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여! 이제 기뻐하라. 즐거워하라.
우리 전부를 받아 환영하는 새 세계 문이 열리나니.
옳다.
거기는 기이하게도 이상주의자도 현실주의자도 다 환영한다.
시인도 음악가도 환영하는가 하면 소설가도 평론가도 물론이러니와
천문학자 지질학자 또 철학자 과학자를 얼마나 즐거이 환영할까.
그 자연계의 전부를 들어 환영을 하는 것이다.
거기는 경이롭게도 심지어 부지런한 자도 게으름뱅이도, 또 재사도 둔재도, 그리고 인테리도 무식자도,
또 다시 개척자 추종자도, 그리고 강자도 약자도, 다시 우직자도 꾀자기도
모두 환영해서 무엇보다 먼저 차별없이 대해주지 않는가?
과연 그렇게 모두를 환영해서 자연스러이 우주적 조화를 이루게 하며
더구나 피안을 가게 하는 것이다."
밝맑도서관에서 만날 수 있는 문장,
밝맑 이찬갑 선생님의 '새날의 표어' (1945년 8월 15일)
홍동 마을 투어
🧡 갑작스레 왜 면대면!?
- 지난 가을 산내에서는 대정길(면소재지의 가장 큰 길)에 자리잡은 공유공간 네 곳이 함께하는 <대정길페스티벌>(포스터와 프로그램)을 열었어요.
- <대정길페스티벌>에는 마을에서 열린 연결의 장을 만들고 싶은 ‘지리산문화공간 토닥’, 청년들이 맘 편히 쉬고 놀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은 ‘산내청년공간 틈새’, 안전하고 평등한 마을을 만들고 싶은 ‘성폭력 근절을 위한 지리산 여성회의’, 쓰레기 문제에서 일상 속 실천의 장을 여는 ‘비니루없는 점빵’이 함께했습니다.
- 산내에도 여러 모임과 단체가 있지만, 연합해서 무언가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자리는 지금까지 많지 않았어요. 이번 페스티벌을 통해 서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처음 알게 된 사람들도 있지요. 이렇게 모처럼 모이게 된 만큼 우리가 어떤 마을에서 살고 싶은지, 함께 더 무엇을 해볼 수 있는지 지속적으로 이야기해보고, 교류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 산내와 50% 정도는 비슷한 느낌이 있는(?) 홍동면에서 때로는 즐겁게, 때로는 고민을 안고 활동을 이어나가는 분들의 모습을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이 공통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돌아와 우리 산내면에 대해 이야기해볼 수 있다면 새로운 시각을 갖고 다음 걸음으로 연결해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홍동에 계신 분들과도 계속 마을 단위로 연결될 수 있다면 좋겠구요! 지리산이음은 이런 마음으로 이번 면대면 학습여행을 기획하게 되었어요.
- 홍동만의 스토리가 담긴 곳을 둘러보고, 마을에서 '함께' 만들어가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어요.
💚 그렇게 찾아간 홍동
경제협동체 도토리회의 동근, 꿈이자라는뜰의 보루가 홍동 지역 파트너가 되어, 면대면 여행을 함께 계획하고 홍동 활동가들을 초대해주셨어요!
홍동면 마을지도 (출처 : 지역센터 마을활력소)
💙 일정표
날짜 | 시간 | 일정 | 비고 |
12/13 (금) | 11:30 | 점심 식사 | 비건 쌀국수 |
13:00 | 홍동면 마을 투어 | - 밝맑도서관
- 풀무학교생협
- 여성농업인센터
- ㅋㅋ만화방
- 우리동네의원
- 풀무학교 전공부
- 꿈이자라는뜰
- 지역센터 마을활력소
|
15:00 | 산내면X홍동면 활동가 대화의 자리 | @ 지역센터 마을활력소 |
18:30 | 저녁 식사 | @ 동네마실방 뜰 |
19:00 | 식후 토크 (with 기타 🎶) | @ 동네마실방 뜰 |
12/14 (토) | 8:00 | 아침 식사 | @ 달마당스테이 |
10:00 | 회고 | @ 문당 쌀이야기 |
💛 면대면 여행에서 발견한 것들
각자 인상 깊었던 장면을 두 개 골라,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남겼어요. 여행 시간 순서대로 나열했으니, 따라만 오세요!
누리 | 첫 끼로 대접해주신 비건 쌀국수. 얼마 전에 열린 비건페스티벌에서 선보였던 메뉴라고 합니다. 겉으로는 가정집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는데, 문을 열어보니 테이블과 의자가 사람 수에 맞춰 가지런히 세팅되어 있었어요. 요리사님 집안 비결이 담긴 채수 국물의 깊은 맛이 추운 날씨와 아주 잘 어울렸습니다.
그냥 식당을 소개해주시는 편이 준비하기에 훨씬 편하셨을 텐데도, 산내 사람들을 위해 평범한 여행으로 와서는 못 만나는 홍동 사람들의 일상을 꼼꼼히 소개해주신 동근과 보루의 따땃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어요.
일안짱 | 밝맑도서관 앞마당 회랑. 비와 햇빛 등을 가려주는 회랑은 좀 더 우아하게 걸어갈 수 있는 통로 이상의 기능이 있을 것이다. 오며가며 만나는 이와 잠시 멈춰 대화가 더 피어날 것도 같고, 게시판에 붙어 있는 소식들을 더 눈여겨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홍성에서 여러 게시판들에 붙어있는 홍보물들을 보면서, 역시 몸을 움직이다 만나게 되는 소식은 좀 다른 느낌이구나 싶었다.
근래 슬그머니 종이 포스터보다는 웹자보 홍보를 더 편하게 여기게 되었는데 다시 종이포스터 붙이는 것도 잘 챙겨야겠다. 토닥 유리벽이라든가, 느티나무 매장이라든가, 우리 마을의 소중한 게시판들을 떠올려본다!
자유 | 밝맑 이찬갑 선생님의 호를 따와 이름 지어진 밝맑도서관이 홍동의 첫 인상을 결정지어 주었어요. 나무로 지어진 멋진 회랑을 따라 들어간 큰 건물도 멋있었지만 홍동면식의 책구분이 특히 눈길을 사로 잡았습니다. 일반적인 십진분류법 체계가 대신에 책 앞에 색상지를 붙여 구분하고 있었어요.
다양한 책들이 있었는데 무엇보다 생태농업, 과학, 사회과학 책들이 많았어요. 알베르 까뮈, 박경리, 이반 일리치, 조지 오웰, 리영희, 최명희 등 작가별로 구분되어진 책장을 보며 홍동 사람들의 취향도 알 수 있었지요. 그리고 도서관 현관 안쪽에 자리잡고 있던 세월호 책장 등 홍동이 어떤 곳인지, 어떤 가치를 우선으로 하는지 잘 보여주는 '홍동 스타일'을 만들고 실천하고 있던 도서관이었어요.
서아 | 끊임없이 공부하고, 또는 공부한 것을 나누는 모임이 있다는 게 인상 깊더라고요. 산내에도 다양한 분야의 배움을 보다 쉽게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어요. 산내에 있는 작은 모임들이 서로 엮여서 '이런 것도 있네? 어 이것도 재밌어보이네?' 다들 문을 살짝씩 열어보는 날을 내년에 한번쯤 만들어 볼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온빛 | 각자의 영역에서 많은 것들을 하고 있고, 그것을 마을과 잘 나누고 연결하는 모습이 참 좋아 보였어요. 한해 있었던 일들을 갈무리하고 나누고 포용하는 모습이 보였어요.
누리 | 밝맑도서관의 장서 규모와 책이 알기 쉽게 정리되는 방식, 큐레이션된 누운 책들이 마을에 공존하는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품고서 지향점을 드러내고 있는 방식들이 인상 깊게 다가왔습니다. 헌책 판매도 하고, 커피도 팔고, 후원금도 받는데 필요한 것을 구체적으로 요청하고 각 수익금이 쓰이는 곳을 명시해 놓은 것도 좋았어요. 이런 곳이라면 기쁘게 마음을 더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품안도서관도 작은 요청부터 시작해보자!)
가든 | 밝맑도서관 열람실 들어가는 입구 벽면 한쪽을 차지하고 있던, 설립자 이찬갑 선생님의 말씀. 이 도서관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고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열람실 내부에 있는 책으로 만든 트리도 인상적이었다.
도서관이란 곳이 모임을 통해 사람들과 연결되는 곳이기도 하지만 잠시 일상(사람)에서 벗어나 숨 쉴 수 있는 편안함을 주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이곳이 그런 공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유리창 너머로 눈 내리는 풍경이 참 예뻤다. 다음에 이곳을 다시 온다면 창가 자리에 앉아 따뜻한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읽어보고 싶다. (도서관 플리를 들으며...^^)
서아 | 제가 만난 홍동은 마을 전체가 하나의 대가족 같았어요. 이런 작은 곳에서도 다정과 섬세함이 느껴지는 게 정말로 ‘동물의 숲’ 그 자체였답니다. 방문객분들에게 '아, 여기는 참 친절하고 배려가 스며있구나!' 라는 마음을 남기기 위해서 어떤 변화를 줄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됐어요.
온빛 | 행성책방! 이렇게 멋진 공간을 만날 수 있어 정말 반가웠어요. 여성농업인센터에서 이런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저희 마을에도 여농이 있는데 이런 활동을 함께 해도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여농과 함께 좀 더 마을 사람들과 연결되어 다양한 이야기, 성에 대한 이야기들을 주고 받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베리 | 여성농업인센터에 붙어져 있던 '우리의 부탁'. 이 글을 보고 공간 안에서 안전하게 존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가 있는 곳에서도 약속을 확인하는 시간이 있다면 안심하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꺼내고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요.
한결 | 홍성여성농업인지원센터를 갔을때 놀라웠던 건 '청년 지원활동'이 사업 중 하나로 들어있었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홍동에는 명확한 청년 모임이 없다고 들었는데도 말이다. 산내에서 청년 활동을 하면서 많은 분들을 만났다. 가끔은 청년들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으로 찾아 오셔서 '청년들이 노력 없이 원하는 것만 받기를 원하니까 일자리나 집을 찾을 수 없는 거다' 라는 이야기를 하시기도 하고, 간혹 청년들이 모임에 참여하는 것만으로 젊은 감성으로 변할 수 있다는 믿음을 보이시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몇 번의 만남과 분위기 탓인지, 개인적으로는 우리가 노력 없이 무언가를 요구하고 지원 받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후원이나 지원을 받았을 때는 어떻게든 보답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홍동에 와서 '청년 지원활동'이 아예 하나의 사업으로 잡혀 있는 것을 보고 반가움과 신기함이 교차했다. 어떤 단체에서 청년을 지원하기 위해 일을 해주고 있다니…. 보석과 돌아오는 차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던건 홍동에서 하는 일들은 '섬세함이 보인다'였다. 꿈이자라는뜰이나 ㅋㅋ만화방, 그리고 청년 지원활동처럼 마을에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그룹들을 챙기려고 하고, 같은 마을의 구성원으로 함께 하는 느낌이었다.
베리 | 2014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ㅋㅋ만화방'에는 10년 동안의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 기록되어 있었어요. 10년 동안 이 공간이 어린이, 청소년을 위해 존재하고 있었다는 게 놀랍기도 하고, 멋져 보였어요. 어린이나 청소년이 아닌 이용자는 이용료를 내고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인상 깊었어요.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공간이지만 마을에 있는 공간과 자원을 필요한 사람은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10년 연대기를 보니 앞으로 홍동 청소년 활동이 기대됩니다.
일안짱 | 내가 어린이일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즐겨 하고 있는 것을 한 가지 꼽자면 단연, 만화를 읽는 것이다. 요즘은 웹툰을 주로 보지만, 만화책이 가득 있는 물리적 공간에서 만화를 좋아하는 몸들을 만났던 경험이 내 몸의 상당 부분을 이루고 있기도 하다.
만화도 읽고 보드게임도 하고 숙제마저 할 수 있는 <ㅋㅋ만화방> 공간이 10년째! 이어지고 곧 확장 이전한다는 소식까지, 상당히 부럽고 좋아보였다. 그리고 청소년이 운영주체로 참여하는 내용이 반가웠다. 눈에 띄는 것은 ‘풍부한 간식 제공’ ㅋㅋ 역시 배울 점이 많다.
밤비 | 철 따라 뿌리내리고 생명을 피우고 지는 때를 알 수 있는, 절기를 달마다 소개하는 책자가 인상 깊었습니다. 절기마다 무슨 날이고 어떤 일들이 펼쳐지는지 살펴볼 수 있는데요. 전국 안에서도 지역에 따라 계절의 속도와 날씨가 다르듯, 각 머무는 곳에서 맞이하는 절기를 우리 동네에서도 흐름을 엮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유도 하고 기록도 될 거 같아요. 기후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시기에 조금씩 어긋나는 절기를 기록하면서 우리 삶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해보는 기반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든 | 홍동의 마을 의료사협인 '우리동네의원'은1차 의료기관으로써 마을의 의료를 담당하고 있다. 열악한 상황에서도 각자의 역할 분업을 통해 현장에서 고군분투하고 계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까운 반경 안에 보건소가 있음에도 의료사협이 존재하는 이유가 궁금했는데, 상담을 통해 어르신들의 치료 역사 데이터를 수집해서 맞춤별 진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는 답변으로 이해했다.
전에 식당이었던 곳을 리모델링했다고 들었는데, 산내에서도 쓰지 않는 오래된 건물이나 빈집을 활용해서 의료사협이 만들어지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산내만의 의료모델을 실험해보면서 주민들과의 신뢰 관계를 만들어가고, 추가로 일자리도 생겨났으면 하는 개인적 바람.
넉넉 | 우리동네병원 그리고 건강상담실. 산내에 유일하던 한의원이 문을 닫으면서 병원이 없는 상황인 산내주민으로서, 사회적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되는 '우리동네병원'이 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
탐방 코스로 개방되어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도 특이했지만, 특히 눈길을 끌었던 것은 진료실과 함께 마련된 건강상담실이었습니다. 이곳에서는 사회복지사가 진료 이외의 건강 상태를 보다 세밀히 점검하여 진료의 빈틈을 보완해 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병원이 단순한 치료를 넘어 주민의 전반적인 건강을 책임지는, 더 넓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가죽나무 | 마을에 사회적협동조합 형태로 의원을 운영하는 게 신기했습니다. 돈을 보고 하기에는 너무 어렵지 않을까 했네요. 의료는 아무래도 전문 인력(의사, 간호사)이 필요할 테니까요. 단순히 아픈 곳을 치료해주는 것을 넘어 마을 주치의로서 마을 사람들 각자의 역사를 그에 맞게 의료적 지원을 해주는 것이 부러웠습니다.
그리고 의사가 감당하지 못하는 부분은 사회복지사의 상담으로 빈 곳을 메우는 배려 또한 이 병원이 단순히 해야 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을 세심하게 들여다 보고 끈질기게 해내 온 결과가 아닐까 하네요. 비록 '운이 좋았다'고 말씀들 하셨지만, 운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보석 | 면 단위 지역을 중심으로 옹기종기 살아가며 활동한다는 건 제법 따뜻하지만, 때론 참 외롭기도 하다. 여러 면 단위에 활동가들이 포진되어 살며 읍을 중심으로 활동을 모으는 이웃 지역들의 소식을 접할 때면 그 지역의 면 단위 수만큼이나 괜히 선택지와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하지만 나는 산내라는 작은 동네 안에 밀집되어 있는 수많은 활동들이 정말 좋다. 면허도 차도 없는 내가 멀리 가지 않아도 신기하고 궁금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니까. 하지만 버젓이 우뚝 자리한 이웃면을 지나갈 때 그 동네에 사는 이웃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건 착잡하기도 하다.
이런 고민이 들 때면 늘 홍동이 떠올랐다. 이번에 만난 홍동은 동종업계 종사자 같았다. 산내와 참 많이 닮아있는 동네이자 다른 모습이 보이는 홍동에게 이웃 지리산권 지역과는 차마 나누기 어려운 진득한 동료애를 선물받았다. 산내에서 쉽게 지워지는 장애, 청소년, 청년, 페미니즘, 비거니즘 등의 이야기들이 홍동 이곳저곳 많이 드러나 있는 걸 보면서 산내의 내일과 모레를 상상한다. 우리 동네는 지금 충분할까? 그게 아니라면 홍동과 함께 고민과 안부를 물으며 살아가면 좋겠다.
갓골목공실 구경하고 나오는 길
마을 산책하는 뒷모습
안내자 보루가 일하는 곳! 장애인과 비장애인 일꾼들이 함께 가꾸는 '꿈이자라는뜰'
지리산문화공간 토닥, 산내청년공간 틈새, 성폭력 근절을 위한 지리산 여성회의의 발표
돌아가며 자기 소개를 하고, 함께 나누고 싶은 질문을 만들어 보는 시간
동동 | 둘러 앉아 각자의 활동을 소개하는 시간.
홍동면과 산내면의 모임지기, 공간지기들의 활동을 소개하는 시간.
발표자들의 면면을 보니 청년들의 고민을 들을 수 있었던 시간.
다정한 태도로 귀 기울여 들어주는 이들이 있어 따뜻했던 시간.
거창한 이야기, 대단한 이야기는 없었지만 마음은 웅장해진 시간.
자유 |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일까? 어떻게 살아야 함께 재미있게 살까? 다른 듯 같은 두 마을 사람들의 다양한 질문들과 이미 우리 안에 있는 다양한 답들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함께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서로가 내어 놓은 진지한 질문만으로도 이미 많이 배웠어요!
우리의 질문
지속가능 재원
- 면내 중간단체 지속가능한 운영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 (-> 마을 내부, 외부, 민간, 행정 등)
- 운영 자금은 어떻게 충당하나요?
- 활동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경제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 연결
- 홍동의 여러 모임, 조직, 공간, 활동의 연결점은 무엇인가요?
- 지역 토박이 분들과 어떻게 만나고 있나요?
- 어르신들과의 연결(관계맺음)은 잘 되고 있나요?
- 원래 마을에 사시던 분들과의 관계 어려움 (행정, 유지 소통)
| 귀촌자 안내
- 처음 귀촌하는 분들을 위한 안내 역할은 어디에서 하나요?
|
갈등 해결, 성차별 문제
- 조직에서, 또는 주민 참여 행사 진행 후 성차별, 성희롱이 발생할 때 문제제기하거나 해결하는 방식은?
| 함께 짓는 농사 기반
- 함께 짓는 농사, 그 기반이 되는 것은?
- 텃밭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은?
- 남녀노소 함께 짓는 농사는 어떤 기반에서 출발할까?
| 사람
- 활동가(실무자)분들이 꾸준히 충원되고 있나요? 그렇지 않다면 어떤 방안을 준비하고 계신가요?
- 함께 도모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마음을 맞추는 방법
|
일자리
- 마을에 온 청년에게 소개하고 싶은 일자리나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 타 읍면과 교류
- 홍성의 다른 읍면 단위 지역과의 교류가 있는지?
- 마을과 마을이 만나는 것에 어떻게 하면 의미를 더할 수 있을까?
| 청년, 주거
- 홍동 청년층의 주거 문제가 궁금해요! (빈집 여부, 월세 금액대, 공공주택, 쉐어하우스 등)
- 마을에 청년 지원 제도가 있는지, 있다면 어떤 형태인지
- 홍동의 청년 거주에는 어떤 어려움이 있을까요? 해결책에 대한 고민이 있는지
|
질문 공유
- 조직, 모임, 개인들이 기록, 특히 질문을 공유하는 주요 통로가 궁금해요. 서로 공유하면 좋겠어요! (홈페이지, 블로그, SNS 등 콕 찝어서)
| 활동 점검
- 활동가들이 대략 각자 가입한 조합은 몇 개 정도일까요? 의료사협 등 여러 조합의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것에 대한 애로사항은?
- 마을의 자원(돈, 시간, 사람)이 어떻게 다양한 활동에 분배되는지. 지속 가능한지.
- 지지부진한데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붙잡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주제, 활동 등) 왜 붙잡고 있나요?
- 모임이나 단체의 동력이 없어졌다고 느낄 때, 어떤 방식으로 진단하고 대처하나요?
- 마을에서는 하고 싶은 활동을 하고 있나요? 하고 있거나, 할 수 있다고 느끼는 이유 / 든든함이 궁금해요.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은?
| 대안 가족
|
문화예술
- 홍동의 문화 생활에 대한 만족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는지. 지속 가능한 예술가의 시골살이에 대한 케이스나 고민이 있을까요?
| 계속 여기 사는 이유
- 당신을 이곳에 붙잡아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 '산내'를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 그 외
- 산내 '마을' 사람이란?
- 마을에 들어오는 '돈', 주민에게 잘 돌아가게 하려면 어떻게 할까요?
- 내가 하는 일은 지금 시대, 농촌에 어떤 의미라고 생각하나요?
|
한결 | (@동네마실방 뜰) 홍동의 이곳저곳을 다니며 소개시켜 주시던 보루 님. 홍동 많은 장소들의 단순한 형태가 아닌, 속사정까지 꼼꼼히 알려주신다. 어떻게 이 장소가 생겨났고 어떤 고민들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과정들을 거쳐 왔는지…. 산내에도 이렇게 여러 장소들을 가이드하며 알려주실 수 있는 분이 있을까 생각을 하면 몇 분 떠오르지만, 보루 님처럼 '그곳의 한 일원처럼 알려줄 수 있는 분이 계실까' 하면 물음표다. 그게 홍동의 특징이자 장점처럼 느껴졌다. 서로서로 연결되어있어 같이 고민하고, 같이 해결하고, 그래서 서로가 어떤 일을 하고 있고,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너무 잘 안다. 산내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의미 있는 일들을 너무나 바쁘게 하고 있지만, 하나로 무언가를 만들어내기보다는 각자의 일에 집중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같이 했다면 더 시너지를 낼 수도 있을 텐데 말이다. 그 점에서 홍동은 각자의 일이 아닌 하나의 일로 서로 생각해주는 거 같아, 같은 일이라도 힘을 덜 들이고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해결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질의 시간에서도 어떤 주제가 나왔을 때, 많은 홍동의 마을분들이 전문가처럼 그 주제에 대해 알고 있고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어떤 일들을 해왔는지 잘 알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재밌었던 점이 있다면, 홍동은 몇몇 사람들이 여러가지 분야의 일을 하는 멀티 플레이어인 반면, 단체들이 하는 일들은 서로 덜 겹치도록 구체화되고 세분화되어 있다고 느꼈다. 한편 산내는 상대적으로 교류가 적은 탓인지 일하는 사람들은 각자 분야의 전문가들인데 단체는 여러가지 '멀티'로 일을 하고 있어서 단체마다 하는 일이 겹치는 경우가 많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더더욱 산내에서 단체들간의 교류과 협력이 활발해지면 좋겠다고 실감했다.
동동 |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보낸 산내 이웃들과 함께한 회고. 홍동면의 활력 있는 곳곳을 보는 것도 좋았지만 산내면에서는 깊은 대화를 하지 못했던 이웃들의 내밀한 이야기를 들어 좋았습니다. 내가 사는 마을에서 벗어나니 오히려 내 마을에서 하고 싶은 일들이 드러나고, 그게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힘이 나기도 했습니다. 시작된 변화! 이제 달려봅시다.
베리 | 서울에 탄핵 집회에 가고 싶었는데…! 마침 홍동에서 움직이는 버스가 있다고 하여 홍동 마을 분들과 함께 서울 탄핵 집회에 가게 되었어요. 그 전 주에는 산내 버스를 타고 서울로 갔었는데 홍동 분위기는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고 조금 떨렸어요. 돌아가며 소감과 인사를 나누고, 멀리 산내에서 왔다고 저에게도 마이크를 주셨어요. 간단히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홍동에 친구들이 있다니 다들 반가워하셨어요.
산내 버스와 비슷한 게 많았어요. 직접 그린 깃발과 평촌 요구르트, 떡, 귤, 과자까지 끊임없이 나오는 간식들. 핫팩까지. 무엇보다 마을 사람들의 마음이 가득 모인 버스라는 점이 정말 비슷하구나 싶었어요. 버스에서 내려 홍동 단체 사진을 찍어드리며 우리도 산내 사진 하나 남길 걸! 했답니다. 감사한 하루~
마지막으로, 13일 오후 산내면X홍동면 단체 사진 📸 또 만나요!
홍동 마을 투어
🧡 갑작스레 왜 면대면!?
💚 그렇게 찾아간 홍동
경제협동체 도토리회의 동근, 꿈이자라는뜰의 보루가 홍동 지역 파트너가 되어, 면대면 여행을 함께 계획하고 홍동 활동가들을 초대해주셨어요!
홍동면 마을지도 (출처 : 지역센터 마을활력소)
💙 일정표
활동가 대화의 자리
💛 면대면 여행에서 발견한 것들
각자 인상 깊었던 장면을 두 개 골라,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남겼어요. 여행 시간 순서대로 나열했으니, 따라만 오세요!
누리 | 첫 끼로 대접해주신 비건 쌀국수. 얼마 전에 열린 비건페스티벌에서 선보였던 메뉴라고 합니다. 겉으로는 가정집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는데, 문을 열어보니 테이블과 의자가 사람 수에 맞춰 가지런히 세팅되어 있었어요. 요리사님 집안 비결이 담긴 채수 국물의 깊은 맛이 추운 날씨와 아주 잘 어울렸습니다.
그냥 식당을 소개해주시는 편이 준비하기에 훨씬 편하셨을 텐데도, 산내 사람들을 위해 평범한 여행으로 와서는 못 만나는 홍동 사람들의 일상을 꼼꼼히 소개해주신 동근과 보루의 따땃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어요.
일안짱 | 밝맑도서관 앞마당 회랑. 비와 햇빛 등을 가려주는 회랑은 좀 더 우아하게 걸어갈 수 있는 통로 이상의 기능이 있을 것이다. 오며가며 만나는 이와 잠시 멈춰 대화가 더 피어날 것도 같고, 게시판에 붙어 있는 소식들을 더 눈여겨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홍성에서 여러 게시판들에 붙어있는 홍보물들을 보면서, 역시 몸을 움직이다 만나게 되는 소식은 좀 다른 느낌이구나 싶었다.
근래 슬그머니 종이 포스터보다는 웹자보 홍보를 더 편하게 여기게 되었는데 다시 종이포스터 붙이는 것도 잘 챙겨야겠다. 토닥 유리벽이라든가, 느티나무 매장이라든가, 우리 마을의 소중한 게시판들을 떠올려본다!
자유 | 밝맑 이찬갑 선생님의 호를 따와 이름 지어진 밝맑도서관이 홍동의 첫 인상을 결정지어 주었어요. 나무로 지어진 멋진 회랑을 따라 들어간 큰 건물도 멋있었지만 홍동면식의 책구분이 특히 눈길을 사로 잡았습니다. 일반적인 십진분류법 체계가 대신에 책 앞에 색상지를 붙여 구분하고 있었어요.
다양한 책들이 있었는데 무엇보다 생태농업, 과학, 사회과학 책들이 많았어요. 알베르 까뮈, 박경리, 이반 일리치, 조지 오웰, 리영희, 최명희 등 작가별로 구분되어진 책장을 보며 홍동 사람들의 취향도 알 수 있었지요. 그리고 도서관 현관 안쪽에 자리잡고 있던 세월호 책장 등 홍동이 어떤 곳인지, 어떤 가치를 우선으로 하는지 잘 보여주는 '홍동 스타일'을 만들고 실천하고 있던 도서관이었어요.
서아 | 끊임없이 공부하고, 또는 공부한 것을 나누는 모임이 있다는 게 인상 깊더라고요. 산내에도 다양한 분야의 배움을 보다 쉽게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어요. 산내에 있는 작은 모임들이 서로 엮여서 '이런 것도 있네? 어 이것도 재밌어보이네?' 다들 문을 살짝씩 열어보는 날을 내년에 한번쯤 만들어 볼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온빛 | 각자의 영역에서 많은 것들을 하고 있고, 그것을 마을과 잘 나누고 연결하는 모습이 참 좋아 보였어요. 한해 있었던 일들을 갈무리하고 나누고 포용하는 모습이 보였어요.
누리 | 밝맑도서관의 장서 규모와 책이 알기 쉽게 정리되는 방식, 큐레이션된 누운 책들이 마을에 공존하는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품고서 지향점을 드러내고 있는 방식들이 인상 깊게 다가왔습니다. 헌책 판매도 하고, 커피도 팔고, 후원금도 받는데 필요한 것을 구체적으로 요청하고 각 수익금이 쓰이는 곳을 명시해 놓은 것도 좋았어요. 이런 곳이라면 기쁘게 마음을 더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품안도서관도 작은 요청부터 시작해보자!)
가든 | 밝맑도서관 열람실 들어가는 입구 벽면 한쪽을 차지하고 있던, 설립자 이찬갑 선생님의 말씀. 이 도서관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고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열람실 내부에 있는 책으로 만든 트리도 인상적이었다.
도서관이란 곳이 모임을 통해 사람들과 연결되는 곳이기도 하지만 잠시 일상(사람)에서 벗어나 숨 쉴 수 있는 편안함을 주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이곳이 그런 공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유리창 너머로 눈 내리는 풍경이 참 예뻤다. 다음에 이곳을 다시 온다면 창가 자리에 앉아 따뜻한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읽어보고 싶다. (도서관 플리를 들으며...^^)
서아 | 제가 만난 홍동은 마을 전체가 하나의 대가족 같았어요. 이런 작은 곳에서도 다정과 섬세함이 느껴지는 게 정말로 ‘동물의 숲’ 그 자체였답니다. 방문객분들에게 '아, 여기는 참 친절하고 배려가 스며있구나!' 라는 마음을 남기기 위해서 어떤 변화를 줄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됐어요.
온빛 | 행성책방! 이렇게 멋진 공간을 만날 수 있어 정말 반가웠어요. 여성농업인센터에서 이런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저희 마을에도 여농이 있는데 이런 활동을 함께 해도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여농과 함께 좀 더 마을 사람들과 연결되어 다양한 이야기, 성에 대한 이야기들을 주고 받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베리 | 여성농업인센터에 붙어져 있던 '우리의 부탁'. 이 글을 보고 공간 안에서 안전하게 존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가 있는 곳에서도 약속을 확인하는 시간이 있다면 안심하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꺼내고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요.
한결 | 홍성여성농업인지원센터를 갔을때 놀라웠던 건 '청년 지원활동'이 사업 중 하나로 들어있었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홍동에는 명확한 청년 모임이 없다고 들었는데도 말이다. 산내에서 청년 활동을 하면서 많은 분들을 만났다. 가끔은 청년들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으로 찾아 오셔서 '청년들이 노력 없이 원하는 것만 받기를 원하니까 일자리나 집을 찾을 수 없는 거다' 라는 이야기를 하시기도 하고, 간혹 청년들이 모임에 참여하는 것만으로 젊은 감성으로 변할 수 있다는 믿음을 보이시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몇 번의 만남과 분위기 탓인지, 개인적으로는 우리가 노력 없이 무언가를 요구하고 지원 받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후원이나 지원을 받았을 때는 어떻게든 보답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홍동에 와서 '청년 지원활동'이 아예 하나의 사업으로 잡혀 있는 것을 보고 반가움과 신기함이 교차했다. 어떤 단체에서 청년을 지원하기 위해 일을 해주고 있다니…. 보석과 돌아오는 차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던건 홍동에서 하는 일들은 '섬세함이 보인다'였다. 꿈이자라는뜰이나 ㅋㅋ만화방, 그리고 청년 지원활동처럼 마을에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그룹들을 챙기려고 하고, 같은 마을의 구성원으로 함께 하는 느낌이었다.
베리 | 2014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ㅋㅋ만화방'에는 10년 동안의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 기록되어 있었어요. 10년 동안 이 공간이 어린이, 청소년을 위해 존재하고 있었다는 게 놀랍기도 하고, 멋져 보였어요. 어린이나 청소년이 아닌 이용자는 이용료를 내고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인상 깊었어요.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공간이지만 마을에 있는 공간과 자원을 필요한 사람은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10년 연대기를 보니 앞으로 홍동 청소년 활동이 기대됩니다.
일안짱 | 내가 어린이일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즐겨 하고 있는 것을 한 가지 꼽자면 단연, 만화를 읽는 것이다. 요즘은 웹툰을 주로 보지만, 만화책이 가득 있는 물리적 공간에서 만화를 좋아하는 몸들을 만났던 경험이 내 몸의 상당 부분을 이루고 있기도 하다.
만화도 읽고 보드게임도 하고 숙제마저 할 수 있는 <ㅋㅋ만화방> 공간이 10년째! 이어지고 곧 확장 이전한다는 소식까지, 상당히 부럽고 좋아보였다. 그리고 청소년이 운영주체로 참여하는 내용이 반가웠다. 눈에 띄는 것은 ‘풍부한 간식 제공’ ㅋㅋ 역시 배울 점이 많다.
밤비 | 철 따라 뿌리내리고 생명을 피우고 지는 때를 알 수 있는, 절기를 달마다 소개하는 책자가 인상 깊었습니다. 절기마다 무슨 날이고 어떤 일들이 펼쳐지는지 살펴볼 수 있는데요. 전국 안에서도 지역에 따라 계절의 속도와 날씨가 다르듯, 각 머무는 곳에서 맞이하는 절기를 우리 동네에서도 흐름을 엮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유도 하고 기록도 될 거 같아요. 기후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시기에 조금씩 어긋나는 절기를 기록하면서 우리 삶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해보는 기반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든 | 홍동의 마을 의료사협인 '우리동네의원'은1차 의료기관으로써 마을의 의료를 담당하고 있다. 열악한 상황에서도 각자의 역할 분업을 통해 현장에서 고군분투하고 계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까운 반경 안에 보건소가 있음에도 의료사협이 존재하는 이유가 궁금했는데, 상담을 통해 어르신들의 치료 역사 데이터를 수집해서 맞춤별 진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는 답변으로 이해했다.
전에 식당이었던 곳을 리모델링했다고 들었는데, 산내에서도 쓰지 않는 오래된 건물이나 빈집을 활용해서 의료사협이 만들어지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산내만의 의료모델을 실험해보면서 주민들과의 신뢰 관계를 만들어가고, 추가로 일자리도 생겨났으면 하는 개인적 바람.
넉넉 | 우리동네병원 그리고 건강상담실. 산내에 유일하던 한의원이 문을 닫으면서 병원이 없는 상황인 산내주민으로서, 사회적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되는 '우리동네병원'이 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
탐방 코스로 개방되어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도 특이했지만, 특히 눈길을 끌었던 것은 진료실과 함께 마련된 건강상담실이었습니다. 이곳에서는 사회복지사가 진료 이외의 건강 상태를 보다 세밀히 점검하여 진료의 빈틈을 보완해 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병원이 단순한 치료를 넘어 주민의 전반적인 건강을 책임지는, 더 넓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가죽나무 | 마을에 사회적협동조합 형태로 의원을 운영하는 게 신기했습니다. 돈을 보고 하기에는 너무 어렵지 않을까 했네요. 의료는 아무래도 전문 인력(의사, 간호사)이 필요할 테니까요. 단순히 아픈 곳을 치료해주는 것을 넘어 마을 주치의로서 마을 사람들 각자의 역사를 그에 맞게 의료적 지원을 해주는 것이 부러웠습니다.
그리고 의사가 감당하지 못하는 부분은 사회복지사의 상담으로 빈 곳을 메우는 배려 또한 이 병원이 단순히 해야 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을 세심하게 들여다 보고 끈질기게 해내 온 결과가 아닐까 하네요. 비록 '운이 좋았다'고 말씀들 하셨지만, 운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보석 | 면 단위 지역을 중심으로 옹기종기 살아가며 활동한다는 건 제법 따뜻하지만, 때론 참 외롭기도 하다. 여러 면 단위에 활동가들이 포진되어 살며 읍을 중심으로 활동을 모으는 이웃 지역들의 소식을 접할 때면 그 지역의 면 단위 수만큼이나 괜히 선택지와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하지만 나는 산내라는 작은 동네 안에 밀집되어 있는 수많은 활동들이 정말 좋다. 면허도 차도 없는 내가 멀리 가지 않아도 신기하고 궁금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니까. 하지만 버젓이 우뚝 자리한 이웃면을 지나갈 때 그 동네에 사는 이웃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건 착잡하기도 하다.
이런 고민이 들 때면 늘 홍동이 떠올랐다. 이번에 만난 홍동은 동종업계 종사자 같았다. 산내와 참 많이 닮아있는 동네이자 다른 모습이 보이는 홍동에게 이웃 지리산권 지역과는 차마 나누기 어려운 진득한 동료애를 선물받았다. 산내에서 쉽게 지워지는 장애, 청소년, 청년, 페미니즘, 비거니즘 등의 이야기들이 홍동 이곳저곳 많이 드러나 있는 걸 보면서 산내의 내일과 모레를 상상한다. 우리 동네는 지금 충분할까? 그게 아니라면 홍동과 함께 고민과 안부를 물으며 살아가면 좋겠다.
갓골목공실 구경하고 나오는 길
마을 산책하는 뒷모습
안내자 보루가 일하는 곳! 장애인과 비장애인 일꾼들이 함께 가꾸는 '꿈이자라는뜰'
지리산문화공간 토닥, 산내청년공간 틈새, 성폭력 근절을 위한 지리산 여성회의의 발표
돌아가며 자기 소개를 하고, 함께 나누고 싶은 질문을 만들어 보는 시간
동동 | 둘러 앉아 각자의 활동을 소개하는 시간.
홍동면과 산내면의 모임지기, 공간지기들의 활동을 소개하는 시간.
발표자들의 면면을 보니 청년들의 고민을 들을 수 있었던 시간.
다정한 태도로 귀 기울여 들어주는 이들이 있어 따뜻했던 시간.
거창한 이야기, 대단한 이야기는 없었지만 마음은 웅장해진 시간.
자유 |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일까? 어떻게 살아야 함께 재미있게 살까? 다른 듯 같은 두 마을 사람들의 다양한 질문들과 이미 우리 안에 있는 다양한 답들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함께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서로가 내어 놓은 진지한 질문만으로도 이미 많이 배웠어요!
우리의 질문
한결 | (@동네마실방 뜰) 홍동의 이곳저곳을 다니며 소개시켜 주시던 보루 님. 홍동 많은 장소들의 단순한 형태가 아닌, 속사정까지 꼼꼼히 알려주신다. 어떻게 이 장소가 생겨났고 어떤 고민들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과정들을 거쳐 왔는지…. 산내에도 이렇게 여러 장소들을 가이드하며 알려주실 수 있는 분이 있을까 생각을 하면 몇 분 떠오르지만, 보루 님처럼 '그곳의 한 일원처럼 알려줄 수 있는 분이 계실까' 하면 물음표다. 그게 홍동의 특징이자 장점처럼 느껴졌다. 서로서로 연결되어있어 같이 고민하고, 같이 해결하고, 그래서 서로가 어떤 일을 하고 있고,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너무 잘 안다. 산내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의미 있는 일들을 너무나 바쁘게 하고 있지만, 하나로 무언가를 만들어내기보다는 각자의 일에 집중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같이 했다면 더 시너지를 낼 수도 있을 텐데 말이다. 그 점에서 홍동은 각자의 일이 아닌 하나의 일로 서로 생각해주는 거 같아, 같은 일이라도 힘을 덜 들이고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해결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질의 시간에서도 어떤 주제가 나왔을 때, 많은 홍동의 마을분들이 전문가처럼 그 주제에 대해 알고 있고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어떤 일들을 해왔는지 잘 알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재밌었던 점이 있다면, 홍동은 몇몇 사람들이 여러가지 분야의 일을 하는 멀티 플레이어인 반면, 단체들이 하는 일들은 서로 덜 겹치도록 구체화되고 세분화되어 있다고 느꼈다. 한편 산내는 상대적으로 교류가 적은 탓인지 일하는 사람들은 각자 분야의 전문가들인데 단체는 여러가지 '멀티'로 일을 하고 있어서 단체마다 하는 일이 겹치는 경우가 많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더더욱 산내에서 단체들간의 교류과 협력이 활발해지면 좋겠다고 실감했다.
동동 |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보낸 산내 이웃들과 함께한 회고. 홍동면의 활력 있는 곳곳을 보는 것도 좋았지만 산내면에서는 깊은 대화를 하지 못했던 이웃들의 내밀한 이야기를 들어 좋았습니다. 내가 사는 마을에서 벗어나니 오히려 내 마을에서 하고 싶은 일들이 드러나고, 그게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힘이 나기도 했습니다. 시작된 변화! 이제 달려봅시다.
베리 | 서울에 탄핵 집회에 가고 싶었는데…! 마침 홍동에서 움직이는 버스가 있다고 하여 홍동 마을 분들과 함께 서울 탄핵 집회에 가게 되었어요. 그 전 주에는 산내 버스를 타고 서울로 갔었는데 홍동 분위기는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고 조금 떨렸어요. 돌아가며 소감과 인사를 나누고, 멀리 산내에서 왔다고 저에게도 마이크를 주셨어요. 간단히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홍동에 친구들이 있다니 다들 반가워하셨어요.
산내 버스와 비슷한 게 많았어요. 직접 그린 깃발과 평촌 요구르트, 떡, 귤, 과자까지 끊임없이 나오는 간식들. 핫팩까지. 무엇보다 마을 사람들의 마음이 가득 모인 버스라는 점이 정말 비슷하구나 싶었어요. 버스에서 내려 홍동 단체 사진을 찍어드리며 우리도 산내 사진 하나 남길 걸! 했답니다. 감사한 하루~
마지막으로, 13일 오후 산내면X홍동면 단체 사진 📸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