으로 모집한 ‘남생이 탐사단’에는 최소 6명에서 최대 12명까지 참여하여 강의를 듣고, 현장 모니터링을 진행하였습니다. 강의와 모니터링을 통해 남생이의 생태적 특성과 남생이가 살고 있는 봉서리의 가치를 다시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계획했던 ‘남생이 길 지도’는 활용도를 높인 ‘봉서댁 남생이 터 지도 달력’으로 제작했습니다. ‘남생이 탐사단 공유회’하는 자리에 모인 분들은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로드킬과 남생이를 포함한 동물들에 많은 관심을 보여줬습니다. 

 

사업을 통하여, 남생이가 기후위기 취약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봉서리에는 외래종이 없어 남생이가 살기에 좋은 조건이라는 사실도 확인하였습니다. 사업은 남생이의 존재를 사람들에게 알리며,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일들을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남생이는 어색하다. 자주 보이는 동물도 아니고, 물을 좋아하는 게 나와 닮은 구석도 별로 없다. 귀엽고 보드라운 털이 난 것도 아니고, 새처럼 예쁜 목소리를 가지지도 않았다. 남생이를 생태관찰하자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흥미가 그다지 당긴 것은 아니었다.

 

 

다만 일상에서 서늘하게 마주하는 로드킬 사체에는 관심이 많았다. 고양이, 고라니, 새, 쥐 등… 내 눈에 보이는 것만도 적지 않은 죽음들이었다. 뼈밖에 안 남은 사체, 석고상처럼 단단하게 굳은 사체, 꼭 살아있는 것처럼 온기가 있는데 눈이 푸르스름한 사체 등. 그 비참한 죽음을 보고 마냥 아무렇지 않기란 쉽지 않다.

 

 

주옥쌤은 남생이 로드킬을 봤다고 하셨다. 남생이를 찾아보니 멸종위기 2급이란다. 개체수도 많지 않은 남생이가 우리 동네에 있다니. 심지어 차바퀴에 등딱지가 와장창 터진 채로 있다니. 남생이가 누군지는 몰라도 일단 그를 보호해야할 당위에 고개를 끄덕인 것 같다. 우리 마을은 적어도 가장 느린 이웃에게 안전한 마을은 아니었다.

 

 

처음 남생이를 생태관찰하려니 일단, 남생이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 적었다. 전문가를 모셔 생태강좌를 열려고 해도, 남생이 전문가를 찾기도 어려웠다. 남생이가 어디에 사는지 모르니 마을 주민들에게 목격 수배를 했다. 남생이를 발견한 위치와 남생이의 상태를 말해주면, 그 위치 인근을 관찰할 계획이었다. 포상금 대신으로 포상빵을 걸었다. 

 

 

예상보다 주민들의 신고는 미미했다. 남생이 탐사단에 관심이 없으셨을지 모르지만, 남생이가 일단 사람 눈에 안 띄기도 했다. 사람을 잘 피해다니고 겁이 많고 예민한 동물이라고 했다. 그래도 일 년 간 목격신고를 받고 나니 꽤 적지 않은 신고였다. 봉서리의 저수지 세 군데에선 모두 남생이가 살았고, 저수지 인근 집 마당에선 해마다 남생이를 목격하신다고 했다. 마을 가운데 논둑길과 연못에서도 남생이가 발견됐다. 

 

 

6월과 7월엔, 남생이 전문가를 찾지 못해, 양서파충류와 새를 생태관찰하시는 분들을 모셔와 강연을 듣고, 마을을 생태관찰했다. 그러다가 드디어 멸종위기종복원센터에서 남생이를 연구 및 복원 중이신 박창득 박사님을 알게 됐다. 신기하게도 박사님은 봉서리 마을에서 남생이를 연구 중이셨다. 알고보니 전국에서도 이 구례 봉서리가 남생이가 유독 많이 서식하는 곳이라고 했다. 이유는 남생이와 경쟁관계인 외래종(붉은귀거북)이 없어서라고.

 

 

8월엔 박사님을 모시고 강연을 듣고 관찰을 했다. 남생이의 생태적 특징들을 아주 전문적으로 알 수 있었다. 남생이는 수정된 알의 배발생 기간의 1/3지점의 온도에 따라 성별이 결정되었다. 지금과 같은 기후위기라면 기온이 계속 따뜻해져 남생이의 성비가 무너질 수 있다. 남생이가 기후위기에 취약한 결정적인 이유였다. 

 

 

남생이는 법적으로 포획을 금지하지만, 박사님은 연구 목적으로 남생이 포획틀을 설치해두셨다. 남생이 탐사단은 박사님의 연구과정을 따라가볼 수 있었다. 포획틀에는 남생이가 3명이 잡혀있었다. 어른과 어린이 개체, 여성과 남성 개체가 골고루 있어 다양하게 차이점을 살펴볼 수 있었다. 

 

 

남생이 탐사를 시작한 지 처음으로 보는, 아니 난생 처음 보는 남생이의 모습은 놀랍게도 귀여웠다. 보송한 털도 없고, 깜찍한 목소리도 없는데도! 남생이의 느릿느릿한 걸음걸이, 몸을 잡아올려도 입질 한 번 하지 않는 순한 성격, 조그맣게 데굴거리는 눈동자까지. 남생이가 이렇게 귀여운 동물인 줄 몰랐다.

 

 

남생이와의 첫 만남 이후 난 남생이 탐사에 더욱 열정을 갖게 됐다. 박사님의 강연 이후 남생이에 대해 더 잘 알게되니 괜한 친밀감도 쌓였다. 이후 9월과 10월엔 박사님과 갔던 저수지로 한 번 더 생태관찰을 하러 갔는데, 그땐 남생이를 하루에 두 번이나 보기도 했다. 전에는 아무리 연구목적이라지만 강제로 포획해서 본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정말 저수지 뭍에 잠시 나와 몸을 말리는 자유로운 남생이를 본 것이다. 물론 너무 빠르게 도망가버려서 자세히 볼 새도 없었지만, 포획해서 봤을 때보다 훨씬 신비롭고 뿌듯했다.

 

 

총 5개월 간의 탐사를 마치고 11월엔 남생이 길 지도달력을 제작했다. 마을에서 남생이가 목격된 곳들에 남생이 표식을 넣었다. 남생이를 목격한 시기와 장소를 맞추기 위해 표식 근처에 달을 넣었다. 열두달이 모여있지 않고 다 흩어져 있다. 예컨대 저수지에서 5월에 목격했다면 저수지 옆에는 5월을 넣고, 마을 논길에서 8월에 봤다면 그 옆에 8월을 넣는 식이다.

 

 

지도에는 남생이의 어원과 생김새 특징과 탐사단 소개를 짤막하게 넣었다. 또 이를 봉서리 주민들에게 배포할 목적이었으므로, 봉서리에 왜 유독 남생이가 많은지 이유를 크게 넣었다. 남생이가 기후위기에 취약한 이유도 그 옆에 나란히 넣었다. 남생이도 어엿한 봉서리의 주민이라는 의미를 담아, 지도의 제목은 ‘봉서댁 남생이 터’라고 넣었다.

 

 

12월에는 공유회를 했다. 남생이 탐사단을 결성한 계기인 로드킬 이야기를 하고, 남생이를 주민들에게 목격수배한 것, 5개월 간의 탐사여정과 남생이에 대해 배운 정보를 나누었다. 남생이 탐사영상을 짧게 제작해서 상영하고, 남생이 지도달력을 설명한 후 배포했다. 공유회는 홍보를 더 열심히 했는데도 사람이 많지 않았다. 8명 정도의 사람들이 함께 해주었다.

 

 

그래도 모인 분들의 반응은 아주 진지하고 즐거워했다. 어린이 분들이 절반이었는데, 한 어린이는 남생이 공유회가 기대되어 전날밤부터 들떠있었다고도 했다. 내가 남생이를 실제로 만나고 그의 매력에 푹 빠진 것처럼, 공유회에 온 사람들도 남생이 영상을 보며 그 귀여움을 알아챈 것 같았다.

 

 

사실 돌이켜보면 박사님과의 생태관찰에서 남생이를 본 것이 첫만남이 아니었다. 

 

 

남생이 탐사를 시작하고 두 달 간 남생이를 코빼기도 못보았을 시점이었다. 봉서리는 아닌 다른 마을에서 한 로드킬 사체를 만났다. 사체를 가까이 보니, 자라와 남생이와 붉은귀거북도 구분 못하던 내가 열심히 공부한 대로 그는 남생이였다. 얼굴에 노란 줄무늬와 등에 세 줄무늬가 선명했다. 탐사 내내 안보이더니 이렇게 내장이 잔인하게 터진 채로 발견하다니. 꼭 아는 사람이 죽은 것처럼 심장이 쿵 하는 기분이었다.

 

 

그때도 물론 로드킬 목격의 경험은 슬프고 안타까웠지만, 지금 남생이를 실제로 만나고 그를 공부한 이후 그 로드킬 사진을 다시 들여다보기란 마음이 전혀 다르다. 느린 몸짓으로 길을 건너고 있었을 남생이. 죽은 후에도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죽음. 공유회 때 사람들은 로드킬 이야기에 유독 공감을 많이 하는 눈빛을 보내주었다.

 

 

일 년 간의 남생이 탐사단이 끝이 났다. 이제 겨우 남생이를 조금 알고 친해진 것 같은데 끝이라는 게 황당하기도 하다. 작고 귀엽고 느리고 고요한 이웃을 알게 되어 기쁘다. 우리 마을이 아니고서는 만나기도 어려운 귀한 이웃을. 그러니 이 이웃에게 안전한 마을을 만드는 일이 올해가 끝나도 여전히 우리에게 남아있음을 안다.

 

 

 

글 | 칩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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