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이음 활동 소식

토닥[기록] 7/25(금) 제18회 지리산쌀롱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AI시대를 경험하는가" / 조경숙, 한지윤

2025-09-29


2025년 9월 17일 발표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미디어 서베이 5호 <생성형 AI 확산에 따른 AI 불안 경험 및 인식>에 따르면 생성형 AI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 20~60대 성인 가운데 88.7%는 AI가 자신의 개인정보를 침해할 위험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68.0%는 AI 기술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 자신이 미처 따라가기 어렵다는 불안감을 느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통계가 발표되기 약 2달 전 2025년 7월 25일 저녁 7시, 남원시 산내면 지리산문화공간 ‘토닥’에서는 AI 기술 발전에 따른 사람들의 감정을 주제로 지리산쌀롱이 열렸다. 이번 지리산쌀롱은 『AI블루: 기술에 휩쓸린 시대를 살아가는 마음들』 북토크로 진행됐다. 토닥에 모인 사람들은 AI 기술 발전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의 생각과 경험을 듣고 각자 AI 기술 발전 속에서 느낀 감정을 고백하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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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와 AI 연구자가 펜을 들다


“처음에는 AI를 통해 우울감을 느끼는 다양한 업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다음에 이분들을 선별해서 아예 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하는 등 방식으로 책을 쓰려고 했는데 출판사 대표님과 책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인식한 우리 둘의 이야기가 담기는 방향으로 수정하게 됐어요.”


기술을 만들고 연구하는 두 사람이 왜 감정 이야기를 하게 되었을까. 조경숙 개발자는 “AI 서비스가 우후죽순 나올 때마다 계속해서 쌓이는 내 안의 우울과 불안을 추적하고 싶었던 것”이 출발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이 가진 영향력에 대해 점점 더 자각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느낀 혼란과 불편함, 때로는 자괴감까지도 이 책에 담아냈다.


한지윤 연구자 또한 AI 연구 현장에서 마주하는 사람들의 반응에 주목했다. “어떤 사람은 열광하고, 어떤 사람은 공포에 질리기도 한다. 그런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사람들도 다양한 감정을 느낀다”며, 기술 그 자체보다 기술이 사람에게 미치는 감정적 파장에 주목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기술이 아닌 감정을 기록하는 방식으로 이 책을 구성한 이유에 대해 “사람은 언제나 기술보다 흥미롭다”고 덧붙였다.


어떤 이는 AI에 흥분하고, 또 어떤 이는 자신의 일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구체적인 공포를 느낀다. 하지만 이 감정들은 종종 진지하게 다뤄지지 않거나, 소비되는 정보 속에 희석된다. 그래서 이 책은 기술이 아닌 ‘사람의 마음’을 중심에 둔 기록으로 쓰였다는 것이다.


조경숙은 “기술을 만들면서도 동시에 흔들리는 마음, 그걸 드러내는 것이 중요했다”며, 『AI블루』가 단지 기술비평서가 아니라 ‘기술에 휩쓸려 살아가는 감정의 기록’이길 바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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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감정의 서로 다른 거리들


조경숙 개발자는 『AI블루』 집필에 앞서, 세 가지 직군의 IT 종사자들—개발자, 기획자, 디자이너—를 인터뷰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모두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들로, 각자 다른 역할을 맡고 있지만 유사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조경숙은 이 인터뷰들을 바탕으로 책의 방향을 잡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비스를 만드는 이들은 기술의 변화에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다들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며, 인터뷰는 주로 ‘기술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 ‘업무 속도와 감정의 간극’, ‘기술 중심 조직문화’에 초점을 두고 진행했다고 밝혔다.


조경숙 개발자는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개발자는 빠르게 돌아가는 개발 사이클 안에서 효율성과 정확성을 최우선으로 요구받고 있었고, 기획자는 기술적 제약과 현실적 목표 사이에서 끊임없이 타협과 조율을 반복했으며, 디자이너는 사용자 경험을 고려하면서도 기술 중심의 결정 구조에서 의견이 뒷전으로 밀리는 경험을 자주 합니다.”


조경숙 개발자는 인터뷰 중 공통적으로 등장한 키워드로 속도, 무감각, 침묵을 꼽았다. 특히 인터뷰이들이 자신의 감정이나 판단을 조직 내에서 쉽게 말하지 못하는 분위기를 지적하며, 기술은 세밀하게 조정되고 있었지만 사람의 감정은 조직 설계에 포함되지 않는 영역처럼 다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하면서 자주 나온 말이 ‘말하지 않아도 다 아는 분위기’였어요. 그게 되게 강한 압박이 되죠.”


조경숙 개발자는 각 직군에서 발생하는 ‘기술과 감정의 거리’를 사례 중심으로 풀어내려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인터뷰 과정에서, 기술을 만드는 사람들이 기술보다 사람에 대한 관심을 더 많이 갖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고 밝혔다. 그는 “다들 말은 안 하지만 비슷한 지점을 고민하고 있었다”며, 그 공통점을 책으로 묶고자 했다고 말했다.


한지윤 연구자는 AI 업계의 구조적 문제를 언급하며, “지금은 마치 기찻길을 놓으면서 동시에 질주하는 상황 같다”고 말했다. 이는 기반이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기술이 너무 빠르게 상용화되고 있다는 비유다. 그는 이러한 환경 속에서 “이제는 빅테크만 살아남는 구조가 됐다”고 분석했다. 막대한 자본과 인프라를 요구하는 기술 경쟁에서 독립 개발자나 실험적 그룹이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인터뷰 과정에서도 “AI 업계 종사자들이 점점 더 기술을 만들면서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을 겪고 있다”는 공통된 문제의식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많은 인터뷰이들이 기술을 만드는 입장이지만, 그 기술이 어떻게 작동하고 어떤 결과를 낳는지는 점점 더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인터뷰하면서 놀란 건, 다들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거였어요. 그런데 그걸 기록하거나 말할 기회가 없었던 거죠.”


한지윤은 『AI블루』를 통해 그 고민을 드러내고 싶었다고 했다. 단정하거나 해석하지 않고, 가능한 한 그들의 언어 그대로 기록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 책에는 개발자의 분석보다는 인터뷰이의 문장, 감정, 질문이 전면에 등장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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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AI시대 안에 존재하는가


작가 조경숙과 한지윤이 공통으로 강조한 주제 중 하나는, 기술에 무비판적으로 휩쓸리지 않기 위해 필요한 감각의 회복이었다. 기술은 빠르게 변하고, 삶은 점점 더 그 속도를 따라가야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들은 그 속도에 '익숙해진다'는 감정 자체가 이미 위험 신호일 수 있다고 말한다.

한지윤 연구자는 “기술이 빨라진다는 건, 사람들이 감각을 잃는다는 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생성형 AI를 둘러싼 열풍 속에서, 그것이 불러오는 실제 변화나 불안, 낯섦을 충분히 느끼기도 전에 우리는 “다음 기능 업데이트”에 주목하게 된다. 그는 “기술에 대한 감탄보다, 그것이 나에게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는지를 점검하는 게 먼저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경숙 개발자 역시, “기술은 어느 순간 우리 일상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들어와 있고, 그래서 오히려 낯섦을 느낄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이 편리해질수록 오히려 인간적인 감각은 무뎌지는 경향이 있으며, 그래서 ‘익숙함’보다는 ‘낯섦’을 더 오래 붙잡아 보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 모두, 기술과 거리를 둘 수 있는 감각이 곧 개인이 기술에 압도되지 않고 살아가기 위한 실천이라고 봤다. 그 감각은 크고 거창한 무엇이 아니라, 작은 불편함을 의식하고, 감정을 기록하고,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일상에 자리 잡을 수 있다.


“우리나라 한 해 예산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을 매출로 올리는 오픈AI가 적자예요. 매출 120조가 적자인 기업이 건강한 기업인지 고민을 해봐야 해요. 미래 기술이 어떻게 세상을 바꿀지는 전혀 관심이 없고 지금 투자 했을 때 미래 주식 가치가 얼마나 오를지가 중요한 지금의 자본주의가 미래 기술을 건강한 방향으로 이끌지 생각을 해봐야 해요. AI업계는 투자를 받아야만 돌아가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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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숙 개발자가 고른, 한지윤 연구자가 쓴 인상깊은 문장


우리의 상상 속에서 사용자들은 노래 제목이나 가수 이름을 말하고 노래를 틀어달라고 하는 단순한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실제로 들어오는 발화들은 우릐의 예상을 빗나갔다. ‘우울할 때 들으면 좋은 노래 틀어줘’ 세상에는 우울할 때 듣기만 해도 눈물이 맺힐 것 같은 아주 슬픈 노래를 듣는 사람과 우울한 심사를 발랄하고 경쾌한 가사와 멜로디로 떨쳐내고 싶은 사람이 공존한다. 그런 상황에서 AI 스피커는 어떤 노래를 재생해야 하는 것일까?



한지윤 연구자가 고른, 조경숙 개발자가 쓴 인상깊은 문장


이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데 기술은 물론 중요한 요소였지만 동시에 중요하지 않기도 했다. 사람들은 혁신적인 기술을 따라온 것이 아니라 내가 필요한 기술을 택했다. 사람이 기술을 따라가야 하는 게 아니라 기술이 사람을 따라간다. 그러나 여기에서 조금 더 파고들어야 할 질문이 있다. 기술은 어떤 사람의 어떤 목표를 따라가고 있는가?





글/사진 | 최학수 (주간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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