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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작은변화의 시나리오/산청] 하마 - '우리'를 찾기 위한 명왕성의 작은 시도들

1. 사업명 2019 상반기 일반공모지원사업 - 지리산 작은변화의 시나리오

 

2. 활동지역 산청

 

3. 단체명 하마

 

4. 활동내용 산청 청소년 공동체 활성화 사업

 

청소년들이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부담 없이 작은 모임들을 만들기 시작하는 계기를 마련하였으며, 이렇게 생긴 동아리에 대한 지원과 그 동아리들의 활동을 통해 청소년자치공간 명왕성을 이용하는 다른 청소년들이 모임에 대한 자극을 받을 수 있었음. 다만, 지원기간이 짧아 다채로운 동아리를 만들려는 시도를 길게 이어가지 못한 점이 아쉬움.

명왕성 청소년들이 다른 지역의 청소년 기관을 방문함으로써 자신들이 속한 명왕성에 대해 돌이켜 보면서 자부심과 애정을 갖게 됨.

 

 

 명왕성은 2018년에 문을 연 이후 산청의 많은 청소년들이 맘편히 이용하는 곳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우리에게는 작은 고민이 여전히 남아 있었습니다. ‘청소년 자치공간’이라는 타이틀을 붙인 명왕성이 얼마나 ‘자치’라는 이름에 걸맞게 운영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었죠. 이용하는 청소년들에게 명왕성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쉼터 정도의 의미밖에 없는 듯 보였고, ‘내 공간’ 또는 ‘우리 공간’이라는 인식은 그다지 많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사실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명왕성에 그런 것을 벌써 기대하는 것은 욕심일 것이고, 그것을 강요한다고 느끼게 된다면 청소년들은 그나마 맘편한 공간으로도 여기지 않게 되겠죠. 그렇다고 그냥 내버려두고 방치할 일도 아니었습니다. ‘청소년 자치’에 ‘주인 의식’은 필수조건이니까요. 그래서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의 지원사업을 통해 넌지시 청소년들을 자극하고 살짝 밀어줄 수 있는 방법들을 찾게 되었습니다.

 

  쉽게 시작할 수 있겠다 생각한 것은 동아리 활동이었습니다. 자주 가는 카페나 식당이 있다고 우리가 주인의식을 갖지는 않으니 명왕성도 단순히 이용하는 곳이라는 인식을 넘기 위해서는 자신이 소속된 모임이 있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이었죠. 학교나 청소년 수련관에서는 시도하기 어려운 동아리를 만들 수 있고, 어떤 평가도, 결과요구도 하지 않으면서 모임 그 자체를 지원하는 것은 청소년들이 진짜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응원한다는 의미도 있을 것이구요. 뭔가 재미있는 걸 하고 싶은 청소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홍보를 시작했습니다. 

 

 

하마_명왕성 (2).png

 

 

  결과부터 말하자면 명왕성의 동아리 프로젝트는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포스터와 카드뉴스를 제작하고 다시 영상으로 구성해서 온오프라인의 홍보활동을 진행했지만 뜻밖에 청소년들은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4월 한 달을 기다리고 나서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결정했습니다. 자주 명왕성에 오는 청소년들에게 직접 권유하기로 한 거죠. 그렇게 처음 만들어진 동아리가 ‘냠냠쩝쩝냠냠’ 동아리였습니다. 간식을 먹는 것이 목적인 동아리가 가능하다고 이야기를 해 주자 정말 좋아하면서 당장 동아리 신청서를 작성하더군요. 포스터나 카드뉴스, 영상으로 충분히 홍보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직접 이야기를 건네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던 셈입니다. 이후에 명왕성 밴드 ‘룹션’도 결성되면서 청소년끼리 입소문도 좀 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는데 여지없이 무관심 속에 또 한 달이 흘렀습니다.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살짝 권하는 방식을 이어가면서 보드게임 동아리, 만화읽기 동아리가 생길 때 즈음엔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 사업의 마감일이 다가오고 있었죠. 이제야 뭔가 시작하는 분위기가 됐는데 지원 사업이 상반기에 마무리되면서 아쉬움이 매우 커졌습니다.  연간 사업으로 지원해야 할 일 이었는데 판단을 잘 못 했던 것이죠. 7월 말에 동아리 신청을 낸 영화감상 동아리는 그래서 사업을 통한 지원은 받지 못하게 되었지만 덕분에 운영진 회의에서 동아리 운영에 대한 논의가 진지하게 이루어졌습니다. 명왕성 운영비에서 동아리 활동을 조금씩이라도 지원해서 동아리 활동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통과되었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지역의 다른 기관들로부터 정기적인 지원을 받도록 노력하기로 했습니다. 

 

  동아리 활동을 통해 청소년들이 갑작스럽게 소속감이나 주인의식이 생기지는 않겠죠. 하지만 ‘명왕성 이용객’에서 ‘명왕성의 동아리 구성원’으로의 전환은 자신이 명왕성 소속이라는 생각을 느리더라도 착실히 새겨지게 할 것이라 기대합니다. 연말에 동아리 대표들과 동아리 활동에 대한 소감도 듣고, 원하는 지원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준비하고 있는데 이렇게 자연스럽게 명왕성 운영에 참여하게 되면 ‘청소년 자치’의 실질적인 실현이 조금씩 이루어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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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왕성밴드 Loo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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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냠냠쩝쩝냠냠 동아리

 

 

  청소년들이 소속감을 느끼게 만들 수 있는 좀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 생각한 것은 다른 청소년 공간의 방문이었습니다. 타 지역의 청소년 공간에 가는 즉시 명왕성은 ‘우리 명왕성’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곳이 명왕성보다 좋으면 ‘우리’도 그렇게 되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며 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과 참여가 일어날 수도 있겠죠. 명왕성이 그곳보다 좋으면 ‘우리 명왕성’에 대한 으쓱하는 마음, 즉 자신이 속한 곳에 대한 자부심을 함께 한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꾸준히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진다면 그런 소속감은 더 깊게 뿌리를 내릴 수 있으리라 기대하면서 기획을 하게 됐습니다.

 

  어느 곳을 방문할까 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작년에 연락을 하다가 서로의 일정들 때문에 방문이 무산된 완주의 청소년센터 ‘고래’가 최우선 순위였거든요. 훌륭하게 잘 운영되고 있어서 청소년 공간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유명한 곳일뿐더러 산청에서 그렇게 멀지도 않아 여유롭게 다녀올 수 있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정작 연락을 취하고 일정을 조정하려니 서로의 사정이 달라서 날짜를 맞추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간신히 날짜를 잡긴 했지만 고래의 청소년들과 연계 프로그램을 하기는 어렵고 고래의 청소년 지도사님께 상세한 설명과 가이드를 받는 것으로 방문 계획을 잡게 되었죠. 조금 아쉬울 법도 한데 의외로 명왕성의 청소년들은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았습니다. 함께 부담 없이 어딘가를 놀러간다는 즐거움이 더 컸기 때문이었나 봅니다.

 

  고래 방문은 그래서 꽤 즐거웠습니다. 최화목 팀장님의 친절하고 상세한 안내 덕분에 궁금한 것들을 실컷 물어볼 수 있었고, 공들여 꾸며 놓은 공간들을 보며 감탄도 하고, 군에서 다양한 형태로 지원이 나온다는 사실에 현재 명왕성 상황들을 되돌아 볼 수도 있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지역민들의 도움으로 건강한 간식을 제공한다는 말씀에 늘 라면만 먹는 명왕성의 모습이 머릿속에 스쳐지나가기도 했죠. 한편으로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는 고래에서 청소년 지도사분들이 얼마나 고생하고 있을지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고래를 나서면서 명왕성 청소년들이 제일 처음 한 말은 “여긴 좀 수련관 같다”였습니다. 뒤이어 한 말은 “우린 편하게 라면 먹는 게 더 좋은 것 같아.”였죠. 고래와 명왕성은 성격이 다른 곳이고, 각각이 지향하는 지점이 모두 가치있는 일이라 뭐가 낫고 뭐가 더 나쁘다 말할 순 없는 일이지만 청소년들의 목소리에서 ‘우리 명왕성’을 엿볼 수 있었다는 점이 기분이 좋았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전주로 이동해 식사를 하고 소녀상 및 청년몰 탐방을 마무리지었습니다. 의도했던 대로 청소년들이  소속감과 명왕성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된 것, 그리고 여행을 계기로 청소년 한 명이 운영진에 합류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 탐방의 소중한 성과였던 것 같습니다. 

 

 

  2019년 상반기 작은변화지원센터 시나리오 지원사업은 명왕성에 작은 시도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작지 않은 과제를 남겼습니다. 명왕성 동아리 활동지원의 지속, 다른 지역 청소년과의 꾸준한 교류활동 모색, 여행 등 함께 하는 기회의 제공 등 아직 느슨한 청소년들의 소속감을 키우고 이를 바탕으로 주인의식을 갖고 실질적인 운영참여로 이어지게 하는 노력이 그것입니다. 명왕성은 조급한 공간이 아니니까 천천히 느긋하게, 하지만 분명히 걸음을 걸어 나갈 생각입니다. 

 

 

 

작성자 | 김한범 (명왕성 코디네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