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이음 활동 소식

토닥[후기] 함께 꿰는 첫 단추, 대정길페스티벌!

2024-12-18


대정길 페스티벌 포스터



대정길은 산내면의 면 소재지인 대정마을을 가로지르는 길이다. 산내초등학교와 행정복지센터, 편의점 2개, 백반이 맛있는 식당들과 철물점 등이 이 길을 따라 터를 잡았다. 그 소소한 생활감 어린 번화함에 우스갯소리로 ‘다운타운’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지난 11월 2일, ‘다운타운’을 들썩거리게 만든 <대정길 페스티벌>이 열렸다. 대정길에는 다양한 가치를 품은 공간들이 오밀조밀 모여 살고 있는데, 이번에는 그중 네 곳이 남원시공동체지원센터의 지원으로 페스티벌의 첫 시작을 함께 기획하고 준비했다. 바로 지리산문화공간 토닥, 산내청년공간 틈새, 성폭력 근절을 위한 지리산 여성회의, 비니루없는점빵이다. 


대로답게(?) 주말에는 걷는 사람보다 쌩 지나가는 차가 더 많은 대정길이지만, 이날은 어린이의 손을 잡은 가족들이나, 청년 뮤지션들의 거리 공연에 발길이 붙잡힌 행인들로 북적였다. 



좌) 비니루없는점빵에서 주최한 강연 '지금 우리가 알아야 할 범지구적 쓰레기 규제 이야기'
우) 토닥의 순환책장 바통터치, 행사 당일 40여 권의 책이 교환되었다.



각 공간들이 주장하는 가치를 잘 녹여내는 것, 그리고 한 번도 각 공간에 방문해 본 적 없는 산내 이웃들을 열린 마음으로 맞이하는 것이 이번 기획의 관건이었다. 잘 초대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특별한 손님과 함께하는 강연으로 페스티벌의 문을 열었다. 


오전 10시 비니루없는점빵은 녹색연합의 허승은 활동가를 초대해 ‘지금 우리가 알아야 할 범지구적 쓰레기 규제 이야기’ 강연을 진행했다. 산내는 일상적인 기후위기 대응 실천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 편인 마을이지만, 국제적인 정세와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강연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판단이었다. 



성폭력 근절을 위한 지리산 여성회의 '적극적 합의 첫걸음 워크숍'을 준비하며



1시부터는 성폭력 근절을 위한 지리산 여성회의 사무실에서 ‘적극적 합의 첫걸음 워크숍’을 열었다. 성평등한 관계를 위한 새로운 기준으로 대두되고 있는 적극적 합의의 개념을 배우고, 경계 인식 및 합의의 과정을 몸으로 직접 실습할 수 있는 워크숍이었다. 


이어서 2시에는 지리산문화공간 토닥에서 ‘순환책장 바통터치’가 시작되었는데, 책장 속에 잠들어 있는 책들을 들고 와서, 보내준 책의 개수만큼 다른 책을 데려오는 교환 파티였다.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어느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책들을 보내는지 알 수 있어서 “누가 추천한 책을 읽는 것처럼 의미가 있었다”며 즐거워했다. 



틈새 문앞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끈 재즈 연주



3시에는 산내청년공간 틈새에서 ‘Jamming Party! : 재즈 잼 연주 이야기’라는 이름으로 재즈하는 동네 청년들이 이끄는 즉흥 연주 강연 및 체험 행사를 열었다. 틈새는 평상시에는 청년들을 위한 공유공간이라서,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로 와글거린 것은 뜻깊게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마지막으로 5시부터는 지리산문화공간 토닥에서 ‘소셜픽션 & 소셜다이닝 : 산내에서 우리는’을 통해 앞으로 마을에서 무엇을 더 해볼 수 있을지 함께 이야기 나누는 자리를 만들었다. 


그 밖에도 의류 교환 이벤트 ‘옷장 독립’, 디지털 타투 이벤트, 성평등 화분 만들기, ‘청춘 담은 사과 JAM’ 이벤트 등 각 공간의 아이디어가 담긴 부대 프로그램으로 대정길에는 하루 종일 풍성한 활기가 맴돌았다. 



'산내에서 우리는'을 주제로 이야기해본 시간



화창하고 푸르른 날씨처럼 참가자들도 즐거워 보였지만, 무엇보다 큰 수확은 이번 페스티벌을 함께 준비한 4개 공간 운영진 사이에 싹튼 연결감이다. 직접적인 운영진만이 아니라 재료를 준비하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가까운 이웃들의 힘과 재주를 많이 빌렸다. 


3회에 걸친 사전 기획워크숍, 본 페스티벌, 페스티벌을 마친 후 회고 모임으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이렇게 한 걸음을 떼어보았으니, 다음에는 다른 일도 같이 작당해 볼 수 있겠다’는 믿음을 함께 쌓을 수 있었다. 이 ‘함께’라는 감각이 가장 큰 성과였다. 



페스티벌 다음주의 회고 모임에서 나온 이야기들



회고 모임에서는 다음에는 대정길 곳곳을 더 활용해서 이벤트를 기획하고 참여 단위도 확장해 보자는 의견, 구석구석 둘러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끔 스탬프 투어를 해 보자는 등의 다양한 아이디어, 그리고 함께하는 마을에서의 삶에 대한 상상 등 폭넓은 이야기가 오갔다. 정기적인 공부 모임도 약속했다. 페스티벌 이후가 오히려 더 기대되는 이유다.






글, 사진 | 누리

※ 이 글은 남원시공동체지원센터 온라인 소식지 온남원 제 74호에 게재되었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