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는 사람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활동가 소개 김현임 활동가는 2018년 육아모임활동으로 지역 활동을 시작해 함양군 백전면을 중심으로 마을교육공동체 활동과 전환마을을 주제로 주민사업을 하고 있다. 현재 사회적협동조합 ‘다함께사이좋은 마을학교’에서 중학교 과정을 총괄하고 있다. 주요 활동 ‣ 변화의 씨앗 활동지원금 2020 마을 마실방 ‘온다방’ 프로젝트 2021 재활용 낭만기술 만나기 ‣ 활동가교육 지원사업 2021 기록과 질문의 기술 워크숍 ‣ 일반공모 지원사업 2018 작은변화의 시나리오 / 나무아래계절 (아이와 함께하는 사계절, 나무같은 부모되기) 
2021년 12월 작은변화활동가 워크숍에서 만난 김현임 활동가 함양 작은변화활동가 김현임을 소개해 주세요. 저는 사회적협동조합 ‘다함께사이좋은 마을학교’에서 중학교 과정을 총괄하고 있어요. 조합은 지난 11월에 꾸려졌지만 마을교육공동체로 활동한지는 4년이 되었네요. 그리고 올해 전환마을을 주제로 주민 사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4년에 함양에 와서 결혼하고 아이 낳고도 전혀 활동을 하지 않았어요. 2018년 작은변화지원센터 공모지원사업이었던 육아모임활동 ‘나무아래계절’이 지역 활동의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거기서 불이 당겨진 거예요. 여기까지 오게 될 줄 몰랐죠(웃음). 2020년 작은변화활동가 제안을 받았을 때는 어땠나요? 기존에 없던 시스템이잖아요. 개인의 삶과 활동을 지지하는 목적에서 활동비를 준다는 게 되게 낯설었어요. 까다로운 기준도 없고 미션을 주는 것도 아니고 너무 자유분방해서 일단은 너무 당황스러웠는데 취지는 너무 좋았어요. ‘그냥 당신이 지금 하고 있는 것이 좋다. 좋으니까 더 잘하도록 응원하는 거다’라고 좋은 메시지를 받았고 그냥 그대로 이해했어요. 가볍게, 흔쾌히 밝은 마음으로 받아들인 자신과 달리 지원사업의 무게감을 느끼는 활동가들을 보며 ‘내가 잘하면 되는 거 아니야’로 스스로를 다독였다. 1년이 지나고 2년차로 이어지자 그때부터 ‘찐’으로 부담이 되었다고 한다. 특히 지난 1년은 백전면에서 마을학교에 집중하느라 함양 지역 네트워크 활동가로서 잘해내지 못한 미안함과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올해는 왜 ‘찐’부담이 되었을까요? ‘1년 동안 내가 잘 했나?’라고 했을 때 뭔가 흡족하지가 않아서 마음에 부채가 쌓였나 봐요. 그 부채를 내려놓고 이제 자유롭게 살아야지 했는데 1년 더 하라고 하니 부담될 수밖에요. 그런데 그 사이에 정이 들었는지 1년 더 하라는 제안이 되게 따뜻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좋아, 성의를 거절하지 말고 다시 또 해보자’ 했죠. 2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니 그다지 잘하지 못한 것 같아요. 기존에는 읍 중심 활동을 했었고 2020년에는 읍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시민 활동과 백전면을 중심으로 하는 마을학교 활동을 병행했어요. 올해는 협동조합 사업에 주력하느라 읍에서 하는 시민 활동을 거의 못했어요. 아무것도 없는 작은 ‘면’ 단위 지역에서 뭔가 사부작사부작 활동들이 일어나고 같이 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생겨나는 변화들이 굉장히 성취감도 있고 보람 있어요. 반면에 내가 소홀히 한 읍의 상황들, 거기서 활동하는 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어요. 미안하니까 만날 기회를 굳이 만들려고 하지 않고 그래서 좀 멀어지는 것 같고. 내 에너지가 안 되어서 못한 거지만 뭔가 아쉽고 기회를 잘 살리지 못한 것 같고, 내가 지역에서 네트워크 활동을 하는 활동가가 맞나, 활동가라고 붙일 수 있나 하는 자기반성으로 엄청 무거웠어요. 다른 지역은 모르겠는데 함양은 각자가 자기영역에서 너무 바빠서 자주 못 모였거든요. 대부분의 작은변화활동가들이 2년 동안 지역 내 활동가들끼리 교류가 부족했다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 아쉬움은 그만큼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변화를 만들었다는 증명이기도 하다. 변화의 씨앗 활동지원금으로 만든 두 개의 프로젝트는 김현임 활동가에게도 백전면 마을에도 꽤 재미있는 시도이자 실험이었다. 
김현임 활동가의 활동 기반인 백전면 '다함께사이좋은 마을학교' 정원텃밭 / 김현임 제공 변화의 씨앗 활동지원금으로 2020년에는 ‘온다방 프로젝트’를, 2021년에는 ‘재활용 낭만기술 만나기’사업을 하셨던데요. 이름에서부터 남다른 재미가 풍겨 나옵니다. ‘온다방 프로젝트’는 백전면 온배움터에 있는 작은 공간을 일종의 마을다방으로 만드는 시도예요. 온배움터가 지역에서 마을교육공동체 역할을 해 주기를 바랬는데 그렇지가 못해서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어요. 앉아서 기분 좋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곳이 되면 사람들이 모일 수 있을 것 같고 인연들이 좀 더 생겨나지 않을까 해서 시작했어요. 이걸 시작으로 사람들이 모이면 ‘이거 해볼까, 저거 해볼까’ 서로 허리 찌르기도 할 수 있고 온배움터가 백전면이라는 마을에서 열린 공간으로 확장성도 가질 수 있게 만들고 싶었어요. 사업비 덕분에 의자와 연결되는 구들식 난로를 넣자는 아이디어도 구현할 수 있었고 그 공간에서 인터뷰도 하고 회의도 하고 차도 마시고 운영도 잘 되었어요. ‘재활용 낭만기술 만나기’는 올해 ‘다함께사이좋은 마을학교’를 중심으로 1년 동안 정원 텃밭을 계속 가꾸면서 사람들과 무엇을 하면 좋을까 하다가 시골에 사는 여성들이 도구를 사용하는 법도 배우고 초보자들이지만 목공과 화덕 만드는 기술을 배우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어요. 시골에서는 나무나 흙을 다룰 줄 알면 삶이 좀 편해요. 그 출발은 4월인데요, 기후위기를 주제로 우리의 마음을 살펴보고, 나뿐만 아니라 지역에 이런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동질감을 갖자는 취지로 ‘지구인의 마음씨앗 틔우기’ 프로젝트를 했어요. 마무리로 순환과 재생을 주제로 퇴비간도 만들었고요. 기존의 텃밭이 너무 노동 중심적이고 그 노동이 여성에게만 몰리다 보니 힘들고 고역이라는 이미지가 있는데 텃밭을 예쁘게 꾸미고 음악도 들으면서 차 한 잔 할 수 있는 낭만적인 감성이 투여된 정원식 텃밭이면 어떨까 해서 제목에 낭만을 붙였어요. 프로젝트에 오셨던 대부분의 여성들이 팔레트 부수고 나무 자르는 걸 처음 해보는 분들이 많았어요. 많은 분들을 수용할 순 없었지만 조합원과 주민들이 꾸준히 재미있게 참여했어요. 제가 2년 동안 꾀했던 건 읍 단위에 집중되어 있던 신나고 재미있고, 사람들이 모이는 활동들이 면 단위에서도 일어나게 하자는 거였어요. 작은 단위일수록 이런 활동들이 필요하거든요. ‘면에서 뭘 할 수 있겠어?’라는 편견을 깨고 싶었어요. 작은 단위에 집중하다 보니까 조금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활동을 하지 못한 것 같아 좀 아쉽기도 해요. 제가 했던 활동은 소수가 참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서 여러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활동들과 비교가 되더라고요. 
'다함께사이좋은 마을학교'를 품고 있는 백전면 온배움터 작은변화활동가 지원 중에 지리산권 활동가들과의 교류가 유익했다는 분들이 많아요. 김현임 활동가는 어떤가요? 저도 그래요. 센터에서 활동가들을 정기적으로 만나게 하는 장치들을 하셨어요. 그것도 꾸준히 2년 동안. 작은변화활동가가 되지 않았으면 몰랐을 지리산권 활동가들을 알게 되고 그들의 일과 삶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또 그분들의 고민이 내 고민이기도 했거든요. 활동가들도 외로울 때가 있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상처받을 때도 있잖아요. 다른 지역 활동가들과 저 사이에 어떤 교감이 있는 것 같아 덜 외로웠어요. 활동비도 저에겐 되게 큰 도움이 되었죠. 다른 분들은 안 그렇던가요? 저는 오랫동안 방과 후 수업 강사를 하고 있어요. 올해는 6살 딸이 아파서 일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활동비 지원 덕분에 수업을 절반으로 줄이고도 원래 하던 지역활동만큼은 계속할 수 있었어요. 김현임 활동가는 작은변화활동가 지원사업은 서로 매일 연락하지 않아도, 보이지 않아도 믿음과 신뢰, 그 자체로 사람의 삶을 지지하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약간의 아쉬움을 묻자 같이 힘을 합치는 일에 목마름이 있다고 덧붙였다. 지역 활동가들이 열심히 자기 일을 하고 있잖아요, 2년이 지나 지금쯤 되니까 ‘우리 힘만으로는 좀 안 되네, 힘을 좀 합쳤으면 좋겠다’ 하는 게 있어요. 안의면 최홍성미 활동가와 ‘우리가 교육·놀이 활동을 함께하면 참 좋을 텐데, 함양 토종씨앗모임과 녹색당이 연대해서 뭔가 해보면 참 좋을텐데’ 하는 생각들이 피어나는데 이어지지 않는 거예요, 그 이어짐의 몫은 저희를 지원하는 센터에 있는 게 아니잖아요. 저희 안에서 일어나면 제일 좋은데 그게 잘 안 돼서 좀 아쉬워요. 함께하면 좋겠다는 마음들이 감지되고 있으니까 마땅한 기회가 주어지고 필요성이 높아지면 가능하리라 희망해요. 함양은 2018년, 2019년에는 카페 <빈둥>을 중심으로 활동 보고회나 공유회, 문화로 수다방, 소셜 다이닝 등 지역 사람들이 모이고 이야기 나누는 말랑말랑한 커뮤니티 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났다. 그 활발한 모임들이 함양 작은변화네트워크에서 함양 사회혁신가 네트워크로 이어졌다. 지역 네트워크가 규격화, 조직화되고 재미있는 문화 중심 활동에서 의제 중심으로 변하는 과정이 김현임 활동가에게는 조금 부담스럽기도 했다고 한다. 작은변화활동가 김현임이 생각하는 활동가란 어떤 사람인가요? 앞으로 작은변화지원센터는 어떤 사람들을 발굴하고 지원해야 할까요? 활동가는 일보다는 사람과 좀 더 가까운, 사람 중심으로 생각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올해 제가 자꾸 일 중심, 행정 중심, 시스템 중심으로 가니까 사람이 점점 안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이 사람에서 비롯되고 나의 피부에 와 닿는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거라서 활동가는 사람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갖고 있어야 하고, 그런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창의적인 사람은 아니어서 제 경험에 근거해서 늘 생각하게 되는데 ‘우리 같은 4050은 어떻게든 자기 살 길이 있으니 이제 막 시작하려는 청년들을 많이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고 얘기한 적이 있어요. 특히 아이디어와 기획력, 실행력도 있고 재능 있는 여성 활동가들. 함양에도 아이 낳고 키우느라 여력이 많지는 않지만 에너지가 엄청 좋은 사람들이 몇 명 있거든요. 가사와 육아에 있지만 여전히 사회생활에 목말라 하는 이들, 개인이 아니라 이 그룹을 지원해주면 좋겠어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공모사업이든 작은변화활동가 지원사업이든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고 사람이 만나는 일이라 만나서 함께 하다보면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이다’라는 느낌이 오잖아요. 그리고 그 처음 느낌이 오래 가요. 2018년 일반공모 지원사업으로 지원했던 ‘나무아래계절’ 결과보고서를 프로그램별로 정리해서 연차보고서처럼 보내주신 게 기억나요. 사사(김현임 활동가)는 사업의 어려움이나 고충을 토로하는 활동가는 아니었어요. 본인의 리듬과 호흡으로 강건하고 굳건하게 자기 자리를 지키면서 일을 하는 활동가였어요. 무난하게 착.착.착 일하는. 사사, 우리의 인연은 끝이 아닙니다. 끝나서도 안 되고요. |
"'당신이 지금 하는 일이 좋다. 그래서 더 잘하도록 응원하는 거다'"
2020-2021 함양 작은변화활동가 김현임
활동가 소개
김현임 활동가는 2018년 육아모임활동으로 지역 활동을 시작해 함양군 백전면을 중심으로 마을교육공동체 활동과 전환마을을 주제로 주민사업을 하고 있다. 현재 사회적협동조합 ‘다함께사이좋은 마을학교’에서 중학교 과정을 총괄하고 있다.
주요 활동
‣ 변화의 씨앗 활동지원금
2020 마을 마실방 ‘온다방’ 프로젝트
2021 재활용 낭만기술 만나기
‣ 활동가교육 지원사업
2021 기록과 질문의 기술 워크숍
‣ 일반공모 지원사업
2018 작은변화의 시나리오 / 나무아래계절 (아이와 함께하는 사계절, 나무같은 부모되기)
2021년 12월 작은변화활동가 워크숍에서 만난 김현임 활동가
함양 작은변화활동가 김현임을 소개해 주세요.
저는 사회적협동조합 ‘다함께사이좋은 마을학교’에서 중학교 과정을 총괄하고 있어요. 조합은 지난 11월에 꾸려졌지만 마을교육공동체로 활동한지는 4년이 되었네요. 그리고 올해 전환마을을 주제로 주민 사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4년에 함양에 와서 결혼하고 아이 낳고도 전혀 활동을 하지 않았어요. 2018년 작은변화지원센터 공모지원사업이었던 육아모임활동 ‘나무아래계절’이 지역 활동의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거기서 불이 당겨진 거예요. 여기까지 오게 될 줄 몰랐죠(웃음).
2020년 작은변화활동가 제안을 받았을 때는 어땠나요?
기존에 없던 시스템이잖아요. 개인의 삶과 활동을 지지하는 목적에서 활동비를 준다는 게 되게 낯설었어요. 까다로운 기준도 없고 미션을 주는 것도 아니고 너무 자유분방해서 일단은 너무 당황스러웠는데 취지는 너무 좋았어요. ‘그냥 당신이 지금 하고 있는 것이 좋다. 좋으니까 더 잘하도록 응원하는 거다’라고 좋은 메시지를 받았고 그냥 그대로 이해했어요.
가볍게, 흔쾌히 밝은 마음으로 받아들인 자신과 달리 지원사업의 무게감을 느끼는 활동가들을 보며 ‘내가 잘하면 되는 거 아니야’로 스스로를 다독였다. 1년이 지나고 2년차로 이어지자 그때부터 ‘찐’으로 부담이 되었다고 한다. 특히 지난 1년은 백전면에서 마을학교에 집중하느라 함양 지역 네트워크 활동가로서 잘해내지 못한 미안함과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올해는 왜 ‘찐’부담이 되었을까요?
‘1년 동안 내가 잘 했나?’라고 했을 때 뭔가 흡족하지가 않아서 마음에 부채가 쌓였나 봐요. 그 부채를 내려놓고 이제 자유롭게 살아야지 했는데 1년 더 하라고 하니 부담될 수밖에요. 그런데 그 사이에 정이 들었는지 1년 더 하라는 제안이 되게 따뜻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좋아, 성의를 거절하지 말고 다시 또 해보자’ 했죠.
2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니 그다지 잘하지 못한 것 같아요. 기존에는 읍 중심 활동을 했었고 2020년에는 읍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시민 활동과 백전면을 중심으로 하는 마을학교 활동을 병행했어요. 올해는 협동조합 사업에 주력하느라 읍에서 하는 시민 활동을 거의 못했어요. 아무것도 없는 작은 ‘면’ 단위 지역에서 뭔가 사부작사부작 활동들이 일어나고 같이 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생겨나는 변화들이 굉장히 성취감도 있고 보람 있어요. 반면에 내가 소홀히 한 읍의 상황들, 거기서 활동하는 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어요. 미안하니까 만날 기회를 굳이 만들려고 하지 않고 그래서 좀 멀어지는 것 같고.
내 에너지가 안 되어서 못한 거지만 뭔가 아쉽고 기회를 잘 살리지 못한 것 같고, 내가 지역에서 네트워크 활동을 하는 활동가가 맞나, 활동가라고 붙일 수 있나 하는 자기반성으로 엄청 무거웠어요. 다른 지역은 모르겠는데 함양은 각자가 자기영역에서 너무 바빠서 자주 못 모였거든요.
대부분의 작은변화활동가들이 2년 동안 지역 내 활동가들끼리 교류가 부족했다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 아쉬움은 그만큼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변화를 만들었다는 증명이기도 하다. 변화의 씨앗 활동지원금으로 만든 두 개의 프로젝트는 김현임 활동가에게도 백전면 마을에도 꽤 재미있는 시도이자 실험이었다.
김현임 활동가의 활동 기반인 백전면 '다함께사이좋은 마을학교' 정원텃밭 / 김현임 제공
변화의 씨앗 활동지원금으로 2020년에는 ‘온다방 프로젝트’를, 2021년에는 ‘재활용 낭만기술 만나기’사업을 하셨던데요. 이름에서부터 남다른 재미가 풍겨 나옵니다.
‘온다방 프로젝트’는 백전면 온배움터에 있는 작은 공간을 일종의 마을다방으로 만드는 시도예요. 온배움터가 지역에서 마을교육공동체 역할을 해 주기를 바랬는데 그렇지가 못해서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어요. 앉아서 기분 좋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곳이 되면 사람들이 모일 수 있을 것 같고 인연들이 좀 더 생겨나지 않을까 해서 시작했어요. 이걸 시작으로 사람들이 모이면 ‘이거 해볼까, 저거 해볼까’ 서로 허리 찌르기도 할 수 있고 온배움터가 백전면이라는 마을에서 열린 공간으로 확장성도 가질 수 있게 만들고 싶었어요. 사업비 덕분에 의자와 연결되는 구들식 난로를 넣자는 아이디어도 구현할 수 있었고 그 공간에서 인터뷰도 하고 회의도 하고 차도 마시고 운영도 잘 되었어요.
‘재활용 낭만기술 만나기’는 올해 ‘다함께사이좋은 마을학교’를 중심으로 1년 동안 정원 텃밭을 계속 가꾸면서 사람들과 무엇을 하면 좋을까 하다가 시골에 사는 여성들이 도구를 사용하는 법도 배우고 초보자들이지만 목공과 화덕 만드는 기술을 배우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어요. 시골에서는 나무나 흙을 다룰 줄 알면 삶이 좀 편해요.
그 출발은 4월인데요, 기후위기를 주제로 우리의 마음을 살펴보고, 나뿐만 아니라 지역에 이런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동질감을 갖자는 취지로 ‘지구인의 마음씨앗 틔우기’ 프로젝트를 했어요. 마무리로 순환과 재생을 주제로 퇴비간도 만들었고요. 기존의 텃밭이 너무 노동 중심적이고 그 노동이 여성에게만 몰리다 보니 힘들고 고역이라는 이미지가 있는데 텃밭을 예쁘게 꾸미고 음악도 들으면서 차 한 잔 할 수 있는 낭만적인 감성이 투여된 정원식 텃밭이면 어떨까 해서 제목에 낭만을 붙였어요. 프로젝트에 오셨던 대부분의 여성들이 팔레트 부수고 나무 자르는 걸 처음 해보는 분들이 많았어요. 많은 분들을 수용할 순 없었지만 조합원과 주민들이 꾸준히 재미있게 참여했어요.
제가 2년 동안 꾀했던 건 읍 단위에 집중되어 있던 신나고 재미있고, 사람들이 모이는 활동들이 면 단위에서도 일어나게 하자는 거였어요. 작은 단위일수록 이런 활동들이 필요하거든요. ‘면에서 뭘 할 수 있겠어?’라는 편견을 깨고 싶었어요.
작은 단위에 집중하다 보니까 조금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활동을 하지 못한 것 같아 좀 아쉽기도 해요. 제가 했던 활동은 소수가 참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서 여러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활동들과 비교가 되더라고요.
'다함께사이좋은 마을학교'를 품고 있는 백전면 온배움터
작은변화활동가 지원 중에 지리산권 활동가들과의 교류가 유익했다는 분들이 많아요. 김현임 활동가는 어떤가요?
저도 그래요. 센터에서 활동가들을 정기적으로 만나게 하는 장치들을 하셨어요. 그것도 꾸준히 2년 동안. 작은변화활동가가 되지 않았으면 몰랐을 지리산권 활동가들을 알게 되고 그들의 일과 삶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또 그분들의 고민이 내 고민이기도 했거든요.
활동가들도 외로울 때가 있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상처받을 때도 있잖아요. 다른 지역 활동가들과 저 사이에 어떤 교감이 있는 것 같아 덜 외로웠어요. 활동비도 저에겐 되게 큰 도움이 되었죠. 다른 분들은 안 그렇던가요?
저는 오랫동안 방과 후 수업 강사를 하고 있어요. 올해는 6살 딸이 아파서 일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활동비 지원 덕분에 수업을 절반으로 줄이고도 원래 하던 지역활동만큼은 계속할 수 있었어요.
김현임 활동가는 작은변화활동가 지원사업은 서로 매일 연락하지 않아도, 보이지 않아도 믿음과 신뢰, 그 자체로 사람의 삶을 지지하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약간의 아쉬움을 묻자 같이 힘을 합치는 일에 목마름이 있다고 덧붙였다.
지역 활동가들이 열심히 자기 일을 하고 있잖아요, 2년이 지나 지금쯤 되니까 ‘우리 힘만으로는 좀 안 되네, 힘을 좀 합쳤으면 좋겠다’ 하는 게 있어요. 안의면 최홍성미 활동가와 ‘우리가 교육·놀이 활동을 함께하면 참 좋을 텐데, 함양 토종씨앗모임과 녹색당이 연대해서 뭔가 해보면 참 좋을텐데’ 하는 생각들이 피어나는데 이어지지 않는 거예요, 그 이어짐의 몫은 저희를 지원하는 센터에 있는 게 아니잖아요. 저희 안에서 일어나면 제일 좋은데 그게 잘 안 돼서 좀 아쉬워요. 함께하면 좋겠다는 마음들이 감지되고 있으니까 마땅한 기회가 주어지고 필요성이 높아지면 가능하리라 희망해요.
함양은 2018년, 2019년에는 카페 <빈둥>을 중심으로 활동 보고회나 공유회, 문화로 수다방, 소셜 다이닝 등 지역 사람들이 모이고 이야기 나누는 말랑말랑한 커뮤니티 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났다. 그 활발한 모임들이 함양 작은변화네트워크에서 함양 사회혁신가 네트워크로 이어졌다. 지역 네트워크가 규격화, 조직화되고 재미있는 문화 중심 활동에서 의제 중심으로 변하는 과정이 김현임 활동가에게는 조금 부담스럽기도 했다고 한다.
작은변화활동가 김현임이 생각하는 활동가란 어떤 사람인가요? 앞으로 작은변화지원센터는 어떤 사람들을 발굴하고 지원해야 할까요?
활동가는 일보다는 사람과 좀 더 가까운, 사람 중심으로 생각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올해 제가 자꾸 일 중심, 행정 중심, 시스템 중심으로 가니까 사람이 점점 안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이 사람에서 비롯되고 나의 피부에 와 닿는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거라서 활동가는 사람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갖고 있어야 하고, 그런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창의적인 사람은 아니어서 제 경험에 근거해서 늘 생각하게 되는데 ‘우리 같은 4050은 어떻게든 자기 살 길이 있으니 이제 막 시작하려는 청년들을 많이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고 얘기한 적이 있어요. 특히 아이디어와 기획력, 실행력도 있고 재능 있는 여성 활동가들. 함양에도 아이 낳고 키우느라 여력이 많지는 않지만 에너지가 엄청 좋은 사람들이 몇 명 있거든요. 가사와 육아에 있지만 여전히 사회생활에 목말라 하는 이들, 개인이 아니라 이 그룹을 지원해주면 좋겠어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공모사업이든 작은변화활동가 지원사업이든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고 사람이 만나는 일이라 만나서 함께 하다보면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이다’라는 느낌이 오잖아요. 그리고 그 처음 느낌이 오래 가요. 2018년 일반공모 지원사업으로 지원했던 ‘나무아래계절’ 결과보고서를 프로그램별로 정리해서 연차보고서처럼 보내주신 게 기억나요.
사사(김현임 활동가)는 사업의 어려움이나 고충을 토로하는 활동가는 아니었어요. 본인의 리듬과 호흡으로 강건하고 굳건하게 자기 자리를 지키면서 일을 하는 활동가였어요. 무난하게 착.착.착 일하는. 사사, 우리의 인연은 끝이 아닙니다. 끝나서도 안 되고요.
글 | 이경원
기획/진행 | 이현주
이경원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의 일에 기꺼이 손을 빌려주는 프리랜서 라이터로 <논밭생활백과> , <오고생이 제주로>, <청송에서 쉼표, 농촌에서 느낌표>, <우리는 사회적 농업을 합니다> 등 지역기반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기록하며 연결하는 일에 참여하고 있다.
이현주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 사업국장으로 2020년~2021년 작은변화활동가 지원사업을 기획하고 운영했다. 현재 지리산권 농부들의 일과 삶을 기록하는 <논밭생활백과>를 담당하고 있다.
2020-2021 작은변화활동가 지원사업 보고서 <윤슬>
‘이웃이 이웃을 돕는다’는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의 설립 목표이자 비전입니다. 이웃이 이웃을 돕는 지역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부터 이웃이 이웃을 돕는 체계를 만들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런 맥락과 흐름이 만나 변화의 주체인 한 명 한 명의 사람을 지원하는 ‘지리산 작은변화활동가’ 지원사업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지리산 작은변화활동가’ 지원사업은 지리산권 지역당 2~3명의 활동가, 총 14명의 활동가를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지원했습니다. 활동가의 선정과정은 여러 상황을 고려하고 의견을 수렴하며 진행되었습니다. 센터와 아름다운재단 그리고 지역협력파트너, 센터와 관계 맺은 풀뿌리 활동가 등 다양한 구성원의 이야기와 의견을 통해 지리산권에 필요하고 요구되는 활동가상을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지역의 활동가들을 추천받기도 했습니다. 지역사회의 의제에 대해서 노련한 역량으로 이야기를 모으고 활동과 실천으로 이어가는 분부터 지역사회에서 이제 막 자신의 목소리와 활동을 시작한 분들까지. 그리고 지역마다 다른 시민사회의 분위기와 요구되는 역할에 대한 부분도 고려하고자 했습니다. 처음 시도되는 이 사업에 뜻을 함께하고 제안을 수락한 분들이 지금의 작은변화활동가들입니다.
지원사업은 활동가들의 활동을 지지하고 응원하기 위한 활동비 지원, 지역의 흐름과 활동의 방향을 놓치지 않기 위한 사업비 지원을 큰 줄기로 정했습니다. 그리고 성장과 학습, 네트워크를 위한 교육, 워크숍 지원도 함께였지만, 무엇보다 본 사업의 핵심은 센터의 노하우와 역량, 노력이 들어간 교류와 협력 지원이었습니다. 활동가들이 지치거나 고민이 있을 때, 응원이 필요할 때 늘 함께하는 동료이자 지지자로 활동가들과 함께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두 번의 사계절이 지나는 동안 활동가들과 지역의 희로애락을 같이했습니다. 물론 코로나19로 대면 만남이 어려운 위기도 있었지만 되도록 얼굴을 보고 만나 서로의 안부와 안녕을 묻고, 일상을 공유하며, 같이 웃고 함께 화낸 시간이 그렇게 쌓였습니다.
이 보고서의 부제는 ‘윤슬: 서로 만나 함께 빛나는 사람들’입니다. 물빛도 햇빛을 만나야 반짝이며 빛이 납니다. 지난 2년간은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서로 만나, 존재를 확인하고 연결되며 함께 지지하고, 격려하면서 같이 빛나고 반짝이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이 시간을 기억하고 기록하게 해준 14명의 활동가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앞으로의 활동과 행보에도 지지와 응원을 이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