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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활동가대회와 n개의 시선] 흔한 (과부하) 활동가의 4.29 지리산활동가대회 일기

 

 

2023 작은변화 탐험대 지원사업


 

<2023 작은변화 탐험대 지원사업>은 사전 선정위원회를 통해 초대한 구례, 남원, 산청, 하동, 함양의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지역의 공통 과제에서 출발하여 함께 기획한 공동 사업 '함께활동'과, 각각의 활동 단위의 '따로활동'에 보탬이 되는 마중물 기금을 지원합니다.

 

지역 내 다양한 영역에서 각자 다른 역할로 변화를 만들고 있는 활동가들이 "우리 지역에 지금 필요한 변화는 무엇이고, 어떤 활동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까?"를 토론하고 실제로 같이 이루어내는 경험을 통해 지리산권의 활동가들이 더 깊고 넓게 연결되어 변화의 기반을 만들어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흔한 (과부하) 활동가의 4.29 지리산활동가대회 일기

지리산활동가대회와 n개의 시선

 

 

글 / 푸른 (산청 함께평화, 문화장터기획단)

 

 

 

 

은변화지원센터가 하는 일이라면 일단 자세히 듣기도 전에 보탬이 되어야지, 도와야지, 같이 잘 해봐야지 하는 마음부터 드는 건 그동안 작은변화지원센터로부터 한 해 한 해 꾸준히, 겹겹이 쌓인 도움과 신뢰 때문이다. 나는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가 생기던 첫해부터 지금까지 직/간접적인 도움을 받으며 이곳 산청에서 ‘활동가’ 비슷한 존재로 정착해 왔다. 내가 산청에 살기 시작한 것도 2018년부터였다. 남편부터 친구들, 가깝고 먼 많은 이웃까지, 지금 내 삶에는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와 그를 통해 연결된 사람들이 빼곡하다. 지금 ‘만약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가 없었다면’ 하고 떠올려 보니 좀 아찔할 정도로. 그런 애틋한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가 올해, 전환을 맞이하고 있다. 그동안 해왔던 것과는 다른, 활동가들이 ‘주체’가 되는 새로운 지원사업의 틀을 만들어 가는 시점! 이런 센터의 흐름이 없었다면 나도 얼마간은 더 ‘지원 대상’의 자리에 앉아 나태하게 활동했을지도 모른다. 센터에서 새로운 흐름을 고민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면서부터 나도 지난 5년을 돌아보고 활동가로서의 나를 평가해 보고, 새로운 태도를 상상해 볼 수 있었으니까.

 

 

근히 기대했다. 이번 지리산활동가대회에 나처럼 저마다의 지리산에서 그간 쌓아온 활동과 작고 큰 변화의 이야기들, 그 활동과 변화의 흔적이 된 사람들이 모두 모이는 잔치 같은 자리가 되면 좋겠다고. 지/작/변과 함께하면서 다른 어디에도 없는 특이한 소속감도 생겼는데, 그건 ‘지리산 사람’이라는 거였다. 다른 동네에 살던 경험을 떠올려 보면 이건 진짜 불가능에 가까웠던 희한한 소속감이다. 산을, 그것도 엄청나게 큰 지리산을 중심으로 둘러싼 다섯 개나 되는 시와 군. 그렇게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사람들까지 다 아울러서 내 이웃이라고 느낀다니. 지/작/변을 통하거나 지/작/변과 함께 활동하면서 지리산권 두루두루 만나면 반가운 사람들이 생겼고, 그런 이웃들을 오랜만에 보고 싶은 마음이 제일 컸던 것 같다. 지리산활동가대회의 취지에 비하면 너무 단순하고 소박한 기대였는지 몰라도, 나에겐 그게 제일 큰 기대였다. 그 사람들이 만나기만 하면 하지 말라고 해도 튀어나오는 게 활동, 지역, 변화, 삶 이야기일 테니 솔직히 어떤 프로그램이 준비되었는지도 크게 관심이 없었다. (자세히 듣기도 전에 당연히 ‘잘 기획했겠지’ 싶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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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지역 함께활동 ''기후위기'라고 함께 외쳐!' 발표 중이다.

 

 

 

명부터 해야겠다. 뒤에 이어지는 내 몇몇 솔직한 마음들이 지리산활동가대회를 준비하신 분들과 거기서 유익하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셨던 분들에게 누가 될까 걱정이 든다. 활동가 대회가 열렸던 날은 지치고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이 글을 쓰기로 되어 있어서 보람과 의미만을 한가득 얻어가도 모자라는데, 아쉽고 지친 마음이 드는 내가 당황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그날의 솔직한 내 상태가 그랬다. 지금 돌아보니 내 탓인데, 일단 그날로 돌아가 찬찬히 조심히 솔직히 기록해 보겠다. 

 

 

맑은 얼굴을 하고 기다렸던 날인데 하늘은 흐리다. 바리바리 짐을 챙겼다. 9개월 아기와 함께여야 해서 짐이 금세 불어났다. 한나절의 짐을 내리고 유아차도 내리고, 아기를 안고, 정신없이 들썩에 들어섰다. 한창 기고 서는 아기이기 때문에 하루 종일 공중에 안겨 있는 것이 힘들 것 같아서 구석 한 켠에라도 침낭을 깔고 장난감을 놓아주고 싶었지만, 마땅히 사용할 공간이 없어보였다. 반가운 활동가들께서 아기를 반겨주시며 너도나도 안고 놀아주신 덕분에 잠시 숨을 돌릴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마음을 아예 놓을 수는 없었다. 몸은 힘들어도 내가 데리고 있는 게 마음은 제일 편하니까. 엄마 쉬라고 배려해주시는 마음, 귀여워해 주시는 마음들에 대한 고마움과 아기가 신경 쓰여 애타는 마음 사이에서 나는 몸이 가벼운 대신 초조한 마음으로 아기에게 눈을 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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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의 가족인 종혁과 서로가 함께 왔다.

 

 

 

거기다 나는 왜 발표를 하겠다고 했을까. 우리 지역 공동의제를 내가 소개하기로 했는데, 이미 정신이 없는 상황에 머리가 하얘진 데다 센터에서 준비한 프레젠테이션을 발표하면서 처음 본 탓에 당황해서 말이 잘 안 나왔다. 그저 화면과 상관없이 내가 준비한 대로 소개만 하면 될 일인데, ‘난 왜 이렇게 바보가 됐지. 아기만 돌보다가 다른 능력은 모두 전원이 꺼졌나 봐.’하고 생각하기 시작하니까 점점 더 머리가 하얘졌다. 말을 더듬는 내가 너무 창피했다. 오전이 어떻게 지나간지 모르겠다. 밥 먹는 동안에도 창피함에 휩싸여 있었지만, 밥이 너무 맛있어서 다시 힘을 내기로 했다.

 

 

기애애한 점심시간이 끝나고 곧바로 오후 일정이 시작됐다. 무작위로 배정된 팀에서 아이스 브레이킹 기술을 익혔다. 곁눈질로 본 다른 팀들도 모두 즐거워 보였다. 얼핏 보면 흩어져서 논 것 같겠지만 이런 건 지역에서 활동가로 살아가다 보면 절실히 필요한 기술이다. 어울려 즐겁게 살기에는 다소 뻣뻣하게 굳은 이 시대의 마음들을 깨트리는, 말랑했던 우리의 본능을 깨워주는 가볍고도 다정하거나 유머 있거나 예술적인 대화의 기술들 말이다. 우리 팀은 대화카드와 1분 초상화로 이야기를 나눴고, 옆 팀은 보드게임을, 어떤 팀은 타로를, 어떤 팀은 노래를 부르며, 어떤 팀은 춤을 추며 이야기를 나눴단다. 하나만 경험하기 아쉬웠는데, 역시 사람이 모이면 시간이 너무 잘 간다.

 

 

스러운 무지개처럼 아름다운 활동 뒤에 숨은 색색의 고민을 나눌 일곱 가지 이야기 테이블도 열렸다. 사실 내가 곧바로 끌리는 주제만 보고서 별 고민 없이 ‘어린이/청소년 활동 지원’ 테이블로 갔다. 막상 가서 얘기를 나눠보려니 꽤 광범위하고 막연한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느낌엔 저마다 하고 싶은 얘기가 하나도 겹치지 않는 듯했다. 어린이/청소년이 활동의 대상인지, 활동을 함께하는 주체인지, 어린이/청소년을 주제로 한 활동인지에 따라서도 할 이야기가 너무나 다를 것 같고, ‘해왔던 일과 해보고 싶은 일’이라든지, 지리산권에서의 어린이/청소년 활동의 연결’이라든지, ‘활동에서의 어려운 부분’ 이라든지 조금 더 좁고 구체적인 주제로 모두가 골고루 이야기들을 주고받았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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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청소년 활동지원 이야기테이블이 진행 중이다.

 

 

난한 날씨에 빠듯한 일정이 끝났다. 서로 격려하고 돌아보는 메시지를 최첨단 시스템(멘티미터)을 통해 즉석에서 작성하고 공유했다. 나는 이때 꽤 지친 상태여서 별생각 없이 솔직하게 아쉬운 마음을 거침없이 써냈는데, 커다란 화면으로 공유되어서 깜짝 놀랐다. 센터장 넉넉이 그걸 소리내어 읽어서 더 깜짝 놀랐다. (그때 그 메시지 저예요^^; 죄송합니다..) 변명을 좀 더 하자면, 막상 모든 대화 테이블이 끝나고 나니 내가 오늘 만나고 싶었던 이들과 나누고 싶었던 이야기를 할 여유도 없었구나 싶어서 아쉬움이 남았다. 

 

 

사적 만남은 아니긴 했지만, 만나기 쉽지 않은 사람들을 오랜만에 만나서 그동안 듣고 싶었던 이야기도 묻고 싶고, 같이 이야기하고 싶었던 부분도 있었는데, 정작 만나고도 아무 얘기를 못 나누고 돌아오려니 슬펐다. 누굴 만나러 시간 내기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기 때문에 나에겐 이 자리가 조금 더 절실했고, 그래서 슬프기까지 했는지도 모른다. 빗길에 긴 시간 돌아가야 하는 참가자들을 위해 쉬는 시간을 줄이고 빨리 끝내도록 배려한 것이라 예상했지만, 궂은 날씨에 쉼 없이 진행되는 것이 힘에 부치기도 했던 나였다. 어느 때보다 다채롭게 준비된 시공간인데, 내 컨디션이 좋지 못한 탓에 충분히 귀 기울기고 몸담지 못한 것 같아 더 아쉬웠다.

 

 

회’라면 어떤 실력을 겨뤄서 1등부터 꼴찌까지 성적을 매기는 그 ‘대회’가 먼저 떠오른다. 겨루지 않는 ‘대회’는 낯설다. ‘지리산활동가대회’는 누가누가 더 대단하게 활동하는지를 ‘겨루는’ 것이 아니고, 지리산에 누가누가 있는지, 누가누가 무얼 하며 어떻게 살아가는지, 누가누가 무얼 하며 어땠는지, 누가누가 가진 것들이 있다면 그것을 ‘공유하는’ 커다란 모임이었다. ‘대’와 ‘회’를 입을 크게 벌리고 끊어서 읽으면 이날의 대회에 더욱 어울리는 소리가 난다. 내 욕심가득 투정가득 서툰 후기에서도 아쉬움이 많았던 건 기다린 사람이 더 많아서 그랬구나,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더 많아서 그랬구나 하고 읽어주시면 이날의 내 마음에 더 알맞을 것 같다.

 

 

 

p.s. 일부러 다른 분들의 후기를 읽지 않고 글을 썼다. 다 쓰고 다른 분들이 쓰신 글을 모두 읽었는데… 내가 그날 어떤 상태였는지 깨달았다. 훌륭한 이야기들과 이야기 사이 반짝이는 의미들을 충분히 담아올 만큼 나의 요즘에는 빈자리가 없었구나 싶다. 부끄러운 마음에 차마 이 글을 보낼 자신이 없다. 그런데 다시 쓸 자신은 더 없어서 일단 보내기로 한다.

 

 

 

 

글 | 푸른 (함께평화)

사진 | 누리

 

 

 

 

 

탐험의 현장으로 안내합니다!

 

🚩 [현장스케치] 지역별 워크숍 : 함께 쓰는 우리 지역 사업계획서
🙋‍♀️ [생생후기] 4.29 지리산활동가대회와 n개의 시선

 

 

작은변화 탐험대, 이런 일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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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례 함께활동 <구례 지역생협 토대 만들기> & 따로활동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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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동 함께활동 <갈도를 기억하다_하동주민생활사연구> & 따로활동 소개

💜 함양 함께활동 <연결을 위한 지역 생태계 만들기> & 따로활동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