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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프로젝트활동가/산청] 정푸른 - 2022년, 아이와 함께 더 넓은 세상과 연결되기

 

1. 사업명  2022 작은변화활동가 지원사업 (프로젝트활동가 분야)

 

2. 활동지역  산청

 

3. 활동가(단체)명  정푸른

 

4. 프로젝트명  어린이날 100주년, 아이와 함께 더 넓은 세상과 연결되기

 

5. 프로젝트 계획 ※사업계획서 요약

 

대안학교 교사로 산청살이를 시작해 꾸준히 지역에서 ‘어린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온 활동가에서, 출산을 앞두고 여기에 양육자의 정체성이 더해지게 되었습니다. 산청은 ‘맘’도 많지 않지만 소위 ‘맘카페’도 없기 때문에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의 아기 육아와 어린이 양육에 대해 소통할 공간이 마땅치 않습니다. 당사자가 되었으니 직접 지역 양육자 커뮤니티를 만들어보고자 합니다. 이와는 별도로 지리산권을 아울러 가치관과 양육태도, 고민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이는 작은 모임을 만들고 싶습니다.


6. 프로젝트 활동평가 

 

프로젝트 활동은 너무 미흡하게 진행되었습니다. 그나마 양육자들과 온라인 공간을 열어두었고, ‘엄마모임’이라는 이름으로 오프라인에서 실제로 연결되고, SNS 채팅방을 통해서 일상에서 수시로 소통할 수 있는 작은 관계망이 만들어진 것은 의미있는 변화라고 생각됩니다. 앞으로 이 작은 관계망을 더 쓸모있게 굴려나가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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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새로운 나, 새로운 마음

 

 

 

지난해 겨울 임신을 하고 나는 새롭게 태어나고 있었다. 언제나 호기심이 많던 나에게 임신과 출산은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는 그 어느 때보다 신나는 모험이었다. ‘오, 이런 세상이 있었다니!’ 알고싶은 것들이 넘쳐났다. 그런데 그런 궁금증을 함께 얘기하고 공감할 친구가 주변에 없었다.

 

 

‘이 동네 임산부들은 어느 병원에 가지?’, ‘그 병원은 어떤 분위기지?’, ‘찾아가는 산부인과 진료는 괜찮은가?’, ‘이걸 사려면 여기서 어디가 제일 가깝지?’, ‘이런 임산부 지원 정책이 있던데 이용해본 사람이 있을까?’ 등등. 임산부나 출산한 또래 여성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산청은 지역마다 있는 소위 ‘맘카페’라는 게 없는 곳이었다.

 

 

그래서 우선 양육자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정보들이 쌓이는 온라인 혹은 SNS 커뮤니티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오프라인 양육자 모임을 하면서 조금 더 깊은 이야기(자연주의 출산이나 육아철학 같은 것)도 나누고 친구도 사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 편, 임신출산(엄마됨)과 더불어 한가지 전환은 올해 작은변화지원센터에서 ‘프로젝트 활동가’로서 지원받는다는 점이었다. 평소 어린이가 더 행복하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활동에 관심이 많았지만 실제로 해온 활동은 꼭 그것만은 아니었다. 우리 지역이 더 재미있고 활기찰 수 있는 일, 동네 이웃들이 더 다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일이면 흥미를 느끼고 참여해왔던 것 같다. 그래서 올해는 어린이를 많이 만나며 활동하기 어려운 여건인데다 ‘활동가’로서 지원받는 만큼, 한가지 주제나 한가지 사업에 몰두하기보다 내가 ‘활동가’(우리 지역에 일어날 수 있는 작은변화를 모색하고 도모하는 사람? 필요한 연결을 만드는 사람?)로서 어떤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지, 어떤 활동가가 될 수 있을지 고민하며 활동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여전한 나의 한계와 너무 미세해서 보이지않는 변화

 

 

임신 중에는 출산 후 하기 어려울 것 같은 일들을 마구 해내느라, 또 아직은 완전히 엄마가 되기 전이어서 어떻게 엄마들을 불러 모을지 막막해서 고민하느라, 계획했던 활동들이 일상에서 자꾸만 순위 밖으로 밀려났다. 활동에 탄력이 붙질 않았다. 동료의 압력(?)없이 혼자서 부지런해지기가 어려워서 올해는 활동을 위한 시간을 따로 빼두었다. 누군가와 약속한 듯이 시간을 내어 활동을 계획하고 구상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 시간동안 고민한 내용들을 가까운 식구에게 ‘이건 어때?’하고 내밀었을 때 긍정적인 반응이 돌아오지 않으면 이내 쉽게 움츠러들었다. 모든 계획이 0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뭐든지 완벽하게 내 마음에 들도록 준비된 상태로 시작하고 싶은 성격, 거절이나 무반응에 쉽게 좌절하는 소심한 나의 성격이 역시나 활동의 걸림돌이 된다는걸 다시 한 번 느꼈다.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사람들을 연결하는 일을 하고싶은데 나는 왜 그걸 잘 못할까? 부정적인 피드백이나 사람들의 무반응에도 꿋꿋하게 내 생각대로 추진해나가는 자신감이 내겐 왜 없을까? 이렇게 자꾸만 자책하게 되는 것도 활동을 하면서 자주 마주하는 내 모습이다. 그래도 나름대로 시간이 가면서 아주 아주 조금씩은 나아지고 있다고 느끼는데, 주변 사람들이나 나를 지원해준 지리산작은변화지원센터에게는 느껴지지도 않을 미세한 변화 같아서 자꾸 내 자신이 떳떳하지 못하게 느껴지고, 작아졌다. 

 

 

(지난 해까지의 활동과 달라진 나의 미세한 변화는 모든걸 혼자 계획하고 혼자 진행하지는 않았다는 거다. 몇 해동안 경험을 통해서 나 혼자 행사를 기획하거나 어떤 사업을 펼쳐놓고 다른 모두를 대상처럼 초대하는 형식이 그다지 지역의 변화에 도움이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고, 무엇이든 ‘함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실히 들었다. 알면서도 잘 안됐던 것이기도 하지만, 이번엔 어떻게든 함께하는 과정을 만들어보리라 다짐했다. 그래서 양육자 커뮤니티나 엄마모임을 만들기 전에, 여러차례 여러 사람과 그것에 대해 같이 이야기 나누어보고 피드백 받으려는 시도를 했다.)

 

 

계획서 낼 때는 분명 이 활동, 내가 제일 잘 할 것 같고, 이 활동은 진짜 우리지역에 꼭 필요한 일처럼 느껴졌는데 막상 추진하다보면 이게 우리지역에 꼭 필요한 일인지 의문이 들고, 왜 이렇게 그 변화는 나만 원하는 변화같은지, 심지어 내가 뭐라고 그런 일을 하려고 하는지, 나같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인지까지 의심이 든다.

 

 

 

엄마 : 더 넓은 세상으로의 초대

 

 

엄마가 되고나니 ‘엄마’라는 말은 호칭이나 단어가 아니라 어떤 ‘세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전과 전혀 다른 세계로 초대받았다.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것을 보고, 들리지 않았던 것을 듣고, 느낄 수 있는 지도 몰랐던 것들을 느끼게 됐다. 가는 곳마다 엄마인 활동가로서, 혹은 활동가인 엄마로서도 모든 것을 살피게 됐다.

 

 

- 장터/야외 행사장에서 : 수유구역이 없다니! 그동안 엄마들은 어떻게 야외 행사를 참여했을까? 아니, 그래서 아기엄마들이 나오기 힘들었던 걸까?

 

- 거의 모든 공공 화장실에서 : 오, 기저귀 교환대를 설치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텐데 왜 이렇게 찾기 어려울까? 아무리 아기여도 조용하고 분리된 공간에서 기저귀를 갈 수 있으면 좋을텐데...

 

- 결혼식장 등의 수유실에서 : 수유실을 거의 창고처럼 쓰는군. 오래돼서 짐이 되어버린 소파나 테이블을 여기다 몽땅 갖다놨네. 어른들에겐 식탁이나 다름없는 곳인데, 화장실 안이나 옆에다 수유실을 배치하다니 말도 안돼!

 

- 우리동네 길거리에서 : 유아차를 밀며 보행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네. 그동안 휠체어 이용자들도 이런 길을 다녀야 했다고? 너무 많은 턱과, 경사진 길들, 망가진 보도블럭들, 이음새 앞에 주차한 차들... 차도를 이용할 수 밖에 없겠어..

 

- 식당에서 : 아이와 함께하는 사람은 식당 선택에도 넘어야 할 산이 많구나. 아이와 함께하기 좋은 우리동네 식당지도가 있으면 좋겠어. 좌식이거나 입식인 것을 표시한 지도, 아니면 온돌이 있는지,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지 표시된 지도 같은 것 말야.

 

- 워크숍이나 회의자리에서 : 내 아이가 다른 사람들의 이 시간을 방해할까봐 걱정돼. 하지만 아기란 원래 그런 존재인걸? 모두가 그렇게 이해해줄 수 있을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어떻게 아기와 함께 회의나 워크숍에 참여할 수 있을까? 아기와 함께 굳이 이 자리까지 나오는 나를 (그렇게 여러 사람의 불편을 초래하기도 하는 나를) 별나다고 여기진 않을까? 난 일에 조금만 참여하고, 조금은 배려를 받고 싶은데... 그건 욕심일까? 차라리 아예 집에 있는 편이 나을까?

 

- 카페, 공원 등 어디에서나 : 아니, 여기서 수유하는 것을 내가 부끄럽게 여겨야 하는가?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는 일인가? 아기가 엄마랑 있는 것도 당연하고, 아기가 식사를 하는 것도 당연하잖아! 모든 공간에 수유시설을 마련할 수 없다면 수유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여길 수는 없을까? 남성이 있을 때는 내가 자리를 피해서 수유해야 하는가? 다른 나라에선 어떨까?

 

 

아마 난 앞으로도 엄마인 활동가, 활동가인 엄마로서 더 많은 새로운 장면을 마주하고,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될텐데 그런 생각들을 차곡차곡 붙잡아 기록/기억하고, 공유하고, 활동(작은 변화를 이끄는 일)과 연결지어보고 싶다. 나도 모르게 첫느낌은 금세 잊어버리고 ‘엄마는 원래 아기 데리고 다니려면 어디서든 불편하지.’하고 불편한 환경에 적응해버릴지도 모른다. 그게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르지만, 새 엄마(양육자)들을 위해서라도 조금은 더 자연스럽게 아기와 함께 일상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보고 싶다. 적어도 내가 사는 동네에서라도. 아주 작은 것일지라도. 어떤 사업이 되기 보다도, 어떤 이름을 갖기보다도, 굳이 활동이라 불리지 않더라도, 앞으로의 내 삶이 자연스레 그렇게 될 것만 같다. 그런 삶에 다른 양육자, 보조 양육자들과 함께일 수 있다면 더욱 힘이 나고 신이 날 것 같다. 이미 주변에 함께할 이웃들은 넉넉하니, 나만 좀 더 잘 하면 될 것 같다.

 

 

 

 

글 | 정푸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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