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내의 봄은 언제 시작될까요?
살금살금 다가오는 봄을 감지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제각각인 것 같습니다.
자연놀이터 그래와 정상은 님은 봄을 눈으로 읽고, 발로 만나는 사람들입니다.
청딱따구리 소리가 들리고, 개울물이 달음박질을 시작하고, 겨울눈이 터질 듯 부풀면 계절이 바뀌었다는 걸 눈치챕니다.
순이네 흙집의 주인장 안오순 님은 텃밭에서 뜯어낸 나물로 봄을 차려내는 사람입니다. 오순 님의 봄은 손으로 캘 수 있고, 입으로 맛볼 수 있습니다.
산내 사람들의 시선으로 산내를 탐구하는 「틈틈이 살래」 의 첫 손님들을 소개합니다.
각자의 방식으로 산내의 계절을 살아온 두 사람에게 봄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 [자연놀이터 그래 정상은] 봄의 신호 : 겨울눈 안에는 봄이 온전히 들어있어
🥗 [순이네흙집 안오순] 봄의 맛 : 텃밭에서 식탁까지 도보 2분
[틈틈이 살래]는 산내 사람들의 시선으로 산내를 탐구하는 인터뷰입니다. 지리산이음과 산내청년네트워크 틈새가 함께합니다. |

화관을 만들어 쓴 자연놀이터 그래의 회원들. '자연놀이'를 잊지 않는다. ⓒ 정상은 제공

바로 뜯은 봄나물로 비빔밥을 만든다. ⓒ 정상은 제공
13년째 숲에 다니는 사람들
누리 : 자연놀이터 그래도 시작한 지 상당히 오래됐잖아요.
상은 : 2013년 말, 11월부터.
누리 : 올해가 2026년이니까, 거진 13년 된 거죠?
상은 : 주로 숲에 다니던 사람들이 모여서 ‘좀 더 체계적으로 해보면 어떨까’ 하면서 처음 시작했는데, 시작은 아주 광대했지. 자연과 접할 수 있는 기회들을 만들고, 먼 데도 좀 가고, 생태 활동가들을 키우자. 그리고 지리산에 살면서 제대로 좀 누리고 살아보자. 또 한 측면으로는 그때 지리산생명연대에서 지리산댐 반대 운동을 같이 했었던 상황이어서, 지리산을 지키는 것도 같이 하자. 이런 거대한 목표를 가지고 시작을 했어요.
누리 : 그런데 지금은 조금 더 일상적인 방향에 가까운 느낌이죠.
상은 : 지금도 그런 활동들이 있으면 참여하기도 하고, 주로는 회원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나 교육을 많이 하죠. 1년에 한 2~3번, 4번 이렇게 강사 불러다가 지역주민들 대상으로도 확대하는 교육도 하고요. 어쨌든 우리만 알기는 좀 아까우니까, 다른 사람들한테 알려주는 역할도 좀 하고.
누리 : 그런 건 보통 무슨 자원으로 하세요?
상은 : 만 원씩 걷는 회비 가지고 하는 게 기본이에요. 중간중간 지원사업을 받는 프로젝트를 병행하기도 하고. 특별히 많이 들어오는 데는 없는데, 워낙 쓰는 돈이 별로 없어. 주로 숲에 가고 산에 가고 이러니까.
누리 : 가끔 물 건너도 가시잖아요.
상은 : 하다못해 울릉도를 몇 년 전에 6박 7일인가 갔었는데 30몇 만 원 냈나. 하여튼 거의 차비하고, 먹는 것도 해먹으니까. 산 같은 데 갈 때는 도시락 싸서 가면 되니까 진짜 얼마 안 들었어.
누리 : 되게 산내스러운 것 같아요. 산내 사람들 그런 게 있잖아요. ‘조금 벌고 조금 쓰고 살자’ 이런 거. 요즘 사람들은 마트라거나 카페에서 신규 메뉴로 딸기 메뉴가 나온다, 이러면 '겨울이구나' 이렇게 생각을 한답니다. 하지만 딸기는 사실 4, 5월쯤 나잖아요, 노지에서는.

보석처럼 작고 귀여운 노지 딸기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산야초, 광대나물 꽃 ⓒ 정상은 제공
봄바람 부는 소리
상은 : 요즘은 12월이 제철이야. 마트에 가면 없는 게 없으니까 계절을 알 수가 없을 것 같아요. 그리고 잘못하면 어린이들은 공장에서 찍어내는 줄 알 것 같아요. 과자나 과일이나 똑같이. 거기에서 생명이라는 걸 느낄 수는 없을 것 같아.
누리 : 산내 사시면서 느끼시기에는, 겨울하고 봄의 경계가 어느 지점이라고 생각하세요? 여긴 4월에도 눈이 오긴 하지만요.
상은 : 그래도 한, 절기로 치면 입춘·우수 즈음? 24절기가 괜히 있는 게 아니더라고. 2월 지나면 슬슬 좀 달라져요. 요즘 겨울에 안 춥고 1월 말 2월 이때 춥다지만, 봄 기운은 슬슬 나타나긴 해요. 점점 태양에 가까워지니까 그 에너지를 받을 준비들을 하는 거죠. 본격적으로는 3월 중순부터 봄이라고 하지만, 2월 정도 되면 벌써 여러해살이풀들 같은 경우는 꽃을 피우거든. 햇볕이 잘 드는 데는 개불알풀, 광대나물 이런 풀들이 꽃을 피우기 시작해. 어쨌든 자연의 순리는 거스를 수 없어. 가장 전형적으로 먼저 드러나는 게 바람, 물에서인 것 같거든. 일단은 바람이 확 달라져. 겨울처럼 쨍한 바람이 아니고 뭔가 좀 부드러워.
누리 : 물에서 드러난다고 하면, 어떤 걸 말씀하시는 걸까요? 바람은 확실히 ‘이제 바람이 매섭지 않네’라는 느낌이 있잖아요.
상은 : 조그만 골짜기, 여기서도 조계암 가면서 뒤에 보면 조그만 또랑들이 있거든. 자세히 보면 벌써 물 흐름이 훨씬 활발해지는 거지, 얼음이 있어도.
누리 : 말씀 듣고 보니 멈춰있지 않은 느낌, 움직이기 시작하는 느낌이 있네요. 그래는 겨울엔 뭐 해요?
상은 : 겨울에는 교육 같은 거 많이 하고. 새 프로그램은 겨울에 주로 하지. 봄에는 새들이 짝짓기 할 때여서 종류가 다양하니까 그때 보기도 하는데, 겨울에는 나뭇잎에 새들이 가려지질 않으니까 이때 탐조를 많이 하는 거야. 철새들도 오고. 만들기 같은 것도 했었어. 자연물을 가지고 바구니도 짜고, 크리스마스 리스도 만들고.

겨울 철새 탐조에 나선 자연놀이터 그래
몸도 마음도 ‘살랑살랑’
누리 : 작년 봄에는 나무들에 명패를 만들어주기도 하셨죠.
상은 : 우리가 실상사 뒤편의 조계암터를 매번 가는데, 여기를 오는 사람들은 나무를 잘 모를 수도 있겠다, 우리가 이름을 붙여주면 좋겠다 해서. 어디서 지원받아서 명패에 나무들 이름을 적고, 칠하고, 갖다 거는 것까지 작년 봄에 했었어.
누리 : 그럼 산내의 봄이 시작됐다, 하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건 어떤 식물들의 변화인가요?
상은 : 지금도 오다 보니까 매화 가지가 쭉쭉 올라오더라고. 겨울눈이 점점 커져서 꽃 피거나 잎이 날 준비를 하는 거지. 그리고 새소리. 한 2월 정도 되면 청딱따구리 소리부터 들리기 시작해. 겨울 같은 때는 새들이 참새, 까치 이런 애들이 계속 있잖아. 까마귀도 있고. 그런데 봄 되면 더 요란한 이유가 짝짓기. 짝을 부르는 소리이기 때문에 최대한 곱게 내려고 하면서 새소리가 눈에 띄게 달라져. 상대편한테 어필해야 되잖아. 그리고 개구리 소리, 아마 자기네 집도 개구리 소리 많이 들릴 거야.
누리 : 목청이 좋죠.
상은 : 그렇지. 개구리들이 짝을 부르는 소리야. 그 다음에 물가에 보면 덩어리 알들을 낳아 놓잖아. 색깔들도 달라져. 나무에 물이 오르기 시작한다고 하나, 지금도 벌써 고로쇠 많이 나와. 그리고 사람도 동물이니까 몸이 먼저 움직이고 싶어지지. 몸이 먼저 좀 헐렁해진다. 겨울에 추우니까 막 빡빡 긴장했던 게 이제 헐렁해지기 시작하면서 어디든 좀 나가고 싶고, 하다못해 마당이라도 가서 걸어보고 싶은 거야. 일단 몸이 먼저 반응하는 것 같고. 그러면서 마음도 같이 살랑살랑해지는 게 있는 거지.

흔한 산내의 모내기철 풍경. 동서남북 어디를 보아도 산이다.
지리산에 깃들어 사는 것들
누리 : 산내가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지형이잖아요. 그래서 겨울에 좀 더 춥다고도 하고 일교차도 좀 있는 것 같고. 그래서 여기서 보이는 식생의 특징 같은 게 혹시 있을까요?
상은 : 오히려 큰 산이 이렇게 있는 게, 큰 바람이나 큰 비는 좀 막아주는 것 같거든. 보통 겨울에는 서북풍이 불잖아. 그러면 정읍, 서해안 쪽에 눈이 왕창 오고, 비가 왕창 오고, 남해 쪽에는 태풍이 오고 하는데 여기는 그런 피해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것 같거든. 물론 하동이나 구례보다는 북쪽이니까 좀 춥긴 한데, 그래도 전반적으로는 막아주는 역할이 더 크지 않을까? 그리고 큰 산이어서 실은 식생이 그렇게 다양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얕은 산에 다양한 식물들이 있지. 그래서 나물 같은 것도 실은 별로 없어.
누리 : 음, 반전.
상은 : 막상 나물 하러 나갈 데는 많지 않고, 오히려 저기 뱀사골 사람들은 반야봉처럼 높은 데로 많이 가는 것 같거든. 개두릅(엄나무순), 단풍취(개발딱주) 같은 게 고지대에서 나. 취나물이나, 고사리나 웬만한 건 집에서 키우고 그렇죠. 여기가 소나무가 많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그래. 활엽수가 많아야지 풀들도 다양하거든.
누리 : 그래가 13년이나 됐는데, 같은 길을 반복해서 걸으시잖아요. 함께하신 지 오래된 분들도 많으시고, 새로 들어오시는 분들도 제가 보기에는 좀 계신 것 같아요.
상은 : 응, 들어오긴 들어와.
누리 : 그렇게 꾸준히 루틴을 유지하다 보면 ‘전에는 안 보이던 게 조금 보인다’ 하는 경우들도 있을 것 같아요.
상은 : 왜냐하면, 보통 때는 안 보고 살거든. 나도 처음에 여기 2004년도에 내려왔는데, 국립공원에서 숲 해설을 처음 배웠어. 배우러 간 이유가, 냉이를 캐는데 냉이를 모르겠어. 그래서 일일이 다 냄새를 맡아 봐. 지금 보면 냉이랑 지칭개랑 비슷하게 생겨가지고 헷갈렸던 것 같아. 취나물을 캐는데, 모르겠어. 산딸기나무도 어렸을 때는 이파리 생김새가 비슷하거든. 이상하다, 취나물 비슷하게 생겼는데 왜 가시 같은 게 있지? 국립공원에서 교육 들으면서는 ‘지나쳐가면서도 잘 몰랐구나’ 이런 게 많았거든. 지금도 마찬가지인 거지. 지금 사람들도 옆에 있어도 그게 안 보이는 게, 어쨌든 필요하지 않아선지 여유가 없어선지 아니면 때가 안 된 건지 모르겠지만, 대부분 그렇게 살잖아요. 차 타고 다녀서 그런 것도 있지. 차 타면 싹 지나가니까.
실은 자연의 변화가 아주 신비롭거든. 지금 보면 나무들은 새순 하나도 안 났잖아. 그런데 이제, 풀들은 벌써 나잖아.이거는 얘네들이 부지런해서가 아니라, 풀들은 생존 전략이 1년마다 새로 나서 빨리 번식하고 죽고 이러는 건데, 나무들이 막 자라가지고 이파리가 우거지면 햇빛을 못 받잖아. 살려면 필수 조건이 햇빛이니까. 그래서 춥지만 일찌감치 나오는 거야. 제대로 준비도 안 한 상태로 꽃부터 피우고. 잎을 보면 나름 잔털들이 많아요, 지금 막 새봄에 나는 애들은. 그 정도 자기 보온력을 가지고 땅속의 온도를 믿고 꽃을 피우는 거거든. 하다못해 제비꽃 같은 경우는 이렇게 지면에 가깝게 꽃도 수그러져 있고, 일찍 피고 하니까 개미가 수정을 해주거든. 그걸 믿고 다른 곤충들이 안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일찌감치 꽃을 피우는 거지.
그리고 이제, 중간 나무들 중에 이파리도 나기 전에 꽃 피우는 애들이 있어. 전형적으로 실상사 쪽 고사리 언덕밭 앞에 있는 생강나무가 그렇지. 비슷한 애들이 산수유, 그리고 길마가지. 길마가지는 향이 너무 좋아서 사람들을 멈춰서게 해가지고, 길을 막아선다고 이름이 길마가지야. 그런 나무들도 이파리가 나기 전에 꽃부터 막 피우거든.

한 사람이 '어?'하면 하나 둘 그 앞으로 몰려든다. ⓒ 정상은 제공

봄에는 낮게 자라는 풀들을 관찰하느라 땅바닥으로 시선 고정. ⓒ 정상은 제공
1km를 한나절에 걷는 사람들
상은 : 또 한편으로는 다른 애들은 이제 겨울눈이 트이기 시작하는 거야. 나무들은 가을에 꽃 피는 애들이 거의 없거든. 봄에 꽃을 열심히 피우고 슬슬 열매 맺으면서 준비하는 게 겨울눈이야. 여름부터 한 8월, 9월 되면 이렇게 조그맣게. 목련 봤지? 그게 겨울눈이야. 그래서 그걸 딱 잘라보면 조그만 꽃이랑 이파리들이 완전히 미리 다 준비를 해놓은 걸 볼 수 있어. 딱 겨울눈을 벌리면 꽃이 나오고 이파리가 바로 나오게. 겨울 오기 전에, 따뜻하고 영양이 충분할 때 미리 만들어 온 거야. 그래서 겨울을 나기 위해서 어떤 애들은 목련처럼 털옷을 입고 있고, 어떤 애들은 가죽옷을 입고 있고. 그렇게 먼저 꽃 피운 애들이 지나가고, 그다음에 초여름에 막 우거졌을 때는 꽃 색깔들이 거의 다 흰색인 거야.
누리 : 맞아요!
상은 : 왜냐하면 곤충을 불러야 되는데 다른 색은 눈에 잘 안 띄니까. 봄에 일찌감치 피는 애들은 색깔 대신에 향기로 부르는 거야. 그래서 향이 좋은 애들이 많아, 매화도 그렇고. 어쨌든 향이 좋거나 모여있어서 눈에 확 띄거나 이래야 그나마 얼마 없는 곤충들도 잘 나오겠지.
그렇게 서로서로 맞물려 공생하는 이 관계가 이렇게 기가 막히거든. 같은 장소를 계속 가면 그 변화를 볼 수가 있지. 철마다 어떻게 달라지는가. 얘는 꽃은 이렇게 생겼는데 열매는 이렇게 생겼네. 이파리는 먼저 나네, 나중에 나네. 이런 식으로 조금씩 얘네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볼 수가 있는 거예요. ‘야, 대단하다’ 이런 느낌을 갖게끔 하는 게 많아요. 인간이 최고가 아니라 참, 생명이 진짜 대단하구나 하는 걸 느낄 수 있는 거죠.
특히 우리가 실상사 뒤에 조계암터는 일주일에 한 번씩 가거든. 물론 가끔가다 한신계곡 쪽도 가고 근처에 아영면도 가고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조계암터를 모니터링을 해. 벌써 한 8년 넘게 하고 있어. 똑같은 장소로 가도 해마다 다르게 보이는 게 있어. 어느 순간 내 눈이 달라졌을 수도 있고, 뭔가 조건이 달라져서 보일 수도 있고. 그리고 여럿이 가면 보는 게 다 다르니까 별 거 아닌 거 가지고 우르르 몰려 가서 보기도 하고. 그래서 계속 가도 지루하지 않죠. 조계암에서 조금 더 가면 산소도 있고 좀 편안한 장소가 있어. 거기 가서 그냥 낮잠 자고 오기도 하고.
누리 : 단체로요?
상은 : 어, 밥 먹고 이제 한 1~2시간.
누리 : 재밌겠다. 그 광경을 보고 싶네요.
상은 : 낮잠 자는 사진은 없네. 거기가 1km도 안 되는 거리거든. 그걸 한나절을 놀아.
누리 : 그래 사람들 모이면 100미터 가는 데 1시간 걸린다는 소문이 있어요.
상은 : 그럴 때도 있지. 그러니까 어떤 사람은 ‘자연놀이터’라고 하니까 산에 가는 줄 알고 본격적으로 등산화도 신고 왔는데, 너무 답답하다고 해. 뭘 보래서 봐도 자기는 잘 모르겠는데.
누리 : 처음 오면 그럴 것 같아요.

그늘사초는 머리 땋기 놀이를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 정상은 제공

알록달록 제각기 다른 화전들. ⓒ 정상은 제공
봄의 산내, 어디를 걸을까
누리 : 봄의 산내는 처음이다, 하는 사람은 어디를 둘러보면 좋을 것 같으세요?
상은 : 볼 게 많지. 일단은 우리가 보기엔 실상사 주변이 그래도 제일 보존이 잘 되어 있는 지역인 것 같거든. 농사나 이런 거로 훼손되지 않고. 우리가 매번 가는 조계암터도 되게 아늑해. 실상사에서 약수암 올라가는 임도길 입구에. 보통 부도탑이랑 다르게 생긴 이상한 탑이 서 있는데, 거기가 실상사 3대 주지 스님의 부도탑이거든. 그동안에는 국가 보물도 아니고 그래서 그냥 방치되어 있어서 되게 놀기 좋았어. 야생화가 막 철철이 되게 예뻐가지고. 실상사에서 시작해서 거기가 반드시 들러야 되는 곳인데, 작년부터 국가 보물이 되면서 주변을 정비하면서 ‘깔끔해지기’ 시작했어.
그 뒤쪽으로 꽤 크고 넓은 산수유 밭이 있는데, 그걸 방치하고 있었으니까 이끼가 자라 있고 그야말로 원시림 비슷하게 되어 있는 상황이었는데 올해는 그쪽에서 발굴을 한다고 하는 거야. 지금은 시험 발굴이어서 군데군데 파기만 하고 전체를 다 파지는 않는 모양이더라고. 어쨌든 거기가 항상 좋아요.
그리고 실상사 주변으로 해서 승탑이 시대별로 있어. 한 바퀴 쭉 따라서 걸으면 한 2km 정도 되거든. 그 길도 좋아.
📝 2026-03-05
산내의 봄은 언제 시작될까요?
살금살금 다가오는 봄을 감지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제각각인 것 같습니다.
자연놀이터 그래와 정상은 님은 봄을 눈으로 읽고, 발로 만나는 사람들입니다.
청딱따구리 소리가 들리고, 개울물이 달음박질을 시작하고, 겨울눈이 터질 듯 부풀면 계절이 바뀌었다는 걸 눈치챕니다.
순이네 흙집의 주인장 안오순 님은 텃밭에서 뜯어낸 나물로 봄을 차려내는 사람입니다. 오순 님의 봄은 손으로 캘 수 있고, 입으로 맛볼 수 있습니다.
산내 사람들의 시선으로 산내를 탐구하는 「틈틈이 살래」 의 첫 손님들을 소개합니다.
각자의 방식으로 산내의 계절을 살아온 두 사람에게 봄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 [자연놀이터 그래 정상은] 봄의 신호 : 겨울눈 안에는 봄이 온전히 들어있어
🥗 [순이네흙집 안오순] 봄의 맛 : 텃밭에서 식탁까지 도보 2분
화관을 만들어 쓴 자연놀이터 그래의 회원들. '자연놀이'를 잊지 않는다. ⓒ 정상은 제공
바로 뜯은 봄나물로 비빔밥을 만든다. ⓒ 정상은 제공
13년째 숲에 다니는 사람들
누리 : 자연놀이터 그래도 시작한 지 상당히 오래됐잖아요.
상은 : 2013년 말, 11월부터.
누리 : 올해가 2026년이니까, 거진 13년 된 거죠?
상은 : 주로 숲에 다니던 사람들이 모여서 ‘좀 더 체계적으로 해보면 어떨까’ 하면서 처음 시작했는데, 시작은 아주 광대했지. 자연과 접할 수 있는 기회들을 만들고, 먼 데도 좀 가고, 생태 활동가들을 키우자. 그리고 지리산에 살면서 제대로 좀 누리고 살아보자. 또 한 측면으로는 그때 지리산생명연대에서 지리산댐 반대 운동을 같이 했었던 상황이어서, 지리산을 지키는 것도 같이 하자. 이런 거대한 목표를 가지고 시작을 했어요.
누리 : 그런데 지금은 조금 더 일상적인 방향에 가까운 느낌이죠.
상은 : 지금도 그런 활동들이 있으면 참여하기도 하고, 주로는 회원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나 교육을 많이 하죠. 1년에 한 2~3번, 4번 이렇게 강사 불러다가 지역주민들 대상으로도 확대하는 교육도 하고요. 어쨌든 우리만 알기는 좀 아까우니까, 다른 사람들한테 알려주는 역할도 좀 하고.
누리 : 그런 건 보통 무슨 자원으로 하세요?
상은 : 만 원씩 걷는 회비 가지고 하는 게 기본이에요. 중간중간 지원사업을 받는 프로젝트를 병행하기도 하고. 특별히 많이 들어오는 데는 없는데, 워낙 쓰는 돈이 별로 없어. 주로 숲에 가고 산에 가고 이러니까.
누리 : 가끔 물 건너도 가시잖아요.
상은 : 하다못해 울릉도를 몇 년 전에 6박 7일인가 갔었는데 30몇 만 원 냈나. 하여튼 거의 차비하고, 먹는 것도 해먹으니까. 산 같은 데 갈 때는 도시락 싸서 가면 되니까 진짜 얼마 안 들었어.
누리 : 되게 산내스러운 것 같아요. 산내 사람들 그런 게 있잖아요. ‘조금 벌고 조금 쓰고 살자’ 이런 거. 요즘 사람들은 마트라거나 카페에서 신규 메뉴로 딸기 메뉴가 나온다, 이러면 '겨울이구나' 이렇게 생각을 한답니다. 하지만 딸기는 사실 4, 5월쯤 나잖아요, 노지에서는.
보석처럼 작고 귀여운 노지 딸기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산야초, 광대나물 꽃 ⓒ 정상은 제공
봄바람 부는 소리
상은 : 요즘은 12월이 제철이야. 마트에 가면 없는 게 없으니까 계절을 알 수가 없을 것 같아요. 그리고 잘못하면 어린이들은 공장에서 찍어내는 줄 알 것 같아요. 과자나 과일이나 똑같이. 거기에서 생명이라는 걸 느낄 수는 없을 것 같아.
누리 : 산내 사시면서 느끼시기에는, 겨울하고 봄의 경계가 어느 지점이라고 생각하세요? 여긴 4월에도 눈이 오긴 하지만요.
상은 : 그래도 한, 절기로 치면 입춘·우수 즈음? 24절기가 괜히 있는 게 아니더라고. 2월 지나면 슬슬 좀 달라져요. 요즘 겨울에 안 춥고 1월 말 2월 이때 춥다지만, 봄 기운은 슬슬 나타나긴 해요. 점점 태양에 가까워지니까 그 에너지를 받을 준비들을 하는 거죠. 본격적으로는 3월 중순부터 봄이라고 하지만, 2월 정도 되면 벌써 여러해살이풀들 같은 경우는 꽃을 피우거든. 햇볕이 잘 드는 데는 개불알풀, 광대나물 이런 풀들이 꽃을 피우기 시작해. 어쨌든 자연의 순리는 거스를 수 없어. 가장 전형적으로 먼저 드러나는 게 바람, 물에서인 것 같거든. 일단은 바람이 확 달라져. 겨울처럼 쨍한 바람이 아니고 뭔가 좀 부드러워.
누리 : 물에서 드러난다고 하면, 어떤 걸 말씀하시는 걸까요? 바람은 확실히 ‘이제 바람이 매섭지 않네’라는 느낌이 있잖아요.
상은 : 조그만 골짜기, 여기서도 조계암 가면서 뒤에 보면 조그만 또랑들이 있거든. 자세히 보면 벌써 물 흐름이 훨씬 활발해지는 거지, 얼음이 있어도.
누리 : 말씀 듣고 보니 멈춰있지 않은 느낌, 움직이기 시작하는 느낌이 있네요. 그래는 겨울엔 뭐 해요?
상은 : 겨울에는 교육 같은 거 많이 하고. 새 프로그램은 겨울에 주로 하지. 봄에는 새들이 짝짓기 할 때여서 종류가 다양하니까 그때 보기도 하는데, 겨울에는 나뭇잎에 새들이 가려지질 않으니까 이때 탐조를 많이 하는 거야. 철새들도 오고. 만들기 같은 것도 했었어. 자연물을 가지고 바구니도 짜고, 크리스마스 리스도 만들고.
겨울 철새 탐조에 나선 자연놀이터 그래
몸도 마음도 ‘살랑살랑’
누리 : 작년 봄에는 나무들에 명패를 만들어주기도 하셨죠.
상은 : 우리가 실상사 뒤편의 조계암터를 매번 가는데, 여기를 오는 사람들은 나무를 잘 모를 수도 있겠다, 우리가 이름을 붙여주면 좋겠다 해서. 어디서 지원받아서 명패에 나무들 이름을 적고, 칠하고, 갖다 거는 것까지 작년 봄에 했었어.
누리 : 그럼 산내의 봄이 시작됐다, 하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건 어떤 식물들의 변화인가요?
상은 : 지금도 오다 보니까 매화 가지가 쭉쭉 올라오더라고. 겨울눈이 점점 커져서 꽃 피거나 잎이 날 준비를 하는 거지. 그리고 새소리. 한 2월 정도 되면 청딱따구리 소리부터 들리기 시작해. 겨울 같은 때는 새들이 참새, 까치 이런 애들이 계속 있잖아. 까마귀도 있고. 그런데 봄 되면 더 요란한 이유가 짝짓기. 짝을 부르는 소리이기 때문에 최대한 곱게 내려고 하면서 새소리가 눈에 띄게 달라져. 상대편한테 어필해야 되잖아. 그리고 개구리 소리, 아마 자기네 집도 개구리 소리 많이 들릴 거야.
누리 : 목청이 좋죠.
상은 : 그렇지. 개구리들이 짝을 부르는 소리야. 그 다음에 물가에 보면 덩어리 알들을 낳아 놓잖아. 색깔들도 달라져. 나무에 물이 오르기 시작한다고 하나, 지금도 벌써 고로쇠 많이 나와. 그리고 사람도 동물이니까 몸이 먼저 움직이고 싶어지지. 몸이 먼저 좀 헐렁해진다. 겨울에 추우니까 막 빡빡 긴장했던 게 이제 헐렁해지기 시작하면서 어디든 좀 나가고 싶고, 하다못해 마당이라도 가서 걸어보고 싶은 거야. 일단 몸이 먼저 반응하는 것 같고. 그러면서 마음도 같이 살랑살랑해지는 게 있는 거지.
흔한 산내의 모내기철 풍경. 동서남북 어디를 보아도 산이다.
지리산에 깃들어 사는 것들
누리 : 산내가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지형이잖아요. 그래서 겨울에 좀 더 춥다고도 하고 일교차도 좀 있는 것 같고. 그래서 여기서 보이는 식생의 특징 같은 게 혹시 있을까요?
상은 : 오히려 큰 산이 이렇게 있는 게, 큰 바람이나 큰 비는 좀 막아주는 것 같거든. 보통 겨울에는 서북풍이 불잖아. 그러면 정읍, 서해안 쪽에 눈이 왕창 오고, 비가 왕창 오고, 남해 쪽에는 태풍이 오고 하는데 여기는 그런 피해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것 같거든. 물론 하동이나 구례보다는 북쪽이니까 좀 춥긴 한데, 그래도 전반적으로는 막아주는 역할이 더 크지 않을까? 그리고 큰 산이어서 실은 식생이 그렇게 다양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얕은 산에 다양한 식물들이 있지. 그래서 나물 같은 것도 실은 별로 없어.
누리 : 음, 반전.
상은 : 막상 나물 하러 나갈 데는 많지 않고, 오히려 저기 뱀사골 사람들은 반야봉처럼 높은 데로 많이 가는 것 같거든. 개두릅(엄나무순), 단풍취(개발딱주) 같은 게 고지대에서 나. 취나물이나, 고사리나 웬만한 건 집에서 키우고 그렇죠. 여기가 소나무가 많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그래. 활엽수가 많아야지 풀들도 다양하거든.
누리 : 그래가 13년이나 됐는데, 같은 길을 반복해서 걸으시잖아요. 함께하신 지 오래된 분들도 많으시고, 새로 들어오시는 분들도 제가 보기에는 좀 계신 것 같아요.
상은 : 응, 들어오긴 들어와.
누리 : 그렇게 꾸준히 루틴을 유지하다 보면 ‘전에는 안 보이던 게 조금 보인다’ 하는 경우들도 있을 것 같아요.
상은 : 왜냐하면, 보통 때는 안 보고 살거든. 나도 처음에 여기 2004년도에 내려왔는데, 국립공원에서 숲 해설을 처음 배웠어. 배우러 간 이유가, 냉이를 캐는데 냉이를 모르겠어. 그래서 일일이 다 냄새를 맡아 봐. 지금 보면 냉이랑 지칭개랑 비슷하게 생겨가지고 헷갈렸던 것 같아. 취나물을 캐는데, 모르겠어. 산딸기나무도 어렸을 때는 이파리 생김새가 비슷하거든. 이상하다, 취나물 비슷하게 생겼는데 왜 가시 같은 게 있지? 국립공원에서 교육 들으면서는 ‘지나쳐가면서도 잘 몰랐구나’ 이런 게 많았거든. 지금도 마찬가지인 거지. 지금 사람들도 옆에 있어도 그게 안 보이는 게, 어쨌든 필요하지 않아선지 여유가 없어선지 아니면 때가 안 된 건지 모르겠지만, 대부분 그렇게 살잖아요. 차 타고 다녀서 그런 것도 있지. 차 타면 싹 지나가니까.
실은 자연의 변화가 아주 신비롭거든. 지금 보면 나무들은 새순 하나도 안 났잖아. 그런데 이제, 풀들은 벌써 나잖아.이거는 얘네들이 부지런해서가 아니라, 풀들은 생존 전략이 1년마다 새로 나서 빨리 번식하고 죽고 이러는 건데, 나무들이 막 자라가지고 이파리가 우거지면 햇빛을 못 받잖아. 살려면 필수 조건이 햇빛이니까. 그래서 춥지만 일찌감치 나오는 거야. 제대로 준비도 안 한 상태로 꽃부터 피우고. 잎을 보면 나름 잔털들이 많아요, 지금 막 새봄에 나는 애들은. 그 정도 자기 보온력을 가지고 땅속의 온도를 믿고 꽃을 피우는 거거든. 하다못해 제비꽃 같은 경우는 이렇게 지면에 가깝게 꽃도 수그러져 있고, 일찍 피고 하니까 개미가 수정을 해주거든. 그걸 믿고 다른 곤충들이 안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일찌감치 꽃을 피우는 거지.
그리고 이제, 중간 나무들 중에 이파리도 나기 전에 꽃 피우는 애들이 있어. 전형적으로 실상사 쪽 고사리 언덕밭 앞에 있는 생강나무가 그렇지. 비슷한 애들이 산수유, 그리고 길마가지. 길마가지는 향이 너무 좋아서 사람들을 멈춰서게 해가지고, 길을 막아선다고 이름이 길마가지야. 그런 나무들도 이파리가 나기 전에 꽃부터 막 피우거든.
한 사람이 '어?'하면 하나 둘 그 앞으로 몰려든다. ⓒ 정상은 제공
봄에는 낮게 자라는 풀들을 관찰하느라 땅바닥으로 시선 고정. ⓒ 정상은 제공
1km를 한나절에 걷는 사람들
상은 : 또 한편으로는 다른 애들은 이제 겨울눈이 트이기 시작하는 거야. 나무들은 가을에 꽃 피는 애들이 거의 없거든. 봄에 꽃을 열심히 피우고 슬슬 열매 맺으면서 준비하는 게 겨울눈이야. 여름부터 한 8월, 9월 되면 이렇게 조그맣게. 목련 봤지? 그게 겨울눈이야. 그래서 그걸 딱 잘라보면 조그만 꽃이랑 이파리들이 완전히 미리 다 준비를 해놓은 걸 볼 수 있어. 딱 겨울눈을 벌리면 꽃이 나오고 이파리가 바로 나오게. 겨울 오기 전에, 따뜻하고 영양이 충분할 때 미리 만들어 온 거야. 그래서 겨울을 나기 위해서 어떤 애들은 목련처럼 털옷을 입고 있고, 어떤 애들은 가죽옷을 입고 있고. 그렇게 먼저 꽃 피운 애들이 지나가고, 그다음에 초여름에 막 우거졌을 때는 꽃 색깔들이 거의 다 흰색인 거야.
누리 : 맞아요!
상은 : 왜냐하면 곤충을 불러야 되는데 다른 색은 눈에 잘 안 띄니까. 봄에 일찌감치 피는 애들은 색깔 대신에 향기로 부르는 거야. 그래서 향이 좋은 애들이 많아, 매화도 그렇고. 어쨌든 향이 좋거나 모여있어서 눈에 확 띄거나 이래야 그나마 얼마 없는 곤충들도 잘 나오겠지.
그렇게 서로서로 맞물려 공생하는 이 관계가 이렇게 기가 막히거든. 같은 장소를 계속 가면 그 변화를 볼 수가 있지. 철마다 어떻게 달라지는가. 얘는 꽃은 이렇게 생겼는데 열매는 이렇게 생겼네. 이파리는 먼저 나네, 나중에 나네. 이런 식으로 조금씩 얘네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볼 수가 있는 거예요. ‘야, 대단하다’ 이런 느낌을 갖게끔 하는 게 많아요. 인간이 최고가 아니라 참, 생명이 진짜 대단하구나 하는 걸 느낄 수 있는 거죠.
특히 우리가 실상사 뒤에 조계암터는 일주일에 한 번씩 가거든. 물론 가끔가다 한신계곡 쪽도 가고 근처에 아영면도 가고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조계암터를 모니터링을 해. 벌써 한 8년 넘게 하고 있어. 똑같은 장소로 가도 해마다 다르게 보이는 게 있어. 어느 순간 내 눈이 달라졌을 수도 있고, 뭔가 조건이 달라져서 보일 수도 있고. 그리고 여럿이 가면 보는 게 다 다르니까 별 거 아닌 거 가지고 우르르 몰려 가서 보기도 하고. 그래서 계속 가도 지루하지 않죠. 조계암에서 조금 더 가면 산소도 있고 좀 편안한 장소가 있어. 거기 가서 그냥 낮잠 자고 오기도 하고.
누리 : 단체로요?
상은 : 어, 밥 먹고 이제 한 1~2시간.
누리 : 재밌겠다. 그 광경을 보고 싶네요.
상은 : 낮잠 자는 사진은 없네. 거기가 1km도 안 되는 거리거든. 그걸 한나절을 놀아.
누리 : 그래 사람들 모이면 100미터 가는 데 1시간 걸린다는 소문이 있어요.
상은 : 그럴 때도 있지. 그러니까 어떤 사람은 ‘자연놀이터’라고 하니까 산에 가는 줄 알고 본격적으로 등산화도 신고 왔는데, 너무 답답하다고 해. 뭘 보래서 봐도 자기는 잘 모르겠는데.
누리 : 처음 오면 그럴 것 같아요.
그늘사초는 머리 땋기 놀이를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 정상은 제공
알록달록 제각기 다른 화전들. ⓒ 정상은 제공
봄의 산내, 어디를 걸을까
누리 : 봄의 산내는 처음이다, 하는 사람은 어디를 둘러보면 좋을 것 같으세요?
상은 : 볼 게 많지. 일단은 우리가 보기엔 실상사 주변이 그래도 제일 보존이 잘 되어 있는 지역인 것 같거든. 농사나 이런 거로 훼손되지 않고. 우리가 매번 가는 조계암터도 되게 아늑해. 실상사에서 약수암 올라가는 임도길 입구에. 보통 부도탑이랑 다르게 생긴 이상한 탑이 서 있는데, 거기가 실상사 3대 주지 스님의 부도탑이거든. 그동안에는 국가 보물도 아니고 그래서 그냥 방치되어 있어서 되게 놀기 좋았어. 야생화가 막 철철이 되게 예뻐가지고. 실상사에서 시작해서 거기가 반드시 들러야 되는 곳인데, 작년부터 국가 보물이 되면서 주변을 정비하면서 ‘깔끔해지기’ 시작했어.
그 뒤쪽으로 꽤 크고 넓은 산수유 밭이 있는데, 그걸 방치하고 있었으니까 이끼가 자라 있고 그야말로 원시림 비슷하게 되어 있는 상황이었는데 올해는 그쪽에서 발굴을 한다고 하는 거야. 지금은 시험 발굴이어서 군데군데 파기만 하고 전체를 다 파지는 않는 모양이더라고. 어쨌든 거기가 항상 좋아요.
그리고 실상사 주변으로 해서 승탑이 시대별로 있어. 한 바퀴 쭉 따라서 걸으면 한 2km 정도 되거든. 그 길도 좋아.
📝 2026-03-05