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문화공간 토닥에서 열린 스무번째 지리산쌀롱은 평화주의자와 반군사주의자들의 평화운동단체 ‘전쟁없는세상’의 이용석 활동가를 모시고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우리의 일상이 어떻게 전쟁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다루고 싶다”며, “일상이 전쟁과 연결되어있다는 이야기가 유쾌하지는 않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전쟁을 멈출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서두를 열었다.

전쟁 없는 세상
이용석 활동가가 몸담고 있는 ‘전쟁없는세상’에서는 과거 ‘병역 거부 캠페인’이라고 불렀던 전쟁 거부자 조직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입영 대상자인 '한국 국적을 가진 젊은 비장애인 남성’의 입영 거부 중심의 활동을 한계를 확장해 내 삶이 전쟁과 연결되는 것을 거부하는 모든 행위를 ‘전쟁 거부’라는 용어 안에 담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회 전체에서 병역 거부를 볼 때 남성 활동가들은 감옥 가기를 불사하는 대단한 신념으로, 여성 활동가는 옥바라지 하는 착한 조력자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이 영역에선 여성 활동가 분들이 더 핵심적인 역할을 하거든요. ‘전쟁 거부’라는 단어가 낯설 수 있지만 예를 들어 미국과 이탈리아의 항만 노동자들이 이스라엘로 가는 배에 무기를 싣지 않겠다고 파업하는 행위가 대표적으로 전쟁 거부가 되겠죠.”
전쟁없는세상이 요즘 진행하는 또 다른 활동으로 ‘무기 박람회 반대 캠페인’이 있다. 이 활동가는 “무기박람회는 전쟁으로 이득을 버는 사람들이 전쟁을 일으키려고 무던히 애를 쓰는 가장 큰 시장”이라고 표현했다. 최근 ‘ADEX 2025’라는 국제 방위산업 전시회에서 이스라엘 집단 학살 공모기업이 참가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전쟁없는세상의 활동가들은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어린이 희생자의 이름을 팔뚝에 적고 이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전쟁하면 떠오르는 것
이용석 활동가는 참가자들에게 돌아가면서 떠오르는 전쟁을 이야기해보자고 말했다. 이스라엘 가자지구 학살, 제2차 세계대전, 이라크 전쟁, 러-일 전쟁, 러-우 전쟁, 6.25 전쟁까지 시대를 거쳐 다양한 전쟁의 이름이 나왔다. 그리고 이 활동가는 ‘전쟁’이라고 했을 때 각자 떠오르는 이미지를 그려보도록 했다. 모두가 각자가 생각하는 전쟁의 장면을 골라서 그림을 그렸다. 전쟁터와 군인, 지도, 학살 당시의 민간인까지 다양한 그림이 나왔다.
“지금처럼 대부분은 ‘전쟁터’를 그립니다. 전쟁터는 되게 일상과 동떨어진 예외적인 공간이잖아요. 전쟁을 예외적인 사건으로 보는 거예요. 하지만 현대의 전쟁은 총력전이기 때문에 한 국가가 전쟁을 시작하면 나라의 모든 시스템, 모든 사람들이 전쟁에 어떤 방식으로든 조력을 할 수밖에 없게 되어 있어요.”
전쟁이 일어나는 곳
그렇다면 전쟁은 어떻게 우리와 연결되어 있을까. 이 활동가는 전쟁이 일어나는 대표적인 곳으로 여섯 가지 장소를 소개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전쟁터를 비롯해 그 외에도 수많은 장소들이 전쟁과 연관되어 있었다.
1) 파괴의 장소 : 전쟁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장소
그는 전쟁터를 ‘물리적인 파괴, 충돌, 분쟁이 일어나는 곳’으로 규정하며 덧붙였다.
“실제 전쟁터가 아니라도 전쟁과 연관된 파괴의 장소가 있어요. 전쟁을 대비해서 군사 기지를 만드는 곳,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거주 지구에 불법 정착촌을 지으면서 집을 파괴하는 곳, 무기 공장을 짓기 위해 자연을 파괴하는 곳, 우리나라로 치면 옛날에 매향리 사격장, 제주 강정마을, 평택 미군 기지 혹은 성주 사드 배치 장소 이런 곳들이 모두 파괴의 장소입니다.”
2) 결정의 장소 : 정치가 이뤄지는 곳
전쟁은 군인들이 총을 들고 전투를 수행하지만 결정을 내리는 일은 군인이 하지 않는다. 대부분 정치인들의 몫이다. 이 활동가는 백악관 사진을 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미국 뿐 아니라 한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중국, 이스라엘 할 것 없이 큰 틀의 군사 작전과 군사 행위, 파병 이런 것들은 모두 정치와 입법부의 영역에서 일어납니다. 한국 같은 경우도 한국군이 헌법 상의 국내 영토 바깥에서 어떤 작전을 수행하거나 이동하는 데에는 국회의 동의가 무조건 필요하거든요. 그리고 결정의 장소에는 사실 시민들이 어떤 의사표현을 할 수는 있지만 뜻이 제대로 반영되기는 어렵다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가장 큰 의사표현은 선거겠지만 몇 년 주기로 시행되니까요. 직접민주주의가 잘 반영되지 않는 곳이기도 합니다.”
3) 생산의 장소 : 전쟁 무기를 생산하는 곳
현대의 전쟁에서는 군인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 드론이나 무기 전쟁이기 때문이다. 이 활동가는 직접 무기를 생산하거나 이를 뒷받침하는 시설 모두를 ‘생산의 장소’로 부른다.
“박격포, 전투기, 미사일 등의 공격용 무기를 생산하는 공장도 있지만, 방탄복, 전투 식량을 생산하는 공장도 당연히 생산의 장소라고 할 수 있겠죠. 그리고 규모가 클수록 다양한 과학 기술이 들어가기 때문에 여기에 부품을 납품하는 하청 업체도 전쟁과 연관이 있는 생산의 장소입니다.”
4) 판매의 장소 : 전쟁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곳
우리나라 국민은 돈이 아무리 많아도 총기, 잠수함 같은 전쟁 무기를 구매할 수 없기 때문에 전쟁 무기는 ‘무기 박람회’라는 시장에서 구매할 수 있다. 무기 판매 업체들이 여러 무기를 전시하고, 각국의 클라이언트들이 상담이나 계약을 하는 장소이고 한국은 특별하게도 ‘퍼블릭 데이’라고 일반인들이 관람하는 날을 별도로 만들어 두었다. 이 활동가는 무기 박람회를 둘러본 감상을 전했다.
“평화 활동가로서 이런 말하면 안 되겠지만, 굉장히 ‘재밌는’ 게 많고, 최첨단 과학이 무기에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비디오 게임하는 느낌이 들어요. VR체험이나 로봇 탑승 체험, 비행기 시뮬레이터도 할 수 있어요. 그래서 부모들이 과학을 좋아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많이 와요. 그리고 ADEX 같은 경우는 에어쇼로 유명하죠. 게다가 육군, 해군, 경찰 단위로 별도의 무기 박람회가 있고, 여기에는 위험한 물건들의 판매도 있습니다. 판매의 장소가 생각보다 우리의 일상과 굉장히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요.”
5) 소비의 장소 : 전쟁과 관련된 기업의 그룹 계열사
전쟁과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는 산업들도 때때로 전쟁과 연관되어 있다. 우리나라 기업으로는 대표적으로 한화가 있는데, 불꽃놀이나 프로야구 팀, 아쿠아리움으로 익숙하지만 본체는 ‘한국화학’, 즉 무기를 만드는 회사다.
“요새는 이런 걸 ‘워싱’한다고 하죠. 한화도 자신들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서 리조트, 아쿠아리움, 빙그레 같은 법인들을 한화 그룹으로 묶어놓습니다. 프로야구 팀 한화 이글스의 전신인 빙그레 이글스도 창단할 때 기업의 이미지 때문에 한화라는 이름을 쓰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아쿠아리움이, 야구가 전쟁과 무슨 연관이 있어?’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런 산업들이 때로는 전쟁과 연결이 되기도 합니다.”
6) 군사화된 장소 : 일상
일상에서도 교육, 대학교, 회사 문화에서 군사화된 곳들이 존재한다. 과거에는 학교에서 교련 과목이나 안보 교육이 있었고, 2014년에는 한 초등학교에서 현역 군인 장교가 군인 대상 정훈교육 영상자료를 그대로 가져와 논란이 되었다. 이 활동가는 “신입사원 연수나 대학교 신입생 환영회에서 군대식 얼차려를 하는 것들이 군사화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문화 영역에서만큼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문화 영역에 담긴 다양한 면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화에서 전쟁을 다뤘다고 전부 다 군사화를 강요하는 것이냐 라고 하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잔인한 장면이 나오는 전쟁 영화가 무조건 다 전쟁을 찬양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고지전> 같은 영화를 보고 전쟁이 멋지다고 이야기하지 않잖아요. 심지어 병역 거부자 심사에서 심사위원들이 ‘총 쏘는 게임 해본 적 있냐?’고 물어보고, 해본 적 있다고 하면 평화주의자가 아니라고 병역 거부 심사에서 탈락시키는 사례도 있어요. 세계적인 복싱 선수인 무하마드 알리도 ‘백인들을 위한 베트남 전쟁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병역 거부를 하고 챔피언 벨트를 박탈 당했어요. 무하마드 알리는 사람을 때리는 게 직업인데도요. 그렇다고 이 사람을 평화주의자가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는 거예요.”

전쟁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전쟁의 책임을 묻는 이 활동가의 질문에 참가자들은 네타냐후, 푸틴 같은 정치인이라고 대답했다. 이 활동가는 “금전적이거나 정치적인 이익을 얻는 정치인들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며 윤석열 정부 당시 북한을 자극해 주민이 피해를 입은 ‘오물 풍선’이나 ‘대남 방송’ 사례를 소개하며 정치적 이익을 위해 전쟁을 도구나 수단으로 활용하는 정치인을 비판했다. 조지 부시 당시 부통령이었던 딕 체니의 서사를 다룬 영화 <바이스>를 소개하기도 했다. 딕 체니는 당시 이라크 침공을 가장 강력하게 주장했던 인물이다.
“이렇게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전쟁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저는 안보팔이 정치인들이라고 합니다. 이 사람들이 제일 목소리 높여서 ‘안보가 중요하다’, 저 같은 사람들은 ‘안보의 적’이라고 이야기하거든요. 하지만 실제로는 이런 안보팔이 정치인들이 전쟁에 가장 큰 책임이 있죠.”
그는 이어서 가자학살의 주범인 이스라엘의 무기 회사들을 소개했다. 주로 드론을 생산하는 이스라엘 국영 기업인 IAI(Israel Aerospace Industries Ltd.), 엘빗 시스템즈(Elbit Systems)의 로고를 화면에 띄워두고 그는 방산 기업의 위험에 대해 이야기했다.
“2년간 가자 지구에서 어린이가 1만 8천여 명이 죽었어요. 지난 한 해동안 엘빗 시스템즈는 10조 매출을 벌었고, IAI는 8조가 넘어요. 이렇게 어마어마한 돈을 벌기 위해서 군사 산업체들이 전쟁을 조장하고 획책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무기회사인 록히드마틴이 가장 큰 매출액을 올린 것이 2017년인, 2017년은 트럼프와 김정은이 트위터로 싸우고, F-35 판매가 시작된 해였어요. 그러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 다음 날에 주가가 폭락을 하죠. 다시 말하면 전쟁 위기가 고조되면 돈을 벌고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면 돈을 잃어요. 이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 평화를 피하고 전쟁을 일으키려고 엄청나게 노력을 합니다.”
전쟁친화국가, 한국
그렇다면 이 무기들을 수입하는 국가는 어딜까. 이 활동가는 “역대 미국 대통령이 대부분 첫 정상회담을 사우디아라비아로 가서 한다”며 사우디아라비아는 늘 미국 무기를 가장 많이 산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한국도 이에 기여했다. 한국은 2015년 세계 1위 무기 수입국이었으며 2025년에도 여전히 주요 무기 공급자의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러-우 전쟁 이후에 우리나라는 직접적으로 러시아,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판매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폴란드, 캐나다, 미국 등에서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고, 그 나라들이 한국산 무기를 구매하면서 부족해진 부분을 채우는 방식으로 우회적인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러-우 전쟁이 전면전으로 확대된 2022년 이후에 한국 무기 수출액이 급증합니다. 한화도 이스라엘의 IAI와 MOU(업무협약)를 체결해서 무기 생산기술을 공유하고 있고요.”
한국은 지난 10년 동안 78개국에 무기를 수출했고, 그중 54개국(69.2%)이 무기 판매 위험국이었다. 독재 국가이거나 전쟁 중인 국가이기 때문에 무기를 판매했을 시 자국민이나 이웃 나라 민간인에게 사용될 가능성이 높은 국가에게 무기를 판매한 것인데, 이 활동가에 의하면 한국도 이를 모르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전쟁무기는 실제로 팔레스타인 학살에서, 예멘 반군의 수류탄에서,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웨스트파푸아 주민들을 탄압하는 장소에서 쓰이고 있다. 반면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2022년 2.03%, 2023년에는 1.53%에 불과하며, 나아가 전쟁과 내전을 법적인 난민 인정 사유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
이외에도 이 활동가는 유대인 수용소 행정업무 담당으로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협력했거나, 전쟁으로 원료 수입이 막히자 환타를 개발한 독일의 코카콜라사처럼 나치 치하에서 돈벌이를 했던 기업의 사례와 베트남 전쟁으로 성장한 한국의 재벌 기업 사례를 소개했다.
“한국의 재벌 기업들이 종잣돈을 모았던 계기가 베트남 전쟁입니다. 대표적인 게 ‘한진’인데 베트남 전쟁 당시 파병된 군인 가족의 편지나 식량 등을 운송하는 역할을 했어요. 지금 한진택배 모델의 시초격이라고 볼 수 있겠죠. 당시에 운송을 담당했던 노동자들 중에는 돌아가신 분들도 많을 거예요. 현대건설도 고속도로 사업 수주 등 외화를 많이 벌어들였어요.”

일상을 사는 시민들에게도 전쟁의 책임이 있을까
유대인 학살의 생존자인 프리모 레비는 그당시 수용소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덤덤하게 풀어나가며 세계적인 작가가 되었다. 이 활동가는 그의 책 <이것이 인간인가> 속 ‘독일인들에게 고함’이라는 글의 한 부분을 소개했다.
‘히틀러 치하의 독일에는 특별한 불문율이 널리 퍼져 있었다.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모르는 사람은 질문하지 않으며, 질문한 사람에게는 대답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런 식으로 해서 독일인들은 자신들의 무지를 획득하고 방어했다.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다양하게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독일인들은 알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알지 못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해 모른 척 하고 싶었기 때문에 알지 못했다.’
이 활동가는 프리모 레비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내가 누리고 있는 풍요와 안전이 어디서 기반하고 있는지를 깨닫는 것은 굉장히 ‘불편한 진실’이에요. 독일의 경우 집단적으로 모른 척하고 싶어 했고, 지금도 예멘에서 왜 내전이 일어나고 있는지, 거기서 한국이 어떻게 무기로 돈을 벌고 있는지 한국 사람들은 모르죠. 물론 여기 계신 분들이 나태해서 이런 걸 모른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러나 이 나라에 사는 사람으로서 우리 역시 책임을 갖고 있습니다.”
그는 영화 <스파이더맨>의 핵심 메시지를 꺼내며 “우리에게도 전쟁을 멈출 힘이 있다”고 설명했다.
“스파이더맨에는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이야기가 나와요. 이 순서를 바꿔보면 ‘큰 책임이 있는 곳에는 큰 힘이 있다’가 되겠죠. 만약에 전쟁의 책임이 정치인들과 군인에게만 있다고 한다면 전쟁을 멈출 수 있는 힘도 그 사람들에게만 있습니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 시민들에게 책임이 있다면, 우리가 그 책임과 의무를 온전히 다한다면 전쟁을 멈출 수 있는 힘도 시민들에게 있습니다.”
시민들이 이 책임을 다하는 방법으로 평화 운동가 되기, 일상에서 나만의 평화 운동하기, 캠페인에 참여하기, 평화단체에 후원하기를 제안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대적인 전쟁 거부 운동 사례가 있었어요. 참여정부 시절 이라크 전쟁 한국군 파병 여부로 뜨거웠을 때, 반대 운동이 굉장히 크게 일어났거든요. 물론 결과적으로 파병을 했지만, 국내에서 전쟁 거부 운동이 거셌기 때문에 처음에 미국이 요청했던 전투병이 아닌 비전투병을 파병 했거든요. 결국 파병을 했으니까 실패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만약 전투병을 파병했다면 전쟁에 의한 피해는 더 컸을 겁니다. 전쟁은 하루 아침에 갑자기 끝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파병 반대, 전쟁 거부, 평화 운동을 이야기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지면 당장 전쟁이 끝나지 않더라도, 전쟁이 중단되는 시점이 당겨지고 피해가 줄어듭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는 서울불꽃축제는 2025년 올해 <한화와 함께하는 서울세계불꽃축제>라는 이름으로 열렸다. 100만여 명의 인파가 몰렸고,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명당 카페의 자릿값은 수십만 원에 거래됐다. 축제의 이름처럼 많은 시민들이 ‘한화와 함께’했다.
이용석 활동가는 전쟁을 ‘일상적인 착취의 결과물’이라고 이야기했다. 인간들의 욕심에 의해, 인과관계가 뚜렷하게 존재하는 착취와 차별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전쟁은 하루 아침에 돌연히 일어나는 것이 아니기에 전쟁을 막고 평화를 만드는 것에도 일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니 일상에서의 나만의 작은 평화를 실천해보는 것은 어떨까. 마치 프리모 레비가 거부와 반대를 통해 그만의 평화운동을 했듯, ‘거대한 문제는 개인이 바꾸기 어렵다’는 평화운동의 ‘한계’를 비틀어 우리 안에서부터 작은 평화가 시작되기를 바란다.
글 | 이승현
지리산문화공간 토닥에서 열린 스무번째 지리산쌀롱은 평화주의자와 반군사주의자들의 평화운동단체 ‘전쟁없는세상’의 이용석 활동가를 모시고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우리의 일상이 어떻게 전쟁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다루고 싶다”며, “일상이 전쟁과 연결되어있다는 이야기가 유쾌하지는 않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전쟁을 멈출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서두를 열었다.
전쟁 없는 세상
이용석 활동가가 몸담고 있는 ‘전쟁없는세상’에서는 과거 ‘병역 거부 캠페인’이라고 불렀던 전쟁 거부자 조직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입영 대상자인 '한국 국적을 가진 젊은 비장애인 남성’의 입영 거부 중심의 활동을 한계를 확장해 내 삶이 전쟁과 연결되는 것을 거부하는 모든 행위를 ‘전쟁 거부’라는 용어 안에 담고 싶었기 때문이다.
전쟁없는세상이 요즘 진행하는 또 다른 활동으로 ‘무기 박람회 반대 캠페인’이 있다. 이 활동가는 “무기박람회는 전쟁으로 이득을 버는 사람들이 전쟁을 일으키려고 무던히 애를 쓰는 가장 큰 시장”이라고 표현했다. 최근 ‘ADEX 2025’라는 국제 방위산업 전시회에서 이스라엘 집단 학살 공모기업이 참가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전쟁없는세상의 활동가들은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어린이 희생자의 이름을 팔뚝에 적고 이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전쟁하면 떠오르는 것
이용석 활동가는 참가자들에게 돌아가면서 떠오르는 전쟁을 이야기해보자고 말했다. 이스라엘 가자지구 학살, 제2차 세계대전, 이라크 전쟁, 러-일 전쟁, 러-우 전쟁, 6.25 전쟁까지 시대를 거쳐 다양한 전쟁의 이름이 나왔다. 그리고 이 활동가는 ‘전쟁’이라고 했을 때 각자 떠오르는 이미지를 그려보도록 했다. 모두가 각자가 생각하는 전쟁의 장면을 골라서 그림을 그렸다. 전쟁터와 군인, 지도, 학살 당시의 민간인까지 다양한 그림이 나왔다.
전쟁이 일어나는 곳
그렇다면 전쟁은 어떻게 우리와 연결되어 있을까. 이 활동가는 전쟁이 일어나는 대표적인 곳으로 여섯 가지 장소를 소개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전쟁터를 비롯해 그 외에도 수많은 장소들이 전쟁과 연관되어 있었다.
1) 파괴의 장소 : 전쟁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장소
그는 전쟁터를 ‘물리적인 파괴, 충돌, 분쟁이 일어나는 곳’으로 규정하며 덧붙였다.
2) 결정의 장소 : 정치가 이뤄지는 곳
전쟁은 군인들이 총을 들고 전투를 수행하지만 결정을 내리는 일은 군인이 하지 않는다. 대부분 정치인들의 몫이다. 이 활동가는 백악관 사진을 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3) 생산의 장소 : 전쟁 무기를 생산하는 곳
현대의 전쟁에서는 군인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 드론이나 무기 전쟁이기 때문이다. 이 활동가는 직접 무기를 생산하거나 이를 뒷받침하는 시설 모두를 ‘생산의 장소’로 부른다.
4) 판매의 장소 : 전쟁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곳
우리나라 국민은 돈이 아무리 많아도 총기, 잠수함 같은 전쟁 무기를 구매할 수 없기 때문에 전쟁 무기는 ‘무기 박람회’라는 시장에서 구매할 수 있다. 무기 판매 업체들이 여러 무기를 전시하고, 각국의 클라이언트들이 상담이나 계약을 하는 장소이고 한국은 특별하게도 ‘퍼블릭 데이’라고 일반인들이 관람하는 날을 별도로 만들어 두었다. 이 활동가는 무기 박람회를 둘러본 감상을 전했다.
5) 소비의 장소 : 전쟁과 관련된 기업의 그룹 계열사
전쟁과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는 산업들도 때때로 전쟁과 연관되어 있다. 우리나라 기업으로는 대표적으로 한화가 있는데, 불꽃놀이나 프로야구 팀, 아쿠아리움으로 익숙하지만 본체는 ‘한국화학’, 즉 무기를 만드는 회사다.
6) 군사화된 장소 : 일상
일상에서도 교육, 대학교, 회사 문화에서 군사화된 곳들이 존재한다. 과거에는 학교에서 교련 과목이나 안보 교육이 있었고, 2014년에는 한 초등학교에서 현역 군인 장교가 군인 대상 정훈교육 영상자료를 그대로 가져와 논란이 되었다. 이 활동가는 “신입사원 연수나 대학교 신입생 환영회에서 군대식 얼차려를 하는 것들이 군사화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문화 영역에서만큼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문화 영역에 담긴 다양한 면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전쟁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전쟁의 책임을 묻는 이 활동가의 질문에 참가자들은 네타냐후, 푸틴 같은 정치인이라고 대답했다. 이 활동가는 “금전적이거나 정치적인 이익을 얻는 정치인들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며 윤석열 정부 당시 북한을 자극해 주민이 피해를 입은 ‘오물 풍선’이나 ‘대남 방송’ 사례를 소개하며 정치적 이익을 위해 전쟁을 도구나 수단으로 활용하는 정치인을 비판했다. 조지 부시 당시 부통령이었던 딕 체니의 서사를 다룬 영화 <바이스>를 소개하기도 했다. 딕 체니는 당시 이라크 침공을 가장 강력하게 주장했던 인물이다.
그는 이어서 가자학살의 주범인 이스라엘의 무기 회사들을 소개했다. 주로 드론을 생산하는 이스라엘 국영 기업인 IAI(Israel Aerospace Industries Ltd.), 엘빗 시스템즈(Elbit Systems)의 로고를 화면에 띄워두고 그는 방산 기업의 위험에 대해 이야기했다.
전쟁친화국가, 한국
그렇다면 이 무기들을 수입하는 국가는 어딜까. 이 활동가는 “역대 미국 대통령이 대부분 첫 정상회담을 사우디아라비아로 가서 한다”며 사우디아라비아는 늘 미국 무기를 가장 많이 산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한국도 이에 기여했다. 한국은 2015년 세계 1위 무기 수입국이었으며 2025년에도 여전히 주요 무기 공급자의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 10년 동안 78개국에 무기를 수출했고, 그중 54개국(69.2%)이 무기 판매 위험국이었다. 독재 국가이거나 전쟁 중인 국가이기 때문에 무기를 판매했을 시 자국민이나 이웃 나라 민간인에게 사용될 가능성이 높은 국가에게 무기를 판매한 것인데, 이 활동가에 의하면 한국도 이를 모르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전쟁무기는 실제로 팔레스타인 학살에서, 예멘 반군의 수류탄에서,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웨스트파푸아 주민들을 탄압하는 장소에서 쓰이고 있다. 반면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2022년 2.03%, 2023년에는 1.53%에 불과하며, 나아가 전쟁과 내전을 법적인 난민 인정 사유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
이외에도 이 활동가는 유대인 수용소 행정업무 담당으로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협력했거나, 전쟁으로 원료 수입이 막히자 환타를 개발한 독일의 코카콜라사처럼 나치 치하에서 돈벌이를 했던 기업의 사례와 베트남 전쟁으로 성장한 한국의 재벌 기업 사례를 소개했다.
일상을 사는 시민들에게도 전쟁의 책임이 있을까
유대인 학살의 생존자인 프리모 레비는 그당시 수용소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덤덤하게 풀어나가며 세계적인 작가가 되었다. 이 활동가는 그의 책 <이것이 인간인가> 속 ‘독일인들에게 고함’이라는 글의 한 부분을 소개했다.
이 활동가는 프리모 레비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그는 영화 <스파이더맨>의 핵심 메시지를 꺼내며 “우리에게도 전쟁을 멈출 힘이 있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이 이 책임을 다하는 방법으로 평화 운동가 되기, 일상에서 나만의 평화 운동하기, 캠페인에 참여하기, 평화단체에 후원하기를 제안했다.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는 서울불꽃축제는 2025년 올해 <한화와 함께하는 서울세계불꽃축제>라는 이름으로 열렸다. 100만여 명의 인파가 몰렸고,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명당 카페의 자릿값은 수십만 원에 거래됐다. 축제의 이름처럼 많은 시민들이 ‘한화와 함께’했다.
이용석 활동가는 전쟁을 ‘일상적인 착취의 결과물’이라고 이야기했다. 인간들의 욕심에 의해, 인과관계가 뚜렷하게 존재하는 착취와 차별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전쟁은 하루 아침에 돌연히 일어나는 것이 아니기에 전쟁을 막고 평화를 만드는 것에도 일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니 일상에서의 나만의 작은 평화를 실천해보는 것은 어떨까. 마치 프리모 레비가 거부와 반대를 통해 그만의 평화운동을 했듯, ‘거대한 문제는 개인이 바꾸기 어렵다’는 평화운동의 ‘한계’를 비틀어 우리 안에서부터 작은 평화가 시작되기를 바란다.
글 | 이승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