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이음 활동 소식

자료[작은변화활동가] "세상을 보는 눈을 바꾼 내 인생의 가장 큰 변화" - 산청 김은영 활동가

2022-04-15

"세상을 보는 눈을 바꾼 내 인생의 가장 큰 변화"

2020-2021 산청 작은변화활동가 김은영

 

 

“저는 늘 얘기해요. 작은변화지원센터가 아니었으면 이 일을 안 하고 있을 거라고.”

 

 

활동가 소개

 

작은변화활동가 김은영은 2019년 지역협력파트너로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와 함께 했다. 농촌지역에서 아동·청소년의 권리를 생각하고, 지역에서 활동하는 주민들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지원해야 할지 고민한다. 현재 산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준비위 대표를 맡고 있다.

 

 

주요 활동

 

‣ 변화의 씨앗 활동지원금

2020 어린이를 생각하는 모임

 

‣ 일반공모 지원사업

2018 작은조사 / 우리동네 놀이터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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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작은변화활동가 워크숍에서 만난 김은영 활동가

 

 

 

지역협력파트너와 작은변화활동가로 지낸 3년 어땠나요?

 

글쎄요. 알게 모르게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저는 작은변화활동가 지원을 받으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완전히 바뀐 사람이거든요.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가 없었다면 저는 활동가가 되지 않았을 거예요.

 

 

김은영 활동가는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서울에서 산청으로 삶터를 옮기면서 삶에 대한 가치관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한다. 그리고 ‘시골에서 내 아이를 잘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로 시작된 고민은 청소년교육학을 공부하게 했고,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 지역의 변화를 만드는 활동으로 이어졌다.

 

 

주변에 아이들을 생각하는 어른도 없고, 혼자서 고민해도 뾰족한 결론도 안 나왔어요. 2016년 5월에 교육잡지 민들레 읽기 모임에서 저보다 한 단계 더 높은 고민, 지역을 어떻게 바꿔야 어린이와 청소년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계속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하는 공동체적 고민을 하는 분들을 만났어요. 지금도 모임을 계속 하는데 많이 배우고 많이 변하게 되었어요. 고민이 생기면 모아놨다가 한 달에 한 번씩 모임에 가서 다 풀고 올 만큼 굉장히 큰 변화였죠.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가 생기면서 산청에도 변화가 생겼어요. 저는 지역협력파트너가 되기 전에 생태놀이터를 만들고 싶어 작은변화지원센터 공모사업에 지원해서 지역놀이터를 되게 재미있게 조사했어요. 그래서 협력파트너의 역할에 대해서는 ‘해 볼만 하다’는 생각을 했었고 저를 추천하신 분도 지금 하는 일 하면 된다고 해서 별로 부담 없었는데 첫 해는 제 예상과 어긋나게 마음의 짐이 컸던 것 같아요. 

 

활동비의 무게가 너무 무거웠어요.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뭘 해야 되는지도 매 순간 고민이었어요. 매월 회의를 하고 다른 지역협력파트너들을 만나면 다들 너무 각자 역할을 찾아서 잘 하고 있는데 나만 방황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그때는 회의 가서 많이 울었어요. 뚜렷하게 보이는 성과를 만들지 못하니까.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의 지역협력파트너로 매월 지원받는 활동비에 대한 부담 못지않게 지역사회의 관심도 상당히 버거웠다. 여기저기서 여러 가지 제안이 들어왔고 그의 표현대로 ‘깔때기처럼 일이 모이는’ 상황이 되었다.

 

 

2019년에 지역협력파트너 제안을 받고 활동하면서 365일에 300일은 울었던 것 같아요. 뭘 해야 될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내가 활동가가 맞나 고민하면서…. 그때는 또 저 혼자였으니까요.

 

2020년에 산청에 든든한 동지 두 분이 생겨 되게 마음이 놓이더라고요. 김한범 선생님은 민들레 읽기 모임에서 자주 봤던 분이고 아이들과도 잘 지내고 아이들과 관련된 일을 하는 어른들과도 관계가 좋았어요. 이종혁 선생님은 농민회 활동을 어떻게 하는지 봐왔던 분이라 안심이 되었어요. 나보다 잘하는 분들이 함께하니 나는 이제 좀 덜해도 되겠지 생각했죠.

 

 

 

그동안 지역에서 아이들을 위해, 아이들과 함께한 활동을 소개해주세요.

 

2018년 작은변화지원센터의 지원으로 놀이터를 조사하고 2019년 산청 어린이도서연구회 회원들과 한 달에 한번 팝업놀이터를 열었어요.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놀이터를 만들게 된다면 아이들이 노는 힘을 회복하는 놀이터를 만들고 싶었어요. 한 달이 어찌나 빨리 돌아오는지 바쁘기도 했지만 되게 재밌었어요. 놀이터 모토가 ‘아이들보다 내가 더 열심히 놀자’였는데 진짜 제가 더 열심히, 재미있게 놀았던 것 같아요. 

 

같이 시작했던 분들이 뭔가 더 해보고 싶어 해서 2020년에 경상남도 주민공동체 공모사업까지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했어요. 중간에 다들 물러나 결국 제가 다 하게 됐지만요(웃음). 그래도 아, 이렇게 혼자 고군분투해야 하는 일은 하지 말자 다짐하는 계기가 됐어요.

 

 

작은변화활동가 변화의 씨앗 활동지원금으로 2020년에 시도했던 ‘어린이를 생각하는 모임’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아이들을 위해 정기적으로 모여 이야기하고 기록하고, 변화를 만들어가는 여정이 쉽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활동가 스스로도 힘이 빠졌고 작은변화지원센터의 반응도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았다고 했다. 모임은 결국 중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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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작은변화활동가 워크숍에서 만난 김은영 활동가

 

 

 

작은변화활동가 지원사업은 ‘활동’보다는 ‘사람’을 지원하는 사업인데요, 작은변화지원센터가 잘 해 온 것 같나요?

 

요즘 지자체에서도 혁신가 대학이나 공모사업으로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들이 많은데 작은변화지원센터의 사업은 한발 앞서 있어요. 사람, 교육, 활동을 함께 지원하는 굉장히 발전된 모델이에요. 저는 기초 없이 작은변화지원센터라는 중급과정으로 올라간 사람이라 굉장히 힘들었지만 2020년 행정에서 지원하는 교육을 들으면서 ‘아, 센터에서 하는 얘기가 이런 거였구나, 이래서 사람을 지원해야 한다는 거였구나’ 스스로 뒤늦게 깨치는 과정이 있었어요. 

 

사람을 지원하는 사업이 말이 안 되는 얘기였지만 작은변화지원센터는 해 왔잖아요. 주변에서 ‘안 될 거다, 배신당할 거다’라고 했지만 계속 해서 여기까지 왔고 저처럼 인생이 완전히 바뀐 사람도 나오고. 저는 늘 얘기해요. 작은변화지원센터가 아니었으면 이 일을 안 하고 있을 거라고.

 

 

눈물과 방황의 2019년에 이어 침잠의 시기를 보낸 2020년은 활동가 김은영을 더 많이 성장하게 했다. 덕분에 2021년은 겁없이 뭐든지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 결과가 마을학교 활동과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설립이다. 

 

 

산청이 올해 행복교육지구로 선정되었어요. 10개의 마을학교가 운영되는데 대부분 기존의 체험 프로그램에서 강사비를 교육청에서 지원하고 아이들에게 참가비를 받지 않는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이건 좀 아닌 것 같아서 김한범 선생님, 또 마을학교 팀들이 같이 고민하고 이야기하면서 우리 방식대로 해보고 있어요.

 

작년이었으면 괜히 주눅 들고 자신도 없었겠지만 올해는 ‘하면 되지, 옆에 같이 하는 사람이 있잖아’ 하면서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옆에 함께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굉장히 힘을 많이 받으면서 2021년을 보냈어요.

 

 

 

곁에서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힘을 얻는 2021년을 보내셨군요. 작은변화지원센터로부터 지지와 응원을 받고 있다고 느낀 순간은 언제인가요?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잖아요. 제가 지지와 응원을 받아들일 안목과 그릇이 안 되니까 지지가 아니라 질타로 느끼는 것 같아요. 전에는 ‘왜 나한테 자꾸 채찍질을 하지?’였는데 작년과 올해를 지나면서 ‘진짜 지지였구나, 내가 더 많이 컸어야 했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일을 하다보면 ‘지금 이게 맞나, 조금만 달라졌으면 좋겠는데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고민을 하는 시점이 있잖아요. 저는 올해 11월에 비공개로 열린 활동가포럼에서 생각을 전환하고 지금 나의 고민을 어떻게 넘어서야 할지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그러면서 ‘지역에서 활동하는 분들에게 이렇게 얘기를 해줘야겠구나, 이런 자리를 마련해 주면 되겠구나’ 생각하면서 정책이나 시스템을 사람들과 연결해 주려는 제 모습을 저 스스로가 봤어요.

 

 

지난 2년을 돌아보며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모습에서 스스로도 활동가로 성장한 자신을 발견했다고 한다. 다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젊다는 이유로 활동가로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운신의 폭이 여전히 좁은 지역의 현실을 답답해했다.

 

 

 

지리산권 활동가들과 자주 교류하시나요?

 

직접적인 연계가 되지 않더라도 다른 지역이 하는 뭘 하는지 보면서 도움을 많이 받아요. 그런데 그 도움을 내 것으로 소화시키는 데는 1년 이상은 걸리는 것 같아요.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내가 생각해보고 우리 지역에서 시도해 보고 몇 번 실패도 겪으면서 좀 잘 되는 데까지 1, 2년은 걸리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그걸 몰라서 나만 못하고 안 되는 것 같았는데 이제는 '계속하면 되는구나'를 알게 됐죠.

 

 

 

앞으로 작은변화활동가 지원사업에서 무엇이 더 필요할까요?

 

저는 활동가가 더 많았으면 좋겠어요. 활동가를 선정할 때 센터가 모르는 전혀 새로운, 정말 뜬금없지만 지역에서 뭔가 해보고 싶어 하는 새로운 사람들을 발굴하거나, 개인이 모여서 그룹으로 지원해볼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주면 좋겠어요. 

 

활동가가 많아지는 만큼 지역 사회에 파급효과가 있을 것 같아요. 하다가 그만두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래도 그 안에 저처럼 남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요?

 

지역마다 공동체지원센터들이 생기고 있고 사람을 지원한다고 해도 행정에서는 분명한 한계가 있거든요. 산청에는 저처럼 내가 하는 게 활동인지도 모르고 그냥 하고 있는 분들이 많을 텐데 그분들을 밀어줄 수 있는, 새로운 활동가 그룹을 양성하는 마중물이 되어주면 좋겠어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2019년 지역협력파트너로 처음 만난 김은영 활동가는 하고 싶은 마음과 해보고 싶은 마음이 굉장히 컸는데 뭘 해야 할지,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를 모르는 막막한 상황에서 살짝 스치기만 해도 쏟아지듯 눈물을 흘렸던 것 같아요. 2020년과 2021년은 코로나19의 영향도 있었지만 만나서 같이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할 기회가 부족했어요. 서로 아쉽죠.

 

그동안 지역에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서 일을 펼쳐나갈 여건이 되지 않았던 상황에서도 올해 의료사협을 설립하고 준비위 대표까지 맡으면서 묵묵하게 자신의 역할을 찾아가는 모습이 고맙고 앞으로의 행보도 응원하겠습니다.

 

 

글 | 이경원

기획/진행 | 이현주

 

 

이경원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의 일에 기꺼이 손을 빌려주는 프리랜서 라이터로 <논밭생활백과> , <오고생이 제주로>, <청송에서 쉼표, 농촌에서 느낌표>, <우리는 사회적 농업을 합니다> 등 지역기반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기록하며 연결하는 일에 참여하고 있다.

 

이현주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 사업국장으로 2020년~2021년 작은변화활동가 지원사업을 기획하고 운영했다. 현재 지리산권 농부들의 일과 삶을 기록하는 <논밭생활백과>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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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2021 작은변화활동가 지원사업 보고서 <윤슬>

 

 

‘이웃이 이웃을 돕는다’는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의 설립 목표이자 비전입니다. 이웃이 이웃을 돕는 지역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부터 이웃이 이웃을 돕는 체계를 만들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런 맥락과 흐름이 만나 변화의 주체인 한 명 한 명의 사람을 지원하는 ‘지리산 작은변화활동가’ 지원사업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지리산 작은변화활동가’ 지원사업은 지리산권 지역당 2~3명의 활동가, 총 14명의 활동가를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지원했습니다. 활동가의 선정과정은 여러 상황을 고려하고 의견을 수렴하며 진행되었습니다. 센터와 아름다운재단 그리고 지역협력파트너, 센터와 관계 맺은 풀뿌리 활동가 등 다양한 구성원의 이야기와 의견을 통해 지리산권에 필요하고 요구되는 활동가상을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지역의 활동가들을 추천받기도 했습니다. 지역사회의 의제에 대해서 노련한 역량으로 이야기를 모으고 활동과 실천으로 이어가는 분부터 지역사회에서 이제 막 자신의 목소리와 활동을 시작한 분들까지. 그리고 지역마다 다른 시민사회의 분위기와 요구되는 역할에 대한 부분도 고려하고자 했습니다. 처음 시도되는 이 사업에 뜻을 함께하고 제안을 수락한 분들이 지금의 작은변화활동가들입니다.

 

지원사업은 활동가들의 활동을 지지하고 응원하기 위한 활동비 지원, 지역의 흐름과 활동의 방향을 놓치지 않기 위한 사업비 지원을 큰 줄기로 정했습니다. 그리고 성장과 학습, 네트워크를 위한 교육, 워크숍 지원도 함께였지만, 무엇보다 본 사업의 핵심은 센터의 노하우와 역량, 노력이 들어간 교류와 협력 지원이었습니다. 활동가들이 지치거나 고민이 있을 때, 응원이 필요할 때 늘 함께하는 동료이자 지지자로 활동가들과 함께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두 번의 사계절이 지나는 동안 활동가들과 지역의 희로애락을 같이했습니다. 물론 코로나19로 대면 만남이 어려운 위기도 있었지만 되도록 얼굴을 보고 만나 서로의 안부와 안녕을 묻고, 일상을 공유하며, 같이 웃고 함께 화낸 시간이 그렇게 쌓였습니다.

 

이 보고서의 부제는 ‘윤슬: 서로 만나 함께 빛나는 사람들’입니다. 물빛도 햇빛을 만나야 반짝이며 빛이 납니다. 지난 2년간은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서로 만나, 존재를 확인하고 연결되며 함께 지지하고, 격려하면서 같이 빛나고 반짝이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이 시간을 기억하고 기록하게 해준 14명의 활동가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앞으로의 활동과 행보에도 지지와 응원을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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