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이음 활동 소식

토닥나의 집, 너의 집, 우리의 시골집·집·집! - '집에 관한 집담회' 후기

2025-07-03


집에 관해서라면, 누구든 할 말은 있다!? 


지난 6월 25일과 7월 2일, 두 차례에 걸쳐 <집에 관한 집담회> 라는 이름으로
나의 경험으로부터 출발해서, 우리 지역에서의 주거 인생 여정을 그려보는 시간을 만들어 보았어요.


지역적으로는 남원시 산내면, 아영면, 임실군 임실읍에 거주하시는 분들이 참여해주셨고,
주거 형태로는 지어서 사는 집, 고쳐서 사는 집, 자가, 월세, 공동체 거주 등! 연령대 역시 3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했습니다.


1부와 2부 각각 아홉 명의 참여자들과 함께한 🏠나의 시골집 이야기🏠, 한번 정리해보았습니다!



'집에 관한 집담회' 안내 포스터



나의 주거인생그래프 그려보기



나의 주거인생그래프 그려보기



'나의 주거인생그래프' 는 x축은 시간의 흐름, y축은 감정의 높낮이로 그려보았는데,
9명의 참여자 모두 발표를 하다 보니 어떤 공통점이 발견되었어요.


  • 주거 조건의 수준과 감정 상태가 일치하진 않으며, 부정적 감정 상태는 ‘독립적으로 살지 못했을 때’ 온다는 것
  • 따라서 나만의 공간, 컨트롤 가능한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
  • 대체로 현재 생활의 만족도가 높다는 것! (그래프 고점)




'새로 시골집을 구하는 사람들을 위한 팁' 전수하기


'새로 시골집을 구하는 사람들을 위한 팁' 전수하기





6월 25일 진행된 1부 '집과 나, 나와 집' 기록지



📝 지금 사는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대와 그 이유는?


여름에는 오후 7시 즈음을 좋아한다. 마당에서는 천왕봉이 보이고, 실상사에서 치는 종소리가 들린다.


해질녘이 되면 석양이 다양하다는 걸 알게 된다.



📝 집에서 가장 자주 머무는 공간은 어디이고, 그곳에서 주로 뭘 하시나요?


방이 따로 없어서 거실에 탁상을 두고, 탁상 위에 모든 물건을 놓고 그 물건들을 파헤치며 책 읽고 일기 쓰고 핸드폰 보고 TV 보고 한다. 때로는 안주를 만들어 먹기도 하는 자리다. 물건을 한번에 싹 치우다가도 다시 하나씩 쌓인다. 그 자리에서 요가도 하고, 상을 아예 치워버리기도 한다. 자유로이 사라지고 나타나는 공간.



📝 이사 온 집에서 예전 집주인이나 이 집의 역사를 느낀 경험이 있다면?


이사 오기 전에는 몰랐는데, 이웃들이 우리가 이사온 집이 원래는 ‘하우스(도박장)’였다고 알려줬다. 집주인이 세를 놓아야겠다고 결심하고 집을 정비한 뒤 처음으로 들어온 세입자가 우리였다.



📝 여름/겨울을 실제로 나면서 예상 못했던 집의 문제점들


모기는 기본이고 뱀도 자주 나온다. 처음에는 놀랐는데, 요즘은 뱀이 제 길 가고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소나무에서 떨어진 소나무꽃이 배수구를 막아서 빗물이 안 빠지는 문제가 있는데, 항상 청소하는 게 루틴이 되었다.


여름에는 벌레가 문제고, 겨울에는 난방비가 문제다.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지역이다보니, 기름값의 오르고 내림에 따라서 생활비의 차이가 크다. 시골 지역 등유 사용은 정부 지원이 꼭! 필요하다. 유가에 휘둘리는 가정 경제에 안정을 부여하라!



📝 삶에 변화가 생겼을 때


산내로 삶의 공간을 옮기면서 완전한 변화를 겪었고, 내가 몰랐던 내 모습을 발견했다. 스스로 게으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출근할 때보다 일찍 일어나고, 부지런히 정원을 돌본다. 부지런해야만 하는 시골살이이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본가가 평지에 있는데, 산내에서 살면서 산에 둘러싸인 풍경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지금 사는 곳은 훨씬 트인 느낌이 드는 지형이고, 여기서 오는 만족도가 높다. 사람마다 원하는 풍경이 다른 것 같다.


실상사에 살다보면 사람들이 내가 어디에 갔는지 다 안다. 댓돌 위에 슬리퍼, 운동화, 장화를 놓아두는데 자리를 비웠을 때 신고 간 신발이 슬리퍼인지, 운동화인지, 장화인지로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알 수 있다. 그러다보니 나만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천왕문 밖으로 나갈 때는 무조건 혼자 나간다.


실상사 작은학교에 다닐 때 학교 밖 기숙사 ‘작은가정’을 뽑는 시간이 큰 이벤트였다. 교사와 학생들 사이에서 ‘좋은 집’의 기준이 많이 달랐다. 교사들은 생태적 경험을 할 수 있는 집이 좋은 집이라 생각하는데, 학생들은 1인실을 쓸 수 있고 화장실이 따로 있는 집 (구조에 따라 ‘동물원’이라는 이름이 붙었다)을 좋은 집이라고 여기는 것이 재미있었다.




6월 25일 진행된 2부 '이상과 현실 사이' 기록지



📝 처음 그 집을 봤을 때 ‘이 집이다!’ vs ‘정말 괜찮을까?’


워낙 집값이 비싼 서울에 살다 보니 지금 집 땅값을 듣고 너무 저렴하게 느껴져서 놀랐고, 계약도 빨리 결정했다. 알고 보니 3배 이상 비싸게 산 것이었다. 우리처럼 물정 모르는 서울 사람들이 집값을 올리는 주범이긴 한 것 같다. 도시살이가 주는 피로감이 시골집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듯하다.



📝 동네에서 집 구하기 정보는 어떻게 얻으셨나요?


인맥이 없으면 좋은 집을 구하기 어렵다. 당근 등의 플랫폼이 있지만,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집들이 표면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믿을 수 있는 시골집 정보공유 시스템 같은 것이 있다면 좋겠다.


11년~12년 전 얘긴데, 그때는 철물점이나 계동치킨에 정보가 모였다. 


먼저 산내에 정착한 친구가 집을 알아봐줬다. 세 곳 정도 알아보고 브리핑을 해줬다. 현재 산내청년공간 틈새 (옛 한의원) 자리가 당시에는 다방이었는데, 중개사는 아니지만 주인 아저씨가 복덕방처럼 집을 소개해주는 곳이었다. 


셰어하우스에 살다가, 혼자 살아보고 싶어서 주변에 ‘집을 구하고 있다’고 적극적으로 알렸다. 인사를 잘 하고, 원하는 것을 잘 알리면 집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사실 전라도 어딘가로 가겠다고만 정하고, 전략적으로 주공아파트를 노렸다. 세 군데 넣어 봤는데 임실이 됐다.



📝 예상보다 돈이 많이 / 적게 든 주거 관련 비용들


새집 만큼이나 집을 채울 살림살이를 구하는 데도 돈이 많이 든다. 살림살이를 장만하는 데 산내 사람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살래장' 밴드 등)
답례로 피클을 드리고 그 대신에 가구를 받아오고 하는 식이었다. 그런 나눔의 문화가 큰 도움이 되었다. 돈으로 사려면 너무 비싼 돈이 들지만, 집집마다 쓰지 않거나 쟁여둔 살림이 있는데, 이걸 나누면 몇 가구가 더 정착할 수 있겠다.



📝 DIY vs 인건비, 어디까지가 ‘절약’이고 어디서부터 ‘무리’ 인지


나름의 기준이 있다. 집 환경을 쾌적하게 하는 일이라면 (단열 등) 전문가를 고용해 인건비를 써야 하고, 집 환경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일이라면 DIY를 하는 것이다. DIY라도 종류에 따라 다른데, 페인트칠이나 필름 붙이는 건 직접 할 수도 있지만 도배는 전문가에게 맡긴다.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일이 많다. 시골은 도시와 다르게 사람 부르기가 어렵다. 출장비도 부담 되고, ‘올까? 과연?’ 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보니 유튜브 선생님과 함께 DIY를 할 일이 많다. 겨울철에는 마당에 노출된 수도를 감싸고 정비한다. 습기로 인한 곰팡이 등등 너무너무 관리할 게 많다.



📝 여기서 오래 살겠다는 마음이 들면서 달라진 것들 


빛이 잘 들지 않는 집인데, 집으로 들어오는 햇살에 귀엽게 비추는 게 좋다. 내 온전한 쉼터이자 사랑스러운 동굴! 낮시간에도 푹 잘 수 있다. 2년차가 되면서 집에 적응이 되어서, 이대로 쭉 살아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집 토지 경계 관련해서 이웃과 갈등이 있었다. 그 순간 가족 내 갈등도 있었는데, '여기서 오래 살겠다'는 마음으로 오히려 그 지점을 넘어섰다. 


여기에 뼈를 묻을 예정이다. 이웃과 갈등은 있었지만, 이렇게 좋은 곳에 머물게 된 대가라고 생각한다. 결국 더 오래 살 것은 나니까 주인은 내가 된다고 생각하게 됐다. 자식들에게도 만약에 너희들이 내려오지 않으면 마을에 기부하겠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자주 내려오더라!)







✅✅✅ 처음부터 알았다면 좋았을 것들  : 새로 시골집을 구하는 사람들을 위한 팁


  1. 필요한 게 있으면, 도움이 필요하면 소문을 내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꼭 있다. 마을의 정보력을 이용하자.
  2. 시에서 지원 정책 알아보기! 이사지원금, 수리지원금 꼭 체크하기!
  3. 도시 감각 내려놓기! 도시 기준에 맞춘 집은 시골에서 구하기 어렵다.
  4. 집 구할 땐 꼼꼼히 보자. 바닥은 수평이 맞는지, 환기가 되는 집인지, 빛 방향까지도 어플로 확인할 수 있다!
  5. 풀 관리를 잘 해야 뱀을 안 만난다. 잔디 대신 돌을 깔걸!
  6. 시골이라는 건 내 옆에 내 이웃이 있다는 뜻. 마을살이는 필수다! (인사 잘하면 좋다!)





✅✅✅ 처음부터 알았다면 좋았을 것들 : 새로 시골집을 구하는 사람들을 위한 팁


  1. 내 취향, 성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잘 알 것!
  2. 도시 스타일 시스템으로 집을 구할 수는 없다. 마을 커뮤니티와 소통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가져라.
  3. 시골집, 땅 등기 관련 확인 꼭꼭!
  4. 주변 환경을 꼭 확인하자. (송전탑, 축사 등)  겉보기와 다르게 대나무가 있으면 모기가 많고, 능소화는 뿌리가 매우 깊다!
  5. 시골은 ‘정’!? 도시 사람, 시골 사람 편견 가지지 말 것. 사람은 다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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